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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뭐? 연준 도령이 계산에 밝고 심약해? 내가 평판이 안 좋아?

길채 네가 마음에 둔 다른 사내가 있는 줄 알았어 내가? 누굴?

내 니 애기씨 올 줄 알았다

그 허연 모가지를 두 손에 잡고 분질러버리고 싶어 여기가 말로만 듣던 대궐이군 심양에 제 자리 하나만 마련해 주십시오

아, 아니라고 아직 내 꿈에 나오는 도련님 얼굴도 못 봤어 아, 장현 도령이 아니란 말이야

자, 배부르게 드십시오 술도 가득합니다 참으로

하지만 이제 안 되겠어 반쪽짜리든 반의 반쪽 짜리든

그러는 낭자는 낭자는 내 앞에 한없이 당당한가? 내 분명 말하지 않았소?

아니지 은애 애기씨야말로 한다면 하는 분이지 아, 몰라 난 몰라

아, 살려 주시오, 살려 주시오 제발 살려 주시오 살, 살려 주시오

갑돌아 나 먼저 가서 기다릴 테니 천천히 와 갑순이는 평상 갑돌이를 잊은 적 없었던 거야

아랫도리가 건강해져서 오셔야 됩니다, 꼭! 아니야! 아니라고!

누가 들으면 당장 오랑캐라도 쳐들어오는 줄 알겠네

전하께서 출성하시면 어찌 정강에서와 같은 일을 면할 수 있겠는가? 우리 임금을 구할 방도가 있겠는가?

이보게 이보게 순약이

길채가 좋으시냐고요!

어머, 오늘이 꽃달임 날이니?

그저 무슨 일이 있어도 강화도를 가야 한다고 생고집을 부려서 강화도에서 고생을 얼마나 했는지...

어머... 이쪽, 이쪽으로 한잔 더, 가자

종종 사기당하고 싶어 종종이도요 하면

애기씨 꼭 데리러 올게 이제 그만 돌아가세요

길채야 나는 오늘 아무 일도 없었지만 사람들은 믿지 않을지도 몰라

애기씨 무정해 참으로 무정해

순정적이지도 않아 임자 있는 사내에게 여지를 둔 낭자에게 깨끗하고 하얀 순정이 가당키나 한가?

이 백성들은 임금 없는 나라의 백성이 되는 것이다 부모 없는 자식의 비참을 네가 아느냐? 임금 없는 백성의 고통을 아느냐

한데 회혼례를 왜 자네가 치르는가 우리 서원 점사를 맡아 보는 송추 할배 회혼례니

그때 낭자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날 봤다고 하던데, 그랬소?

그냥 쪽팔려서 어쩜 이리 살뜰하신지

해서 그 여인들과 수작 부리느라 나를 까맣게 잊었소? 난 잊은 적 없소

해서 그 끗쇠 놈 볼기짝이라도 때려달라는 게야? 그걸로는 부족하지

전력을 기울여 싸우기를 결심하기도 이르다 일전에 저들에게 술과 고기를 전하며 들은 말의 진의는 확인하였는가

어떡해 보여요? 애기 머리? 모르겠어

누구의 마음을 감복시켜 세상을 바꿀 수 있겠습니까? 이는 전하를 거역한 것이 아니라 더 큰 의리를 따르는 것이니

예? 뭐가요? 오래전 집안 어른들끼리 저와 도령님을 놓고 잘하면 혼인을 시켜도 좋겠다 말이 오간 적도 있다면서요?

그 뭐... 내가 살렸나 생각보다 명줄이 긴 친굽디다

이게 어울리려나?

몰골이 말이 아니었지요 장현 도령 덕분에 오늘 제가 살아있습니다 방두네

하지만

오늘은 왜 기분이 좋아지질 않지? 좀 오래 보세요 그렇지? 좀 오래 보면 좋아지겠지?

하나 만일 정강에서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내 사지 육신이 찢기는 한이 있더라도

아니, 이게 누구신가? 아주 신수가 훤하십니다 신수가 구질할 건 또 뭐요?

낭자 이제 이 신을 신고 내게 오시오 치, 날 뭘로 보고

은애 낭자 곁에 있는 게 아니에요 난 은애 낭자를 진심으로 아낍니다 하면

들으라고 해 내가 뭐 못 할 말 했냐? 웃네, 저거 웃으니까 더 사기꾼 같네

어리석게도 도련님을 믿었지요 잊지 말라던 그 말을 기억해 달라던 그 말을 믿었습니다

뭐라고? 통 들리질 않소

오늘 단상에 올라 백성과 더불어 맹세하니 반드시

뒤로는 끗쇠랑 손잡고 우리 큰형님을 죽이려고 했던 걸 내 모르는 줄 알았느냐? 한데

자리 잡히면 꼭 데리러 올게 - 지금은... - 아니에요 저까지 따라가면 애기씨 소문만 고약해지죠, 뭐

말해요 어쩌다가 연준 도련님이 저리 다쳤는지, 아니 연준 도련님이 저리 다치도록 대관절 뭘 하고 있었는지

하지만 여전히 길채 낭자의 마음 한 켠엔 자네가 있을 것이라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그러니 뻔뻔하게 아직도 길채 낭자의 곁에서 얼쩡거리며...

그러니 빨리 가주세요, 빨리요 고맙네 자네가 심양에 가 준다니 내 마음이 든든해

예? 운이 좋다고요? 아, 낭자가 아니고 내가 운이 좋다고? 초면에 나랑 이리 길게 말도 섞고

오늘을 나와 함께한 이 순간을 절대로 잊으면 아니 되오

왜 저리 맥이 풀렸어? 시퍼렇게 성질 부릴 땐 언제고 그러게요

조선에서 제일 안전한 곳이 강화도라고 내가 가라고 했어

내 마음도 낭자의 것 내 심장도 낭자의 것

무엄하다 네까짓 게 감히 저하께 왈가왈부하느냐? 하오나

얼마 전엔 친왕들에게 큰 검도 구해 주었다 합니다 그자가 누군가?

다른 쪽에선 오랑캐의 비위를 맞추느라 허리를 굽혔다 손가락질한다 대관절 어찌해야 저들이 전하를 능멸하는 것을 그만두겠는가

에헤이, 여기 한참 돌아간다니까 갑시다, 갑시다 아, 뭐, 그럽시다

바, 바보 온달? 수작? 어, 어이없어 그, 종일 어이가 없구나 어이가 없어!

아니긴

- 그 말을 하러 왔다? - 예 절대 만나 주지 않을 터이니 그리 아셔요 그럼 할 말 다 했으니 전 이만

이놈아 사람 많은 데서 이 무슨 추태야 아, 아버지

전하 모든 근왕의 길이 막혔으니 적들에게 사람을 보내

너희들을 태울 배가 아니야 우리도 저 배를 타자 무슨 수로?

아이고! 마지막으로 이장현 그 사람

애기씨... 난리 중에 공을 세운 자들을 아룁니다

회혼례 날 전쟁이 났다는 소릴 듣고 우리 모두 얼마나 놀랐니 그랬지

가는 길 밝게 비추시고 내 팔 내 팔...

너 방두네랑 꼭 껴안고 있어 안 그러면 애기 얼어 죽는단 말이야 나는 가서 뭐라도 찾아볼 테니까

너도 봤지? 분명 그 사람이지? 예

시집 보낼 거야? 창피한 언니 도움 받아도 되겠어? 그거야 사람들이 수군거리니까 그러지

이미 씻겨졌어야 할 사초의 뒤를 캐는 것은...

마마는 사람 가리지 않아 그러니까 내가 가라고 했어

죽을 때까지 적을 꾸짖는 소리가 입에서 끊이지 않았으며

아이고, 왜 이러셔? 우리가 맨날 의주에서 하던 짓들인데? 의주 때랑은 다르지

아 애기씨가 이런 거 하면 사람들이 흉봐요 빨리 보고 싶어서 그래 이것들 보시게

성 안의 곡식이 떨어지자 군사들이 성곽을 쌓던 인부들을 죽여 잡아먹는 지경에 이르렀지요

우리는 내일 날이 밝는 대로 남한산성을 포위한 청의 뒤를 쳐 길을 낸 후 전하를 강화도로 뫼실 것이다

서로 밀치고 당기고 하는 과정에서

어, 도련님도? 아하 이 사람아

방두네, 찬바람 쐬지 말라니까 시래기는 미리 데쳤지요? 시래기 데칠 때

며칠째 칸과 요토, 두두 등 버일러들의 종적을 알 수 없습니다 칸이 생신이라 몸을 숨긴 것인지

사직을 보존케 해 준다는 말을 믿고 성을 나갔소 하나 금나라 오랑캐는

아내가 되고 며느리가 되면 달라질 것이라 여깁니다 하지만 전 달라지지 않아요 제 웃는 얼굴을 좋아하는 사내는 많아도

자네, 나 좀 보세 산성 오는 길이 험했지? 아니옵니다

아니, 내가 돕게 해 주시오 또 저와 연분 맺잔 말씀을 하시는 거라면 전 더 할 말이 없습니다

영채는 오동나무 함이 미어지도록 혼수 채워서 시집 보낼 거예요 뭐야?

관에서도 함부로 건들지 못한다 들었습니다

충심으로 벅차오르는 자들은 나서시오 내가 가리다 또 누구 없소

혹

그때 쌀죽을 먹여야 사람 꼴을 한다 이겁니다 끗쇠 그놈이!

너는 말 보는 눈이 그렇게 없냐? 말은 엉덩이를 보면 안다 이놈 엉덩이가 토실토실한 것이

그런 자들에게 저하의 목숨값이 어떻겠나이까? 오셔요

갑순이는 부모님 뜻대로 옆 마을 부자 사내에게 시집갔어 아들 넷, 딸 셋을 낳고 잘 살았대

제가 읽어 보이지요 저리 당당한 연준 도련님을 두고 내가 무슨 생각을 한 거야

직접 수놓은 베개를 드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