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정보일련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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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51 | 회원지위확인청구의소 | 2021나2006585 | 20,210,903 | 선고 | 서울고등법원 | 민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원고, 피항소인】
의정부농업협동조합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석진)
【피고, 항소인】
로얄개발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문진탁)
【제1심판결】
의정부지방법원 2021. 1. 13. 선고 2019가합53662 판결
【변론종결】
2021. 7. 16.
【주 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원고가 2012. 3. 2.자 별지 특별회원 입회약정서 제4조의 분양조건 및 부가특전의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62,438,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11. 10.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 날부터 제1심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피고는 회원제 골프장업 등을 영위하는 주식회사인데, 양주시 (주소 생략)에서 회원제 골프장인 ○○○○○ 컨트리클럽(이하 ‘이 사건 골프장’이라 한다)을 운영하고 있다.
2) 원고는 농업협동조합법에 의하여 설립된 지역농업협동조합으로, 2012. 3. 2. 이 사건 골프장의 특별법인회원으로 입회하였다.
나. 원고와 피고 사이의 특별회원 입회약정
1) 원고와 피고는 2012. 3. 2. 원고가 피고에게 입회금 10억 원을 지급하여 2012. 3. 3.부터 2019. 3. 2.까지 7년간 이 사건 골프장의 특별회원으로 입회하는 내용의 특별회원 입회약정(이하 ‘이 사건 약정’이라 한다)을 체결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피고에게 입회금 10억 원을 지급하였다.
2) 이 사건 약정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제1조(목적) 본 계약은 원고가 피고의 이 사건 골프장 특별법인회원으로 입회함에 있어 다음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제2조(회원권) 1. 회원구분: 이 사건 골프장 특별법인회원 반구좌 2. 입회금액: 10억 원 3. 입회기간: 7년 (2012. 3. 3. ~ 2019. 3. 2.)제3조(입회금 반환 등) 입회금에 대해 입회기간 만료 시 원고의 요청에 의하여 일시 반환 또는 회원자격을 자동 연장 할 수 있다.제4조(분양조건 및 부가특전) 1. 주말예약보장: 1일 1팀 2. 주중예약무제한 보장: 1일 1팀 3. 1일 1팀 전원 정회원 대우 (기명회원 포기하고 전원 무기명회원으로 이용)제7조(일반사항) 1. 계약기간 중 계약의 변경은 당사자의 서면 합의에 의해서만 변경될 수 있으며 서면 날인된 문서를 본 계약서의 말미에 첨부한다. 2. 본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부분에 대하여는 관련 법규 및 상관습에 따르기로 한다.
3) 원고는 이 사건 약정 체결과 동시에 "이 사건 약정 제4조(분양조건 및 부가특전) 제3항에 명시된 특별회원권의 기명회원(2명), 무기명회원(2명)을 포기하고, 정회원(일반회원) 전원(4명)을 무기명회원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하여 외부에 일체 알리지 않겠기에 확인서를 제출합니다."라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하여 피고에게 교부하였다.
다. 입회기간 연장 관련 분쟁 경과
1) 이 사건 약정의 입회기간 종료일이 가까워오자 피고는 2019. 1. 2. 원고에게 이 사건 약정의 입회기간을 연장할 것인지, 아니면 탈회를 신청하여 입회금을 반환받을 것인지 여부를 묻는 내용의 문서를 보냈다. 이에 원고의 임직원이 2019. 1. 30. 피고를 방문하여 이 사건 약정 제3조에 따라 입회기간 자동연장을 선택한다고 통보하였다.
2) 피고는 2019. 2. 11. 원고에게 이 사건 약정의 입회기간 자동연장을 선택할 경우 이 사건 약정 제4조의 분양조건 및 부가특전(주말예약: 1일 1팀, 주중예약: 1일 1팀, 1일 1팀 전원 정회원 대우)이 주말예약 6회, 주중예약 14회로 변경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입회기간 연장이 불가능하여 입회금을 반환하겠다고 통보하였다.
3) 이에 원고는 2019. 2. 14. 피고에게 이 사건 약정 제3조에 따라 입회기간 자동연장을 선택할 경우 이 사건 약정이 동일한 내용으로 연장되는 것이므로 피고가 일방적으로 이 사건 약정 제4조의 분양조건 및 부가특전을 변경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문서를 내용증명우편으로 보냈다.
4) 피고는 2019. 2. 27. 원고에게 이 사건 약정 제3조는 입회기간이 종료되면 원고의 의사에 따라 입회금의 반환 또는 특별법인회원자격의 자동연장을 선택할 수 있다는 취지일 뿐, 이 사건 약정 제4조의 분양조건 및 부가특전까지 동일한 내용으로 연장된다는 의미는 아니며, 원고가 입회기간 자동연장을 선택할 경우 입회기간 종료시점을 기준으로 피고가 다른 특별회원에게 적용하고 있는 부가특전에 따라야 한다고 재차 통보하였다.
라. 원고의 가처분 신청 경과
1) 원고는 2019. 2. 26. 의정부지방법원 2019카합5072호로 피고에 대하여 회원지위보전가처분 신청을 하였고, 의정부지방법원은 2019. 6. 11.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약정 제4조의 분양조건 및 부가특전의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임시로 정한다는 내용의 가처분 결정을 하였다.
2)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의정부지방법원 2020카합2호로 이의신청을 하였으나 2021. 2. 1. 가처분 결정을 인가하는 결정을 받았고, 다시 서울고등법원 2021라20211호로 항고하였으나 2021. 5. 18. 항고를 기각하는 결정을 받았다.
마. 피고의 요금체계와 원고에 대한 요금부과
1) 피고는 이 사건 골프장 이용자의 회원권 보유 여부 및 회원권의 종류에 따라 VIP회원, 특별회원, 정회원, 주중회원, 비회원으로 구분하여 이용자로부터 요금을 차등 지급받아 왔는데, VIP회원과 특별회원에 적용되는 요금은 동일하고(다만 VIP회원의 경우 골프장 예약이 특별회원보다 더 이른 시점부터 가능하다), 특별회원, 정회원, 주중회원, 비회원의 순서로 요금이 높아진다.
2) 이 사건 약정 제4조의 문언에는 원고의 예약에 대하여 ‘1일 1팀 전원 정회원 대우’를 한다고 정하고 있었으나, 피고는 이 사건 약정의 입회기간(2012. 3. 3. ~ 2019. 3. 2.) 동안 원고의 예약에 대하여 특별회원에 적용되는 요금만을 지급받았다.
3) 피고는 원고의 예약에 대하여 이 사건 약정의 입회기간 종료일 다음 날인 2019. 3. 3.부터 2019. 6. 17.까지 비회원에 적용되는 요금을 지급받았고, 위 가처분 결정 이후인 2019. 6. 18.부터는 정회원에 적용되는 요금을 지급받았다.
바. 피고의 회칙 및 약관
1) 이 사건 골프장의 회칙(2018. 12. 1.부터 시행된 것) 중 관련 부분은 아래와 같다.
제4조 회원 본 컨트리클럽의 회원은 다음과 같다. 1. 정회원 2. 법인회원 3. 특별회원 4. 대우회원 5. 해외회원 6. 교포회원 7. 주중회원 8. 기타회원제7조 특별회원 특별회원은 나. 회사가 정한 소정의 입회 보증금을 납부한 자로서 운영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회사가 승인한 자로 한다. 단, 법인체 특별회원은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 지정인을 무기명으로 할 수 있고, 지정인 1인 1구좌(입회보증금 반액 납부 경우)로 할 수 있다.제10조 입회금 1. 입회금은 회원으로 최초에 가입한 자가 회원자격을 부여받는 대가로 회사에 납부한 예탁금을 말하며 퇴회 시 반환한다. 단, 천재지변 및 기타 불가항력의 사태가 발생할 시는 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일정기간 반환을 정지할 수 있다. 2. 주중회원 및 제7조 나목의 특별회원의 입회금 및 거치기간은 별도로 정한다.제11조 회원자격의 기간 1. 정회원의 자격은 종신제로 한다. 2. 법인회원의 자격은 종신제로 한다. 3. 제7조 가목의 특별회원의 자격연한은 2년으로 하되 운영위원회의 결의에 의하여 이를 갱신할 수 있고, 제7조 나목의 특별회원의 자격은 입회시 납부한 입회금의 거치 기간과 동일하게 한다.제16조 자격의 승계 1. 특별회원 및 대우회원은 그 자격이 승계되지 아니한다. 2. 정회원의 자격은 소정의 입회비를 납입하고 소정의 절차를 거쳐 양도할 수 있다. 3. 정회원이 사망한 때에는 그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 중의 1인이 소정의 입회비를 납입하고 소정의 절차를 거쳐 그 자격을 승계할 수 있다.제17조의1 회원권 양도 및 양수 2. 주중회원 및 제7조 나목의 특별회원의 자격은 양도되지 아니한다. 단, 가입기간 종료 시 본 클럽의 이사회 승인을 받아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3. 회원권의 양도, 승계, 법인회원의 지명인 변경 등은 소정의 절차를 거쳐 회사가 정한 개서료를 납입하여야 한다.제19조 자격의 제한 회원이 다음 사유의 하나에 해당할 경우에는 운영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회사의 승인으로 제명 또는 6개월 이내의 기간 안에서 그 자격을 정지하거나 예약을 거절할 수 있다. 1. 본 컨트리클럽에 대하여 소정기간 제요금 또는 대금을 체납하고 2차 이상의 지불청구에도 불응한 경우 2. 본 컨트리클럽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질서를 문란케 하였다고 인정된 행위를 할 경우 3. 본 컨트리클럽의 회칙 기타 제규칙 및 골프에티켓을 준수하지 아니한 경우 4. 기타 본 컨트리클럽 회원으로서 부적격하다고 인정될 경우 5. 당 골프장 회원권을 동일인이 2매 이상 소지할 수 없다.제20조 회원의 권리 1. 회원은 회사가 경영하는 골프장 및 부대시설을 다른 이용자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이용할 수 있다. 2. 정회원 및 제7조 나목의 특별회원 중 개인은 본 클럽이 회원을 위하여 개최하는 각종 경기대회와 행사에 참가할 수 있다.
2) 이 사건 골프장의 정회원 및 특별회원 모집약관(2010. 9.부터 시행된 것) 중 관련 부분은 아래와 같다.
제4조 정회원 및 특별회원 자격 가. 본 클럽의 정회원 및 특별회원은 개인회원, 법인회원으로 한다. 나. 정회원 및 특별회원은 소정의 입회금을 예탁하고 이사회가 승인한 자로 한다.제11조 이용의 권리가. 정회원 및 특별회원은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 평일에 비회원보다 우선하여 이용할 수 있다.나. 정회원 및 특별회원은 당 클럽이 별도로 정한 우대를 받는다.다. 정회원 및 특별회원은 클럽이 주최하는 각종 경기 및 행사 등에 참가할 수 있으며 클럽이 발행하는 각종 안내문을 배포 받을 수 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9 내지 20호증(가지번호는 따로 표시하지 않고, 이하에서도 같다), 을 제1 내지 4, 13, 18, 21, 25, 3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원고의 주장
1) 원고는 이 사건 약정 제3조에 의하여 입회기간 종료 시 입회금 반환 또는 회원자격 자동연장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2019. 1. 30. 특별회원 지위의 자동연장을 선택한다고 피고에게 통보하였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약정 제4조의 분양조건 및 부가특전 또한 같은 내용으로 연장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 사건 약정 제4조의 분양조건 및 부가특전의 내용 중 ‘1일 1팀 전원 정회원 대우’는 그 문언과 달리 별지 기재와 같이 ‘1일 1팀 전원 특별회원 대우’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의 예약에 대하여 정회원 요금이 아니라 특별회원 요금을 적용하여야 한다(이하에서는 이 사건 약정 제4조의 분양조건 및 부가특전에 ‘1일 1팀 전원 특별회원 대우’까지 포함한 것을 ‘별지 기재 부가특전’이라 한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가 회원자격의 자동연장을 선택하더라도 이 사건 약정 제4조의 분양조건 및 부가특전이 같은 내용으로 연장되지 않고 피고가 원고에게 불리하게 변경한 부가특전이 적용되어야 하며, 이 사건 약정 제4조의 분양조건 및 부가특전의 ‘정회원 대우’도 문언 그대로 정회원 요금이 적용된다는 의미라고 주장하면서, 원고의 별지 기재 부가특전에 따른 권리를 부인하고 있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위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확인을 구한다.
2) 또한,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별지 기재 부가특전에 따른 권리를 가지므로, 피고는 원고의 예약에 대하여 특별회원에 적용되는 요금만을 지급받아야 함에도, 2019. 3. 3.부터 2019. 6. 17.까지 비회원에 적용되는 요금을, 2019. 6. 18.부터 정회원에 적용되는 요금을 지급받았다. 따라서 피고는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의 반환으로 원고에게 2019. 3. 3.부터 2020. 8.까지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요금 중 특별회원에 적용되는 요금을 초과하는 부분의 합계인 62,438,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1) 원고가 이 사건 약정 제3조에 의하여 회원자격의 자동연장을 선택하였다 하더라도, 이 사건 약정 제4조의 분양조건 및 부가특전 또는 별지 기재 부가특전까지 연장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이 사건 약정 제3조에서 입회기간 종료 시 원고가 입회금의 반환 또는 회원자격의 자동연장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정한 사실은 앞에서 인정하였는데, 원고가 회원자격의 자동연장을 선택한 경우 이 사건 약정 제4조의 분양조건 및 부가특전도 같은 내용으로 연장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정하지 않았으므로, 결국 이에 관하여는 이 사건 약정의 문언과 그와 같은 약정이 체결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② 만약 원고의 주장대로 이 사건 약정 제3조에 의하여 회원자격이 자동으로 연장된 경우 제4조의 분양조건 및 부가특전까지 같은 내용으로 연장된다고 해석한다면, 이 사건 약정에는 회원자격 자동연장의 횟수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고 입회금의 증액에 관한 규정도 없으므로, 결국 원고는 어떤 제한이나 추가 부담 없이 회원자격을 계속 연장함으로써 제4조의 분양조건 및 부가특전을 무기한으로 누릴 수 있게 되는데, 이는 피고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결과이고 원고에게는 과도한 이익을 주는 해석이 되어 형평에 맞지 않는다.
③ 골프장은 제한된 시간에 한정된 수의 이용객만을 수용할 수 있으므로, 피고와 같은 회원제 골프장 운영자로서는 위와 같은 제한과 골프장 운영 상황, 이용 수요, 시장 상황의 변화 등을 고려하여 회원 모집 여부와 회원에게 제공하는 혜택 등을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특히 특별회원과 같이 입회기간을 따로 정하여 한시적으로 모집하는 회원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이 사건 약정에 의하여 원고에게 제4조의 분양조건 및 부가특전을 무기한으로 제공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거래의 통념에도 맞지 않는다.
④ 이 사건 골프장의 회칙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사건 골프장의 정회원(법인회원 포함)의 경우 그 자격기간은 종신제이고(회칙 제11조 제1, 2항) 양도와 상속도 가능하며(회칙 제16조 제2, 3항), 실제로 시장에서 시세가 형성되어 회원권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골프장의 정회원의 경우에는 이 사건 약정과 같은 회원자격의 연장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피고가 계약상 근거 없이 회원에게 부여하는 혜택을 일방적으로 축소하는 것도 회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측면을 고려하면 가능하지 않다고 볼 여지가 크다. 반면, 이 사건 약정으로 원고에게 부여된 회원자격, 즉 특별회원의 경우 회원자격의 기간은 입회금의 예치기간과 동일하고(회칙 제11조 제3항) 회원자격의 승계나 양도는 불가능하다(회칙 제16조 제1항)는 차이점이 있으므로, 이 사건 약정에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입회기간 종료 후 회원자격 연장 시 특별회원에게 부여되는 혜택의 변경이나 축소가 불가능하다고 볼 여지는 별로 없다.
⑤ 피고는 경영상의 필요나 골프장의 운영상황 등을 고려해 매년 부여되는 혜택을 달리하여 일정한 수의 특별회원을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갑 제9호증, 을 제2, 5호증). 이와 같은 특별회원 모집의 목적을 고려하면, 이 사건 약정 제4조의 분양조건 및 부가특전은 입회금의 최초 입회기간 동안에만 적용된다는 한시적 성격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피고가 이 사건 약정을 체결하면서 원고에게 제4조의 분양조건 및 부가특전을 원고의 선택에 따라 무기한으로 제공한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 피고는 매년 이 사건 골프장의 특별회원을 모집하면서 입회금 거치기간 종료 시 입회금의 반환 또는 자동연장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광고하여 왔고, 이 사건 약정 체결 무렵에 모집한 다른 특별회원과의 입회약정에서도 이 사건 약정 제3조와 동일한 내용으로 정하고 있으므로(갑 제2 내지 5호증, 을 제12호증), 원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약정 제4조의 분양조건 및 부가특전까지 동일한 내용으로 연장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피고는 모든 특별회원에 대하여 입회 당시에 적용한 혜택을 무기한으로 제공하여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되는데, 회원제 골프장의 운영을 주된 영업으로 하는 피고가 향후 골프장의 운영상황이나 이용 수요, 시장 환경 등의 변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그와 같은 의사로 다수의 특별회원을 모집하였다고는 도무지 인정하기 어렵다.
⑥ 이 사건 약정 제7조 제1항은 "계약기간 중 계약의 변경은 당사자의 서면 합의에 의해서만 변경될 수 있으며 서면 날인된 문서를 본 계약서의 말미에 첨부한다."라고 정하고 있어, 계약기간, 즉 입회기간 중에는 서면에 의하지 않거나 당사자 일방의 의사에 의한 계약의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으므로, 입회기간 중에는 이 사건 약정 제4조의 분양조건 및 부가특전의 일방적 변경이 불가능함이 명백하다. 반면 입회기간 종료 후 자동연장 시의 계약 변경에 관하여는 위와 같은 명시적인 제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앞에서 본 것처럼 이 사건 약정을 제4조의 분양조건 및 부가특전까지 동일한 내용으로 연장되는 것으로 볼 경우 원고가 얻는 이익과 피고가 입는 불이익이 매우 큰 점을 고려하면, 이에 관하여 명시적인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거래 관행에 비추어 매우 이례적이다.
⑦ 이 사건 약정은 입회금 예치기간 동안 원고에게 부여되는 혜택, 즉 제4조의 분양조건 및 부가특전에 관한 내용을 명확히 하기 위하여 체결된 것으로 보이고[이 사건 약정 체결과 동시에 원고가 피고에게 특별회원에게 부여되는 일반적인 혜택(기명회원 2명, 무기명회원 2명)과 달리 골프장 이용자 전원(4명)을 무기명회원으로 하는 것을 외부에 알리지 않겠다는 확인서를 제출한 점을 보더라도 그러하다], 그 분양조건 및 부가특전을 원고의 선택에 따라 무기한으로 제공한다는 점을 명시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⑧ 이 사건 약정 제3조에 의하여 회원자격이 자동으로 연장된 경우 제4조의 분양조건 및 부가특전까지 같은 내용으로 연장되지 않는다고 해석한다 하더라도, 이 사건 약정 제3조에 따로 자동연장 규정을 둘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는 볼 수 없다. 왜냐하면, 피고가 특별회원의 모집을 아예 중단할 수도 있고 새로 모집하는 특별회원에게는 예치금의 액수를 증액하는 등 조건을 변경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원고로서는 그러한 경우에도 이 사건 약정 제3조에 따라 특별회원 자격기간을 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⑨ 이 사건 골프장의 회칙 제7조는 ‘회사가 정한 소정의 입회보증금을 납부한 자로서 운영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회사가 승인한 자’를 특별회원으로 규정하되 그 이용 권리에 관하여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고, 정회원 및 특별회원 모집약관에서도 "정회원 및 특별회원은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 평일에 비회원보다 우선하여 이용할 수 있다. 정회원 및 특별회원은 이 사건 골프장이 별도로 정한 우대를 받는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그 구체적인 내용은 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 사건 약정 제3조에 의하여 회원자격이 자동으로 연장된 경우 제4조의 분양조건 및 부가특전까지 같은 내용으로 연장되지 않는다고 해석한다면, 원고가 자동연장을 선택한 때 연장된 입회기간에 적용될 혜택을 어떤 방법으로 결정할 것인지가 문제되기는 한다. 그런데 앞에서 본 것처럼 피고는 매년 부여되는 혜택을 조금씩 달리하여 특별회원을 모집하여 온 점, 피고는 같은 연도에 모집된 특별회원에게는 동일한 혜택을 적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다만 원고와 같은 법인회원에게는 특별회원에게 적용되는 일반적인 혜택(기명회원 2명, 무기명회원 2명)과 달리 골프장 이용자 전원(4명)을 무기명회원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으나, 이는 이 사건 골프장의 회칙 제7조에 근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피고는 원고를 비롯하여 2019년에 입회기간이 만료되는 특별회원들에게 2017년 이후 새로 모집한 특별회원에게 적용되는 혜택(주말예약 6회, 주중예약 14회)과 동일한 조건으로 입회기간이 연장된다고 통보하였던 점, 원고를 포함한 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특별회원들은 입회기간을 연장하면서 변경된 혜택이 적용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재입회약정을 체결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자동연장을 선택한 때 연장된 입회기간에 적용될 혜택은 그 자동연장 시점 당시에 모집된 특별회원에게 적용되는 혜택과 동일한 내용으로 결정된다고 봄이 타당하고, 연장된 기간에 적용될 혜택의 내용에 정함이 없는 결과가 된다고는 볼 수 없다.
⑩ 원고가 2019. 2. 14. 피고에게 이 사건 약정 제3조에 따라 입회기간 자동연장을 선택할 경우 이 사건 약정이 동일한 내용으로 연장되는 것이므로 피고가 일방적으로 이 사건 약정 제4조의 분양조건 및 부가특전을 변경할 수 없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우편으로 보낸 사실은 앞에서 인정하였으나, 이 사건 약정 체결 당시 제4조의 분양조건 및 부가특전이 원고의 선택에 따라 무기한으로 연장된다는 의사 또는 기대를 가졌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는 전혀 없다.
2) 따라서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약정 제4조의 분양조건 및 부가특전에 따른 권리를 가진다고 볼 수 없고, 이를 전제로 하는 별지 기재 부가특전의 권리를 가진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그 확인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3) 한편, 원고는 별지 기재 부가특전에 따른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전제로 피고에 대하여 2019. 3. 3.부터 2020. 8.까지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요금 중 특별회원에 적용되는 요금을 초과하는 부분의 합계인 62,438,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고 있으나, 앞에서 본 것처럼 원고에게 이 사건 약정 제4조의 분양조건 및 부가특전 또는 별지 기재 부가특전에 따른 권리가 있음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도 받아들일 수 없다(한편, 원고의 이 부분 주장에는 피고가 제시한 특별회원 혜택에 따라 원고의 입회기간이 연장된 경우에도 피고가 원고의 예약에 대하여 특별회원 요금을 적용하지 않고 비회원 또는 정회원 요금을 적용한 것이 위법함을 전제로 그 차액의 지급을 구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도 있으나, ① 원고는 피고가 제시한 변경된 특별회원 혜택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백하게 하면서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점, ② 원고가 입회기간 자동연장을 선택하였더라도 피고가 제시한 변경된 특별회원 혜택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백하게 한 이상 입회기간만이 연장된다고 볼 수는 없는 점, ③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약정의 입회기간 연장에 관하여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 점, ④ 피고는 이 사건 약정의 입회기간 종료일 다음 날인 2019. 3. 3.부터 원고의 예약에 대하여 비회원 요금을 적용하였고 가처분 결정을 받은 후에야 정회원 요금을 적용하여, 이 사건 약정의 입회기간 자동연장 자체를 부정하는 입장에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가 제시한 변경된 특별회원 혜택에 따라 원고의 입회기간이 연장되었다고도 볼 수 없다).
3. 결론
결국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이와 결론을 다르게 한 제1심판결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기로 한다.
[별지 생략]
판사 정준영(재판장) 민달기 최웅영 |
221,871 | 주주대표소송(손해배상) | 2020나2034989 | 20,210,903 | 선고 | 서울고법 | 민사 | 판결 : 상고 | 甲 주식회사가 ‘4대강 살리기 사업’, ‘영주다목적댐 건설공사’,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공사’와 관련하여 乙 주식회사 등 다른 업체들과 입찰담합을 하였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는 손해를 입자, 甲 회사 발행주식총수의 1만분의 1 이상의 주식을 소유한 주주인 丙 등이 위 담합행위 당시 甲 회사의 대표이사 겸 이사인 丁과 이사인 戊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대표소송을 제기한 사안에서, 丁은 甲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그 임직원이 ‘4대강 살리기 사업’ 관련 입찰담합을 하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하는 행위를 한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었는데도 만연히 이를 방치하여 임무를 게을리하였으므로 그로 인해 甲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丁과 戊 등은 甲 회사의 이사로서 위 입찰담합 등 임직원의 위법행위에 관하여 합리적인 정보 및 보고시스템과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배려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이사의 감시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그로 인해 甲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한 사례 | 甲 주식회사가 ‘4대강 살리기 사업’, ‘영주다목적댐 건설공사’,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공사’와 관련하여 乙 주식회사 등 다른 업체들과 입찰담합을 하였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는 손해를 입자, 甲 회사 발행주식총수의 1만분의 1 이상의 주식을 소유한 주주인 丙 등이 위 담합행위 당시 甲 회사의 대표이사 겸 이사인 丁과 이사인 戊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대표소송을 제기한 사안이다. 丁이 ‘영주다목적댐 건설공사’나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공사’와 관련하여 입찰담합을 지시하였다는 점 또는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하였다는 점에 관하여는 丙 등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나, ‘4대강 살리기 사업’ 입찰담합과 관련하여서는 丁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죄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은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丁은 甲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그 임직원이 ‘4대강 살리기 사업’ 관련 입찰담합을 하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과 건설산업기본법 등 법령을 위반하는 행위를 한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었음에도 만연히 이를 방치하여 임무를 게을리하였으므로 그로 인해 甲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한 다음, 상법상 주식회사의 이사는 대표이사를 비롯한 다른 업무담당이사의 업무집행을 전반적으로 감시할 의무가 있고, 그들의 업무집행이 위법하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음에도 고의 또는 과실로 감시의무를 위반하여 이를 방치한 때에는 그로 말미암아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점, 주식회사 이사의 감시의무는 이사가 직접 집행하는 업무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업무집행 전반에 미치고 피용자가 집행하는 업무도 감시의무의 대상이 되는 점, 고도로 분업화되고 전문화된 대규모의 회사에서 대표이사, 업무담당이사, 그 외의 피용자가 내부적인 사무분장에 따라 각자의 전문 분야를 전담하여 처리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라 할지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사의 감시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는 없고, 이 경우 무엇보다 합리적인 정보 및 보고시스템과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배려할 의무가 이사회를 구성하는 이사들에게 주어지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丁과 戊 등은 甲 회사의 이사로서 그들이 개별 공사에 관한 입찰 업무에 관여하거나 보고받은 사실이 없어 입찰담합에 관하여 알지 못하였고 알 수도 없었으며 이를 의심할 만한 사정 또한 전혀 없었다고 하더라도, 입찰담합 등 임직원의 위법행위에 관하여 합리적인 정보 및 보고시스템과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배려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이사의 감시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그로 인해 甲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한 사례이다. | 상법 제209조 제1항, 제382조 제2항, 제389조 제3항, 제393조, 제399조 제1항, 제403조, 제542조의6 제6항, 민법 제681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9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제1항 제3호, 제8호, 제22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3조 제2호, 제3호, 건설산업기본법 제95조 제1호, 제3호, 제98조 제2항 | null | 【원고, 항소인 겸 피항소인】
경제개혁연대 외 1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씨앤케이 담당변호사 김명수)
【피고, 피항소인 겸 항소인】
피고 1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해광 외 3인)
【피고, 피항소인】
피고 2 외 8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재창 외 2인)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0. 9. 17. 선고 2014가합535259 판결
【변론종결】
2021. 7. 16.
【주 문】
1. 제1심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주식회사 대우건설에,
1) 피고들은 연대하여 별지 인용금액표 ‘4대강 사업 입찰담합 관련 인용금액(원)’란 기재의 각 돈,
2) 피고 9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별지 인용금액표 ‘영주댐 입찰담합 관련 인용금액(원)’란 기재의 각 돈,
3) 피고 1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별지 인용금액표 ‘인천지하철 입찰담합 관련 인용금액(원)’란 기재의 각 돈과
위 각 돈에 대하여 별지 인용금액표 ‘지연손해금 기산일’란 기재 각 날짜부터 2021. 9. 3.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나.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총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3. 제1의 가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및 원고들의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주식회사 대우건설에, 피고들은 연대하여 9,697,000,000원, 피고 9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2,491,000,000원, 피고 1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16,032,000,000원과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피고 1의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피고 1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피고 1에 대한 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기초 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주식회사 대우건설(이하 ‘주식회사’ 표시는 모두 생략한다)은 토목, 건축, 주택건설 등의 영업을 하는 회사인데, 2011년을 기준으로 자본금은 약 2조 781억 원, 매출액은 약 7조 318억 원, 영업이익은 약 3,648억 원, 당기순이익은 약 2,267억 원, 상시 종업원 수는 약 4,789명, 토건 시공능력 평가액은 6위였고, 발행주식총수는 415,622,638주이다.
2) 원고들은 대우건설 발행주식을 2013. 9. 이전부터 아래의 표와 같이 소유하고 있는 주주들인데, 소유한 발행주식 수의 합계는 42,750주로 대우건설 발행주식총수의 1/10000을 초과한다.
순번원고발행주식 수(주)순번원고발행주식 수(주)1경제개혁연대448원고 842,6002원고 2219원고 9103원고 32010원고 1024원고 41011원고 1125원고 51012원고 1216원고 61013원고 13107원고 710합계42,750
3) 피고들은 아래의 표와 같이 대우건설의 대표이사, 이사, 사내이사, 사외이사, 감사위원 등으로 재직하였던 사람들이다(직위와 재직기간은 법인등기부의 기재를 기준으로 한다).
순번피고직위 재직기간1피고 1대표이사 겸 이사2008. 3. 14.~2011. 1. 25.대표이사 겸 사내이사2011. 1. 25.~2013. 5. 23.2피고 2대표이사 겸 이사2006. 12. 22.~2009. 3. 27.대표이사 겸 사내이사2009. 3. 27.~2010. 1. 15.3피고 3사외이사2009. 3. 27.~2010. 12. 15.감사위원2010. 3. 26.~2010. 12. 15.4피고 4이사2008. 3. 14.~2009. 2. 4.사외이사2009. 2. 4.~2014. 1. 24.감사위원2009. 3. 27.~2011. 1. 25.5피고 5이사2006. 12. 22.~2009. 3. 27.사외이사2009. 3. 27.~2011. 1. 25.6피고 6이사 겸 감사위원2006. 12. 22.~2009. 3. 27.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2009. 3. 27.~2011. 1. 25.7피고 7이사2006. 12. 22.~2009. 3. 27.사내이사2009. 3. 27.~2010. 1. 15.8피고 8이사2008. 3. 14.~2010. 3. 19.9피고 9이사 겸 감사위원회위원2003. 12. 23.~2006. 12. 22.이사 겸 감사위원2006. 12. 22.~2009. 3. 27.10피고 10이사 겸 감사위원2006. 12. 22.~2009. 3. 27.사외이사 겸 감사위원2009. 3. 27.~2010. 3. 19.
나. 대우건설의 4대강 살리기 사업 1차 턴키공사 관련 입찰담합
1) 2007년 말 ‘한반도 대운하 건설사업’을 민자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대우건설 등 5개 대형 건설사는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였고, 이후 9개 건설사가 추가로 공동수급체에 합류한 후 14개 건설사 사이에서 ‘한반도 대운하 건설사업’에 관하여 대우건설이 14.4%의 지분(현대건설 15.4%, 삼성물산, 대림산업, 지에스건설 각 14.4%, 나머지 건설사 각 3.0%)을 갖기로 하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2) 2008. 6. 19. 정부는 여론 악화 등을 이유로 ‘한반도 대운하 건설사업’의 중단을 선언하였고, 2008. 12. 15.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중단된 기존의 민자사업 형태의 ‘한반도 대운하 건설사업’을 국가예산을 투입하는 재정사업의 형태로 변경한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추진이 결정되었으며, 2009. 6. 8.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최종 확정ㆍ발표되었다.
3) 그런데 ‘한반도 대운하 건설사업’의 공동수급체를 구성하고 있던 대우건설 등 14개 건설사에 추가로 5개 건설사가 합류하여 2009. 4. 무렵 19개 건설사가 ‘4대강 살리기 사업’에 관하여 현대건설 9.0%, 삼성물산, 에스케이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지에스건설 각 8.0%, 포스코건설 6.9%, 현대산업개발 6.0%, 금호산업 4.2%, 한화건설 등 나머지 회사 각 3.3%의 지분을 갖기로 합의하였다.
4) 위와 같은 지분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지던 중인 2009. 2. 9.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선도사업으로 금강 1공구의 입찰이 공고되었는데, 그 공고 전에 금강 1공구가 재정사업으로 발주될 것임을 알고 있었던 대우건설 등 5개 건설사는 대우건설이 금강 1공구를 배분받는 데 합의하였고, 2009. 4. 21. 그 입찰이 실시되어 2009. 5. 14. 대우건설이 낙찰자로 선정되었다.
5) 2009. 4. 말 무렵 ‘4대강 살리기 사업’ 1차 턴키공사에서 건설할 15개 보(堡)가 확정되자, 대우건설 등은 위와 같은 지분에 관한 합의를 기초로 하여 ‘4대강 살리기 사업’ 선도사업(금강 1공구)과 1차 턴키공사에 포함되는 16개 공구 중 영산강 공구(2개 공구)를 제외한 나머지 14개 공구에 대하여 현대건설, 삼성물산, 에스케이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지에스건설이 각 2개 공구를, 포스코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이 각 1개 공구를 배분받기로 하는 합의를 하였다.
6) ‘4대강 살리기 사업’ 1차 턴키공사는 2009. 6. 29. 최초 공고되어 2009. 9. 무렵 입찰이 이루어졌는데, 그 결과 낙동강 32공구 입찰에서 삼성물산 대신 두산건설이 낙찰자로 선정된 것을 제외하고는 공구배분에 참여한 대우건설 등 8개사는 사전에 결정한 주력 공구의 낙찰자로 모두 선정되었다.
7)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우건설 등 건설사가 위와 같이 ‘4대강 살리기 사업’에 관하여 지분에 관한 합의를 한 것과 공구배분에 관한 합의를 한 것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19조 제1항 제3호의 부당한 공동행위 등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12. 8. 31. 대우건설에 대하여 시정명령과 96억 9,700만 원의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였다(전원회의 의결 제2012-199호). 이에 대하여 대우건설은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2014. 6. 13. 청구기각의 판결(서울고등법원 2012누29303)을, 2014. 10. 30. 상고기각의 판결(대법원 2014두10394)을 각 선고받았다.
8) 또한, 대우건설과 당시 대우건설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경영 전반을 총괄하였던 피고 1, 당시 대우건설의 토목사업본부장으로 재직한 소외 7 등은 위와 같은 공구배분의 합의와 이에 따른 입찰행위 등으로 건설산업기본법 제95조 제1호, 제3호, 제98조 제2항을 위반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고, 2014. 2. 6. 피고 1과 소외 7에 대하여는 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대우건설에 대하여는 벌금 7,500만 원의 판결이 선고되었으며(서울중앙지방법원 2013고합998), 그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다. 대우건설의 영주다목적댐 건설공사 관련 입찰담합
1) 한국수자원공사가 2009. 7. 10. 영주다목적댐 건설공사에 관하여 발주 및 입찰공고를 하여 설계ㆍ시공 일괄입찰방식으로 입찰이 진행되었는데, 원고와 삼성물산은 각자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여 입찰에 참가하여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에서 모두 입찰참가 적격자로 선정되었다.
2) 원고의 설계업무를 담당하던 소외 1 차장은 2009. 10. 1. 무렵 삼성물산 소외 2 부장 등과 만나 위 입찰의 기본설계에 관하여 "① 여수로 감세공은 200년 빈도 홍수량을 기준으로 설계한다. ② 생태 교량과 어도는 설계 내용에 포함하지 않는다. ③ 배사문은 한 개조만 설계에 반영한다. ④ 수리모형실험 결과는 입찰 시 제출하는 보고서 등에 수록한다."라고 합의하였고, 2009. 10. 8. 이에 관한 합의서를 작성하였다.
3) 2009. 11. 19. 개찰 결과 삼성물산이 실시설계 적격자(낙찰자)로 선정되어 2009. 12. 30. 수자원공사와 총공사계약금액 2,214억 3,000만 원에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4)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우건설, 삼성물산 등이 영주다목적댐 건설공사 입찰에 참여하면서 사전에 공동으로 특정 공정 및 설비 등을 기본 설계 등에서 제외하거나 포함시킬지 여부 등을 합의함으로써 설계 또는 시공의 방법, 그 밖에 입찰의 경쟁요소가 되는 사항 등을 제한하는 등 국내 건설공사 설계ㆍ시공 일괄 입찰시장에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하여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8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3조 제2호와 제3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13. 3. 18. 대우건설에 대하여 시정명령과 24억 9,100만 원의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였다(전원회의 의결 제2013-048호). 이에 대하여 대우건설은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2014. 9. 5. 시정명령 중 일부만을 취소하고 나머지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서울고등법원 2013누45081)을 선고받았다[이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만이 상고하여(과징금 부과명령 부분은 그대로 확정) 2016. 7. 22. 파기환송 판결이 선고되었고(대법원 2014두42643), 파기환송 후인 2016. 10. 12. 대우건설이 소를 취하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6누56693)].
라. 대우건설의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공사 관련 입찰담합
1)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공사는 201공구에서 216공구까지 16개 공구로 분할되어 설계ㆍ시공 일괄입찰공사방식으로 입찰이 진행되었는데, 대우건설은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공사 중 207공구에 관한 입찰과 209공구에 관한 입찰에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여 참여하였다.
2) 대우건설의 국내영업본부 상무보 소외 3는 2009. 1. 무렵 현대건설의 국내영업본부 부장 소외 4에게 연락하여 "대우건설이 추진 중인 207공구의 입찰에 현대건설이 들러리로 참여하여 달라."고 제안하였고, 소외 4는 내부 회의를 거쳐 이에 동의하였다. 소외 3와 소외 4 등은 그 무렵부터 현대건설의 설계 품질과 투찰가격을 조율하였고, 현대건설은 대우건설보다 더 낮은 설계점수를 받도록 작성한 설계서를 제출하고 대우건설의 투찰가격에 근접한 가격으로 투찰하였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과 현대건설이 2009. 4. 17. 참여한 207공구 입찰에서 대우건설이 낙찰자로 선정되어 2009. 6. 12. 공사도급계약이 체결되었다.
3) 대우건설의 영업팀장 소외 5는 2009. 1. 무렵 에스케이건설 국내영업팀장 소외 6으로부터 "에스케이건설이 추진 중인 209공구의 입찰에 대우건설이 들러리로 참여하여 달라."는 제안을 받았고, 소외 5는 대우건설 내부 회의를 거쳐 이에 동의하였다. 소외 5와 소외 6 등은 그 무렵부터 대우건설의 설계 품질과 투찰가격을 조율하였고, 대우건설은 에스케이건설보다 더 낮은 설계점수를 받도록 작성한 설계서를 제출하고 에스케이건설의 투찰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 투찰하였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과 에스케이건설이 2009. 4. 17. 참여한 209공구 입찰에서 에스케이건설이 낙찰자로 선정되어 2009. 6. 9. 공사도급계약이 체결되었다.
4)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우건설 등이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공사의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예정자를 선정함과 동시에 이들이 낙찰을 받을 수 있도록 다른 사업자가 형식적으로 입찰에 참가하는 내용의 합의를 하고 그 합의에 따라 실제 입찰에 참여한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8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14. 1. 8. 대우건설 등을 고발한다는 결정을 하였고(전원회의 결정 제2014-006호), 2014. 2. 25. 대우건설에 대하여 시정명령과 160억 3,200만 원의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였다(전원회의 의결 제2014-030호).
5) 대우건설은 위와 같은 공정거래법 위반죄로 공소가 제기되어 2014. 8. 20. 벌금 1억 원을 선고받았고[인천지방법원 2014고단2277, 2651(병합)(분리)], 이에 대하여 항소하였으나 2015. 3. 20. 항소기각의 판결을 선고받았으며(인천지방법원 2014노2950), 그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마. 원고들의 이 사건 소제기 경위
1) 원고들은 2014. 4. 10. 대우건설의 당시 감사위원 3명에게, ① 4대강 살리기 사업 1차 턴키공사 관련 입찰담합(이하 ‘4대강 사업 입찰담합’이라 한다), ② 영주다목적댐 건설공사 관련 입찰담합(이하 ‘영주댐 입찰담합’이라 한다), ③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공사 관련 입찰담합(이하 ‘인천지하철 입찰담합’이라 하고, 위의 ① 내지 ③의 3개 입찰담합을 통틀어 ‘이 사건 입찰담합’이라 한다) 등에 관하여 피고들을 비롯한 대우건설의 이사들이 공정거래법 등의 법령에 위반한 행위를 하였거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를 방지할 임무를 해태하여 대우건설이 과징금을 납부하는 손해를 입었으므로, ① 4대강 사업 입찰담합에 관하여 피고들을 상대로, ② 영주댐 입찰담합에 관하여 피고 9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을 상대로, ③ 인천지하철 입찰담합에 관하여 피고 3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을 상대로 상법 제399조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할 것을 청구한다는 내용의 소제기 청구서를 보냈다.
2) 대우건설이 그 소제기 청구서를 받고도 30일 이내에 피고들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지 않자, 원고들은 2014. 5. 23.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5호증, 을 제3,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들
1) 피고 1은 대우건설의 대표이사로서 이 사건 입찰담합을 지시하였거나 이를 알고도 방치하였다.
2) 또한, 대우건설의 이사인 피고들은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운영되도록 하여 이 사건 입찰담합을 미연에 방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하였다.
3) 이에 따라 대우건설 소속 임직원이 이 사건 입찰담합을 하여 대우건설이 과징금 등을 납부하는 손해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들은 상법 제399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입찰담합으로 대우건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피고들
1) 피고 1은 이 사건 입찰담합을 지시하지 않았고 이를 사전에 알지도 못하였다. 피고 1이 4대강 사업 입찰담합과 관련한 형사재판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한 것은 입찰담합을 지시하거나 이에 관한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대우건설의 대표이사로서 최종적인 책임을 진다는 취지에서 한 것이었다.
2) 피고들은 대우건설의 이사로서 대표이사 또는 다른 이사들의 위법한 업무집행에 관하여 내부통제시스템 등을 통해 위법하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드러났을 때 이사회 참석 및 결의 등을 통하여 감시와 감독을 해야 하는 주의의무를 부담할 뿐, 대우건설 임직원들의 모든 업무와 행위에 관한 포괄적인 감시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3) 피고들이 대우건설의 이사로 재직할 당시 대우건설의 대표이사 또는 다른 이사들의 이 사건 입찰담합과 관련한 위법한 업무집행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었고, 개별 공사에 관한 입찰 업무에 전혀 관여하지 않아 이 사건 입찰담합에 관하여 알지 못하였고 알 수도 없었으며, 개별 공사에 관한 입찰 업무는 이사회의 결의사항도 아니었다.
4) 피고들이 대우건설의 이사로 재직할 당시 대우건설은 다른 대기업 수준의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었고, 이 사건 입찰담합 등 다수의 입찰담합 문제가 드러난 것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 등의 처분을 받은 2014년 이후이므로, 이 사건 입찰담합 당시 피고들이 추가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ㆍ운영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
3.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피고 1의 손해배상책임
대표이사는 회사의 영업에 관하여 재판상ㆍ재판 외의 모든 행위를 할 권한이 있으므로(상법 제389조 제3항, 제209조 제1항 참조) 모든 직원의 직무집행을 감시할 의무를 부담하고, 직원의 직무집행이 위법하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음에도 감시의무를 위반하여 이를 방치한 때에는 이로 말미암아 회사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부담한다.
피고 1이 4대강 사업 입찰담합과 관련한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죄로 기소되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 그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 사실은 앞에서 인정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2. 6. 선고 2013고합998 판결). 또한 갑 제27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2013. 11. 21. 위 형사재판의 제1회 공판기일에서 피고 1의 변호인은 "피고 1은 대우건설 토목사업본부 및 국내영업본부가 4대강 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집행임원회의라는 모든 본부 임원들이 참석하는 자리에서 대우건설이 입찰에 참여하는 4개의 공구 중에 2개 공구는 주력 공구, 2개 공구는 예비공구라는 취지의 보고를 받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피고 1은 위와 같은 보고를 받고 건설회사에서 평생을 근무한 대표이사였기 때문에 아마 다른 건설회사들과 협의를 하면서 4대강 사업을 추진하고 있을 것이라는 짐작은 하고 있었던 것은 인정하고 있습니다."라고 진술한 사실이 인정된다.
이러한 사실에 의하면, 대우건설의 대표이사인 피고 1은 그 임직원이 4대강 사업에 입찰하는 직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담합을 하여 공정거래법과 건설산업기본법 등 법령을 위반하는 행위를 한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었음에도 만연히 이를 방치함으로써 그 임무를 게을리하였으므로, 그로 인해 대우건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한편 피고 1이 영주댐 입찰담합, 인천지하철 입찰담합을 지시하였다는 점 또는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방치하였다는 점에 관하여는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2) 피고들의 이 사건 입찰담합 관련 감시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상법 제393조 제2항은 "이사회는 이사의 직무의 집행을 감독한다.", 제3항은 "이사는 대표이사로 하여금 다른 이사 또는 피용자의 업무에 관하여 이사회에 보고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제4항은 "이사는 3월에 1회 이상 업무의 집행상황을 이사회에 보고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주식회사의 이사는 이사회의 일원으로서 이사회에 상정된 의안에 대하여 찬부의 의사표시를 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담당업무는 물론 대표이사를 비롯한 다른 업무담당이사의 업무집행을 전반적으로 감시할 의무가 있고, 대표이사나 다른 업무담당이사의 업무집행이 위법하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음에도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감시의무를 위반하여 이를 방치한 때에는 그로 말미암아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또한, 주식회사의 업무는 대표이사ㆍ업무담당이사의 지휘하에 분업적,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므로, 이사의 감시의무는 이사가 직접 집행하는 업무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업무집행 전반에 미치고, 따라서 피용자가 집행하는 업무도 감시의무의 대상이 된다.
한편 주식회사의 이사가 부담하는 감시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회사의 규모나 조직, 업종, 법령의 규제, 영업상황 및 재무상태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는데, 고도로 분업화되고 전문화된 대규모의 회사에서 대표이사 및 업무담당이사, 그 외의 피용자가 내부적인 사무분장에 따라 각자의 전문 분야를 전담하여 처리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라 할지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사의 감시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는 없고, 그 경우 무엇보다 합리적인 정보 및 보고시스템과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배려할 의무가 이사회를 구성하는 이사들에게 주어진다. 따라서 이사가 위와 같은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거나 그것이 구축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이용한 회사의 업무집행에 대한 감시ㆍ감독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결과 다른 이사 또는 피용자의 위법하거나 부적절한 업무집행 등 이사들이 주의를 요하는 위험이나 문제점을 알지 못한 경우라면, 다른 이사 또는 피용자의 위법하거나 부적절한 업무집행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면할 수는 없고, 위와 같이 지속적이거나 조직적인 감시 소홀의 결과로 발생한 다른 이사나 피용자의 위법한 업무집행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펴보면, 대우건설의 이사인 피고들이 개별 공사에 관한 입찰 업무에 관여하거나 보고받은 사실이 없어 이 사건 입찰담합에 관하여 알지 못하였고 알 수도 없었으며 이를 의심할 만한 사정 또한 전혀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고들은 이 사건 입찰담합 등 임직원의 위법행위에 관하여 합리적인 정보 및 보고시스템과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배려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이사의 감시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이 사건 입찰담합 당시 대우건설은 윤리강령, 윤리세칙, 기업행동강령 등을 제정해 시행한 상태였고, 임직원을 대상으로 윤리경영교육, 건설 하도급 공정거래법 교육 등을 시행하였으나(을 제5, 6호증, 제1심법원의 대우건설에 대한 2020. 5. 7. 자 사실조회회신 결과), 이는 단지 임직원의 직무수행에 관한 추상적이고 포괄적 지침 또는 사전 교육에 불과할 뿐, 입찰담합 등의 위법행위가 의심되거나 확인되는 경우 이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여 보고하고 나아가 위법행위를 통제하는 장치라고는 볼 수 없고, 이 사건 입찰담합 당시 대우건설은 내부적으로 임직원의 입찰담합 시도를 방지, 차단하기 위하여 그 어떤 합리적인 정보 및 보고시스템이나 내부통제시스템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② 피고들의 주장이나 제1심법원의 대우건설에 대한 2020. 5. 7. 자 사실조회회신 결과에 의하면 이 사건 입찰담합을 비롯한 대우건설이 관련된 입찰담합은 모두 이사 또는 이사회에 보고되지 않고 담당 본부장의 책임 아래 개별 본부(국내영업본부, 토목사업본부 등)에 소속된 임직원에 의하여 행하여졌다는 것이므로, 결국 이 사건 입찰담합에 관여한 대우건설의 임직원은 피고들을 비롯한 이사들로부터 아무런 제지나 견제를 받지 않았다는 것과 다름없다. 또한, 대우건설은 2005년부터 2018년까지 입찰담합에 관여한 대우건설의 임직원 중에서 징계를 받은 사람이 있는지에 관한 제1심법원의 사실조회에 대하여 담합에 관여한 대부분의 임직원들은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 자진 사직하였다고 회신하였을 뿐이므로(제1심법원의 대우건설에 대한 2020. 7. 2. 자 사실조회회신 결과), 결국 대우건설은 입찰담합에 관여한 임직원들에 대하여 독립적인 조사절차 또는 징계절차도 전혀 운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의 임직원들은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에서 입찰담합 등의 위법행위가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측면이 있다고 진술하였고(갑 제22, 24호증), 입찰담합을 주도한 직원이 오히려 임원으로 승진하기도 하였다(갑 제17호증 제10면). 이러한 사정들은 모두 이 사건 입찰담합 당시 대우건설의 내부통제시스템이 부재하였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③ 대우건설은 2003년부터 2018년까지 입찰담합과 관련하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모두 20회의 과징금 부과명령을 받은 사실이 있고 이 사건 입찰담합 이전에도 2003년부터 2005년 사이에 발생한 3건의 입찰담합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어 2004년부터 2007년 사이에 과징금 부과명령 등의 처분을 받았다고 회신하였다(제1심법원의 대우건설에 대한 2020. 7. 2. 자 사실조회회신 결과 및 이 법원의 대우건설에 대한 사실조회회신 결과). 또한, 공정거래위원회는 2005년부터 2018년 사이에 대우건설이 관련된 18건의 입찰담합을 적발하여 과징금 부과명령 등의 처분을 하였다고 회신하였는데(이 법원의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사실조회회신 결과), 해당 사건의 접수일자가 2010년부터 2015년 사이에 집중되어 있는 점(이 사건 입찰담합의 공정거래위원회 접수일자는 2012년부터 2013년 사이이다)에 비추어 그 대부분은 피고들의 전부 또는 일부가 대우건설의 이사로 재직하던 2006년부터 2013년 사이에 일어난 입찰담합으로 보인다(대우건설은 2013년 이후에는 입찰담합을 한 사실이 없다고 회신하였다). 게다가 대우건설이 2004. 8. 무렵 관여한 서울 지하철 7호선 건설공사 입찰담합과 관련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2007. 7. 25.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명령, 고발 결정을 하였고(전원회의 의결 제2007-361호, 갑 제40호증), 이에 따라 대우건설에 대하여 공정거래법 위반죄 등으로 공소가 제기되어 2008. 2. 14. 제1심에서 벌금형의 유죄판결이 선고되었으며, 피고들이 대우건설의 이사로 재직 중일 때에도 그 사건이 항소심 또는 상고심에 계속 중이었다(갑 제14호증 제19면). 피고들의 이사 취임 이전에 발생한 것을 포함하여 대우건설의 입찰담합 관여 사실은 대부분 언론에 보도되어 일반에 알려졌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대규모 공사의 경우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건설회사는 대우건설과 같은 토건 시공능력 평가액 상위권에 있는 대형 건설회사로 한정되므로 대형 건설회사들 사이에 입찰담합 등 부당한 공동행위의 가능성이 상시 존재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들을 비롯한 대우건설의 이사들은 임직원의 입찰담합 시도를 방지, 차단하기 위한 어떠한 보고 또는 조치도 요구하지 않았고, 이와 관련한 내부통제시스템의 구축 또는 운용에 관하여도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④ 대우건설과 같은 상장회사에 대하여 준법통제에 관한 기준 및 절차를 마련하고 준법지원인을 두어 준법통제기준 준수 여부에 관한 점검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인 상법 제542조의13이 신설된 것은 이 사건 입찰담합 발생 이후인 2011. 4. 14.이기는 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미 2008년에 대규모 주식회사의 이사에 대하여 합리적인 정보 및 보고시스템과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배려할 의무가 있다고 선언하였음에도(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다68636 판결,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다68834 판결,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다31518 판결 참조), 피고들을 비롯한 대우건설의 이사들은 이와 관련한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 대우건설이 윤리, 준법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이른바 컴플라이언스팀을 신설한 것은 피고들이 모두 퇴임하고 다수의 입찰담합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2014년 이후의 일이다(이 법원의 대우건설에 대한 사실조회회신 결과).
⑤ 피고들은 개별 공사에 관한 입찰 업무는 이사회의 결의사항이 아니었을 뿐 아니라 이와 관련된 보고를 받는 등으로 관여한 사실도 전혀 없어 감시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할 뿐이고, 피고들이 이사회 등을 통하여 대우건설의 내부통제시스템의 구축 및 운용에 관하여 어떤 보고나 조치를 요구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는 전혀 없다. 결국 피고들은 대우건설의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이사회에 상정된 의안에만 관여하였을 뿐, 상법 제393조가 정한 권한 등을 행사하여 회사의 전반적인 업무집행에 대한 감시ㆍ감독 등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들은 이사의 감시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대우건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1) 피고들의 개별적인 책임 범위
앞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대우건설이 관여한 이 사건 입찰담합 중 4대강 사업 입찰담합은 2009. 2.부터 2009. 9.까지, 영주댐 입찰담합은 2009. 10.부터 2009. 12.까지, 인천지하철 입찰담합은 2009. 1.부터 2009. 6.까지 각 실행되었는데, 이를 피고들의 이사 재직기간과 비교하면 피고 1, 피고 2, 피고 3, 피고 4, 피고 5, 피고 6, 피고 7, 피고 8, 피고 10의 경우 그들의 대우건설 이사 재직기간 중에 이 사건 입찰담합 3건이 실행되었고, 피고 9의 경우 4대강 사업 입찰담합과 인천지하철 입찰담합은 그의 이사 재직기간 중에 실행되었으나 영주댐 입찰담합은 그의 퇴임 후에 실행되었다. 한편 원고들은 4대강 사업 입찰담합 관련 손해배상은 피고들 모두에 대하여, 영주댐 입찰담합 관련 손해배상은 피고 9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에 대하여, 인천지하철 입찰담합 관련 손해배상은 피고 1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에 대하여 각 청구하고 있다.
따라서 4대강 사업 입찰담합과 관련한 대우건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피고들 모두가 연대하여 부담하고, 영주댐 입찰담합과 관련한 대우건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피고 9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이 연대하여 부담하며, 인천지하철 입찰담합과 관련한 대우건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피고 1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이 연대하여 부담하게 된다.
2) 대우건설의 개별적인 손해액
앞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대우건설은 ① 4대강 사업 입찰담합으로 인해 과징금 96억 9,700만 원과 벌금 7,500만 원을 납부하여 합계 97억 7,200만 원의 손해를 입었고, ② 영주댐 입찰담합으로 인해 과징금 24억 9,100만 원을 납부하여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으며, ③ 인천지하철 입찰담합으로 인해 과징금 160억 3,200만 원과 벌금 1억 원을 납부하여 합계 161억 3,200만 원의 손해를 입었다.
3) 손해배상책임의 제한
이사가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해태함으로써 회사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경우 그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사업의 내용과 성격, 이사의 임무위반의 경위 및 임무위반행위의 태양, 회사의 손해 발생 및 확대에 관여된 객관적인 사정이나 그 정도, 평소 이사 또는 감사의 회사에 대한 공헌도, 임무위반행위로 인한 당해 이사 또는 감사의 이득 유무, 회사의 조직체계의 흠결 유무나 위험관리체제의 구축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그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다.
피고들이 대우건설에 대하여 부담하는 손해배상액을 제한함에 있어서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기로 한다.
① 피고 1, 피고 2는 대표이사로, 피고 7, 피고 8은 이사(사내이사)로, 나머지 피고들은 대우건설 외부에서 영입되어 비상임인 이사(사외이사)로 각 재직하였다. 대표이사는 회사의 영업에 관하여 재판상ㆍ재판 외의 모든 행위를 할 권한이 있어 모든 직원의 직무집행을 감시할 의무를 부담하므로 감시의무 위반의 책임이 더 무겁다고 할 수 있다.
② 피고 3은 2009. 3. 27.부터 대우건설의 사외이사로 재직하였고, 피고 9는 2009. 3. 27.까지 대우건설의 비상임 이사로 재직하였으므로, 이들의 재직기간 중에는 4대강 사업 입찰담합과 인천지하철 입찰담합의 각 일부만이 실행되었다.
③ 피고들이 이사 재직기간 동안 대우건설로부터 받은 급여의 합계액은 아래의 표와 같다(이 법원의 대우건설에 대한 사실조회회신 결과).
순번피고급여 합계액(원)1피고 12,731,191,2502피고 22,155,383,2803피고 392,000,0004피고 4279,200,0005피고 5197,367,4006피고 6197,367,4007피고 7331,600,0008피고 809피고 9252,000,00010피고 10157,367,400
④ 4대강 사업 입찰담합의 경우 정부가 15개 전 공구의 동시 발주 및 단기간 내 일괄 준공을 목표로 입찰공고를 하는 등 입찰담합의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있다.
⑤ 피고 1은 대우건설 임직원이 4대강 사업에 입찰하는 직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입찰담합을 하여 공정거래법과 건설산업기본법 등 법령을 위반하는 행위를 한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었음에도 만연히 이를 방치한 잘못이 있다. 이를 제외하고 피고들이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은 대우건설 임직원의 업무집행이 위법하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음에도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감시의무를 위반하여 이를 방치하는 등 적극적으로 감시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 임직원의 위법행위에 관하여 합리적인 정보 및 보고시스템과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배려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에 기인한 것으로 그 임무위반의 위법성이 크다고는 볼 수 없다.
⑥ 피고 3, 피고 4, 피고 5, 피고 6, 피고 9, 피고 10의 경우 각자의 전문분야에 따라 대우건설의 경영에 관한 자문을 위해 비상임 이사 또는 사외이사로 재직하였고, 대우건설의 영업이나 공사 입찰에 관하여 별다른 지식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이 법원의 대우건설에 대한 사실조회회신 결과). 또한, 대우건설이 이들에게 내부통제시스템의 구축 및 운용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도 감시의무 위반의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판단된다.
⑦ 대법원이 대규모 주식회사의 이사에 대하여 합리적인 정보 및 보고시스템과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배려할 의무가 있다고 선언한 것은 2008년 무렵이고, 그 이전에는 대표이사나 다른 업무담당이사의 업무집행이 위법하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이사의 감시의무 위반을 인정하였다. 또한, 상장회사에 대하여 준법통제 기준 및 절차를 마련하고 준법지원인을 두도록 한 상법 제542조의13의 규정은 2011. 4. 14.에 신설되었다.
⑧ 피고들은 이사의 감시의무 위반으로 개인적인 이득을 취득한 것이 없다. 피고 1은 4대강 사업 입찰담합으로 형사처벌을 받았고 약 36년 동안 대우건설에서 근무하였다. 이 사건 입찰담합은 대우건설의 영업상 이익을 위하여 임직원들이 주도하여 실행되었다.
따라서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아래의 표와 같이 제한한다.
순번피고관련 손해액제한된 손해배상책임1피고 14대강 사업 9,772,000,000원 350,000,000원영주댐2,491,000,000원45,000,000원2피고 24대강 사업9,772,000,000원 175,000,000원영주댐2,491,000,000원45,000,000원인천지하철16,132,000,000원290,000,000원3피고 34대강 사업9,772,000,000원 17,500,000원영주댐2,491,000,000원4,500,000원인천지하철16,132,000,000원29,000,000원4피고 44대강 사업9,772,000,000원 26,000,000원영주댐2,491,000,000원7,000,000원인천지하철16,132,000,000원43,000,000원5피고 54대강 사업9,772,000,000원 26,000,000원영주댐2,491,000,000원7,000,000원인천지하철16,132,000,000원43,000,000원6피고 64대강 사업9,772,000,000원 26,000,000원영주댐2,491,000,000원7,000,000원인천지하철16,132,000,000원43,000,000원7피고 74대강 사업9,772,000,000원 35,000,000원영주댐2,491,000,000원9,000,000원인천지하철16,132,000,000원58,000,000원8피고 84대강 사업9,772,000,000원 17,500,000원영주댐2,491,000,000원4,500,000원인천지하철16,132,000,000원29,000,000원9피고 94대강 사업9,772,000,000원17,500,000원인천지하철16,132,000,000원29,000,000원10피고 104대강 사업9,772,000,000원 26,000,000원영주댐2,491,000,000원7,000,000원인천지하철16,132,000,000원43,000,000원
다. 소결
대우건설에, ① 4대강 사업 입찰담합과 관련한 손해배상으로 피고들은 연대하여 별지 인용금액표 ‘4대강 사업 입찰담합 관련 인용금액(원)’란 기재의 각 돈을, ② 영주댐 입찰담합과 관련한 손해배상으로 피고 9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별지 인용금액표 ‘영주댐 입찰담합 관련 인용금액(원)’란 기재의 각 돈을, ③ 인천지하철 입찰담합과 관련한 손해배상으로 피고 1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별지 인용금액표 ‘인천지하철 입찰담합 관련 인용금액(원)’란 기재의 각 돈과,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 날인 별지 인용금액표 ‘지연손해금 기산일’란 기재 각 날짜부터 피고들이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1. 9. 3.까지는 민법에 따른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하므로, 이와 같이 제1심판결을 변경하기로 한다[한편 원고들은 대우건설의 주주로서 상법 제403조에 따라 대우건설을 위하여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점, 이 사건과 같은 일부 패소의 경우에 각 당사자가 부담할 소송비용은 법원이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재량에 의해 정할 수 있는 것이고 반드시 청구액과 인용액의 비율만으로 정해야 하는 것은 아닌 점(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5다38324 판결 등 참조), 민사소송 등 인지규칙 제15조 제1항, 제18조의2는 주주의 대표소송은 소가를 산출할 수 없는 소송으로 보아 그 소가를 5,000만 원으로 하고 있는데, 그 취지는 주주 대표소송의 활성화에 있는 것으로 보이고, 이는 소송비용의 부담을 정함에 있어서도 고려하는 것이 타당한 점 등을 종합하여, 소송총비용은 각자 부담하는 것으로 정한다].
[별 지] 인용금액표: 생략
판사 정준영(재판장) 민달기 최웅영 |
220,949 | 임금 | 2021나50577 | 20,210,908 | 선고 | 부산고등법원 | 민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원고, 피항소인】
별지와 같음
【원고, 피항소인 겸 항소인】
원고 87
【원고, 피항소인 겸 부대항소인】
원고 76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민심 담당변호사 변영철 외 1인)
【피고, 항소인 겸 피항소인 겸 부대피항소인】
학교법인 동아학숙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박상훈 외 2인)
【제1심판결】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20. 12. 17. 선고 2019가합102432 판결
【변론종결】
2021. 7. 7.
【주 문】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 87의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 87에게 13,297,536원 및 이에 대하여 2017. 9. 15.부터 2021. 9. 8.까지는 연 5%, 2021. 9. 9.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제1심판결 중 원고 76, 원고 82, 원고 83에 관한 부분을 이 법원에서 확장된 청구를 포함하여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피고는,
1) 원고 76에게 65,809,587원 및 위 돈 중,
가) 42,633,470원에 대하여는 2020. 3. 15.부터 2020. 12. 17.까지는 연 5%, 2020. 12. 18.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
나) 19,863,480원에 대하여는 2020. 3. 15.부터 2021. 9. 8.까지는 연 5%, 2021. 9. 9.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2) 원고 82에게 14,950,443원 및 위 돈 중,
가) 5,593,500원에 대하여는 2017. 3.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
나) 8,865,024원에 대하여는 2017. 3. 15.부터 2021. 9. 8.까지는 연 5%, 2021. 9. 9.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3) 원고 83에게 32,455,051원 및 위 돈 중,
가) 17,603,580원에 대하여는 2018. 3.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
나) 14,163,720원에 대하여는 2018. 3. 15.부터 2021. 9. 8.까지는 연 5%, 2021. 9. 9.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나. 원고 76, 원고 82, 원고 83의 각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원고 87의 나머지 항소와 피고의 항소를 각 기각한다.
4. 원고 87, 원고 76, 원고 82, 원고 83과 피고 사이에 생긴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하고, 나머지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생긴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5. 제1항 중 금전지급을 명한 부분과 제2의 가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6. 사망한 △△△의 소송수계인들의 수계에 따라 제1심판결 중 △△△에 대한 부분은 다음과 같이 변경되었다.
피고는 원고 □□□에게 5,048,083원 및 위 돈 중 4,908,454원에 대하여, 원고 ◇◇◇, ☆☆☆에게 각 3,365,389원 및 위 각 돈 중 3,272,303원에 대하여 각 2017. 9.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7. 제1심판결의 주문 제1항의 별지2 인용 범위 제1항 중 원고 76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지연이자’란 기재 중 "2020. 2. 26."을 "2019. 12. 26."로 경정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원고들의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3-1 변경된 청구 범위의 각 원고별 ‘청구금액’란 기재 각 돈 및 그 중 ‘원금합계’란 기재 각 돈에 대하여 ‘지연이자’란 기재와 같이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① 원고 76, 원고 82, 원고 83은 이 법원에서 미지급 명예퇴직수당 청구를 추가하고 지연손해금 비율을 높이는 등으로 청구취지를 확장하였는데, 제1심판결에 대하여 위 원고들은 항소를 제기하지 아니하였고, 피고만이 위 원고들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위 청구취지 확장은 부대항소를 제기한 것으로 의제된다. ② 원고 76은 이 법원에서 청구취지를 변경하면서 미지급 임금에 대한 2019. 12. 26.부터 2020. 3. 14.까지 연 6%로 계산한 지연이자 청구 부분을 취하하였다. ③ 제1심 원고 △△△(제1심판결문 별지1 원고 목록 순번 제85번)의 공동상속인 배우자 원고 □□□, 직계비속 ◇◇◇, ☆☆☆이 당심에서 소송을 수계하면서 청구취지의 합계 금액을 제1심 원고 △△△가 제1심에서 승소한 금액으로 감축하였다】
2. 항소취지
가. 원고 87
피고는 원고 87에게 13,297,536원 및 이에 대하여 2017. 9.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나. 피고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원고 76, 원고 82, 원고 83의 부대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원고 76, 원고 82, 원고 83에 관한 부분을 이 법원에서 확장된 청구를 포함하여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피고는 원고 76에게 66,472,120원 및 위 돈 중 62,496,950원에 대하여 2020. 3. 15.부터, 원고 82에게 14,981,804원 및 위 돈 중 14,858,584원에 대하여 2017. 3. 15.부터, 원고 83에게 32,595,4990원 및 위 돈 중 31,767,300원에 대하여 2018. 3. 15.부터 각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판결 이유 중 일부를 아래와 같이 고쳐 쓰는 외에는 제1심판결 이유 제1항(제1심판결문 제2면 제10행부터 제5면 제4행까지)과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 제1심판결문 제2면 마지막 행의 "별지3 청구 범위"를 "별지3-1 변경된 청구 범위"로 고쳐 쓴다.
● 제1심판결문 제2면 마지막 행의 "별지4 임용일 및 퇴직일 등 목록"을 "별지4-1 변경된 임용일 및 퇴직일 등 목록"으로 고쳐 쓴다.
● 제1심판결문 제3면 제2행의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이다."를 "근무를 제공한 사람들이다."로, 제3행의 "별지3 청구 범위 제2항 기재 원고들"을 "별지3-1 변경된 청구 범위 제2항 중 원고 □□□, ◇◇◇, ☆☆☆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과 망 △△△"로, 제3, 4행의 "별지4 임용일 및 퇴직일 등 목록"을 "별지4-1 변경된 임용일 및 퇴직일 등 목록"으로, 제6행의 "별지3 청구 범위"를 "별지3-1 변경된 청구 범위"로 각 고쳐 쓴다.
● 제1심판결문 제4면 제4행의 "2012학년도까지는"을 "2014학년도까지는"으로 고쳐 쓴다.
● 제1심판결문 제4면 제7행의 "원고들"을 "원고 □□□, ◇◇◇, ☆☆☆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과 망 △△△"로 고쳐 쓴다.
● 제1심판결문 제4면 제10, 11행을 아래와 같이 고쳐 쓴다.
『 3) 피고는 2014학년도부터 현재까지 교원 봉급표의 봉급월액을 동일하게 작성하였다(이하 ‘봉급 동결’이라 한다).』
● 제1심판결문 제5면 제1행 다음에 아래의 내용을 추가한다.
『 마. 제1심 원고 △△△의 사망과 소송수계
제1심 원고 △△△는 제1심 소송 계속 중이던 2020. 8. 16. 사망하였으나, △△△의 제1심 소송대리인이 선임된 상태에서 제1심판결이 선고되었고, 제1심판결 중 △△△의 승소부분에 대하여 피고가 항소를 제기한 상태에서, △△△의 공동상속인으로서 배우자 □□□, 직계비속 ◇◇◇, ☆☆☆이 당심 소송 계속 중이던 2021. 3. 26. 이 사건 소 중 △△△에 대한 부분을 수계하였다.』
2. 당사자들의 주장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판결 이유 중 일부를 아래와 같이 고쳐 쓰는 외에는 제1심판결 이유 제2항(제1심판결문 제5면 제5행부터 제8면 제1행까지)과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 제1심판결문 제5면 제12, 14, 19행의 각 "원고들"을 "원고 □□□, ◇◇◇, ☆☆☆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과 망 △△△"로 고쳐 쓴다.
● 제1심판결문 제6면 제1행, 제6면 마지막 행 및 제7면 제1행의 각 "퇴직수당 청구 원고"를 "퇴직수당 청구 원고들"로 고쳐 쓴다.
● 제1심판결문 제6면 제6, 7, 9, 11, 15행의 각 "원고들"을 "원고 □□□, ◇◇◇, ☆☆☆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과 망 △△△"로 고쳐 쓴다.
● 제1심판결문 제7면 제1행의 "별지7 명예퇴직수당 내역"을 "별지7-1 변경된 명예퇴직수당 내역"으로 고쳐 쓴다.
● 제1심판결문 제7면 제9행의 각 "원고들"을 "원고 □□□, ◇◇◇, ☆☆☆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과 망 △△△"로 고쳐 쓴다.
3. 원고들의 미지급 임금 청구에 관한 판단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판결 이유 중 일부를 아래와 같이 고쳐 쓰는 외에는 제1심판결 이유 제3항(제1심판결문 제8면 제2행부터 제22면 제9행까지)과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 제1심판결문 제8면 제11행의, 제9면 제7행의, 제11면 아래에서부터 제3행의, 제12면 제1행의 각 "원고들"을 "원고 □□□, ◇◇◇, ☆☆☆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과 망 △△△"로 고쳐 쓴다.
● 제1심판결문 제12면 제2행 다음에 아래의 내용을 추가한다.
『 피고는, 교직원보수규정 제6조는 구법 또는 일반법이고 개별 학년도 교직원 보수표는 신법 또는 특별법에 해당하므로 신법우선의 원칙 또는 특별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개별 학년도 교직원 보수표가 교직원보수규정 제6조보다 우선 적용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새로 작성, 변경된 개별 학년도 교직원 보수표가 교직원보수규정 제6조의 규정에 비추어 교원들에게 불이익하게 작성, 변경됨으로써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른 작성, 변경 절차를 위반하는 이상 이는 무효이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그 자체로도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 제1심판결문 제12면 제5, 7, 8, 11, 14, 16행의 각 "원고들"을 "원고 □□□, ◇◇◇, ☆☆☆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과 망 △△△"로 고쳐 쓴다.
● 제1심판결문 제12면 제13행 다음에 아래의 내용을 추가한다.
『 다만, △△△는 사망하였으므로 공동상속인 원고 □□□, ◇◇◇, ☆☆☆에게 법정 상속지분에 따라 지급하여야 한다.』
● 제1심판결문 제13면 제5, 9행의, 제14면 제12, 15, 19행의, 제15면 제8, 9, 11행의, 제16면 제11, 12, 14, 15, 19행의, 제17면 제1, 3, 5, 7, 21행의, 제18면 제3, 10, 20행의, 제19면 제1, 2행의, 제20면 제10행의 각 "원고들"을 "원고 □□□, ◇◇◇, ☆☆☆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과 망 △△△"로 고쳐 쓴다.
● 제1심판결문 제20면 마지막 행 다음에 아래의 내용을 추가한다.
『 (5) 피고가 당심에서 제출한 증거를 보태어 보더라도, 교직원보수규정에 따른 교원의 임금 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 따른 교원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직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체결한 단체협약에 따라 변경하여 온 관행을 인정할 수 없다.』
● 제1심판결문 제21면 제5행의 "원고들"을 "원고 □□□, ◇◇◇, ☆☆☆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과 망 △△△"로 고쳐 쓴다.
● 제1심판결문 제21면 제7행 다음에 아래의 내용을 추가한다.
『 다만, △△△의 공동상속인들이 이 법원에서 그 상속지분(배우자 원고 □□□ 3/7, 직계비속 원고 ◇◇◇, ☆☆☆ 각 2/7)에 따라 소송수계를 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 □□□에게 5,048,083원 및 위 돈 중 4,908,454원에 대하여, 원고 ◇◇◇, ☆☆☆에게 각 3,365,389원 및 위 돈 중 3,272,303원에 대하여 각 △△△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날인 2017. 9. 15.부터 다 갚는 날까지 근로기준법에 따른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피상속재산과 상속금액을 일치시키기 위하여 원 미만은 반올림하였다).』
● 제1심판결문 제21면 제9행의 "별지2 인용 범위"를 "별지2-1 미지급 임금 인용 범위"로, 제11행의 "재직 원고들의 경우"를 "재직 원고들 및 원고 76의 경우"로 각 고쳐 쓴다.
● 제1심판결문 제21면 제12행 및 별지5 임금 내역 중 제46면 제6행의 각 "2020. 2. 25.까지"를 "2019. 12. 25.까지"로 고쳐 쓴다.
● 제1심판결문 제21면 제13행의 "퇴직 원고들의 경우"를 "원고 76을 제외한 퇴직 원고들의 경우"로, 제18행의 "(판결 선고일)까지"를 "(제1심 판결 선고일)까지"로, 제21행의 "퇴직 원고들의 경우"를 "원고 76을 제외한 퇴직 원고들의 경우"로, 마지막 행의 "별지2 인용 범위"를 "별지2-1 미지급 임금 인용 범위"로 각 고쳐 쓴다.
● 제1심판결문 제22면 제1행 다음에 아래의 내용을 추가한다.
『 (3) 원고 76의 경우,
(가) 퇴직일로부터 14일이 지난 2020. 3. 15.부터 2020. 12. 17.(제1심 판결 선고일)까지: 연 5%(민법)
(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근로기준법)』
● 제1심판결문 제22면 제2행의 "2) 기각 부분"을 "2) 기각 부분(망 △△△의 소송수계인 원고 □□□, ◇◇◇, ☆☆☆은 당심에서 이 부분의 청구를 감축하여 취하하였다)"로 고쳐 쓴다.
● 제1심판결문 제22면 제3행의 "원고들"을 "원고 □□□, ◇◇◇, ☆☆☆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로, 제7행의 "퇴직 원고들"을 "△△△를 제외한 나머지 퇴직 원고들"로 각 고쳐 쓴다.
4. 퇴직수당 청구 원고들의 명예퇴직수당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인정사실
아래의 사실은 퇴직수당 청구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2, 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1) 피고 정관 제45조의2에서 규정한 명예퇴직수당 지급기준은 다음과 같다.
① 정년 잔여기간이 1년 이상 5년 이내인 자: → 퇴직 당시 기본급의 68% × 0.5 × 정년 잔여월수② 정년 잔여기간이 5년 초과 10년 이내인 자: → 퇴직 당시 기본급의 68% × {60 + (정년 잔여월수 - 60) / 2}③ 정년 잔여기간이 10년 초과인 자: → 정년 잔여기간이 10년인 자와 같은 금액
2) 피고는 퇴직수당 청구 원고들의 퇴직 당시 봉급 동결에 따른 봉급월액을 기준으로 산정한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하였다.
나. 판단
위 인정사실에 따르면, 피고는 퇴직수당 청구 원고들에게 미지급 명예퇴직수당으로 봉급 동결 없이 산정한 명예퇴직수당과 실제 지급한 명예퇴직수당의 차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비록 위 인정사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 정관에서 "퇴직 당시 기본급"을 기준으로 산정한 명예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하더라도, 나아가 퇴직수당 청구 원고들이 명예퇴직수당을 위 원고들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여 위 원고들에게는 효력이 없는 규정에 의하여 산정할 것까지 용인하면서 피고에게 명예퇴직의 의사를 표시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주장이나 증거가 없는 이상, 이를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다. 소결
피고가 퇴직수당 청구 원고들에게 미지급한 명예퇴직수당이 별지7-1 변경된 명예퇴직수당 내역의 ‘명예퇴직금 미지급액’란 기재와 같은 사실은 퇴직수당 청구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피고는 미지급 명예퇴직수당으로 원고 76에게 19,863,480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 76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날인 2020. 3. 15.부터, 원고 82에게 8,865,024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 82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날인 2017. 3. 15.부터, 원고 83에게 14,163,720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 83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날인 2018. 3. 15.부터, 원고 87에게 13,297,536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 87의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날인 2017. 9. 15.부터 각 피고가 위 원고들에 대한 명예퇴직수당 전부 또는 일부의 존재 여부를 다투는 것이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21. 9. 8.까지는 민법에 따른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2-2 항소심 인용 범위의 각 원고별 ‘인용금액’란 기재 각 돈 및 그 중 ‘원금합계’란 기재 각 돈에 대하여 ‘지연이자’란 기재와 같이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각 받아들이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의 원고 87 패소부분 중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한 부분은 부당하므로, 원고 87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위 결론에 반하는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에 대하여 이 법원에서 추가로 인정한 위 돈의 지급을 명하며, 제1심판결 중 나머지 부분은 정당하므로 이에 대한 원고 87의 나머지 항소와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한다. 원고 76, 원고 82, 원고 83이 이 법원에서 확장한 청구 중 일부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위 원고들에 관한 부분을 주문 제3항과 같이 변경한다. 사망한 △△△의 소송수계인들의 수계에 따라 제1심판결 중 △△△에 대한 부분은 주문 제7항과 같이 변경되었다. 다만, 제1심판결 이유에는 재직 원고들에 대한 미지급 임금의 이자를 2020. 2. 25.까지 산정한다고 하면서 별지5 임금 내역에서는 위 원고들에 대한 이자를 2019. 12. 25.까지만 산정한 다음 이를 제1심판결 주문 기재 별지2 인용 범위에 반영하였는바, 이는 계산을 잘못한 것임이 분명하므로 이를 경정하되, 제1심판결문의 인용과 경정 및 계산의 편의를 위하여 제1심판결 주문 기재 별지2 인용 범위 제1항 중 지연손해금 기산일을 2020. 2. 26.에서 2019. 12. 26.로 변경하는 방식으로 이를 경정한다.
따라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곽병수(재판장) 박진웅 배동한 |
220,109 | 사전처분 | 2021즈기609 | 20,210,908 | 자 | 서울가정법원 | 가사 | 결정 | null | null | null | null | 【신 청 인】
신청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민지원 외 1인)
【피신청인】
피신청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진만)
【사건본인】
사건본인 1 외 1인
【주 문】
1. 신청인과 피신청인 사이의 이 법원 2021브30109 아동반환청구(헤이그협약) 사건의 심판이 확정될 때까지 임시로 다음과 같이 정한다.
신청인은 아래와 같이 사건본인들을 면접교섭할 수 있다.
가. 대면 면접교섭
1) 일정: 매주 토요일 12:00부터 16:00까지 4시간, 매주 평일 중 신청인과 피신청인이 합의한 3시간(합의가 안 될 경우에는 매주 수요일 17:00부터 20:00까지), 다만 매월 첫째 주 토요일은 12:00부터 20:00까지 8시간으로 한다.
2) 장소: 신청인의 거주지 또는 신청인이 책임질 있는 제3의 장소
3) 피신청인은 위 면접교섭에 동석할 수 없다(다만, 피신청인이 사건본인들을 면접교섭 장소에 데려다 주거나 면접교섭이 끝난 후 데리고 올 수는 있다).
4) 위 면접교섭의 일정과 장소, 방법은 신청인과 피신청인이 협의하여 조정·변경할 수 있다. 서로 일정을 변경할 사정이 발생하였을 경우 예정된 면접교섭일 3일 전까지 서로에게 그러한 사정을 알린 후 협의하여 변경하되, 면접교섭의 횟수는 지켜져야 한다. 위 조정·변경은 사건본인들의 의사와 복리를 최우선적인 목표로 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나. 화상통화 또는 음성통화 방식의 면접교섭
1) 신청인은 주 3회, 1회당 30분의 범위 내에서 화상통화 또는 음성통화로 사건본인들을 면접교섭할 수 있다.
2) 위 면접교섭의 시간과 방법은 신청인과 피신청인이 협의하여 정하되, 면접교섭의 횟수는 지켜져야 한다.
다. 피신청인은 신청인의 면접교섭이 위와 같이 원만하게 실시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여야 하며, 이를 방해해서는 아니 된다.
2. 신청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이 유】
이 사건의 해결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므로 가사소송법 제62조 제1항에 의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판사 이미주(수명법관) |
232,681 | 임시주주총회결의무효확인의소 | 2021나10229 | 20,210,908 | 선고 | 광주고등법원(제주) | 민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원고, 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대진 담당변호사 김형근)
【피고, 피항소인】
주식회사 제주일보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탐라 담당변호사 고성효)
【제1심판결】
제주지방법원 2021. 4. 15. 선고 2020가합13546 판결
【변론종결】
2021. 7. 21.
【주 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019. 11. 26.자 피고의 임시주주총회에서 별지1 기재 의안에 대하여 한 결의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이 유】
1. 제1심판결의 인용
이 법원의 판결이유는 제1심판결 제3쪽 제3행 및 제12행의 "이 법원"을 "제주지방법원"으로 각 고치는 것 이외에는 제1심판결의 이유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결론
그렇다면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왕정옥(재판장) 김기춘 박형렬 |
221,829 |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 2021고단1944 | 20,210,908 | 선고 | 창원지방법원 | 형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피 고 인】
피고인
【검 사】
김동율(기소), 이리원(공판)
【변 호 인】
변호사 석종목(국선)
【주 문】
피고인을 징역 6개월에 처한다.
피고인으로부터 24만 원을 추징한다.
【이 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인도네시아 국적의 외국인으로 마약류취급자가 아니다.
피고인은 2021. 5. 31. 05:00경 창원시 (주소 생략) 5층에 있는 ‘OO 노래연습장’에서 이름을 알 수 없는 사람(일명 ‘○○’)으로부터 향정신성의약품인 MDMA(일명 ‘엑스터시’) 3정을 건네받고, 위 ‘○○’에게 그 대금 명목인 24만 원을 건네주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향정신성의약품을 매매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법정진술
1. 사진, 각 감정서
1. 압수조서, 각 수사보고서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0조 제1항 제2호, 제4조 제1항 제1호, 제2조 제3호 나목(징역형 선택)
1. 추징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제67조 단서
판사 안좌진 |
226,971 | 지방공무원법위반 | 2020노308 | 20,210,909 | 선고 |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 형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및 검사
【검 사】
구승기(기소), 안세영(공판)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세종 담당변호사 이종우 외 1인
【원심판결】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20. 7. 17. 선고 2019고단1213 판결
【주 문】
피고인 및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사실오인, 법리오해 및 양형부당)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강릉시의 국장급 단기 재임으로 인한 시정의 연속성 단절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임용권자의 광범위한 인사 재량 범위 내에서 직무대리 제도를 활용하였을 뿐, 승진임용에 관하여 사전심의를 방해하거나 사전심의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50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양형부당)
원심의 위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위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는데, 원심은 지방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임용령 등 관련 법령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당시 강릉시장인 피고인으로서는 행정직렬과 시설직렬에 대하여 각 승진후보자명부를 작성하고 강릉시인사위원회에 행정직렬 3자리, 시설직렬 1자리에 대한 승진임용 사전심의를 요청하였어야 함에도 피고인은 총무과장이자 인사위원회 간사인 공소외 4, 인사계장인 공소외 5로 하여금 3명의 결원이 발생한 행정직렬 4급에 관하여는 1명의 승진임용 사전심의를, 1명의 결원이 발생한 시설직렬 4급에 관하여는 승진임용이 아닌 직무대리자의 임명 사전심의를 각 요청하도록 하였고, 그 결과 강릉시 인사위원회가 행정직렬 2자리와 시설직렬 1자리의 4급 승진임용에 관하여는 사전심의를 하지 못하게 되었는바,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승진임용에 관하여 부당한 영향을 미친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지체 없이 승진임용의 방법으로 결원을 보충하도록 한 관계법령의 규정이나 직무대리자로 발령받은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 모두 직무대리 명령서가 아닌 임용장을 교부받고 국장 직무만 전담하여 수행함으로써 직무대리가 아닌 사실상 승진임용의 결과가 된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인사위원회의 권한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있고, 피고인은 공소외 4, 공소외 5로부터 승진후보자가 있는데도 승진임용을 하지 않고 직무대리자를 임명하는 것이 관련 규정이나 인사원칙에 맞지 않아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거듭 받았음에도 자신의 뜻에 따르라면서 위와 같은 지시를 계속 유지하였는바, 피고인에게 승진임용에 관한 인사위원회의 사전심의에 부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과 의사가 있었음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하며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을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비추어 면밀히 검토해 보면, 피고인의 행위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소속 공무원에 대한 승진임용 재량권을 벗어난 행위로 지방공무원법이 정하고 있는 인사위원회의 권한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에 해당하여 승진임용에 관하여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피고인이 지적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당심에서 새로이 심증의 형성에 영향을 미칠만한 객관적 사유가 드러난 것이 없고,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만한 합리적인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피고인 및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은 지방공무원법이 인사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도입한 인사위원회의 승진임용 사전심의 권한을 사실상 무력화하였는바 그 죄질이 좋지 아니하다.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오랜 기간 승진에 대한 기대를 안고 공직생활을 해온 공무원들의 승진기회가 박탈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한편 피고인이 특정한 사람을 승진시키기 위하여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다고 인정할만한 충분한 증거는 없다. 피고인은 강릉시의 인사적체 문제, 국장 단기재임으로 인한 시정의 연속성 단절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하여 이 사건에 이른 것으로 그 경위에 다소나마 참작할 사정이 있다. 피고인에게 별다른 범죄전력이 없다.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그런데 당심에서 원심의 형을 변경할 만한 새로운 사정변경이 없고, 피고인 및 검사가 주장하는 사정은 원심의 양형과정에서도 충분히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제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지나치게 무겁거나 가볍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및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복규(재판장) 신성욱 김장환 |
217,439 | 채무인수금중일부청구 | 2020다277184 | 20,210,909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채무자가 개인회생절차가 개시된 후 면책결정 확정 전에 변제계획과 별도로 개인회생채무를 변제하겠다는 취지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 위 채무에도 면책결정의 효력이 미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625조 제2항 본문은 면책을 받은 채무자는 변제계획에 따라 변제한 것을 제외하고 개인회생채권자에 대한 채무에 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면책이라 함은 채무 자체는 존속하지만 채무자에 대하여 이행을 강제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면책된 채권은 통상의 채권이 가지는 소제기 권능을 상실하게 된다. 채무자회생법이 개인회생절차에서 채무자를 위한 면책제도를 둔 취지는 채권자들에 대하여 공평한 변제를 확보함과 아울러 지급불능 또는 그럴 염려가 있는 상황에 처한 채무자에 대하여 경제적 재기와 회생의 기회를 부여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 이를 통하여 채무자는 개인회생채무로 인한 압박을 받거나 의지가 꺾이지 않은 채 앞으로 경제적 회생을 위한 노력을 할 수 있게 된다. 만일 채무자가 개인회생절차가 개시된 후 면책결정 확정 전에 개인회생채권자에게 ‘변제계획과 별도로 개인회생채무를 변제하겠다.’는 취지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 면책결정이 확정된 이후에도 채무자에게 개인회생채무 전부나 일부를 이행할 책임이 존속한다고 보게 되면, 이는 앞서 본 면책제도의 취지에 반한다. 따라서 채무자가 면책결정 확정 전에 변제계획과 별도로 개인회생채무를 변제하겠다는 취지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 이로 인한 채무가 실질적으로 개인회생채무와 동일성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별개 채무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래의 개인회생채무와 동일하게 면책결정의 효력이 미친다고 보아야 한다. |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625조 제2항 |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도8549 판결(공2007하, 2089), 대법원 2019. 7. 25. 자 2018마6313 결정(공2019하, 1651) | 【원고, 상고인】
원고
【피고, 피상고인】
피고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0. 9. 18. 선고 2019나7480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직권으로 판단한다.
1.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625조 제2항 본문은 면책을 받은 채무자는 변제계획에 따라 변제한 것을 제외하고 개인회생채권자에 대한 채무에 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면책이라 함은 채무 자체는 존속하지만 채무자에 대하여 이행을 강제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면책된 채권은 통상의 채권이 가지는 소제기 권능을 상실하게 된다(대법원 2019. 7. 25. 자 2018마6313 결정 등 참조). 채무자회생법이 개인회생절차에서 채무자를 위한 면책제도를 둔 취지는 채권자들에 대하여 공평한 변제를 확보함과 아울러 지급불능 또는 그럴 염려가 있는 상황에 처한 채무자에 대하여 경제적 재기와 회생의 기회를 부여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 이를 통하여 채무자는 개인회생채무로 인한 압박을 받거나 의지가 꺾이지 않은 채 앞으로 경제적 회생을 위한 노력을 할 수 있게 된다(개인파산 면책제도에 관한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도8549 판결의 취지 참조).
만일 채무자가 개인회생절차가 개시된 후 면책결정 확정 전에 개인회생채권자에게 ‘변제계획과 별도로 개인회생채무를 변제하겠다.’는 취지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 면책결정이 확정된 이후에도 채무자에게 개인회생채무 전부나 일부를 이행할 책임이 존속한다고 보게 되면, 이는 앞서 본 면책제도의 취지에 반한다. 따라서 채무자가 면책결정 확정 전에 변제계획과 별도로 개인회생채무를 변제하겠다는 취지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 이로 인한 채무가 실질적으로 개인회생채무와 동일성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별개 채무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래의 개인회생채무와 동일하게 면책결정의 효력이 미친다고 보아야 한다.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와 피고는 2011. 7. 29.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38,000,000원의 채무가 있음을 승인하는 내용의 준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를 작성하였고(이하 이로 인한 채무를 ‘이 사건 원채무’라 한다), 소외인은 이 사건 원채무를 연대보증하였다.
나. 피고는 2013. 3. 27.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개인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고, 이어서 같은 해 11. 28. 이 사건 원채무 등 개인회생채무의 변제에 관한 변제계획을 인가받았다.
다. 피고는 위 변제계획 수행 중인 2015. 4. 10. 원고에게 이 사건 채무 중 소외인이 변제한 나머지 잔액을 변제하겠다는 내용의 ‘이행각서’를 작성하였고(이하 이로 인한 채무를 ‘이 사건 재승인채무’라 한다), 이후 소외인은 2015. 5.경부터 2016. 8.경까지 사이에 원고에게 합계 21,000,000원을 변제하였다.
라. 피고는 위 변제계획을 모두 수행한 다음 2018. 7. 25.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면책결정을 받았고(이하 ‘이 사건 면책결정’이라 한다), 위 면책결정은 그 무렵 그대로 확정되었다.
3.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피고가 위 ‘이행각서’의 작성을 통해 부담하게 된 이 사건 재승인채무가 위 변제계획과 별도로 개인회생채무인 이 사건 원채무의 일부 변제를 목적으로 한 것인 이상 이 사건 면책결정의 효력은 이 사건 원채무뿐만 아니라 이 사건 재승인채무에도 미치고, 따라서 이미 면책된 이 사건 재승인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이 사건 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4. 그러므로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은 대법원이 직접 재판하기에 충분하므로 민사소송법 제437조에 따라 자판하기로 하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하며 소송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재연(재판장) 이동원 천대엽(주심) |
226,983 | 공동주택관리법위반 | 2021라60291 | 20,210,909 | 자 | 의정부지방법원 | 민사 | 결정 | null | null | null | null | 【위반자, 항고인】
○○주공5단지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제1심결정】
의정부지방법원 2021. 7. 9.자 2020과202 결정
【주 문】
이 사건 항고를 기각한다.
【이 유】
살피건대, 위반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사유가 있는 점은 제1심 결정서 이유 기재와 같고(질서위반행위규제법 제40조, 민사소송법 제443조 제1항,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인용한다), 이에 대하여 위반자가 『시정명령을 이행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고, 적법한 업무 추진을 할 수 있는 전문성이 없었으며, 제1심의 과태료 양정이 너무 과중하다』는 취지로 한 즉시항고는 발생경위와 제도의 취지, 위반자의 규모 등 제반사정을 종합할 때 받아들일 수 없으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판사 오원찬(재판장) 김자림 이영은 |
217,441 |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 2021므13293 | 20,210,909 | 선고 | 대법원 | 가사 | 판결 | 생물학적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친생부인의 소로써 친생추정을 번복할 수 있게 하는 사유인지 여부(적극) 및 이를 넘어서 처음부터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도록 하는 사유인지 여부(소극) / 처가 혼인 중에 포태하였으나 동거의 결여로 처가 부(夫)의 자를 포태할 수 없는 것이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 민법 제844조 제1항의 친생추정이 미치는지 여부(소극) | 민법은 친생추정 규정을 두면서도 남편에게 친생부인의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2년 내에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진실한 혈연관계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법률적인 친자관계를 진실에 부합시키고자 하는 남편에게 친생추정을 부인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부여한 것이다. 친생부인의 소가 적법하게 제기되면 부모와 출생한 자녀 사이에 생물학적 혈연관계가 존재하는지가 증명의 대상이 되는 주요사실을 구성한다. 결국 혈연관계가 없음을 알게 되면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제소기간이 진행하고, 실제로 생물학적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은 친생부인의 소로써 친생추정을 번복할 수 있게 하는 사유이다. 이처럼 혈연관계 유무나 그에 대한 인식은 친생부인의 소를 이유 있게 하는 근거 또는 제소기간의 기산점 기준으로서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 친생추정을 번복할 수 있도록 하는 사유이다. 이를 넘어서 처음부터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도록 하는 사유로서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필요조차 없도록 하는 요소가 될 수는 없다.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을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전제사실로 보는 것은 원고적격과 제소기간의 제한을 두고 있는 친생부인의 소의 존재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으로 현행 민법의 해석상 받아들이기 어렵다. 친생부인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았는데도 제소기간이 지나도록 이를 행사하지 않아 더 이상 이를 다툴 수 없게 된 경우 그러한 상태가 남편이 가정생활과 신분관계에서 누려야 할 인격권, 행복추구권,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에 대한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친생추정 규정은 부부가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경우를 전제로 가정의 평화를 위하여 마련된 것이어서 그 전제사실을 갖추지 않은 경우까지 적용하여 요건이 엄격한 친생부인의 소로써 부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반하여 진실한 혈연관계에 어긋나는 부자관계를 성립하게 하는 등 부당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이러한 입장이 변경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민법 제844조 제1항의 친생추정은 반증을 허용하지 않는 강한 추정이므로, 처가 혼인 중에 포태한 이상 그 부부의 한쪽이 장기간에 걸쳐 해외에 나가 있거나, 사실상의 이혼으로 부부가 별거하고 있는 경우 등 동거의 결여로 처가 부(夫)의 자를 포태할 수 없는 것이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그 추정이 미치지 않을 뿐이고, 이러한 예외적인 사유가 없는 한 누구라도 그 자가 부의 친생자가 아님을 주장할 수 없다. | 민법 제844조 제1항, 제847조 제1항, 제852조, 제865조 | 대법원 1997. 2. 25. 선고 96므1663 판결(공1997상, 937), 대법원 2000. 8. 22. 선고 2000므292 판결(공2000하, 2017), 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공2019하, 2205), 헌법재판소 2015. 3. 26. 선고 2012헌바357 전원재판부 결정(헌공222, 504) |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율곡 담당변호사 장백규)
【피 고】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검사
【피고보조참가인, 상고인】
피고보조참가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가족 담당변호사 엄경천)
【원심판결】
수원가법 2021. 6. 10. 선고 2021르843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의 판단 요지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소외인과 망인이 원고의 출생 무렵 동거하지 아니하였다고 판단되므로 원고의 망인에 대한 친생추정은 번복되었고 양친자로서의 신분적 생활사실도 존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와 망인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면서, 이에 대하여 동거의 결여로 포태가 불가능함이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 친생추정이 미치지 아니한다는 종래의 판례가 변경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거기에 피고보조참가인이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친생추정 및 친생부인의 소 제소기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자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민법은 친생추정 규정을 두면서도 남편에게 친생부인의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2년 내에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진실한 혈연관계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법률적인 친자관계를 진실에 부합시키고자 하는 남편에게 친생추정을 부인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부여한 것이다. 친생부인의 소가 적법하게 제기되면 부모와 출생한 자녀 사이에 생물학적 혈연관계가 존재하는지가 증명의 대상이 되는 주요사실을 구성한다. 결국 혈연관계가 없음을 알게 되면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제소기간이 진행하고, 실제로 생물학적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은 친생부인의 소로써 친생추정을 번복할 수 있게 하는 사유이다.
이처럼 혈연관계 유무나 그에 대한 인식은 친생부인의 소를 이유 있게 하는 근거 또는 제소기간의 기산점 기준으로서 친생부인의 소를 통해 친생추정을 번복할 수 있도록 하는 사유이다. 이를 넘어서 처음부터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도록 하는 사유로서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필요조차 없도록 하는 요소가 될 수는 없다.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을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전제사실로 보는 것은 원고적격과 제소기간의 제한을 두고 있는 친생부인의 소의 존재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으로 현행 민법의 해석상 받아들이기 어렵다. 친생부인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았는데도 제소기간이 지나도록 이를 행사하지 않아 더 이상 이를 다툴 수 없게 된 경우 그러한 상태가 남편이 가정생활과 신분관계에서 누려야 할 인격권, 행복추구권,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에 대한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헌법재판소 2015. 3. 26. 선고 2012헌바357 전원재판부 결정, 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다만 친생추정 규정은 부부가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경우를 전제로 가정의 평화를 위하여 마련된 것이어서 그 전제사실을 갖추지 않은 경우까지 적용하여 요건이 엄격한 친생부인의 소로써 부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반하여 진실한 혈연관계에 어긋나는 부자관계를 성립하게 하는 등 부당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대법원 2000. 8. 22. 선고 2000므292 판결 등 참조).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이러한 입장이 변경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민법 제844조 제1항의 친생추정은 반증을 허용하지 않는 강한 추정이므로, 처가 혼인 중에 포태한 이상 그 부부의 한쪽이 장기간에 걸쳐 해외에 나가 있거나, 사실상의 이혼으로 부부가 별거하고 있는 경우 등 동거의 결여로 처가 부(夫)의 자를 포태할 수 없는 것이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그 추정이 미치지 않을 뿐이고, 이러한 예외적인 사유가 없는 한 누구라도 그 자가 부의 친생자가 아님을 주장할 수 없다(대법원 1997. 2. 25. 선고 96므1663 판결, 대법원 2000. 8. 22. 선고 2000므292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출생할 무렵 소외인과 망인 사이에는 동거가 결여되어 소외인이 망인의 자를 포태할 수 없는 것이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되므로 원고는 망인에 대하여 친생추정이 미치지 아니한다. 망인이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원고는 망인과의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고, 원고와 망인 사이에는 양친자로서의 신분적 생활사실도 존재하지 아니한다. 결국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보조참가인이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친생추정 및 친생부인의 소 제소기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217,425 | 소유권이전등기등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명의신탁자가 매도인을 대위한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와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한 사건] | 2018다284233 | 20,210,909 | 선고 | 대법원 | 민사 | 전원합의체 판결 |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제3자에게 부동산을 매도하거나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등으로 처분행위를 하여 제3자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제3항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는 경우,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직접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 [다수의견] (가)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 또는 강제수용이나 공공용지 협의취득 등(이러한 소유명의 이전의 원인관계를 통틀어 이하에서는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이라 한다)을 원인으로 제3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3자는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한다[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 제4조 제3항]. 그 결과 매도인의 명의신탁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이행불능이 되어 명의신탁자로서는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없게 되는 한편, 명의수탁자는 부동산의 처분대금이나 보상금 등을 취득하게 된다. 판례는, 명의수탁자가 그러한 처분대금이나 보상금 등의 이익을 명의신탁자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판례는 타당하므로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나)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에 관하여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준 경우에도 부동산의 소유권이 제3자에게 이전된 경우와 마찬가지로 보아야 한다. 명의수탁자가 제3자에게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준 경우에 제3자는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에 따라 유효하게 근저당권을 취득한다. 이 경우 매도인의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된 것은 아니므로, 명의신탁자는 여전히 매도인을 대위하여 명의수탁자의 부동산에 관한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등을 통하여 매도인으로부터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있지만, 그 소유권은 명의수탁자가 설정한 근저당권이 유효하게 남아 있는 상태의 것이다. 명의수탁자는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줌으로써 피담보채무액 상당의 이익을 얻었고, 명의신탁자는 매도인을 매개로 하더라도 피담보채무액만큼의 교환가치가 제한된 소유권만을 취득할 수밖에 없는 손해를 입은 한편, 매도인은 명의신탁자로부터 매매대금을 수령하여 매매계약의 목적을 달성하였으면서도 근저당권이 설정된 상태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으므로 실질적인 손실을 입지 않는다. 따라서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에 관하여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한 경우 명의수탁자는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액 상당의 이익을 얻었고 그로 인하여 명의신탁자에게 그에 상응하는 손해를 입혔으므로,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게 이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이흥구의 반대의견] (가)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제3자에게 소유권이 이전되고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의 처분대금이나 보상금 등을 취득하는 이익을 얻게 되더라도,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직접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이와 달리 다수의견이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직접적인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인정하는 판례로 들고 있는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49193, 49209 판결 등은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후에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으므로 변경되어야 한다. (나)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한 경우에 명의신탁자, 명의수탁자 및 매도인 3자 간의 법률관계는 기본적으로 앞서 본 바와 같은,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부동산의 소유권이 제3자에게 이전된 경우와 같다. 명의수탁자가 제3자에게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하면 제3자는 유효하게 근저당권을 취득한다(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 매도인이 부동산에 관한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등을 통하여 소유명의를 회복하더라도 매도인은 근저당권이 설정된 제한된 소유권을 갖게 된다. 이처럼 부동산에 관하여 아무런 권리 없이 소유명의를 가지는 자에 불과한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에 관하여 제3자에 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행위는 매도인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명의수탁자는 근저당권설정으로 얻은 이익을 침해부당이득으로서 매도인에게 반환할 의무 또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한다. 통상적으로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은 매매목적물에 제한이나 부담이 없는 완전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한다.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자와 매도인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매도인은 원칙적으로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담보가 설정되지 않은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부담한다. 매도인이 명의수탁자가 설정한 근저당권을 말소하지 못한 채 명의신탁자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였다면 이는 매매계약에 따른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서 명의신탁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다만 매도인에게 채무불이행책임을 어느 정도까지 물을 수 있는지는 개별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한 명의신탁자는 매도인과 관계에서 매매계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만 가지는 지위에 있을 뿐이고 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않으므로,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행위로 명의신탁자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명의수탁자는 매도인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의무나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고,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 민법 제103조[명의신탁], 제741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 대법원 2002. 3. 15. 선고 2001다61654 판결(공2002상, 882),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49193, 49209 판결(공2011하, 2042),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다207235 판결, 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9다203811, 203828 판결 |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위 담당변호사 위현석 외 3인)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동인 담당변호사 김진권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8. 10. 12. 선고 2017나2041062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부당이득반환청구에 대한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나머지 상고와 피고의 상고를 각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각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2010. 3. 31.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자인 소외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2010. 5. 13.까지 소외인에게 매매대금 10억 원을 모두 지급하였다. 소외인은 원고와 피고의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2010. 5. 17.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피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나. 피고는 2014. 12. 11. 주식회사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하 ‘SC은행’이라 한다)으로부터 5억 원을 대출받으면서 이 사건 부동산에 채권최고액 6억 원인 이 사건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
다.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는 원심 변론종결 시까지 말소되지 않았다.
2. 원심의 판단과 쟁점
가. 원고는, 명의수탁자인 피고가 이 사건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대출을 받음으로써 피담보채무액 상당의 이익을 얻었고 그로 인하여 원고에게 같은 금액의 손해를 가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하였다.
원심은, 3자간 등기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가 모두 무효로 되고 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에게 남아 있으므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으로 손해를 입은 자는 매도인이자 소유자인 소외인이지 원고가 아니라는 이유로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 이 사건 쟁점은,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제3자에게 부동산을 매도하거나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등으로 처분행위를 하고 제3자가「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 제4조 제3항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취득하게 되는 경우, 그 과정에서 명의수탁자가 얻은 이익에 관하여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직접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제3자에게 부동산에 관한 소유명의를 이전하였을 때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게 직접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 또는 강제수용이나 공공용지 협의취득 등을 원인으로 제3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3자는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한다(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 그 결과 매도인의 명의신탁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이행불능이 되어 명의신탁자로서는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없게 되는 한편, 명의수탁자는 부동산의 처분대금이나 보상금 등을 취득하게 된다. 판례는, 명의수탁자가 그러한 처분대금이나 보상금 등의 이익을 명의신탁자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49193, 49209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다207235 판결, 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9다203811, 203828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판례는 타당하므로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3자간 등기명의신탁은, 명의신탁자가 소유자로부터 부동산을 양수하면서 명의수탁자와 명의신탁약정을 하여 소유자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명의신탁약정은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에 따라 무효이므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부동산에 관하여 직접적인 법률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명의신탁자는 여전히 매도인에 대하여 매매계약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지고 있고, 매도인은 명의신탁자에게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부담함과 동시에 명의수탁자에게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으로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 또는 진정등기명의 회복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의 이행을 구할 수 있으며, 명의수탁자는 매도인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의무 또는 진정등기명의 회복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부담하는 지위에 있다. 이와 같이 3자간 등기명의신탁관계에 있는 명의신탁자, 명의수탁자 및 매도인은 부동산에 관하여 계약상 또는 법률상의 권리를 가지면서 그에 대응하는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이는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과 그 밖의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에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한다는 부동산실명법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한다.
그런데 명의수탁자의 임의처분, 강제수용이나 공공용지 협의취득 등을 원인(이러한 소유명의 이전의 원인관계를 통틀어 이하에서는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이라 한다)으로 부동산에 관하여 제3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경우에는,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에 따라 제3자가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함으로써 명의신탁자, 명의수탁자 및 매도인이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가지는 권리ㆍ의무에 변동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하도록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한다는 부동산실명법의 목적은 더 이상 달성할 수 없게 된다.
이와 같이 제3자 보호규정의 적용으로 인하여 명의신탁자, 명의수탁자 및 매도인이 부동산에 관하여 가지는 계약상 또는 법률상 권리와 그에 대응하는 의무에 변동이 발생하는 경우, 그로 인한 이해관계를 부당이득반환을 통하여 조정함에 있어서는,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등기의 실현이라는 부동산실명법의 목적 및 취지와 더불어 공평ㆍ정의의 이념에 근거하여 법률상 원인 없이 재산상 이익을 얻은 자에게 그 이익으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자에 대하여 반환의무를 부담시킨다는 부당이득반환 제도의 취지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2) 명의수탁자는 부동산 매매계약의 당사자도 아니고 부동산의 소유권을 유효하게 취득한 자도 아니어서 부동산에 관하여 아무런 권리를 가지지 않는다. 그런데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과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에 따라 부동산 소유권이 제3자에게 유효하게 이전되는 경우, 명의수탁자는 부동산의 소유자가 아님에도 소유명의를 가지고 있었음을 이유로 제3자와의 관계에서 처분대금이나 보상금 등을 취득하게 된다. 그러나 그 이익은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의 소유자가 아님에도 그 부동산의 교환가치로 취득한 것이므로 법률상 원인 없는 이익으로서 정당한 권리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
3) 명의신탁자는 매매대금 지급이라는 매매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였으면서도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 상태였으므로,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삼아 매도인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청구권 또는 진정등기명의 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대위행사하여 매도인 앞으로 소유명의를 회복시킨 후 매도인을 상대로 자기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이행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 그런데 부동산의 소유권이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과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에 따라 제3자에게 유효하게 이전되면 매도인의 명의신탁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이행불능이 되므로, 명의신탁자는 매도인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하였으면서도 그에 대한 반대급부인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받을 권리를 상실하는 손해를 입게 된다.
4) 매도인은 명의신탁자의 요구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 주었음에도 명의신탁약정과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무효로 됨으로써 명의수탁자로부터 부동산 소유명의를 되찾아 명의신탁자에게 매매계약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어야 하는 지위에 있다. 그런데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이 있으면 앞서 본 바와 같이 매도인의 명의신탁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이행불능이 된다. 대법원은 부동산실명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매도인이 명의신탁자의 부탁에 따라 명의수탁자에게 등기명의를 이전하여 준 사안에서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이 있는 경우 매도인에게 매매계약의 체결이나 그 이행에 관하여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명의신탁자가 실명등기를 하지 아니한 사정에 기인하여 매도인에게 매매대금의 반환을 구하거나 명의신탁자 앞으로 재차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였다(대법원 2002. 3. 15. 선고 2001다61654 판결 참조). 부동산실명법이 시행된 이후에 3자간 등기명의신탁이 이루어진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매도인에게 매매계약의 체결이나 그 이행에 관하여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귀책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부동산실명법 위반상태를 야기한 명의신탁자가 매도인에 대하여 매매대금의 반환을 구하거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불능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은 여전히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는다. 매도인은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인하여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상실하고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의무와 그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도 부담하지 않게 되는 한편 명의신탁자로부터 받은 매매대금은 그대로 보유하게 되므로,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인하여 매도인에게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고 할 수 없다.
5)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의 처분행위 등에 대한 대가로 받은 이익은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과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에 따라 제3자가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함에 따라 얻게 된 이익이고, 명의신탁자는 당초 매도인을 통하여 부동산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가 위와 같은 제3자의 유효한 소유권 취득으로 인하여 매도인을 매개로 하더라도 부동산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는 손해를 입은 한편, 매도인은 위와 같이 제3자의 유효한 소유권 취득에도 불구하고 그의 재산에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의 처분행위 등으로 법률상 원인 없이 얻은 이익은 사회통념상 명의신탁자가 입은 손해로 인한 것으로서 명의신탁자에게 반환되어야 한다.
6) 이와 같이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제3자가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할 경우, 그로 인하여 법률상 원인 없이 이익을 얻은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직접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한다고 보더라도, 3자간 등기명의신탁관계의 한 당사자인 매도인으로부터 권리를 박탈하거나 의무를 추가적으로 부담하게 하는 것이 아니고, 명의수탁자도 원래 명의신탁자나 매도인에 대하여 독자적인 항변권 등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명의수탁자로부터 권리를 박탈하거나 추가적인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이 아니며, 명의신탁자에게 부당한 이익이나 권리를 부여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자와 매도인 사이의 매매계약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이 됨으로써 발생하는 계약해제나 손해배상의 법률관계, 매도인과 명의수탁자 사이에서 명의수탁자가 매도인의 소유권을 침해함으로써 발생하는 부당이득반환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법률관계를 각각 구분하여 개별적으로 이해관계를 조정하게 될 경우, 구체적 사정에 따라서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나 손해배상청구권 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과실상계 등의 사유로 인하여 제한적으로 인정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서, 손해의 보전이 충분하지 못함과 동시에 예상치 못한 이익을 얻게 되는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결과를 용인하는 것은 공평의 이념에 기초한 부당이득반환 제도의 취지에 배치된다.
7)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자, 명의수탁자 및 매도인은 3자 간 합의, 즉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약정과 매도인이 명의신탁자의 요청으로 명의수탁자에게 등기명의를 이전하기로 하는 합의에 따라 매도인이 명의신탁자로부터 매매대금을 지급받고 명의수탁자에게 부동산의 등기명의를 이전함으로써 매매계약이 모두 이행되고 법률관계가 종료되었다고 인식한다. 이후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이에 대해 매도인에게 귀책사유가 없다고 보는 이상 매도인은 명의신탁자로부터 받은 매매대금을 그대로 보유하게 되고 경제적 손실도 입지 않는다. 비록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명의신탁자, 명의수탁자 및 매도인 3자 사이에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법률관계가 형성되더라도 위와 같은 지위에 있는 매도인을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인한 이해관계 조정에 끌어들일 필요가 없다.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인한 명의신탁자, 명의수탁자 및 매도인 사이의 권리ㆍ의무의 변동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서 이루어진 명의신탁약정이 무효인 데서 비롯된 것이므로 이에 따른 이해관계 조정의 문제도 명의신탁약정의 당사자인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고 이 과정에서 매도인이 반드시 개입해야 할 논리 필연적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설령 매도인을 이해관계 조정에 참여시키더라도 명의수탁자가 처분행위 등으로 얻은 처분대금이나 보상금 등의 이익은 실제 매도인을 거쳐 명의신탁자에게 귀속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굳이 매도인을 끌어들이는 것보다는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게 직접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 법률관계를 간명하게 해결하는 것으로서 합리적이다.
나.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하였을 때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직접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에 관하여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준 경우에도 부동산의 소유권이 제3자에게 이전된 경우와 마찬가지로 보아야 한다.
명의수탁자가 제3자에게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준 경우에 제3자는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에 따라 유효하게 근저당권을 취득한다. 이 경우 매도인의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된 것은 아니므로, 명의신탁자는 여전히 매도인을 대위하여 명의수탁자의 부동산에 관한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등을 통하여 매도인으로부터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있지만, 그 소유권은 명의수탁자가 설정한 근저당권이 유효하게 남아 있는 상태의 것이다. 명의수탁자는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줌으로써 피담보채무액 상당의 이익을 얻었고, 명의신탁자는 매도인을 매개로 하더라도 피담보채무액만큼의 교환가치가 제한된 소유권만을 취득할 수밖에 없는 손해를 입은 한편, 매도인은 명의신탁자로부터 매매대금을 수령하여 매매계약의 목적을 달성하였으면서도 근저당권이 설정된 상태의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으므로 실질적인 손실을 입지 않는다.
따라서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에 관하여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한 경우 명의수탁자는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액 상당의 이익을 얻었고 그로 인하여 명의신탁자에게 그에 상응하는 손해를 입혔으므로,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게 이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
다. 이 사건에 관한 판단
1) 원고의 상고이유 중 부당이득반환청구 부분(상고이유 제4, 5점)에 관하여
위 1.항의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명의수탁자인 피고가 SC은행에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줌으로써 SC은행은 유효한 근저당권을 취득하였고, 명의수탁자인 피고는 자기 소유가 아닌 이 사건 부동산으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액 상당의 이익을 얻었으며, 명의신탁자인 원고는 피담보채무액만큼의 교환가치가 제한된 소유권을 취득할 수밖에 없는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그 이익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
이와 달리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의 판단에는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부당이득반환의 법률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원고의 상고이유 중 주식인도청구 부분(상고이유 제1, 2, 3점)에 관하여
원심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원심판결 별지2 목록 기재 주식(이하 ‘이 사건 주식’이라 한다)에 관한 명의신탁의 증거가 없고, 피고가 주식회사 영천씰테크의 주주로서 활동하기도 하였다는 사정 등을 근거로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주식을 명의신탁하여 피고는 형식상의 주주에 불과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제1심판결을 인용하면서 원고의 이 부분 항소를 기각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증명책임 분배에 관한 법리오해, 변론주의 위반, 이유모순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피고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원고, 피고와 소외인 사이의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3자간 등기명의신탁을 인정한 다음, 명의신탁자인 원고가 매도인인 소외인을 대위하여 명의수탁자인 피고에 대하여 소외인에게 진정한 등기명의 회복을 위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이유가 모순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부당이득반환청구에 관한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나머지 상고와 피고의 상고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원고가 피고에게 직접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이흥구의 반대의견이 있다. 그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조재연의 보충의견,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이 있다.
5. 쟁점에 관한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이흥구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은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부동산의 소유명의가 명의수탁자에서 제3자에게 이전되거나 제3자에게 근저당권이 설정됨으로써 명의수탁자가 이익을 얻었다면,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직접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제3자에게 소유권이 이전되고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의 처분대금이나 보상금 등을 취득하는 이익을 얻게 되더라도,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직접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이와 달리 다수의견이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직접적인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인정하는 판례로 들고 있는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49193, 49209 판결 등은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후에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으므로 변경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부동산의 소유권이 제3자에게 이전된 경우에 관하여 본다.
1) 부동산실명법 시행 후에는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직접적인 법률관계가 없다.
가)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 제2항에 따르면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약정은 무효이고 이에 의해 마쳐진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도 무효이다. 다만 명의신탁자와 매도인 사이의 매매계약은 유효하므로 명의신탁자는 매도인에 대하여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취득할 뿐, 명의수탁자와 어떠한 법률관계도 맺지 못한다. 따라서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매도인을 대위하여야 한다. 즉, 자신의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매도인을 대위하여 명의수탁자 앞으로 마쳐진 무효인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를 하거나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매도인 앞으로 할 것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은 법리는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이 있다고 하여 달라지지 않는다. 명의신탁자가 매도인을 대위하여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중에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이 있다고 하여 그때부터 명의신탁자가 매도인을 대위하지 않고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직접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볼 수 없다.
나) 다수의견에 따르면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가 처분행위 등을 하기 전까지는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매도인을 대위해서만 명의수탁자에 대한 권리행사가 가능하였는데,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이 있다는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종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명의수탁자에 대한 청구권이 발생하여 직접 권리행사가 가능하게 된다. 이는 신탁부동산이 처분대금이나 보상금 등의 대상물로 변할 경우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의 직접적인 법률관계를 긍정하는 결과가 되어 명의신탁을 유효하게 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낳게 한다.
2)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과 직접적인 원인관계가 있는 손해를 입은 사람은 소유자인 매도인이지 명의신탁자가 아니다. 따라서 명의수탁자가 처분행위 등으로 얻은 이익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매도인에게 귀속된다.
가) 부동산실명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명의신탁약정이 유효하였고, 그에 따라 마쳐진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에 대외적인 소유권이 인정되었으므로, 매도인이 명의신탁자의 요구에 응하여 명의수탁자에게 소유권을 이전하면 매도인은 그 소유권을 상실하여 매도인으로서의 의무가 종료되고,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와의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법률관계만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부동산실명법이 시행된 후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약정 및 그에 따른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모두 무효이므로 부동산의 소유권은 여전히 매도인에게 있고, 명의신탁자는 매도인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유하는 지위에 있다. 따라서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제3자가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면 매도인은 그 부동산의 소유권을 잃는다. 이때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의 소유명의를 가지고 있었다는 이유로 그에 따른 처분대금이나 보상금 등의 이익을 취득하는 것은 타인의 권리를 위법하게 침해함으로써 그 권리를 상실시키고 그 침해로 이익을 얻게 되는 것이므로, 이른바 침해부당이득에 해당한다. 따라서 명의수탁자는 처분행위 등으로 얻은 이익을 그 정당한 소유자인 매도인에게 반환하여야 한다.
나) 판례도 무권리자가 타인의 권리를 제3자에게 처분하였으나 선의의 제3자 보호규정에 의하여 원래의 권리자가 권리를 상실한 사안에서, 그 권리자는 무권리자를 상대로 무권리자가 제3자로부터 그 처분의 대가로 수령한 것을 이른바 침해부당이득으로 보아 반환을 청구할 수 있음을 명백히 하였다(대법원 2011. 6. 10. 선고 2010다40239 판결, 대법원 2020. 5. 21. 선고 2017다220744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명의수탁자가 제3자에게 신탁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3)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는 부당이득반환 관계를 직접적으로 인정할 만한 법률상 원인 없는 급부나 비용지출, 배타적인 권리침해 등의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가) 명의신탁자는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에게 등기명의만을 신탁한 것일 뿐, 명의수탁자에게 직접적인 급부나 비용을 지출한 바 없고, 이러한 급부의 제공은 명의신탁약정의 내용을 구성하지도 않는다. 명의신탁자는 매도인으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고 매도인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하여 매도인에 대하여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지는 매도인의 채권자에 불과하고, 위와 같은 채권은 매도인 아닌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따라서 계약당사자가 아닌 제3자인 명의수탁자가 처분행위 등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매도인의 소유권을 침해하였을 뿐, 이를 두고 명의신탁자에게 속하는 배타적인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또한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명의신탁자가 매도인에게 갖고 있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이행불능에 이르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명의신탁자가 매도인에 대하여 갖고 있는 채권이 소멸하였다고 볼 수 없고, 명의신탁자는 매도인에 대하여 여전히 손해배상청구권이나 계약해제 등의 권리를 보유한다.
이와 같이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이 제3자에게 이전되더라도 이를 원인으로 하여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직접적인 급부의 청산관계나 권리침해에 따른 보상관계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매도인이 그 소유권을 상실하여 결과적으로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이행불능에 이르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매도인을 제외한 채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부당이득반환 관계가 직접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나) 판례는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 3자간 등기명의신탁이 이루어진 경우에 부동산실명법에서 정한 유예기간이 경과하여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등기가 무효로 되더라도 부동산의 소유권이 매도인에게 복귀된 마당에 명의신탁자가 무효의 등기명의인인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그 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고(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8다55290, 55306 판결 등 참조),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의 소유자도 아니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도 없어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판례의 입장은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는 직접적인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을 주된 근거로 삼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4)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매도인이 명의신탁자로부터 받은 매매대금을 확정적으로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거나 매도인에게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
가) 다수의견은 명의신탁자가 매도인에게 부탁하여 명의수탁자에게 부동산 소유명의를 이전하였다면 명의신탁자로 실명등기를 하지 않았다는 사정에 기인하여 매도인에게 매매대금의 반환을 구하거나 명의신탁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2002. 3. 15. 선고 2001다61654 판결을 인용하면서, 부동산실명법이 시행된 후에도 명의신탁자가 매도인에게 매매대금의 반환을 구하거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불능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여전히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타당하지 않다. 대법원 2001다61654 판결은 부동산실명법이 시행되기 전 명의신탁이 유효하였던 시기에 명의신탁자의 요구에 응한 매도인에게 잘못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명의신탁자가 매도인에게 매매대금의 반환이나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는 것은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실명법의 시행으로 명의신탁약정이나 그에 따른 물권변동이 무효라는 점이 명백해진 상황에서 3자간 등기명의신탁이 이루어진 경우 대법원 2001다61654 판결의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다수의견은 부동산실명법 위반상태를 야기한 것은 명의신탁자이기 때문에 부동산실명법이 시행된 후에도 명의신탁자는 매도인에게 매매대금 반환이나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고 하나 옳지 않다.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3자간 등기명의신탁관계는 매도인이 이를 승낙하였기 때문에 성립하는 것이지 명의신탁자 단독으로 발생시킬 수 없다. 이는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후문에서 명의수탁자가 어느 한쪽 당사자가 되고 상대방 당사자는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여 명의신탁약정과 물권변동을 무효로 보지 않는 경우와 명백히 다르다. 또한 명의신탁자는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과 달리 매도인에게 어떠한 신뢰를 형성한 바도 없다.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는 명의신탁약정이 유효하였으므로 매매계약의 유효한 종결을 믿은 매도인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러나 부동산실명법 시행 후에는 명의신탁약정이 무효라는 점이 명백하므로 매도인에게 매매계약이 유효하게 종결될 것이라는 신뢰가 형성될 여지가 없고 이러한 신뢰를 보호할 필요도 없다. 명의신탁자와 매도인 사이의 문제는 민법 제390조 등 계약에 관한 일반 법리가 적용되어야 하고, 여기에 신의칙을 적용할 여지가 없다.
나) 또한 다수의견이 매도인은 명의수탁자로부터 소유명의를 회복할 때까지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매매대금을 반환하거나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매도인에게 손해가 없다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 침해부당이득에서 권리자에게 발생한 손해는 권리자에게 배타적으로 할당된 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침해행위로 인하여 원천적으로 봉쇄되었다는 것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지 권리자가 구체적, 실질적으로 손해를 입었을 것까지 요구하지는 않는다. 나아가 소유권을 상실한 매도인에게 손해가 없다고 볼 수도 없다. 매도인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명의수탁자가 매도인의 신탁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침해함으로써 발생한 법정채권이기 때문이다.
다) 매도인과 명의수탁자 사이의 부당이득반환 관계와 명의신탁자와 매도인 사이의 매매계약관계는 별개의 법률관계이다. 매도인과 명의수탁자 사이의 부당이득반환 관계에서 매도인과 명의신탁자 사이의 매매대금 보유 여부나 손실 여부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명의신탁약정이 유효하게 존재하였다는 사정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보는 부동산실명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5) 명의신탁자는 매도인을 상대로 매매계약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을 취득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명의신탁자는 매도인을 상대로 계약해제권을 행사하여 원상회복을 청구하는 방법으로 매매대금을 반환받거나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으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다. 매도인이 명의신탁자로부터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받고 명의수탁자에게 소유명의를 이전하는 3자간 등기명의신탁의 특성상 통상적인 매매계약과 달리 매도인은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받고 명의신탁자의 요구에 따라 명의수탁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한 이후에도 그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므로, 매도인은 여전히 신탁부동산에 관하여 명의신탁자에게 그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부담하고 있고 매도인으로서의 의무이행을 완료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매도인이 이를 알면서도 그 의무를 게을리하여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에 이르렀다면 매도인은 명의신탁자에게 이행불능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매도인은 명의신탁자에게 민법 제390조에 따라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고, 명의신탁자는 민법 제546조에 따라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매도인에게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 명의신탁자는 매도인을 대위하여, 매도인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처분대금이나 보상금에 관한 대상청구권을 행사할 수도 있고 매도인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명의신탁자나 매도인의 과실의 정도 등에 따라 손해의 보전이 충분하지 못할 수 있으나, 이는 명의신탁자가 자초한 면이 있어 반드시 부당하다고 볼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점에서 명의신탁자가 매도인에 대하여 매매대금의 반환을 구하거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불능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대신 명의수탁자로부터 처분대금이나 보상금 등 전액을 반환받아야 함을 전제로 판단한 다수의견은 명의신탁자를 지나치게 보호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6) 매도인에게 귀책사유가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의 목적과 취지에 반한다.
가) 다수의견은 매도인이 명의신탁자의 요구에 따라 명의수탁자에게 등기명의를 이전하였다면 매도인에게 매매계약의 체결이나 그 이행에 관하여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거나, 설령 귀책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매도인에 대하여 매매대금의 반환을 구하거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불능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직접 부당이득반환으로 이해조정을 하여야 한다고 한다. 다수의견이 들고 있는 위 대법원 2001다61654 판결도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 이루어진 명의신탁관계에서, 명의신탁자가 매도인을 대위하여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처분대금 상당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에서 ‘매도인의 이행불능에 귀책사유가 없어 명의신탁자가 신의칙상 매도인에게 매매대금반환을 청구하거나 명의신탁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것을 요구할 수 없어 매도인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매도인에게 책임이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나) 그러나 이와 같은 논리는 명의신탁약정을 당초부터 무효로 보는 부동산실명법 시행 후에는 더 이상 적용할 수 없다. 부동산실명법은 다수의견에서 본 바와 같이 부동산의 소유권 등 물권변동에 관하여 실체적 권리관계에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한다는 목적과 취지에서 마련된 법률이다. 이 법은 1995. 3. 30. 제정되어 약 25년간 시행되어 오면서, 국민들 사이에 부동산에 관하여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지 않는 경우 그 등기는 무효이고, 이를 위반한 명의신탁관계는 형사처벌과 과징금ㆍ이행강제금 부과대상으로서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명의신탁자의 부탁을 받고 명의신탁자의 명의신탁관계에 협조하거나 이를 묵인하면서 명의수탁자에게 소유명의를 이전한 매도인의 행위는 부동산실명법을 무시하고 명의신탁자의 탈법행위에 조력하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매도인이 명의신탁자의 요구에 응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법원이 매도인에게 귀책사유가 없다거나 이행불능에 따른 책임이 없다고 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을 무력화하고, 실권리자 명의 등기가 이루어지게 하려는 부동산실명법의 목적과 취지에서 벗어난 법해석이다.
7)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이 있는 경우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직접적인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인정하는 것 또한 부동산실명법의 목적과 취지에 반한다.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부동산의 소유권이 제3자에게 이전되는 경우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의 제3자 보호규정에 따라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없음이 확정된다. 이러한 제3자 보호규정은 명의신탁약정으로 형성된 외관을 신뢰한 제3자의 보호와 거래안전을 위하여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하는 부동산실명법의 목적 달성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 한편 부동산실명법은 위와 같이 신탁부동산이 제3자에게 이전되어 실권리자 명의로의 등기가 불능이 된 경우 명의신탁자, 명의수탁자 및 매도인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법해석을 통하여 위 법의 목적과 취지를 구현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다수의견과 같이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직접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하면 마치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서 명의신탁약정이 유효한 것과 같은 효과를 일으켜 명의신탁자가 자신 앞으로의 등기이전이 불가능하게 되었을 때 투입한 매매대금을 쉽게 회수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명의신탁자에게 실권리자로서 그 소유명의 등기를 하도록 하는 것이 법의 취지인데도 간편하게 명의수탁자로부터 명의신탁자에게 직접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는 허용하지 않음에 반하여, 그것을 위반하였을 때에는 직접 그 손실을 회복할 수 있게 하는 해석으로서,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을 무효로 하는 부동산실명법의 태도에 정면으로 반한다.
8) 다수의견은 부당한 이익을 얻은 명의수탁자와 재산상 손해를 입은 명의신탁자 사이에 직접 부당이득반환 관계를 인정하는 것이 공평ㆍ정의의 이념에 부합하고 이해관계의 조정이 간명하다는 것을 주된 근거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견의 이러한 관점은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성립 요건을 불분명하게 하고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성립할 수 있는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할 우려가 있다.
가) 부당이득반환 제도의 목적으로 들고 있는 공평ㆍ정의의 이념은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다.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특정 법률행위에 따라서 효과가 발생하는 채권이 아니라 법률에서 정한 요건에 따라 발생하는 법정채권인데, 민법 제741조에서 정하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요건인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과 ‘그로 인한 손해’ 등도 일의적인 개념이 아니어서 개별 사안에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단지 재산상 손해를 입은 자와 이득을 얻은 자 사이에 반환관계를 인정하는 것이 공평ㆍ정의의 이념에 부합하고 이해관계의 조정이 간명하다는 이유만으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게 되면, 개별 사안에서 어느 경우에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인정할 수 있을지 판단하기 어렵다.
나) A가 B로부터 B 소유의 동산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매매대금을 B에게 모두 지급하였지만 인도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우연히 B 소유 동산의 점유를 취득한 C가 이를 D에게 매도하고 점유까지 이전하여 D가 B 소유 동산을 선의취득한 사안을 가정한다. 이 경우 A는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B에 대하여 원상회복으로 매매대금의 반환을 청구하고, B는 C에 대하여 B 소유 동산의 처분대가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공평ㆍ정의의 이념에 부합하고 이해관계의 조정이 간명하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 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게 되면, A가 C에게 직접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것도 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권리는 배타적 물권의 침해가 아닌 채권침해에 불과하다고 보아 실무상 A의 C에 대한 직접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용하는 사례는 드물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본다. A가 그 소유 부동산을 B에게 매도하고, B는 다시 C에게 매도하는 매매계약이 각 체결되었고 매매대금이 C에서 B에게, B에서 A에게 순차로 지급되었지만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A가 부동산을 D에게 매도하여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친 경우를 가정한다. 이 경우 A와 B 사이의 매매계약, B와 C 사이의 매매계약에서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이 되므로 각 계약의 채권자인 B와 C가 각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계약의 상대방인 A와 B에게 각각의 매매대금에 대한 원상회복을 구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에도 공평ㆍ정의의 이념에 부합하고 이해관계의 조정이 간명하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 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면 A와 B 사이, B와 C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관계를 무시한 채 C는 A가 얻은 부동산 처분대가 상당에 대해 A에게 직접 부당이득의 반환으로 구하는 것도 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실무상 C의 청구가 인용된 사례는 드물다.
다) 개별 사안에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인정하려면 반환채권자와 반환의무자 사이에 근거가 되는 실체적 권리관계, 즉 법률상 원인이 없는 급부나 비용지출, 배타적인 권리침해 등의 존재가 전제되어야 한다.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이 있는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부당이득반환 관계는 소유권을 침해당한 매도인과 그로 인하여 처분대금이나 보상금 등의 이익을 얻은 명의수탁자 사이에서 인정되어야 하지, 단순히 추상적으로 공평ㆍ정의의 이념에 부합한다거나 이해조정이 간명하다는 이유만으로 직접적인 법률관계가 없는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서 부당이득반환 관계를 인정할 수는 없다.
라) 대법원은 다수 당사자 사이의 이익의 취득과 권리의 상실이 얽힌 사안에서, 직접적인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거나 급부의 반환 당사자가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을 부정하고 있다. 대법원 2005. 7. 22. 선고 2005다7566, 7573 판결은 제3자를 위한 계약관계에서 낙약자와 요약자 사이의 법률관계(이른바 기본관계)를 이루는 계약이 해제된 경우 그 계약관계의 청산은 계약의 당사자인 낙약자와 요약자 사이에 이루어져야 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낙약자가 이미 제3자에게 급부한 것이 있더라도 낙약자는 계약해제에 기한 원상회복 또는 부당이득을 원인으로 제3자를 상대로 그 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고,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1다46730 판결은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계약상대방의 지시 등으로 급부과정을 단축하여 계약상대방과 또 다른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제3자에게 직접 급부한 경우, 그 급부로써 급부를 한 계약당사자의 상대방에 대한 급부가 이루어질 뿐 아니라 그 상대방의 제3자에 대한 급부로도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계약의 일방 당사자는 제3자를 상대로 법률상 원인 없이 급부를 수령하였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보았다. 이러한 판례에 따르면 이 사건에서도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부정해야 한다.
9) 부동산실명법 시행으로 명의신탁약정이 무효가 되면서, 대법원은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 이루어진 유효한 명의신탁에 의해 명의신탁자가 실질적 소유자로서 명의수탁자와 사이에 이루어진 법률관계를 토대로 한 판결들을 부동산실명법의 법리에 부합하게 차례로 변경하였다. 즉,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① 부동산 자체에 관하여 부당이득반환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없고(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8다55290, 55306 판결 등 참조), ② 명의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없으며(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다1027 판결,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다43693 판결 등 참조), ③ 부동산 반환약정을 원인으로 한 부동산 반환 내지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없다(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6다35117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다55300 판결 등 참조). 그리고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의 소유자도 아니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도 없어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법리는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인한 명의신탁자, 명의수탁자 및 매도인 사이의 이해관계 조정에도 일관되게 적용하여야 하고, 이에 따라 다수의견에서 들고 있는 종전 판결 등은 변경되어야 한다.
나.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한 경우에 관하여 본다.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한 경우에 명의신탁자, 명의수탁자 및 매도인 3자 간의 법률관계는 기본적으로 앞서 본 바와 같은,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부동산의 소유권이 제3자에게 이전된 경우와 같다.
명의수탁자가 제3자에게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하면 제3자는 유효하게 근저당권을 취득한다(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 매도인이 부동산에 관한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등을 통하여 소유명의를 회복하더라도 매도인은 근저당권이 설정된 제한된 소유권을 갖게 된다. 이처럼 부동산에 관하여 아무런 권리 없이 소유명의를 가지는 자에 불과한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에 관하여 제3자에 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행위는 매도인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명의수탁자는 근저당권설정으로 얻은 이익을 침해부당이득으로서 매도인에게 반환할 의무 또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한다.
통상적으로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은 매매목적물에 제한이나 부담이 없는 완전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2000. 11. 28. 선고 2000다8533 판결 등 참조).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자와 매도인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매도인은 원칙적으로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담보가 설정되지 않은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부담한다. 매도인이 명의수탁자가 설정한 근저당권을 말소하지 못한 채 명의신탁자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였다면 이는 매매계약에 따른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서 명의신탁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다만 매도인에게 채무불이행책임을 어느 정도까지 물을 수 있는지는 개별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명의신탁자는 매도인과 관계에서 매매계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만 가지는 지위에 있을 뿐이고 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않으므로,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행위로 명의신탁자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명의수탁자는 매도인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의무나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고,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다. 이 사건의 결론
원심은 이 사건 근저당권의 설정으로 발생한 손해는 이 사건 부동산의 매도인인 소외인에게 귀속되고 원고에게는 손해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거나 부당이득에 관한 법리오해, 석명의무 위반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이 부분에 대한 원고의 상고는 기각되어야 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다.
6.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조재연의 보충의견
가. 부동산실명법의 취지
부동산실명법은 부동산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전제로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을 규율하고 있다(대법원 2019. 6. 20. 선고 2013다21815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즉,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을 무효라고 규정하는 한편(제4조 제1항, 제2항), 명의신탁자에게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로서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지체 없이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자신의 명의로 등기할 의무를 지우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과징금 외에 이행강제금을 추가로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5조 제1항 제1호, 제6조).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의 무효로 말미암아 부동산 물권은 등기와 상관없이 종전 등기명의인에게 그대로 남아 있게 되므로, 명의신탁자는 명의신탁약정이 아닌 다른 법률관계에 기초하여 등기회복 등의 권리행사를 할 수 있고, 나아가 부동산 등기명의와 실체적 권리관계의 불일치를 해소시켜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이와 같이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물권변동을 무효로 하면서도 명의신탁자가 다른 법률관계에 기하여 등기회복 등의 권리행사를 하는 것까지 금지하지는 않고, 명의신탁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어 등기명의와 실체적 권리관계의 불일치 상태를 해소할 것을 간접적으로 강제함으로써 위법상태를 제거하고 부동산실명법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행정적 제재나 형벌을 부과하고 있을 뿐(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3다41722 판결, 대법원 2016. 6. 28. 선고 2014두6456 판결, 대법원 2019. 6. 20. 선고 2013다21815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명의신탁자의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상실시킴으로써 그로부터 재산적 이익을 박탈하거나 명의수탁자에게 명의신탁 부동산과 관련된 재산적 이익을 보유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한편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에게 행정적 제재와 형벌을 부과하면서도 종전 등기명의인인 매도인에 대하여는 그 행위에 대하여 부동산실명법 위반 방조 등 일반적인 형사책임이 적용되는 것은 별론으로 직접적인 행정적 제재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나. 부당이득반환 제도의 의의
부당이득반환 제도는 이득자의 재산상 이득이 법률상 원인을 결여하는 경우에 공평과 정의의 이념에 근거하여 이득자에게 그 반환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으로서(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6다53733, 53740 판결 등 참조), 특정한 당사자 사이에서 일정한 재산적 가치의 변동이 생긴 경우에 그것이 일반적ㆍ형식적으로는 정당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들 사이의 재산적 가치의 변동이 상대적ㆍ실질적인 관점에서 법의 다른 이상인 공평의 이념에 반하는 모순이 생기는 경우에 재산적 가치의 취득자에게 가치의 반환을 명함으로써 그와 같은 모순을 해결하려는 제도이다(대법원 2015. 6. 25. 선고 2014다553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러한 재산적 가치의 부당한 변동을 조정함에 있어 부당이득을 실질에 따라 유형화하여 부당이득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부당이득에 관련된 법률관계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파악하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다만 현실의 법률관계에서는 부당이득이 다양한 원인에 기초하여 여러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고, 그중에는 부당이득의 일정한 유형에 포함되지 않거나 부당이득의 유형에 관한 판단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결국은 구체적 사안에서 정의와 공평의 이념에 따라 부당이득의 성립 여부와 부당이득반환의 권리관계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지, 유형화된 부당이득의 틀 속에서만 부당이득에 관한 문제를 해결할 것은 아니다.
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과 반대의견에 대한 반박
1)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서도 부당이득반환의 법률관계가 발생할 수 있다.
가)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후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등기가 이루어진 경우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 제2항에 따라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물권변동이 무효로 됨으로써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서 신탁부동산에 관한 법률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그러한 경우에도 명의신탁자는 유효한 매매계약을 매개로 신탁부동산에 관하여 자기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실현할 수 있다. 그런데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이 있게 되면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과 결합하여 제3자가 유효하게 신탁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취득하고, 그로 인하여 부동산실명법이 목적하는 실권리자 명의등기는 실현될 수 없거나 제한받게 된다.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이 있기 전에는 매도인을 매개로 명의신탁자의 등기명의를 실현할 수 있었으나,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이 있게 되면 신탁부동산의 소유권 귀속과 관련하여 제3자의 소유권 취득이라는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사건’으로 인하여 매도인을 매개로 실권리자 명의등기를 실현하고자 하는 부동산실명법의 목적은 달성할 수 없게 되는 한편 그 사건 발생 이전의 권리ㆍ의무관계에 변동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러한 법률관계의 변동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서 명의신탁약정이 이루어진 것에서 비롯되었으므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서도 재산적 가치 이동을 조정하여야 할 법률관계가 발생하는 것이다.
부동산실명법은 부동산의 실권리자 명의등기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명의신탁자로부터 재산적 권리를 박탈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므로,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과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으로 인하여 부동산의 실권리자 명의등기의 실현이 불가능하게 된 이상,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서 부당이득의 법률관계를 인정하는 것을 두고 부동산실명법에 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과 그로 인한 등기를 유효인 것으로 취급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없다. 부동산실명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 단계에 이르러서까지 명의신탁약정의 무효를 이유로 ‘새로운 사건’의 발생으로 나타나게 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법률관계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나) 판례는 제3자 보호규정에 따라 무권리자의 처분행위로 인하여 원래의 권리자가 권리를 상실하는 경우 무권리자가 얻은 이익은 침해부당이득으로서 원래의 권리자에게 반환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법리는 무권리자가 당해 부동산을 처분할 수 있게 되는 과정에서 원래의 권리자가 아무런 대가를 얻지 못한 사안에서 선언된 것이다. 원래의 권리자인 매도인이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소유권을 상실하면서도 명의신탁자와의 매매계약에 따라 매매대금을 수령하고 이를 보유할 수 있게 되는 등으로 다수 당사자 사이에 이익의 취득과 권리의 상실이 밀접하게 관련되어 발생하는 3자간 등기명의신탁과 같은 사안에까지 이를 침해부당이득의 유형에 해당한다고 보아 그에 대한 법리를 그대로 적용할 것은 아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부당이득의 유형화를 통하여 부당이득반환을 둘러싼 권리관계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으나 부당이득반환 제도의 취지와 현실의 다양한 사실관계 등을 고려할 때 특정한 유형의 틀에서만 부당이득의 성립이나 반환의 권리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 반대견해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성립 요건이 추상적 개념으로 되어 있어 개별 사안에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성립 요건을 충족하였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으므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인정하려면 반환채권자와 반환의무자 사이에 근거가 되는 실체적 권리관계, 즉 법률상 원인 없는 급부나 비용지출, 배타적인 권리침해 등의 존재가 전제되어야 하고,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이 있는 때에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런데 반대견해가 이 부분 주장에서 예시하는 사례는 원래 소유자로부터 물건을 매수한 매수인과 원래 소유자의 소유권을 침해한 자 사이에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례이고, 반대견해가 들고 있는 기존 판례는 제3자를 위한 계약 또는 단축급부의 지시로 제3자에게 급부한 경우 제3자에 대하여 급부 자체의 반환을 구하는 사안에 관한 것이다. 반면, 3자간 등기명의신탁 사안은 매수인인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등기로 인하여 명의신탁자, 명의수탁자 및 매도인 사이에 신탁부동산의 등기명의를 둘러싼 권리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상태에서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그 권리관계가 변동하는 것으로서, 반대견해에서 예시하는 사례와는 사안을 달리하고 반대견해가 들고 있는 판례 사안과도 같지 않다. 그러므로 단지 특정 목적물 또는 급부를 둘러싼 다수 당사자의 법률관계가 존재한다는 유사점만으로 부당이득반환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도 결론을 같이해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발생하는 권리관계의 변동은 단순히 무권리자의 처분행위로 인하여 발생하는 그것에 비하여 복잡하게 나타나고, 이는 법률상 무효인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등기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이러한 상황을 유발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2)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이 있는 경우 명의수탁자의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과 그로 인한 명의신탁자의 손해가 인정되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성립 요건이 충족된다.
가)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과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으로 인하여 명의수탁자는 소유자가 아닌데도 처분대금이나 보상금 등의 법률상 원인 없는 이익을 얻는다.
나) 매도인은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이 있기 전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로서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소유명의 회복을 청구할 수 있으나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이 있는 경우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상실한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매도인은 신탁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에서 벗어나고, 나아가 매매계약에 기하여 수령한 매매대금을 보유하면서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불능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거나, 적어도 명의신탁자가 매도인에 대하여 매매대금의 반환을 구하거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요구하는 것은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매도인은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매매계약상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부담하고 있으나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인하여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이 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도인에게 그 이행불능에 대하여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매도인과 명의신탁자의 매매계약 체결, 명의신탁자의 요청에 따른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인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불능이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에서 매도인이 매수인인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매매계약상 부담하는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상대방인 명의신탁자는 부동산실명법이 금지하는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등기를 적극적으로 의도하여 명의수탁자를 섭외하고 매도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하여 매도인과 명의수탁자로 하여금 실체관계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등기를 현출하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라도 매도인을 대위하여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고 자기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함으로써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인한 이행불능의 결과를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조치를 게을리하였다.
(2) 위와 같이 매도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의 이행불능에 대한 귀책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는 한편 채권자인 명의신탁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매도인은 민법 제538조 제1항에 따라 매매대금을 보유할 수 있고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매도인이 부동산실명법 위반에 협조한 것을 두고 이행불능에 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더라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은 명의신탁자의 이행불능에 대한 과실은 주의의무 위반의 내용이나 정도에 있어 매도인의 그것보다 현저히 무겁고 크다고 할 것이므로, 명의신탁자가 매도인에게도 이행불능에 대한 귀책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매매대금의 반환을 구하거나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49193, 49209 판결은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인정하면서 명의신탁자가 매도인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하여 발생한 권리를 보전하기 위하여 명의수탁자에게 신탁부동산에 관한 보상금의 지급을 구할 수 있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시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함으로써 명의신탁자가 매도인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의 이행불능에 따른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음을 전제로 판단하였다.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후의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등기가 이루어진 사안에 관한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다207235 판결, 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9다203811, 203828 판결은 위 대법원 2009다49193, 49209 판결의 법리를 부동산실명법의 시행 이후에 3자간 명의신탁약정을 하고 그에 의한 등기를 마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함으로써 명의신탁자가 매도인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불능에 대하여 어떤 권리를 행사할 수 없음을 거듭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 매도인은 명의신탁자로부터 매매대금을 수령하였으면서도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과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으로 인하여 명의신탁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이 되더라도 매매대금의 반환을 거절할 수 있고 이행불능에 따른 손해배상책임도 부담하지 아니하므로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인하여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명의신탁자로서는 매매계약에 기초하여 매도인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하였으면서도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인하여 신탁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없게 되었고 그 이행불능에 대하여 매도인을 상대로 매매대금의 반환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으로 권리구제를 받을 수도 없으므로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인하여 직접적인 손해를 입었다고 할 수 있다.
라) 이와 같이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과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으로 인하여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의 처분대가 상당의 이익을 얻었고 그로 인하여 명의신탁자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하게 하였으므로,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이 있는 경우 명의수탁자의 명의신탁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의 성립 요건은 충족되었다. 명의수탁자가 처분행위 등으로 얻은 이익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명의신탁자에게 있다.
3)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은 명의신탁자에게 그의 의사결정에 따른 책임을 부담시키는 자기책임의 원칙에 부합하고, 이해관계 조정과정에서의 공평의 원칙에도 어긋나지 않는 해결방안이다.
가)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의 섭외, 명의신탁약정의 체결, 매도인과의 매매계약 체결과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의 이전과정을 스스로의 의사결정으로 진행하였으므로 자신의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
그런데 반대의견과 같이 매도인은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권이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하고 명의신탁자는 매도인에 대하여 계약해제권을 행사하여 원상회복으로 매매대금을 반환받거나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으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보면,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인한 위험을 매도인에게 부담시키고 명의수탁자의 무자력 위험까지 부담하게 함으로써 부동산실명법 위반상태를 주도적으로 야기한 명의신탁자가 인수하여야 할 위험을 매도인에게 전가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나)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을 둘러싼 당사자들이 여럿 존재하는 경우, 당사자들 사이에서 부당이득반환의 권리관계를 어떻게 귀속시킬 것인지를 결정함에 있어 당사자들이 원래의 법률관계에서 가지는 법률상 항변권이나 위험부담의 정도가 달라져서는 안 되고 종전보다 많은 이익을 보유하거나 권리를 박탈하여서도 안 될 것이다.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발생한 이해관계를 조정함에 있어,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인정하더라도 명의신탁자, 명의수탁자 및 매도인에게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 이전의 법률관계에서 인정되던 법률상 항변권이 박탈되거나 위험부담이 추가되지 않는다.
반면 명의신탁자가 매도인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경우 과실상계 등의 사유로 매도인이 보유하는 매매대금보다 명의신탁자가 매도인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적어지게 되는 경우도 상정할 수 있다. 이는 매도인에게는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예상외의 이익을 보유하게 하는 한편 명의신탁자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박탈하는 것이어서 공평의 이념과 부동산실명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
라. 소결
다수의견이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정하는 것은 결코 3자간 등기명의신탁관계에서 명의신탁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을 무효로 하면서도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이 있는 경우 제3자 보호규정을 두어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이 유효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도 부동산실명법은 그로 인하여 발생한 권리ㆍ의무관계의 변동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아니하였으므로 결국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이해관계의 조정문제는 부당이득반환의 법리에 따라 해결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수탁자에게 신탁부동산의 처분대가 등을 보유하도록 허용한 것이 아닌 바에야 그 이익의 반환문제는 당사자 사이에 재산상 가치의 부당한 변동이 야기된 당초의 원인인 명의신탁약정의 당사자 사이에서 해결하는 것이 직접적이면서도 합리적이다. 뿐만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이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성립 요건도 충족되므로 매매계약에 따라 매매대금을 취득하고 의무를 이행한 매도인을 굳이 부당이득반환의 법률관계에 다시 끌어들일 필요가 없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의 논거를 보충하고자 한다.
7.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
가. 부동산실명법에 의하여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부당이득반환 관계가 인정될 수 있는가
1) 다수의견 및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부동산실명법은 신탁부동산의 실권리자 명의 등기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물권변동을 무효로 하면서도 명의신탁자가 다른 법률관계에 기하여 등기회복 등의 권리행사를 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고, 명의신탁자의 신탁부동산에 관한 권리를 상실시킴으로써 그로부터 재산적 이익을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반대의견도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을 무효로 보면서도 명의신탁자가 다른 법률관계에 기하여 등기회복 등의 권리행사를 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고, 명의신탁자의 재산적 이익을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다만 반대의견은 명의신탁자의 실권리자로서의 등기회복과 그 재산상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방법을 다수의견과 다르게 보는 것이다. 즉,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서 설시한 명의신탁자의 등기회복 등의 권리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다른 법률관계’를 ‘명의신탁자와 매도인 사이의 매매계약’으로 보고, 이에 근거한 법률효과를 토대로 실권리자 명의로의 권리회복이든, 변형물에 대한 이해관계 조정이든 모두 일관되게 통일적으로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다수의견은, 명의신탁자와 매도인 사이의 매매계약에 기한 법률효과는 신탁부동산이 명의수탁자 명의로 그대로 있을 경우에만 적용되고,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제3자가 신탁부동산을 취득하였을 경우에는 위 계약의 효과가 아닌,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부당이득반환 관계로써 이해관계 조정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2) 명의신탁자와 매도인 사이의 매매계약은 유효하므로 그 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유지되어야 한다. 다만 그 채무의 이행가능, 이행불능 여부에 따라 그로 인한 법률효과에 차이가 있을 뿐, 유효한 매매계약에 이행불능 사유가 발생하였다고 하여 원인무효의 법률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매매계약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행불능 사유가 발생하면, 여전히 유효한 매매계약에 기한 법률관계는 그대로 둔 채, 매매계약의 당사자인 매도인을 배제하고 부동산실명법에 의하여 무효인 별개의 명의신탁약정을 끌어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부당이득반환 관계로 해결하려고 한다.
3) 반대의견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인한 제3자의 소유권 취득, 즉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서 말하는 ‘새로운 사건’은 명의신탁자와 매도인 사이의 매매계약에서의 이행불능 사유에 불과하므로, 당초부터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의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아니다.
반대의견은 명의신탁자와 매도인 사이의 매매계약은 매도인이 그 의무이행을 다할 때까지 여전히 종료되지 않으므로, 그 과정에서 이행불능 사유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사자는 본래의 매매계약에 따라 그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고 본다. 즉, 채무이행이 가능한 경우이든지 불능일 경우이든지 일관되게 매도인을 당사자로 한 법해석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나. 이러한 관점에서 다수의견과 그 보충의견을 구체적으로 반박하면서 반대의견의 논거를 보충하고자 한다.
1) 명의신탁자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지는 권리자가 아니다.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 명의신탁자는 매도인에 대하여 매매로 인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라는 채권만을 가질 뿐 물권인 소유권을 취득한 자가 아니고, 이러한 명의신탁자의 권리는 제3자가 신탁부동산을 취득하여 매도인의 채무이행이 불능이 되었다고 하여 달라지지 않는다.
반대의견에서 든 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8다55290, 55306 판결은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자는 무효인 등기의 명의인인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직접 그 이전등기를 구할 수 없고 부당이득반환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할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그 근거로서 명의신탁자는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질 뿐이지 소유자가 아니라는 점을 들고 있다. 위와 같은 논거에 비추어 볼 때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제3자가 소유권을 취득한 경우에도 명의신탁자는 소유자가 아니므로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부동산의 처분대금 등을 부당이득반환으로 구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2) 다수의견은 명의신탁약정이 유효하다고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가)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부동산이 제3자에게 이전된 경우에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부당이득반환의 법률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는 당사자 사이에 이익의 취득과 권리의 상실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다른 무권리자 처분행위 등 사안과 다른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것을 든다. 결국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 제2항 본문은 명의신탁약정과 그로 인한 물권변동이 무효임을 명백히 밝히고 있고, 판례도 이러한 부동산실명법의 목적과 취지에 비추어 명의신탁약정에 부수한 부동산 매매의 위임약정, 명의신탁약정을 전제로 한 명의신탁 부동산 및 그 처분대금 반환약정도 모두 무효로 보고 있다(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6다35117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다55300 판결 등 참조).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도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은 무효이고, 이들 사이에는 아무런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법률관계를 풀어 나가야 부동산실명법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한다. 판례가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게 직접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매도인을 대위하여 명의수탁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나 진정등기명의 회복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게 하는 것이나,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것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이 무효이고 이들 사이에 아무런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보는 이상 명의신탁자와 매도인 사이의 법률관계와 매도인과 명의수탁자 사이의 법률관계는 각각 독립된 별개의 법률관계로 서로에게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다.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부동산이 제3자에게 이전되는 경우, 이는 명의신탁자와 매도인 사이의 법률관계, 매도인과 명의수탁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각 개별적으로 영향을 미칠 뿐이다. 이에 따라 명의수탁자와 매도인 사이에서는 명의수탁자가 매도인의 소유권을 침해함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의 문제가, 명의신탁자와 매도인 사이에서는 매도인이 매매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계약상 채무불이행의 문제가 각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는 대법원 2011. 6. 10. 선고 2010다40239 판결에서 문제 된, 무권리자가 타인의 권리를 제3자에게 처분하였으나 선의의 제3자 보호규정에 의하여 원래의 권리자가 권리를 상실한 사안과 그 구조가 같다. 진정한 권리자에게 권리를 반환하여야 하는 무권리자가 권리를 제3자에게 처분함으로써 권리를 상실하였을 때 무권리자는 진정한 권리자에게 처분의 대가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하듯이 명의수탁자도 부동산의 진정한 소유자인 매도인에게 처분의 대가 등을 반환할 책임이 있다.
다) 다수의견처럼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부동산이 제3자에게 이전되었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의 법률관계를 인정하는 것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새로운 법률관계를 창설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리고 그 근거는 결국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유효한 명의신탁약정이 존재하였다는 것, 즉 명의신탁약정의 유효성을 전제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부동산실명법 시행 후의 판례는 명의신탁약정의 유효성을 전제하거나 이를 기초로 하여 법률관계를 구성하는 것을 부정하는 태도를 유지하여 왔다. 다수의견처럼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인정한다면 이러한 판례의 일관된 태도에 반할 뿐만 아니라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라)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서는 부당이득반환 관계를 유형화된 틀 속에서만 살피지 말고, 구체적인 사안에서 공평의 이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한다.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인정 여부가 문제 되는, 다수 당사자 사이의 이익의 취득과 권리의 상실이 얽힌 사안은 3자간 등기명의신탁 외에도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반대의견에서 살펴본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1다46730 판결, 대법원 2005. 7. 22. 선고 2005다7566, 7573 판결 등에서는 당사자들 사이에서 다수 당사자가 얽혀 있는 법률관계를 간명하게 해결할 수 있다거나 정의ㆍ공평의 원칙에 부합할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부당이득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당사자 사이에 계약 등 부당이득반환의 법률관계를 인정할 실체적 권리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직접적인 부당이득반환 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유독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부당이득반환 관계를 인정하려고 하는 다수의견은,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서의 부정에도 불구하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을 유효하다고 보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
3) 명의신탁자가 매도인을 상대로 매매대금의 반환을 구하거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을 요구하는 것이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다수의견의 논거는 합리적인 설득력이 부족하다.
가) 판례는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하여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안 된다는 추상적 규범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의 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있어야 하고, 이러한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하며, 또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령에 위반되어 무효임을 알고서도 그 법률행위를 한 자가 강행법규 위반을 이유로 무효를 주장한다고 하여 신의칙 또는 금반언의 원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본다(대법원 2001. 5. 15. 선고 99다53490 판결 등 참조).
나) 부동산실명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을 유효하다고 보았으므로 당시 매도인이 명의신탁자의 요청으로 명의수탁자에게 소유명의를 이전하였다면 매도인은 이로써 자신의 매매계약에 따른 의무이행을 완료하였다고 신뢰하였을 것이고 이러한 신뢰는 정당하였다. 그런데 부동산실명법의 시행으로 명의신탁자가 그 등기명의를 회복하지 못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명의신탁자가 매도인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나 매매대금의 반환 등 매매계약상 의무이행을 다시 청구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미 매도인에게 형성된 신뢰를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부동산 소유명의를 명의수탁자에게 이전한 매도인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대법원 2002. 3. 15. 선고 2001다61654 판결은 부동산실명법이 시행되기 전에 매도인이 명의신탁자의 요구에 따라 명의수탁자에게 소유명의를 이전하여 주었다면, 명의신탁자가 자신의 귀책사유로 법에서 정한 유예기간이 지나도록 실명등기를 하지 않은 사정에 기인하여 매도인에 대하여 매매대금의 반환을 구하거나, 명의신탁자 앞으로 다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법리는 부동산실명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후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이 무효라는 것은 명의신탁자나 매도인 모두에게 명백하다. 매도인이 명의신탁자의 요청에 따라 소유명의를 명의수탁자에게 이전하더라도 이는 무효이므로 부동산의 소유권은 여전히 매도인에게 남아 있고, 명의신탁자와 사이의 매매계약이 유효하므로 매도인으로서는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여전히 부담하고 있다는 사정을 알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같은 이유에서 매도인에게 명의수탁자에 대한 소유명의 등기 이전으로 자신의 매매계약상 의무가 모두 이행되었고 이후 명의신탁자로부터 매매계약에 따른 이행청구를 받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없다. 설령 매도인이 이와 같은 신뢰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이는 부동산실명법의 강행규정에 반하는 것으로서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으로 보호할 정당한 신뢰로 볼 수 없다. 따라서 매도인에게 정당한 신뢰가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데도 명의신탁자의 매도인에 대한 매매계약에 따른 청구가 신의칙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제한할 수는 없다.
다)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매도인에게 보호할 정당한 신뢰가 있는지는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에서 매도인의 지위와 비교할 때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는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취득하기 위한 계약에서 명의수탁자가 어느 한쪽 당사자가 되고 상대방 당사자는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물권변동을 무효로 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계약명의신탁에서 선의의 매도인은 매매계약을 유효한 것으로 믿고 부동산에 관한 소유명의를 명의수탁자에게 이전하였을 것이므로, 이로써 자신의 매매계약상 의무를 모두 이행하였다는 신뢰가 형성되었다. 따라서 부동산실명법도 매도인의 이러한 신뢰를 보호하기 위해서 이때의 물권변동을 무효로 보지 않는 것이다. 반면 부동산실명법은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의 매도인에 대해서는 계약명의신탁에서의 선의의 매도인과 달리 신뢰를 보호하는 규정을 두지 않았고, 오히려 부동산실명법 위반 방조라는 형사책임이 문제될 여지가 있다. 이는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이 있음을 알고 이에 협력한 매도인에게는 보호할 신뢰가 없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라) 다수의견처럼 신의칙을 근거로 명의신탁자의 매도인에 대한 매매대금의 반환이나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가 획일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단정하는 것은 명의신탁자의 매매계약상 권리를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향후 구체적 사안을 해결함에 있어서 법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명의신탁자의 매도인에 대한 매매대금의 반환이나 이행불능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가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근거로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이 된 것에 매도인에게는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거나, 설령 매도인에게 귀책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3자간 등기명의신탁을 현출한 명의신탁자의 귀책사유가 매도인의 그것보다 현저히 무겁다는 사정을 들고 있다.
그러나 모든 3자간 등기명의신탁 사안에서 매도인에게 귀책사유가 없거나 명의신탁자의 귀책사유가 매도인의 그것보다 훨씬 무겁다고 획일적으로 단정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예를 들어 본다. 매도인이 세금 등 비용부담의 문제 때문에 높은 가격으로 부동산을 매수하는 것을 주저하는 매수인에게 등기명의신탁을 하게 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이를 권유하여 매도인이 원하는 가격으로 부동산을 매도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또한 부동산을 급히 매도하고 싶은 매도인이 매수희망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가 적절한 매수인을 찾았으나 매수인이 자신의 명의로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없는 상황 또는 명의신탁자가 신탁부동산의 공법상 제한으로 인하여 소유권 취득이 어려운 상황이었을 때 매도인이 나서서 명의신탁자에게 명의신탁약정의 방법을 알려주거나 명의수탁자를 적극 섭외한 뒤 매수인으로 하여금 섭외한 명의수탁자에게 등기명의를 신탁할 것을 권유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 과연 실체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3자간 등기명의신탁을 적극적으로 현출한 것에 대한 주된 책임자가 명의신탁자이고, 매도인은 귀책사유가 없거나 명의신탁자보다 현저히 가볍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이처럼 3자간 등기명의신탁관계가 형성되는 데에는 다양한 사정이 있을 수 있다. 다수의견처럼 구체적인 사정을 살피지 않은 채 매도인에게 귀책사유가 없거나 명의신탁자의 귀책사유가 매도인보다 훨씬 무겁다고 단정하고는 명의신탁자의 매도인에 대한 매매대금의 반환이나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것은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 관한 모든 사안에 대한 올바른 해결책이 될 수 없고, 구체적인 결론의 타당성을 이끌어 내기도 어렵다.
마) 대체로 3자간 등기명의신탁 사안은 명의신탁자의 이익을 위해 명의신탁자의 요청으로 발생하고, 매도인보다는 명의신탁자에게 귀책사유가 무거운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다수의견이 내세우는 신의칙과 같은 이유로 명의신탁자의 매도인에 대한 매매계약상 지위를 획일적으로 박탈하여서는 안 된다. 반대의견과 같이 명의신탁자의 매매계약상 권리는 민법 제390조 등의 일반 법리에 근거하여 행사를 보장하거나 제한하여야 하고 그 틀에서 명의신탁자와 매도인의 구체적 사정이 구현되게 하여야 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매도인의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된 상황에서 명의신탁자의 귀책사유가 무겁다고 평가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민법 제396조의 과실상계 규정이 적용되어 매도인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은 제한될 것이다. 또한 계약 전체의 사정에 비추어 보았을 때 명의신탁자의 귀책사유가 매도인의 그것보다 현저히 무겁거나, 매도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을 정도로 귀책사유가 가벼워 매도인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이행불능된 것이 아니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매도인에게 민법 제390조에 따른 손해배상의무나 명의신탁자에게 민법 제546조에 따른 해제권이 인정되지 않을 것이다. 이와 반대로 3자간 등기명의신탁이 매도인의 주도로 이루어져 명의신탁자보다 매도인의 책임이 훨씬 큰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명의신탁자에게 민법 제390조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이나 민법 제546조, 제548조에 따른 해제권과 원상회복청구권이 인정될 것이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아마도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직접적인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인정하는 마당에, 다시 명의신탁자의 매도인에 대한 매매계약상의 권리관계를 인정할 수 없어 일괄하여 매도인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아닌지 추측된다. 그러나 이는 본말이 전도된 해석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4)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부정한다고 하여 공평의 이념에 반하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가)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부정하면 명의신탁자가 인수할 위험을 매도인이 부담하여야 하거나 명의신탁자가 보유할 이익을 매도인이 보유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하여 공평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 등으로 부동산이 제3자에게 이전되어 매도인의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이 되었을 때의 법률효과는 명의신탁자와 매도인, 매도인과 명의수탁자의 개별적 법률관계에 따라 발생한다. 반대의견은 명의신탁자와 매도인 사이의 매매계약으로 인한 법률관계는 그 이행의 가능 여부와 상관없이 일관되게 그 당사자 사이의 매매계약에 의하여 해결하여야 한다는 것이지, 매도인에게 위험을 전가시키는 것이 아니다. 매매계약의 이행에 명의수탁자와 매도인의 무자력 위험까지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기보다는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취지에 더욱 충실할 필요가 있다. 다수의견과 같이 계약당사자나 명의수탁자의 무자력 위험까지 고려하여야 한다고 본다면 부당이득반환의 법리가 아니라 더욱 매매계약에 따른 원칙적인 방법으로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부정하는 것이 공평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다고 본 것은, 명의신탁자의 신탁부동산의 소유권 취득이라는 종국적인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게 되었으므로 명의신탁약정의 취지에 맞게 명의신탁자가 투입한 매매대금이 명의신탁자에게 반환될 수 있게 이해관계가 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나, 위와 같이 명의신탁약정을 전제로 한 해석은 부동산실명법의 시행 후에는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
나)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부정하더라도 명의신탁자가 지출한 매매대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민법은 이행불능의 효과로서 채권자의 손해배상청구권과 계약해제권 외에 별도로 대상청구권을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판례는 해석상 대상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1992. 5. 12. 선고 92다4581, 4598 판결 등 참조). 매도인의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이 되었으면 명의신탁자는 매도인에 대하여 대상청구권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매매대금을 회수할 수 있다. 부동산이 수용 등으로 제3자에게 이전되어 보상금이 발생하였다거나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여 처분대금이 발생하였고, 그 보상금이나 처분대금이 매도인에게 이전되었다면 명의신탁자는 대상청구권의 행사로서 매도인을 상대로 보상금이나 처분대금에 대한 반환을 구할 수 있다. 만약 보상금이나 처분대금이 매도인에게 이전되지 않은 채 명의수탁자가 가지고 있다면 명의신탁자는 매도인에게 명의수탁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양도할 것을 대상청구권의 행사로 구할 수도 있다(대법원 1996. 10. 29. 선고 95다56910 판결 등 참조). 대상청구권은 채무자나 채권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를 묻지 않는다. 따라서 명의신탁자는 신탁부동산에 관한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이 되면 그 책임 유무를 따질 필요 없이 매도인에게 위와 같은 대상청구권을 행사하여 매매대금을 지출한 데 대한 손해를 전보받을 수 있다.
이와 같이 명의신탁자가 지출한 매매대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원천적으로 배제되는 것도 아닌데 아무런 법률관계가 없는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서 부당이득반환의 법률관계를 인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5) 오히려 명의신탁자에게 명의수탁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은 자기책임의 원칙과 공평의 이념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와 부당하다.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자가 매매대금을 매도인에게 전부 지급하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매수한 부동산에 관하여 무효인 명의신탁등기를 함으로써 불확정적인 법률관계를 조성하였다면 이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의 부담은 명의신탁자 스스로 부담하는 것이 자기책임의 원칙에 부합한다. 그런데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부당이득반환의 법률관계를 인정하면 명의신탁자는 자신이 만든 위험을 스스로 부담하지 않은 채 매매계약의 당사자도 아닌 명의수탁자에게 부당이득반환을 구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명의신탁자가 자기책임에 따라 체결하고 이행한 계약상 위험을 제3자인 명의수탁자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계약법상 기본원리에 반한다.
다.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후에는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부당이득반환 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
1) 판례는 양 당사자 사이에 실체적 권리관계가 존재하지 않으면 부당이득반환의 법률관계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계약상 채무자에게 채무이행을 구할 수 있으면 채무자를 통하여 권리구제를 받게 하고 제3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부정하고(대법원 2002. 8. 23. 선고 99다66564, 66571 판결), 제3자를 위한 계약에서 제3자에게 급부가 이행되었더라도 그 이행이 낙약자와 요약자 사이 법률관계에서 이행으로서 의미를 갖는 것이라면 부당이득반환은 낙약자와 요약자 사이에서 성립할 뿐 낙약자가 제3자에게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한다(대법원 2005. 7. 22. 선고 2005다7566, 7573 판결). 또한 권리침해로 인한 부당이득반환 관계는 권리자와 권리를 침해한 자 사이에서 인정한다(대법원 2011. 6. 10. 선고 2010다40239 판결).
그런데도 종전 판례는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아무런 실체적 권리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직접적인 부당이득반환 관계를 인정하고 있다. 이는 종전 판례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명의신탁약정이 유효하게 성립하였음을 전제로 법률관계를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 명의신탁약정과 물권변동이 있었던 경우라면 종전 판례의 태도를 수긍할 수 있다. 당시에는 명의신탁약정과 그로 인한 물권변동이 유효하였으므로 이를 전제하고 법률관계를 구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산실명법이 시행된 후 명의신탁약정과 그로 인한 물권변동이 이루어진 경우는 다르다. 명의신탁약정과 그로 인한 물권변동이 무효임은 명백하므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유효한 명의신탁약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3자간 등기명의신탁의 법률관계를 판단하여야 한다.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는 아무런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고 명의신탁자와 매도인, 매도인과 명의수탁자 사이의 개별적인 법률관계만 존재하고, 명의신탁자는 별개의 법률관계의 당사자인 명의수탁자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다.
결국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부당이득반환의 법률관계를 인정하는 것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한 종전 판례를 답습하는 것으로서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후의 상황에는 맞지 않는다.
2)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후에도 부동산 명의신탁의 관행이 사라지지는 않았으나 여러 가지 규제 등으로 인하여 부동산 명의신탁을 둘러싼 거래 환경이 변하였고, 부동산명의신탁약정이 무효로서 법적으로 보호받기 어렵다는 점이 널리 알려져 이에 대한 국민의 법감정도 크게 변화하였다. 대법원은 반대의견에서 본 것처럼 부동산실명법의 규정 취지에 맞게 여러 논점들에 대하여 법리를 변경해 오고 있다. 3자간 등기명의신탁의 경우에도 이러한 부동산실명법에 따른 법리가 적용되어야 하고,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전의 논리에 따른 종전 판례를 답습하여 부동산실명법의 해석에 혼란을 주어서는 안 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반대의견의 논거를 보충하고, 다수의견 및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 대한 의견을 개진한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이기택 김재형 조재연 박정화(주심)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노태악 이흥구 천대엽 |
217,447 | 손해배상(기) | 2016다203933 | 20,210,909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당사자들이 분쟁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방 당사자가 이행해야 할 채무액에 관하여 협의하였다거나 일방 당사자의 채무이행에 대해 상대방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묵시적 화해계약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자동차 정비업자가 보험회사에 차량 수리비를 청구하는 경우, 구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16조 제1항에 근거하여 국토해양부장관이 공표한 자료가 수리비 산정의 기준이 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일반적으로 정비업자가 위 조항에 근거하여 국토해양부장관이 공표한 ‘탈착교환 표준작업시간표’에 따라 산정된 수리기간 내에 차량의 수리를 마쳐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소극) / 정비업자가 수리를 지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보험회사에 대해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 [1] 화해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분쟁이 된 법률관계에 관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로 양보함으로써 분쟁을 끝내기로 하는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하는데, 화해계약이 성립한 이후에는 그 목적이 된 사항에 관하여 나중에 다시 이행을 구하는 등으로 다툴 수 없는 것이 원칙이므로, 당사자가 한 행위나 의사표시의 해석을 통하여 묵시적으로 그와 같은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당시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이를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따라서 당사자들이 분쟁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방 당사자가 이행해야 할 채무액에 관하여 협의하였다거나 일방 당사자의 채무이행에 대해 상대방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묵시적 화해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2] 구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2013. 3. 23. 법률 제116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6조 제1항은 “국토해양부장관은 보험회사 등과 자동차 정비업자 간의 정비요금에 대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하여 적절한 정비요금(표준작업시간과 공임 등을 포함한다)에 대하여 조사ㆍ연구하여 그 결과를 공표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주무장관이 위 법률 조항에 근거하여 공표한 자료는 다른 반증이 없는 한 객관성과 합리성을 지닌 자료로서 정비요금의 액수가 타당한지 여부에 관한 다툼이 있을 때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 즉, 정비업자가 보험회사에 차량 수리비를 청구하는 경우 국토해양부장관이 위와 같이 공표한 자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들 사이에 수리비를 산정하기 위한 기준이 된다. 그러나 국토해양부장관이 위 법률 조항에 따라 공표한 ‘탈착교환 표준작업시간표’에는 특정 정비업자의 실제 작업 상황, 즉 인력 현황, 대기 차량의 수, 차주와의 협의 사항 등이 반영되어 있지 않으므로, 일반적으로 정비업자가 자신이 처한 실제 작업 상황과 무관하게 위 ‘탈착교환 표준작업시간표’에 따라 산정된 수리기간 내에 차량의 수리를 마쳐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한편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에 따라 사고 차량의 차주가 렌터카를 이용한 기간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차주 또는 렌터카 업체에 렌트비 상당의 보험금을 지급하는데, 차주가 대체로 차량 수리기간 동안 렌터카를 이용하는 상황에서는 보험회사가 지출할 금액은 주로 정비업자가 차량을 인수하여 수리하는 기간에 영향을 받게 된다. 정비업자는 이러한 법률관계에 당사자로서 직접 관여하는 것은 아니므로 정비업자가 단지 수리를 지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당연히 보험회사에 대해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아니고, 위와 같은 법률관계를 이용하여 보험회사로 하여금 과다한 금액을 지출하도록 할 의도로 적극적으로 수리를 지연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보험회사에 대해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할 여지가 있을 뿐이다. | [1] 민법 제105조, 제731조, 제732조 / [2] 민법 제750조, 구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2013. 3. 23. 법률 제116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6조 제1항(현행 삭제) | [1] 대법원 1998. 11. 24. 선고 98다27210 판결, 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4다64272 판결(공2007상, 531),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5다64552 판결(공2007하, 2001) / [2] 대법원 2014. 4. 30. 선고 2012다109576 판결 |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광장 담당변호사 김선태 외 3인)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현대자동차 주식회사 (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담당변호사 김능환 외 3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5. 12. 10. 선고 2014나369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등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중복 청구한 수리비에 관하여 묵시적 화해계약이 성립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화해계약은 당사자가 상호 양보하여 당사자 간의 분쟁을 종지할 것을 약정하는 것으로(민법 제731조), 당사자 일방이 양보한 권리가 소멸되고 상대방이 화해로 인하여 그 권리를 취득하는 효력이 있다(민법 제732조). 즉, 화해계약이 성립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창설적 효력에 따라 종전의 법률관계를 바탕으로 한 권리의무관계는 소멸하고, 계약당사자 사이에 종전의 법률관계가 어떠하였는지를 묻지 않고 화해계약에 따라 새로운 법률관계가 생긴다(대법원 2020. 10. 15. 선고 2020다227523, 227530 판결 등 참조).
화해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분쟁이 된 법률관계에 관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로 양보함으로써 분쟁을 끝내기로 하는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하는데(대법원 1998. 11. 24. 선고 98다27210 판결), 화해계약이 성립한 이후에는 그 목적이 된 사항에 관하여 나중에 다시 이행을 구하는 등으로 다툴 수 없는 것이 원칙이므로, 당사자가 한 행위나 의사표시의 해석을 통하여 묵시적으로 그와 같은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당시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이를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4다64272 판결,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5다64552 판결의 취지 참조). 따라서 당사자들이 분쟁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방 당사자가 이행해야 할 채무액에 관하여 협의하였다거나 일방 당사자의 채무이행에 대해 상대방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묵시적 화해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나. 원심은, 피고가 원고에게 원심판결 별지2 중복청구 내역표 기재 각 수리 차량(이하 ‘이 사건 수리중복 차량’이라 한다)의 수리비를 이중으로 청구하여 7,806,871원을 더 지급받았으나,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이 사건 수리중복 차량의 각 항목별 실제 수리 여부 및 수리비 액수의 적정성에 관한 합의절차를 거쳐 묵시적으로 상호 양보하여 분쟁을 끝내기로 약정하고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수리비에 대해서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기로 하는 화해계약이 성립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기각하였다.
1) 사고 차량이 피고가 운영하는 수리센터에 입고되면 정비직원은 사고 차량 운전자와 원고에게 수리비 견적서를 발행하고 원고로부터 수리비 지불보증을 받는다. 원고는 피고로부터 수리비 청구를 받으면 손해사정을 한 후 피고의 보험업무 담당자와 수리내역 및 수리비의 적정성을 협의ㆍ검토한 후 수리비를 결정하여 피고에게 합의된 수리비 상당의 보험금을 지급한다.
2) 원고 측 손해사정사는 피고가 청구한 수리내역과 수리금액 중 일부를 감액하는 등의 방법으로 잠정 수리비를 결정하고 이에 대해 피고가 이의하면 다시 협의를 하고 이의하지 않으면 그 잠정 수리비를 피고에게 지급하였다.
3) 원고와 피고는 수십 년 동안 이와 같은 방식으로 수리비 지급업무를 처리하면서 이 사건 이외에 수리비의 적정성 등에 대하여 문제 삼은 적은 없다.
4) 이 사건 수리중복 차량에 관하여 피고가 청구한 수리비 합계 190,865,818원 중 원고가 손해사정을 통해 감액한 액수가 합계 24,650,072원에 이름에도 피고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감액된 수리비를 원고로부터 수령하였다.
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보험회사가 정비업자에게 동일한 수리내역에 관하여 수리비를 중복 지급한 후 그에 대한 반환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사건 수리중복 차량에 관하여 일부 수리비를 중복하여 지급한 원고가 묵시적으로 피고와 사이에 장차 중복 지급한 수리비에 대한 반환청구권을 포기하는 내용의 화해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원고가 구체적으로 이 사건 수리중복 차량에 관한 수리비 일부가 중복 청구된 사실을 알면서도 그에 관한 분쟁에 관하여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원심이 채택한 모든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더라도 이와 같은 특별한 사정을 인정하기 어려운데도, 원심은 그러한 특별한 사정에 관하여 아무런 심리를 하지 않은 채 그 판시와 같이 원고와 피고 사이의 수리비 지급에 관한 통상적인 업무방식만을 근거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위와 같이 중복 지급된 수리비를 포함하여 전체 수리비에 관하여 향후 다투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묵시적 화해계약이 성립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묵시적 화해계약의 성립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수리지연에 대하여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구「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2013. 3. 23. 법률 제116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6조 제1항은 “국토해양부장관은 보험회사 등과 자동차 정비업자 간의 정비요금에 대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하여 적절한 정비요금(표준작업시간과 공임 등을 포함한다)에 대하여 조사ㆍ연구하여 그 결과를 공표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주무장관이 위 법률 조항에 근거하여 공표한 자료는 다른 반증이 없는 한 객관성과 합리성을 지닌 자료로서 정비요금의 액수가 타당한지 여부에 관한 다툼이 있을 때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대법원 2014. 4. 30. 선고 2012다109576 판결 등 참조). 즉, 정비업자가 보험회사에 차량 수리비를 청구하는 경우 국토해양부장관이 위와 같이 공표한 자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들 사이에 수리비를 산정하기 위한 기준이 된다. 그러나 국토해양부장관이 위 법률 조항에 따라 공표한 ‘탈착교환 표준작업시간표’에는 특정 정비업자의 실제 작업 상황, 즉 인력 현황, 대기 차량의 수, 차주와의 협의 사항 등이 반영되어 있지 않으므로, 일반적으로 정비업자가 자신이 처한 실제 작업 상황과 무관하게 위 ‘탈착교환 표준작업시간표’에 따라 산정된 수리기간 내에 차량의 수리를 마쳐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한편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에 따라 사고 차량의 차주가 렌터카를 이용한 기간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차주 또는 렌터카 업체에 렌트비 상당의 보험금을 지급하는데, 차주가 대체로 차량 수리기간 동안 렌터카를 이용하는 상황에서는 보험회사가 지출할 금액은 주로 정비업자가 차량을 인수하여 수리하는 기간에 영향을 받게 된다. 정비업자는 이러한 법률관계에 당사자로서 직접 관여하는 것은 아니므로 정비업자가 단지 수리를 지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당연히 보험회사에 대해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아니고, 위와 같은 법률관계를 이용하여 보험회사로 하여금 과다한 금액을 지출하도록 할 의도로 적극적으로 수리를 지연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보험회사에 대해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할 여지가 있을 뿐이다.
나. 원심은, 위 ‘탈착교환 표준작업시간표’를 근거로 원심판결 별지3 지연수리 내역표 기재 각 차량(이하 ‘이 사건 수리지연 차량’이라 한다)에 대한 ‘적정 수리기간’을 5일로 산정한 다음 피고가 이를 초과하여 지연수리를 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렌터카 업체에 초과 기간 동안 렌트비를 추가로 지급하게 하는 손해를 입혔으므로 원고에 대해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이 사건 수리지연 차량을 인수한 후 위 ‘탈착교환 작업시간표’를 근거로 산정된 ‘적정 수리기간’ 내에 수리 및 출고를 마치지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위법하게 수리를 지연하였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수리를 지연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경위나 의도 등에 관한 추가 심리 없이 수리를 지연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원고에 대해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고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이와 달리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불법행위책임의 성립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따라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217,437 | 부동산임의경매 | 2021마167 | 20,210,909 | 자 | 대법원 | 민사 | 결정 | [1] 사법보좌관규칙 제4조 제6항 제5호에 따른 단독판사 등의 ‘인가’는 재판의 한 형식인 ‘결정’으로 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인가결정을 이의신청인에게 반드시 고지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2] 사법보좌관의 처분(매각허가결정)에 대하여 이의신청하는 취지로 甲이 즉시항고장을 제출하자, 사법보좌관의 소속법원(제1심법원)이 즉시항고장의 우측 상단에 판사의 날인만 하였을 뿐 사법보좌관규칙 제4조 제6항 제5호가 정한 단독판사 등의 인가결정 절차 등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항고법원인 원심법원에 사건기록을 송부한 사안에서, 즉시항고장의 우측 상단에 아무런 문언의 기재 없이 행하여진 판사의 날인만으로는 사법보좌관규칙 제4조 제6항 제5호에 따른 ‘인가’결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 [1] 법원조직법 제54조 제3항은 사법보좌관의 처분에 대하여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법관에게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에 따른 사법보좌관규칙 제4조는 사법보좌관의 처분 중 단독판사 또는 합의부(이하 ‘단독판사 등’이라 한다)가 처리하는 경우 항고ㆍ즉시항고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제1항), 사법보좌관이 이의신청을 받은 때에는 이의신청 사건을 지체 없이 소속법원의 단독판사 등에게 송부하여야 하고(제5항), 이를 송부받은 단독판사 등은 그 이의신청이 이유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사법보좌관의 처분을 인가하고 이의신청 사건을 항고법원에 송부하여야 하며(제6항 제5호), 위 인가결정은 이의신청인에게 고지하여야 하고(제6항 제5-2호), 이의신청 사건을 송부받은 항고법원은 단독판사 등이 한 인가처분에 대한 항고 또는 즉시항고로 보아 재판절차를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9항). 이와 같은 관련 규정의 내용을 종합하면, 사법보좌관규칙 제4조 제6항 제5호에 따른 단독판사 등의 ‘인가’는 사법보좌관이 한 처분의 적정성을 확인하는 단독판사 등의 판단행위로서 재판의 한 형식인 ‘결정’으로 하여야 하고, 절차진행의 투명성을 위해 그 인가결정은 이의신청인에게 반드시 고지하여야 한다. [2] 사법보좌관의 처분(매각허가결정)에 대하여 이의신청하는 취지로 甲이 즉시항고장을 제출하자, 사법보좌관의 소속법원(제1심법원)이 즉시항고장의 우측 상단에 판사의 날인만 하였을 뿐 사법보좌관규칙 제4조 제6항 제5호가 정한 단독판사 등의 인가결정 절차 등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항고법원인 원심법원에 사건기록을 송부한 사안에서, 즉시항고장의 우측 상단에 아무런 문언의 기재 없이 행하여진 판사의 날인만으로는 사법보좌관이 한 처분에 대한 단독판사 등의 판단행위로서 사법보좌관규칙 제4조 제6항 제5호에 따른 ‘인가’결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사건기록을 다시 사법보좌관의 소속법원에 이송하여 적법한 절차를 거치도록 하였어야 하는데도, 사법보좌관의 처분(매각허가결정)을 제1심결정으로 표시하여 甲의 즉시항고를 기각한 원심결정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법원조직법 제54조 제3항, 사법보좌관규칙 제4조 제1항, 제5항, 제6항 제5호, 제5-2호, 제9항 / [2] 법원조직법 제54조 제3항, 사법보좌관규칙 제4조 제1항, 제5항, 제6항 제5호, 제5-2호, 제9항 | [1] 대법원 2008. 9. 25.자 2008마922 결정 | 【재항고인】
재항고인
【원심결정】
전주지법 2021. 3. 11.자 2020라601 결정
【주 문】
원심결정을 파기한다. 사건을 전주지방법원으로 이송한다.
【이 유】
재항고이유를 판단하기에 앞서 직권으로 본다.
법원조직법 제54조 제3항은 사법보좌관의 처분에 대하여 대법원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법관에게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에 따른 사법보좌관규칙 제4조는 사법보좌관의 처분 중 단독판사 또는 합의부(이하 ‘단독판사 등’이라 한다)가 처리하는 경우 항고ㆍ즉시항고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제1항), 사법보좌관이 이의신청을 받은 때에는 이의신청 사건을 지체 없이 소속법원의 단독판사 등에게 송부하여야 하고(제5항), 이를 송부받은 단독판사 등은 그 이의신청이 이유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사법보좌관의 처분을 인가하고 이의신청 사건을 항고법원에 송부하여야 하며(제6항 제5호), 위 인가결정은 이의신청인에게 고지하여야 하고(제6항 제5-2호), 이의신청 사건을 송부받은 항고법원은 단독판사 등이 한 인가처분에 대한 항고 또는 즉시항고로 보아 재판절차를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9항).
이와 같은 관련 규정의 내용을 종합하면, 사법보좌관규칙 제4조 제6항 제5호에 따른 단독판사 등의 ‘인가’는 사법보좌관이 한 처분의 적정성을 확인하는 단독판사 등의 판단행위로서 재판의 한 형식인 ‘결정’으로 하여야 하고, 절차진행의 투명성을 위해 그 인가결정은 이의신청인에게 반드시 고지하여야 한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2020. 12. 14. 자 사법보좌관의 처분(매각허가결정)에 대하여 이의신청하는 취지로 재항고인이 2020. 12. 21. 즉시항고장을 제출하자, 사법보좌관의 소속법원(제1심법원)은 그 즉시항고장의 우측 상단에 판사의 날인만 하였을 뿐 사법보좌관규칙 제4조 제6항 제5호가 정한 단독판사 등의 인가결정 절차 등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곧바로 항고법원인 원심법원에 이 사건 기록을 송부하였음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위와 같다면, 즉시항고장의 우측 상단에 아무런 문언의 기재 없이 행하여진 판사의 날인만으로는 사법보좌관이 한 처분에 대한 단독판사 등의 판단행위로서 사법보좌관규칙 제4조 제6항 제5호에 따른 ‘인가’결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기록을 다시 사법보좌관의 소속법원에 이송하여 적법한 절차를 거치도록 하였어야 할 것(대법원 2008. 9. 25.자 2008마922 결정 참조)임에도 이를 간과한 채 제1심결정이 적법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단정하고 이 사건 2020. 12. 14. 자 사법보좌관의 처분(매각허가결정)을 제1심결정으로 표시하여 재항고인의 즉시항고를 기각하였다. 이러한 원심결정에는 사법보좌관 처분의 이의신청절차에 관한 법규를 위반한 잘못이 있다. 이 점에서 원심결정은 유지될 수 없다.
그러므로 원심결정을 파기하되, 이 법원이 직접 재판하기에 충분하므로 자판하기로 하는바,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제1심법원으로 이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박정화 김선수(주심) |
217,423 | 주거침입[배우자 있는 사람과의 혼외 성관계 목적으로 다른 배우자가 부재중인 주거에 출입하여 주거침입죄로 기소된 사건] | 2020도12630 | 20,210,909 | 선고 | 대법원 | 형사 | 전원합의체 판결 | [1] 외부인이 공동거주자의 일부가 부재중에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공동주거에 들어갔으나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2] 피고인이 甲의 부재중에 甲의 처(妻) 乙과 혼외 성관계를 가질 목적으로 乙이 열어 준 현관 출입문을 통하여 甲과 乙이 공동으로 거주하는 아파트에 들어간 사안에서, 피고인이 乙로부터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주거에 들어갔으므로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간 것이 아니어서 주거에 침입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피고인의 주거 출입이 부재중인 甲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추정되더라도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한 사례 | [1] [다수의견] 외부인이 공동거주자의 일부가 부재중에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공동주거에 들어간 경우라면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경우에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사적 생활관계에 있어서 사실상 누리고 있는 주거의 평온, 즉 ‘사실상 주거의 평온’으로서, 주거를 점유할 법적 권한이 없더라도 사실상의 권한이 있는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적 지배ㆍ관리관계가 평온하게 유지되는 상태를 말한다. 외부인이 무단으로 주거에 출입하게 되면 이러한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 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보호법익은 주거를 점유하는 사실상태를 바탕으로 발생하는 것으로서 사실적 성질을 가진다. 한편 공동주거의 경우에는 여러 사람이 하나의 생활공간에서 거주하는 성질에 비추어 공동거주자 각자는 다른 거주자와의 관계로 인하여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라는 법익이 일정 부분 제약될 수밖에 없고, 공동거주자는 공동주거관계를 형성하면서 이러한 사정을 서로 용인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부재중인 일부 공동거주자에 대하여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도 이러한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의 내용과 성질, 공동주거관계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공동거주자 개개인은 각자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누릴 수 있으므로 어느 거주자가 부재중이라고 하더라도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들어가거나 그 거주자가 독자적으로 사용하는 공간에 들어간 경우에는 그 거주자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공동거주자 중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들어갔다면, 설령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더라도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인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깨트렸다고 볼 수는 없다. 만일 외부인의 출입에 대하여 공동거주자 중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사정만으로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하게 되면, 주거침입죄를 의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범죄의 일종으로 보는 것이 되어 주거침입죄가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의 범위를 넘어서게 되고, ‘평온의 침해’ 내용이 주관화ㆍ관념화되며, 출입 당시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부재중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따라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가 좌우되어 범죄 성립 여부가 명확하지 않고 가벌성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게 되어 부당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나)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해석하여야 한다. 따라서 침입이란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출입 당시 객관적ㆍ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다.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대체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겠지만,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거주자의 주관적 사정만으로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외부인이 공동거주자 중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로부터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주거에 들어간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간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주거침입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 (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주거권이다. 주거침입죄가 주거의 평온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서 그 보호법익을 주거권으로 파악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에 관하여 대법원판결에서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사안들은 그 보호법익을 주거권으로 보더라도 사안의 해결에 영향이 없다. (나) 주거침입죄에서 말하는 침입은 이른바 의사침해설에 따라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본 판례가 타당하다. (다) 동등한 권한이 있는 공동주거권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을 받고 주거에 들어간 경우에는 어느 한쪽의 의사나 권리를 우선시할 수 없어 원칙적으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다른 공동주거권자의 의사에 반한다고 해서 형법 제319조 제1항이 정한 침입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주거침입죄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가 정한 명확성의 원칙이나 형법의 보충성 원칙에 반할 수 있다. 평온한 방법으로 주거에 들어갔는지 여부가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라고 볼 근거도 없다. (라) 부부인 공동주거권자 중 남편의 부재중에 아내의 승낙을 받아 혼외 성관계를 가질 목적으로 주거에 들어갔다고 해서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 주거침입죄는 목적범이 아닌 데다가 현재 혼외 성관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목적의 유무에 따라 주거침입죄의 성립이 좌우된다고 볼 수 없다. [대법관 안철상의 별개의견] 외부인이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을 받아 공동주거에 출입한 경우에는 그것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에 따른 외부인의 공동주거 출입행위 그 자체는 외부인의 출입을 승낙한 공동거주자의 통상적인 공동주거의 이용행위 내지 이에 수반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다른 거주자는 외부인의 출입이 그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여러 사람이 함께 거주함으로써 사생활이 제약될 수밖에 없는 공동주거의 특성에 비추어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을 받은 외부인의 출입을 용인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즉,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여 공동주거에 출입하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에 따라 공동주거에 출입한 외부인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여 공동주거에 출입하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부재중에 주거 내에 현재하는 다른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주거에 들어간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는 부재중인 거주자가 만일 그 자리에 있었다면 피고인의 출입을 거부하였을 것임이 명백한지 여부에 따라야 한다. 즉, 부재중인 거주자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피고인의 출입을 거부하였을 것임이 명백한 경우에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주거침입죄는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에 들어가는 경우에 성립한다. 주거침입죄는 사람의 주거에 침입한 경우, 즉 거주자 외의 사람이 거주자의 승낙 없이 무단으로 주거에 출입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것이다. 거주자는 주거에 대한 출입이 자신의 의사대로 통제되고 지배ㆍ관리되어야 주거 내에서 평온을 누릴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인 ‘사실상 주거의 평온’은 ‘법익의 귀속주체인 거주자의 주거에 대한 지배ㆍ관리, 즉 주거에 대한 출입의 통제가 자유롭게 유지되는 상태’를 말한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주거에 대한 지배ㆍ관리 내지 출입통제의 방식은 거주자의 의사 및 의사 표명을 통하여 이루어지게 된다. 따라서 주거침입죄에 있어 침입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해석하여야 한다. (나) 부재중인 거주자의 경우에도 그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라는 법익은 보호되므로 그의 법익이 침해된 경우에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 (다) 공동주거에 있어서도 외부인의 출입이 공동거주자 중 부재중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그 거주자에 대한 관계에서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 깨어졌다고 보아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이 주거침입죄의 법적 성질과 보호법익의 실체에 부합하는 해석이다. (라) 외부인의 출입이 부재중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우리 사회에서 건전한 상식을 가지고 있는 일반 국민의 의사를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하고 그에 관한 증명책임은 검사가 부담하므로, 외부인의 출입이 부재중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보더라도 처벌 범위가 확장되는 것이 아니다. [2] 피고인이 甲의 부재중에 甲의 처(妻) 乙과 혼외 성관계를 가질 목적으로 乙이 열어 준 현관 출입문을 통하여 甲과 乙이 공동으로 거주하는 아파트에 3회에 걸쳐 들어간 사안에서, 피고인이 乙로부터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주거에 들어갔으므로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간 것이 아니어서 주거에 침입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설령 피고인의 주거 출입이 부재중인 甲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추정되더라도 그것이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 [1] 구 형법(2016. 1. 6. 법률 제137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41조(현행 삭제), 형법 제319조 제1항 / [2] 형법 제319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325조 | [1] 대법원 1984. 6. 26. 선고 83도685 판결(공1984, 1325)(변경)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최창원 외 2인
【원심판결】
울산지법 2020. 8. 21. 선고 2020노147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쟁점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해자의 처와 교제하고 있던 피고인이 피해자와 피해자의 처가 공동으로 거주하는 이 사건 아파트에 이르러 피해자의 처가 열어 준 현관 출입문을 통해 피해자의 주거에 3회에 걸쳐 침입하였다는 것이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일시 부재중에 피해자의 처와 간통(간통죄가 2016. 1. 6. 법률 제13719호로 개정된 형법에 의하여 폐지되었으므로 이하에서는 ‘혼외 성관계’라는 표현을 사용한다)할 목적으로 피해자와 피해자의 처가 공동으로 생활하는 주거에 들어간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이 위 주거에 들어갈 당시 피해자의 처로부터 승낙을 받았기 때문에 피고인이 위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할 수 있는 행위태양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어서 주거에 침입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설령 피고인의 주거 출입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인 피해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것이 명백하더라도 그것이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직권으로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 검사의 상고이유 요지
1) 대법원은 종전에 다음과 같은 이유로 남편의 일시 부재중에 혼외 성관계를 가질 목적으로 그 처의 승낙을 받아 주거에 들어간 사안에서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다.
즉 "형법상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주거권이라는 법적 개념이 아니고, 사적 생활관계에 있어서의 사실상 주거의 자유와 평온으로서 그 주거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전원이 평온을 누릴 권리가 있다 할 것이나 복수의 주거권자가 있는 경우 한 사람의 승낙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직접ㆍ간접으로 반하는 경우에는 그에 의한 주거에의 출입은 그 의사에 반한 사람의 주거의 평온, 즉 주거의 지배ㆍ관리의 평온을 해치는 결과가 되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 동거자 중 1인이 부재중인 경우라도 주거의 지배ㆍ관리관계가 외관상 존재하는 상태로 인정되는 한 위 법리에는 영향이 없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남편이 일시 부재중 혼외 성관계를 가질 목적으로 그 처의 승낙을 얻어 주거에 들어간 경우라도 남편의 주거에 대한 지배ㆍ관리관계는 여전히 존속한다고 봄이 옳고, 사회통념상 혼외 성관계를 가질 목적으로 주거에 들어오는 것은 남편의 의사에 반한다고 보이므로 처의 승낙이 있었다 하더라도 남편의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은 깨어졌다 할 것이어서 이러한 경우에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라는 것이었다(대법원 1984. 6. 26. 선고 83도685 판결 등 참조).
2) 검사의 상고이유는 원심이 위 대법원판결과 배치되는 판단을 하였다는 것이다.
라.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가족 등 여러 사람이 함께 거주하는 주거(이하 ‘공동주거’라 한다)에 있어 그 주거에서 거주하는 사람 이외의 자(이하 ‘외부인’이라 한다)가 공동으로 거주하는 사람(이하 ‘공동거주자’라 한다) 중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공동주거에 들어갔으나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이다.
2. 이 사건 쟁점에 관한 판단
외부인이 공동거주자의 일부가 부재중에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공동주거에 들어간 경우라면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경우에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사적 생활관계에 있어서 사실상 누리고 있는 주거의 평온, 즉 ‘사실상 주거의 평온’으로서, 주거를 점유할 법적 권한이 없더라도 사실상의 권한이 있는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적 지배ㆍ관리관계가 평온하게 유지되는 상태를 말한다. 외부인이 무단으로 주거에 출입하게 되면 이러한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 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보호법익은 주거를 점유하는 사실상태를 바탕으로 발생하는 것으로서 사실적 성질을 가진다.
한편 공동주거의 경우에는 여러 사람이 하나의 생활공간에서 거주하는 성질에 비추어 공동거주자 각자는 다른 거주자와의 관계로 인하여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라는 법익이 일정 부분 제약될 수밖에 없고, 공동거주자는 공동주거관계를 형성하면서 이러한 사정을 서로 용인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부재중인 일부 공동거주자에 대하여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도 이러한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의 내용과 성질, 공동주거관계의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공동거주자 개개인은 각자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누릴 수 있으므로 어느 거주자가 부재중이라고 하더라도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들어가거나 그 거주자가 독자적으로 사용하는 공간에 들어간 경우에는 그 거주자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공동거주자 중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들어갔다면, 설령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더라도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인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깨트렸다고 볼 수는 없다. 만일 외부인의 출입에 대하여 공동거주자 중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사정만으로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하게 되면, 주거침입죄를 의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범죄의 일종으로 보는 것이 되어 주거침입죄가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의 범위를 넘어서게 되고, ‘평온의 침해’ 내용이 주관화ㆍ관념화되며, 출입 당시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부재중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따라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가 좌우되어 범죄 성립 여부가 명확하지 않고 가벌성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게 되어 부당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나.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로서 침입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해석하여야 한다. 따라서 침입이란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출입 당시 객관적ㆍ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다.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대체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겠지만,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거주자의 주관적 사정만으로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앞서 보호법익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외부인이 공동거주자 중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로부터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주거에 들어간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간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주거침입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3. 판례의 변경의 범위
이와 달리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에 따라 주거에 출입한 것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사정만으로 다른 거주자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해치는 결과가 된다는 전제에서, 공동거주자 중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주거에 출입하였는데도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한다는 사정만으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로 판단한 앞서 본 대법원 83도685 판결을 비롯한 같은 취지의 대법원판결들은 이 사건 쟁점에 관한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4. 이 사건에 대한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부재중에 피해자의 처와 혼외 성관계를 가질 목적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일시에 피해자의 처가 열어 준 현관 출입문을 통하여 피해자와 피해자의 처가 공동으로 생활하는 이 사건 아파트에 들어간 사실이 인정된다.
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부재중에 피해자의 처로부터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주거에 들어갔으므로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간 것이 아니어서 주거에 침입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설령 피고인의 주거 출입이 부재중인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추정되더라도 그것이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주거침입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 대법관 안철상의 별개의견과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이기택의 보충의견이 있다.
6.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
다수의견은 이 사건 쟁점에 관하여 판단하면서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을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라고 보고, 그 연장선에서 침입의 의미도 ‘평온 침해’라고 파악하여 배우자가 있는 사람과 혼외 성관계를 가질 목적이 있더라도 평온한 방법으로 주거에 들어간 경우에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주거의 평온’이라는 추상적 개념으로 공동주거권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을 얻어 주거에 침입한 구체적인 사안을 해결하는 것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먼저 다수의견과 같이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을 ‘사실상’ 주거의 평온으로 파악하는 것이 타당한가? 다수의견과 달리 침입의 의미를 이른바 의사침해설에 따라 주거권자의 의사에 반하여 들어가는 것이라는 지금까지 일관된 판례는 잘못된 것인가? 공동주거권자 중 한 사람의 부재중에 다른 공동주거권자의 승낙을 받아 혼외 성관계를 목적으로 주거에 들어간 이 사건에서 평온한 방법으로 들어갔는지에 따라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한가? 이러한 사안에서 적정한 판단 기준은 무엇일까?
이 사건에서 피고인을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동의하나 그 이유에는 찬성할 수 없으므로 그 이유를 별개의견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이 별개의견의 결론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주거권이다. 주거침입죄가 주거의 평온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서 그 보호법익을 주거권으로 파악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에 관하여 대법원판결에서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사안들은 그 보호법익을 주거권으로 보더라도 사안의 해결에 영향이 없다.
둘째, 주거침입죄에서 말하는 침입은 이른바 의사침해설에 따라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본 판례가 타당하다.
셋째, 동등한 권한이 있는 공동주거권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을 받고 주거에 들어간 경우에는 어느 한쪽의 의사나 권리를 우선시할 수 없어 원칙적으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다른 공동주거권자의 의사에 반한다고 해서 형법 제319조 제1항이 정한 침입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주거침입죄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가 정한 명확성의 원칙이나 형법의 보충성 원칙에 반할 수 있다. 평온한 방법으로 주거에 들어갔는지 여부가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라고 볼 근거도 없다.
넷째, 부부인 공동주거권자 중 남편의 부재중에 아내의 승낙을 받아 혼외 성관계를 가질 목적으로 주거에 들어갔다고 해서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 주거침입죄는 목적범이 아닌 데다가 현재 혼외 성관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목적의 유무에 따라 주거침입죄의 성립이 좌우된다고 볼 수 없다.
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 "사실상 평온에서 주거권으로"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헌법상 주거의 자유에 기초한 ‘주거권’이라고 보아야 한다.
1) 헌법은 제16조 전문에서 "모든 국민은 주거의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주거의 자유는 국가권력에 의한 침해로부터 주거를 보호하고자 하는 기본권으로서 개인의 사적인 생활공간을 확보해 주는 기능을 한다.
개인의 주거는 민법상 소유권이나 점유권 등 물권에 관한 여러 규정이나 불법행위 규정 등을 통하여 민사법적으로 보호받을 뿐만 아니라 형법상 주거침입죄의 보호 대상이 된다. 즉, 다른 사람의 주거에 관한 권리를 침해한 사람은 민사책임은 물론 형사책임을 질 수 있다.
2) 주거침입죄는 헌법상 기본권인 ‘주거의 자유’가 사인에 의하여 침해되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처벌규정이므로, 주거침입죄가 보호하는 법익은 ‘주거권’이라는 권리 개념에서 규범적으로 파악하여야 한다. 주거권이란 ‘사람이 주거의 평온을 확보하고 권한 없는 사람의 침입으로부터 방해받지 않을 권리’로서, 주거권자가 다른 사람을 주거에 출입하도록 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즉, 누가 자기의 주거공간 안에 들어오고 머물러도 좋은지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이다.
3) 주거권은 자신의 주거공간에서 누리는 사생활, 자신의 주거공간에 대한 자기결정권 또는 자유권을 요소로 하므로, 원치 않는 사람의 침입이나 체류로 주거의 평온을 방해하는 데 주거침입죄의 불법성이 있다.
주거에 대한 소유권 등의 본권이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점유권이 있는 경우에도 주거권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위법하게 주거를 사실상 점유하고 있다고 해서 주거침입죄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 적법하게 주거에 대한 점유를 개시하여 주거권이 발생한 경우에는 그 점유의 근거가 되는 본권이나 법률관계가 소멸하더라도 주거에 대한 직접점유가 유지되고 있는 동안에는 주거권이 바로 없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주거침입죄의 보호 대상이 된다.
가령 임차인이 임대차 종료 후에 임차건물에서 거주하고 있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임대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적법하게 주거에 대한 점유를 개시하여 거주하고 있다가 임대차기간이 종료되어 임차권을 상실하더라도 임대인이 주거에 침입한 경우에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 임대인이 출입구를 폐쇄한 경우에 임차인이 이를 뜯고 주거에 들어가더라도 주거침입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임차인의 주거권은 임대차계약에 기초하여 적법하게 점유를 개시한 이상 임대차기간이 종료된 후에도 소멸하지 않고 퇴거할 때 비로소 소멸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주거침입죄가 주거권자의 사생활과 비밀영역을 보호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므로, 임대차 종료 후 점유 문제를 설명하기 위하여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을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라고 볼 필요는 없다.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에 관한 대법원판결(대법원 1983. 3. 8. 선고 82도1363 판결, 대법원 1984. 4. 24. 선고 83도1429 판결, 대법원 1985. 3. 26. 선고 85도122 판결, 대법원 1987. 11. 10. 선고 87도1760 판결, 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6도7044 판결, 대법원 2007. 7. 27. 선고 2006도3137 판결, 대법원 2008. 5. 8. 선고 2007도11322 판결 등 참조)의 논리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주거침입죄는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므로 거주자가 주거에 거주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가는 범죄의 성립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다. 둘째, 점유할 권리가 없는 자의 점유라고 하더라도 그 주거의 평온은 보호되어야 하므로, 권리자가 그 권리를 실행하면서 법에 정해진 절차에 의하지 않고 주거에 침입한 경우에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
그러나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을 주거권으로 보더라도, 주거권자가 점유를 적법하게 개시하여 주거에서 거주하는 이상 그 후 점유할 권원을 상실하더라도 주거권자의 주거권은 주거침입죄의 보호 대상이 된다고 보면, 위와 같은 대법원판결과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다.
주거권자는 주거권의 행사를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 수 있다. 주거권 행사의 위임은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가족 구성원에게는 묵시적으로 위임한 것으로 인정된다.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경우에는 미성년 자녀에게도 주거권을 위임할 수 있다.
4) 주거권자가 부재중인 빈집에 주거권자의 의사에 반하여 출입한 경우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 전형적인 사안이다. 이 경우 빈집에 주거권자의 승낙 없이 출입하더라도 주거권자가 누리는 주거의 평온이라는 사실상태가 깨어졌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을 주거권이라는 권리의 관점에서 규범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라는 사실상태를 기준으로 파악할 경우에는 위와 같은 빈집 사안에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 근거를 설명할 수 없다.
5) 형법학계에서는 대체로 판례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에 관하여 ‘사실상의 평온설’을 취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판례의 태도를 이와 같이 파악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판결에 따라 변경되는 대법원 83도685 판결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을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라고 보면서도 이를 권리 개념으로 파악하였다. 즉, 위 대법원판결은 "주거에서 공동생활하고 있는 전원이 평온을 누릴 ‘권리’가 있다 할 것이나 복수의 ‘주거권자’가 있는 경우 한 사람의 승낙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직접ㆍ간접으로 반하는 경우에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라고 판단하였다.
또한 대법원은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침입’의 의미를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하였는데, 이는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을 주거권이라고 볼 때 일관성 있게 설명할 수 있다.
6)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에 관한 ‘사실상 평온설’의 유래에 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제 강점기에 조선고등법원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을 주거권으로 보면서 그것을 주거의 출입에 대하여 가장이나 호주가 갖는 허락권으로 이해하였다(조선고등법원 1921. 6. 30. 판결, 조선고등법원 1928. 11. 8. 판결 참조). 이를 현재의 주거권설과 구분하기 위하여 ‘구 주거권설’이라고 부른다.
사실상 평온설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을 주거권이라는 권리가 아니라 주거를 지배하고 있는 사실관계, 즉 주거에 대한 공동생활자 전원의 사실상 평온이라고 한다. 이 견해는 구 주거권설의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려고 제기되었다. 구 주거권설은 주거권의 본질을 민법상 점유권에 근거를 둔 허락권으로 보고 그 주체를 가장이나 호주에게만 인정하는데, 이는 남녀평등의 이념에 반하고 다른 거주자가 주거침입죄에 의한 보호범위에서 제외된다는 단점이 있다. 사실상 평온설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을 ‘주거의 사실상 평온’으로 파악함으로써 사실상 주거를 평온하게 지배ㆍ관리하거나 향유하는 사람이라면 누가 적법한 법적 근거에 따라 지배ㆍ관리하고 있는지와 상관없이 보호법익의 주체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주거권의 주체를 가장이나 호주에 한정할 이유가 없고, 현재는 호주제도가 폐지되었기 때문에 상황이 달라졌다. 위에서 보았듯이 주거권은 ‘사람이 주거의 평온을 확보하고 권한 없는 사람의 침입으로부터 방해받지 않을 권리’ 또는 ‘주거 안에서 권한 없는 사람의 존재에 의하여 방해받지 않을 권리’를 뜻한다(강학상 이를 구 주거권설과 구분하여 ‘신 주거권설’이라고 부른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에서 판례와 통설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을 주거권(Hausrecht)으로 보고 그 의미를 ‘일정한 공간을 방해 없이 지배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권리’라고 파악한다. 비교법적으로 볼 때 일본의 특유한 상황에서 유래한 사실상 평온설을 고수할 이유가 없다.
7) 요컨대, 주거침입죄는 헌법상 기본권인 주거의 자유를 형사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보호법익은 ‘주거권’이라고 보아야 한다.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을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라고 볼 법적 근거가 없다. 다수의견에서 말하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은 모호한 개념이다. 다수의견은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실상 주거’ 또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주거침입죄를 통하여 ‘보호해야 할 법익’으로 보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나. 주거침입죄에서 ‘침입’의 의미: 의사침해설의 타당성
주거침입죄는 주거에 ‘침입’한 자를 처벌한다. 주거침입죄의 실행행위는 ‘침입’이다.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 침입의 사전적 의미에 비추어 주거침입죄의 실행행위인 ‘침입’은 ‘주거권자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1) ‘침입’의 사전적 의미는 ‘침범하여 들어가거나 들어옴’을 뜻하고, ‘침범’은 ‘어떤 대상이 남의 영토나 구역, 권리 따위를 함부로 쳐들어가 해치거나 건드림’을 뜻한다. ‘침범’은 ‘상대방의 승낙 없이 함부로 이루어지는 행위’를 그 개념표지로 삼고 있다. 따라서 ‘침입’은 상대방의 승낙 없이 함부로 들어가거나 들어온다는 것을 뜻하고 승낙은 의사를 통하여 표명되므로, ‘침입’의 사전적 의미에 비추어 보면, 주거침입죄의 실행행위인 침입이란 ‘주거권자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2) 주거침입죄에서 ‘침입’의 의미를 그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위에서 보았듯이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인 주거권은 주거권자가 다른 사람을 주거에 출입하도록 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주거권은 주거권자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지는 주거에 대한 출입통제로 구체화된다. 따라서 주거권자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침입’이라고 해석하여야 한다. 즉, 거주자의 승낙 없이 무단으로 주거에 들어간 것을 ‘침입’이라고 보아야 한다.
3) 대법원은 주거침입죄에서 ‘침입’의 의미에 관하여 최근까지 일관하여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판단해 왔다(대법원 1955. 12. 23. 선고 4288형상25 판결, 대법원 1983. 3. 8. 선고 82도1363 판결,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도293 판결,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도9963 판결,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도7186 판결,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7도21323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판례를 바꾸지 않으면서 침입의 의미를 평온 침해로 전환하는 것은 혼란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타당하지도 않다.
4) 판례와 통설이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을 주거권으로 보는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에서도 침입의 의미를 ‘주거권자의 의사에 반하여 들어가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침입의 의미를 이와 같이 보는 것이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일관성 있는 해석이다.
5) 다수의견은 침입이란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하면서, 침입에 해당하는지는 출입 당시 객관적ㆍ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거주자의 주관적 사정만으로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위에서 보았듯이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주거권’이기 때문에, 사실상 평온상태를 깨뜨리는 방법으로 주거에 들어갔는지는 침입을 판단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없다. 주거권자의 의사에 반하는지 여부라는 명확한 요건 대신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깨뜨렸는지 여부’라는 요건으로 주거침입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경우 형사책임의 성립 여부가 불명확하게 된다. 그리고 다수의견이 말하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 또한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기 어렵다.
6) 침입의 의미와 그 판단 기준에 관한 다수의견에 따른다면, 공동주거권자 중 한 사람의 승낙에 따라 외부인이 출입을 한 것이 부재중인 주거권자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에만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을 뿐, 주거 내에 현재하는 다른 주거권자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에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설명할 수 없다. 즉, 다수의견에서는 외부인의 출입을 반대하거나 반대하는 것으로 보이는 다른 거주자가 주거 내에 현재하는 경우와 부재중인 경우를 구별하여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를 달리 판단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다수의견에 따를 경우 주거 내에 현재하는 다른 거주자가 외부인의 출입을 반대하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한 경우에는 그에 반한 외부인의 출입은 그 거주자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친다고 보아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하겠지만, 과연 그러한 결론이 타당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다. 외부인이 공동주거권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을 받아 공동주거에 들어간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 여부
1) 외부인이 공동주거권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을 받아 공동주거에 들어간 경우에는 그것이 다른 주거권자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다른 주거권자가 주거 내에 현재하거나 부재중인 경우를 구분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동등한 권한이 있는 공동주거권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을 받고 주거에 들어간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주거침입죄는 개인적 법익에 관한 죄이다. 보호법익의 주체는 주거권자 개인이다. 여러 주거권자가 함께 거주하는 공동주거에서는 공동주거권자 개개인이 주거권을 가진다. 공동주거권자는 각자가 독자적으로 주거권을 가지고, 그 주거권의 내용과 보호 정도도 동등하다. 주거권자가 부재중인 경우에도 그의 주거권은 보호되므로 공동주거권자 중 한 사람이 부재중이더라도 그의 주거권은 주거 내에 현재하는 주거권자의 주거권과 그 내용이나 보호 정도가 동등하다고 보아야 한다.
공동주거권자들 내부관계에서는 각자의 주거권이 다른 주거권자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제한을 받는다. 공동주거권자 일방은 다른 주거권자의 주거권을 배제할 수 없다. 공동주거권자 일방이 다른 주거권자의 의사에 반하여 공동주거에 들어가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공동주거권자는 각자가 공동주거에 대한 주거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독자적ㆍ개별적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승낙할 수 있다. 공동주거권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을 받고 주거에 출입하는 것이 생활세계의 모습이다. 공동주거권자 중 한 사람이 주거에 들어와도 좋다고 했으면 외부인으로서는 주거 출입이 허용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외부인이 공동주거권자 중 한 사람으로부터 승낙을 받은 경우에는 공동주거에 출입할 권한을 부여받았으므로 원칙적으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나) 공동주거권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을 받은 외부인의 공동주거 출입행위가 다른 주거권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사정으로 형법 제319조 제1항이 정한 ‘침입’에 해당한다고 해석한다면, 죄형법정주의가 정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
죄형법정주의는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해져야 함을 뜻하고, 그 파생 원칙인 명확성의 원칙은 누구나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이 명확할 것을 뜻하는 것으로서, 처벌법규의 구성요건 내용이 모호하거나 추상적이어서 불명확하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를 국민이 알 수 없고 범죄의 성립 여부가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져 죄형법정주의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법치주의의 이념은 실현될 수 없게 된다(헌법재판소 2002. 2. 28. 선고 99헌가8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형법상 주거침입죄는 주거에 침입한 사람을 처벌한다고 정하고 있고, 위에서 보았듯이 침입이란 ‘주거권자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거권자의 승낙을 받은 경우에는 침입에 해당하지 않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공동주거의 경우에는 공동주거권자 사이에 의사와 법익의 충돌이 생길 수 있다. 외부인이 공동주거권자 중 한 사람으로부터 승낙을 받아 공동주거에 들어갔으나 그것이 다른 주거권자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에는 외부인의 출입행위가 주거침입죄에서 정한 ‘침입’에 해당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공동주거권자 중 한 사람으로부터 승낙을 받은 경우 과연 공동주거에 출입해도 되는지 아니면 출입하면 안 되는지,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 국민이 쉽게 알 수 없어 법을 지키기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공동주거권자 중 누구의 의사를 우선시할 것인지 또는 그 의사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그리고 공동주거권자들과 외부인 사이의 이익을 형량하여 어느 쪽이 우월한지에 따라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이다. 따라서 외부인이 공동주거권자 중 한 사람으로부터 승낙을 받은 경우라도 그의 승낙에 따른 공동주거 출입의 자유와 권리가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다) 공동주거권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을 받은 외부인의 공동주거 출입행위가 다른 주거권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사정만으로 외부인을 주거침입죄로 형사처벌하게 되면 주거침입죄로 처벌되는 가벌성의 범위가 확장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형법의 보충성 원칙에도 반할 수 있다.
외부인의 출입에 관하여 공동주거권자 사이에 의사가 대립하는 경우에는 공동주거권자 사이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함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경우는 형법의 규율 대상인 다른 규범이나 사회적 통제수단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중대한 법익에 대한 침해의 위험이 명백한 행위이거나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큰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이러한 경우까지 주거침입죄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국가형벌권의 과도한 개입으로서 형법의 보충성 원칙에 반한다. 가령 공동주거권자인 남편으로부터 출입 승낙을 받아 공동주거에 출입한 그의 친구의 공동주거 출입행위가 다른 주거권자인 처의 의사에 반한다고 하여 그 친구를 주거침입죄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상식에 맞지 않는다.
위와 같은 경우 외부인이 공동주거권자 중 한 사람으로부터 출입 승낙을 받았다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명확히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벌성의 범위를 한정할 수 있다.
2) 공동주거권자 각자가 독자적으로 주거권을 가지고 있더라도 주거권자 각자가 자신의 권리를 무제한적으로 행사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다른 주거권자의 법익이 침해될 수 있다. 따라서 공동주거권자 중 한 사람이 단독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승낙할 수 있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동주거권자 중 한 사람의 승낙만을 받았더라도 다른 주거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외부인이 형사상 처벌되는 범죄가 되지 않는 행위를 목적으로 공동주거에 들어간 경우에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러한 경우에까지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보게 되면 주거침입죄의 성립 범위가 지나치게 확장된다.
3) 외부인이 공동주거권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을 받아 공동주거에 들어간 경우에 주거침입을 긍정하는 판례는 오래 전에 나온 일본 판례의 영향을 받았다. 즉, 일본 대심원은 부부 중 일방 배우자의 부재중에 다른 배우자와 간통을 할 목적으로 주거에 들어간 경우에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하였다(대심원 1918. 12. 6. 판결, 대심원 1939. 12. 22. 판결 참조). 그러나 일본 하급심판결 중에는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주거권이라는 법적 권리가 아니라 사실상 주거의 평온인 이상, 남편의 부재중에 거주자인 처의 승낙을 얻어 평온하게 그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는 설령 간통을 할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주거침입죄가 보호하려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해치는 태양의 진입이라고는 할 수 없는 이상, 주거침입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라고 판단한 오래된 사례가 있다[후쿠오카(福岡)지방재판소 고쿠라(小倉)지부 1962. 7. 4. 판결 등 참조].
독일에서는 공동권리자 사이에 의견이 합치하지 않을 때 공동권리자 중 한 사람이 다른 공동권리자에게 기대할 수 없는 방식으로 그의 의사에 반하여 자의적으로 권리를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가 확립되어 있었다. 주거침입죄와 관련해서는 독일의 오래된 하급심판결이 이러한 법리에 기초하여 다른 공동권리자가 중대한 이유로 기대가능성의 관점에서 외부인의 체류를 수인할 필요가 없는 경우에는 출입을 금지할 수 있다고 하였다[OLG Hamm, Urteil vom 20. 1. 1955 - (2) Ss 1554/54, NJW 1955, 761; OLG Hamm, Urteil vom 22. 4. 1965 - 2 Vs 1/65, NJW 1965, 2067 참조]. 스위스 연방대법원 판결은 현장에 없는 동순위 권리자의 의사가 현장에 있는 동순위 권리자의 의사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것은 어떤 경우든 납득할 수 없다고 하였다(Bundesgericht, Urteil vom 24. 1. 2019, 6B_258/2018 참조).
위와 같은 판결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있는데, 동등한 권한이 있는 권리자들 사이에 의사가 합치하지 않는 경우에 그들 중 한 사람의 의사만으로 제3자의 주거 출입을 보장하기에 충분하다는 견해도 유력하다. 이는 공동주거권자 중 한쪽의 승낙을 받고 주거에 출입한 경우에 다양한 해결방안이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일본의 하급심판결을 보면,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을 주거권이 아니라 사실상 주거의 평온으로 파악하는 것이 주거침입죄의 성립 범위를 좁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을 위와 같이 보는 근거가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남편의 부재중에 간통 목적으로 거주자인 처의 승낙을 얻어 주거에 들어간 경우에 ‘평온하게’ 들어갔다는 이유로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것은 비교법적으로 이례적이다.
4) 요컨대, 외부인의 출입에 관한 의사가 대립하는 경우에는 동등한 권한이 있는 공동주거권자 사이에서 어느 한 주거권자의 의사가 우선한다고 볼 수 없다. 사회생활에서 공동주거권자 중 한 사람의 승낙으로 주거에 출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공동주거권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을 받은 외부인의 출입행위는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이것이 외부인의 출입을 승낙한 공동주거권자와 그 외부인의 공동주거 출입에 관한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라. 배우자 있는 사람과의 혼외 성관계 목적과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
이 사건에서 실제 쟁점은 부부 중 한 사람이 집을 비운 사이에 그 배우자와 성관계를 갖기로 하고 그 집에 들어간 외부인을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이다. 여기에는 위 다.에서 본 공동주거권자 사이의 의사가 충돌하는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가라는 문제와 함께, 배우자 있는 사람이 집에서 외부인과 성관계를 가지려는 목적으로 주거에 들어온 행위를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있다.
현장에 없는 동순위 권리자의 의사가 현장에 있는 동순위 권리자의 의사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부재중인 권리자의 의사(다수의견에서는 이를 추정적 의사라고 하나, 피해자의 행위에 의해 추정되는 의사가 아니라 피해자가 외부인의 출입을 배제하려는 일반적인 의사 또는 피해자가 외부인의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갖게 되었을 가정적 의사라고 볼 수 있다)가 동등한 권한이 있는 다른 주거권자의 명시적인 승낙에 우선한다고 볼 수 없다. 외부인의 공동주거 출입이 부재중인 권리자의 일반적 또는 가정적 의사에 반한다는 것만으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2015. 2. 26. 선고 2009헌바17 전원재판부 등 결정에서 간통죄에 대하여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이라고 결정하였고, 2016. 1. 6. 법률 제13719호로 형법이 개정되어 간통죄가 폐지되었다. 배우자 있는 사람과 성관계를 갖는 행위는 이제 더 이상 형법으로 처벌되는 범죄가 아니다. 그런데도 그 수단인 주거 출입을 주거침입죄로 처벌하게 되면 주거침입죄가 형법상 폐지된 간통죄를 부분적으로 대신하는 결과가 된다.
주거침입죄에서 침입의 목적은 고려사항이 아니다. 배우자 있는 사람과 혼외 성관계를 가지려는 목적은 주거침입죄와 상관이 없다. 배우자 있는 사람의 승낙을 받고 그와 성관계를 가질 목적으로 주거에 들어간 행위를 주거침입죄로 처벌하는 것은 주거침입죄의 본질이나 규범목적을 흐리게 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마. 이 사건에 대한 판단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따르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처와 혼외 성관계를 가질 목적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일시에 피해자의 처가 열어 준 현관 출입문을 통하여 피해자와 피해자의 처가 공동으로 생활하는 주거에 들어가 피해자의 처와 성관계를 가진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아파트의 공동주거권자인 피해자의 처로부터 승낙을 받았으므로 이 사건 아파트에 출입할 권한이 있고, 설령 피고인이 이 사건 아파트에 출입한 행위가 피해자의 처와 혼외 성관계를 가질 목적이므로 부재중인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바. 결론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을 주거권으로 보고 침입의 의미를 주거권자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공동주거권자 중 한 사람의 승낙에 따른 외부인의 출입이 다른 주거권자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 다른 주거권자가 주거 내에 현재하든지 부재중이든지 그에 대한 관계에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이 방법이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일관되고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부부가 함께 살던 집에 남편의 부재중에 외부인이 아내의 승낙을 받아 혼외 성관계를 가질 목적으로 들어갔다고 해서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 주거침입죄는 목적범이 아닌 데다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간통죄가 폐지되어 혼외 성관계는 더 이상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위와 같은 목적이 있다고 해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하는 것은 부분적으로 주거침입죄로 간통죄를 대체하는 결과가 되어 바람직하지 않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피해자의 처로부터 승낙을 받았으므로 이 사건 아파트에 출입할 권한이 있고, 설령 피고인이 이 사건 아파트에 출입한 행위가 부재중인 피해자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더라도 그것은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원심판단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주거침입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으므로 상고를 기각하여야 한다.
이 의견은 상고를 기각하여야 한다는 이 사건 결론에서는 다수의견과 같지만, 결론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이유와 논거가 다르므로 별개의견으로 한다.
7. 대법관 안철상의 별개의견
가. 이 사건의 쟁점과 별개의견의 요지
이 사건의 쟁점은, 외부인이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을 받아 공동주거에 출입하였으나, 그것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이다. 다수의견은 이 사건의 쟁점을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공동거주자 개개인은 각자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라는 보호법익을 동등하게 누린다고 보아야 하고, 거주자가 주거에 현재하고 있는지 여부나 출입 거부의사가 표시되었는지 아니면 추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그 보호의 내용과 정도를 달리 보아야 할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을 다른 거주자가 부재중인 경우로서 그의 반대의사가 추정적인 경우에 한정하여 논의할 것이 아니라, 다른 거주자가 주거 내에 현재하는 경우로서 그의 반대의사가 명시적인 경우에까지 함께 논의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별개의견의 요지는, 외부인이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을 받아 공동주거에 출입한 경우에는 그것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에 따른 외부인의 공동주거 출입행위 그 자체는 외부인의 출입을 승낙한 공동거주자의 통상적인 공동주거의 이용행위 내지 이에 수반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다른 거주자는 외부인의 출입이 그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여러 사람이 함께 거주함으로써 사생활이 제약될 수밖에 없는 공동주거의 특성에 비추어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을 받은 외부인의 출입을 용인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즉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여 공동주거에 출입하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에 따라 공동주거에 출입한 외부인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여 공동주거에 출입하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 다수의견에 대한 관견
1) 침입의 의미와 판단 기준
다수의견은,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실행행위인 침입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해석하여야 하므로 침입이란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면서, 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출입 당시 객관적ㆍ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거주자의 주관적 사정만으로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다수의견에 찬성하기 어렵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다수의견은 침입의 의미를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인 ‘사실상 주거의 평온’과의 관계에서 해석하여야 한다고 한다. 이는 대법원이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을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라고 보면서도 침입의 의미를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데 대하여, 침입의 의미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일관되지 못하다는 형법학계에서의 비판적인 견해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견이 침입의 의미를 이렇게 보는 이유는,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사정만으로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하게 되면, 주거침입죄를 의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범죄의 일종으로 보는 것이 되어 주거침입죄가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을 넘어서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의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범죄라 함은 협박죄와 같이 피해자가 의사를 결정 또는 의사의 표현 등을 못하도록 그 자유를 침해하는 범죄를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침입의 의미를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에 들어가는 것’으로 해석한다고 하여, 의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범죄의 일종으로 보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하는 행위를 직접 처벌하는 법률 규정도 있지만(「성폭력범죄 |
226,969 | 손해배상 | 2017다259445 | 20,210,909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헌법재판소가 구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 중 제200조의2에 관한 부분(‘구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면서 일정 시한까지 계속 적용을 명한 부분의 효력이 ‘수색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하여 피의자를 체포할 긴급한 필요가 없는 경우’에까지 미치는지 여부(소극) / 입법자가 위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구법 조항을 개정하면서 부칙에 ‘개정 조항’의 소급적용에 관한 경과조치를 두고 있지 않은 경우, 위 헌법불합치결정을 하게 된 당해 사건 및 위 헌법불합치결정 당시 구법 조항의 위헌 여부가 쟁점이 되어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하여 위 헌법불합치결정의 소급효가 미치는지 여부(적극) 및 이들 사건에 대하여는 위헌성이 제거된 개정 조항을 적용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2] 전국단위 노동조합인 甲 노동조합이 경찰이 압수 수색 영장을 발부받지 못한 상태에서 조합원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하여 조합 사무실이 소재한 건물에 진입한 직무집행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현행 형사소송법의 관련 조항이 아닌 구법 조항을 적용하여 위 경찰의 직무집행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단정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null | [1] 헌법 제16조, 구 형사소송법(2019. 12. 31. 법률 제168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6조 제1항 제1호, 형사소송법 제200조의2, 제216조 제1항 제1호, 부칙(2019. 12. 31.) / [2] 헌법 제16조, 구 형사소송법(2019. 12. 31. 법률 제168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6조 제1항 제1호, 형사소송법 제200조의2, 제216조 제1항 제1호, 부칙(2019. 12. 31.) | [1] 대법원 2021. 5. 27. 선고 2018도13458 판결(공2021하, 1261) | 【원고, 상고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여는 담당변호사 권두섭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7. 8. 9. 선고 2016나5266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헌법불합치결정과 잠정적용의 범위
구 형사소송법(2019. 12. 31. 법률 제168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6조 제1항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제200조의2(영장에 의한 체포)·제200조의3(긴급체포)·제201조(구속) 또는 제212조(현행범인의 체포)의 규정에 의하여 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속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에는 영장없이 다음 처분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면서 제1호에서 “타인의 주거나 타인이 간수하는 가옥, 건조물, 항공기, 선차 내에서의 피의자 수사”를 규정하고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2018. 4. 26. 선고 2015헌바370, 2016헌가7(병합) 전원재판부 결정에서, 위 제216조 제1항 제1호 중 제200조의2에 관한 부분(이하 ‘구법 조항’이라고 한다)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가 타인의 주거 등에 소재할 개연성은 소명되나, 수색에 앞서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영장 없이 피의자 수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므로, 헌법 제16조의 영장주의 예외 요건을 벗어나는 것으로서 영장주의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구법 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여 그 효력을 즉시 상실시킨다면, 수색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하여 피의자를 체포할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이를 허용할 법률적 근거가 사라지게 되는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하게 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를 선언하면서, 구법 조항은 2020. 3.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고 결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이라고 한다).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에 나타나는 구법 조항의 위헌성, 구법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의 잠정적용의 이유 등에 의하면, 헌법재판소가 구법 조항의 위헌성을 확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정 시한까지 계속 적용을 명한 것은 구법 조항에 근거하여 수색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하여 피의자를 체포할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허용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법 조항 가운데 그 해석상 ‘수색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하여 피의자를 체포할 긴급한 필요가 없는 경우’ 부분은 영장주의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개선입법 시행 전까지 적용중지 상태에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2. 형사소송법의 개정과 헌법불합치결정의 소급효
가.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제216조 제1항 제1호 중 ‘피의자 수사’를 ‘피의자 수색’으로 개정하면서 단서에 “제200조의2 또는 제201조에 따라 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속하는 경우의 피의자 수색은 미리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 때에 한정한다.”라는 부분을 추가하였으나, 부칙은 소급적용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나. 어떤 법률조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여 입법자에게 그 법률조항을 합헌적으로 개정 또는 폐지하는 임무를 입법자의 형성 재량에 맡긴 이상, 개선입법의 소급적용 여부와 소급적용 범위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재량에 달린 것이다. 그러나 구법 조항에 대한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나 위헌심판의 구체적 규범통제 실효성 보장이라는 측면을 고려할 때, 적어도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을 하게 된 당해 사건 및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 당시에 구법 조항의 위헌 여부가 쟁점이 되어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하여는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의 소급효가 미친다고 해야 하므로, 비록 현행 형사소송법 부칙에 소급적용에 관한 경과조치를 두고 있지 않더라도 이들 사건에 대하여는 구법 조항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고, 위헌성이 제거된 현행 형사소송법의 규정을 적용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5. 27. 선고 2018도13458 판결 참조).
3.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경찰이 2013. 12. 22. 수색영장 없이 이 사건 건물에 진입한 직무집행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에서, 원고는 위 경찰의 직무집행의 근거가 된 구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취지의 주장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은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 당시에 구법 조항의 위헌 여부가 쟁점이 되어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으로서 현행 형사소송법의 관련 조항이 적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4. 원심은 현행 형사소송법의 관련 조항이 아닌 구법 조항을 적용하여 위 경찰의 직무집행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단정하고 국가배상법상 손해배상책임의 요건 등에 관하여 더 나아가 심리·판단하지 아니한 채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은 체포영장 집행을 위한 피의자 수색, 헌법불합치결정의 소급효와 범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5.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219,385 | 재산세등부과처분취소 | 2021두34558 | 20,210,909 | 선고 | 대법원 | 세무 | 판결 | 구 지방세특례제한법 제31조의3 제1항 제1호의 ‘직접 사용’의 의미를 위탁관리 부동산투자회사가 부동산투자회사법령에 따라 보유 부동산을 신탁하여 임대하는 경우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 null | 구 지방세특례제한법(2018. 1. 16. 법률 제153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항 제8호, 제31조의3 제1항 제1호, 제31조의4 제2항 제1호 | null |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우리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지평 담당변호사 강상원 외 2인)
【피고, 상고인】
서울특별시 영등포구청장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린 담당변호사 김종식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1. 1. 28. 선고 2020누5902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가. 주식회사 해피투게더스테이제1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이하 ‘해피투게더’라 한다)는 부동산투자회사법 제2조 제1호 (나)목에 따른 위탁관리 부동산투자회사 겸 구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2018. 1. 16. 법률 제153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민간임대주택법’이라 한다) 제2조 제8호에 따른 기업형임대사업자이다.
나. 해피투게더는 2017. 9. 22. 서울 영등포구 ○○동에 있는 전용면적 40㎡ 이하의 기업형임대주택 293세대(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를 매입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부동산투자회사법 제35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37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원고에게 이를 신탁하였다.
다. 피고는 2018. 7. 10.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2018년 1기분 재산세(도시지역분 포함)와 지방교육세를 부과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2. 관련 규정
가. 부동산투자회사법 제35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37조 제1항 제1호는 부동산투자회사는 부동산을 취득하는 즉시 회사 명의로 이전등기와 함께 자산보관기관에 신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 구 지방세특례제한법(2018. 1. 16. 법률 제153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1조의3 제1항 제1호(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는 ‘구 민간임대주택법 제2조 제4호에 따른 기업형임대주택을 임대하려는 자가 국내에 임대 목적의 공동주택을 2세대 이상 매입하여 과세기준일 현재 임대 목적에 직접 사용하는 경우에는 전용면적 40㎡ 이하인 임대 목적의 공동주택에 대하여 2018. 12. 31.까지 재산세 등을 면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구 지방세특례제한법 제31조의4 제2항 제1호는 ‘국가 등이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50을 초과하여 소유하는 위탁관리 부동산투자회사가 과세기준일 현재 국내에 2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을 임대 목적에 직접 사용하는 경우에는 전용면적 60㎡ 이하인 임대 목적의 공동주택에 대하여 재산세 등의 100분의 50을 경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구 지방세특례제한법 제2조 제1항 제8호는 같은 법에서 사용하는 ‘직접 사용’이란 ‘부동산 등의 소유자가 해당 부동산 등을 사업 또는 업무의 목적이나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3.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 등을 들어, 위탁관리 부동산투자회사 겸 기업형임대사업자가 부동산투자회사법령에 따라 신탁한 기업형임대주택을 임대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이 사건 조항이 적용될 수 있다고 보고,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1) 부동산투자회사법 제35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37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보유 부동산을 자산보관기관에 신탁하여야 하는 위탁관리 부동산투자회사의 경우, 해당 부동산을 그 명의로 소유하면서 임대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구 지방세특례제한법 제31조의4 제2항 제1호에서 정한 ‘직접 사용’에는 위탁관리 부동산투자회사가 부동산투자회사법령에 따라 해당 부동산을 신탁하여 임대하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2) 그런데 위탁관리 부동산투자회사의 지위를 겸하는 기업형임대사업자도 위와 같은 부동산투자회사법령으로 인하여 기업형임대주택을 신탁하지 않고 직접 임대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직접 사용’의 의미도 구 지방세특례제한법 제31조의4 제2항 제1호에서와 마찬가지로 해석하여야 한다.
나.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1)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과세요건이나 비과세요건 또는 조세감면요건을 막론하고 조세법규의 해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문대로 해석할 것이고, 합리적 이유 없이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하며, 특히 감면요건 규정 가운데 명백히 특혜규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조세공평의 원칙에도 부합한다(대법원 2004. 5. 28. 선고 2003두7392 판결 등 참조).
2) 구 지방세특례제한법에서 정한 ‘직접 사용’의 문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접 사용’의 의미에 관한 정의규정인 구 지방세특례제한법 제2조 제1항 제8호에 따라 해석하여야 하고, ‘직접 사용’의 의미를 이와 달리 해석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그에 관한 별도의 규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사건 조항은 구 지방세특례제한법 제20조 제1호, 제22조 제2항, 제50조 제2항 등과는 달리 ‘직접 사용’의 의미를 구 지방세특례제한법 제2조 제1항 제8호와 다르게 해석하도록 하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의 ‘직접 사용’의 의미도 구 지방세특례제한법 제2조 제1항 제8호에 따라 ‘부동산 등의 소유자가 해당 부동산 등을 사업 또는 업무의 목적이나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3) 구 지방세특례제한법 제31조의4 제2항 제1호에서 정한 ‘직접 사용’의 의미를 위탁관리 부동산투자회사가 부동산투자회사법령에 따라 보유 부동산을 신탁하여 임대하는 경우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직접 사용’의 의미까지 이와 동일하게 해석하여야 한다고 볼 근거는 없다. 오히려 지방세특례제한법은 이 사건 조항을 그대로 둔 채 2018. 12. 24. 개정을 통하여 제31조의4 제2항 제1호가 정한 ‘직접 사용’에 대해서만 ‘부동산투자회사가 부동산투자회사법 제35조 등에 따라 위탁하여 임대하는 경우’를 포함하도록 정하였을 뿐이다.
4) 결국 이 사건 조항은 기업형임대주택을 임대하려는 자가 임대 목적에 사용하는 공동주택을 소유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해피투게더가 위탁관리 부동산투자회사의 지위를 겸하는 기업형임대사업자라고 하더라도 신탁으로 인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이상 이 사건 조항이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러한 경우에도 이 사건 조항이 적용될 수 있음을 전제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조세법률주의 및 엄격해석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박정화 김선수(주심) |
219,387 | 교육세경정청구거부처분취소 | 2017두62488 | 20,210,909 | 선고 | 대법원 | 세무 | 판결 | 통화선도·스왑 평가손익이 2010. 2. 18. 개정된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 ‘외환매매익’이나 2011. 7. 14. 개정된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 (나)목의 ‘파생상품 등 거래의 손익’에 해당하여 위 각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에 포함된 다른 손익 항목과 통산되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 null | 교육세법 제5조 제1항 제1호, 제3항, 구 교육세법 시행령(2011. 7. 14. 대통령령 제2302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항 제5호, 제8호, 구 교육세법 시행령(2015. 2. 3. 대통령령 제2607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항 제5호 (나)목, 제8호 | null | 【원고, 상고인】
바덴뷔르템베르크 주립은행(영업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담당변호사 강석훈 외 5인)
【피고, 피상고인】
남대문세무서장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7. 8. 30. 선고 2017누3492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가. 원고는 은행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외국은행의 국내 영업소로 통화선도계약 및 통화스왑계약 등과 관련된 파생상품을 거래하고 있다.
나. 원고는 2010년 제3기, 2011년 제1, 2, 4기 교육세를 신고·납부하면서 해당 과세기간에 평가손실이 발생한 통화선도·스왑 평가손익(이하 ‘이 사건 평가손익’이라 한다)을 과세표준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후 원고는 이 사건 평가손익이 교육세의 과세표준이 되는 금융·보험업자의 수익금액의 하나인 구 교육세법 시행령(2010. 2. 18. 대통령령 제22046호로 개정되어 2011. 7. 14. 대통령령 제2302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2010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4조 제1항 제5호가 정한 ‘외환매매익’이나 구 교육세법 시행령(2011. 7. 14. 대통령령 제23022호로 개정되어 2015. 2. 3. 대통령령 제2607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2011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4조 제1항 제5호 (나)목이 정한 ‘파생상품 등 거래의 손익을 통산한 순손익’에 해당하여 위 각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에 포함된 다른 손익 항목과 통산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위 각 교육세의 감액을 구하는 경정청구를 하였다.
다. 피고는 이 사건 평가손익이 위 각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8호가 정한 ‘기타영업수익’에 해당하여 이를 제5호에 포함된 다른 손익 항목과 통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위 각 경정청구를 거부하였다.
2.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관련 규정 등
1) 교육세법 제5조는 제1항 제1호에서 금융·보험업자의 교육세 과세표준을 그 수익금액으로 정하면서, 제3항에서 “제1항 제1호의 과세표준이 되는 수익금액이란 금융·보험업자가 수입한 이자, 배당금, 수수료, 보증료, 유가증권의 매각익·상환익(유가증권의 매각 또는 상환에 따라 지급받은 금액에서 법인세법 제41조에 따라 계산한 취득가액을 차감한 금액을 말한다), 보험료(책임준비금 및 비상위험준비금으로 적립되는 금액과 재보험료를 공제한다),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을 말하며, 그 계산에 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라 2010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는 ‘외환매매익’을, 2011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는 ‘외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4조 제7항에 따른 파생결합증권 및 같은 법 제5조 제1항에 따른 파생상품(이하 이 호에서 ‘파생상품 등’이라 한다)은 제외한다] 매매손익[(가)목]과 파생상품 등 거래의 손익을 통산한 순손익[(나)목]을 합산한 후의 순이익’을, 위 각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8호는 ‘기타영업수익 및 영업외수익’을 교육세 과세표준인 금융·보험업자의 수익금액의 하나로 들고 있다.
2) 한편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 개정 경과와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 2010. 2. 18. 대통령령 제220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교육세법 시행령(이하 ‘2010년 개정 전 교육세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4조 제1항 제5호는 교육세 과세표준인 금융·보험업자의 수익금액의 하나로 ‘외환매매익(외환평가익을 제외한다)’을 규정하고 있었다.
나) 2010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는 종전의 ‘외환매매익(외환평가익을 제외한다)’에서 ‘외환평가익을 제외한다’는 괄호 부분을 삭제하여 ‘외환매매익’이라고만 규정하였다.
다) 2011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는 종전의 ‘외환매매익’ 대신 ‘외환(파생상품 등은 제외한다) 매매손익[(가)목]과 파생상품 등 거래의 손익을 통산한 순손익[(나)목]을 합산한 후의 순이익’으로 규정하였다.
라) 2015. 2. 3. 대통령령 제26076호로 개정된 교육세법 시행령(이하 ‘2015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4조 제1항 제5호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4조 제7항에 따른 파생결합증권, 같은 항 제1호에 따른 증권 및 같은 법 제5조 제1항에 따른 파생상품(이하 이 호에서 ‘파생상품 등’이라 한다) 거래의 손익을 통산한 순손익(법인세법 시행령 제76조 제1항에 따른 통화선도 등의 평가손익 및 같은 조 제2항에 따른 환위험회피용통화선도 등의 평가손익을 포함한다)[(가)목]과 외환(파생상품 등은 제외한다) 매매손익[(나)목]을 합산한 후의 순이익’으로 규정하였다. 이로써 ‘법인세법 시행령 제76조 제1항에 따른 통화선도 등의 평가손익 및 같은 조 제2항에 따른 환위험회피용통화선도 등의 평가손익’이 명시적으로 ‘파생상품 등 거래의 손익을 통산한 순손익’에 포함되었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 등을 들어, 2015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가 명시적으로 이 사건 평가손익이 ‘파생상품 등 거래의 손익을 통산한 순손익’에 포함되는 것으로 규정하기 전까지는 이를 2010년 및 2011년 개정 각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이에 포함된 다른 손익 항목과 통산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1) 이 사건 평가손익은 법인세법 제42조에 따라 익금으로 보는 자산 및 부채의 평가손익에 해당하고, 이는 교육세법 시행령이 2010. 2. 18. 대통령령 제22046호로 개정된 이후에는 그 이전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2항 제2호가 금융·보험업자의 수익금액에 산입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던 내부이익에 해당하지 않게 되었으므로, 원칙적으로 교육세 과세표준에 산입되어야 한다.
2) 문언해석상 이 사건 평가손익은 2010년 개정 전후의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 ‘외환매매익’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제외한 제1호부터 제7호까지의 수익금액에도 해당하지 않으므로, 평가이익 부분에 한하여 포괄적인 항목인 제8호의 ‘기타영업수익’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3) 2010년 개정 전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 제5호의2, 제5호의3과 2010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2항 제2호 (가)목에서 각각 ‘매매익’, ‘평가익’, ‘거래의 손익’이라는 개념을 명확히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는 이상, 이 사건 평가손익이 2010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2의 ‘파생상품거래의 손익’ 또는 2011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 (나)목의 ‘파생상품 등 거래의 손익’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
4) 2015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는 과세대상을 합리화하기 위하여 법인세법 시행령에 따른 통화선도 등의 평가손익을 통산의 대상으로 추가한 창설적 규정이다.
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1)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 개정 경위, 교육세 과세표준인 금융·보험업자의 수익금액에 관한 규정들의 문언과 체계 및 거래손익과 평가손익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평가손익은 2010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 ‘외환매매익’이나 2011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 (나)목의 ‘파생상품 등 거래의 손익’에 해당하여 위 각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에 포함된 다른 손익 항목과 통산되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 개정 경위와 과세실무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평가손익은 2010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 ‘외환매매익’이나 2011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 (나)목의 ‘파생상품 등 거래의 손익’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1) 2010년 개정 전후의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 ‘외환매매익’에 관하여, 과세실무는 ‘과세기간 중 현물환, 선물환, 스왑금융 등 외환거래에서 발생하는 총매출금액(또는 이익)에서 총매입금액(또는 손실)을 차감한 금액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아 위 제5호의 ‘외환’에는 ‘외화현물’뿐만 아니라 통화선도·스왑을 비롯한 ‘외화파생상품’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2010년 개정 전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는 ‘외환평가익’이 ‘외환매매익’에 포함된다는 전제에서 금융·보험업자의 수익금액의 하나인 ‘외환매매익’에서 ‘외환평가익’을 제외하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하였는데, 2010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는 외환평가익을 제외하도록 한 괄호 부분을 삭제하는 것으로 개정되었다. 2010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2항 제2호 (가)목이 금융·보험업자의 수익금액에 산입하지 않는 수익의 하나로 ‘법인세법 제42조에 따라 익금으로 보지 아니하는 자산 및 부채의 평가익’을 규정하게 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는 ‘법인세법 제42조에 따라 익금으로 보는 자산 및 부채의 평가익’에 해당하는 ‘외환평가익’이 2010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 ‘외환매매익’으로서 교육세 과세표준에 포함된다는 것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2010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 개정 취지와 2010년 개정 전후의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 ‘외환’에는 ‘외화현물’뿐만 아니라 통화선도·스왑을 비롯한 ‘외화파생상품’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한 과세실무 등을 종합해 보면, 2010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 ‘외환매매익’에는 ‘외환평가익’과 이 사건 평가손익인 ‘통화선도·스왑 평가손익’이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2) 2011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는 종전의 ‘외환매매익’ 대신 ‘외환(파생상품 등은 제외한다) 매매손익[(가)목]과 파생상품 등 거래의 손익을 통산한 순손익[(나)목]을 합산한 후의 순이익’을 규정하였다. 이는 금융·보험업자의 파생상품 등 거래의 손익과 외환매매손익 등은 서로 통산이 가능함을 명확히 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따라서 2011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 (가)목의 ‘외환매매손익’에는 2010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에 포함되어 있던 ‘외환평가손익’이 포함되고, 2011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 (나)목의 ‘파생상품 등 거래의 손익’에는 2010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에 포함되어 있던 이 사건 평가손익인 ‘통화선도·스왑 평가손익’이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3) 2015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 (가)목은 명시적으로 ‘파생상품 등 거래의 손익을 통산한 순손익’에 ‘법인세법 시행령 제76조 제1항에 따른 통화선도 등의 평가손익 및 같은 조 제2항에 따른 환위험회피용통화선도 등의 평가손익’이 포함되는 것으로 규정하였는데, 이는 통화선도 등의 평가손익에 대한 과세를 명확히 하려는 취지의 확인적 규정으로 보인다.
나) 이 사건 평가손익을 2010년 및 2011년 개정 각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8호의 ‘기타영업수익’으로 보아 위 각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에 포함된 다른 손익 항목과 통산하지 않고 그 이익에 대해서만 과세하면 통화선도·스왑 평가손실이 교육세 과세표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납세자에게 과중한 교육세 부담을 지우게 된다.
다) 평가손익은 손익의 최종 실현 전 단계에서 장부상으로만 인식되는 미실현손익으로 최종적으로는 거래손익으로 실현되고, 파생상품거래손익과 파생상품평가손익은 파생상품거래로 인하여 발생하는 손익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없으므로, 파생상품거래손익과 파생상품평가손익은 통산하는 것이 타당하다.
라) 파생상품거래는 일반적으로 기초상품의 거래와 연계되어 서로 다른 방향의 손익을 발생시킴으로써 기초상품 가격 등의 변동위험을 회피하려는 목적에서 이루어지므로 기초상품인 외화현물 관련 손익과 외화파생상품 관련 손익은 통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평가손익이 2010년 및 2011년 개정 각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에 해당하지 않아 이에 포함된 다른 손익 항목과 통산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2010년 및 2011년 개정 각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 의미와 계산방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217,443 | 약정금등 | 2020다269794 | 20,210,909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면책결정 확정 후 파산채권을 변제하기로 하는 채무자와 파산채권자 사이의 합의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한정 적극) 및 이를 판단하는 기준 |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고 한다) 제566조 본문은 면책을 받은 개인채무자는 파산절차에 의한 배당을 제외하고는 파산채권자에 대한 채무의 전부에 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면책이라 함은 채무 자체는 존속하지만 파산채무자에 대하여 이행을 강제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채무자회생법이 파산절차에서 개인채무자를 위한 면책제도를 둔 취지는 채권자들에 대하여 공평한 변제를 확보함과 아울러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개인채무자에 대하여 경제적 재기와 회생의 기회를 부여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 이를 통하여 개인채무자는 파산채무로 인한 압박을 받거나 의지가 꺾이지 않은 채 앞으로 경제적 회생을 위한 노력을 할 수 있게 된다. 채무자의 재산을 환가ㆍ배당함으로써 채권자들 사이의 적정하고 공평한 만족을 도모하는 개인파산절차에서도 채무자의 경제적 회생은 도모되어야 한다. 이는 채무자가 파산선고 이후에도 잔여 채무에 대한 무제한의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 오로지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를 위해서만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극단적 상황을 방지하여야 한다는 요청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면책결정 확정 후 파산채권을 변제하기로 하는 채무자와 파산채권자 사이의 합의(이하 ‘채무재승인약정’이라고 한다)가 면책제도의 취지에 반하거나 확정된 면책결정의 효력을 잠탈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 나아가 채무재승인약정의 효력을 인정하여 판결을 통해 집행력을 부여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면책제도의 입법 목적에 따라 위 약정이 채무자의 회생에 지장이 없는지 여부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즉, 채무재승인약정은 채무자가 면책된 채무를 변제한다는 점에 대해 이를 충분히 인식하였음에도 자신의 자발적인 의사로 위 채무를 변제하기로 약정한 것일 뿐 아니라 위 약정으로 인해 채무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에 한하여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 이때 채무자가 자발적으로 채무재승인약정을 체결한 것인지, 채무재승인약정의 내용이 채무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초래하는지 여부는 채무재승인약정을 체결하게 된 동기 또는 목적, 채무재승인약정을 체결한 시기와 경위, 당시의 채무자의 재산ㆍ수입 등 경제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도8549 판결(공2007하, 2089),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다28173 판결(공2015하, 1492) |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재형 외 1인)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권영교)
【원심판결】
대구지법 2020. 9. 2. 선고 2019나32481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고 한다) 제566조 본문은 면책을 받은 개인채무자는 파산절차에 의한 배당을 제외하고는 파산채권자에 대한 채무의 전부에 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면책이라 함은 채무 자체는 존속하지만 파산채무자에 대하여 이행을 강제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다28173 판결 등 참조). 채무자회생법이 파산절차에서 개인채무자를 위한 면책제도를 둔 취지는 채권자들에 대하여 공평한 변제를 확보함과 아울러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개인채무자에 대하여 경제적 재기와 회생의 기회를 부여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 이를 통하여 개인채무자는 파산채무로 인한 압박을 받거나 의지가 꺾이지 않은 채 앞으로 경제적 회생을 위한 노력을 할 수 있게 된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도8549 판결 등 참조). 채무자의 재산을 환가ㆍ배당함으로써 채권자들 사이의 적정하고 공평한 만족을 도모하는 개인파산절차에서도 채무자의 경제적 회생은 도모되어야 한다. 이는 채무자가 파산선고 이후에도 잔여 채무에 대한 무제한의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 오로지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를 위해서만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극단적 상황을 방지하여야 한다는 요청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면책결정 확정 후 파산채권을 변제하기로 하는 채무자와 파산채권자 사이의 합의(이하 ‘채무재승인약정’이라고 한다)가 면책제도의 취지에 반하거나 확정된 면책결정의 효력을 잠탈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 나아가 채무재승인약정의 효력을 인정하여 판결을 통해 집행력을 부여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면책제도의 입법 목적에 따라 위 약정이 채무자의 회생에 지장이 없는지 여부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즉, 채무재승인약정은 채무자가 면책된 채무를 변제한다는 점에 대해 이를 충분히 인식하였음에도 자신의 자발적인 의사로 위 채무를 변제하기로 약정한 것일 뿐 아니라 위 약정으로 인해 채무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에 한하여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 이때 채무자가 자발적으로 채무재승인약정을 체결한 것인지, 채무재승인약정의 내용이 채무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초래하는지 여부는 채무재승인약정을 체결하게 된 동기 또는 목적, 채무재승인약정을 체결한 시기와 경위, 당시의 채무자의 재산ㆍ수입 등 경제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2006년경부터 2008년경까지 사이에 합계 약 128,000,000원을 피고에게 대여하였다.
2) 피고는 2012. 7. 26. 대구지방법원 2011하단1392호로 파산선고를 받았고, 2014. 8. 29. 대구지방법원 2012라626호로 면책결정을 받았으며, 위 면책결정은 그 무렵 그대로 확정되었다. 이로써 원고의 위 대여금 채권도 면책되었다.
3) 피고는 2015. 8. 13. ‘180,000,000원을 원고로부터 차용하고, 2015. 10. 25.부터 매월 2,000,000원씩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차용증을 작성하여 원고에게 교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제1차 차용증’이라고 한다). 이후 피고는 2019. 1. 21. 원고에게 ‘90,000,000원을 차용하고, 매월 28일 1,000,000원씩을 상환하며, 이를 2회 어길 시 180,000,000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차용증을 재차 작성하여 교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제2차 차용증’이라고 한다). 그러나 위 각 차용증 작성 무렵에 원고가 피고에게 차용증 기재 금원을 실제로 지급하여 대여한 사실은 없다.
4) 원고는 주위적으로는 이 사건 제2차 차용증에 기한 약정금의 지급을 구하고, 예비적으로는 이 사건 제1차 차용증에 기한 약정금의 지급을 구하였다.
나.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채무자인 피고는 면책결정이 확정된 후 파산채권자인 원고의 독촉에 의해 부득이하게 파산채무의 변제를 위하여 이 사건 제1, 2차 차용증을 작성하여 준 것이라고 다투고 있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그 판시와 같은 사정 외에도 피고가 자발적으로 채무재승인약정을 체결한 것인지, 채무재승인약정의 내용이 채무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초래하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추가로 심리하여 이 사건 제2차 차용증 작성에 따른 약정의 효력을 신중하게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에 관하여는 심리하거나 고려하지 않은 채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이 사건 제2차 차용증 작성에 따른 약정의 효력을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면책 후 채무재승인약정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재연(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 천대엽 |
217,445 |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말소등기 | 2017다48218 | 20,210,909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임대주택의 임대의무기간 중 매도인의 임대사업자 지위를 승계하여 임대사업을 하기 위하여 임대주택을 매수한 경우, 매매계약의 효력(유효) / 매수인이 임대주택의 소유권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그 임대주택에 관하여 구 임대주택법 제6조에 따른 임대사업자 등록을 마친 ‘임대사업자’이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매수인이 임대주택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시기(=소유권이전등기 후 임대사업자 등록을 마친 때) [2] 임대의무기간이 지난 공공건설임대주택의 경우 구 임대주택법 제16조 제3항에 따른 임대사업자 간 매매가 허용되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매수인이 공공건설임대주택의 소유권을 취득하기 위하여 구 임대주택법 제6조에 따른 임대사업자 등록을 마쳐야 하는지 여부(적극) | [1] 구 임대주택법(2015. 8. 28. 법률 제13499호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으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이 임대의무기간 중 임대주택의 매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임대사업자 간 매매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취지, 매각 신고 시 관할 행정청으로 하여금 매수인이 등록된 임대사업자인지 확인하도록 하는 점, 구 임대주택법상 임대사업자의 등록 기준을 갖추지 못하면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수 없고 등록하지 않은 사람은 임대사업자가 아니며,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사람이 임대주택을 취득할 수 있다면 임대사업자 간 매매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임대주택법령의 취지에 반하고 임차인의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임대주택의 임대의무기간 중 매도인의 임대사업자 지위를 승계하여 임대사업을 하기 위하여 임대주택을 매수한 경우 그 매매계약은 강행법규인 구 임대주택법 제16조에 반하지 않아 유효하지만, 매수인이 임대주택의 소유권을 적법하게 취득하기 위해서는 그 임대주택에 관하여 구 임대주택법 제6조에 따른 임대사업자 등록을 마친 ‘임대사업자’일 것이 요구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 경우 임대주택을 매수한 사람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고 하더라도 그 임대주택에 관하여 구 임대주택법 제6조에 따른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았다면 임대주택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고, 소유권이전등기 후 임대사업자 등록을 마쳤다면 그때 비로소 임대주택의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임대의무기간이 지난 공공건설임대주택에 관하여는 분양전환에 관한 구 임대주택법(2015. 8. 28. 법률 제13499호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으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 외에 임대사업자 간 매매에 관한 규정은 없다. 그러나 임대주택을 다른 임대사업자에게 매각하는 것은 위 제21조에서 규율하는 ‘분양전환’에 해당하지 않고, 구 임대주택법 제16조 제3항에 따른 임대사업자 간 매매는 임차인의 이익을 해할 염려가 없어 임대주택의 매각이 엄격히 제한되는 임대의무기간 중에도 허용되는 점, 매수인이 매도인의 임대사업자 지위를 승계하여 임대의무기간 경과 후 분양전환 등과 관련된 임차인의 이익을 해할 우려가 없는 점을 고려하면, 임대의무기간이 지난 공공건설임대주택의 경우에도 구 임대주택법 제16조 제3항에 따른 임대사업자 간 매매는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 경우에도 매수인이 공공건설임대주택의 소유권을 취득하기 위하여는 구 임대주택법 제6조에 따른 임대사업자 등록을 마쳐야 한다. | [1] 구 임대주택법(2015. 8. 28. 법률 제13499호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으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현행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제1조 및 현행 공공주택 특별법 제1조 참조), 제2조 제4호(현행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7호 및 현행 공공주택 특별법 제4조 제1항 참조), 제6조(현행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제5조 및 현행 공공주택 특별법 제4조 참조), 제16조(현행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제43조 및 현행 공공주택 특별법 제50조의2 참조), 구 임대주택법 시행령(2013. 12. 4. 대통령령 제249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 제2항(현행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제4조 제2항 참조), 제8조 제2항(현행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제4조 제5항 참조), 제3항(현행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제4조 제7항 참조), 제13조 제2항 제1호(현행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제34조 제2항 및 현행 공공주택 특별법 제50조의2 참조), 구 임대주택법 시행규칙(2013. 12. 5. 국토교통부령 제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현행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시행규칙 제2조 참조), 제6조(현행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시행규칙 제15조 및 현행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 제38조 참조) / [2] 구 임대주택법(2015. 8. 28. 법률 제13499호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으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6호(현행 공공주택 특별법 제2조 제4호 참조), 제6조(현행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제5조 및 현행 공공주택 특별법 제4조 참조), 제16조 제3항(현행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제43조 제2항 및 현행 공공주택 특별법 제50조의2 제2항 참조), 제21조(현행 공공주택 특별법 제50조의3 참조) | [1] 대법원 2005. 6. 9. 선고 2005다11046 판결(공2005하, 1125) |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진군건설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수현)
【피고, 피상고인】
피고
【원심판결】
청주지법 2017. 9. 1. 선고 2015나263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와 쟁점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주식회사 삼포건설(이하 ‘삼포건설’이라고 한다)은 임대의무기간 5년의 공공건설임대주택인 이 사건 아파트를 완공하여 2000. 9. 7. 임시사용승인을 받은 다음 그 무렵부터 위 아파트를 임대하였다.
2)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는 삼포건설의 채권자에 의하여 강제경매가 개시되어 2003. 10. 24. 소유권보존등기가 마쳐졌고, 그중 이 사건 호실에 관하여는, 2003. 11. 18. 피고 앞으로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 2013. 10. 23. 소외인 앞으로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2014. 6. 13. 원고 앞으로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가 순차적으로 마쳐졌다.
3) 피고는 삼포건설로부터 이 사건 호실을 임차하여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는 아직 분양전환승인 신청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나. 원고는 이 사건 호실의 임대사업자인 소외인으로부터 임대사업자의 지위를 승계하여 이 사건 호실의 소유권을 취득하였고 피고 앞으로 마쳐진 가등기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이 사건 소로써 위 가등기의 말소를 구하였다.
이에 대해 원심은 삼포건설로부터 이 사건 호실을 매수한 소외인이 임대사업자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나아가 임대사업자가 임대의무기간 경과 후 임의로 우선분양전환 대상자 아닌 제3자에게 임대주택을 매도하는 계약은 강행법규인 임대주택법 등 관련 법령을 위반하여 사법상 무효이므로 제3자인 소외인이 삼포건설로부터 공공건설임대주택인 이 사건 호실을 매수한 계약은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다.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원고가 공공건설임대주택인 이 사건 호실의 소유자인지 여부이다.
2. 원고가 이 사건 호실의 소유자인지 여부(상고이유 제1, 2, 4점)에 관하여
가. 관련 법리
1) 임대사업자의 주택임대사업에 대한 각종 지원과 규제
구 임대주택법(2013. 6. 4. 법률 제11870호로 개정되고 2015. 8. 28. 법률 제13499호로 명칭이「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으로 변경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은 임대주택의 건설을 촉진하고 국민의 주거생활을 안정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이를 위하여 구 임대주택법은 주택을 임대하려는 자는 특별자치도지사ㆍ시장ㆍ군수ㆍ구청장(이하 ‘시장 등’이라고 한다)에게 임대사업자 등록을 신청할 수 있다고 정하고(제6조), 국가, 지방자치단체,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외에도 주택임대사업을 하기 위하여 구 임대주택법 제6조에 따라 등록한 자를 ‘임대사업자’라고 정한다(제2조 제4호).
구 임대주택법상 임대사업자는 국민주택기금을 장기 저리(低利)로 융자받거나(제5조), 임대주택 건설을 위하여 공공택지를 우선 공급받고(제10조), 미분양 주택을 우선 공급받는 등(제12조) 지원을 받고, 그 외에도 다른 법률에 따라 임대주택의 용적률이 완화되고 각종 세금을 감면받는 등 많은 혜택을 받는다.
이에 상응하여 각종 의무가 부과되는데, 임대사업자는 임대주택 종류별로 설정된 임대의무기간이 지나지 않으면 임대주택을 매각할 수 없고(제16조), 일정한 임대주택에 대해서는 분양전환 전까지 저당권 등을 설정하는 것이 금지되며(제18조), 시장 등에게 임대조건을 신고하여야 하고 조정 권고 등 감독의 대상이 되며(제26조), 임대차계약의 해제ㆍ해지ㆍ갱신 거절은 법에서 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제27조).
나아가 국민주택기금ㆍ공공택지 등을 지원받아 건설된 ‘공공건설임대주택’[구 임대주택법 시행령(2013. 12. 4. 대통령령 제249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조 제1호 참조]의 임대사업자는 임대보증금에 관한 보증 가입의무가 있고(제17조), 임차인의 자격과 선정 방법, 임대보증금, 임대료 등 임대조건이 정해져 있으며(제20조), 임대의무기간 경과 후 분양전환하는 경우 대상자ㆍ절차ㆍ가격이 통제되는 등(제21조) 민간건설임대주택이나 매입임대주택에 비하여 더 많은 규제를 받고,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부과의 대상이 된다(제41조, 제42조, 제44조).
이처럼 구 임대주택법상 임대사업자는 국가로부터 임대주택에 관한 각종 지원과 세제 등 혜택을 받는 대신 임대의무기간 동안 임대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임대할 의무를 비롯하여 각종 법령상 의무를 부담하며, 이를 통해 임차인은 장기간 거주 가능한 주택을 안정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2) 임대의무기간 내 임대주택의 매각 제한
가) 구 임대주택법 제16조 제1항은 임대주택은 임대의무기간이 지나지 않으면 매각할 수 없다고 정한다. 임대사업자가 각종 지원과 혜택을 받고도 임대주택을 처분하여 그에 상응하는 의무를 부담하지 않을 수 있다면 장기간 거주 가능한 임대주택을 공급하여 국민 주거생활의 안정을 도모하려는 구 임대주택법의 입법 취지가 근본적으로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임대주택의 매각을 제한하는 구 임대주택법 제16조는 강행법규로서 이에 위반하여 임대의무기간이 지나기 전에 임대주택을 매각하였다면 이는 사법(私法)상 무효이다(대법원 2005. 6. 9. 선고 2005다11046 판결 참조).
나) 임대사업자가 임대주택을 매각하더라도 매수인이 매도인의 임대사업자 지위를 승계하여 임대주택을 계속하여 임대 목적으로 제공하고 법령상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에는 위와 같이 임대주택의 매각을 금지하는 취지에 반하지 않는다. 이에 구 임대주택법 제16조 제3항, 구 임대주택법 시행령 제13조 제2항 제1호는 임대사업자는 임대의무기간 중에도 시장 등에게 신고한 후 다른 ‘임대사업자’에게 임대주택을 매각할 수 있다고 정한다. 위 규정의 위임에 따른 구 임대주택법 시행규칙(2013. 12. 5. 국토교통부령 제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6조는, 임대사업자의 매각신고 시 시장 등이 임대주택을 매입하는 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증을 확인하여야 하고(제1항), 매도인은 매각신고서 처리일부터 30일 이내에 매매계약서 사본을 시장 등에게 제출하여야 하고 이때에도 담당 공무원은 임대주택을 매각한 자와 매입한 자의 임대사업자 등록증을 확인하여야 하며(제2항), 매각신고를 받은 시장 등은 임차인에게 해당 임대주택의 임대사업자가 변경된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정한다(제3항). 또한 구 임대주택법 제16조 제2항은 임대주택을 매각하는 매매계약서에는 임대주택을 매입하는 자가 임대주택을 매각하는 자의 임대사업자로서의 지위를 승계한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정한다.
다) 국가, 지방자치단체,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외에 구 임대주택법상 임대사업자가 되기 위하여는 시장 등에게 임대사업자 등록을 신청하여야 한다(구 임대주택법 제2조 제4호, 제6조). 구 임대주택법 시행령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기 위한 임대주택의 호수(戶數), 자격(임대주택을 소유하거나 건설ㆍ매입 등으로 이를 소유할 예정이어야 하고, 2인 이상이 공동으로 건설ㆍ소유하는 주택은 공동 명의로 등록하여야 한다), 일정 기간 내 부도 경력이 없을 것 등 등록 기준을 정하고(제7조), 시장 등은 위 기준에 적합한 경우에만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도록 정한다(제8조). 구 임대주택법 시행규칙 제3조는 임대사업자 등록을 신청할 때에는 임대사업자의 인적사항과 더불어 임대주택을 특정하여 기재하여야 하고, 임대사업자 등록부와 등록증에도 이러한 내용을 모두 기재하도록 정하고 있다(별지 제1호 임대사업자 등록신청서, 별지 제2호 임대사업자 등록부, 별지 제3호 임대사업자 등록증 서식 참조). 구 임대주택법 제6조 제2항, 구 임대주택법 시행령 제8조 제3항은, 임대사업자는 등록된 사항이 변경된 경우 30일 이내에 변경 사항을 신고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임대주택을 변경신고 사항의 하나로 정하고 있다(별지 제4호 임대사업자 등록사항 변경신고서 서식 참조).
이러한 규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구 임대주택법 제6조에 따라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사람은 구 임대주택법상 ‘임대사업자’라고 할 수 없고, 등록된 임대사업자인지 여부는 해당 임대주택별로 각각 판단하여야 한다.
라) 앞서 본 바와 같이 구 임대주택법이 임대의무기간 중 임대주택의 매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임대사업자 간 매매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취지, 매각 신고 시 관할 행정청으로 하여금 매수인이 등록된 임대사업자인지 확인하도록 하는 점, 구 임대주택법상 임대사업자의 등록 기준을 갖추지 못하면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수 없고 등록하지 않은 사람은 임대사업자가 아니며,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사람이 임대주택을 취득할 수 있다면 임대사업자 간 매매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임대주택법령의 취지에 반하고 임차인의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임대주택의 임대의무기간 중 매도인의 임대사업자 지위를 승계하여 임대사업을 하기 위하여 임대주택을 매수한 경우 그 매매계약은 강행법규인 구 임대주택법 제16조에 반하지 않아 유효하지만, 매수인이 임대주택의 소유권을 적법하게 취득하기 위해서는 그 임대주택에 관하여 구 임대주택법 제6조에 따른 임대사업자 등록을 마친 ‘임대사업자’일 것이 요구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 경우 임대주택을 매수한 사람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고 하더라도 그 임대주택에 관하여 구 임대주택법 제6조에 따른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았다면 임대주택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고, 소유권이전등기 후 임대사업자 등록을 마쳤다면 그때 비로소 임대주택의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3) 임대의무기간 경과 후 공공건설임대주택의 매각 제한
가) 구 임대주택법 제2조 제6호는 임대주택을 임대사업자가 아닌 자에게 매각하는 것을 ‘분양전환’이라고 정의한다. 앞서 본 것처럼 임대사업자 간 매매의 경우에는 매수인이 매도인의 임대사업자 간 지위를 승계하고 해당 임대주택을 임대 목적으로 제공하며 계속하여 임대주택법령의 적용을 받는다. 임대사업자 간 매매에 관하여는 구 임대주택법 제16조 제2항, 제3항, 제41조 제4항 제3호, 구 임대주택법 시행령 제13조 제2항 제1호, 구 임대주택법 시행규칙 제6조 등이 적용된다. 한편 분양전환이 이루어지면 임대사업자가 아닌 사람이 그 주택의 소유권을 취득하고 그 주택은 임대주택으로서의 성질을 상실하며 더 이상 임대주택법령의 규율을 받지 않게 된다. 구 임대주택법 제21조, 제41조 제4항 제6호, 구 임대주택법 시행령 제23조, 구 임대주택법 시행규칙 제13조, 제14조 등이 분양전환의 대상, 절차 등에 관하여 정하고 있다.
나) 공공의 재원이 투입되지 않은 매입임대주택이나 민간건설임대주택은 임대 목적에 의무적으로 제공되어야 하는 기간, 즉 임대의무기간이 지나고 나면 매각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 따라서 임대사업자는 임대의무기간이 지나면 상대방의 자격(임차인 또는 임대사업자 여부)이나 매매대금의 제한 없이 임대주택을 자유롭게 매각할 수 있다.
반면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거나 공공사업에 따라 조성된 택지에 건설한 공공건설임대주택은 임대의무기간이 지난 후에도 자유로운 매각이 제한된다. 구 임대주택법 제21조에 따라 공공건설임대주택을 분양전환할 때에는 시장 등의 분양전환승인 절차를 거쳐 무주택자 등 요건을 갖춘 임차인에게 우선 분양전환하여야 하고, 임차인이 분양전환에 응하지 않거나 우선 분양전환을 받을 사람이 없는 경우에만 제3자에게 분양전환할 수 있으며, 법령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분양전환가격을 산정하여야 하고, 이러한 규정을 위반하여 임대주택을 분양전환하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구 임대주택법 제41조 제4항 제6호).
다) 임대의무기간이 지난 공공건설임대주택에 관하여는 위와 같이 분양전환에 관한 구 임대주택법 제21조 외에 임대사업자 간 매매에 관한 규정은 없다. 그러나 임대주택을 다른 임대사업자에게 매각하는 것은 위 제21조에서 규율하는 ‘분양전환’에 해당하지 않고, 구 임대주택법 제16조 제3항에 따른 임대사업자 간 매매는 임차인의 이익을 해할 염려가 없어 임대주택의 매각이 엄격히 제한되는 임대의무기간 중에도 허용되는 점, 매수인이 매도인의 임대사업자 지위를 승계하여 임대의무기간 경과 후 분양전환 등과 관련된 임차인의 이익을 해할 우려가 없는 점을 고려하면, 임대의무기간이 지난 공공건설임대주택의 경우에도 구 임대주택법 제16조 제3항에 따른 임대사업자 간 매매는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 경우에도 앞서 본 것처럼 매수인이 공공건설임대주택의 소유권을 취득하기 위하여는 구 임대주택법 제6조에 따른 임대사업자 등록을 마쳐야 한다.
나. 이 사건에 관하여 본다.
위 1. 가.항의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호실은 임대의무기간이 지난 공공건설임대주택으로서 임대사업을 하기 위하여 이를 순차적으로 매수한 소외인과 원고가 체결한 각 매매계약은 유효하지만, 그들이 이 사건 호실의 소유권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호실에 관하여 구 임대주택법 제6조에 따라 등록한 임대사업자이어야 한다. 따라서 소외인과 원고가 이 사건 호실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더라도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았다면 이 사건 호실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 그런데 소외인과 원고가 이 사건 호실에 관한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원심 변론종결 시까지 소외인이 이 사건 호실의 임대사업자라는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고, 원심의 청주시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첨부된 원고의 임대사업자 등록증의 임대주택 목록에는 이 사건 호실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원고가 이 사건 호실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다고 볼 수 없다.
원심이 원고가 이 사건 호실의 소유권자가 아니라는 취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것은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제2점과 같이 석명의무 및 변론주의를 위반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거나, 상고이유 제4점과 같이 원고의 소유권 취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한편 상고이유 제1점은 원심이 삼포건설과 소외인 사이의 매매계약이 분양전환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판단한 부분에 잘못이 있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는 분양전환승인 신청 등 분양전환을 위한 절차가 전혀 개시된 바 없고, 원고도 소외인이 이 사건 호실을 분양전환받은 것이 아니라 임대사업자로서 매수하였다고 주장하였으므로, 이 사건 호실이 소외인에게 분양전환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삼포건설과 소외인, 소외인과 원고 사이의 매매계약 및 소외인과 원고의 소유권 취득이 임대사업자 간 매매로서 유효한지 판단하면 족하고, 이것이 분양전환으로서 유효한지에 관하여 판단할 필요가 없다. 원심의 이 부분 판단은 당사자가 이 사건 호실의 취득 원인으로 주장하지 않은 사항을 판단한 것으로서 적절하지 아니하므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잘못이 있는지 여부는 판결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 부분 상고이유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3. 피고의 가등기가 무효인지 여부(상고이유 제3점)에 관하여
이 부분 상고이유는 피고의 가등기가 말소되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원고의 소유권에 관한 상고이유 제2점, 제4점이 받아들여질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앞서 본 것처럼 상고이유 제2점, 제4점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이 부분 상고이유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선수(재판장) 박정화(주심) 노태악 |
219,389 | 모욕 | 2016도88 | 20,210,909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1] 형법 제20조에서 정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의 의미 및 정당행위의 성립 요건 / 어떤 글이나 발언이 모욕적 표현을 담고 있더라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 경우 [2] 피고인들이 소속 노동조합 위원장 甲을 ‘어용’, ‘앞잡이’ 등으로 지칭하여 표현한 현수막, 피켓 등을 장기간 반복하여 일반인의 왕래가 잦은 도로변 등에 게시한 사안에서, ‘어용’이란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권력자나 권력 기관에 영합하여 줏대 없이 행동하는 것을 낮잡아 이르는 말, ‘앞잡이’란 남의 사주를 받고 끄나풀 노릇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서 언제나 위 표현들이 지칭된 상대방에 대한 모욕에 해당한다거나 사회상규에 비추어 허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제반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들의 위 행위는 甲에 대한 모욕적 표현으로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 null | [1] 형법 제20조 / [2] 형법 제20조, 제311조 | [1] 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2도5077 판결(공2003상, 555), 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3도3972 판결(공2004상, 84), 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3도4151 판결(공2006상, 975),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도9411 판결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2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법무법인 여는 담당변호사 조세화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5. 12. 11. 선고 2015노3683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참고자료 등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안에서)를 판단한다.
1.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이와 같은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2도5077 판결, 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3도4151 판결 참조). 한편 어떤 글이나 발언이 모욕적 표현을 담고 있는 경우에도 그 글이나 발언이 객관적으로 타당성이 있는 사실을 전제로 하여 그 사실관계나 이를 둘러싼 문제에 관한 자신의 판단과 피해자가 취한 태도 등이 합당한가 하는 데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자신의 판단과 의견이 타당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모욕적인 표현이 사용된 것에 불과하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3도3972 판결,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도9411 판결 참조).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어용’, ‘앞잡이’ 등으로 지칭하여 표현한 이 사건 현수막 또는 피켓을 일반인들의 왕래가 빈번한 도심의 도로변 등에 게시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정당행위를 주장하는 피고인들의 항소이유를 배척하고 유죄를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본다.
‘어용’이란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권력자나 권력 기관에 영합하여 줏대 없이 행동하는 것을 낮잡아 이르는 말, ‘앞잡이’란 남의 사주를 받고 끄나풀 노릇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서, 언제나 위 표현들이 지칭된 상대방에 대한 모욕에 해당한다거나 사회상규에 비추어 허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어용’, ‘앞잡이’ 등으로 표현한 이 사건 현수막, 피켓 등을 장기간 반복하여 일반인의 왕래가 잦은 도로변 등에 게시한 행위는 피해자에 대한 모욕적 표현으로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217,421 |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의 재해인정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 전환 여부에 관한 사건] | 2017두45933 | 20,210,909 | 선고 | 대법원 | 일반행정 | 전원합의체 판결 | 2007년 개정으로 신설된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의 재해’를 인정하기 위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근로복지공단에 분배하거나 전환하는 규정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 [다수의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상 보험급여의 지급요건, 2007. 12. 14. 법률 제8694호로 전부 개정된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17. 10. 24. 법률 제1493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37조 제1항 전체의 내용과 구조, 입법 경위와 입법 취지, 다른 재해보상제도와의 관계 등을 고려하면, 2007년 개정으로 신설된 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은 산재보험법상 ‘업무상의 재해’를 인정하기 위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이라 한다)에 분배하거나 전환하는 규정으로 볼 수 없고, 2007년 개정 이후에도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은 업무상의 재해를 주장하는 근로자 측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기존 판례를 유지하여야 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의 개념, 보험급여의 지급요건 및 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전체의 내용과 구조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고 이는 보험급여의 지급요건으로서 이를 주장하는 근로자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고 볼 수 있다. 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은 본문에서 업무상 재해의 적극적 인정 요건으로 인과관계를 규정하고 단서에서 그 인과관계가 상당인과관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전체로서 업무상의 재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상당인과관계를 필요로 함을 명시하고 있을 뿐,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전환하여 그 부존재에 관한 증명책임을 공단에 분배하는 규정으로 해석되지 아니한다. (나) 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의 입법 경위와 입법 취지, 특히 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단서가 자구 수정과정에서 비로소 추가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2007년 개정 당시 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의 신설은 노동부령에 위임했던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을 법률에서 유형별로 직접 규정한 다음 구체적인 인정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함으로써 포괄위임 논란을 해소하고, 업무상 재해의 인정 요건으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필요하다는 원칙을 분명하게 하려는 데에 취지가 있었다. 이에서 더 나아가 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단서 규정을 통하여 상당인과관계 증명책임의 전환과 같이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 운영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항의 변경까지 의도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기 어렵다. (다) 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에 따른 업무상 재해의 인정 요건에 관하여만 공단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부존재를 증명하여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산재보험법상 진폐 등에 관한 규정 및 관계 법령들에 따른 재해보상제도의 전반적인 체계와 조화되지 아니하고 입법자가 전혀 예정하지 않았던 상황을 초래하므로 수긍하기 어렵다.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흥구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은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업무상의 재해’를 주장하는 당사자에게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이 있다는 기존 판례가 타당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2007년 산재보험법 개정 이전에 형성된 판례를 그대로 따르는 것으로서 2007년 산재보험법 개정으로 신설된 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의 의미를 등한시하는 해석이다. 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에 따르면,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요건 가운데 본문 각호 각 목에서 정한 업무관련성이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이를 주장하는 자가 증명하고, 단서에서 정한 ‘상당인과관계의 부존재’에 대해서는 상대방이 증명해야 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것이 법률해석에 관한 일반 원칙에 부합한다. 따라서 ‘업무상의 재해’에 관한 이러한 증명책임 원칙에 반하는 판례는 변경되어야 한다. |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17. 10. 24. 법률 제1493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1호, 제37조 제1항, 행정소송법 제26조[증명책임] | null |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사람 담당변호사 박성민 외 3인)
【피고, 피상고인】
근로복지공단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7. 4. 7. 선고 2016누59982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 및 경과
가. 원고의 아들 소외인(생년월일 생략, 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은 2014. 2. 24. 주식회사 삼성에이치알엠에 입사한 후 협력업체인 (상호 생략)에 파견되어 근무하면서 휴대전화 내장용 안테나의 샘플을 채취하여 품질검사를 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망인은 2014. 4. 19. 출근 후 09:54경 동료 직원과 함께 약 10분 동안 약 5kg의 박스 80개를 한 번에 2~3개씩 화물차에 싣는 일을 한 후 사무실로 걸어가다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박리성 대동맥류 파열에 의한 심장탐포네이드(Cardiac Tamponade, 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고 한다)’로 사망하였다.
원고는 2014. 7. 1. 피고에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고 한다)상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14. 9. 22. ‘망인의 사망원인인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워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나. 원고는 망인의 사망은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였다. 원심은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의 업무상의 재해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는 확립된 대법원 판례 법리를 전제한 다음, 원고가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는 망인이 과중한 업무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을 일으켜 사망하였다고 추단하기 어려우므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2.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에 관한 대법원 판례 법리와 이 사건의 쟁점
가. 대법원은 산재보험법상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간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해야 한다고 판단하여 왔다(대법원 1989. 7. 25. 선고 88누10947 판결, 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두11424 판결, 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6두4912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산재보험법이 2007. 12. 14. 법률 제8694호로 전부 개정되면서 제37조 제1항이 신설(이하 위 개정을 ‘2007년 개정’이라고 하고, 2017. 10. 24. 법률 제14933호로 개정되기 전의 위 법률조항을 ‘이 사건 조항’이라고 한다)된 이후에도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 및 이 사건 조항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부상ㆍ질병ㆍ신체장해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상당인과관계는 근로자 측에서 증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4두2546 판결, 대법원 2017. 4. 26. 선고 2016두43817 판결, 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두3867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조항에 의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이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이라고 한다)에 전환되었다고 보아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를 변경해야 하는지 여부이다.
3. 관계 법령의 체계 및 입법 연혁
가. 산재보험법상 ‘업무상의 재해’의 개념과 인정기준
산재보험법은 제1장(총칙) 제5조 제1호에서 ‘업무상의 재해’를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ㆍ질병ㆍ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문제 되고 있는 산재보험법 제62조 제1항의 유족급여를 비롯하여 산재보험법에 의한 보험급여를 지급받기 위해서는 위 규정에서 정한 ‘업무상의 재해’로 인정되어야 한다.
이 사건 조항은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이라는 제목으로 "근로자가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ㆍ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相當因果關係)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정하면서,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하는 사유를 ‘업무상 사고’(제1호)와 ‘업무상 질병’(제2호)으로 구분하고, 제1호에서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나 그에 따르는 행위를 하던 중 발생한 사고 등[(가) 내지 (바)목]을, 제2호에서 업무수행 과정에서 물리적 인자(因子), 화학물질, 분진, 병원체, 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 등 근로자의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가)목], 업무상 부상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나)목]과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다)목]을 규정하고 있다.
나. 이 사건 조항의 입법 연혁
산재보험법은 제정 당시 법률에 ‘업무상의 재해’의 정의 규정만을 두고 구체적인 인정기준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았다. 업무상의 재해의 구체적인 인정기준은 노동부의 예규 형식으로 존재하다가, 1995. 4. 29. 구「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노동부령 제97호)에서 규정하게 되었다(제32조 및 제33조).
그런데 위 인정기준은 입법형식상 상위법령에 근거를 두지 아니한 것으로서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정한 것에 불과하여 대외적으로 법원이나 일반 국민을 기속하는 효력이 없다는 문제가 제기되자, 산재보험법은 1999. 12. 31. 법률 제6100호 개정을 통하여 ‘업무상의 재해’의 정의 규정인 제4조 제1호에 "이 경우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에 관하여는 노동부령으로 정한다."라는 제2문을 신설함으로써, 법률에 업무상의 재해 인정기준의 구체적인 내용을 하위 규정에 위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이후 2007년 개정 시 산재보험법에 이 사건 조항을 신설하여 구 노동부령에 위임했던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을 법률에서 유형별로 직접 규정하고, 구체적인 인정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였다(제37조 제3항).
4. 이 사건 조항의 정당한 해석과 대법원 판례 법리의 타당성
산재보험법상 보험급여의 지급요건, 이 사건 조항 전체의 내용과 구조, 입법 경위와 입법 취지, 다른 재해보상제도와의 관계 등을 고려하면, 2007년 개정으로 신설된 이 사건 조항은 산재보험법상 ‘업무상의 재해’를 인정하기 위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공단에 분배하거나 전환하는 규정으로 볼 수 없고, 2007년 개정 이후에도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은 업무상의 재해를 주장하는 근로자 측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기존의 판례를 유지하여야 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이 사건 조항의 정당한 해석
1) 산재보험법은 제5조 제1호에서 ‘업무상의 재해’를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ㆍ질병ㆍ장해 또는 사망"으로 규정하고, 제36조 제1항에서 요양급여 등 보험급여의 종류를 열거한 다음, 같은 조 제2항에서 수급권자의 청구에 따라 각 보험급여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산재보험법은 제40조에서 요양급여의, 제52조에서 휴업급여의, 제57조에서 장해급여의, 제62조에서 유족급여의 각 지급사유, 수급권자, 산정기준, 지급시기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각 규정은 모두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 질병,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한 경우에 해당 보험급여를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의 존재를 보험급여의 지급요건으로 하고 있다.
2) 이 사건 조항은 업무상의 재해를 업무상 사고와 업무상 질병으로 구분하고 이에 관한 세부적인 인정기준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조항 각호의 각 목 역시 업무와 사고 또는 질병 사이의 관련성 및 인과관계를 업무상 재해의 인정 요건, 즉 보험급여의 지급요건으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 사건 조항 제2호 (나)목은 업무상 부상과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함을 규정하고 있고, 특히 이 사건 조항 제2호 (다)목은 제2호 (가)목, (나)목에 포함시키기 어려운 업무상 질병에 관한 일반적인 인정기준으로서, 근로자에게 발생한 질병을 업무상의 재해로 보려면 해당 질병과 업무 사이에 관련성 및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이 점은 업무상 사고에 관한 이 사건 조항 제1호 (바)목도 마찬가지이다.
3) 한편 이 사건 조항 단서는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相當因果關係)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률조항이 어떠한 권리발생에 필요한 요건과 그 장애나 멸각 사유 등을 본문과 단서의 형식으로 규정한 경우, 본문이 정한 사항에 관한 요건사실은 그 권리발생을 주장하는 자가, 단서에서 정한 사항에 관한 요건사실은 이를 저지하려는 자가 각 증명책임을 부담한다고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본문과 단서라는 규정의 형식을 주로 고려한 위와 같은 법률해석의 방법은 해석의 대상이 되는 법률조항의 본문과 단서에서 각각 증명해야 할 요건을 준별한 경우에는 타당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지만, 그와 달리 본문과 단서에 규정된 사항이 내용적으로 중첩되는 경우에까지 이를 기계적으로 적용할 것은 아니다. 이 사건 조항과 같이 본문에서 인과관계를 비롯하여 업무상의 재해로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모든 요건을 이미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대로 채택할 수 있는 해석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의 단서 부분은 이 사건 조항의 본문에서 이미 규정하고 있는 업무상 재해의 인정 요건인 인과관계가 대법원 판례에서 말하는 법적ㆍ규범적 관점의 상당인과관계를 의미한다는 점을 확인ㆍ설명하는 취지로 봄이 상당하다.
4) 위와 같은 산재보험법상 업무상의 재해의 개념, 보험급여의 지급요건 및 이 사건 조항 전체의 내용과 구조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이 사건 조항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고 이는 보험급여의 지급요건으로서 이를 주장하는 근로자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 조항은 본문에서 업무상의 재해의 적극적 인정 요건으로 인과관계를 규정하고 단서에서 그 인과관계가 상당인과관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전체로서 업무상의 재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상당인과관계를 필요로 함을 명시하고 있을 뿐,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전환하여 그 부존재에 관한 증명책임을 공단에 분배하는 규정으로 해석되지 아니한다.
나. 이 사건 조항의 입법 경위와 입법 취지
1) 이 사건 조항의 입법 경위와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보아도, 이 사건 조항은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공단에 분배하거나 전환하는 규정으로 보기 어렵다.
앞서 본 바와 같이 2007년 개정 전 산재보험법은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에 관하여 법률에 구체적인 내용을 규정하지 아니한 채 하위 규정인 노동부령에 이를 위임하고 있었고, 이에 대해서는 포괄위임이라는 논란이 있었다. 이후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이하 ‘산재보험제도’라고 한다)의 전반적인 개선 방안에 관한 오랜 논의 끝에 정부는 2007. 6.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합의 내용을 주로 반영한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007. 6. 21. 정부의 개정안을 비롯한 6건의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심사한 결과 정부안 등 기존의 개정안을 본회의에 부의하지 아니하되, 환경노동위원장 대안으로 산재보험법 전부 개정법률안을 본회의에 제안하기로 의결하였다.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에 관한 당시 환경노동위원장 대안의 제37조는 정부안의 제35조의2와 내용이 동일하였는데, 위 노사정위원회의 합의나 각 개정안의 개정 취지에는 포괄위임의 논란을 해소하려는 점이 포함되어 있을 뿐,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근로자 측에서 공단에 전환하는 내용은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
한편 환경노동위원장 대안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ㆍ자구 심사 과정에서 위 대안의 제37조 제1항 제1호 (바)목 및 제2호 (다)목의 ‘그 밖에 업무와 사고(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사고(질병)’라는 규정 중 ‘상당인과관계’라는 부분을 삭제하는 대신 제1항 단서에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를 추가하는 자구 수정이 이루어졌고, 자구 수정된 위 대안의 제37조 제1항이 이 사건 조항으로 입법되었다. 입법 자료에 의하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위와 같이 자구 수정을 한 이유는 인정기준의 일부 하위 항목에서만 상당인과관계를 규정하는 경우 다른 항목들에는 상당인과관계를 요하지 않는 것으로 오인될 우려를 방지하고, 업무상 재해의 인정 요건으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필요하다는 공통원칙을 분명하게 하려는 데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 위와 같은 이 사건 조항의 입법 경위와 입법 취지, 특히 이 사건 조항 단서가 자구 수정과정에서 비로소 추가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2007년 개정 당시 이 사건 조항의 신설은 노동부령에 위임했던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을 법률에서 유형별로 직접 규정한 다음 구체적인 인정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함으로써 포괄위임 논란을 해소하고, 업무상 재해의 인정 요건으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필요하다는 원칙을 분명하게 하려는 데에 그 취지가 있었다 할 것이다. 이에서 더 나아가 이 사건 조항 단서 규정을 통하여 상당인과관계 증명책임의 전환과 같이 산재보험제도 운영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항의 변경까지 의도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기 어렵다.
다. 다른 보상제도와의 관계
1)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의 재해보상책임과의 관계
근로기준법은 제8장에서 근로자가 입은 업무상 부상, 질병에 대한 사용자의 재해보상책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의 재해보상책임이 성립하려면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해야 한다(대법원 1990. 10. 23. 선고 88누5037 판결 등 참조). 한편 산재보험법 제80조 제1항은 수급권자가 산재보험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았거나 받을 수 있으면 보험가입자인 사용자는 동일한 사유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에 따른 재해보상책임이 면제되도록 하고 있다.
산재보험법상 보험급여와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의 재해보상책임의 관계에 대해, 대법원은 산재보험법에 의한 보험급여는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에 의하여 보상하여야 할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로 인한 손해를 국가가 보험자의 입장에서 근로자에게 직접 전보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서, 산재보험은 근로자의 생활보장적 성격 외에 근로기준법에 따른 사용자의 재해보상에 대한 책임보험의 성질도 가지고 그 책임보험적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고 보아왔다(대법원 1994. 5. 24. 선고 93다38826 판결, 대법원 2013. 8. 22. 선고 2013다25118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산재보험법에 의한 보험급여의 성질과 기능 등을 고려할 때, 보험급여 지급요건인 ‘업무상의 재해’를 인정하기 위해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요구하는 것은 해당 재해를 사업주의 책임 영역으로 합리적으로 귀속시키기 위한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그 보험급여의 지급을 주장하는 측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전반적인 보상체계에 부합한다.
2) 산재보험법상 진폐 등에 관한 규정 및 다른 재해보상제도와의 관계
산재보험법은 산업재해 중 진폐에 대하여는 제91조의2 등에 별도로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을 두고 있다. 대법원은 진폐에 따른 사망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진폐, 합병증 등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고, 그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측에 있다고 보았다(대법원 2017. 3. 30. 선고 2016두55292 판결 등 참조). 한편 산재보험법 제51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이하 ‘산재보험법 시행령’이라고 한다) 제48조 제1항은 "치유된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과 재요양의 대상이 되는 부상 또는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을 것"을 재요양의 인정 요건으로 하고 있고, 산재보험법 제49조 제2호는 업무상의 재해로 요양 중인 근로자가 "그 업무상의 재해로 발생한 부상이나 질병이 원인이 되어 새로운 질병이 발생하여 요양이 필요한 경우"를 추가요양의 인정 요건으로 하고 있어, 산재보험법상 재요양과 추가요양의 인정은 상당인과관계의 존재를 그 적극적 요건으로 한다.
또한 구 공무원연금법(2018. 3. 20. 법률 제1552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른 공무상 재해나,「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또는「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상 직무수행 등을 원인으로 하는 각종 급여 청구에 대한 부지급처분을 다투는 항고소송에서도 대법원은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주장자 측에 있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1두723 판결, 대법원 2017. 12. 13. 선고 2016두63996 판결, 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7두53941 판결 등 참조).
특히 2018. 3. 20. 법률 제15522호로 제정된「공무원 재해보상법」제4조 제1항, 2019. 12. 10. 법률 제16761호로 제정된「군인 재해보상법」제4조 제1항의 공무상 재해의 인정기준 및「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제33조, 같은 법 시행령 제29조 제2항의 직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은 이 사건 조항과 거의 동일하게 ‘공무(직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공무(직무)상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는 취지의 단서 규정을 두고 있다. 2009. 5. 27. 법률 제9727호로 개정된「어선원 및 어선 재해보상보험법」제2조 제2항에서는 어선원 등의 재해 인정기준에 관한 사항은 산재보험법의 이 사건 조항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위 조항들의 제정ㆍ개정 시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수급권자로부터 전환시키려는 입법 의도가 있었다는 사정을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오히려「공무원 재해보상법」과 관련하여서는 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이 여전히 수급권자에게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증명책임을 일정한 경우 인사혁신처장에게 부담시키려는 취지의 개정안이 제출되어 있기도 하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요건에 관하여만 공단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부존재를 증명하여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산재보험법상 진폐 등에 관한 규정 및 관계 법령들에 따른 재해보상제도의 전반적인 체계와 조화되지 아니하고 입법자가 전혀 예정하지 않았던 상황을 초래하므로 수긍하기 어렵다.
5.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① 망인은 (상호 생략)에 파견된 근로자로 약 1개월 25일의 짧은 기간 근무하였고, 담당한 업무 내용도 업무의 강도가 높다거나 그 책임이 컸다고 볼 수 없는 점, ②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특별한 돌발 상황이나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는 없었고, 망인이 대동맥류 파열로 쓰러지기 직전 행한 박스 상차작업은 자신의 업무가 아니라 동료 직원이 상차작업을 하는 것을 보고 선의로 도와준 것인데 약 5kg 정도 박스 80개를 한 번에 2~3개씩 2~3m 정도 떨어져 있는 차량에 운반하는 것이어서 육체적으로 크게 부담이 되는 일이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망인은 뇌심혈관계 질환의 발병 위험요인인 흡연과 음주를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시까지 계속하였고, 발병 2일 전에 퇴근 후 업무와 상관없이 직장 동료 등과 새벽까지 게임방, 노래방 등에서 음주를 하였던 점, ④ 의학적으로 망인의 기존질환인 박리성 대동맥류는 동맥경화에 의한 혈관의 약화에 의한 것으로 업무와 관련성이 낮고, 제1심 진료기록 감정의나 피고 자문의들도 과로나 스트레스로 망인에게 대동맥 박리가 발생할 가능성을 매우 낮게 평가하거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하는 견해를 표명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망인이 과중한 업무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을 일으켜 사망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망인에게 돌발적 상황 및 급격한 업무환경 변화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감정 결과 취신에 관한 증거법칙을 위반하였다거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원심은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이 근로자 측에 있다는 기존의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서도 단순히 원고가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다하지 못하여 사실관계의 진위불명 상황에서 증명책임을 지는 쪽에 불리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본 것이 아니라 망인이 과중한 업무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추단하기 어려워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적극적으로 반대사실을 인정하였다. 이와 같은 사실인정을 전제로 하면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이 피고에게 있다고 보더라도 피고가 상당인과관계의 부존재를 증명한 것이 되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의 결론은 수긍할 수 있다는 점을 부기하여 둔다.
6.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흥구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으며,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이기택의 보충의견,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흥구의 보충의견이 있다.
7.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흥구의 반대의견
가. 반대의견의 요지
다수의견은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업무상의 재해’를 주장하는 당사자에게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이 있다는 기존 판례가 타당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2007년 산재보험법 개정 이전에 형성된 판례를 그대로 따르는 것으로서 2007년 산재보험법 개정으로 신설된 이 사건 조항의 의미를 등한시하는 해석이다. 이 사건 조항에 따르면,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요건 가운데 본문 각호 각 목에서 정한 업무관련성이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이를 주장하는 자가 증명하고, 단서에서 정한 ‘상당인과관계의 부존재’에 대해서는 그 상대방이 증명해야 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것이 법률해석에 관한 일반 원칙에 부합한다. 따라서 ‘업무상의 재해’에 관한 이러한 증명책임 원칙에 반하는 판례는 변경되어야 한다.
그 이유를 법률해석의 일반적 방법인 문언해석, 역사적 해석, 체계적 해석, 목적론적 해석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이 사건에서 근로자의 사망을 ‘업무상의 재해’로 볼 수 없다는 다수의견의 구체적인 판단에 대해서도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나. 문언해석
이 사건 조항의 문언을 보면 ‘상당인과관계의 부존재’에 대해서는 업무상의 재해를 부정하고자 하는 상대방이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 명백하다.
1) 법률해석의 출발점은 법률조항의 문언과 문장 구조이다. 조항의 문장 구조가 본문과 단서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면서 특히 그 단서에서 ‘그러나 어떠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하여 본문이 정한 법률효과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규정되어 있으면, 판례와 학설은 이른바 규범설 또는 법률요건분류설에 따라 원칙적으로 본문이 정한 사항에 관한 요건사실은 그 법률효과를 주장하는 자가, 단서에서 정한 사항에 관한 요건사실은 그 법률효과를 다투는 상대방이 증명책임을 진다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와 독일, 일본 등 대륙법계에 속하는 국가에서 일관된 흐름이다.
전형적인 예는 민법 제390조를 들 수 있다. 이 규정은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 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정하고 있다. 판례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서 그 불이행의 귀책사유, 즉 고의ㆍ과실에 대한 증명책임이 채무자에게 있다고 하였다(대법원 1985. 3. 26. 선고 84다카1864 판결, 대법원 1997. 10. 10. 선고 96다47302 판결 등 참조). 이는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서 조문의 본문에 규정되어 있는 고의ㆍ과실에 관한 증명책임이 이를 주장하는 피해자에게 있다고 본 것(대법원 2002. 2. 26. 선고 2001다73879 판결 등 참조)과 대조된다.
각종 특별법을 제정할 때에도 이러한 원칙에 기초하여 ‘본문/단서’의 구조와 형식으로 증명책임을 분배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제조물 책임법」제3조의2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요건인 ‘결함’에 대해서, "피해자가 다음 각호의 사실을 증명한 경우에는 제조물을 공급할 당시 해당 제조물에 결함이 있었고 그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제조업자가 제조물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인하여 그 손해가 발생한 사실을 증명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정하고, 각호에서 피해자가 증명할 사실을 열거하고 있다.「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제5조는 "다음 각호의 사실이 모두 증명된 경우에는 독성 화학물질을 함유한 가습기살균제로 인하여 생명 또는 건강상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사업자가 다른 원인으로 인하여 그 피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증명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정하여, 인과관계의 추정과 관련하여 본문과 단서에서 각각 증명의 주체와 대상을 구분하고 있다.「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제6조 제1항은 사업자의 환경오염피해에 대한 무과실책임에 관하여 "시설의 설치ㆍ운영과 관련하여 환경오염피해가 발생한 때에는 해당 시설의 사업자가 그 피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다만 그 피해가 전쟁ㆍ내란ㆍ폭동 또는 천재지변, 그 밖의 불가항력으로 인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정하여 환경오염피해에 관한 증명책임을 명확히 정하고 있다.
2) 이러한 문언해석의 원칙은 이 사건 조항에 관한 해석에도 적용된다. 이 사건 조항은 보험급여의 지급을 주장하는 근로자나 유족이 그 본문 각호 각 목에서 정한 사유로 부상ㆍ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였다는 사실 등 업무와 재해 사이의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간주되는 법률효과가 발생한다. 근로자 측에서 그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점까지 증명할 필요는 없다.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다투는 상대방인 공단이 단서가 정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相當因果關係)가 없다.’는 사정을 주장ㆍ증명해야 본문이 정한 ‘업무상의 재해’로 간주되는 법률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와 같이 근로자나 유족 등 수급권자가 산재보험법에 따라 공단에 보험급여 지급을 신청하였으나 부지급처분을 받아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에서 보험급여지급청구권의 인정 요건인 ‘업무상의 재해’에 관한 증명책임에 관해서도 그 문언에 따라 분배하는 것이 일관성이 있다.
3) 다수의견은 이 사건 조항 단서가 본문 각호와 각 목에서 분류하고 있는 유형별 업무상 재해의 공통된 일반요건으로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하게 확인하는 취지일 뿐이고 본문에 규정되지 않은 별도의 요건으로서 상당인과관계의 부존재에 관한 증명책임을 근로자 측에서 공단으로 전환시키려는 규정이 아니라고 한다. 그 이유로 본문 각호의 각 목에서 이미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업무상의 재해 인정에 필요한 적극적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고, 본문과 단서에 규정된 사항이 내용적으로 중첩된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조항은 본문에서 업무상 재해의 개념 요소 또는 인정기준으로 ‘업무관련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규정하면서 각호 각 목에서 그 내용을 구체화하고, 단서에서 업무상 재해의 성립 요건 가운데 근로자 측에서 증명하기 어려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추출하여 그 증명책임을 공단에 전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본문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나 업무상 질병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으로서 업무관련성은 그 문언상 상당인과관계를 가리키는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이것이 상당인과관계를 당연히 포함하는 개념도 아니다. 이 사건 조항 본문 각호와 각 목에서 정한 사유가 충족되면 업무관련성은 인정되지만, 상당인과관계는 긍정될 수도 있고 부정될 수도 있다. 따라서 상당인과관계는 업무관련성과 구별되는 독자적 의미가 있는 것으로서 업무관련성과는 별도의 증명대상이다. 이와 같이 보는 것이 이 사건 조항에서 본문과 단서를 구분한 취지에 부합한다.
나아가 본문에 규정한 사항과 단서에 규정한 내용에 부분적으로 중첩되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위와 같은 해석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 또한 이 사건 조항의 제목이 ‘증명책임의 전환’으로 되어 있지 않다거나 단서에 ‘공단에 증명책임이 있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결론이 달라지지 않는다.
이 사건 조항의 본문은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법률효과가 발생하는 간주규정의 모습을 띠고 있다. 이것은 공단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을 증명하는 데 성공하면 간주 효과가 발생하지 않게 되므로, 일반적으로 간주규정에 대해서는 추정규정과 달리 반증이 불가능하다는 것(대법원 1995. 2. 17. 선고 94다52751 판결 참조)과 모순되지 않는다.
조건적 인과관계와 상당인과관계는 분명히 구별되는 개념이다.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ㆍ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적ㆍ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그 증명이 있다고 하고 있는 대법원판결(대법원 1992. 5. 12. 선고 91누10022 판결,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두5501 판결, 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두12530 판결 참조)도 이러한 구분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이 본문과 단서에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라는 동일한 증명 주제를 중복하여 규정한 것이 아니다.
다. 역사적 해석
1) 입법자의 의사는 업무상의 재해에서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전환하여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상대방이 증명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2) 법률해석에서 입법자의 의도는 법률의 문언에 표현된 객관적인 의미나 내용으로부터 추단하여야 하고, 입법자의 의도나 입법 경위를 참고하여 법률을 해석하더라도 법률의 문언에 표현되어 있지 않은 입법자의 주관적인 의사에 구속되어서는 안 된다.
이 사건 조항을 보면, 입법자는 산재보험급여 관련 소송에서 산재보험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고자 하는 근로자 측의 권리를 실효적으로 보장하고 근로자 측의 증명곤란을 경감하기 위하여 이 사건 조항을 신설하여 근로자 측과 공단 사이에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사전에 분배하고자 하였음을 알 수 있다. 법률의 문언이나 입법 경위에 나타난 입법자의 객관적 의도뿐만 아니라 입법을 준비하거나 관여했던 사람들의 의사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한다.
3) 이 사건 조항의 입법 경위를 살펴보고자 한다. ‘업무상의 재해’는 그 자체만으로는 의미가 분명하지 않은 불확정개념으로서 산재보험법 개정 시에 몇 차례 변화가 있었다. 구 산재보험법(1981. 12. 17. 법률 제34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한다."라고 정하였다가 1981. 12. 17. 법률 제3467호 개정으로 "업무상의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ㆍ질병ㆍ신체장해 또는 사망"이라는 다소 포괄적인 문언으로 수정되었다. 1994. 12. 22. 법률 제4826호 전부 개정으로 제4조 제1호에 정의 규정을 두었고, 1999. 12. 31. 법률 제6100호로 개정할 당시 제2문을 신설하여 "이 경우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에 관하여는 노동부령으로 정한다."라고 정하였다. 2007. 4. 11. 법률 제8373호 전부 개정에서 제5조 제1호로 현행과 같이 조문의 위치가 변경되었고, 2007년 개정으로 업무상 재해에 관한 정의 규정에서 제2문을 삭제하고,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에 관한 이 사건 조항을 신설하였다.
업무상의 재해의 요건으로 상당인과관계를 요구하게 된 것은 위 개정 전 구 산재보험법 제3조 제1항이 "그 업무에 기인하여"라고 하여 업무기인성을 정한 것에서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판례는 위 개정 전 구 산재보험법 제3조 제1항에 정한 업무상의 재해를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라고 보고 업무와 재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직무상의 과로로 유발되거나 악화되는 질병이나 사망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하였다(대법원 1983. 12. 27. 선고 82누455 판결 참조).
위와 같이 업무상의 재해에 관한 정의 규정이 포괄적인 문언으로 개정된 이유는 산재보험제도의 생활보장적 성격을 고려하여 개별ㆍ구체적인 사안에서 업무수행성과 업무기인성의 요건을 보다 탄력적이고 융통성 있게 해석하고 적용하려는 데 있다.
그러나 판례는 위 개정 이후에도 업무수행성과 업무기인성의 요건을 구분함을 전제로 여전히 구 산재보험법(1981. 12. 17. 법률 제3467호로 개정된 것) 제3조에서 정한 업무상 사망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업무수행 중의 사망이어야 함은 물론이고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에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해서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므로 근로자의 사망이 비록 업무수행 중에 일어났으나 그 사인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에 이를 업무로 기인한 사망이 추정되지 않는다고 하였다(대법원 1990. 10. 23. 선고 88누5037 판결, 대법원 1997. 2. 25. 선고 96누17226 판결 등 참조).
2007년 개정 당시 이 사건 조항을 신설한 이유는 기존에 노동부령으로 규정하여 포괄위임의 논란이 있었던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을 법률에서 직접 규정하는 데 있다.
2007년 개정 전 구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 제2문은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에 관하여 노동부령으로 정하도록 하였고, 구「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2008. 7. 1. 노동부령 제304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재보험법 시행규칙’이라고 한다) 제32조(업무상 사고), 제33조(업무상 질병)는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에 관하여 정하였다. 위 시행규칙 제33조 제1항은 "근로자의 질병에의 이환이 다음 각호의 요건에 해당되는 경우로서 그 질병이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44조 제1항에 따른 업무상 질병의 범위에 속하는 경우에는 업무상 요인에 의하여 이환된 질병이 아니라는 명백한 반증이 없는 한 이를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라고 하면서 그 사유로 근로자가 업무수행과정에서 유해요인을 취급하거나 이에 노출된 경력이 있을 것(제1호), 유해요인을 취급하거나 이에 노출될 우려가 있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작업시간ㆍ종사기간ㆍ노출량과 작업환경 등에 의하여 유해인자의 노출정도가 근로자의 질병 또는 건강장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인정될 것(제2호), 유해요인에 노출되거나 취급방법에 따라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신체부위에 그 유해인자로 인하여 특이한 임상증상이 나타났다고 의학적으로 인정될 것(제3호), 질병에 이환되어 의학적인 요양의 필요성이나 보험급여 지급사유가 있다고 인정될 것(제4호)이라고 정하고 있었다.
입법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당초 이 사건 조항에서 업무상 재해에 관한 상당인과관계가 본문인 제1호 (바)목 및 제2호 (다)목에 규정되었다가 현재 이 사건 조항과 같이 본문/단서의 형태로 수정된 경위와 그 이유이다. 2007년 산재보험법 개정에 관하여 공개된 입법자료 중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체계ㆍ자구검토보고서의 수정이유에는 다음 두 가지가 포함되어 있다. 하나는 이 사건 조항에 단서가 추가된 이유에 관하여 업무상 사고와 질병으로 분류된 모든 유형에서 상당인과관계가 필요함을 분명하게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에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것을 ‘공단이 증명하는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도록 하여 업무상 재해의 판단에 상당인과관계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일반인이 보다 분명히 알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 후 위와 같은 취지로 수정된 환경노동위원장의 대안이 2007. 11. 23. 본회의 심의를 거쳐 그대로 가결된 후 공포되고 시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위와 같이 수정된 문구에도 불구하고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이 근로자 측에 있다는 의견이 나온 적은 전혀 없다.
이 사건 조항이 위와 같이 개정된 경위와 맥락을 보면, 당초 노동부령에 따라 규율되던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을 법률에서 직접 규정하고 아울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전환하기 위해서 각호 각 목에서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업무상의 재해’가 인정될 수 있는 요건을 세분화하여 근로자 측과 공단 사이에서 증명의 주체와 대상을 나누어 분배하고, 그 요건 중 하나인 ‘상당인과관계’를 추출하여 단서에서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4) 다수의견과 같이 이 사건 조항이 본문과 단서의 형식으로 개정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입법자에게 증명책임을 전환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본다면, 2007년 개정 당시에 있었던 논의와 조문의 수정 과정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입법자가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전환하려는 의도로 위와 같이 조문을 수정하였지만 그러한 의도가 이 사건 조항의 문언에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것인가? 그렇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법률의 문언은 입법자의 의도를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징표이다. 법률에 표현된 내용이 입법자의 주관적 의사나 원래의 의도와 다를 경우에는 법률 문언에 나타난 객관적인 의사에 우위를 두고 해석하여야 한다. 설령 이 사건 조항의 개정에 관여했던 누군가가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 전환에 관한 입법자의 의사나 의도를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법률의 문언에 드러난 내용대로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이 전환된 것이라고 법률을 해석하여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법은 입법자보다 현명하다."(대법원 2018. 11. 1.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 중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조재연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참조)라는 말은 이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5) 이 사건 조항의 문언, 법률의 개정 경위, 입법 자료에 나타난 내용, 입법에 실제로 관여했던 사람의 구체적인 보고 내용 등을 통해서 추단하여 볼 때 본문과 단서의 형식으로 구성된 이 사건 조항은 그 입법 의도에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공단으로 하여금 부담하도록 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거나 이를 당연히 전제한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다수의견은 이 사건 조항에 관한 입법자의 의도를 잘못 해석한 것이다.
라. 체계적 해석
1) 산재보험법의 다른 규정이나 관련 법령과 체계적으로 해석해 보더라도 업무상 재해에서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은 이를 부정하는 상대방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
2) 산재보험법에 정한 진폐에 따른 사망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진폐, 합병증 등과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3. 30. 선고 2016두55292 판결 참조). 그런데 진폐에 대한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에 관한 근거 조항인 산재보험법 제91조의2나 제91조의10은 이 사건 조항과 달리 본문과 단서의 형식으로 되어 있지 않으므로, 논리적으로 진폐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이 사건 조항과 동일하게 해석할 필요가 없다.
산재보험법 제51조 제1항에서 정한 재요양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요양의 요건 외에 당초의 상병과 재요양신청 상병 사이에 의학상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고, 당초 상병의 치료 종결 시 또는 장해급여 지급 당시의 상병 상태보다 그 증상이 악화되어 재요양을 함으로써 치료 효과가 기대된다는 의학적 소견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2두1762 판결, 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4두14532 판결 참조). 그런데 재요양의 인정 요건을 규정한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48조 제1항 제1호는 "치유된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과 재요양의 대상이 되는 부상 또는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을 것"을 재요양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본문과 단서의 형식으로 되어 있지 않고, 추가상병에 대한 요양급여 신청의 요건에 관한 산재보험법 제49조도 본문과 단서의 형식으로 되어 있지 않으므로,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의 분배에 관하여 이 사건 조항과 동일하게 해석할 수 없다.
3) 사회보장수급권의 근거가 되는 개별 법률의 규정 형식은 동일하지 않다. 수급권자가 개별 법률에 따라 급여의 지급을 신청하였다가 거부처분을 받아 취소소송을 제기한 경우 수급요건에 해당하는 요건사실에 관한 증명책임은 해당 근거 조항의 해석을 통하여 개별적으로 확정하여야 한다.
가령「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또는「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에 기한 직무수행 등을 원인으로 하는 각종 급여 청구에 대한 부지급처분을 다투는 항고소송에서는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이 주장하는 측에 있다(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1두723 판결, 대법원 2017. 12. 13. 선고 2016두63996 판결 각 참조). 그러나 위 각 법률에서 수급권의 근거가 되는 법률조항의 구조나 형식이 이 사건 조항과 같이 본문과 단서로 되어 있지 않으므로,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이 사건 조항과 동일하게 해석할 이유는 없다. 법률요건분류설의 원칙에 따라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도록 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그러나「공무원 재해보상법」제4조 제1항,「군인 재해보상법」제4조 제1항,「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제33조, 같은 법 시행령 제29조 제2항은 이 사건 조항과 거의 유사하게 본문/단서의 규정 형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에도 이 사건 조항에 관한 해석과 동일하게 단서에서 정한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은 수급권자 측이 아니라 이를 다투는 상대방 측에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오히려 이 사건 조항에 관한 새로운 법리와 마찬가지로 위 조항들을 해석하는 것이 체계에 맞는다.
마. 목적론적 해석
1) 이 사건 조항의 입법 목적에 비추어 보아도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이 전환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2) 법률의 문언이 불분명하거나 다의적인 경우에 문언의 가능한 범위 내에서 법률의 목적이나 체계를 고려하여 법률의 의미를 확정하여야 하므로, 산재보험제도의 헌법적 근거, 산재보험법의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헌법 제34조 제2항은 국가의 사회보장ㆍ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제6항은 국가에게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음을 선언하고 있다. 산재보험법의 기본이념은 산업재해를 당한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것이고, 산재보험수급권은 헌법상의 생존권적 기본권에 근거하여 산재보험법에서 구체화된 것이다(헌법재판소 2005. 7. 21. 선고 2004헌바2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산재보험제도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개별 사업주의 재해보상에 대한 책임보험의 성격과 기능을 가지는 것에서 나아가 전체 사업주가 대수의 법칙에 입각한 보험기술을 매개로 사업주의 개별책임을 연대하여 부담하되 국가가 보험료의 징수나 보험급여지급 등을 직접 관장하는 공적 보험 또는 사회보험제도이다.
산재보험법은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근로자의 재활과 사회복귀를 촉진하기 위하여 이에 필요한 보험시설을 설치ㆍ운영하고, 재해 예방과 그 밖에 근로자의 복지 증진을 위한 사업을 시행하여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산재보험법 제1조). 국가는 고용노동부장관의 위탁을 받아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공단을 설립하였다(산재보험법 제10조).
산업현장에서 근로에 종사하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 제정된 법률인 산재보험법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험급여 부지급처분에 관한 취소소송에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업무상 재해 인정의 핵심적인 요건이 되는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일방적, 전적으로 근로자에게만 부담시키는 것은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보장제도인 산재보험제도의 입법 목적,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공단의 설립 취지, 공단에 특별히 재해조사권한을 부여한 취지에 맞지 않는다.
3) 2007년 개정으로 이 사건 조항이 신설된 이후에 산재보험수급권의 사회보장수급권으로서의 성격과 기능이 점차 강화되어 왔으나, 산재보험법이 재해를 입은 근로자나 유족의 보호를 위해 충분하지 못하고 재해를 당한 근로자나 유족이 공평하고 충분한 보상을 받기에 절차적 어려움이 상존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산재보험급여 관련 소송에서 대부분의 증거방법이나 정보가 사업장에 존재하여 근로자로서는 사용자의 절대적 협조가 없이는 증명을 하는 것이 어렵다.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근로자가 일했던 작업조건이나 작업환경 등이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업무상 사고의 경우 업무의 전문화나 현대화에 따라 사고원인이 복잡하고 기술적인 부분이 있어 사고원인을 규명하는 데 고도의 전문적 지식이 요구되고 근로자 스스로 사고원인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울 수 있다. 업무상 질병의 경우 의학적 전문지식의 부족이나 역학조사의 한계로 의학적 인과관계 규명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빈번하다. 특히 의학적으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질병에 대해서는 역학조사 등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데도 이를 감당할 수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증명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은 공평의 원칙과 정의 관념에 반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대법원은 구체적인 사안에서 개별적으로 증명책임을 완화하거나 경감하기 위한 법리를 발전시켜 왔다.
4) 증명책임의 분배는 공평의 이념에 따라 양 당사자에게 가장 합리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이루어져야 한다. 본문과 단서 형식으로 이루어진 조문의 문장 구조에도 불구하고 증명책임의 분배에 대해서 해당 법률조항을 일반적인 해석원칙과 다른 취지로 해석하는 경우는 주로 증거의 구조적 편재 상황에서 증명곤란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인 고려에서 증거수집이 용이하지 않은 피해자, 소비자, 장애인, 사회적 약자 등에게 유리하게 하는 방식으로 그 요건사실을 추정 또는 전환하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본문과 단서의 형식으로 규정된 이 사건 조항을 보험급여의 지급을 구하는 근로자 측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지 않고 그와 정반대로 해석하는 다수의견은 일반적인 해석원칙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근로자 보호를 외면하는 본말이 전도된 해석으로서, 전통적인 이론과 근로자의 증명부담을 완화하고자 하는 판례의 전반적인 흐름이나 경향에도 합치되지 않는다.
5) 수급권자가 보험급여를 지급받기 위해서는 공단을 상대로 보험급여의 지급을 신청하여 공단의 급여지급결정이 있어야 한다. 산재보험법은 업무상 재해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방법이 사용자에게 편재되어 있는 상황에서 근로자의 증명 곤란을 완화하기 위하여 공단에 업무상 재해 발생의 원인을 조사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공단은 보험급여에 관한 결정, 심사청구의 심리결정 등을 위하여 사업장 등을 소속 직원에게 조사하게 할 수 있고(산재보험법 제117조), 산재보험 의료기관에 대하여 근로자의 진료에 관한 보고 또는 그 진료에 관한 서류나 물건의 제출을 요구하거나 소속 직원으로 하여금 그 관계인에게 질문을 하게 하거나 관계 서류나 물건을 조사하게 할 수 있다(산재보험법 제118조). 그러나 현실에서는 조사인력의 부족, 전문성의 부족, 근로감독관 수의 부족 등을 이유로 업무상 재해 발생의 원인에 관한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
근로자나 유족이 원고가 되어 제기한 산재보험급여 부지급처분 등에 대한 불복절차인 행정소송절차에서 소송 구조상 공단이 상대방인 피고가 된다. 공단으로서는 행정처분인 보험급여에 대한 부지급처분 단계에서 적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이미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여야 하므로, 이 사건 조항 단서에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을 공단으로 하여금 부담하도록 전환하였다고 해석하더라도 증명이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거나 실무상 큰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이 사건 조항을 보험급여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전환하는 규정으로 해석하는 경우 그로 인한 재정 부담이 커서 산재보험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조항 각호 각 목은 이미 ‘업무상의 재해’로 인정될 수 있는 구체적인 유형을 정형적인 사상경과를 중심으로 요건화하여 규정하고 있고, 수급권자의 신청에 따라 공단이 1차적으로 그 충족 여부를 판단하게 되므로 업무상의 재해가 무분별하게 인정되는 결과를 낳지는 않을 것이다.
설령 재정 부담이 문제 된다면 관련 예산의 확보나 법률의 개정 등과 같이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여야 하고, 입법자가 결정한 것을 법원이 후퇴시키는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 법원이 행정부나 국회에서 결정할 예산과 보험급여의 재정 부담을 우려하여 문언과 달리 해석해서는 안 된다.
6) 법원이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전환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 측을 배려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상반된 시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합의할 수 있는 것은 법률의 문언보다 사회적 약자를 불리하게 대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법률의 해석을 하는 단계에서는 법률 문언보다 사회적 약자에게 불리하게 해석을 해서는 안 된다. 반대의견은 기본적으로 이 사건 조항을 법률의 문언대로 해석함으로써 사법부에 부여된 임무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사법부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거나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에 서야 이 사건 쟁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도 아니다.
7) 이 사건 조항에 관한 새로운 해석론은 통상적인 문언해석의 범위를 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변화된 현실과 시대상황을 고려하더라도 타당하고 합리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12년 개정 권고나 인과관계의 증명책임 전환에 관한 산재보험법 개정안들은 2007년 개정 당시 입법자가 의도하였던 증명책임 전환의 현실적ㆍ정책적 필요성을 반영한 것이다. 과거 입법자의 의도를 현재의 시각으로 조명하여 보더라도 입법자는 현명하게도 사회보장제도로서 산재보험제도의 목적과 기능이 충실하게 구현될 수 있도록 이 사건 조항을 통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분배해 두었다고 볼 수 있다.
바. 법원의 태도 변화
산재보험법에 관한 대법원판결들을 보자. 판례에 따르면 업무상의 재해가 인정되기 위한 인과관계는 의학적ㆍ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적ㆍ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두3867 판결 등 참조).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업무와 재해 사이에서 단순한 조건적 인과관계뿐만 아니라 경험칙상 상대적으로 유력한 원인이 되는 관계가 인정될 것이 요구된다.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는 단순한 사실인정의 영역이 아니라 그 판단의 기초가 되는 간접사실에 대한 평가 문제로서 전형적인 사실인정과 법률 판단 사이의 어딘가에 있다. 판례는 대부분의 사안에서 사실인정의 영역으로 보아 원심판단을 받아들여 심리불속행 판결로 상고를 기각하고 있으나, 몇몇 사례들에서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파기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법률심인 대법원이 사실심의 판단에 개입한다는 측면에서 비판적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대법원은 지속적으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하여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는지를 살펴 파기하는 판결을 선고해 왔고 그 대체적인 흐름은 이를 넓게 인정하는 쪽으로 전개되었다.
법률의 문언, 문장 구조나 맥락과 다르게 법률조항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그 체계, 입법 의도나 목적에 비추어 이를 수정할 만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법률해석의 방법으로 문언해석 이외에도 논리적, 체계적 해석, 역사적 해석, 목적론적 해석, 헌법합치적 해석 등 다양한 방법을 발전시켜 왔을 뿐만 아니라, 법률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유추나 목적론적 확대 등의 방법을 활용한다. 위와 같은 근거 없이 법률에서 지시하고 있는 내용과 달리 법률을 해석ㆍ적용하는 것은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다. 법원이 법률의 해석ㆍ적용에 관한 위와 같은 방법이나 원칙을 견지할 때 입법자도 부적절한 입법 기술이나 방식으로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해치고 수범자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법률을 정비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실질적 법치주의나 법의 지배가 확립되고 궁극적으로 한 국가의 법률 문화가 발전하게 된다.
행정소송에서도 민사소송법이 준용되므로(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증명책임 분배에 관해서도 민사소송과 마찬가지로 원칙적으로 법률요건분류설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고, 다수의견도 이를 부정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본문과 단서 형식으로 된 이 사건 조항을 그 문언, 문장 구조나 맥락과 달리 해석하고 있다. 다수의견이 언급한 것처럼 법률요건분류설에 따라 이 사건 조항을 증명책임 전환 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이 지나치다고 본다면, 문언해석을 뒤집을 만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한 채 법률의 해석에 기대어 그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명확한 문언으로 법률을 개정하여 이를 바로 잡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 조항과 같은 행정법규의 경우에도 법률의 집행에 수반되는 예산의 소요나 재정적 부담 등을 우려하여 법원이 법률의 문언과 다르게 해석하는 것은 지양하여야 한다. 행정법규 역시 궁극적으로 권리구제절차인 행정소송절차에서 재판규범으로 기능한다. 특히 증명책임에 관한 규범은 재판의 객관성과 공정성 보장의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므로 입법 단계에서부터 증명책임의 분배를 고려하여 일의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2007년 개정으로 이 사건 조항이 신설되어 업무상의 재해에 관한 법률이 바뀐 다음에도 학계와 실무 모두 그 존재와 의미를 제대로 의식하고 주목하지 않았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법원의 실무 관행과 이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이라고밖에는 설명할 도리가 없다. 만일 위와 같이 법률이 개정된 직후에 판례가 변경되었거나 또는 새로운 판례가 나왔다면 근로자나 유족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하여 보험급여를 지급받지 못하는 문제는 이미 해결되었거나 아니면 법률의 개정으로 입법부에 의한 새로운 해결책이 제시되었을 것이다. 법률해석의 최종권한을 가진 대법원이 이 사건 조항을 뚜렷한 근거 없이 문언과 달리 해석ㆍ적용하던 입장을 지금이라도 바로잡는 것이 올바른 태도이다. 10여 년이 지난 다음에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전환하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도 있지만, 먼 훗날 돌이켜 보면 지금 바꾸는 것이 늦지 않았던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 이 사건의 해결
1)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다음 사정을 알 수 있다.
원고의 아들인 소외인은 국민건강보험 수진 내역상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적이 없다. 소외인은 2014. 2. 24.부터 사망일인 2014. 4. 19.까지 매주 6일을 보통 08:30경에 출근하여 20:30경까지 근무하였다(일요일에는 08:30경 출근하여 17:30경까지 근무하였다). 발병 전 8주간 주당 평균 69시간을 근무하였고, 발병 전 4주간 주당 평균 62시간을 근무하였다. 2014. 3. 7.부터 2014. 3. 25.까지는 휴무일 없이 근무하였고, 발병 전 8주간 휴무일은 6일에 지나지 않는다.
제1심 진료기록감정의는 소외인에게 대동맥류 파열을 일으킬 만한 위험인자가 보이지 않고 업무로 인한 과로나 스트레스가 박리성 대동맥류 파열에 전적인 원인이 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위험인자로 작용했을 가능성은 있다는 견해를 제시하였다.
2) 이러한 사정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도출된다.
원고는 소외인이 사망 이전에 객관적 과로 상태에 있었고 사업장 내에서 업무수행 중 사망하였다는 점을 증명하였고 그가 이 사건 조항 제2호 (다)목에서 말하는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으로 사망하였다는 사실을 추단할 수 있다. 이에 반하여 피고는 소외인의 사인인 해리성 대동맥류가 업무와 관련성이 낮은 자발성 개인질환으로서 그 업무로 인한 과로나 스트레스와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뒷받침할 수 있는 반대사실을 증명하는 데 성공하였다고 볼 수 없다.
소외인의 사인과 관련하여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별표 3]「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 인정기준」1.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가)목은 1) 돌발사태, 2) 발병 전 단기간 동안의 업무상 부담의 증가, 3) 만성적 과중업무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원인으로 소외인의 사인인 ‘박리성 대동맥류’와 사실상 동일한 질환인 ‘해리성 대동맥류’ 등이 발병한 경우에는 업무상의 질병으로 본다고 정하고, 다만 자연발생적으로 악화되어 발병한 경우에는 업무상 질병으로 보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위 시행령 규정의 내용상으로도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증명책임 분배의 구조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소외인의 사망은 이 사건 조항 본문에 따라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으므로, 이와 다른 취지의 원심판단에는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3) 나아가 기존 판례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에서 업무상의 재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 질병이나 기존 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되고, 근로자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근로자가 객관적 과로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9두62604 판결, 대법원 2020. 8. 20. 선고 2018두46155 판결 등 참조). 이것이 업무상 과로에 관한 대법원의 일관된 태도이다.
또한「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2013. 6. 28. 고용노동부 고시 제2013-32호, 이하 ‘개정 전 고시’라 한다)은 행정규칙으로 대외적으로 국민과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은 없으므로, 공단이 처분 당시에 시행된 고시를 적용하여 산재요양불승인처분을 한 경우에도 법원은 위 처분 이후 개정된 고시(2017. 12. 29. 고용노동부 고시 제2017-117호, 이하 ‘개정된 고시’라 한다)의 내용과 취지를 참작하여 상당인과관계의 존부를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20두39297 판결 참조).
개정 전 고시는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란 발병 전 3개월 이상 연속적으로 과중한 육체적ㆍ정신적 부담을 발생시켰다고 인정되는 업무적 요인이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상태를 말한다고 정하면서도[I. 1. (다) 전단], 그 해당 여부는 업무의 양ㆍ시간ㆍ강도ㆍ책임, 휴일ㆍ휴가 등 휴무시간, 교대제 및 야간 근로 등 근무형태, 정신적 긴장의 정도, 수면시간, 작업환경, 그 밖에 그 근로자의 연령, 성별, 건강상태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되, 업무시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한다[I. 1. (다) 1)]고 정하고 있다. 개정된 고시는 개정 전 고시의 규정 내용이 지나치게 엄격하였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재해자의 기초질환을 업무관련성 판단의 고려사항으로 보지 않도록 종전에 규정되어 있던 ‘건강상태’를 삭제하였을 뿐만 아니라[I. 1. (다) 후단],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시간이 길어질수록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특히 휴일이 부족한 업무[I. 1. (다) 2) ③] 등의 경우에는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나) 이러한 판례에 비추어 보면, 소외인의 경우 비록 2014. 2. 24.부터 2014. 4. 19.까지 3개월 미만 근무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각 고시에서 정한 1주당 평균 업무시간을 고려하여 과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설령 소외인의 대동맥류파열이 개인적인 기저질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평소 과중한 업무로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된 상황에서 이 사건 상차작업을 하던 중 급격하게 혈압이 상승하여 자연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되어 사망하였다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악화시킨 경우로서 소외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소외인의 업무가 객관적으로 과중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발병에 가까울수록 업무가 줄어드는 상황으로 업무강도와 책임정도에 비추어 위 업무시간만으로는 소외인이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볼 수 없고 소외인이 발병 2일 전 늦은 시간까지 술자리를 가진 점과 흡연, 음주를 하였다는 점 등을 들어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하였다.
따라서 반대의견이 제시한 새로운 법리를 적용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기존 판례에 의하더라도 소외인의 사망과 재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증명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원심판단에는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으므로 파기되어야 한다.
이것이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이유이다.
8.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이기택의 보충의견
가. 다수의견은 2007년 개정 시 신설된 이 사건 조항은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 지급요건인 ‘업무상의 재해’를 인정하기 위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공단에 분배하거나, 전환하는 규정으로 볼 수 없고, 이 사건 조항 단서에서 규정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보험급여의 지급을 주장하는 근로자 측에 있다는 확립된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 타당하다는 취지이다.
이 사건 소송은 피고의 보험급여 부지급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행정소송법 제3조 제1호, 제4조 제1호)으로 산재보험법에 따른 유족급여 등의 지급을 청구한 당사자인 원고 측에 자신에게 유리한 보험급여 지급요건인 ‘업무상의 재해’를 인정하기 위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이 있다. 아래에서 주로 문언해석을 중심으로 반대의견을 반박하고, 다수의견의 논거를 보충한다.
나. 1) 반대의견은 이른바 법률요건분류설에 따르면 이 사건 조항은 본문과 단서에서 규정한 사항에 관하여 근로자 측과 공단이 증명책임을 부담하도록 각각 증명책임을 분배하고 있는 규정으로 보아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법률요건분류설에 따르더라도 본문과 단서의 형식으로 된 법률조항을 증명책임의 분배에 관한 규정으로 보는 경우는 본문에서 권리발생요건에 관하여 규정하고, 단서에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별개의 양립 가능한 사실인 권리발생장애사실, 권리멸각사실, 권리행사저지사실에 관하여 각각 나누어 규정하고 있는 경우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 이른바 법률요건분류설은 법규의 구조와 형식상 원칙 규정인 본문의 요건사실은 권리발생의 효과를 주장하는 자가, 단서의 소극적 요건사실은 그 법률효과를 다투는 자가 각각 증명하도록 증명책임이 객관적ㆍ추상적으로 분배되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2) 이를 도식적으로 설명해보면 아래와 같다. 어떠한 법률조항이 그 본문에서 요건 중 일부 사실(A, B)이 인정될 경우 권리발생의 법률효과를 규정하고, 단서에서 이와 양립할 수 있는 별개의 사실(C)을 반대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소극적 요건으로 정하고 있는 구조와 형식으로 되어 있는 경우에, 법률요건분류설에 따르면 원칙 규정인 본문에서 규정한 적극적 요건사실(A, B)에 대해서는 권리발생을 주장하는 측에서, 예외 규정인 단서에서 규정하고 있는 소극적 요건사실(C)은 이를 다투는 측에서 각각 증명하도록 증명책임이 분배되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다. 1) 그런데 이 사건 조항의 구조와 형식을 자세히 보면, 이 사건 조항은 비록 본문과 단서의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본문과 단서가 ‘업무상 재해’의 성립 요건을 각각 나누어 규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전체가 일체로서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재해로 인정하기 위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의 소재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이 사건 조항 전체를 하나로 파악하여야 한다.
이 사건 조항 본문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란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업무상의 재해를 의미한다.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의 ‘업무상의 재해’는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ㆍ질병ㆍ장해 또는 사망"을 의미하는 것으로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업무와 재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또한 이 사건 조항 본문 각호의 각 목에서도 업무와 재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것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조항 본문의 ‘업무상의 재해’의 개념에는 "업무와 재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조항 단서가 규정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相當因果關係)는 본문이 규정한 법률효과에 대한 반대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소극적 요건으로서 본문에서 규정한 사항과 양립 가능한 별개의 사실에 관한 것이 아니라 본문에서 이미 정하고 있는 ‘업무상의 재해’가 인정되기 위한 인과관계가 단순히 의학적ㆍ자연과학적인 조건관계가 아니라 판례에서 설시하고 있는 법적ㆍ규범적인 관점의 ‘상당인과관계’를 의미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설명하거나 강조하기 위한 취지에서 규정된 것이다.
이 사건 조항 단서에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을 증명하여야 할 주체가 ‘공단’이라고 별도로 명시하고 있지 않은 것을 보더라도 이러한 점은 더욱 분명하다.
2) 이 사건 조항의 구조와 형식을 논리적으로 단순화하여 앞서 본 일반적인 경우와 대조하여 설명하여 보면 아래와 같다. 예컨대, 업무상의 재해가 인정되기 위한 요건으로 A, B, C(C는 인과관계를 의미한다)가 요구된다고 할 때, 이 사건 조항은 본문에서 보험급여의 지급을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할 A, B 요건을 규정하고, 그 단서에서 반대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별개의 양립 가능한 사실인 C 요건의 부존재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사건 조항 본문과 각호 각 목 전체에서 업무상의 재해의 요건 중 A, B, C(인과관계)를 규정하고, 그 단서에서 본문이 규정한 C(인과관계)의 의미에 대한 부연 내지 보충 설명을 위해서 C₁(상당인과관계)을 규정하고 있는 구조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을 위한 요건인 A, B, C(C₁상당인과관계)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모두 이를 주장하는 측이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3) 반대의견은 이 사건 조항 본문의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요건 중 본문 각호의 각 목에서 정한 업무관련성이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이를 주장하는 당사자가 증명하여야 한다고 하면서도, 이 사건 조항 단서에서 규정한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은 공단이 증명하여야 한다는 취지이다.
이와 같은 취지의 반대의견은 마치 인과관계와 구분되는 상당인과관계라고 하는 별개의 증명 주제가 존재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증명책임은 재판의 심리가 완결되어 최종 단계에 이르렀음에도 소송상 사실관계가 불확정한 때에 불리한 법률판단을 받도록 되어 있는 당사자 일방의 위험 또는 불이익을 의미하는 것으로(대법원 1961. 11. 23. 선고 4293민상818 판결 참조),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심리가 종결된 이후 법관이 소송당사자가 제출한 제반 증거를 종합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증명 정도에 대한 평가를 거쳐 업무와 재해 사이에 단순한 조건적인 인과관계만이 인정되는 것인지, 아니면 법적ㆍ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게 되는 것이지, 반대의견이 설시하는 바와 같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조건적 인과관계와 상당인과관계로 구분됨을 전제로 2개의 독립된 증명 주제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 판례는 이러한 맥락에서 업무와 재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는 개별ㆍ구체적인 사안에서 제반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추단하는 방법으로 증명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1992. 5. 12. 선고 91누10022 판결, 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두12530 판결 등 참조).
4) 반대의견은 이 사건 조항 본문을 ‘업무상의 재해’가 인정되는 법률효과가 발생하는 이른바 간주규정으로 보면서도, 다시 공단이 단서에서 규정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없음을 반증하면 간주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간주규정은 추정규정과 달리 반증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5. 2. 17. 선고 94다52751 판결 등 참조).
만약 반대의견과 같이 이 사건 조항 단서를 공단에 업무와 재해에 관한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분배하거나 전환하는 규정으로 해석한다면, 예컨대 근로자 측에서 질병의 업무관련성과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데 성공하여 이 사건 조항 본문에 따라 ‘업무상의 재해’로 간주되는 법률효과가 발생하였는데, 다시 공단이 이 사건 조항 단서에 따라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음을 반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것이어서 이 사건 조항 본문을 간주규정으로 보는 것과도 논리가 일관되지 않는다. 반대의견은 공단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을 증명하는 데 성공하면 간주의 효과가 발생하지 않게 된다는 취지인데, 이러한 논리는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있을 것’이 이 사건 조항 본문에서 규정한 ‘업무상의 재해’가 성립되기 위한 요건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반대의견이 업무상 재해가 인정되기 위해서 근로자 측이 상당인과관계를 증명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과도 논리가 모순된다.
5) 또한 이 사건 조항은 사회보장제도인 산재보험제도의 운영에 관한 것으로 행정법규이다. 이 사건 조항의 문언을 보면 "근로자가 … 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 그러하지 아니하다."로 본문과 단서 모두에서 행정주체인 ‘공단’을 중심으로 공단이 산재보험법이 정한 보험급여를 받고자 하는 사람의 보험급여 지급 신청 또는 청구를 받아 그 지급 여부와 내용을 결정함에 있어 ‘업무상의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기준을 규정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예컨대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은 "근로자의 고의ㆍ자해행위나 …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 다만 …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으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조항 또한 마찬가지로 같은 조 내에서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가 규정한 ‘업무상의 재해’의 판단 기준을 보험급여 지급 결정의 주체인 공단을 중심으로 "보지 아니한다. … 다만 본다."로 규정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고, 본문과 단서가 증명의 주체와 대상을 나누어 규정한 것이 아니다.
이와 같은 이 사건 조항의 형식과 내용, 법적 성격에 비추어 보더라도 법률요건분류설의 본문/단서 구조에 따른 증명책임 분배에 관한 일반론을 이 사건 조항의 해석에 도식적으로 적용하여서는 이 사건 소송에서 증명책임의 소재에 관한 올바른 결론을 도출하기 어렵다.
반대의견은 이와 같은 이 사건 조항 문언의 고유한 규정 형식과 내용, 법적 성격을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은 그 본문과 단서 전체가 하나의 목적과 기능을 가진 유기적인 일체로서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고, 법률요건분류설에 따라 보더라도 반대의견과 같이 이 사건 조항이 본문과 단서의 규정 형식으로 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라는 동일한 증명 주제에 관하여 그 증명책임을 각각 나누어 분배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을 보충하고자 한다.
9.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
반대의견은 본문과 단서로 된 이 사건 조항의 문장 형식을 주된 근거로 이 사건 조항을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공단에 분배하거나 근로자 측으로부터 공단에 전환하는 규정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그러한 해석이 이 사건 조항의 입법 경위에 나타난 입법자의 의도 및 산재보험제도의 헌법적 근거, 산재보험법의 입법 취지와 목적에도 부합한다고 한다.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이기택의 보충의견에서 문언해석에 관하여 치밀한 논증을 통하여 다수의견의 논거가 보충되었으므로 문언해석에 관하여는 위 보충의견에 동의한다는 점을 밝히고, 이하에서는 반대의견의 지적에 대해 간략하게 답변하고 주로 이 사건 조항에 대한 역사적, 체계적, 목적론적 해석의 관점을 중심으로, 다수의견의 논거를 보충한다.
가. 법해석의 원칙과 한계
1) 법은 원칙적으로 불특정 다수인에 대하여 동일한 구속력을 갖는 사회의 보편타당한 규범이므로 이를 해석할 때에는 법의 표준적 의미를 밝혀 객관적 타당성이 있도록 하여야 하고, 가급적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법의 해석은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법령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고, 나아가 해당 법령의 입법 취지와 목적, 그 제ㆍ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역사적ㆍ체계적 해석 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함으로써, 위와 같은 법해석의 요청에 부응하는 타당한 해석을 하여야 한다. 한편 법령의 문언 자체가 비교적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다면 원칙적으로 더 이상 다른 해석 방법은 활용할 필요가 없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고, 어떠한 법령을 해석할 때에 그 법령의 입법 취지와 목적을 중시하여 문언의 통상적 의미와 다르게 해석하려 하더라도 해당 법령 내의 다른 규정들 및 다른 법률과의 체계적 관련성 내지 전체 법체계와의 조화를 무시할 수 없으므로 거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6다81035 판결, 대법원 2021. 3. 18. 선고 2018두47264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법해석이 법률조항의 문언과 문장 구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반대의견의 지적은 타당하고도 당연하다. 다수의견은 같은 견지에서, 이 사건 조항에서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와 전체적인 구조, 법적 성격을 파악하였고, 그에 의하면 이 사건 조항은 ‘업무상의 재해’를 인정하기 위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의 존재’를 근로자 측이 증명해야 할 적극적인 요건으로 하고, 다만 그 인과관계는 판례에서 말하는 법적ㆍ규범적 관점의 상당인과관계라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이다. 그 근거와 이유는 이미 다수의견과 앞선 보충의견에서 상세히 논증한 바와 같다.
법률조항의 내용과 구조, 법적 성격을 도외시한 채 본문, 단서의 형식만으로 이른바 법률요건분류설을 도식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보편적인 해석 방법이라고 보기 어렵고, 마치 다수의견이 예산과 보험재정 부담을 우려하여 문언과 달리 해석하였다거나 입법자가 결정한 것을 후퇴시키는 방식으로 해석한 것이라는 취지의 비판은 다수의견의 근거와 이유에 기반하지 않은 것으로서 수긍하기 어렵다.
다수의견은 법적 안정성과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법해석의 요청에 부응하는 타당한 해석을 위하여 추가적으로 역사적ㆍ체계적 해석 방법을 동원하여 이 사건 조항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설사 이 사건 조항에서 사용된 객관적 의미와 내용으로부터 추단되는 입법자의 의사를 통일적, 일의적으로 파악하기 어렵거나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조항을 증명책임의 분배나 전환 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은 역사적, 체계적 해석의 관점에서도 수긍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다수의견이 입법자의 개정 의도를 부당하게 무시한다는 비판은 온당치 않다.
나아가 위에서 살펴본 목적론적 해석의 한계를 감안할 때, 산재보험제도의 헌법적 근거와 산재보험법의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조항을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공단에 분배하거나 전환하는 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은 법해석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 사건은 이 사건 조항에 의해 증명책임이 전환되었는가를 다룬 것이다. 이는 타당한 법해석으로서 이 사건 조항의 의미를 파악하는 문제이다. 즉 이 사건의 쟁점은 산재보험제도의 취지를 실현하기 위해 증명책임의 전환이 필요한지의 문제와는 관련이 없고, 법원이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사회보장수급권의 보장을 강화하고 산재보험제도의 인정 범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입장 여하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도 없는 것이다. 혹여 다수의견이 산재보험의 재정 부담을 우려한다거나 보상제도의 목적보다 보험재정의 건전성을 우선시하는 입장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 있다면, 이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나. 역사적ㆍ체계적 해석에 관하여
1) 타당한 법해석을 위한 보충적 자료로서 이 사건 조항의 입법 경위와 입법 취지를 살펴볼 때, 다음과 같은 사정을 추가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산재보험제도는 재해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보험가입자인 사업주가 납입하는 보험료와 국고 부담을 재원으로 하여 사업주의 과실 유무를 묻지 않고 근로자에게 발생하는 업무상의 재해라는 사회적 위험을 보험방식에 의하여 대처하는 사회보험제도이다. 이러한 산재보험제도의 내용과 운영방식을 고려할 때,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 지급요건으로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이를 주장하는 근로자 측이 부담하도록 할 것인지, 상대방인 공단이 부담하도록 할 것인지는 산재보험제도 운영 실무의 전반과 보험재정, 근로자와 사업주 등의 이해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만약 2007년 개정 당시 입법자가 이 사건 조항을 통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공단에 분배하거나 전환하려고 하였다면, 통상적으로 법률의 개정 이유나 개정 취지를 통하여 이를 분명히 하고 국회의 입법 과정에서도 그에 관한 논의와 토론, 관련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나 보험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거나 예측하는 등의 과정이 수반되었을 것으로 봄이 합리적이다.
그런데 2007년 개정에 따라 공포된 법률의 개정 이유에는 법률에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을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이를 둘러싼 포괄위임 등의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가 명시되어 있을 뿐,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의 분배나 전환에 대한 내용은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 이 사건 조항의 입법 과정에서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 전환에 관하여 어떠한 실질적인 논의가 있었음도 발견하기 어렵다. 다만 반대의견이 들고 있는 바와 같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ㆍ자구심사과정에서 작성된 체계ㆍ자구검토보고서에 이와 다른 취지의 표현이 일부 기재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위 보고서에는 위와 같은 검토의 이유나 근거에 대해 아무런 기재가 없고, 다른 입법 자료들에 의할 때 이 사건 조항이 본문과 단서의 형식으로 자구 수정되는 과정에서도 위 보고서에 기재된 위 수정이유 부분은 공개적으로 논의된 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위 보고서의 기재만으로 법률안의 실질적인 내용이 변경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2) 한편 2007년 개정 이후 산재보험법의 위임에 따른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별표 3]「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기준」은 업무상의 질병으로 볼 수 있는 경우들을 예시하고 있다. 그중 제1호 (나)목은 "(가)목에 규정되지 않은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의 경우에도 그 질병의 유발 또는 악화가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음이 시간적ㆍ의학적으로 명백하면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제13호는 "제1호부터 제13호까지에서 발병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거나, 제1호부터 제12호까지에서 규정된 질병이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질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相當因果關係)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해당 질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상위 규정인 산재보험법 제37조에 따라 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이 공단 측으로 전환되지 않았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는 2012년경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재해를 입은 근로자가 아닌 상대방이 증명하도록 산재보험법령을 개정하도록 권고하였고, 그 후 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전환하는 내용의 산재보험법 개정안들이 의원입법 형식으로 국회에 제출되기도 하였다. 만약 반대의견의 지적과 같이 이 사건 조항이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이미 전환한 것이라면 위와 같은 개정 권고나 개정안이 제출되지 않거나 그 내용에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반대의견은 2007년 개정 이후에도 학계와 실무 모두 이 사건 조항의 존재와 의미를 제대로 의식하고 주목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그 이유를 법원의 실무 관행과 이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 때문일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반대의견의 막연한 추측에 전혀 동의할 수 없으며, 오히려 학계와 실무는 증명책임의 전환이 아니라는 점에 별다른 의문이 없었다는 인식을 역사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다. 목적론적 해석에 관하여
1)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지며(헌법 제34조 제1항), 이를 위하여 국가는 사회보장ㆍ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지고,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헌법 제34조 제2항 및 제6항).
산재보험법은 그 입법 목적과 취지에 따라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기 위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근로자 측이 부담하도록 하면서도, 공단으로 하여금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실질적으로 조사ㆍ수집하도록 하는 제도들을 두어 근로자 측의 증명부담을 사실상 완화하는 역할을 하게 하고 있다(헌법재판소 2015. 6. 25. 선고 2014헌바269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또한 이 사건 조항 및 산재보험법의 위임에 따라 마련된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별표 3] 등은 업무상 질병의 구체적 인정기준을 정하면서 그 유형별로 세분하여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는 경우를 예시하고 있으므로, 적어도 그에 해당하는 질병에 대하여는 근로자 측의 증명부담이 어느 정도 완화되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2) 대법원도 위와 같은 산재보험제도의 헌법적 근거와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의 의미를 규범적이고 법적인 개념으로 파악하고, 구체적인 사안에서 업무상 재해의 발생 원인이나 유형별 특징, 증거가 편재된 사정과 증명의 난이도 등을 고려하여 근로자 측의 증명부담을 완화ㆍ경감하기 위한 판례 법리를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대법원은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사망’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ㆍ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간접사실을 종합하여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 질병이나 기존 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되고,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해당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8두32125 판결, 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9두62604 판결 등 참조).
또한 판례는 첨단산업분야에서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질병에 대해 산재보험으로 근로자를 보호할 현실적ㆍ규범적 이유가 있는 점, 산재보험제도의 목적과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른바 ‘희귀질환’ 또는 첨단산업현장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유형의 질환이 발병한 근로자의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단계에서 근로자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고려할 수 있는 제반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작업환경에 여러 유해물질이나 유해요소가 존재하는 경우 개별 유해요인들이 특정 질환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ㆍ누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두3867 판결 참조).
3) 산재보험제도의 생활보장적 성격을 고려하여 업무상 재해 인정 요건을 보다 탄력적이고 융통성 있게 해석하고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반대의견의 취지에는 깊이 공감한다. 대법원도 특히 업무상 질병의 경우 근로자 측에 의학적 전문지식이나 관련 정보가 부족한 경우가 많고, 산업화에 따른 유해환경들로 인하여 현재까지의 과학이나 의학으로는 밝혀내기 어려운 새로운 질병이 나타나기도 하는 등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증명한다는 것이 근로자 측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하에 구체적인 사안에서 개별적으로 증명책임을 완화하거나 경감하는 노력을 하여왔으며, 이러한 입장이 대법원의 일반적인 흐름이나 경향이라는 것은 반대의견도 부정하지 않는다. 반대의견의 입장에서는 이 사건 조항을 증명책임의 전환으로 볼 수 없다는 다수의견의 접근방법이 많이 아쉬울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하여 문언적, 역사적, 체계적 해석을 바탕으로 공평ㆍ타당한 법해석을 통하여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하는 원칙을 포기할 수는 없다.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수급권은 헌법상 사회보장수급권이 법률에 의해서 구체화된 것으로, 그 내용은 법률에 의해서 정해지고 그 형성에 있어서는 입법자의 폭넓은 입법 재량이 인정된다.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원칙적으로 근로자 측에 부담시키는 것이 재해근로자 보호에 미흡하다거나, 그 증명책임을 전환할 현실적ㆍ정책적 필요성이 있다고 하여, 이 사건 조항을 증명책임을 분배하거나 전환하는 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은 이 사건 조항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와 체계적ㆍ논리적 해석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또한 산재소송에서 심리의 최종 단계에 이르러서도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진위불명의 상태에 빠지게 되는 원인은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안별로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일률적인 증명책임의 전환보다는 사안의 유형별 특징, 증거의 편재나 증명의 난이도 등을 고려하여 증명대상의 분배나 추정 등을 통하여 증명부담을 완화하거나 경감하는 방안이 보다 바람직할 수 있고, 산재보험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길이라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을 보충한다.
10.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흥구의 보충의견
가. 다수의견은 반대의견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 조항과 관련하여 문언해석, 역사적 해석, 체계적 해석, 목적론적 해석 방법을 통하여 논거를 제시하고 있다.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은 같은 해석 방법을 사용하면서도 다른 결론을 도출하였다. 반대의견은 사법부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여야 한다는 관점과는 무관하게 ‘법률 문언보다 사회적 약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해서는 아니 된다.’는 기본적인 법률해석 법리에 따르더라도 반대의견이 정당하다는 점을 충분히 논증하였다. 그럼에도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이 다른 결론에 이르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천착하여 가면 결국 사회보장제도인 산재보험제도에 대한 이해와 법원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관점의 차이로 귀결된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다수의견은 산재보험제도의 인정 범위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법원의 역할에 대해서도 법적 안정성에 주안점을 둔다. 이에 반하여 반대의견은 헌법과 산재보험법에 따른 재해근로자 보호라는 목적을 충실하게 달성하기 위하여 산재보험제도의 인정 범위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접근하고, 법원이 법령을 해석ㆍ적용할 때 그 규범적인 목적에 부합하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하여야 한다는 관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사회구성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기 위하여 헌법상 기본권인 사회보장수급권의 보장을 강화하고, 근로하다가 재해를 입은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활을 충실하게 보호하여야 한다는 근본적인 방향성에 비추어 보면 반대의견이 우리 사회의 지향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나. 법률조항이 본문과 단서의 형식으로 되어 있고 단서에서 본문이 정한 법률효과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 단서에 정한 요건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법률효과를 저지하려는 자가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보편적인 해석 방법이다. 다수의견은 이 사건 조항이 본문에서 업무상 재해의 인정 요건으로 인과관계를 이미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본문과 단서 형식의 규정에 관한 보편적인 해석 방법을 그대로 채택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반대의견이 지적한 바와 같이 이 사건 조항의 본문에서는 업무상 재해 인정을 위해 업무관련성을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이는 단서에서 규정하는 상당인과관계, 즉 법적ㆍ규범적 관점에서 보다 엄격한 인과관계와 충분히 구분할 수 있는 개념이므로, 다수의견에 동의하기 어렵다. 반대의견이 증명책임의 일반적인 분배 원칙에 보다 충실한 해석 방법이다.
다수의견과 같이 이 사건 조항을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전환하려는 것이 아니며 단서 규정은 단순히 본문의 업무관련성이 상당인과관계라는 점을 확인ㆍ설명하려는 것으로 본다면, 이 사건 조항은 현재와 같은 본문과 단서의 형식을 취할 필요가 없다. 즉, 이 사건 조항을 "근로자가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ㆍ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고, 업무와 부상ㆍ질병ㆍ장해 또는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경우 이를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와 같이 하나의 문장 형식으로 규정하면 될 것이다. 다수의견은 이 사건 조항이 본문과 단서의 형식을 갖추고, 단서에서 상당인과관계라는 별도의 요건을 규정하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다. 다수의견은 이 사건 조항과 관련한 입법자의 개정 의도를 노동부령에 위임하였던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을 법률에서 직접 규정함으로써 포괄위임 논란을 해소하고,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필요하다는 기본원칙을 분명히 하려는 것이었다고 파악한다.
그러나 입법자의 개정 의도는 다수의견이 파악하는 위와 같은 범위에 그치지 않는다. 입법자는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을 법률에 규정하면서도, 노동부령에 규정되어 있던 기존 규정을 그대로 가져오지는 않았다. 구 산재보험법 시행규칙은 제32조이하에서 업무상 사고, 업무상 질병 등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었는데, 위 규정들이 대체로 2007년 개정으로 법률 수준의 상위규범에 규율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구 산재보험법 시행규칙상 업무상 사고의 인정기준에 관한 제32조, 업무상 질병에 관한 제33조는 이 사건 조항과 같이 본문과 단서의 형식으로 규정되지 않았고, 오히려 제32조는 ‘상당인과관계’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기 위한 적극적 요건으로 명시하고 있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조항이 구 산재보험법 시행규칙상 기존의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고, 본문과 단서 형식을 취하면서 상당인과관계라는 요건을 단서에 별도로 규정하였음에도, 이 사건 조항은 노동부령의 기존 인정기준을 그대로 법률 수준으로 규정하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보는 다수의견의 견해는 위와 같이 규정의 형식을 의식적으로 수정한 입법자의 개정 의도를 부당하게 무시한다.
라.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노태악의 보충의견은 국가인권위원회가 2012년경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 증명책임을 재해를 입은 근로자가 아닌 상대방이 증명하도록 산재보험법령을 개정할 것을 권고하였고, 그 후 그러한 취지의 산재보험법 개정법률안들이 국회에 제출되었다는 2007년 개정 이후의 사정을 들어 이 사건 조항이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전환하는 취지가 아니었다고 본다.
그러나 이는 본말을 전도한 판단일 뿐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와 개정법률안들의 국회 제출은 이 사건 조항에 의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이 이미 전환되었음에도, 대법원이 개정 전 산재보험법령상 업무상 재해의 증명책임 분배에 관한 종래의 판례를 2007년 개정 후에도 답습하였기 때문에 증명책임의 전환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함으로써 대법원의 해석상 오류를 바로잡기 위한 입법적인 노력으로 보는 것이 올바른 해석이다. 위와 같은 입법안들은 2007년 개정 당시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 전환에 동의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이 사건 조항으로 입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종전 판례를 유지하는 대법원의 해석이 잘못되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마. 또한 다수의견에 대한 위 보충의견은 이미 대법원이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에 관한 근로자 측의 부담을 완화 내지 경감하기 위한 판례 법리를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왔으므로, 이 사건 조항을 문언의 가능한 한계를 벗어나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 전환규정으로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도 지적한다.
그러나 위 보충의견도 인정하고 있듯이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판례 법리에도 불구하고 근로자 측이 이를 증명하기 쉽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만으로는 산재보험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실현하기에 부족하며, 이 사건 조항을 증명책임 전환규정으로 해석하는 방향으로 판례를 변경할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또한 반대의견이 설명한 바와 같이 이 사건 조항을 업무와 재해 사이의 증명책임 전환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이 이 사건 조항의 문언에 부합하는 해석이기도 하므로, 그러한 해석이 무리한 해석임을 전제로 하고 있는 다수의견에 대한 위 보충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바. 다수의견은「공무원 재해보상법」,「군인 재해보상법」및「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 시행령」과 같이 다른 재해보상제도에 관한 법령들이 공무(직무)상 재해 인정기준에 관한 조항을 규정하면서 이 사건 조항과 거의 동일하게 ‘공무(직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공무(직무)상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는 취지의 단서 규정을 두고 있는 점을 들어 산재보험법의 이 사건 조항도 위 법령상 조항들과 마찬가지로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증명책임을 공단에 전환하는 규정으로 볼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다수의견이 들고 있는 다른 재해보상제도에 관한 각 조항들은 산재보험법의 2007년 개정 후 해당 법령의 제정 또는 개정을 통하여 재해의 인정기준을 본문과 단서로 구성된 형식으로 새롭게 규정한 것이다. 이러한 규정들은 2007년 산재보험법 개정으로 도입된 이 사건 조항을 모델로 하여 각종 보상제도 전반에 걸쳐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을 수급권자 측의 상대방이 부담하도록 재설계한 취지라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수의견과 같이 이 사건 조항을 비롯한 위 법령들의 재해 인정기준에 관한 새로운 규정들 전부를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 전환과 무관하게 보는 것은 해당 법령의 제정 또는 개정의 의미를 무시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 이 사건이 다수의견에 따라 결론이 남으로써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의 인정과 관련하여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을 재해를 입은 근로자의 상대방에게로 전환하려는 이 사건 조항의 입법 목적은 사실상 좌절되었다. 그 결과 근로자가 열악한 산업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얻은 질병일 수 있음에도 스스로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제대로 증명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는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상당인과관계라는 것은 막강한 인적, 물적 조직을 가진 정부나 공단, 사용자조차도 제대로 밝히지 않았거나 밝히지 못한 것이다. 그 불이익을 오롯이 근로자나 그 가족들이 계속 감당하게 하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을 바꾸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헌법의 사회보장 이념을 충실히 구현하고 산재보험법의 근로자 보호 목적에 부합하도록 산재보험법을 다시 개정하여 재해를 입은 근로자 측은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기 위해 재해를 입은 사실, 업무와 재해 사이의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만 증명하면 되고,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사정은 근로자 측의 상대방이 증명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사회적인 합의와 입법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아울러 밝혀둔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이기택 김재형(주심) 조재연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노태악 이흥구 천대엽 |
217,451 | 공공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위반교사ㆍ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ㆍ증거인멸교사ㆍ정치관여 | 2019도5371 | 20,210,909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2014. 1. 14. 개정된 군형법 제94조 제2항에 따른 10년의 공소시효 기간이 개정 군형법 시행 후에 행해진 정치관여 범죄에만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 2014. 1. 14. 법률 제122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군형법 제94조는 ‘정치관여’라는 표제 아래 “정치단체에 가입하거나 연설, 문서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정치적 의견을 공표하거나 그 밖의 정치운동을 한 자는 2년 이하의 금고에 처한다.”라고 규정하였다. 2014. 1. 14. 법률 제12232호로 개정된 군형법(이하 ‘개정 군형법’이라 한다) 제94조는 ‘정치관여’라는 표제 아래 제1항에서는 처벌대상이 되는 정치관여 행위를 제1 내지 제6의 각호로 열거하면서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는 “제1항에 규정된 죄에 대한 공소시효의 기간은 군사법원법 제291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10년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법률 개정 전후의 문언에 따르면, 군형법상 정치관여죄는 2014. 1. 14. 자 법률 개정을 통해 구성요건이 세분화되고 법정형이 높아짐으로써 그 실질이 달라졌다고 평가할 수 있고, 공소시효 기간에 관한 특례 규정인 개정 군형법 제94조 제2항은 개정 군형법상의 정치관여죄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개정 군형법 제94조 제2항에 따른 10년의 공소시효 기간은 개정 군형법 시행 후에 행해진 정치관여 범죄에만 적용된다. | 구 군형법(2014. 1. 14. 법률 제122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4조, 군형법 제94조, 군사법원법 제291조 제1항 | null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및 군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그린 외 1인
【원심판결】
고등군사법원 2019. 4. 10. 선고 2018노313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원심은, 피고인 1이 공소외인 등과 공모하여 국군기무사령부의 직무인 군 첩보 수집ㆍ작성 및 처리 등 명목으로 자신의 지휘ㆍ감독 아래 있는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부대원들로 하여금 인터넷 공간에서 특정 정당과 정치인을 지지ㆍ찬양 또는 반대ㆍ비방하거나 대통령과 국가정책을 홍보하는 의견을 유포하도록 하였고, 이는 피고인 1이 그 직권을 남용하여 위 부대원들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의 직권남용, 고의, 공모관계, 기대가능성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와 정치관여죄의 양립 가능 여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나.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되므로, 피고인 1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2.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피고인 2가 피고인 1 등과 공모하여 위 1.의 가.항 기재 범행을 저질렀고 피고인 2의 고의도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의 직권남용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2011. 11. 28.경부터 2012. 12. 20.경까지 정치관여 글 게시 등에 관한 정치관여 부분
2014. 1. 14. 법률 제122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군형법(이하 ‘구 군형법’이라 한다) 제94조는 ‘정치관여’라는 표제 아래 “정치단체에 가입하거나 연설, 문서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정치적 의견을 공표하거나 그 밖의 정치운동을 한 자는 2년 이하의 금고에 처한다.”라고 규정하였다. 2014. 1. 14. 법률 제12232호로 개정된 군형법(이하 ‘개정 군형법’이라 한다) 제94조는 ‘정치관여’라는 표제 아래 제1항에서는 처벌대상이 되는 정치관여 행위를 제1 내지 제6의 각호로 열거하면서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는 “제1항에 규정된 죄에 대한 공소시효의 기간은 군사법원법 제291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10년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법률 개정 전후의 문언에 따르면, 군형법상 정치관여죄는 2014. 1. 14. 자 법률 개정을 통해 구성요건이 세분화되고 법정형이 높아짐으로써 그 실질이 달라졌다고 평가할 수 있고, 공소시효 기간에 관한 특례 규정인 개정 군형법 제94조 제2항은 개정 군형법상의 정치관여죄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개정 군형법 제94조 제2항에 따른 10년의 공소시효 기간은 개정 군형법 시행 후에 행해진 정치관여 범죄에만 적용된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구 군형법 시행 당시에 행해진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개정 군형법 제94조 제2항이 아닌 군사법원법 제291조 제1항에서 정한 공소시효 기간(5년)에 따라 그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아 이유에서 면소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개정 군형법 제94조 제2항의 적용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상고이유로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이 다르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나.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위반 교사 부분
원심은, 군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부대원들이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파기한 보고서들이 구「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2014. 11. 29. 법률 제128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공공기록물법’이라 한다)에서 정한 기록물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으나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결론을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구 공공기록물법상 기록물의 생산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다. 나머지 부분
군검사는 원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불복한다는 취지의 상고장을 제출하였으나 나머지 부분에 대하여는 상고장과 상고이유서에 구체적인 상고이유 기재가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219,381 | 사기 | 2021도8468 | 20,210,909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1] 사기죄의 요건인 ‘기망’의 의미 및 부작위에 의한 기망의 요건으로서 법률상 고지의무가 인정되는 경우 / 사기죄의 기망행위라고 하려면 불법영득의 의사 내지 편취의 범의를 가지고 상대방을 기망한 것이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2] 국가연구개발사업 등에서 연구책임자가 산학협력단으로부터 학생연구비의 사용 용도와 귀속 여부를 기망하여 편취하는 경우, 산학협력단에 대한 관계에서 사기죄가 성립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 null | 형법 제347조 | 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5도8645 판결(공2006상, 537),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5도1991 판결, 대법원 2019. 12. 27. 선고 2015도10570 판결(공2020상, 399)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이안 담당변호사 황은정
【원심판결】
인천지법 2021. 6. 18. 선고 2020노2254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서,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여 행위자가 희망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도록 하기 위한 판단의 기초 사실에 관한 것이어야 하고(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5도1991 판결 등 참조), 그중 소극적 행위로서의 부작위에 의한 기망은 일반거래의 경험칙상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당해 법률행위를 하지 아니하였을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칙에 비추어 그 사실을 고지할 법률상 의무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5도8645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사기죄는 보호법익인 재산권이 침해되었을 때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사기죄의 기망행위라고 하려면 불법영득의 의사 내지 편취의 범의를 가지고 상대방을 기망한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19. 12. 27. 선고 2015도10570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국가연구개발사업 등에 있어 연구책임자가 산학협력단으로부터 학생연구비의 사용 용도와 귀속 여부를 기망하여 편취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즉, 연구책임자가 처음부터 소속 학생연구원들에 대한 개별 지급의사 없이 공동관리계좌를 관리하면서 사실상 그 처분권을 가질 의도하에 이를 숨기고 산학협력단에 연구비를 신청하여 이를 지급받았다면 이는 산학협력단에 대한 관계에 있어 기망에 의한 편취행위에 해당한다. 다만 연구책임자가 원래 용도에 부합하게 학생연구원들의 사실상 처분권 귀속하에 학생연구원들의 공동비용 충당 등을 위하여 학생연구원들의 자발적인 의사에 근거하여 공동관리계좌를 조성하고 실제로 그와 같이 운용한 경우라면, 비록 공동관리계좌의 조성 및 운영이 관련 법령이나 규정 등에 위반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불법영득의사가 추단되어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 경우 사기죄 성립 여부는 공동관리계좌 개설의 경위, 실질적 관리 및 처분권의 귀속, 연구비가 온전히 법률상 귀속자인 학생연구원들의 공동비용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의과대학 교수로서 연구책임자인 피고인이 국가연구개발사업과 관련하여 피해자 공소외 산학협력단 등으로부터 지급받은 학생연구비 중 일부를 실질적으로 학생연구원들이 아닌 자신이 관리하는 공동관리계좌에 귀속시킨 후 이를 개인적인 용도 등으로 사용하였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기죄의 기망행위,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226,975 | 대여금 | 2020다299122 | 20,210,909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일방적 상행위 또는 보조적 상행위로 인한 채권도 상법 제64조의 상사시효가 적용되는 상사채권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및 상행위인 계약의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청구권이 상법 제64조의 상사시효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적극) [2] 상행위인 계약의 무효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상행위인 계약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급부 자체의 반환을 구하는 것으로서 법률관계를 상거래 관계와 같은 정도로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상법 제64조의 상사시효가 적용되거나 유추적용되는지 여부(적극) 및 이러한 법리는 상행위인 계약의 불성립으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도 그대로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 null | [1] 상법 제3조, 제46조, 제47조, 제64조, 민법 제548조 / [2] 민법 제162조 제1항, 제741조, 상법 제64조 | [1] 대법원 1993. 9. 14. 선고 93다21569 판결(공1993하, 2775), 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2다6760, 6777 판결(공2002하, 2516) / [2] 대법원 2021. 7. 22. 선고 2019다277812 전원합의체 판결(공2021하, 1525), 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8다258074 판결(공2021하, 1696) |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글러브엔터테인먼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동인 담당변호사 김진오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수오재 담당변호사 권기준 외 3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0. 11. 19. 선고 2020나21960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보증금반환청구 부분)
가. 당사자 쌍방에 대하여 모두 상행위가 되는 행위로 인한 채권뿐만 아니라 당사자 일방에 대하여만 상행위에 해당하는 행위로 인한 채권도 상법 제64조 소정의 5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는 상사채권에 해당하는 것이고, 그 상행위에는 상법 제46조 각호에 해당하는 기본적 상행위뿐만 아니라 상인이 영업을 위하여 하는 보조적 상행위도 포함되며, 상인이 영업을 위하여 하는 행위는 상행위로 보되 상인의 행위는 영업을 위하여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2다6760(본소), 2002다6777(반소) 판결 등 참조], 상행위인 계약의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청구권 또한 상법 제64조의 상사시효의 대상이 된다(대법원 1993. 9. 14. 선고 93다21569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상인인 원고가 자신의 사업장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피고와 사이에 피고가 운영하는 ○○○○○△△점의 일부에 관하여 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은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하고, 전대차계약의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으로서 원고가 피고에게 보증금의 반환을 구하는 채권에는 상사시효가 적용된다고 판단하였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상행위, 상사시효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부당이득반환청구 부분)
가. 상행위인 계약의 무효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민법 제741조의 부당이득 규정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162조 제1항이 정하는 10년의 민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 다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상행위인 계약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급부 자체의 반환을 구하는 것으로서 채권의 발생 경위나 원인, 당사자의 지위와 관계 등에 비추어 법률관계를 상거래 관계와 같은 정도로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등에는 상법 제64조가 정하는 5년의 상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거나 유추적용된다(대법원 2021. 7. 22. 선고 2019다27781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상행위인 계약의 불성립으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나. 원심은 상인인 원고가 자신의 사업장을 마련하기 위해 피고가 운영하는 ○○○○○□□점의 일부에 관한 전대차계약을 체결하고자 권리금 및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한 이상, 비록 전대차계약이 성립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권리금 및 임대차보증금에 대한 반환청구권은 상행위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급부 자체의 반환을 구하는 것인데다가 채권의 발생 경위나 원인, 당사자의 지위와 관계 등에 비추어 그 법률관계를 상거래 관계와 같은 정도로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아 이에 대해서 5년의 상사시효가 적용된다고 판단하였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민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 대한 상사시효의 적용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217,429 | 조정반지정취소처분취소청구[법무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법인세법 시행령 제97조의3 제1항, 소득세법 시행령 제131조의3 제1항의 위헌ㆍ위법 여부가 문제된 사건] | 2019두53464 | 20,210,909 | 선고 | 대법원 | 세무 | 전원합의체 판결 | 법인세법 시행령 제97조의3 제1항, 소득세법 시행령 제131조의3 제1항이 모법인 법인세법 제60조 제9항과 소득세법 제70조 제6항의 위임범위를 벗어나고, 헌법상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며 평등원칙에 위배되어 무효인지 여부(적극) | [다수의견] 법인세법 제60조 제9항과 소득세법 제70조 제6항(이하 ‘모법 조항’이라 한다)의 문언, 규정 체계 및 취지, 다른 규정과의 관계, 관련 법리를 종합하여 보면, 법인세법 시행령 제97조의3 제1항, 소득세법 시행령 제131조의3 제1항(이하 ‘각 시행령 조항’이라 한다)은 모법인 법인세법 제60조 제9항과 소득세법 제70조 제6항의 위임범위를 벗어나고, 세무사 등록을 한 변호사 또는 이들이 소속된 법무법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며 헌법상의 평등원칙에 위배되어 무효이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위 각 시행령 조항은 모법 조항이 세무조정계산서 작성 주체로 규정한 세무사 등에게 세무조정 업무를 허용하는 것을 전제로, 모법 조항의 위임 취지에 따라 이들로 구성된 조직으로서 정확한 세무조정계산서 작성에 필요한 전문성과 능력의 정도, 이에 필요한 전문가의 규모 등을 고려하여 ‘조정반’의 요건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모법 조항의 위임 목적 및 취지와 달리 모법 조항에서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주체로 규정된 자에 대하여 세무조정 업무수행 자체를 못하게 하거나 그 수행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모법 조항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모법 조항이 시행령에 ‘정확한 세무조정계산서 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세무사 등으로 구성된 조직’으로서의 조정반에 관한 요건을 정하도록 위임하였고, 세무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는 세무조정 업무에 전문성과 능력이 인정되고 법무법인을 조정반으로 지정하더라도 부적격자의 세무조정 업무 관여로 인한 전문성의 저하가 문제 되지 않을 것임을 고려한다면, 시행령에서 모법 조항에 따라 세무조정 업무의 담당 주체로 규정된 전문 직역으로 구성된 조직 또는 단체 중 변호사로 구성된 법정 단체인 법무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에서 일률적으로 제외하여 결과적으로 법무법인의 구성원이거나 구성원 아닌 소속 변호사를 세무조정 업무에서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내용이 규율될 것이라고는 예상할 수 없다. 따라서 위 각 시행령 조항은 모법 조항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나) 세무조정계산서 작성의 정확성을 확보하기에 적합한 전문성과 규모를 가진 조정반에 소속된 세무사 등에 한하여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위 각 시행령 조항의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 그러나 세무사 자격을 부여받아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는 외부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다른 전문 직역과 비교하더라도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하기에 충분한 전문성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법무법인에 세무사 자격이 없는 변호사가 구성원이거나 소속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중 세무사법상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만이 세무조정 업무에 관여할 수 있다. 따라서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가 구성원으로 되어 있거나 소속된 법무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세무조정 업무의 정확성 확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적합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위 각 시행령 조항은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어 세무사법, 법인세법과 소득세법에 따라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된 변호사와 이들이 구성원이거나 소속된 법무법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 (다) 위 각 시행령 조항은 세무사 자격이 부여된 변호사와 세무사 또는 공인회계사, 법무법인의 구성원이거나 소속 변호사로서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와 법무법인에 소속되지 않은 변호사, 법무법인과 세무법인, 회계법인을 각각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여 평등원칙에도 위반된다.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 세무사 자격을 가지고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가 구성원이거나 소속된 법무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에서 제외한 처분이 위법하다는 점에서는 다수의견에 찬성한다. 그러나 위 각 시행령 조항을 무효로 선언할 것이 아니라 법령의 해석ㆍ적용을 통하여 위와 같은 법무법인이 조정반 지정 대상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처분을 취소하는 것이 타당하다. | 법인세법 제60조 제9항, 법인세법 시행령 제97조의3 제1항, 소득세법 제70조 제6항, 소득세법 시행령 제131조의3 제1항 | null | 【원고, 피상고인】
법무법인 수인
【피고, 상고인】
광주지방국세청장
【원심판결】
광주고법 2019. 9. 5. 선고 2018누6187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등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건 개요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세무사로 등록한 변호사 2인이 구성원으로 포함되어 있는 법무법인으로, 2017. 11. 28. 피고에게 법인세법과 소득세법 등에 따라 조정반 지정 신청을 하여 2017. 12. 15. 조정반으로 지정되었다(지정번호: 4-0244, 효력기간 2018. 12. 31.).
2) 피고는 2018. 2. 19. 법인세법 제60조 제9항, 같은 법 시행령 제97조의3, 같은 법 시행규칙 제50조의3, 소득세법 제70조 제6항, 같은 법 시행령 제131조의3, 같은 법 시행규칙 제65조의3에 의하여 원고에 대하여 한 조정반 지정을 취소(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하였다.
3) 한편 피고는 이 사건 소송 계속 중인 2019. 7. 9. 행정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직권으로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였다.
나. 이 사건 쟁점은 ① 이 사건 처분의 법적 성격과 원고가 이 사건 처분을 다툴 법률상 이익이 있는지 여부, ② 이 사건 처분의 근거 조항인 법인세법 시행령 제97조의3 제1항, 소득세법 시행령 제131조의3 제1항(이하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이라 한다)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어 무효인지 여부이다.
2. 관련 법령의 개정 경위 및 내용
가. 구 법인세법 시행령(2016. 2. 12. 대통령령 제269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7조 제9항, 제10항, 구 소득세법 시행령(2016. 2. 17. 대통령령 제269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1조 제2항, 제4항은,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하는 법인 또는 사업자의 경우 세무조정계산서 또는 조정계산서(이하 세무조정계산서와 조정계산서를 통틀어 ‘세무조정계산서’라고만 한다)의 작성을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도록 강제하는 외부세무조정제도를 규정하고 있었다. 위 각 시행령 조항의 위임에 따라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할 수 있는 세무사 등의 요건을 정한 구 법인세법 시행규칙(2016. 3. 7. 기획재정부령 제5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0조의3 제1항, 제2항, 구 소득세법 시행규칙(2016. 3. 16. 기획재정부령 제5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5조의3 제1항, 제2항은 세무조정계산서는 지방국세청장의 지정을 받은 조정반에 속한 세무사가 작성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조정반 지정 대상을 ‘2명 이상의 세무사, 세무법인 또는 회계법인’으로 한정하였다.
나. 법무법인이 조정반 지정 신청을 하자 지방국세청장이 법무법인을 조정반으로 지정할 법적 근거가 없음을 이유로 조정반 지정 신청을 거부한 처분의 취소를 구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위 법인세법 시행령ㆍ소득세법 시행령 조항이 규정하는 것과 같은 외부세무조정제도를 채택하는 법률에서는 적어도 그 적용 대상 및 세무조정업무를 맡게 될 ‘외부’의 범위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직접적으로 규정하여야 하는데, 위 각 시행령 조항의 모법 조항인 법인세법과 소득세법 관련 조항이 이와 같은 외부세무조정제도를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외부세무조정제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법인세법과 소득세법의 각 시행령 조항은 모법 조항의 위임 없이 규정된 것이거나 모법 조항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이고, 그 시행령 조항의 위임에 따른 시행규칙 조항 역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2두23808 전원합의체 판결).
다. 대법원 2012두23808 판결의 취지를 반영하여 개정된 법인세법(2015. 12. 15. 법률 제13555호로 개정된 것) 제60조 제9항과 소득세법(2015. 12. 15. 법률 제13558호로 개정된 것) 제70조 제6항(이하 위 두 조항을 합쳐 ‘이 사건 모법 조항’이라 한다)에서는 세무조정계산서는 ‘세무사법상 세무사등록부에 등록한 세무사(제1호), 세무사등록부 또는 세무대리업무등록부에 등록한 공인회계사(제2호), 세무사등록부에 등록한 변호사(제3호)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이하 ‘세무사 등’이라 한다)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정반에 소속된 자’가 작성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외부세무조정제도의 근거를 법률에 마련하였고, 조정반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에 위임하였다.
라. 이 사건 모법 조항이 대통령령에 위임한 조정반에 관한 사항을 정하기 위하여 신설된 법인세법 시행령 제97조의3 및 소득세법 시행령 제131조의3에서는, 조정반은 2명 이상의 세무사 등(제1호), 세무법인(제2호), 회계법인(제3호)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대표자를 선임하여 지방국세청장의 지정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제1항), 조정반의 신청, 지정, 지정취소 및 유효기간 등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기획재정부령에 다시 위임하고 있다(법인세법 시행령 제97조의3 제2항, 소득세법 시행령 제131조의3 제3항). 법인세법 및 소득세법의 각 시행규칙에 의하면, 조정반 지정을 받으려는 자는 조정반 지정 신청서를 작성하여 매년 11. 30.까지 대표자의 사무소 소재지 관할 지방국세청장에게 조정반 지정 신청을 하여야 하고, 지방국세청장은 12. 31.까지 지정 여부를 결정하여 통지하고 그 사실을 공고하여야 하며, 조정반 지정의 유효기간은 1년으로 한다(법인세법 시행규칙 제50조의3 제1항, 제2항, 제4항, 소득세법 시행규칙 제65조의3 제1항, 제2항, 제4항).
3.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
직권으로 보건대, 행정처분의 무효 확인 또는 취소를 구하는 소가 제소 당시에는 소의 이익이 있어 적법하였는데, 소송계속 중 해당 행정처분이 기간의 경과 등으로 그 효과가 소멸한 때에 그 처분이 취소되어도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보이는 경우라 하더라도 무효 확인 또는 취소로써 회복할 수 있는 다른 권리나 이익이 남아 있거나 또는 그 행정처분과 동일한 사유로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어 행정처분의 위법성 확인 내지 불분명한 법률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행정의 적법성 확보와 그에 대한 사법통제, 국민의 권리구제의 확대 등의 측면에서 예외적으로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7. 7. 19. 선고 2006두1929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6. 6. 10. 선고 2013두1638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원심 계속 중 이 사건 처분과 관련하여 행정절차상 하자가 있음을 이유로 2019. 7. 9. 직권으로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였고 이 사건 처분의 취소 대상이었던 원고에 대한 조정반 지정의 효력기간이 경과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지만, 피고는 직권으로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한 뒤 다시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을 근거로 원고에 대한 2018년도 조정반 지정을 취소하였고, 이후 원고가 2019년과 2020년에도 조정반 지정 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여전히 원고가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에서 정한 조정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가 조정반 지정에서 제외됨을 통지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이 존재하는 한 세무사 자격을 가지고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가 구성원이거나 소속된 법무법인이 조정반 지정 신청을 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과 동일한 사유의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이 있어 이 사건 처분의 위법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인정된다.
4. 이 사건 처분의 법적 성질 및 법률상 이익 존부(상고이유 제1, 2점)
가.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이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을 말한다(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행정청의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추상적ㆍ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경우에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그 행위의 주체ㆍ내용ㆍ형식ㆍ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 사이의 실질적 견련성, 법치행정의 원리와 그 행위와 관련된 행정청이나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7두31064 판결 등 참조).
나. 조정반 지정 등에 관한 법인세법과 소득세법 관련 법령 규정에 의하면, 이 사건 모법 조항에 정한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할 수 있는 자는 반드시 하나의 조정반에 소속되어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하여야 하고, 조정반은 관련 법령에 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바로 그 지위가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조정반으로 지정받고자 하는 자의 신청에 대하여 지방국세청장이 조정반 지정 결정을 함으로써 조정반으로서의 지위가 부여된다. 또한 이미 조정반의 지위를 부여하였던 자에게 법령상 조정반 지정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정반 지정을 취소하는 것은 이 사건 모법 조항에 따른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조정반으로서의 법률상 지위를 박탈하는 조치이다.
따라서 이미 조정반으로 지정되었던 원고에 대한 조정반 지정을 취소한 이 사건 처분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고, 원고는 이 사건 처분의 직접 상대방으로서 조정반 지위를 박탈당한 당사자이므로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도 인정된다.
다. 그러므로 법무법인인 원고에게 법인세법이나 소득세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이 부존재하여 이 사건 처분을 다툴 법률상 이익이 없다거나 이 사건 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의 상고이유 제1, 2점 주장은 이유 없다.
5.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의 위헌ㆍ위법성(상고이유 제3 내지 5점)
가. 이 사건 모법 조항의 문언, 규정 체계 및 취지, 다른 규정과의 관계, 관련 법리를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은 모법인 법인세법 제60조 제9항과 소득세법 제70조 제6항의 위임범위를 벗어나고, 세무사 등록을 한 변호사 또는 이들이 소속된 법무법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며 헌법상의 평등원칙에 위배되어 무효이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모법의 위임범위 일탈
가) 특정 사안과 관련하여 법률에서 하위 법령에 위임을 한 경우에 모법의 위임범위를 확정하거나 하위 법령이 위임의 한계를 준수하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하위 법령이 규정한 내용이 입법자가 형식적 법률로 스스로 규율하여야 하는 본질적 사항으로서 의회유보의 원칙이 지켜져야 할 영역인지 여부, 당해 법률 규정의 입법 목적과 규정 내용, 규정의 체계, 다른 규정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위임 규정 자체에서 그 의미 내용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여 위임의 한계를 분명히 하고 있는데도 그 문언적 의미의 한계를 벗어났는지 여부나, 하위 법령의 내용이 모법 자체로부터 그 위임된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속한 것인지 여부, 수권 규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용어의 의미를 넘어 그 범위를 확장하거나 축소하여서 위임 내용을 구체화하는 단계를 벗어나 새로운 입법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2. 12. 20. 선고 2011두30878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2두2380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 대법원 2012두23808 판결이 선고된 후 외부세무조정제도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하여 신설된 이 사건 모법 조항은 세무조정계산서 작성의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무사등록부 또는 세무대리업무등록부에 등록한 세무사, 공인회계사, 변호사가 ‘조정반’의 형태로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면서 그 조정반의 요건 등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은 이 사건 모법 조항이 세무조정계산서 작성 주체로 규정한 세무사 등에게 세무조정 업무를 허용하는 것을 전제로, 모법 조항의 위임 취지에 따라 이들로 구성된 조직으로서 정확한 세무조정계산서 작성에 필요한 전문성과 능력의 정도, 이에 필요한 전문가의 규모 등을 고려하여 ‘조정반’의 요건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 사건 모법 조항의 위임 목적 및 취지와 달리 모법 조항에서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주체로 규정된 자에 대하여 세무조정 업무수행 자체를 못하게 하거나 그 수행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모법 조항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다) 세무조정 업무는 회계장부 등 각종 회계자료에 대한 세법의 해석ㆍ적용을 통해 세무조정 사항을 확정하고 이를 토대로 조세채무의 근거가 되는 과세표준과 세액을 산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세무조정 업무를 적정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세법 및 이를 해석ㆍ적용하는 과정에 수반되는 헌법과 민법, 상법 등 관련 법령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법률에 대한 체계적인 해석ㆍ적용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세무조정 업무에서 법률사무 전반을 취급ㆍ처리할 능력이 있는 세무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를 배제할 이유가 없고(헌법재판소 2018. 4. 26. 선고 2016헌마116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따라서 이러한 변호사들로 구성된 법무법인 역시 이 사건 모법 조항에서 예정한 전문성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라) 세무사법이 2017. 12. 26. 법률 제15288호로 개정되면서, 변호사 자격이 있는 자에게 세무사의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고 있었던 세무사법 제3조 제3호가 삭제되었다. 다만 위 개정 법률의 시행일인 2018. 1. 1. 당시 종전 제3조 제3호에 따라 세무사의 자격이 있었던 사람은 개정 규정에도 불구하고 세무사 자격이 인정된다(부칙 제2조).
위와 같은 세무사법 개정에 따라 2017. 12. 31.까지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자는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취득하여 관련 규정에 따라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고, 2018. 1. 1. 이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자는 세무사 자격이 자동으로 부여되지 않아 세무대리 업무를 할 수 없다. 따라서 법무법인에는 2017. 12. 31. 이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자로서 세무사 자격까지 자동으로 취득하여 세무사법 등 관련 규정에 의하여 세무조정 업무를 포함한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구성원 또는 구성원 아닌 소속 변호사뿐만 아니라 2018. 1. 1. 이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여 세무대리 업무를 할 수 없는 자가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법무법인은 변호사의 직무에 속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법무법인의 구성원이나 구성원 아닌 소속 변호사가 다른 법률에 정한 자격에 의한 직무를 수행할 수 있을 때에는 그 직무를 법인의 업무로 할 수 있으므로(변호사법 제49조 제1항, 제2항), 법무법인은 그 구성원이나 구성원 아닌 소속 변호사가 수행할 수 있는 세무대리 업무를 법인의 업무로 할 수 있다(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5두3911 판결 참조). 또한 다른 법률에서 변호사에게 그 법률에 정한 자격에 의한 직무를 법무법인의 업무로 할 때에는 그 직을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 중에서 업무를 담당할 자를 지정하여야 하므로(변호사법 제50조 제2항), 법무법인이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그 구성원 또는 구성원 아닌 소속 변호사 중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를 업무를 담당할 변호사(이하 ‘담당변호사’라 한다)로 지정하여야 한다. 한편 지방국세청장은 조정반에 소속된 세무사 등이 1명이 된 경우 조정반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법인세법 시행규칙 제50조의3 제3항 제1호, 소득세법 시행규칙 제65조의3 제3항 제1호).
법무법인 구성원 또는 구성원 아닌 소속 변호사 가운데 세무사 자격을 가지고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 외에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변호사가 있더라도, 세무조정 업무는 세무사 자격을 가진 복수의 변호사가 담당변호사로 지정되어 수행하여야 하고, 세무사 자격이 없는 변호사가 세무조정 업무에 관여할 수는 없다. 따라서 법무법인에 세무사 자격이 없는 변호사가 구성원이거나 소속되어 있더라도, 법무법인의 세무조정 업무수행에 필요한 전문성이 저하되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마)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은 2명 이상의 세무사 등 또는 세무법인, 회계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으로 규정하면서도, 변호사로 구성된 법정 단체인 법무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에서 일률적으로 제외하고 있다. 그런데 변호사는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법률사무소를 둘 수 없고, 법무법인의 구성원 및 구성원 아닌 소속 변호사는 자기나 제3자의 계산으로 변호사 업무를 수행할 수 없으므로(변호사법 제21조 제3항, 제52조 제1항), 법무법인의 구성원 또는 구성원 아닌 소속 변호사는 그 법무법인의 업무만을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세무사 자격을 가진 법무법인의 구성원 또는 구성원 아닌 소속 변호사는 법무법인과 독립하여 조정반으로 지정받아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
그러나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이 사건 모법 조항이 시행령에 ‘정확한 세무조정계산서 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세무사 등으로 구성된 조직’으로서의 조정반에 관한 요건을 정하도록 위임하였고, 세무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는 세무조정 업무에 전문성과 능력이 인정되고 법무법인을 조정반으로 지정하더라도 부적격자의 세무조정 업무 관여로 인한 전문성의 저하가 문제 되지 않을 것임을 고려한다면, 시행령에서 이 사건 모법 조항에 따라 세무조정 업무의 담당 주체로 규정된 전문 직역으로 구성된 조직 또는 단체 중 변호사로 구성된 법정 단체인 법무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에서 일률적으로 제외하여 결과적으로 법무법인의 구성원이거나 구성원 아닌 소속 변호사를 세무조정 업무에서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내용이 규율될 것이라고는 예상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은 이 사건 모법 조항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2)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이 법무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에서 일률적으로 제외한 결과, 세무사 자격이 부여되어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는 오로지 2명 이상이 조정반으로 지정받는 형태로만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고, 법무법인의 구성원이거나 소속된 자는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 법무법인은 그 구성원이거나 소속 변호사가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면 이를 법인의 업무로 할 수 있음에도,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이 법무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으로 정하지 않고 있으므로 세무조정 업무를 법무법인의 업무로 할 수 없다.
세무조정계산서 작성의 정확성을 확보하기에 적합한 전문성과 규모를 가진 조정반에 소속된 세무사 등에 한하여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의 입법 목적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세무사 자격을 부여받아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는 외부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다른 전문 직역과 비교하더라도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하기에 충분한 전문성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법무법인에 세무사 자격이 없는 변호사가 구성원이거나 소속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중 세무사법상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만이 세무조정 업무에 관여할 수 있다. 따라서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가 구성원으로 되어 있거나 소속된 법무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세무조정 업무의 정확성 확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적합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은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어 세무사법, 법인세법과 소득세법에 따라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된 변호사와 이들이 구성원이거나 소속된 법무법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
3) 평등원칙 위반
가)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이 법무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에서 제외하여, 세무사 자격이 부여된 변호사는 오로지 2명 이상의 조정반의 형태로만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반면, 이 사건 모법 조항에 따른 세무조정 업무가 허용되는 다른 전문 직역인 세무사나 공인회계사는 2명 이상의 조정반 형태뿐만 아니라 이들 전문 직역으로 구성된 세무법인 또는 회계법인의 형태로도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세무사법, 법인세법과 소득세법에 의하여 세무사 자격이 부여된 변호사에게도 세무조정 업무가 허용된 이상, 세무조정 업무 또한 이러한 변호사의 업무라고 보아야 한다. 세무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가 다른 전문 직역에 비하여 세무조정 업무수행에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볼 수 없고, 세무조정 업무는 세무사의 업무 중 가장 핵심적인 업무에 속한다(헌법재판소 2018. 4. 26. 선고 2016헌마116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따라서 세무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의 세무조정 업무수행 형태와 세무사법 또는 공인회계사법 규정에 의하여 그 직무 범위에 ‘세무대리’가 포함되어 있는 세무사 또는 공인회계사(세무사법 제2조 제2호, 공인회계사법 제2조 제2호)의 업무수행 형태의 허용 범위를 달리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나) 세무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가 2명 이상의 세무사 등으로 조정반을 구성하여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하는 것과 법무법인의 형태로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업무수행 형태의 차이일 뿐 업무수행의 전문성 등에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고, 달리 법무법인의 업무로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한다고 하여 세무조정 업무의 정확성이 저하될 것이라고 볼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모법 조항의 위임 취지인 ‘세무조정 업무의 정확성 확보’에 비추어, 세무조정 업무를 법무법인의 형태로 수행하는 것이 2명 이상의 세무사 등이 대표자를 정하여 조정반을 구성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볼 수 없고, 이들을 달리 취급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다) 법무법인에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변호사가 있더라도 앞서 살핀 바와 같이 그러한 변호사는 세무조정 업무를 담당할 수 없으므로, 법무법인을 세무사나 공인회계사로 구성된 단체인 세무법인, 회계법인과 달리 취급할 만한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도 볼 수 없다.
라) 따라서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은 ① 세무사 자격이 부여된 변호사와 세무사 또는 공인회계사, ② 법무법인의 구성원이거나 소속 변호사로서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와 법무법인에 소속되지 않은 변호사, ③ 법무법인과 세무법인, 회계법인을 각각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여 평등원칙에도 위반된다.
나. 같은 취지에서 원심은,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이 무효이고, 따라서 무효인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을 근거로 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와 같은 원심판단에 위임 입법의 한계, 직업수행의 자유, 평등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6.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김선수의 보충의견이 있다.
7.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의 효력에 관한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
원고와 같은 법무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에서 제외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는 점에서는 다수의견에 찬성한다. 그러나 위 조항을 무효로 선언할 것이 아니라 법령의 해석ㆍ적용을 통하여 원고와 같은 법무법인이 조정반 지정 대상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을 무효로 선언할 경우에 발생하는 문제점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은 ‘2명 이상의 세무사 등, 세무법인, 회계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으로 정하고 있을 뿐이고 법무법인에 관해서는 아무런 규율을 하고 있지 않다. 이 조항이 있기 때문에 법무법인에 대해 조정반 지정을 할 수 없다면, 이 조항이 없다고 해서, 혹은 이 조항을 헌법과 법률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무효라고 선언한다고 해서 법무법인에 대해 조정반 지정을 할 수 있을까? 이 조항을 제정하지 않았다면 법무법인에 대해서 조정반 지정을 할 수 있을까?
이 사건은 수익적 처분에 해당하는 조정반 지정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로서 조정반의 요건 등에 관하여 정한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이 법무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은 이른바 ‘부진정 행정입법부작위’가 문제 되는 사안이다.
부진정 입법부작위란, 입법자가 헌법상 입법의무가 있는 사항에 관하여 전혀 입법을 하지 않음으로써 입법행위의 공백이 있는 ‘진정 입법부작위’와 달리, 입법자가 어떤 사항에 관하여 입법을 하였으나 그 내용ㆍ범위ㆍ절차 등이 불완전ㆍ불충분하거나 불공정하여 ‘입법행위에 결함이 있는 경우’를 뜻하고(헌법재판소 1996. 10. 31. 선고 94헌마204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부진정 행정입법부작위’는 이 사건과 같이 행정청이 제정한 행정법규에 결함이 있는 경우를 뜻한다.
이 사건에서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을 무효라고 선언하더라도, 원고와 같은 법무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으로 하는 근거 조항이 마련되지 않는 한 행정청은 원고에 대하여 조정반 지정 처분을 할 수 없다. 수익적 처분의 근거가 된 행정법규가 일정 집단을 수혜대상으로 정하지 않은 것이 위헌ㆍ위법인 경우, 해당 집단에 대한 수익적 처분의 근거 조항이 마련되지 않는 한, 그 집단에 대하여 수익적 처분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의 유추ㆍ목적론적 확대 또는 헌법합치적 해석을 통한 해결 가능성
1) 법규의 해석은 그 문언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이른바 ‘문언의 가능한 의미’가 무엇인지, 문장의 구조나 문맥에 비추어 문언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탐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문언의 해석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경우에는 법규의 체계, 입법자의 의도 또는 입법 목적 등을 추가적으로 고려하여 법규를 합목적적으로 해석하여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고 유추적용 등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2) 문언의 해석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경우의 하나로, 실정법에 불완전한 부분이 있거나 법문이 구체적인 개별 사안을 완전히 포섭하지 못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 법관은 법규 해석의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정당한 결론에 도달하거나 유추 또는 목적론적 축소나 확대를 통하여 법규의 공백을 보충하게 된다.
법규의 유추 또는 목적론적 축소나 확대는 법규 해석의 일종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법규에서 규율하고 있지 않은 사항을 보충하거나 법규에서 규율하고 있는 내용을 축소ㆍ확대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하면 법규의 해석을 통하여 법을 발견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법관에 의한 법형성에 해당한다.
법적 규율에 공백이 있는 사안에 대하여 그와 유사한 사안에 관한 법규범을 적용함으로써 그 공백을 보충하는 것을 유추해석 또는 유추적용이라고 한다. 이는 실정법 조항의 문리해석 또는 논리해석만으로는 현실적인 법적 분쟁을 해결할 수 없거나 사회적 정의관념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 법원이 실정법의 입법정신을 살려 법적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정의관념에 적합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유추를 위해서는 법적 규율이 없는 사안과 법적 규율이 있는 사안 사이에 공통점 또는 유사점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법규범의 체계, 입법 의도와 목적 등에 비추어 유추가 정당하다고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다226135 판결, 대법원 2021. 7. 22. 선고 2019다27781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유추는 법규의 문언에서 규율하지 않은 사항에 관하여 그 공백을 보충하는 방법으로서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거나 이를 넘어선 해석 또는 법형성이라고 할 수 있지만, 문언에 반하는 해석이나 법형성은 아니다.
목적론적 축소나 확장은 법규의 문언이나 맥락에 따른 해석이 불합리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경우에 법규의 목적을 고려하여 문언의 가능한 의미보다 축소하거나 확대하여 적용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목적론적 해석과 명확하게 구별하지 않고 해석의 일종으로 보아 축소해석이나 확대해석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법적 규율의 공백을 보충한다는 점에서 법관에 의한 법형성의 일종이다. 그 가운데 목적론적 확장은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넘어 법규를 확대하여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침익적 행정처분은 상대방의 권익을 제한하거나 상대방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따라 그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를 더욱 엄격하게 해석ㆍ적용하여야 하고, 행정처분의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대해석이나 유추해석을 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5두37815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처분 상대방에게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는 이른바 수익적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에 대해서는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거나 불합리한 결과를 막기 위하여 유추나 목적론적 확장을 하는 것이 좀 더 수월하게 허용되어야 한다.
3) 법률의 해석은 헌법 규정과 그 취지를 반영해야 한다. 어떤 법률조항에 대하여 여러 갈래의 해석이 가능한 경우에는 우선 그중 헌법에 부합하는 의미를 채택함으로써 위헌성을 제거하는 헌법합치적 해석을 해야 하고(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4두10289 판결 등 참조), 나아가 헌법에 부합하는 해석 중에서도 헌법의 원리와 가치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의미를 채택하는 헌법정향적 해석을 해야 한다. 어떤 법률조항을 그 문언, 체계와 입법 경위 등에 비추어 해석한 결과 불합리하거나 부당한 결론이 도출된다면 이와 같이 헌법을 고려하는 합헌적 해석을 통하여 교정할 수 있다(대법원 2020. 9. 3. 선고 2016두32992 전원합의체 판결 중 대법관 김재형의 별개의견 참조).
이것은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를 해석ㆍ적용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행정법규는 그 상위법령인 법률이나 헌법과 합치되도록 해석ㆍ적용되어야 한다. 법령의 해석ㆍ적용의 권한은 사법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이루는 것이고, 법령이 헌법을 비롯한 상위규범과 조화되도록 해석하는 것은 법령의 해석ㆍ적용상 대원칙이므로, 합헌적 법률해석을 포함하는 법령의 해석ㆍ적용 권한은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전속한다(대법원 2001. 4. 27. 선고 95재다14 판결 참조).
헌법합치적 해석을 통한 법규의 공백 보충은 법관에 의한 법형성의 일환이다. 헌법 제107조 제2항에 따라 구체적 사건에 적용할 명령ㆍ규칙의 위헌ㆍ위법 여부에 대한 최종 심사 권한을 가지는 대법원으로서는 해당 법규의 공백을 보충할 권한도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 이를 들어 행정입법에 관한 행정부의 권한을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고 권력분립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볼 수도 없다. 더군다나 다수의견과 같이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을 무효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면,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을 무효화하지 않고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의 문언보다 넓게 법무법인도 조정반 지정 대상으로 보는 것을 행정입법권을 침해하거나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한다고 해서는 안 된다("대는 소를 포함한다.").
문제는 어떠한 경우에 어떠한 범위에서 법규의 해석ㆍ적용으로 해결할지, 법규의 효력을 없애는 방식으로 해결할 것인지이다.
4) 법규의 해석과 규범통제는 명백히 구분된다. 규범통제는 하위규범이 상위규범과 합치하는지 여부를 심사하여 규범의 유효성을 판단하는 것이고, 법규의 해석은 법규의 불확정성을 제거하고 규범의 의미와 내용을 명확하게 확정하는 것이다. 즉, 규범통제는 해석 과정 이후에 이루어지는 심사 과정으로서 법규의 해석에 따른 의미 확정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법규의 해석은 규범통제에 우선하는 것이 원칙이다. 규범통제의 대상이 되는 법규는, 가능한 모든 해석 규칙에 따라 헌법을 비롯한 상위규범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를 무효로 할 수 없다. 법원이 법규의 해석이 상위규범에 합치할 가능성과 위반될 가능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상위규범에 반하는 해석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을 선택하여야 한다.
5) 이 사건과 같이 수익적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가 일정한 대상 또는 집단을 적용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은 것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될 경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두 가지 선택지를 상정할 수 있다. 첫째, 다수의견과 같이 해당 행정법규를 무효로 선언하고 행정청으로 하여금 관련 법령을 개선하기를 기다리는 방법이다. 둘째, 유추ㆍ목적론적 확대 또는 헌법합치적 해석 등을 동원하여 그 집단이 해당 행정법규의 적용 대상이 된다고 판단함으로써 해당 법규의 공백을 보충하는 방법이다. 해당 행정법규의 여러 해석 가능성 가운데 그 집단이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면서 그 위헌적인 해석 방법을 배제하고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었던 집단을 구제하는 방법도 이에 속한다.
위 두 가지 방법 가운데 다수의견과 같이 해당 행정법규를 무효화하는 방법은 수익적 행정처분을 할 근거를 없애는 것이다. 이 방법으로는 행정법규가 적용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는 대상이나 집단에 대해서는 여전히 행정처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위헌적인 행정법규의 공백으로 생긴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가 없는데도 행정처분을 할 수 있다고 하려면 행정법규의 무효 선언만으로는 부족하고 새로운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난점을 해소하기 위하여 해당 행정법규를 유추적용 또는 목적론적 확대를 통하여 상위법령과 헌법에 합치되도록 해석ㆍ적용함으로써 당사자를 직접 구제하는 두 번째 방법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가 문제 될 경우 법원은 문언상 위헌적인 해석과 합헌적인 해석이 모두 가능하다면 법원으로서는 마땅히 위헌적인 해석을 배제하고 합헌적인 해석을 함으로써 가능한 한 법률조항을 유효하게 유지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은 법원의 권한이자 의무이다(대법원 2007. 5. 17. 선고 2006다19054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황식, 대법관 박일환의 보충의견 참조). 이러한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이 불가능할 경우 법원은 비로소 헌법 제107조 제1항에 따라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게 된다.
헌법 제107조 제2항에 따라 대법원이 그 위헌ㆍ위법 여부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지는 명령ㆍ규칙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판을 하여야 하는 법원으로서는 해당 명령ㆍ규칙을 무효화하기 전에 그 법규에 관하여 여러 해석 가능성이 있다면 그 가운데 상위규범에 부합하는 해석을 하여야 할 권한과 의무가 있다.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이 대통령령이 아니라 법률에 규정되어 있었더라면 대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 제청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법률의 해석ㆍ적용에 관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원고와 같은 법무법인을 구제하는 방안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한다. 법률의 해석과 시행령의 해석은 모두 법규 해석의 일종으로서 기본적으로 같은 방법론을 적용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 법률의 해석ㆍ적용과는 달리 시행령의 해석ㆍ적용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하고 시행령을 아예 무효화해야 한다는 예외 법리를 도입할 이유가 없다.
또한 대법관 3명 이상으로 구성된 부에서 의견이 일치한 경우 행정법규를 합헌적으로 해석ㆍ적용하여 당사자를 구제하는 것이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제1호, 제2호에 따라 전원합의체에서 사건을 심리하여 그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를 위헌ㆍ위법하여 무효라고 선언하는 것에 비하여 부진정 행정입법부작위로 발생하는 위헌적인 법적 규율의 흠결 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6) 지금까지 대법원에서 구체적인 사건에서 규범통제의 일환으로 처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가 무효라고 판단한 사례는 주로 침익적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가 문제 된 사안에 대한 것이고, 수익적 행정처분의 근거 법규가 특정 집단을 제외한 것이 평등원칙 등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그 근거 법규 자체를 무효로 판단한 사례를 찾을 수 없다.
다수의견은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2두23808 전원합의체 판결이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된다는 전제에 서 있지만, 이는 그 사안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위 판결에서는 법무법인인 원고가 조정반 지정을 신청하자 지방국세청장이 법인세법령과 소득세법령에 법무법인을 조정반으로 지정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조정반 지정 신청을 거부한 사안에 대한 것이다. 당시 구 법인세법 시행령(2016. 2. 12. 대통령령 제269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7조 제9항, 제10항, 구 소득세법 시행령(2016. 2. 17. 대통령령 제269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1조 제2항, 제4항이 외부세무조정제도를 정하고 있었다. 위 판결은 이 제도가 국민의 기본권 및 기본적 의무와 관련된 것으로 이를 채택하는 법률에서는 적어도 그 적용 대상과 세무조정업무를 맡게 될 ‘외부’의 범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 모법인 법인세법과 소득세법 조항이 외부세무조정제도를 규정하고 있지 않아 위 각 시행령 조항은 모법 조항의 위임이 없거나 그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무효이고, 각 시행령 조항에 따른 구 법인세법 시행규칙(2016. 3. 7. 기획재정부령 제5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0조의3 제1항, 구 소득세법 시행규칙(2016. 3. 16. 기획재정부령 제5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5조의3 제1항, 제2항 역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반면 이 사건은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이 정하고 있는 조정반 제도 자체에 위헌ㆍ위법 사유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법무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에서 제외한 부진정 행정입법부작위가 문제 되고 있다. 위 대법원 2012두23808 판결에서는 부진정 행정입법부작위는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이 사안에 적용할 수 없다.
이와 달리 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6두50907 판결은, 장애인복지법의 적용을 받는 장애의 종류 및 기준을 정하고 있는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별표 1]은 보호 대상 장애인을 한정적으로 열거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행정청으로서는 시행령 조항 중 해당 장애(이 사건의 경우 뚜렛증후군)와 가장 유사한 장애의 유형에 관한 규정을 찾아 유추적용할 수 있다고 보아 수익적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의 유추적용을 인정하여 문제를 해결하였다. 위 판결에서 시행령 규정을 무효화하고 있지 않다.
법규의 무효를 선언하지 않고 유추해석이나 목적론적 해석을 통하여 법규의 공백을 메우는 이러한 해결 방법은 무수히 많은 대법원판결에서 채택되었다. 가령 행정사건에 한정해서 보더라도 성전환자의 호적 정정에 관한 대법원 2006. 6. 22. 자 2004스42 전원합의체 결정, 구 증권거래법상 공인회계사에 회계법인이 포함된다고 한 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6두11590 판결, 국민건강보험법상 위조나 변조에 허위작성이 포함된다고 한 대법원 2019. 8. 30. 선고 2019두38342, 38366 판결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해결 방법은 이 판결과 상관없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7) 부진정 행정입법부작위에 관한 독일의 입법과 판례는 우리나라에서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독일 행정법원법 제43조는 법률관계의 존재나 부존재 또는 행정행위의 무효의 확인을 청구하는 소송을 규정하고 있다. 독일 연방행정법원은 규범이 제정되기는 했지만 동일하게 취급되어야 할 청구를 포함하지 않은 부진정 행정입법부작위가 문제 되는 경우, 독일 기본법 제19조 제4항에서 요구하는 효과적인 권리보호를 위하여 위 규정에 따른 확인소송의 형태로 구체적인 법률관계의 존부 또는 행정행위의 무효 확인에 그치지 않고 그 전제가 되는 규범의 적용범위나 해석 방법을 일반적으로 확인하는 이른바 ‘규범보충소송’을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익적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의 부진정 행정입법부작위가 문제 되는 사안에서 유추적용이나 헌법합치적 해석 등을 통하여 상위규범인 헌법과 법률에 합치되도록 행정법규의 흠결이나 공백을 보충함으로써 당사자의 권리를 효과적으로 구제하여야 한다.
8) 다수의견은 법원이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을 무효라고 선언하면 행정기관이 법규를 개선해야 하고 이와 달리 거부처분을 해도 당연무효이므로 원고의 권리를 구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에 입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위와 같이 법규를 개선하기 전까지는 원고에 대한 조정반 지정처분을 할 근거가 없다. 침익적 행정처분에서는 취소 판결을 통해 위법성이 곧바로 제거될 수 있는 반면, 수익적 행정처분에서는 취소 판결을 하더라도 행정입법이 될 때까지 일반적 권리구제가 어렵다. 행정법규의 공백으로 인한 위험이나 불이익을 원고에게 귀속시킬 이유가 없고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의 제정이나 개정 경위에 비추어 보면 법규의 해석ㆍ적용을 통한 구제 필요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다.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의 해석ㆍ적용
이 사건 모법 조항은, 세무조정계산서 작성의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세무사법상 세무사등록부 또는 세무대리업무등록부에 등록한 세무사, 공인회계사, 변호사’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정반에 소속된 자에게 세무조정 업무를 허용하고 있고, 그 위임에 따라 조정반 지정 대상을 규정한 것이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이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은 이와 같은 이 사건 모법 조항의 위임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면서 이 사건 모법 조항에 따라 세무조정 업무가 허용된 전문 직역의 직업수행의 자유와 평등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해석ㆍ적용하여야 한다.
법해석에서 입법자의 의도는 법 문언에 표현된 객관적인 의미나 내용으로부터 추단하여야 하고, 법 문언에 표현되어 있지 않은 주관적 의사에 기초해서는 안 된다.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은 ‘2명 이상의 세무사 등’, ‘세무법인’, ‘회계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법무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을 입안하고 규정화하는 여러 단계에서 행정부처의 공무원 등에게 법무법인을 제외하겠다는 주관적 의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을 해석ㆍ적용하는 단계에서 위와 같은 주관적 의도에 무조건 구속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 모법 조항에 따라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가 구성원이거나 소속되어 있는 법무법인은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이 조정반 지정 대상으로 규정한 ‘2명 이상의 세무사 등’, ‘세무법인’, ‘회계법인’과 마찬가지로 세무조정 업무수행에 필요한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세무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로 구성된 단체이다. 법무법인은 변호사법 관련 규정에 따라 세무대리 업무를 법인의 업무로 할 수 있고,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그 구성원 또는 구성원 아닌 소속 변호사 중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할 변호사를 담당변호사로 지정하여야 하므로 세무사 자격이 없는 변호사의 세무조정 업무 관여로 인한 전문성 저하 등이 문제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에 규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무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위와 같은 모법 조항의 위임 취지를 몰각시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 또는 이들이 소속된 법무법인이 누리는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고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가 된다.
원고와 같은 법무법인에 대해서는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에 규정된 조정반 지정 대상 중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직역으로 구성된 단체라는 점에서 이와 유사한 ‘세무법인’ 또는 ‘회계법인’에 관한 법규범을 유추적용하거나 확대적용하여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의 공백이나 흠결을 보충하는 것이 타당하고, 그러한 결론이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의 문언과 그 문언에 드러난 객관적인 입법 목적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라. 결론
피고는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에 규정된 조정반 지정 대상 중 원고와 가장 유사한 집단인 세무법인 또는 회계법인에 관한 규정을 유추적용하거나 확대적용하여 원고가 조정반 지정 대상에 해당한다는 것을 전제로 행정처분을 하여야 한다. 그런데도 원고가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에 규정된 조정반 지정 대상이 아니라는 형식적인 이유만으로 원고에 대하여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을 헌법과 법률에 반한다는 이유로 무효라고 한 다음 이를 근거로 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본 원심판단에는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의 해석ㆍ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으나,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한 결론은 정당하다.
이 의견은 상고를 기각하여야 한다는 결론에서는 다수의견과 같지만 그 이유가 다르므로 별개의견으로 한다.
8.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김선수의 보충의견
별개의견의 지적에 대하여 검토하면서 다수의견의 논거를 보충한다.
가. 별개의견은,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의 무효를 선언하더라도 원고와 같은 법무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으로 하는 근거 조항이 마련되지 않는 한 행정청은 원고에 대하여 조정반 지정을 할 수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을 헌법합치적으로 해석하거나 유추ㆍ목적론적 확대를 통하여 법무법인도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에 규정된 조정반 지정 대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한다.
나. 그러나 별개의견과 같이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이 정하고 있는 ‘2명 이상의 세무사 등, 세무법인, 회계법인’에 법무법인이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헌법합치적 해석 또는 유추ㆍ목적론적 확대의 범위를 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1) 헌법합치적 해석은 국가의 최고규범인 헌법을 법규해석의 기준으로 삼아 법질서의 통일을 기하여야 한다는 법원리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그러나 법적 규율에 공백이 있는 사안에 대한 헌법합치적 해석 또는 유추 또는 목적론적 확대는 법규에 정하여진 문구와 법규의 목적에 따른 한계가 있다. 어느 법적 규율에 대한 헌법합치적 해석은 어디까지나 법규 문언이 다의적이어서 위헌적으로도 합헌적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한 이를 위헌으로 판단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원칙일 뿐, 그 법규 문언이 갖는 일반적인 의미를 뛰어 넘어서거나 그 법규의 제정목적에 비추어 제정권자의 명백한 의지와 취지에 반하는 방향으로까지 무리하게 해석하여 법규 제정권자의 형성권의 범주에 속하는 사항 등에 이르기까지 함부로 간섭하여서는 아니 된다.
별개의견에서 말하는 헌법합치적 해석을 통한 법규의 보충은 입법자가 의도하지 않은 법적 공백이 발생하였을 경우에 논할 수 있을 뿐이다. 법규의 규범적 내용은 입법자의 근본 결정, 입법적 평가, 규범의 목적을 도외시하고 새로이 확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헌법합치적 해석을 통하여 그 입법 목적 안에서 그 목적이나 내용을 다소 제한하거나 보완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입법 목적을 본질적으로 왜곡하거나 무시하는 해석은 허용되지 않는다.
2) 헌법합치적 해석은 권력분립의 관점에서도 그 한계가 있다.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행정입법의 경우 행정부는 헌법 제75조, 제95조에 따라 법률 또는 대통령령의 위임받은 사항에 대한 입법을 할 권한이 있으며, 법원은 헌법 제107조 제2항에 따라 그 명령ㆍ규칙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이 있다. 이와 같은 법원의 명령ㆍ규칙에 대한 위헌ㆍ위법 심사 권한을 통하여 위헌ㆍ위법한 행정입법권의 행사를 정당하게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입법자의 의사를 무시하고 해석을 통하여 사실상 규범의 내용을 변경하는 것은 법원이 실질적 의미에서 법규 제정 기능을 하는 셈이 되어 결과적으로 법규 제정권자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3)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은 조정반 지정 대상으로 ‘2명 이상의 세무사 등, 세무법인, 회계법인’을 나열하고 있을 뿐이다. ‘2명 이상의 세무사 등’은 2명 이상으로 구성된 세무사 등의 집합을 의미하고, 세무법인과 회계법인은 각 세무사법과 공인회계사법의 규정에 따라 세무사 또는 공인회계사로 구성ㆍ설립된 법인임이 분명하다. 이와 같은 ‘2명 이상의 세무사 등, 세무법인, 회계법인’의 문언적 개념 안에 변호사법에 따라 설립된 ‘법무법인’이 포섭된다고 볼 수 없다.
4) 더군다나 대법원 2012두23808 판결은 법무법인인 원고가 한 조정반 지정 신청을 거부한 처분이 문제 된 사건이었다. 위 판결은 구 법인세법 시행령ㆍ구 소득세법 시행령 조항과 구 법인세법 시행규칙ㆍ구 소득세법 시행규칙 조항이 모법 조항의 위임이 없거나 위임범위를 일탈하였다는 이유로 무효라고 판단하였으나, 위 사건의 원심은 법무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에서 제외한 위 법인세법 시행규칙ㆍ소득세법 시행규칙 조항이 모법인 구 법인세법 시행령ㆍ구 소득세법 시행령 조항의 위임범위를 벗어나거나 헌법상 평등 원칙에 위배되고 세무사 등록을 한 변호사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무효라고 판단하는 등, 당시 법무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었다. 그런데 위 판결 선고 후 그 취지를 반영하여 외부세무조정제도의 근거를 법인세법과 소득세법에 신설하면서 조정반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에 위임하였는데, 그 위임에 따라 제정된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은 조정반 지정 대상을 ‘2명 이상의 세무사, 세무법인 또는 회계법인’으로 한정하였던 구 법인세법 시행규칙ㆍ소득세법 시행규칙의 내용을 문구만 일부 수정한 채 그대로 시행령에 상향 입법하였다. 이와 같은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의 입법 경위에 비추어 보면, 여전히 법무법인을 조정반 지정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배제할 의도로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에서 조정반 지정 대상을 ‘2명 이상의 세무사 등, 세무법인, 회계법인’으로 한정한 것이 분명하다.
5) 별개의견에 따르더라도 법규의 해석은 그 문언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고 문언의 해석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경우 법규의 체계와 입법자의 의도 또는 입법 목적을 고려하여 법규의 해석을 통한 문제 해결을 도모하여야 하며, 입법자의 의도를 왜곡하거나 무시하고 규범의 내용을 새로 확정할 수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은 입법자의 의도하지 않은 공백이 문제 되는 법규의 흠결 보충이 문제 되는 경우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의 명백한 문언의 의미와 입법 경위 등을 무시하고 법무법인도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이 조정반 지정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2명 이상의 세무사 등, 세무법인, 회계법인’에 해당한다고 해석ㆍ적용하는 것은 앞서 살핀 바와 같은 별개의견의 기준에 따르더라도 헌법합치적 법률해석 또는 유추ㆍ목적론적 확대의 한계를 넘는 것이다.
다. 별개의견의 우려와 달리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취지와 그 근거를 명시하고 무효인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에 근거한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함으로써 원고의 권리를 구제할 수 있다.
1) 헌법 제107조 제2항은 명령ㆍ규칙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때에는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고 하여 법원의 명령ㆍ규칙 심사권을 인정하고 있다. 침익적 처분의 근거가 된 법령이 위헌ㆍ위법일 경우에 법원이 그 조항을 무효로 선언한 후 해당 처분이 법령상 근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취소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수익적 처분의 근거 조항이 일정 집단을 수혜대상에서 제외하여 불완전ㆍ불충분하게 규율하는 것이 문제 되는 부진정 행정입법부작위의 경우에도 법원은 ‘그 근거 법령이 해당 집단을 적용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은 것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그 집단에 대한 기존 수익적 처분을 취소하거나 수익적 행정행위의 신청을 거부한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2) 법원이 재판의 전제가 된 명령ㆍ규칙을 위헌ㆍ위법하다고 판단하더라도 그 판결에 명령ㆍ규칙의 효력을 일반적으로 상실시키는 등의 대세효가 없고, 구체적 사건에서 법원이 위헌ㆍ위법하여 무효라고 선언한 명령ㆍ규칙은 그 재판에서 적용되지 않을 뿐이다. 따라서 어떠한 수익적 처분의 근거 조항인 명령ㆍ규칙의 부진정 행정입법부작위가 헌법과 법률, 특히 평등원칙 등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무효라는 취지의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더라도, 그 명령ㆍ규칙이 실효되어 기존에 그 명령ㆍ규칙의 적용을 받았던 대상에 대한 수익적 처분의 근거까지 소멸하는 것이 아니고, 반대로 수혜대상에서 제외되었던 집단에 대하여 수익적 처분을 할 수 있는 근거가 곧바로 마련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항고소송의 경우 처분 등이 위법하여 이를 취소하거나 무효로 확인하는 확정판결은 그 사건에 관하여 당사자인 행정청과 그 밖의 관계행정청을 기속하고(행정소송법 제30조 제1항, 제38조), 행정처분을 위법하다고 판단하여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되면 그 기속력을 받는 행정청 또는 관계행정청은 취소판결의 기속력에 따라 그 판결에서 확인된 위법사유를 배제한 상태에서 다시 처분을 하거나 그 밖에 위법한 결과를 제거하는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2019. 10. 17. 선고 2018두104 판결 등 참조).
3) 대법원이 어떠한 명령ㆍ규칙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판단한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그 명령ㆍ규칙의 위헌성 또는 위법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그에 따른 행정처분의 하자가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고, 그 규정이 행정처분의 중요한 부분에 관한 것이어서 결과적으로 그에 따른 행정처분이 중요한 부분에 하자가 있는 것으로 귀착된다면 그와 같은 하자 있는 행정처분은 당연무효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4두619 판결 참조).
처분 등에 대한 항고소송에서 법원이 처분의 근거가 되는 명령ㆍ규칙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판단하고 이를 이유로 처분을 취소하거나 무효를 확인하는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관계 행정기관은 장래를 향하여 당해 명령ㆍ규칙을 그대로 적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특히 일정 집단을 수혜대상에서 제외한 부진정 행정입법부작위가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취지의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된 경우, 관계 행정기관은 그 판결의 취지에 따라 관련 행정법규를 개선하여 그 판결에서 확인된 위법사유를 배제한 상태에서 다시 처분을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이와 달리 판결을 통하여 위헌ㆍ위법이 확인된 명령ㆍ규칙을 근거로 다시 해당 집단을 수익적 행정처분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취지의 처분을 하는 경우, 그와 같은 처분의 하자는 중대ㆍ명백하여 당연무효 사유에 해당한다.
4) 행정소송법 제6조 제1항은 명령ㆍ규칙의 해석, 적용에 통일을 기하기 위하여 행정소송에 대한 대법원판결에 의하여 명령ㆍ규칙의 위헌ㆍ위법 판결이 확정된 경우 행정안전부장관에 이를 통보하도록 하고, 통보를 받은 행정안전부장관은 지체 없이 통보된 사유를 관보에 게재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대법원이 명령ㆍ규칙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판결이 확정되고, 그 취지가 관보에 게재되어 관련 행정기관에서도 이를 충분히 인식할 수 있게 된 상태에서도 계속하여 동일한 사유로 위법한 행정처분을 하거나 이에 준하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불이익을 처분 상대방에게 준다면, 이는 그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이 되어 국가배상법 제2조에 정한 국가배상책임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5다31828 판결 참조).
5) 이 사건의 경우, 대법원이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이 위헌ㆍ위법하여 무효이므로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여 확정된 후, 원고가 여전히 세무사 자격을 가지고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가 구성원이거나 소속된 법무법인으로서 피고에 대하여 조정반 지정 신청을 하였음에도 피고가 또다시 원고가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에 규정된 조정반 지정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조정반 지정을 거부하는 등의 처분을 한다면 그와 같은 처분은 위법할 뿐만 아니라 그 하자가 중대ㆍ명백하여 당연무효 사유에 해당하고, 나아가 국가배상책임이 문제 될 수도 있다.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의 제정권자인 행정부는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을 개선하여 그 위헌ㆍ위법성을 제거하여야 하고, 피고는 개선된 시행령 조항에 따라 세무사 자격을 가지고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가 구성원이거나 소속된 법무법인을 조정반으로 지정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다수의견에 따른 판결이 선고되더라도 원고는 자신의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다.
오히려 별개의견에 따라 이 사건 조항을 그대로 두고 법원의 해석에 맡겨 둘 경우, 피고가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의 문언해석을 고집하는 등으로 다시 법무법인의 조정반 지정 신청을 거부할 때에는 당해 법무법인으로서는 법원에 그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여야 하는 등으로 신속한 구제를 받을 수 없게 된다.
라. 별개의견에 따를 경우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의 제정권자인 행정부는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을 개정할 의무나 필요가 없게 되고,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을 그대로 유지한 채 요건을 갖춘 법무법인에 대해 조정반으로 지정해주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이는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의 명백한 문언과 배치되는 집행이고, 이러한 상태를 정상적인 법령의 적용과 집행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다수의견과 같이 판결함으로써 행정부로 하여금 이 사건 각 시행령 조항을 개정하게 한 다음 그 개정된 내용에 따라 명실상부하게 적용ㆍ집행하도록 하는 것이 근원적인 해결책이다. 행정부의 수익적 행정법규의 의도적인 제외 규정으로 인하여 국민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 또한 법원이 법해석을 하는 데 유념하여야 한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의 논거를 보충한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이기택 김재형 조재연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주심) 이동원 노정희 노태악 이흥구 천대엽 |
219,383 |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 2021도2030 | 20,210,909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1] 공무원이 동일한 사안에 관한 일련의 직무집행 과정에서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로 일정 기간 계속하여 저지른 직권남용행위에 대하여는 그 상대방이 여러 명이더라도 포괄일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개별 사안에서 포괄일죄가 성립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2]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의 의미 /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실무 담당자로 하여금 직무집행을 보조하게 하는 행위가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하는 경우 및 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 null | [1] 형법 제37조, 제123조 / [2] 형법 제123조 | [1] 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도12583 판결(공2021상, 792) / [2] 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도12583 판결(공2021상, 792)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클라스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1. 1. 21. 선고 2019노873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정치관여 글 게시 등 온라인 여론조작 관련 부분, 대통령·정부 비판 아이디(닉네임) 신원조회 관련 부분, 국군기무사령부에 대한 의혹 제기 아이디(닉네임) 신원조회 관련 부분, ‘(잡지명 생략)’ 제작·홍보 등 온라인 여론조작 관련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에 제출된 의견서 등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대통령·정부 비판 아이디(닉네임) 신원조회 관련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 공소외 5, 공소외 6, 공소외 7, 공소외 8에 대한 부분
원심은, 국군기무사령부의 사령관인 피고인이 소속 장교들과 공모하여 예하 기무부대 방첩 수사 요원들로 하여금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는 아이디(닉네임)의 신원을 조회하는 활동을 하도록 지시하였음을 인정한 다음,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국군기무사령관의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하고, 피고인의 직권남용행위와 의무 없는 일 사이의 인과관계 및 피고인의 고의가 모두 인정된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죄형법정주의, 공소권남용,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직권남용’과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 ‘직권남용’과 ‘의무 없는 일’ 사이의 인과관계, 고의, 공모관계, 죄수, 압수물의 증거능력 및 공소시효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나. 국군기무사령부에 대한 의혹 제기 아이디(닉네임) 신원조회 관련 부분
원심은, 피고인이 소속 장교들과 공모하여 예하 기무부대 방첩 수사 요원인 공소외 9, 공소외 10, 공소외 11로 하여금 국군기무사령부에 대하여 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게시한 18개의 아이디(닉네임)의 신원을 조회하는 활동을 하도록 지시하였음을 인정한 다음,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국군기무사령관의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하고, 피고인의 직권남용행위와 의무 없는 일 사이의 인과관계 및 피고인의 고의가 모두 인정된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죄형법정주의, 공소권남용,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직권남용’과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 ‘직권남용’과 ‘의무 없는 일’ 사이의 인과관계, 고의, 공모관계, 압수물의 증거능력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다. 양형의 이유 부분
양형의 조건에 관하여 규정한 형법 제51조의 사항은 널리 형의 양정에 관한 법원의 재량사항에 속한다고 해석되므로, 상고심으로서는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여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 형의 양정의 당부에 관한 상고이유를 심판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사실심법원이 양형의 기초 사실에 관하여 사실을 오인하였다거나 양형의 조건이 되는 정상에 관하여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하였다는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1816 판결 참조).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원심이 양형의 기초 사실에 관하여 사실을 오인하였다거나 양형의 조건이 되는 정상에 관하여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에 불과하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정치관여 글 게시 등 온라인 여론조작 관련 공소외 12에 대한 면소 부분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직권남용행위의 상대방으로 특정된 사람별로 별개의 죄가 성립하고 각 죄는 실체적 경합의 관계에 있다고 전제한 후, 이 부분 공소는 범행일인 2011. 1. 31.로부터 공소시효 기간 7년이 지난 후인 2018. 6. 14.에 제기되었음이 분명하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면소로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라는 국가적 법익을 보호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으므로, 공무원이 동일한 사안에 관한 일련의 직무집행 과정에서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로 일정 기간 계속하여 저지른 직권남용행위에 대하여는 설령 그 상대방이 여러 명이더라도 포괄일죄가 성립할 수 있다. 다만 개별 사안에서 포괄일죄의 성립 여부는 직무집행 대상의 동일 여부, 범행의 태양과 동기, 각 범행 사이의 시간적 간격, 범의의 단절이나 갱신 여부 등을 세밀하게 살펴 판단하여야 한다(직권남용으로 인한 국가정보원법 위반죄에 관한 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도12583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의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① 피고인 등 국군기무사령부 지휘부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원’ 또는 ‘보수 정권 재창출’이라는 공통된 목적으로 국군기무사령부 내의 유기적 지휘체계에 따라 대북첩보계원들 및 예하 기무부대 사이버 전담관들에게 정치관여 글 게시 등 온라인 여론조작 관련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트위터 활동(이하 ‘이 사건 트위터 활동’이라 한다)을 지시하였다. 위와 같은 지시에 따라 대북첩보계원들 및 예하 기무부대 사이버 전담관들은 상당 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 사건 트위터 활동을 수행하였고, 그 기간에 활동의 구체적인 방식이 크게 달라진 바 없었다.
② 이 사건 트위터 활동을 지시받은 대북첩보계원들 및 예하 기무부대 사이버 전담관들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 문제, 천안함 사건, 야권 정치인에 대한 비판 등 여러 주제를 다루기는 하였으나, 정부 정책을 옹호하는 트위터 글의 게시 등 그 활동의 전체적인 방향은 일관되게 유지되었고, 각각의 업무 수행자들별로 업무처리의 내용이 특별히 구분되지도 않았다.
(다) 위와 같은 사정을 위 (가)항 기재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정치관여 글 게시 등 온라인 여론조작 관련 부분 공소사실 범행에서 피고인과 그 공범들이 대북첩보계원들 및 예하 기무부대 사이버 전담관들에 대하여 이 사건 트위터 활동을 지시한 행위는 동일한 사안에 관하여 일련의 직무집행 과정에서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로 일정 기간 계속하여 행해진 것이므로, 위 행위에 대하여 포괄하여 하나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위 행위로 인한 범죄행위는 이 사건 트위터 활동이 계속된 2013. 1. 4.경까지 종료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하는데, 그로부터 공소시효 기간 7년이 경과하기 전인 2018. 6. 14. 이 부분 공소제기가 이루어졌음이 기록상 명백하므로, 공소외 12에 대한 부분만 별도로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공소외 12에 대한 부분만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아 면소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죄수 및 공소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나. 정치관여 글 게시 등 온라인 여론조작 관련 부분 중 ‘공소외 12에 대한 부분’과 ‘공소외 13에 대한 184회(제1심 이유 무죄 부분)를 제외한 나머지’ 무죄 부분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북한군의 사이버 심리전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부대원들에게 이 사건 트위터 활동을 지시한 행위는 피고인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정당한 권한 이외의 위법한 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은 실무 담당자인 대북첩보계 계원들 및 예하부대 사이버 전담관들에 대하여 자신의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를 하도록 하였을 뿐이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만 검사는 공소외 13에 대한 184회(제1심이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도 상고하였으나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불복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를 의미한다. 따라서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실무 담당자로 하여금 그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를 하도록 하더라도 이는 공무원 자신의 직무집행으로 귀결될 뿐이므로 원칙적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직무집행의 기준과 절차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고 실무 담당자에게도 직무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다면 실무 담당자로 하여금 그러한 기준과 절차를 위반하여 직무집행을 보조하게 한 경우에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실무 담당자에게 직무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는지 여부 및 공무원의 직권남용행위로 인하여 실무 담당자가 한 일이 그러한 기준이나 절차를 위반하여 한 것으로서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인지 여부는 관련 법령 등의 내용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앞서 본 대법원 2021. 3. 11. 선고 2020도12583 판결 등 참조).
(나) 헌법 제5조 제2항은 국군의 정치적 중립의무에 관해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구체화하여, 구 군형법(2014. 1. 14. 법률 제122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군형법’이라 한다)은 군인의 정치 관여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고(제94조), 구 군인복무규율(2014. 10. 28. 대통령령 제2567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군인복무규율’이라 한다) 또한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한 선거권 또는 투표권을 행사하는 외의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제18조). 구 국군기무사령부령(2014. 4. 1. 대통령령 제2528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국군기무사령부령’이라 한다) 제3조는 ‘군 방첩 업무’, ‘군 첩보 및 군 관련 첩보의 수집·작성 및 처리’ 등으로 국군기무사령부의 직무를 열거하고 있고, 구 방첩업무 규정(2014. 11. 19. 대통령령 제257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방첩업무 규정’이라 한다)은 ‘방첩’의 의미에 대해 ‘국가안보와 국익에 반하는 외국의 정보활동을 찾아내고 그 정보활동을 견제·차단하기 위하여 하는 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 등을 포함한 모든 대응활동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호). 국방부 장관이 정한 구 국방홍보훈령(2013. 7. 16. 국방부훈령 제15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국방홍보훈령’이라 한다) 제2조, 제3조 제1 내지 4호에 따르면, 국군기무사령부는 국방부 직할부대로서 국민으로부터 군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획득하고 적의 전쟁도발을 억제하며, 군의 사기진작과 우호적인 국제여론 조성을 위해 국방정책 및 군사활동 전반을 대내외에 알리는 ‘국방홍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위와 같은 규정들은 피고인이 이 사건 트위터 활동을 지시할 당시 국군기무사령부 실무 담당자들이 따라야 할 직무집행의 기준을 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규정의 내용과 원심판결의 이유에 더하여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① ‘군 방첩 업무’ 또는 ‘군 관련 첩보의 수집·작성 및 처리’ 등 국군기무사령부 및 예하 기무부대 소속 실무 담당자들이 수행하는 직무는 그 자체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점, ② 이 사건 트위터 활동을 담당한 부대원들은 상부로부터 임무를 부여받아 직접 트위터 계정을 생성한 후 특정 주제와 관련하여 다른 사용자들의 여러 트윗 중 그들의 활동 목적에 부합한다고 판단하는 특정한 트윗을 선정하여 리트윗하는 등으로 일종의 재량을 가지고 활동하였던 점, ③ 이 사건 트위터 활동은 국민의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국민 개개인에 대한 기본권 침해가 수반되거나 구 군형법 제94조에 따라 처벌되는 정치 관여 행위에 해당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방첩 또는 첩보 업무를 수행하는 실무 담당자들에게도 각자 자신들이 수행할 정보의 수집 및 처리 등 업무에 관하여 그 대상과 방식을 적절하게 선택하는 등으로 직무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위 실무 담당자들이 행한 이 사건 트위터 활동을 두고 피고인의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에 불과하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 등 국군기무사령부 지휘부는 정부나 대통령 등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하여 대북첩보계 계원들 및 예하부대 사이버 전담관들로 하여금 신분을 감춘 채 일반 국민인 것처럼 트위터상에서 대통령과 정부를 옹호하는 글 등을 반복적으로 게시하게 함으로써 위 실무 담당자들로 하여금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한 채 ‘군 방첩 업무’, ‘군 첩보 및 군 관련 첩보의 수집·작성 및 처리’ 등 국군기무사령부의 정당한 직무 범위를 벗어난 업무를 수행하게 하였다.
(다) 이를 위 (가)항 기재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실무 담당자인 대북첩보계 계원들 및 예하부대 사이버 전담관들로 하여금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의 판단에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다. 대통령·정부 비판 아이디(닉네임) 신원조회 관련 공소외 14, 공소외 15, 공소외 16, 공소외 17, 공소외 9, 공소외 10, 공소외 11에 대한 면소 부분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직권남용행위의 상대방으로 특정된 사람별로 별개의 죄가 성립하고 각 죄는 실체적 경합의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공소외 14, 공소외 15, 공소외 16, 공소외 17, 공소외 9, 공소외 10, 공소외 11 등이 각기 최종적으로 업무협조의뢰 공문을 발송한 때에 이들의 범죄행위가 각각 종료되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아 면소로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위 2.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이 공무원이 동일한 사안에 관한 일련의 직무집행 과정에서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로 일정 기간 계속하여 저지른 직권남용행위에 대하여는 설령 그 상대방이 여러 명이더라도 포괄일죄가 성립할 수 있다.
(나) 원심판결의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① 피고인 등 국군기무사령부 지휘부는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하고자 하는 단일한 동기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② 피고인의 공범인 대북첩보계장 공소외 18은 예하 기무부대 한 곳에서 여러 아이디(닉네임)에 대한 신원조회를 진행할 경우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판단하여, 5곳의 예하 기무부대에서 근무하는 방첩 수사 요원들을 통하여 신원조회를 시도하였다. 즉 최초 범행 계획과 국군기무사령부 내의 유기적 지휘체계에 따라 5곳의 예하 기무부대 소속 방첩 수사 요원들에게 신원조회 활동지시가 내려졌다.
③ 예하 기무부대별 또는 실무 담당자별로 받은 지시의 내용이나 행한 신원조회 행위의 태양이 다르지 않고, 피고인 등의 지시에 따라 예하 기무부대 방첩 수사 요원들이 신원조회 행위를 한 전체 기간이 1개월을 넘지 않는다.
④ 신원조회 대상 아이디(닉네임)가 여러 개였지만, 예하 기무부대 소속 방첩 수사 요원들에게 신원조회 지시가 내려질 당시 조회 대상 아이디(닉네임)가 모두 수집되어 신원조회의 범위가 정해진 상태였다.
(다) 위와 같은 사정을 위 (가)항 기재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대통령·정부 비판 아이디(닉네임) 신원조회 관련 범행은 모두 동일한 사안에 관하여 일련의 직무집행 과정에서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로 일정 기간 계속하여 행해진 것이므로, 위 행위에 대하여 포괄하여 하나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위 행위로 인한 범죄행위의 종료 시기는 예하 기무부대 방첩 수사 요원들이 업무협조의뢰 공문을 마지막으로 발송한 2011. 4. 14.로 보아야 하는데, 그로부터 공소시효 기간인 7년이 경과하기 전인 2018. 3. 23. 공범인 공소외 18에 대한 공소제기가 이루어짐으로써(국방부 보통군사법원 2018고7호) 피고인에 대한 시효의 진행도 함께 정지되었다가(형사소송법 제253조 제2항), 그 시효가 다시 진행되기 전인 2018. 6. 14. 피고인에 대한 이 부분 공소제기가 이루어졌음은 기록상 명백하다. 따라서 이에 대하여만 별도로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볼 수 없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공소외 14, 공소외 15, 공소외 16, 공소외 17, 공소외 9, 공소외 10, 공소외 11에 대한 부분에 대하여 별도로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아 면소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죄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라. ‘(팟캐스트명 생략)’ 녹취·요약본 보고 관련 부분
원심은, 피고인이 공소외 19, 공소외 20, 공소외 21, 공소외 22로 하여금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인 ‘(팟캐스트명 생략)’의 내용을 녹취·요약하여 청와대에 전송하도록 지시한 행위가 피고인의 일반적인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직권남용’의 판단 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마. ‘(잡지명 생략)’ 제작·홍보 등 온라인 여론조작 관련 부분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공소외 23에게 인터넷상으로만 만들어져 보급되는 잡지인 ‘(잡지명 생략)’의 제작 및 전송을 지시한 행위는 피고인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정당한 권한 이외의 위법한 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은 실무 담당자인 공소외 23에 대하여 자신의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를 하도록 하였을 뿐이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위 2. 나.항에서 본 바와 같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를 의미한다. 직무집행의 기준과 절차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고 실무 담당자에게도 직무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다면 실무 담당자로 하여금 그러한 기준과 절차를 위반하여 직무집행을 보조하게 한 경우에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
(나) 앞서 본 바와 같은 국군의 정치적 중립의무에 관해 규정한 헌법 제5조 제2항, 군인의 정치 관여 행위를 금지하고 이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 구 군형법 제94조, 군인의 정치적 행위를 금지한 구 군인복무규율 제18조, 국군기무사령부의 정당한 직무 범위를 규정한 구 국군기무사령부령 제3조 및 구 방첩업무 규정 제2조 제1호, 국군기무사령부가 수행할 수 있는 ‘국방홍보’의 의미와 범위에 관하여 규정한 구 국방홍보훈령 제2조, 제3조 제1 내지 4호 등은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실무 담당자들이 따라야 할 직무집행의 기준을 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규정의 내용과 원심판결의 이유에 더하여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① 공소외 23은 ‘(잡지명 생략)’를 제작할 당시 주제와 구체적인 내용을 결정할 재량을 가지고 있었던 점, ② ‘(잡지명 생략)’ 제작은 국민의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로서 경우에 따라서는 구 군형법 제94조에 따라 처벌되는 정치 관여 행위에 해당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실무 담당자인 공소외 23에게도 위 직무집행의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었고, 공소외 23의 ‘(잡지명 생략)’ 제작 및 전송행위를 국군기무사령부 지휘부의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 등 국군기무사령부 지휘부는 정부나 대통령 등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하여 공소외 23으로 하여금 신분을 감춘 채 대통령과 정부를 옹호하는 내용을 담은 웹진을 인터넷상에 반복적으로 게시하게 함으로써 공소외 23으로 하여금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한 채 ‘군 방첩 업무’, ‘군 첩보 및 군 관련 첩보의 수집·작성 및 처리’, ‘국방홍보’ 등 국군기무사령부의 정당한 직무 범위를 벗어난 업무를 수행하게 하였다.
(다) 이를 위 (가)항 기재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실무 담당자인 공소외 23으로 하여금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의 판단에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바. ‘일일 사이버 검색결과’ 작성 및 전송 관련 부분
원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일일 사이버 검색결과’를 통하여 군과는 전혀 무관한 분야 및 인물들에 대한 여론까지 수집되고 있음을 인식하고서, 공동의 의사로 이 부분 범행에 본질적 기여를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간접증거의 증명력 평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 중 정치관여 글 게시 등 온라인 여론조작 관련 부분, 대통령·정부 비판 아이디(닉네임) 신원조회 관련 부분, ‘(잡지명 생략)’ 제작·홍보 등 온라인 여론조작 관련 부분은 위와 같이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을 받아들이는 부분 또는 그 부분과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는 부분(정치관여 글 게시 등 온라인 여론조작 관련 부분 중 검사가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불복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한 공소외 13에 대한 184회 부분 포함)으로서 모두 파기되어야 한다. 그리고 국군기무사령부에 대한 의혹 제기 아이디(닉네임) 신원조회 관련 유죄 부분은 위 파기 부분 중 유죄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정치관여 글 게시 등 온라인 여론조작 관련 부분, 대통령·정부 비판 아이디(닉네임) 신원조회 관련 부분, 국군기무사령부에 대한 의혹 제기 아이디(닉네임) 신원조회 관련 부분, ‘(잡지명 생략)’ 제작·홍보 등 온라인 여론조작 관련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219,343 | 상호말소등 | 2020나1957 | 20,210,909 | 선고 | 특허법원 | 민사 | 판결 : 확정 | 등록상표 “”, “”, “”, “”을 사용하여 학원을 운영하는 甲 주식회사가 “청담수학”, “청담 e-math” 등의 표장을 사용하여 수학학원경영업 등을 영위하는 乙 주식회사를 상대로 위 표장의 사용금지 등을 구한 사안에서, 乙 회사가 위 표장을 사용하는 행위가 甲 회사의 등록상표권을 침해한다거나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나)목 또는 (카)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 등록상표 “”, “”, “”, “”을 사용하여 학원을 운영하는 甲 주식회사가 “청담수학”, “청담 e-math” 등의 표장을 사용하여 수학학원경영업 등을 영위하는 乙 주식회사를 상대로 위 표장의 사용금지 등을 구한 사안이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은 적어도 2000년대 초반에 이미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가진 지역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을 뿐만 아니라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청담동’과 관련된 뉴스 기사 또는 드라마 등이 상당수 보도·방영되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청담동’ 및 그 약칭인 ‘청담’은 등록상표 “”, “”의 등록결정일 당시를 기준으로 현저한 지리적 명칭에 해당하여, 위 등록상표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만으로 된 표장에 해당하고, 등록상표 “”, “”과 乙 회사의 표장은 외관·호칭·관념이 달라 수요자나 거래관계자가 서비스업의 출처에 관하여 오인·혼동을 일으키게 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서로 유사하지 않으므로, 乙 회사가 위 표장을 사용하는 행위는 甲 회사의 등록상표권을 침해하는 것에 해당하지 않으며, 한편 甲 회사의 영업표지인 ‘청담러닝’, ‘청담어학원’과 乙 회사의 표장이 유사하다고 볼 수 없는 이상, 乙 회사가 위 표장을 사용하는 행위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나)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청담’이라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을 학원업 등과 관련하여 특정인이 독점하도록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점, ‘청담’이라는 문자 부분의 인지도가 甲 회사가 상당한 노력을 들여 얻은 성과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甲 회사의 영업표지와 乙 회사의 표장 간의 혼동가능성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乙 회사가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甲 회사의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乙 회사가 위 표장을 사용하는 행위는 같은 법 제2조 제1호 (카)목의 부정경쟁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이다. | 구 상표법(2016. 2. 29. 법률 제1403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제1항 제4호(현행 상표법 제33조 제1항 제4호 참조), 제65조 제1항(현행 제107조 제1항 참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나)목, (카)목, 제4조, 제5조 | null | 【원고, 항소인】
주식회사 청담러닝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광장 담당변호사 김홍선 외 3인)
【피고, 피항소인】
주식회사 청담수학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0. 9. 2. 선고 2018가합589667 판결
【변론종결】
2021. 7. 13.
【주 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청구취지
1. 피고는,
가. ‘청담수학’이라는 문구를 피고의 상호로 사용하여서는 아니 되고,
나. 원고에게, 서울중앙지방법원 등기국이 비치·관리하는 법인등기부(등기번호 생략)의 상호 “주식회사 청담수학” 중 “청담수학” 부분에 관한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하라.
2. 피고는,
가. 별지 제1목록 기재 각 표장을 별지 제2목록 기재 각 서비스업에 관한 광고, 정가표, 거래서류, 간판 또는 표찰에 표시하고 전시 또는 반포하거나, 위 각 서비스업에 관하여 위 표장을 표시한 광고, 정가표, 거래서류, 간판 또는 표찰을 양도 또는 인도하거나 그 목적으로 전시, 수출 또는 수입하여서는 아니 되고,
나. 별지 제2목록 기재 각 서비스업에 관한 광고, 정가표, 거래서류, 표찰 또는 웹사이트(www.cheongdamedu.co.kr, www.cheongdammath.com)에 사용 중인 별지 제1목록 기재 각 표장을 폐기하라.
3. 피고는 원고에게 30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5. 21. 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 부본 송달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청구취지 기재와 같이 변경한다.
【이 유】
1. 이 법원의 심판 범위
제1심판결은 청구취지 제2항 기재와 같은 원고의 금지청구 및 폐기청구 중 별지 1 목록 순번 1, 4, 5, 8 기재 각 표장에 대한 부분과 청구취지 제3항 기재와 같은 원고의 금원지급청구 중 70,000,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부분만을 인정하고,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고, 이에 대해서는 원고만이 항소하였다. 따라서 이 법원의 심판 범위는 청구취지 제1항 기재와 같은 상호사용 금지청구 및 상호등기말소청구, 청구취지 제2항 기재와 같은 원고의 금지청구 및 폐기청구 중 별지 1 목록 순번 2, 3, 6, 7 기재 각 표장에 대한 부분 및 청구취지 제3항 기재와 같은 원고의 금원지급청구 중 제1심판결에서 인용된 금원을 초과하는 부분으로 한정된다.
2. 제1심판결의 인용
이 법원이 이 사건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판결문 3면 17행의 “출원일/등록일/등록번호: 2009. 10. 9./2011. 2. 18./(등록번호 1 생략)”을 “출원일/등록결정일/등록일/등록번호: 2009. 10. 9./2011. 1. 18./2011. 2. 18./(등록번호 1 생략)”으로, 4면 10행의 “출원일/등록일/등록번호: 2009. 10. 9./2011. 1. 21./(등록번호 2 생략)”을 “출원일/등록결정일/등록일/등록번호: 2009. 10. 9./2010. 12. 20./2011. 1. 21./(등록번호 2 생략)”으로, 5면 4행의 “별지 제2목록 기재 영업”을 “별지 제2목록 기재 각 서비스업”으로, 5면 20행의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라 한다)” 부분을 “부정경쟁방지법”으로, 11면 16행의 “다)”를 “라)”로 각각 고치고, 제2항 내지 제6항 중 아래의 해당 부분을 아래와 같이 각각 고치는 외에는 제1심판결의 이유의 기재와 동일하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고쳐 쓰는 부분]
◇ 5면 8행부터 16행
2. 원고 주장의 요지
피고는 이 사건 제1등록상표 내지 이 사건 제4등록상표와 동일·유사한 이 사건 표장을 그 지정서비스업과 동일·유사한 별지 제2목록 기재 각 서비스업에 사용함으로써 원고의 이 사건 제1 내지 4 등록상표권을 침해하고 있다.
또한, 피고가 별지 제2목록 기재 각 서비스업에 이 사건 표장을 사용하는 것은 국내에 널리 인식된 원고의 영업표지인 ‘청담’, ‘청담어학원’ 및 ‘청담러닝’과 동일·유사한 표장을 사용하여 원고의 영업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로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 (나)목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원고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를 무단히 사용하여 원고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에도 해당한다.
피고의 상호는 상법 제23조 제1항에서 정한 ‘타인의 영업으로 오인할 수 있는 상호’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를 상대로 청구취지 기재와 같은 피고 상호의 사용금지 및 상호등기말소, 이 사건 표장의 사용금지 및 폐기, 손해배상과 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 10면 6행부터 11면 8행
이 사건 제1등록상표권 및 이 사건 제4등록상표권의 침해 여부
가) 상표법은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나 그 약어 또는 지도만으로 된 상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이 사건에 적용되는 법률 조항은 구 상표법(2016. 2. 29. 법률 제1403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제1항 제4호이나, 현행 상표법 제33조 제1항 제4호도 같은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상표는 그 현저성과 주지성으로 말미암아 상표의 식별력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어느 특정 개인에게만 독점사용권을 주지 않으려는 데에 입법 취지가 있다. 이에 비추어 보면, 구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4호의 규정은 현저한 지리적 명칭, 그 약어 또는 지도만으로 된 표장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현저한 지리적 명칭 등이 식별력 없는 기술적 표장 등과 결합되어 있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결합에 의하여 본래의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나 기술적 의미 등을 떠나 새로운 관념을 낳는다거나 새로운 식별력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면 지리적 명칭 등과 기술적 표장 등이 결합된 표장이라는 사정만으로 위 법조항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1후958 판결 등 참조). 여기서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란 일반 수요자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을 뜻하고(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4후240 판결 등 참조), 그 판단의 기준 시점은 원칙적으로 출원 상표에 대하여 등록 여부를 결정하는 결정 시이다(대법원 2012. 4. 13. 선고 2011후1142 판결 등 참조). 지리적 명칭이 현저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는 위와 같은 시점을 기준으로 교과서, 언론 보도, 설문조사 등을 비롯하여 일반 수요자의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2. 13. 선고 2017후1342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 제1등록상표는 ‘청담’이라는 2음절의 문자로만 이루어진 표장이고, 이 사건 제4등록상표는 ‘청담’이라는 문자 부분과 ‘수학학원’이라는 문자 부분이 결합된 표장이다.
그런데 앞서 든 증거에 갑 제70, 71, 7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서울 강남구 ‘청담동’은 적어도 2000년대 초반에 이미 ‘청담동 명품거리’가 있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가진 지역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을 뿐만 아니라, ‘청담동’이라는 명칭이 포함된 뉴스 기사의 보도 건수가 2001년부터 2011년 무렵까지만 해도 1,398건에 이르렀으며, 이 사건 제1, 4등록상표의 등록결정일에 가까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SBS, JTBC, TVN 등의 방송사가 제호에 ‘청담동’이라는 명칭을 포함하고 청담동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를 4편이나 제작·방영하였던 점, ‘청담’은 ‘청담동’의 약칭으로 널리 사용되어 온 점 등을 고려하면, ‘청담동’ 및 그 약칭인 ‘청담’은 이 사건 제1등록상표 및 이 사건 제4등록상표의 등록결정일인 2010. 12. 또는 2011. 1. 당시를 기준으로 현저한 지리적 명칭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위와 같은 드라마들의 방영일이 2011년 이후이므로 이 사건 각 등록상표의 등록결정일 당시에는 ‘청담동’이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비슷한 시기에 제작·방영되는 드라마들의 제호에서 특정 동의 명칭이 반복적으로 인용되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로 보이는바, ‘청담동’이 2011년 무렵 이미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 아니었더라면 위와 같은 드라마들이 2011~2015년 사이에 제작·방영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원고는 ① 이 사건 제1등록상표 및 이 사건 제4등록상표는 ‘청담’이라는 문자 부분으로만 구성되거나 이를 포함하였을 뿐이고 이러한 문자 부분에 행정구역의 구분 단위인 동(洞)을 의미하는 ‘동’이 포함되지 않았는데, ② ‘청담’은 사전적으로 맑고 고상한 이야기(淸談), 푸른빛의 깊은 못(靑潭), 날씨의 맑음과 흐림(晴曇), 맑은 못(淸潭), 욕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하다(淸淡) 등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며, ③ 국내의 언어 관습을 고려할 때 ‘담’이라는 음절은 ‘이야기’ 또는 ‘말’을 의미하는 용어(談)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청담’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을 직감하게 하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청담동’이 현저한 지리적 명칭에 해당하고, ‘청담’ 역시 그 약칭으로 잘 알려진 것으로 보이는 점에다가, 이 사건 제1등록상표 및 이 사건 제4등록상표는 한글로만 표기되었을 뿐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전적 의미를 나타내는 한자와 병기되지 않아서 이를 본 수요자나 거래관계자가 그 의미를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전적 의미로 이해할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반면 통상 학원업 등에는 학원이 위치한 곳의 지리적 명칭을 포함하는 경우가 다수 존재하므로(실제로 원고의 본점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소재하고 있다), 이 사건 제1등록상표 및 이 사건 제4등록상표가 별지 제2목록 각 서비스업 등과 같은 학원업 등에 사용되는 경우 이를 본 수요자나 거래관계자로서는 이를 지리적 명칭으로 인식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보태어 보면, 별지 제2목록 각 서비스업 등과 같은 학원업 등과 관련하여 수요자나 거래관계자들로서는 이 사건 제1등록상표 및 이 사건 제4등록상표에서 ‘청담’이라는 문자 부분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직감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원고는 2013년 무렵 ‘청담’이라는 문자로만 이루어진 등록상표가 9건 등록되어 있었으므로, 적어도 2013년까지는 ‘청담’이라는 표장은 현저한 지리적 명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상표의 등록 허용 여부는 그 지정상품과 관련하여 상표마다 독자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다른 상표의 등록례는 특정상표가 등록되어야 할 근거가 될 수 없고(대법원 1999. 10. 26. 선고 97후2453 판결 등 참조), 위 법리는 서비스표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이상, 원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 14면 5행부터 12행
라) 결국 이 사건 제2등록상표 및 이 사건 제3등록상표와 이 사건 제2, 3, 6, 7표장 전체의 외관, 호칭, 관념을 기준으로 대비하여 상표의 유사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1) 외관의 대비
이 사건 제2등록상표 및 이 사건 제3등록상표와 이 사건 제2, 3, 6, 7표장은 그 구성 문자의 앞부분에 모두 ‘청담’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 공통점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러한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앞서 본 바와 같은 도형 부분의 유무, 문자 구성 등에서의 차이로 인하여 수요자나 거래관계자가 이 사건 제2등록상표 및 이 사건 제3등록상표와 이 사건 제2, 3, 6, 7표장을 외관 면에서 오인·혼동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제2등록상표 및 이 사건 제3등록상표와 이 사건 제2, 3, 6, 7표장은 외관 면에서 유사하다고 보기 어렵다.
(2) 호칭의 대비
이 사건 제2등록상표 및 이 사건 제3등록상표의 사용에 관한 구체적 거래실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제2등록상표는 ‘청담어학원’으로, 이 사건 제3등록상표는 ‘청담러닝’으로 호칭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제2, 6표장은 ‘청담수학’으로, 이 사건 제3, 7표장은 ‘청담수학 이매스’ 또는 ‘청담수학’으로 호칭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제2등록상표 및 이 사건 제3등록상표와 이 사건 제2, 3, 6, 7표장은 호칭 면에서도 유사하다고 보기 어렵다.
(3) 관념의 대비
이 사건 제2등록상표는 ‘청담동에 위치하는 어학원’으로, 이 사건 제3등록상표는 ‘청담동에 위치하는 교육기관’으로 관념될 것으로 보이는 한편, 이 사건 제2, 3, 6, 7표장은 ‘청담동에 위치하는 수학학원’, ‘인터넷을 통한 수학 교육을 제공하는 학원 또는 업체’ 등으로 관념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제2등록상표 및 이 사건 제3등록상표와 이 사건 제2, 3, 6, 7표장은 관념 면에서도 유사하다고 보기 어렵다.
(4) 원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원고는, 설문조사 결과(갑 제91호증)에 의하면 수요자들이 이 사건 제2등록상표 및 이 사건 제3등록상표의 ‘청담어학원’, ‘청담러닝’과 이 사건 제2표장인 ‘청담수학’ 사이에 영업 출처에 대하여 오인·혼동을 하므로, 양 표장은 유사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설문조사 결과의 객관적 타당성과 신뢰성이 있는지 여부는 그 모집단이 적절하게 설정되었는지, 모집단을 대표할 수 있는 표본이 추출되었는지, 응답자에 대한 질문 태도가 적절한지, 설문조사를 수행한 자가 전문성을 구비하였는지, 표본 설계, 설문조사 문항, 인터뷰가 그 설문조사의 해당 분야에서 통상적으로 허용되는 객관적 절차와 기준에 맞게 수행되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 갑 제91호증의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가 제시한 설문조사는 ‘청담어학원’, ‘청담러닝’과 ‘청담수학’ 간의 혼동 여부에 관한 질문을 하기에 앞서 “‘청담어학원’을 알고 있거나 들어본 적이 있는지”에 관하여 사실상 ‘예’, ‘아니오’로만 답하게 한 후, “학원업에 관하여 ‘청담러닝’에 관하여 들어본 적이 있는지”에 관하여는 “‘청담어학원’의 운영주체로 알고 있다.”, “어느 학원의 브랜드 이름인지 모른다.”와 같은 2개의 선택지만을 고르게 하였음이 인정되고, 이러한 질문의 내용 및 방식은 그 자체로서 이 사건 설문조사의 쟁점이 해당 브랜드가 ‘청담어학원’ 혹은 ‘청담러닝’과 관련이 있는지 여부에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어서 객관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는 객관적 타당성과 신뢰성이 담보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오인·혼동의 우려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삼을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
(5) 대비 결과의 종합
따라서 이 사건 제2등록상표 및 이 사건 제3등록상표와 이 사건 제2, 3, 6, 7표장은 외관·호칭·관념이 달라 수요자나 거래관계자가 그 서비스업의 출처에 관하여 오인·혼동을 일으키게 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유사하지 않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제2, 3, 6, 7표장을 사용하는 행위는 이 사건 제2등록상표권 및 이 사건 제3등록상표권을 침해하는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
◇ 14면 15행부터 15면 5행
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 부정경쟁행위 주장에 대하여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은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영업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표지를 사용하여 타인의 영업상의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고의 영업표지인 ‘청담러닝’, ‘청담어학원’과 피고가 사용한 이 사건 제2, 3, 6, 7표장이 유사하다고 볼 수 없는 이상, 피고가 위 표장을 사용하는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관한 원고 주장은 이유 없다.
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 부정경쟁행위 주장에 대하여
1) 관련 법리
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은 종전 부정경쟁방지법의 적용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던 새로운 유형의 부정경쟁행위에 관한 규정을 신설한 것이다. 이는 새로이 등장하는 경제적 가치를 지닌 무형의 성과를 보호하고 입법자가 부정경쟁행위의 모든 행위를 규정하지 못한 점을 보완하여 법원이 새로운 유형의 부정경쟁행위를 좀 더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변화하는 거래관념을 적시에 반영하여 부정경쟁행위를 규율하기 위한 보충적 일반조항이다.
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의 보호대상인 ‘성과 등’을 판단할 때에는 결과물이 갖게 된 명성이나 경제적 가치, 결과물에 화체된 고객흡인력, 해당 사업 분야에서 결과물이 차지하는 비중과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성과 등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인지는 권리자가 투입한 투자나 노력의 내용과 정도를 그 성과 등이 속한 산업분야의 관행이나 실태에 비추어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되,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침해된 경제적 이익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공공영역(公共領域, public domain)에 속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6다276467 판결 등 참조).
다) 나아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이 정하는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한 경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권리자와 침해자가 경쟁관계에 있거나 가까운 장래에 경쟁관계에 놓일 가능성이 있는지, 권리자가 주장하는 성과 등이 포함된 산업분야의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의 내용과 그 내용이 공정한지, 위와 같은 성과 등이 침해자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의해 시장에서 대체될 수 있는지, 일반 수요자에게 성과 등이 어느 정도 알려졌는지, 일반 수요자의 혼동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6다276467 판결 등 참조).
2) 검토
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청담’은 현저한 지리적 명칭으로서 식별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통상 학원업 등에는 학원이 위치한 곳의 지리적 명칭을 포함하는 경우가 다수 존재하는 점에 비추어 이러한 지리적 명칭은 학원업 등과 관련하여서는 특히 특정인이 독점하도록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나) 원고는 ‘청담러닝’ 및 ‘청담어학원’이라는 영업표지를 사용하였을 뿐 ‘청담’이라는 문자 부분으로만 구성된 영업표지를 사용하지 않은 점, ‘청담’이 현저한 지리적 명칭에 해당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청담’이라는 문자 부분의 인지도가 원고가 상당한 노력을 들여 얻은 성과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 또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고의 영업표지인 ‘청담러닝’, ‘청담어학원’과 피고가 사용한 이 사건 제2, 3, 6, 7표장이 유사하다고 볼 수 없어 양 표장 간의 혼동가능성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피고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에서 말하는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원고의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라) 원고는 예비적으로 피고가 원고의 학원 업계에서 이루어 낸 명성, 신뢰 등의 성과에 편승하기 위해 원고의 매출액, 영업이익 추이, 영업이익률 추이 그래프를 마치 피고의 자료인 것처럼 제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원고의 성과가 마치 자신의 것인 것처럼 가장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한 광고 등에 사용하였으므로 피고의 이 사건 제2, 3, 6, 7표장의 사용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에 해당된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의 ‘청담러닝’, ‘청담어학원’ 영업표지 외에 원고가 주장하는 원고의 학원 업계에서 이루어 낸 명성, 신뢰 등과 관련된 결과물이 무엇인지 불분명하고, 설령 원고의 주장을 원고의 매출액, 영업이익 추이, 영업이익률 추이 그래프 자체를 ‘성과 등’에 해당한다는 것으로 선해하더라도 이를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에서 보호되는 ‘성과 등’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피고가 이 사건 제2, 3, 6, 7표장을 위 원고의 매출액, 영업이익 추이, 영업이익률 추이 그래프와 함께 제시하여 광고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요자들로 하여금 혼동을 유발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어, 이 사건 제2, 3, 6, 7표장과 관련하여서는 피고가 원고의 성과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마)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제2, 3, 6, 7표장을 사용하는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관한 원고 주장 역시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제1목록: 생략]
[[별 지] 제2목록: 생략]
판사 이형근(재판장) 김동규 우성엽 |
226,981 | 프로그램저작권침해금지등청구의소 | 2021다236111 | 20,210,909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저작권법 제2조 제31호에서 말하는 ‘법인 등의 기획’의 의미 및 이러한 ‘법인 등의 기획’이 묵시적으로 있었다고 하기 위한 요건 | null | 저작권법 제2조 제2호, 제31호, 제9조 | 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7다61168 판결(공2010상, 313) |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민후 담당변호사 구민정 외 3인)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태영정보시스템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담당변호사 이형욱 외 3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1. 4. 29. 선고 2020나2026087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저작권법 제2조 제31호는 “법인·단체 그 밖의 사용자(이하 ‘법인 등’이라 한다)의 기획하에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작성하는 저작물”을 업무상저작물이라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9조 본문은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되는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는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 다른 정함이 없는 때에는 그 법인 등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법인 등의 기획’이라 함은 법인 등이 일정한 의도에 기초하여 저작물의 작성을 구상하고 그 구체적인 제작을 업무에 종사하는 자에게 명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법인 등의 기획’은 명시적은 물론 묵시적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묵시적인 기획이 있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위 법 규정이 실제로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저작자로 하는 같은 법 제2조 제2호의 예외규정인 만큼 법인 등의 의사가 명시적으로 현출된 경우와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의사를 추단할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정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7다61168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가. 원심 판시 이 사건 프로그램들(이하 ‘이 사건 프로그램들’이라 한다)은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한다.
나. 원심 채택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판시와 같은 사정들만으로는 피고가 일정한 의도에 기초하여 이 사건 프로그램들의 작성을 구상하고 그 구체적인 제작을 업무에 종사하는 원고에게 명함으로써 이 사건 프로그램들이 개발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프로그램들의 개발에 관하여 피고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인 기획이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프로그램들은 저작권법 제2조 제31호의 업무상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 피고는 이 사건 프로그램들에 관한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
라. 저작권법 제125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프로그램들의 통상 사용료로서 원고의 손해액으로 추정되는 39,600,000원을 원고의 손해액으로 정함이 타당하다.
3.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저작물과 업무상저작물 및 저작권 침해 판단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217,427 | 증여세부과처분취소[2016. 2. 5. 개정 전 구 상증세법 시행령 제31조 제6항이 무효인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 | 2019두35695 | 20,210,909 | 선고 | 대법원 | 세무 | 전원합의체 판결 | [1] 조세법률주의 원칙의 의미 / 법률의 위임 없이 명령 또는 규칙 등의 행정입법으로 과세요건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거나 법률에 규정된 내용을 함부로 유추ㆍ확장하는 내용의 해석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적극) [2]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31조 제6항이 모법인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1조 제1항의 규정 취지에 반하고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인지 여부(적극) | [1] 조세법률주의 원칙은 과세요건 등 국민의 납세의무에 관한 사항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제정한 법률로써 규정하여야 하고, 그 법률을 집행하는 경우에도 이를 엄격하게 해석ㆍ적용하여야 하며, 행정편의적인 확장해석이나 유추적용을 허용하지 아니함을 뜻한다. 그러므로 법률의 위임 없이 명령 또는 규칙 등 행정입법으로 과세요건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거나 법률에 규정된 내용을 함부로 유추ㆍ확장하는 내용의 해석규정을 마련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위배된다. [2]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2016. 2. 5. 대통령령 제2696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2014년 개정 상증세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31조 제6항은 모법인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15. 12. 15. 법률 제135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2014년 개정 상증세법’이라 한다) 제41조 제1항의 규정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그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2014년 개정 상증세법 제41조 제1항은 문언의 일부 개정에도 불구하고 개정 전과 마찬가지로 재산의 무상제공 등 특정법인과 거래를 통하여 그 주주 등이 이익을 얻었음을 전제로 하여 그 이익, 즉 ‘주주 등이 보유한 특정법인 주식 등의 가액 증가분’의 정당한 계산방법에 관한 사항만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규정이라고 볼 것이다. (나) 한편 특정법인의 주주 등과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특정법인에 재산을 증여하는 거래를 하였더라도 거래를 전후하여 주주 등이 보유한 주식 등의 가액이 증가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주주 등이 얻은 이익이 없으므로 2014년 개정 상증세법 제41조 제1항에 근거하여 증여세를 부과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다) 그러나 2014년 개정 상증세법 시행령 조항이 특정법인에 대한 재산의 무상제공 거래 등이 있으면 그 자체로 주주 등이 이익을 얻은 것으로 간주하여 주주 등이 실제로 얻은 이익의 유무나 다과와 무관하게 증여세 납세의무를 부담하도록 정하고 있는 것은 2014년 개정 전 상증세법 시행령 제31조 제6항과 동일하다. | [1] 헌법 제38조, 제59조 / [2] 헌법 제38조, 제59조, 제95조,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15. 12. 15. 법률 제135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1조 제1항(현행 제45조의5 제1항 참조), 제2항(현행 제45조의5 제3항 참조),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2016. 2. 5. 대통령령 제2696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 제6항(현행 제34조의5 제4항 참조) | [1] 대법원 2007. 5. 17. 선고 2006두8648 전원합의체 판결(공2007상, 916) |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원 담당변호사 오치선)
【피고, 상고인】
성북세무서장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9. 1. 16. 선고 2018누64766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가. 원고들은 그 부모와 함께 주식회사 두양주택과 주식회사 두양엔지니어링(이하 ‘이 사건 각 회사’라 한다)의 발행주식 전부를 소유하고 있다.
나. 피고들은 원고들의 아버지 소외인이 2014년과 2015년에 이 사건 각 회사에 금전을 무상으로 대여함으로써 주주인 원고들이 구「상속세 및 증여세법」(2014. 1. 1. 법률 제12168호로 개정되어 2015. 12. 15. 법률 제135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2014년 개정 상증세법’이라 한다) 제41조에서 정한 이익을 얻었다고 보아, 구「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2014. 2. 21. 대통령령 제25195호로 개정되어 2016. 2. 5. 대통령령 제2696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2014년 개정 상증세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31조 제6항에 따라 증여재산가액을 산정하여, 각각 원고들에게 2014. 1. 1. 자 및 2015. 1. 1. 자 증여분에 대한 증여세를 부과하였다(이하 ‘이 사건 각 처분’이라 한다).
2. 2014년 개정 전 상증세법 시행령 제31조 제6항의 무효를 선언한 대법원판결과 관련 법령의 개정
가. 대법원판결
1) 구「상속세 및 증여세법」(2010. 1. 1. 법률 제99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2010년 개정 전 상증세법’이라 한다) 제41조 제1항은 ‘결손금이 있거나 휴업 또는 폐업 중인 법인(특정법인)의 주주 등과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당해 특정법인과 재산 또는 용역을 무상제공하는 거래 등을 통하여 당해 특정법인의 주주 등이 이익을 얻은 경우에는 그 이익에 상당하는 금액을 당해 특정법인의 주주 등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고 규정하였고, 같은 조 제2항의 위임에 따른 구「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2003. 12. 30. 대통령령 제18177호로 개정되어 2014. 2. 21. 대통령령 제2519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2014년 개정 전 상증세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31조 제6항은 법 제41조 제1항의 이익을 특정법인의 증여재산가액 등에 그 최대주주 등의 주식 등 비율을 곱하여 계산하도록 규정하였다.
대법원 2009. 3. 19. 선고 2006두19693 전원합의체 판결은 2010년 개정 전 상증세법 제41조 제1항이 특정법인과 일정한 거래를 통하여 최대주주 등이 이익을 얻은 경우에 이를 전제로 그 이익의 계산만을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음에도, 2014년 개정 전 상증세법 시행령 제31조 제6항은 특정법인이 얻은 이익을 바로 주주 등이 얻은 이익이라고 보고 증여재산가액을 계산하도록 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위 시행령 조항이 모법의 규정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그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2) 구「상속세 및 증여세법」(2010. 1. 1. 법률 제9916호로 개정되어 2014. 1. 1. 법률 제1216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2014년 개정 전 상증세법’이라 한다) 제41조 제1항은 특정법인의 주주 등이 ‘이익을 얻은 경우’라는 기존의 문구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익을 얻은 경우’로 변경하였으나, 대법원이 위와 같이 무효라고 판단한 2014년 개정 전 상증세법 시행령 제31조 제6항은 2014. 2. 21. 대통령령 제25195호로 개정되기 전까지 그대로 유지되었다.
대법원 2017. 4. 20. 선고 2015두45700 전원합의체 판결은 위 대법원 2006두19693 판결과 사실상 같은 취지에서 2014년 개정 전 상증세법 제41조 제1항의 위임에 따른 2014년 개정 전 상증세법 시행령 제31조 제6항 역시 모법의 규정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그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나. 2014년 관련 법령의 개정과 그 내용
1) 2014년 개정 상증세법 제41조 제1항은 ‘결손금이 있거나 휴업ㆍ폐업 중인 법인 또는 제45조의3 제1항에 따른 지배주주와 그 친족이 지배하는 영리법인(특정법인)의 주주 등의 특수관계인이 그 특정법인과 재산이나 용역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거래 등을 하여 그 특정법인의 주주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익을 얻은 경우에는 그 이익에 상당하는 금액을 그 특정법인의 주주 등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고 규정하였다. 위 조항은 2014년 개정 전 상증세법 시행령 제31조 제6항과 동일하게 규정하면서, 특정법인으로 ‘법 제45조의3 제1항에 따른 지배주주와 그 친족이 지배하는 영리법인’을 추가하였다.
2) 이에 따라 2014년 개정 상증세법 시행령 제31조 제6항은 법 제41조 제1항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익’이란 ‘증여재산가액 등에서 ‘특정법인의 법인세법 제55조 제1항에 따른 산출세액(같은 법 제55조의2에 따른 토지 등 양도소득에 대한 법인세액은 제외한다)에서 법인세액의 공제ㆍ감면액을 뺀 금액에 각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에서 그 증여재산가액 등이 차지하는 비율(1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1로 한다)을 곱하여 계산한 금액’을 공제한 금액에 그 최대주주 등의 주식 등의 비율을 곱하여 계산한 금액(해당 금액이 1억 원 이상인 경우로 한정한다)’을 말한다고 규정하였다.
3.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가. 2014년 개정 상증세법 시행령 제31조 제6항의 무효 여부에 관한 판단
1) 조세법률주의 원칙은 과세요건 등 국민의 납세의무에 관한 사항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제정한 법률로써 규정하여야 하고, 그 법률을 집행하는 경우에도 이를 엄격하게 해석ㆍ적용하여야 하며, 행정편의적인 확장해석이나 유추적용을 허용하지 아니함을 뜻한다. 그러므로 법률의 위임 없이 명령 또는 규칙 등 행정입법으로 과세요건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거나 법률에 규정된 내용을 함부로 유추ㆍ확장하는 내용의 해석규정을 마련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대법원 2007. 5. 17. 선고 2006두864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2014년 개정 상증세법 시행령 제31조 제6항은 모법인 2014년 개정 상증세법 제41조 제1항의 규정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그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2014년 개정 상증세법 제41조 제1항은 특정법인의 범위를 확대하였을 뿐 나머지 과세요건에 대하여는 개정 전과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으므로 여전히 특정법인에 대한 재산의 무상제공 등으로 인하여 그 주주 등이 상증세법상 증여재산에 해당하는 이익을 얻었음을 전제로 하는 규정으로 보아야 하고, 재산의 무상제공 등의 상대방이 특정법인인 이상 그로 인하여 주주 등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그가 보유하고 있는 특정법인 주식 등의 가액 증가분 외에 다른 것을 상정하기 어렵다.
나) 따라서 2014년 개정 상증세법 제41조 제1항은 그 문언의 일부 개정에도 불구하고 개정 전과 마찬가지로 재산의 무상제공 등 특정법인과 거래를 통하여 그 주주 등이 이익을 얻었음을 전제로 하여 그 이익, 즉 ‘주주 등이 보유한 특정법인 주식 등의 가액 증가분’의 정당한 계산방법에 관한 사항만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규정이라고 볼 것이다.
다) 한편 특정법인의 주주 등과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특정법인에 재산을 증여하는 거래를 하였더라도 그 거래를 전후하여 주주 등이 보유한 주식 등의 가액이 증가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그 주주 등이 얻은 이익이 없으므로 2014년 개정 상증세법 제41조 제1항에 근거하여 증여세를 부과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설령 위와 같은 거래를 전후하여 주주 등이 보유한 주식 등의 가액이 증가하였다고 하더라도 특정법인에 대한 증여재산가액이 그 주식 등의 가액 증가분을 초과할 경우 그 초과분에 대하여는 그 주주 등이 얻은 이익이 없다고 보아야 하므로 그 부분에 대하여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음은 마찬가지이다.
라) 그런데 2014년 개정 상증세법 시행령 제31조 제6항은 2014년 개정 상증세법 제41조 제1항이 특정법인의 범위를 확대함에 따라 해당 거래와 관련하여 법인의 소득금액에 대한 법인세와 그 주주 등의 이익에 대한 증여세가 함께 부과될 수 있음을 고려하여 증여재산가액에서 특정법인이 부담하는 법인세 중 일정액을 공제하는 것으로 그 내용이 일부 변경되었다. 그러나 위 시행령 조항이 특정법인에 대한 재산의 무상제공 거래 등이 있으면 그 자체로 주주 등이 이익을 얻은 것으로 간주하여 주주 등이 실제로 얻은 이익의 유무나 다과와 무관하게 증여세 납세의무를 부담하도록 정하고 있는 것은 2014년 개정 전 상증세법 시행령 제31조 제6항과 동일하다.
마) 결국 2014년 개정 상증세법 시행령 제31조 제6항 역시 모법인 2014년 개정 상증세법 제41조 제1항의 규정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그 위임범위를 벗어나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따라 마땅히 국회가 법률로 정하여야 할 사항인 과세요건을 창설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3)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2014년 개정 상증세법 시행령 제31조 제6항이 무효라고 판단한 것은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위임입법의 한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나. 2014년 증여분에 대한 증여세 부과처분의 위법 여부에 관한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각 처분 중 2014년 증여분에 대한 증여세 부과처분은 소외인의 이 사건 각 회사에 대한 금전 무상대여로 2014. 1. 1. 원고들에 대한 이익의 증여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이루어진 것인데, 위 증여일 당시에는 무효인 2014년 개정 전 상증세법 시행령 제31조 제6항이 시행되고 있었을 뿐이므로, 위 부과처분은 2014년 개정 상증세법 제41조에서 확장한 특정법인과 관련한 과세를 위한 시행령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세를 위한 요건을 시행령에 위임한 위 법 규정만을 근거로 이루어진 것으로, 조세법률주의 원칙이나 소급과세금지원칙 등에 비추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을 관련 규정과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2014년 개정 상증세법 제41조의 적용범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
다. 2015년 증여분에 대한 증여세 부과처분의 위법 여부에 관한 판단
1)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각 처분 중 2015년 증여분에 대한 증여세 부과처분은 무효인 2014년 개정 상증세법 시행령 제31조 제6항을 근거로 한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가) 2015년 증여분에 대한 증여세 부과처분은 2015. 1. 1. 원고들에 대한 이익의 증여가 있다고 보아 이루어진 것인데, 당시 시행 중이던 2014년 개정 상증세법 시행령 제31조 제6항은 모법인 2014년 개정 상증세법 제41조 제1항의 규정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그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이어서 무효이다. 따라서 2014년 개정 상증세법 제41조 제1항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익’인 특정법인의 주주 등이 보유한 특정법인 주식 등의 가액 증가분 산정방법은 대통령령에 구체적으로 정함이 없는 공백상태가 된다.
나) 이러한 경우에는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따라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달리 특정법인의 주주 등이 보유한 특정법인 주식 등의 가액 증가분을 산정하기 위하여 상증세법상 보충적 평가방법 등을 적용하는 것은 2014년 개정 상증세법 제41조 제1항, 제2항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익을 얻은 경우 그 이익에 상당하는 금액을 그 특정법인의 주주 등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하고, 그 계산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법문을 함부로 유추ㆍ확장하는 것으로서 조세법률주의에 반한다.
2) 관련 규정과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2014년 개정 상증세법 제41조의 적용범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
4.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이 부분 상고이유의 요지는, 주식회사 두양주택은 2014. 1. 1. 및 2015. 1. 1.을 기준으로 결손금이 없으므로 2014년 개정 상증세법 제41조 제1항이 규정한 특정법인에 해당하지 아니함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판단하였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2014년 개정 전후의 각 상증세법 시행령 제31조 제6항이 무효인 이상 그 모법인 2014년 개정 상증세법 제41조 제1항만으로 원고들에게 증여세를 부과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들의 위 상고이유 주장은 판결의 결론에 영향을 미칠 수 없어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이기택 김재형 조재연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노태악 이흥구(주심) 천대엽 |
217,431 |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재물손괴등)ㆍ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ㆍ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상해)[가정불화로 처와 일시 별거 중인 남편이 그의 부모와 함께 주거지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처로부터 집을 돌보아 달라는 부탁을 받은 처제가 출입을 못하게 하자, 출입문에 설치된 잠금장치를 손괴하고 주거지에 출입하여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죄 등으로 기소된 사안] | 2020도6085 | 20,210,909 | 선고 | 대법원 | 형사 | 전원합의체 판결 | [1]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이 법률적인 근거 기타 정당한 이유 없이 다른 공동거주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 출입하는 것을 금지하였는데 다른 공동거주자가 이에 대항하여 공동생활의 장소에 들어간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및 그 공동거주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 출입하기 위하여 출입문의 잠금장치를 손괴하는 등 다소간의 물리력을 행사하여 그 출입을 금지한 공동거주자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쳤더라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 이때 그 공동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공동생활의 장소에 함께 들어간 외부인의 출입 및 이용행위가 전체적으로 그의 출입을 승낙한 공동거주자의 통상적인 공동생활 장소의 출입 및 이용행위의 일환이자 이에 수반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 그 외부인에 대하여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2] 피고인 甲은 처(妻) 乙과의 불화로 인해 乙과 공동생활을 영위하던 아파트에서 짐 일부를 챙겨 나왔는데, 그 후 자신의 부모인 피고인 丙, 丁과 함께 아파트에 찾아가 출입문을 열 것을 요구하였으나 乙은 외출한 상태로 乙의 동생인 戊가 출입문에 설치된 체인형 걸쇠를 걸어 문을 열어 주지 않자 공동하여 걸쇠를 손괴한 후 아파트에 침입하였다고 하여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주거침입)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아파트에 대한 공동거주자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던 피고인 甲에게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 丙, 丁에 대하여도 같은 법 위반(공동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 [1] [다수의견] (가) 형법은 제319조 제1항에서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를 주거침입죄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주거침입죄는 주거에 거주하는 거주자, 건조물이나 선박, 항공기의 관리자, 방실의 점유자 이외의 사람이 위 주거,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방실(이하 ‘주거 등’이라 한다)에 침입한 경우에 성립한다. 따라서 주거침입죄의 객체는 행위자 이외의 사람, 즉 ‘타인’이 거주하는 주거 등이라고 할 것이므로 행위자 자신이 단독으로 또는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거주하거나 관리 또는 점유하는 주거 등에 임의로 출입하더라도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다만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주거에 거주하거나 건조물을 관리하던 사람이 공동생활관계에서 이탈하거나 주거 등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ㆍ관리를 상실한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을 뿐이다. (나) 주거침입죄가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이상, 공동주거에서 생활하는 공동거주자 개개인은 각자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누릴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공동거주자 각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동주거관계의 취지 및 특성에 맞추어 공동주거 중 공동생활의 장소로 설정한 부분에 출입하여 공동의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유로, 다른 공동거주자가 이에 출입하여 이용하는 것을 용인할 수인의무도 있다. 그것이 공동거주자가 공동주거를 이용하는 보편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이처럼 공동거주자 각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서 누리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라는 법익은 공동거주자 상호 간의 관계로 인하여 일정 부분 제약될 수밖에 없고, 공동거주자는 이러한 사정에 대한 상호 용인하에 공동주거관계를 형성하기로 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공동거주자 상호 간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공동거주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 자유로이 출입하고 이를 이용하는 것을 금지할 수 없다.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이 법률적인 근거 기타 정당한 이유 없이 다른 공동거주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 출입하는 것을 금지한 경우, 다른 공동거주자가 이에 대항하여 공동생활의 장소에 들어갔더라도 이는 사전 양해된 공동주거의 취지 및 특성에 맞추어 공동생활의 장소를 이용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할 뿐, 그의 출입을 금지한 공동거주자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라는 법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주거침입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설령 그 공동거주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 출입하기 위하여 출입문의 잠금장치를 손괴하는 등 다소간의 물리력을 행사하여 그 출입을 금지한 공동거주자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쳤더라도 그러한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별도의 규정에 따라 처벌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아니함은 마찬가지이다. (다) 공동거주자 각자가 상호 용인한 통상적인 공동생활 장소의 출입 및 이용행위의 내용과 범위는 공동주거의 형태와 성질, 공동주거를 형성하게 된 경위 등에 따라 개별적ㆍ구체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에 따른 외부인의 공동생활 장소의 출입 및 이용행위가 외부인의 출입을 승낙한 공동거주자의 통상적인 공동생활 장소의 출입 및 이용행위의 일환이자 이에 수반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외부인의 행위는 전체적으로 그 공동거주자의 행위와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이 법률적인 근거 기타 정당한 이유 없이 다른 공동거주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 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에 대항하여 다른 공동거주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그의 출입을 금지한 공동거주자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쳤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로서, 그 공동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공동생활의 장소에 함께 들어간 외부인의 출입 및 이용행위가 전체적으로 그의 출입을 승낙한 공동거주자의 통상적인 공동생활 장소의 출입 및 이용행위의 일환이자 이에 수반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라면, 이를 금지하는 공동거주자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쳤음에도 불구하고 그 외부인에 대하여도 역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대법관 이기택의 별개의견] (가) 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따라 살펴본다.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의 의미가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출입 당시 객관적ㆍ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다. 하지만 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거주자의 의사해석의 문제이다. 사실상의 평온을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대체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나) 행위자의 출입이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는 출입 당시의 객관적 사정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여 거주자의 진정한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는 외부적으로 드러난 의사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할 것이나, 그 외 출입 당시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결국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에 관한 해석은 사실인정의 영역이라고 할 것이다. (다) 거주자가 명시적으로 출입금지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 그러한 출입금지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에 들어간 경우에는 대체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거주자의 출입금지에 관한 의사에는 그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거주자가 출입을 금지한 이유를 알아야 비로소 그 진정한 의사가 확인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단순히 외부적으로 표시한 출입금지의 의사를 기준으로 하여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경우 부당한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주거침입죄의 가벌성의 범위가 부당하게 넓어질 수 있다. 그만큼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거주자의 진정한 의사가 중요한 이유이다. 거주자가 명시적으로 출입금지의 의사를 표시하였더라도 그러한 의사에 전제나 배경이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가령 거주자가 출입이 허용되는 신분이나 자격을 전제로 출입 허용 여부를 정한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출입이 허용되는 신분이나 자격이 있는 사람이 출입한 경우에는 침입이라고 볼 수 없으나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신분이나 출입 자격이 없는 경우에는 침입이라고 볼 수 있다.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 (가) 대법원은2021. 9. 9. 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로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이 ‘주거권’이 아니고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라는 점을 재확인하였다. 이는 공동주거의 경우에도 동일하다. (나) 주거 내에 현재하는 공동거주자가 출입을 금지하였는데도 불구하고 폭력적인 방법 또는 비정상적인 경로로 공동주거에 출입한 경우는 출입 당시 객관적ㆍ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에 비추어 주거 내에 현재하는 공동거주자의 평온상태를 명백히 해치는 것이어서 침입행위에 해당하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 그러한 주거침입행위자가 스스로 집을 나간 공동거주자이거나, 그 공동거주자로부터 승낙을 받은 외부인이라 하여도 마찬가지이다. (다) 다수의견은 행위자가 공동으로 거주하거나 관리 또는 점유하는 주거 등에 다른 공동거주자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출입하더라도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하나, 찬성할 수 없다. [2] 피고인 甲은 처(妻) 乙과의 불화로 인해 乙과 공동생활을 영위하던 아파트에서 짐 일부를 챙겨 나왔는데, 그 후 자신의 부모인 피고인 丙, 丁과 함께 아파트에 찾아가 출입문을 열 것을 요구하였으나 乙은 외출한 상태로 乙의 동생인 戊가 출입문에 설치된 체인형 걸쇠를 걸어 "언니가 귀가하면 오라."며 문을 열어 주지 않자 공동하여 걸쇠를 손괴한 후 아파트에 침입하였다고 하여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주거침입)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 甲이 아파트에서의 공동생활관계에서 이탈하였다거나 그에 대한 지배ㆍ관리를 상실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공동거주자인 乙이나 그로부터 출입관리를 위탁받은 戊가 공동거주자인 피고인 甲의 출입을 금지할 법률적인 근거 기타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아파트에 대한 공동거주자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던 피고인 甲이 아파트에 출입하는 과정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금지하는 戊의 조치에 대항하여 걸쇠를 손괴하는 등 물리력을 행사하였다고 하여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고, 한편 피고인 丙, 丁은 공동거주자이자 아들인 피고인 甲의 공동주거인 아파트에 출입함에 있어 戊의 정당한 이유 없는 출입금지 조치에 대항하여 아파트에 출입하는 데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 甲이 걸쇠를 손괴하는 등 물리력을 행사하고 피고인 丙도 이에 가담함으로써 공동으로 재물손괴 범죄를 저질렀으나 피고인 丙의 행위는 그 실질에 있어 피고인 甲의 행위에 편승, 가담한 것에 불과하므로, 피고인 丙, 丁이 아파트에 출입한 행위 자체는 전체적으로 공동거주자인 피고인 甲이 아파트에 출입하고 이를 이용하는 행위의 일환이자 이에 수반되어 이루어진 것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있어 피고인 丙, 丁에 대하여도 같은 법 위반(공동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 [1] 형법 제319조 제1항 / [2]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항 제1호, 형법 제319조 제1항, 제366조 | [1] 대법원 1982. 4. 27. 선고 81도2956 판결(공1982, 544), 대법원 2012. 12. 27. 선고 2010도16537 판결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2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및 검사(피고인 1에 대하여)
【변 호 인】
변호사 김현근 외 2인
【원심판결】
서울동부지법 2020. 4. 24. 선고 2019노1473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유죄 부분과 피고인 3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검사와 피고인 1의 상고를 각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법원의 심판 범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 2, 피고인 3에 대한「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폭력행위처벌법’이라 한다) 위반(공동상해)의 점에 대하여 제1심이 무죄를 선고하였고, 검사가 항소하였으나 원심은 이를 기각하였다. 이에 대하여는 검사가 상고하지 않았으므로 이 부분은 확정되었다. 따라서 피고인 2, 피고인 3에 대하여는 이미 무죄로 확정된 이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만이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된다 할 것이므로, 이에 관한 상고이유만을 살펴보기로 한다.
2. 사건의 개요와 쟁점
가. 심판대상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 1은 공소외 1의 남편이자 공소외 2의 형부이고, 피고인 2, 피고인 3은 피고인 1의 부모이자 공소외 1의 시부모이다.
1)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재물손괴등)
피고인들은 2018. 5. 19. 14:30경 피해자 공소외 1의 주거지인 이 사건 아파트에 찾아가 출입문을 열 것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피해자 공소외 1은 외출한 상태로 동생인 공소외 2가 출입문에 설치된 체인형 걸쇠를 걸어 "언니가 귀가하면 오라."며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 이에 피고인 1, 피고인 2는 공동하여, 피고인 1은 열린 틈 사이로 손을 넣어 위 체인형 걸쇠를 수차례 내려치고, 피고인 2는 문고리를 계속 흔들어 위 출입문에 설치되어 있던 체인형 걸쇠가 출입문에서 떨어져 나가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 1, 피고인 2는 피해자 공소외 1 소유의 금액 미상의 체인형 걸쇠를 손괴하여 그 효용을 해하였다.
2)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주거침입)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제1)항 기재 일시 및 장소에서 피해자 공소외 2가 머무르고 있던 주거지의 출입문에 설치된 체인형 걸쇠를 손괴한 후 침입하였다.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1) 피고인 1, 피고인 2에 대한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재물손괴등) 부분에 관하여는 이를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피고인 1에 대한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주거침입) 부분에 관하여는, 형법상 주거침입죄의 객체인 주거는 타인이 거주하는 것에 한하고, 타인과 공동으로 생활하고 있는 자가 행위자인 경우에는 그가 공동생활에서 이탈한 후가 아니면 당해 주거는 본죄의 객체가 되지 않는데, 피고인 1이 이 사건 당시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공동거주자의 지위에서 이탈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이를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3) 피고인 2, 피고인 3에 대한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주거침입) 부분에 관하여는, 복수의 주거권자가 있는 경우 한 사람의 승낙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직접ㆍ간접으로 반하는 경우에는 그에 의한 주거에의 출입은 그 의사에 반한 사람의 주거의 평온, 즉 주거의 지배ㆍ관리의 평온을 해치는 결과가 되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데, 피고인 2, 피고인 3이 이 사건 아파트의 공동거주자인 피고인 1의 승낙을 받고 이 사건 아파트에 들어갔더라도 다른 거주자인 공소외 1이나 위 공소외 1로부터 주거에 대한 출입관리를 위탁받은 피해자 공소외 2의 승낙을 받지 못하여 피해자 공소외 2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깨뜨렸으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는 이유로 이를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다. 검사와 피고인들의 상고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검사의 상고이유
피고인 1은 이 사건 아파트에서 이탈하여 공동거주자의 지위를 상실하였고, 피고인 2, 피고인 3과 함께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이 사건 아파트에 들어갔으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달리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주거침입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2) 피고인들의 상고이유
가) 피고인 1, 피고인 2에 대한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재물손괴등) 부분에 관하여
피고인 1, 피고인 2가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체인형 걸쇠를 손괴한 사실이 없고 이를 손괴하려는 고의도 없었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위 피고인들의 행위는 자구행위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재물손괴등)죄의 성립, 정당행위, 자구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나) 피고인 2, 피고인 3에 대한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주거침입) 부분에 관하여
(1)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을 받고 공동주거에 들어간 경우에는 다른 거주자에 대한 범죄 목적으로 들어가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피고인 2, 피고인 3은 이 사건 아파트의 공동거주자인 피고인 1의 승낙을 받고 이 사건 아파트에 들어갔고, 다른 거주자인 공소외 1이나 피해자 공소외 2에 대한 범죄를 목적으로 들어간 것도 아니므로 위 피고인들에 대하여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2) 피고인 2, 피고인 3에게는 주거침입의 고의가 없었고, 위 피고인들의 행위는 형법 제20조에서 정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 또는 형법 제23조에서 정한 자구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피고인들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주거침입죄의 성립, 정당행위, 자구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라. 관련 법리
주거침입죄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해석하여야 하므로, 침입이란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출입 당시 객관적ㆍ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다. 사실상의 평온을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겠지만,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거주자의 주관적 사정만으로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마. 이 사건의 주된 쟁점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논의의 전제
이 사건은 이 사건 아파트의 공동거주자이던 피고인 1이 그의 부모이자 다른 공동거주자 공소외 1의 시부모인 피고인 2, 피고인 3과 함께 이 사건 아파트에 출입하는 과정에서, 공소외 1의 위탁으로 이 사건 아파트 내에 머무르고 있던 피해자 공소외 2가 이 사건 아파트 출입문에 체인형 걸쇠를 걸어 출입문을 열어 주지 않는 등 피고인 1의 출입을 금지하자 그 체인형 걸쇠를 손괴하는 등 물리력을 행사한 사안이다. 피고인들의 이 사건 아파트 출입 당시 객관적ㆍ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에 비추어 피해자 공소외 2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있다.
2) 이 사건의 주된 쟁점 사항
가) 첫 번째 쟁점은,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이 그의 출입을 금지한 다른 공동거주자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공동주거에 들어간 경우 그것이 공동주거의 보편적인 이용형태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이다.
나) 두 번째 쟁점은,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이 그의 공동주거 출입을 금지한 다른 공동거주자에 대항하여 물리력의 행사를 통해 공동주거에 출입함에 있어 이러한 공동거주자의 행위에 외부인이 가담하여 함께 그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다른 공동거주자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공동주거에 들어간 경우 그것이 외부인의 출입을 승낙한 공동거주자의 통상적인 공동주거 이용행위이거나 이에 수반되는 행위에 해당한다면 그 외부인에 대하여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이다.
3.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인 1에 대한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주거침입) 부분에 관하여
1) 형법은 제319조 제1항에서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를 주거침입죄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주거침입죄는 주거에 거주하는 거주자, 건조물이나 선박, 항공기의 관리자, 방실의 점유자(이하 ‘거주자 등’이라 한다) 이외의 사람이 위 주거,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방실(이하 ‘주거 등’이라 한다)에 침입한 경우에 성립한다. 따라서 주거침입죄의 객체는 행위자 이외의 사람, 즉 ‘타인’이 거주하는 주거 등이라고 할 것이므로 행위자 자신이 단독으로 또는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거주하거나 관리 또는 점유하는 주거 등에 임의로 출입하더라도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다만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주거에 거주하거나 건조물을 관리하던 사람이 공동생활관계에서 이탈하거나 주거 등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ㆍ관리를 상실한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을 뿐이다.
대법원은 이러한 취지에서 피해자와 피고인이 동거하는 주거는 타인의 주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인이 그 주거에 들어갔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을 수긍하였고(대법원 2012. 12. 27. 선고 2010도16537 판결 참조), 공동관리 중인 건조물에 공동점유자 중의 1인이 임의로 출입하였더라도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1982. 4. 27. 선고 81도2956 판결 참조).
2) 한편 주거침입죄가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이상, 공동주거에서 생활하는 공동거주자 개개인은 각자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누릴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공동거주자 각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동주거관계의 취지 및 특성에 맞추어 공동주거 중 공동생활의 장소로 설정한 부분에 출입하여 공동의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유로, 다른 공동거주자가 이에 출입하여 이용하는 것을 용인할 수인의무도 있다. 그것이 공동거주자가 공동주거를 이용하는 보편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이처럼 공동거주자 각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서 누리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라는 법익은 공동거주자 상호 간의 관계로 인하여 일정 부분 제약될 수밖에 없고, 공동거주자는 이러한 사정에 대한 상호 용인하에 공동주거관계를 형성하기로 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공동거주자 상호 간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공동거주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 자유로이 출입하고 이를 이용하는 것을 금지할 수 없다.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이 법률적인 근거 기타 정당한 이유 없이 다른 공동거주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 출입하는 것을 금지한 경우, 다른 공동거주자가 이에 대항하여 공동생활의 장소에 들어갔더라도 이는 사전 양해된 공동주거의 취지 및 특성에 맞추어 공동생활의 장소를 이용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할 뿐, 그의 출입을 금지한 공동거주자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라는 법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주거침입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설령 그 공동거주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 출입하기 위하여 출입문의 잠금장치를 손괴하는 등 다소간의 물리력을 행사하여 그 출입을 금지한 공동거주자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쳤더라도 그러한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별도의 규정에 따라 처벌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아니함은 마찬가지이다.
3) 원심은 아래와 같은 사실관계와 이유를 근거로 피고인 1에 대하여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가)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
(1) 피고인 1과 공소외 1은 2015. 9. 5. 혼인한 법률상 부부로, 그 사이에는 자녀가 1명이 있고, 2016. 8. 15. 무렵부터 이 사건 아파트에서 부부생활을 영위해 왔다.
(2) 피고인 1과 공소외 1은 2018. 1.경부터 신축 아파트 분양문제로 다툼이 잦아졌고, 피고인 1은 2018. 4. 9. 공소외 1과 싸우고 자신의 짐 일부를 챙겨 이 사건 아파트에서 나갔는데, 피고인 1은 2018. 4. 13. 이 사건 아파트를 찾아갔다가 공소외 1과 다시 싸우고 집을 나왔다. 그 이후 공소외 1은 이 사건 아파트의 출입문의 비밀번호를 일방적으로 변경하고 출입문에 체인형 걸쇠도 부착하였다.
(3) 피고인 1은 휴대전화 메신저를 통해 2018. 4. 17.과 2018. 4. 19. 공소외 1에게 이 사건 아파트 현관 출입문의 비밀번호를 알려 줄 것을 요청하였고, 2018. 5. 4.에는 이 사건 아파트를 찾아가 현관에서 출입문을 열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하였지만 거부당했다.
(4) 공소외 1은 이 사건 발생 이후인 2018. 6. 28.경 법원에 이혼 등을 청구하였고, 2018. 9. 4. 피고인 1과 공소외 1 사이에 이혼조정이 성립되었다.
나) 원심의 판단 이유
이 사건 당시 피고인 1과 공소외 1 사이에 부부관계를 청산하고 피고인 1이 공동주거인 이 사건 아파트에서 나가서 살기로 하는 명시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 1이 위 아파트에서 짐 일부를 챙겨 나갔다거나 공소외 1이 일방적으로 출입문의 비밀번호를 변경하여 피고인 1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 1이 공동거주자의 지위에서 이탈하거나 배제되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 1이 이 사건 아파트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출입문에 설치된 체인형 걸쇠를 손괴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4)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본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 1이 이 사건 아파트에서의 공동생활관계에서 이탈하였다거나 그에 대한 지배ㆍ관리를 상실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나아가 이 사건 아파트의 공동거주자인 공소외 1이나 그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출입관리를 위탁받은 피해자 공소외 2가 이 사건 아파트의 공동거주자인 피고인 1의 이 사건 아파트 출입을 금지할 법률적인 근거 기타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공동거주자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던 피고인 1이 이 사건 아파트에 출입하는 과정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금지하는 피해자 공소외 2의 조치에 대항하여 이 사건 아파트의 출입문에 설치된 체인형 걸쇠를 손괴하는 등 물리력을 행사하였다고 하여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다.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주거침입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피고인 1에 대한 나머지 부분에 관하여
한편 검사는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부분 전부에 대하여 상고하였으나, 원심이 유죄로 판단한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재물손괴등)에 대하여는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이에 관한 구체적인 불복이유를 기재하지 않았다.
4. 피고인들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인 1, 피고인 2에 대한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재물손괴등) 부분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재물손괴등)죄의 성립, 자구행위,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피고인 2, 피고인 3에 대한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주거침입) 부분에 관하여
1) 공동주거에서 생활하고 있는 공동거주자 개개인은 각자가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누릴 수 있으므로 외부인이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을 받아 공동주거에 들어가더라도 다른 공동거주자에 대한 관계에서 그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들어간 경우에는 다른 공동거주자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에 대한 침해가 된다는 점에서 주거침입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동거주자 각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동주거관계의 취지 및 특성에 맞추어 공동주거 중 공동생활의 장소에 출입하고 이를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공동거주자가 이에 출입하고 이를 이용하는 것도 용인하여야 한다. 이처럼 공동거주자 각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서 누리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라는 법익은 공동거주자 상호 간의 관계로 인하여 일정 부분 제약될 수밖에 없고, 공동거주자는 이러한 사정에 대한 상호 용인하에 공동주거관계를 형성하기로 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공동거주자가 상호 용인한 범위 내에서 통상적으로 공동생활의 장소에 출입하고 이를 이용하는 행위는 설령 그 행위태양이 다른 공동거주자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것으로 볼 수 있을지라도 그의 주거의 평온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볼 수 없으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외부인이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에 따라서 공동생활의 장소에 함께 출입한 것이 다른 공동거주자의 주거의 평온을 침해하는 행위가 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도 이러한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2) 공동거주자 각자가 상호 용인한 통상적인 공동생활 장소의 출입 및 이용행위의 내용과 범위는 공동주거의 형태와 성질, 공동주거를 형성하게 된 경위 등에 따라 개별적ㆍ구체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에 따른 외부인의 공동생활 장소의 출입 및 이용행위가 외부인의 출입을 승낙한 공동거주자의 통상적인 공동생활 장소의 출입 및 이용행위의 일환이자 이에 수반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외부인의 행위는 전체적으로 그 공동거주자의 행위와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이 법률적인 근거 기타 정당한 이유 없이 다른 공동거주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 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에 대항하여 다른 공동거주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그의 출입을 금지한 공동거주자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쳤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로서, 그 공동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공동생활의 장소에 함께 들어간 외부인의 출입 및 이용행위가 전체적으로 그의 출입을 승낙한 공동거주자의 통상적인 공동생활 장소의 출입 및 이용행위의 일환이자 이에 수반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라면, 이를 금지하는 공동거주자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쳤음에도 불구하고 그 외부인에 대하여도 역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개인의 법익이 침해되는가를 판단함에 있어 그 법익의 사회적 함의 및 한계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공동주거의 경우 공동거주자 각자의 개별적인 법익보호라는 측면만이 아니라 공동주거라고 하는 공동생활의 의미와 그에 따르는 사회적 한계를 고려하여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의 침해 여부 및 범죄의 성립 여부를 살펴보아야 한다. 여러 사람이 함께 거주하는 공동주거에서는 공동거주자 각자가 누리는 주거에서의 법익이 일정 부분 제약되고, 공동거주자 상호 간에 이러한 제약을 용인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에 따른 외부인의 출입이 공동주거의 형태와 성질, 공동주거관계를 형성하게 된 경위, 공동거주자와 외부인의 관계, 외부인이 공동주거에 출입한 목적, 출입태양 등에 비추어 그의 출입을 승낙한 공동거주자의 통상적인 공동생활 장소의 출입 및 이용행위의 일환이자 이에 수반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임에도 다른 공동거주자의 공동주거 내에서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깨뜨리는 측면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은 공동거주자 상호 간에 용인한 의사에 반할 뿐만 아니라 공동주거의 본질과 특성, 다양성 및 그에 따르는 사회적 한계를 무시하는 불합리한 해석이 된다.
나)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에 따른 외부인의 출입이 이를 승낙한 공동거주자의 통상적인 공동생활 장소의 출입 및 이용행위의 일환이자 이에 수반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까지 다른 공동거주자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방법으로 출입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하게 되면, 공동거주자 사이의 공동주거 내에서의 상충된 법익, 즉 일반적ㆍ적극적 주거의 자유 향유와 소극적 주거의 자유와 평온의 향유 사이의 충돌이라고 하는 공동거주자 내부의 우연한 사정만으로 외부인의 주거침입죄 성립 여부가 좌우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법규범으로서 형법의 본질과 임무는 사회의 존립과 유지에 필요불가결한 기본가치를 보호함에 있고, 형법의 규율 대상은 다른 규범이나 사회적 통제수단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중대한 법익에 대한 위험이 명백한 행위나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큰 행위에 한정함이 바람직하다. 법규범 중에서도 특히 형법에 대하여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박탈하거나 제한하는 강력한 제재수단을 부여한 취지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여야 한다. 형법은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를 침입이라고만 규정하고 있고, 그 형벌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독일 등 다른 나라의 입법례 등에 비하여 높으며, 비친고죄로 규율하고 있다. 위와 같은 형법의 본질과 그 규율 내용에 더하여 공동주거 및 침입이라는 개념 자체가 갖는 사회적, 규범적 의미를 보태어 보면, 주거침입죄에 있어서의 침입이라는 개념에는 그 자체로서 이미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주거의 평온이라는 법익에 대한 중대한 침해의 위험이 있는 행위 또는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큰 행위라는 법적 평가가 포함되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형법의 규율 대상이 되는 행위로 평가되어야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그런데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에 따라 공동주거에 출입한 행위가 이를 승낙한 공동거주자의 통상적인 공동생활 장소의 출입 및 이용행위의 일환이자 이에 수반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는 다른 규범이나 사회적 통제수단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중대한 법익에 대한 위험이 있는 행위이거나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큰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외부인의 공동주거 출입으로 인하여 다른 공동거주자의 신체의 자유 등 별도의 법익이 침해되고, 그 법익의 침해가 별도의 범죄를 구성하는 경우에는 그 범죄로 처벌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이에 대한 처벌규정은 이미 형법 등에 구비되어 있기도 하다. 이러한 경우까지 주거침입죄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공동거주에 따르는 사회적 관계의 다양성과 특수성 및 자율규제의 가능성을 무시한 국가형벌권의 과도한 개입으로서 부당하다.
다) 공동거주자 사이에는 각자가 공동주거에서 누리는 법익의 보호가치가 동등하다고 볼 수 있는데, 외부인의 출입과 관련하여 공동거주자 사이의 법익이 충돌되는 상황에서 다른 공동거주자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라는 법익이 침해되었다고 보아 외부인에 대하여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하게 되면, 외부인의 출입을 거부한 공동거주자의 법익만을 우선하고, 외부인의 출입을 승낙한 다른 공동거주자의 법익은 무시하는 것이 된다는 측면에서도 부당하다.
라)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에 따른 공동주거 출입행위가 이를 승낙한 공동거주자의 통상적인 공동생활 장소의 출입 및 이용행위의 일환이자 이에 수반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도 외부인을 주거침입죄로 처벌하게 되면 그의 출입을 승낙한 공동거주자를 주거침입죄의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도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공동거주자는 공동생활관계에서 이탈하지 않거나 그의 공동주거 출입행위를 금지할 법률적인 근거 기타 정당한 이유가 없는 이상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으므로 위와 같은 경우 공동거주자의 승낙에 따라 공동주거에 출입한 외부인만을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결론은 외부인의 출입이 이를 승낙한 공동거주자의 통상적인 공동생활 장소의 출입 및 이용행위의 일환이자 이에 수반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한, 공동생활의 현실과 사회 일반의 관념에 맞지 않고, 형사처벌의 보충성에 비추어 보아도 부당하다. 특히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이 적극적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권유하여 함께 주거에 들어온 경우를 생각해 보면 그 부당함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3) 가)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이 사건 아파트의 공동거주자인 공소외 1은 이 사건 범행 당일인 2018. 5. 19.경 외출하면서 자신의 어머니와 동생인 피해자 공소외 2에게 아이를 돌보아 달라고 부탁하였고, 피해자 공소외 2는 이 사건 범행 당시 이 사건 아파트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2) 피고인 2, 피고인 3은 공소외 1이 외출한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그 주장에 의하면 피고인 1과 공소외 1을 화해시키고, 손녀를 만나기 위하여 피고인 1과 함께 이 사건 아파트를 방문하였다. 그런데 피해자 공소외 2는 피고인들이 들어올 수 없도록 출입문에 설치된 체인형 걸쇠를 걸고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 그러자 이 사건 아파트의 공동거주자인 피고인 1은 이 사건 아파트의 출입문에 설치된 체인형 걸쇠를 손괴하였고, 피고인 2도 이에 가담하였다. 그 후 피고인들은 함께 이 사건 아파트에 들어갔다.
나)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피고인 2, 피고인 3은 이 사건 아파트의 공동거주자이자 아들인 피고인 1의 공동주거인 이 사건 아파트에 출입함에 있어 다른 공동거주자인 공소외 1로부터 출입관리를 위탁받은 피해자 공소외 2의 정당한 이유 없는 출입금지 조치에 대항하여 이 사건 아파트에 출입하는 데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록 그 과정에서 피고인 1이 출입문에 설치된 체인형 걸쇠를 손괴하는 등 물리력을 행사하였고, 피고인 2도 이에 가담함으로써 공동으로 재물손괴의 범죄를 저질렀으나, 피고인 1의 이러한 행위는 공동생활관계에서 이탈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이루어진 출입금지 조치에 대항하여 공동거주자로서 공동생활의 장소에 출입하고, 이를 이용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볼 수 있고, 피고인 2의 행위는 그 실질에 있어 피고인 1의 이러한 행위에 편승, 가담한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피고인 2, 피고인 3이 이 사건 아파트에 출입한 행위 그 자체는 전체적으로 공동거주자인 피고인 1이 이 사건 아파트에 출입하고 이를 이용하는 행위의 일환이자 이에 수반되어 이루어진 것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 2, 피고인 3에 대하여는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주거침입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 2, 피고인 3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파기의 범위
위에서 본 것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 2에 대한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주거침입)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그리고 피고인 2에 대한 나머지 유죄 부분은 위 파기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 함께 파기되어야 하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유죄 부분은 모두 파기되어야 한다.
6. 결론
그러므로 피고인 2, 피고인 3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유죄 부분과 피고인 3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고, 검사와 피고인 1의 상고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이기택의 별개의견과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천대엽의 보충의견과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유숙의 보충의견이 있다.
7. 피고인들에 대한 각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주거침입) 부분에 대한 대법관 이기택의 별개의견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공동거주자인지 여부가 다투어지는 피고인 1과 그의 승낙을 받은 피고인 2, 피고인 3이 피해자 공소외 2의 외부적 출입금지 의사에 반하여 이 사건 아파트에 들어간 것이 주거침입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이에 대하여 다수의견에서는 피고인들의 이 사건 아파트 출입행위가 공동거주자의 보편적인 이용형태 등에 해당하는지를 기준으로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논하였다. 이와 달리 별개의견에서는 피고인들에 대하여 출입금지 의사를 표시한 피해자 공소외 2의 진정한 의사해석을 통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논하고자 한다.
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에 대한 해석의 다양성
1) 가) 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따라 살펴본다.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의 의미가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출입 당시 객관적ㆍ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다.
나) 하지만 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거주자의 의사해석의 문제이다. 사실상의 평온을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대체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2) 행위자의 출입이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는 출입 당시의 객관적 사정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여 거주자의 진정한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는 외부적으로 드러난 의사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할 것이나, 그 외 출입 당시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결국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에 관한 해석은 사실인정의 영역이라고 할 것이다.
3) 거주자가 명시적으로 출입금지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 그러한 출입금지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에 들어간 경우에는 대체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가령 거주자가 집에 들어오려는 외판원에게 ‘들어오지 마세요.’라고 명시적으로 말하였는데도 외판원이 그 집에 들어가면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 분명하므로 침입에 해당한다.
한편 거주자의 출입금지에 관한 의사에는 그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거주자가 출입을 금지한 이유를 알아야 비로소 그 진정한 의사가 확인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단순히 외부적으로 표시한 출입금지의 의사를 기준으로 하여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경우 부당한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주거침입죄의 가벌성의 범위가 부당하게 넓어질 수 있다. 그만큼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거주자의 진정한 의사가 중요한 이유이다.
거주자가 명시적으로 출입금지의 의사를 표시하였더라도 그러한 의사에 전제나 배경이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가령 거주자가 출입이 허용되는 신분이나 자격을 전제로 출입 허용 여부를 정한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출입이 허용되는 신분이나 자격이 있는 사람이 출입한 경우에는 침입이라고 볼 수 없으나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신분이나 출입 자격이 없는 경우에는 침입이라고 볼 수 있다. 가령 어느 종교의 신자의 경우에는 출입이 허용되는 성직자의 기도공간이 있다. 이 경우 성직자의 기도공간에 신자가 출입한 경우에는 침입이라고 볼 수 없으나, 신자 이외의 사람이 출입한 경우에는 침입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어느 회사에서 영업비밀 보호를 이유로 그 임직원만이 출입이 허용된 사무실에 그 회사의 임직원이 출입한 경우에는 침입이라고 볼 수 없으나, 퇴직한 직원이나 경쟁사의 임직원이 출입한 경우에는 침입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위와 같이 거주자가 출입을 허용할지 여부를 신분이나 자격을 전제로 정한 경우에도 그 신분이나 자격 등에 대하여 다툼이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가령 거주자는 갑이 출입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의 출입을 금지하였는데 나중에 갑의 신분이나 자격이 확인되어 출입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판명된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갑의 출입을 금지하는 전제 사실이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갑이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여 출입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앞서 본 예와 같이, 신자의 경우에는 출입이 허용되는 성직자의 기도공간이 있다. 갑이 위 기도공간에 출입하려 하는데 성직자는 갑이 신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의 기도공간 출입을 막았으나 갑이 기도공간으로 들어왔다. 나중에 갑이 신자임이 확인되었다. 이 경우 갑에 대하여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는가?
또 다른 예로, 어느 회사의 임직원에 한하여 출입이 허용되는 영업비밀이 보관되어 있는 사무실이 있다. 갑이 위 사무실에 출입하려고 하였는데 위 사무실의 관리자는 갑이 회사의 임직원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의 사무실 출입을 막았으나 갑이 그대로 위 사무실에 들어왔다. 나중에 갑이 회사의 임직원임이 확인되었다. 이 경우 갑에 대하여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는가?
앞서 든 각 사례에서 성직자나 사무실 관리자의 진정한 의사에 근거하여 본다면 성직자나 사무실 관리자가 외부적으로 표시된 의사만을 기준으로 갑에 대하여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은 진정한 출입금지 의사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갑의 출입을 금지한 전제 사실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갑의 기도공간이나 사무실 출입이 성직자나 사무실 관리자의 의사에 반한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위 각 사례에서 성직자나 사무실 관리자의 진정한 의사에 의한다면 갑에 대하여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 피고인들에 대한 각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에 관한 판단
1) 논의의 전제
이 사건은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공동거주자인지 여부가 다투어지는 피고인 1과 그로부터 출입 승낙을 받은 피고인 2, 피고인 3이 피해자 공소외 2의 외부적으로 표시한 출입금지 의사에 반하여 이 사건 아파트에 들어간 것이 주거침입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이 사건에서 피해자 공소외 2가 피고인들에 대하여 이 사건 아파트에 출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의사의 기본적인 전제는 피고인 1이 이 사건 아파트의 공동거주자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피해자 공소외 2가 피고인들에 대하여 이 사건 아파트에 출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진정한 의사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피고인 1이 이 사건 아파트의 공동거주자인지 여부를 우선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하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살펴보고, 피고인 1이 이 사건 아파트의 공동거주자인지 여부를 판단한 다음, 피고인들이 이 사건 아파트에 출입하는 것에 대한 피해자 공소외 2의 진정한 의사를 해석하여 피고인들에 대하여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로 한다.
2) 이 사건의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 및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 1과 공소외 1은 2015. 9. 5. 혼인한 법률상 부부이다. 피고인 1과 공소외 1 사이에는 자녀가 1명이 있고, 2016. 8. 15. 무렵부터 이 사건 아파트에서 생활하여 왔다.
나) 피고인 1과 공소외 1은 2018. 1.경부터 신축 아파트 분양문제로 다툼이 잦아졌다. 피고인 1은 2018. 4. 9. 공소외 1과 싸우고 자신의 짐 일부를 챙겨 이 사건 아파트에서 나갔다. 피고인 1은 2018. 4. 13. 이 사건 아파트를 찾아갔다가 공소외 1과 다시 싸우고 집을 나왔다. 그 이후 공소외 1은 이 사건 아파트의 출입문의 비밀번호를 일방적으로 변경하고 출입문에 체인형 걸쇠도 부착하였다.
다) 피고인 1은 휴대전화 메신저를 통해 2018. 4. 17.과 2018. 4. 19. 공소외 1에게 이 사건 아파트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 줄 것을 요청하였다. 피고인 1은 2018. 5. 4.경 이 사건 아파트를 찾아가 공소외 1에게 문을 열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하였는데, 공소외 1은 이를 거부하였다.
라) 이 사건 아파트의 공동거주자인 공소외 1은 이 사건 범행 당일인 2018. 5. 19.경 외출하면서 자신의 어머니와 동생인 피해자 공소외 2에게 아이를 돌보아 달라고 부탁하였고, 피해자 공소외 2는 이 사건 범행 당시 이 사건 아파트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마) 피고인 2, 피고인 3은 공소외 1이 외출한 사실을 알지 못한 채 피고인 1과 함께 이 사건 아파트를 방문하였다. 그런데 피해자 공소외 2는 피고인들이 이 사건 아파트에 출입하는 것을 거부하였다. 그러자 이 사건 아파트의 공동거주자인 피고인 1은 이 사건 아파트의 출입문에 설치된 체인형 걸쇠를 손괴하였고, 피고인 2도 이에 가담하였다. 그 후 피고인들은 함께 이 사건 아파트에 들어갔다.
바) 공소외 1은 이 사건 발생 이후인 2018. 6. 28.경 법원에 이혼청구를 하였고, 2018. 9. 4. 피고인 1과 공소외 1 사이에 이혼조정이 성립되었다.
3) 피고인 1이 이 사건 아파트의 공동거주자인지 여부
가) 주거침입죄는 거주자 이외의 사람이 주거에 침입한 경우에 성립한다. 주거침입죄의 객체인 주거는 다른 사람이 거주하는 것에 한한다.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공동주거에서 생활하고 있는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이 행위자인 경우 당해 공동주거는 주거침입죄의 객체로 되지 않는다. 다만 공동거주자가 공동생활관계에서 이탈하였거나 주거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ㆍ관리관계를 상실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당해 주거는 주거침입죄의 객체에 해당한다. 공동거주자가 공동생활관계에서 이탈하였거나 공동주거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ㆍ관리관계가 상실되었는지 여부는 공동거주자 사이의 관계, 공동거주자 사이의 다툼의 발생 경위, 공동주거에서 벗어난 경위 등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이 다른 공동거주자를 상대로 법원에 공동주거의 출입을 금지하는 가처분을 신청하여 법원으로부터 출입금지가처분 결정을 받은 경우나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이「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정폭력처벌법’이라 한다)이나「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이라 한다)에 따라 ‘주거로부터의 퇴거 등 격리’ 또는 ‘주거에서 100m 이내의 접근 금지’의 임시조치 결정(가정폭력처벌법 제29조 제1항 제1호, 제2호, 아동학대처벌법 제19조 제1항 제1호, 제2호)을 받은 경우 등 법률적인 근거에 따라 공동주거의 출입이 금지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와 같은 경우는 공동거주자가 공동생활관계에서 이탈하였거나 공동주거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ㆍ관리관계가 상실된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나)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이 사건 당시 피고인 1과 공소외 1 사이에 부부관계를 청산하고 피고인 1이 이 사건 아파트에서 나가서 살기로 하는 명시적인 합의가 있었다거나, 피고인 1과 공소외 1 사이의 부부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 1이 위 아파트에서 짐 일부를 챙겨 나갔다거나 공소외 1이 일방적으로 출입문의 비밀번호를 변경하여 피고인 1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 1이 이 사건 아파트에서의 공동생활관계에서 이탈하였다거나 그에 대한 지배ㆍ관리를 상실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 1이 이 사건 당시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공동거주자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할 것이다.
4) 피해자 공소외 2의 진정한 의사 해석
가)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여 피고인들이 이 사건 아파트에 출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피해자 공소외 2의 진정한 의사를 살펴보기로 한다.
나)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여 인정되는 피고인들과 공소외 1, 피해자 공소외 2의 관계, 이 사건의 분쟁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 공소외 2는 피고인 1과 공소외 1 사이의 부부관계가 파탄에 이르렀고, 피고인 1이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공동거주자의 지위를 상실하여 공소외 1의 승낙 없이는 이 사건 아파트에 출입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피고인들의 출입을 금지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위와 같은 사정 이외에 달리 피해자 공소외 2가 피고인 1이나 그의 승낙을 받은 피고인 2, 피고인 3이 이 사건 아파트에 출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동기나 이유가 될 만한 별도의 사정은 기록상 찾아볼 수 없다.
다) 피해자 공소외 2가 피고인들에 대하여 한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출입금지 의사의 전제 사실은 피고인 1과 공소외 1 사이의 부부관계가 파탄에 이르렀고, 피고인 1이 더 이상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공동거주자가 아니어서 공소외 1의 승낙 없이는 이 사건 아파트에 출입할 수 없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피고인 1과 공소외 1 사이의 부부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거나, 피고인 1이 이 사건 아파트에서의 공동생활관계에서 이탈하였거나 그에 대한 지배ㆍ관리를 상실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렇다면 피해자 공소외 2가 외부적으로 피고인들에 대하여 이 사건 아파트에 출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하더라도, 피해자 공소외 2의 진정한 의사는 피고인 1과 공소외 1 사이의 부부관계가 파탄에 이르지 않았고, 피고인 1이 이 사건 아파트에서의 공동생활관계에서 이탈하였다거나 그에 대한 지배ㆍ관리를 상실하지 않았다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 아파트에 들어오는 것을 금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봄이 합리적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출입이 피해자 공소외 2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들에 대하여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인정할 수 없다. 나아가 피고인들이 이 사건 아파트에 출입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아파트의 출입문에 설치된 체인형 걸쇠를 손괴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아파트에 출입하기 위한 최소한의 물리력 행사라고 볼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사정이 피고인들의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5) 검사 및 피고인 2, 피고인 3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위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각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주거침입) 부분은 모두 무죄로 판단되어야 한다.
피고인 1에 대한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주거침입)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의 결론은 정당하다. 따라서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주거침입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그러나 피고인 2, 피고인 3에 대한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주거침입)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피해자 공소외 2의 의사에 반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침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 2, 피고인 3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다. 소결론
따라서 원심판결 중 피고인 2, 피고인 3에 대한 각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주거침입)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그리고 피고인 2에 대한 위 파기 부분과 나머지 유죄 부분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 함께 파기되어야 하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유죄 부분은 모두 파기되어야 한다. 피고인 2, 피고인 3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유죄 부분과 피고인 3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여야 하고, 검사와 피고인 1의 상고는 각 기각하여야 한다.
위와 같은 이 사건 결론은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하지만,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구체적인 이유가 다르므로 별개의견으로 이를 밝혀둔다.
8. 피고인들에 대한 각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주거침입) 부분에 대한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이동원의 반대의견
가. 반대의견의 요지
대법원은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로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이 ‘주거권’이 아니고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라는 점을 재확인하였다. 이는 공동주거의 경우에도 동일하다.
주거 내에 현재하는 공동거주자가 출입을 금지하였는데도 불구하고 폭력적인 방법 또는 비정상적인 경로로 공동주거에 출입한 경우는 출입 당시 객관적ㆍ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에 비추어 주거 내에 현재하는 공동거주자의 평온상태를 명백히 해치는 것이어서 침입행위에 해당하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 그러한 주거침입행위자가 스스로 집을 나간 공동거주자이거나, 그 공동거주자로부터 승낙을 받은 외부인이라 하여도 마찬가지이다.
다수의견은 행위자가 공동으로 거주하거나 관리 또는 점유하는 주거 등에 다른 공동거주자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출입하더라도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하나, 찬성할 수 없다.
나. 논의의 전제
1) 먼저 이 사건과 대법원 2021. 9. 9. 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과의 관계를 분명히 하고자 한다. 이 사건은 대법원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정의견을 전제로 하지만, 사실관계와 법리적 쟁점을 달리한다.
대법원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주거지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승낙에 따라 평온하게 출입한 행위’에 대한 주거침입죄의 성립이 문제 된다. ‘부재중인 공동거주자의 추정적 반대의사’에 대한 평가가 쟁점이다. 이 사건은 ‘스스로 주거지를 나온 후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출입할 수 없게 된 거주자가 그 주거지에 현재하는 공동거주자의 출입금지에도 불구하고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출입한 행위’가 문제 된다. ‘주거지에 현재하는 공동거주자의 사실상 평온을 침해한 행위’에 대한 평가가 쟁점이다.
2) 주거의 평온에 대한 보호 필요성의 증대 및 공동주거관계의 구체적ㆍ개별적 규율 필요성에 대하여 본다.
가) 현대 사회생활과 주거생활의 변화로 주거의 평온에 대한 보호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었다. 현대사회에서는 대중매체의 발달과 정보ㆍ통신수단의 발달로 사생활의 비밀에 대한 침해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사생활 보호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기에 이르렀고, 사생활의 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여건으로서 주거의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즉 주거공간이 침범되는 경우에는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거의 평온도 이 단계에서 이미 침해될 가능성이 커졌다. 더욱이 도시화의 심화로 개인의 주거공간이 좁은 공간으로 한정되어 외부인의 출입에 의한 주거의 평온에 대한 침해 우려는 과거에 비하여 심각해졌고, 그 보호의 필요성은 훨씬 증대되었다.
나) 대다수의 국민이 혼인 등의 사유로 가족관계를 이루거나 그 밖에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여러 사람이 하나의 주거공간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도시화ㆍ밀집화로 많은 국민이 공동주택에서 거주하고 있다. 한편 주거의 개념에는 다가구용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ㆍ연립주택ㆍ아파트 등 공동주택 내부에 있는 엘리베이터, 공용 계단과 복도도 포함된다(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9도3452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대다수 국민이 주거공간에 대하여 공동거주자로서의 지위를 갖는 현대사회에서, 공동거주자 사이의 지위관계, 공동주거 내에서 공동거주자가 누리는 법익이 상호 간 충돌하는 양상과 이에 대한 규율의 필요성 등도 천차만별이다. 공동주거관계의 규율은 공동주거 형성 경위, 형태, 공동거주자 상호관계 등 구체적 사정을 살펴 개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3) 공동주거에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의 문제는 공동거주자 사이의 법익이 충돌할 때 발생한다.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 가정이라는 하나의 주거공간에서 가정구성원들 사이의 법익 침해 양상과 주거의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도 다양하다. 그런데 이를 공동주거 내지 공동거주자라는 이유로 일률적ㆍ추상적으로 규율하여 일의적으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논의하는 것은 다양한 분쟁상황에 대한 올바른 법적 규율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공동주거를 규율하는 법령이 존재하는 경우에도 공동거주자 또는 외부인에 대하여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는 그 법령에 따르는 공동거주자 내부관계, 외부인과의 관계 등을 개별적ㆍ구체적으로 살펴 판단하여야 할 문제로서 일률적ㆍ추상적으로 그 판단 기준을 미리 설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결국 공동주거에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는 헌법이 보장하는 ‘주거의 자유’와 ‘혼인과 가족생활의 보호’, ‘주거침입죄의 입법 목적과 취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의 구체적 내용과 법적 성질’, ‘침입의 의미와 그 판단 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ㆍ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다. 공동거주자를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
1) 주거침입죄는 개인적 법익에 관한 죄이고, 그 주거지에서 거주하는 사람이 여럿인 경우 보호법익의 침해는 거주자 개개인이 누리는 주거의 평온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가) 공동주거는 자기의 주거지인 동시에 타인의 주거지이기도 하므로 공동거주자의 한 사람이 다른 공동거주자와의 관계에서 그 사람의 주거의 평온을 해치는 행위를 한다면,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 침해가 발생한다.
나) 헌법은 제16조 전문에서 "모든 국민은 주거의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주거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또한 헌법은 제36조 제1항에서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라고 규정하여 혼인과 가족을 국가의 특별한 보호하에 두고 있다. 혼인과 가족생활은 주거라는 장소를 통해 실현되므로 주거의 자유는 혼인과 가족생활의 공간적 영역을 보장함으로써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을 확보하는 기능을 한다.
주거공간은 사생활의 중심으로 개인의 인격과 불가분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그 불가침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인간 행복의 최소한의 조건인 개인의 사적 영역이 지켜질 수 없다(헌법재판소 2020. 9. 24. 선고 2018헌바171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주거는 사생활의 중심이 되는 장소이기 때문에 그 불가침성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개인의 생명, 신체, 재산의 안전도 지켜지기 어렵다. 따라서 헌법이 보장하는 주거의 자유는 주거에 거주하는 개인을 기본권의 주체로 하고,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도 혼인을 하고 가족을 이루는 개인을 기초로 하여 보장된다. 주거침입죄는 헌법이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주거의 자유를 구체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고, 헌법이 보장하는 혼인과 가족생활도 간접적으로 보호하는 기능을 하므로, 주거침입죄가 보호하는 법익의 주체도 개인인 거주자이다. 주거침입죄의 이러한 법적 성질은 공동거주자 내부관계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다) 다수의견이 참고로 인용한 판결들은 이 사건 쟁점과 사안을 달리하여 인용할 수 없다. 즉 대법원 1982. 4. 27. 선고 81도2956 판결, 대법원 2012. 12. 27. 선고 2010도16537 판결은 모두 거주ㆍ점유 권한 없는 자의 출입행위임을 전제로 주거침입죄 등으로 기소되었으나, 심리결과 공동 거주해 온 사정 또는 적법한 점유권원이 인정되어 주거침입죄 등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된 사안으로서 객관적ㆍ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이 다른 공동점유자나 공동거주자의 주거의 평온을 해치는 방법에 의한 경우가 아니다.
2) 다수의견은 공동거주자 일방이 그의 출입을 금지한 공동거주자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들어갔더라도 이는 공동주거를 이용하는 보편적인 형태라고 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의 내용이나 법적 성질, 침입의 의미와 판단 기준에 반하고, 양립할 수 없는 공동거주자의 ‘공동주거의 보편적 이용형태’와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을 양립 가능한 것으로 본 잘못이 있다.
가)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은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으로 출입 당시 객관적ㆍ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원칙은 다수의견도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동거주자라도 잠금장치를 손괴하는 등 폭력적인 방법 또는 비정상적인 경로로 공동주거에 출입한 경우에는 객관적ㆍ외형적으로 보아 다른 공동거주자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출입한 것이므로 침입행위에 해당한다.
나)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에 의한 출입행위는 공동주거의 보편적 이용형태와 양립할 수 없다.
공동거주자 상호 간에 용인한 공동주거에 대한 보편적인 이용형태에 포함되려면 잠금장치의 열쇠를 각자 소지하거나 비밀번호를 공유하면서 공동거주자 각자가 그 열쇠 또는 비밀번호를 이용하여 잠금장치를 풀고 출입문을 열어 주거지에 출입할 수 있어야 한다.
공동거주자가 스스로 집을 나간 후 주거지 이용이나 소유권 귀속을 다투면서 계속적으로 다른 공동거주자와 충돌하며 폭력을 행사하는 태도는 공동주거의 보편적인 이용형태라고 볼 수 없다. 집에 남아 있는 공동거주자에게 이를 용인할 부담을 지우기 어렵다. 그 집에서 미성년 자녀를 키우고 있다면 폭력적 출입을 금지할 필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그 상황에서 거주자가 평온에 위협을 느끼고 잠금장치를 변경하여 상대방의 출입을 금지함으로써 집을 나간 공동거주자가 정상적인 출입이 불가능해지자 손괴, 폭력행사 등 평온을 해치는 수단을 사용하여 공동주거에 출입한다면 이는 공동주거의 이용행위의 한계를 벗어난 침입행위이다.
다) 다수의견이 스스로 인정하고 있듯이, 공동거주자 상호 간에 용인되는 이용의 내용과 범위는 공동주거를 형성한 경위, 공동주거의 형태와 성질, 공동거주자들의 관계에 따라 개별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공동거주자라는 사정만으로 그 거주자의 공동주거 출입ㆍ이용행위를 항상 용인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3) 다수의견에 따르면 공동거주자에서 이탈하기까지의 기간을 규율의 공백상태로 방치하게 되어 부당하다.
가) 다수의견은 공동거주자의 지위에 있는 한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부정한다. 다수의견은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공동거주자에게도 주거침입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특별한 사정이란 ‘공동생활에서 이탈하였거나 사실상 지배ㆍ관리를 상실한 경우’라고 한다. 그런데 공동거주를 이탈하였거나 사실상 지배ㆍ관리를 상실한 사람은 이미 ‘공동거주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공동거주자의 의미에 관한 동어반복일 뿐이다. 따라서 다수의견은 공동거주자에 대하여 사실상 예외 없이 주거침입죄를 부정하는 견해로 보인다. 다수의견의 진의가 이와 다르다면, ‘특별한 사정’의 판단 기준과 범위에 관한 견해를 명시하여야 할 것이다.
나) 다수의견은 공동거주자 상호 간에 용인한 공동주거 이용행위의 내용과 범위는 공동거주자 내부관계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도, 평온하고 일상적인 공동주거를 전제로 공동거주자가 공동생활관계 또는 공동거주자로서의 지위에서 이탈하기까지는 다른 공동거주자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출입행위도 공동거주자라는 이유로 주거침입죄의 보호범위에서 제외한다. 그러나 공동주거를 형성하게 된 경위, 공동주거의 형태와 성질 등에 따라 공동거주자가 공동거주자로서의 지위에서 이탈하기 전이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다.
다) 오히려 다수의 재판례에서 알 수 있듯이, 공동거주자 사이에서 주거침입죄 성립 여부가 문제 되는 경우는 공동주거관계가 와해되는 과정(공동생활관계에서 이탈하기 전 단계로서 공동거주자로서의 지위는 인정된다), 즉 공동거주자 사이에서 분쟁이 발생하여 일방이 주거지를 나갔다가 들어오기를 반복하면서 갈등과 충돌을 일으켜 거주자로서는 주거의 평온을 지키기 위하여 잠금장치의 열쇠나 비밀번호를 변경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 발생한다.
특히 이 사건과 같이 부부 사이의 혼인관계가 파탄되어 이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구체적인 경우마다 다양한 양상을 보이며, 많은 사례에서 장기간 부부를 포함한 가족공동체는 갈등과 대립에 휩싸이고, 심각한 폭력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공동거주의 해소에 이르지 못하였으나 공동생활을 감내하기도 어려운 기간이 계속된다.
라) 반대의견은 공동생활관계가 해소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폭력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구성원들의 평온과 안전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주거침입죄의 해석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취지이다.
4) 다수의견이 ‘정당한 이유’를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근거로 연결하는 점에 찬성하기 어렵다.
가) 다수의견은, 공동거주자가 법률적인 근거 기타 정당한 이유 없이 다른 공동거주자의 출입을 금지한 경우에는 폭력을 동원하여 출입하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다. ‘출입금지에 대항하는’ 것이고 ‘공동주거의 취지에 맞추어 이용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다.
이는 피해자에게 법률적인 근거 또는 이에 준하는 정당한 사유가 존재할 것을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서 침입행위 이전의 권리관계를 가려서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러나 확립된 대법원 판례는, 권리자라고 하더라도 권리실행으로써 자력구제의 수단으로 주거지나 건조물에 침입한 경우에는 주거침입죄나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이다.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여 이를 침해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주거침입죄에 있어서 ‘피해자가 출입을 금지한 행위가 법적 근거를 갖추었는지 여부’를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면 확립된 대법원의 입장에 부합하지 않는다.
나) 나아가 ‘정당한 이유’를 고려할 수 있다고 할지라도, 출입의 금지가 정당한지 여부는 분쟁의 전체적인 과정과 출입금지에 이르게 된 경위를 모두 살핀 후에 판단하여야 하고 이는 사실심의 심리를 통하여 확정할 수 있는 사실인정의 문제이다.
분쟁 과정에 있는 공동거주자들, 특히 혼인공동체의 해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별 행위들의 정당성 여부 또는 책임의 소재는 특정 시점의 단편적인 사정만으로 가릴 수 없다. ‘출입금지’의 결과적인 조치만 들어 피해자는 정당성이 결여되었고 피고인의 출입은 허용된다고 결론짓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다) 다수의견이 전제하는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의 출입을 금지’하는 경우는 형법 이론서에서 논의되는 가상의 사례일 수 있겠으나(아내가, 밤늦게 술친구를 데리고 귀가하려는 남편을 불만스럽게 여겨 출입문을 잠그는 예시가 거론되기도 한다), 현실의 분쟁과 거리가 멀다는 점을 다시 지적한다.
5) 다수의견은 주거침입죄의 독자적인 가치를 지나치게 축소한 태도로서 최근의 법령 개정 방향에 부합하지 않는다.
가) 다수의견은 공동거주자 등의 출입 과정에서 다른 공동거주자의 신체의 자유 등 별도의 법익이 침해되는 경우에는 그 해당 범죄로 처벌할 수 있고 이로써 충분하다고 하나, 이는 주거침입죄의 의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였거나 가볍게 평가한 것이다.
나) 주거의 자유와 평온을 형벌로써 보호하는 이유는 누구나 자기의 주거 안에 있는 동안에는 최대한의 안전을 기대할 수 있고 그러한 기대를 국가가 적극적으로 보호한다는 데 있다. 이는 신체의 자유 등 다른 기본적 자유의 맨 앞에 있는 문지기와 같은 기본적인 권리이자 국가에 대한 기대와 요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제쳐두고 상해죄나 손괴죄 등으로 처벌하면 된다는 견해는, 주거의 자유와 평온에 대하여 개개인이 기대하는 가치의 무거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주거침입죄는 주거의 평온과 안전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주거에 대한 출입통제를 통하여 주거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생명, 신체, 재산의 침해를 방지하는 기능을 하므로, 주거침입죄에서의 보호법익을 독자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공동거주자 일방이나 외부인의 출입행위가 다른 공동거주자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라는 법익을 침해한 경우에는 주거침입죄로 처벌하여야 하고, 나아가 출입 과정에서 또는 출입 후에 다른 공동거주자의 생명이나 신체, 재산 등의 법익을 별도로 침해한 경우에는 그 법익의 침해로 인하여 구성되는 범죄로 처벌함이 타당하다.
다) 오늘날 주거의 평온에 대한 침해의 위협은 외부인에 의한 침해 못지않게 가족 등 공동거주자에 의해서도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주거지에 남아 있는 배우자가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대부분의 경우 폭력적인 출입행위는 분쟁의 경위와 책임소재를 떠나 미성년 자녀의 복지에 중대한 위해를 미치게 된다.
과거에는 ‘가정 내 분쟁에 형법은 개입하지 않는다.’는 관념하에 가정 내 분쟁은 가정 내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하고, 국가형벌권은 보충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인식하였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가정폭력에 대한 보호의 거부로 이어져 가정 내 범죄를 야기하는 원인이 되었고, 이에 대한 반성으로「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가정폭력처벌법이 제정되어 국가가 적극적으로 가정폭력에 개입할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아직도 가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폭력의 예방과 피해자 보호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미비점을 개선ㆍ보완하기 위하여 가정폭력처벌법이 2020. 10. 20. 법률 제17499호로 개정되어 2021. 1. 21. 시행되었다. 개정법은 가정폭력범죄에 형법 제2편 제36장 주거침입의 죄를 포함시켰다[제2조 제3호 (사)목]. 가정폭력처벌법의 적용대상인 가정구성원은 배우자, 직계존비속, 동거친족으로서[제2조 제2호 (가) 내지 (라)목] 공동거주자와 범위가 거의 일치한다. 따라서 위 형법 제2편 제36장에 정해진 주거침입죄, 퇴거불응죄는 물론 그 미수범까지 가정폭력처벌법이 정한 가정폭력범죄에 포함되게 되었다.
다수의견과 달리 입법은 가정폭력처벌법의 개정을 통하여 공동거주자에 대하여도 다른 가정구성원의 신체적ㆍ정신적 평온을 해치는 행위를 엄단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규율하려는 입장이다.
라.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을 받은 외부인이 다른 공동거주자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공동주거에 들어간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 여부
1) 다수의견은 외부인이 주거 내에 현재하는 공동거주자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공동주거에 출입한 경우에도 그의 출입이 다른 공동거주자의 승낙에 의한 것이라는 이유로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부정하나, 이 또한 부당하다.
외부인이 주거 내에 현재하는 공동거주자의 출입금지를 폭력적인 방법으로 제압하고 공동주거에 출입하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하고,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을 받았다는 이유로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부정할 수 없다.
다수의견이 추상적으로 표현한 ‘공동거주자의 승낙에 따른 외부인의 출입행위’의 실상은 외부인이 공동거주자와 합세하여 폭력적인 방법으로 집에 있는 공동거주자의 출입금지를 제압하고 공동주거에 침입한 행위이다.
2) 공동거주자 사이에 공동주거 내에서 발생하는 법익충돌은 그들의 내부관계라고 할지라도 외부인이 공동주거에 침입하는 행위는 그것만으로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독립적으로 처벌되어야 한다.
외부인의 공동주거 출입행위는 공동거주자 사이의 통상적인 공동주거 이용행위와 전혀 관계가 없다. 외부인은 거주자가 출입을 금지한다는 사정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압하고 출입을 감행하였다. 이를 공동거주자 내부관계에서의 법익충돌로 평가할 근거가 없고, 오히려 다른 공동거주자의 승낙을 이유로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것은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다른 공동거주자의 독자적인 법익주체성을 무시하는 결과에 이른다.
3) 나아가 다수의견이 외부인의 침입행위를 정당화하는 사유로 들고 있는 것들도 옳지 않다.
가) 형법 제319조 제1항이 정한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하여 그 법정형의 범위 내에서 처벌하는 것은 국가형벌권의 정당한 행사이다. 외부인의 공동주거 출입행위가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면 그 법정형이 정한 범위 내에서 처벌하여야 한다. 다수의견은 입법자가 마련한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함에도 침해 법익의 경중을 다시 가리거나, 사회적 해악을 구성요건으로 추가로 요구한다는 것이지만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나아가 외부인이 다른 공동거주자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공동주거에 출입한 행위는 그 자체로 이미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법익 침해행위로서 사회에 끼치는 해악 또한 크다고 할 것이다.
나) 형법상 주거침입죄에 관한 법정 최고형이 3년의 징역형이고, 비친고죄로 규율된다는 점은 입법자의 입법형성권 범위 내의 것으로 이 사건 쟁점과 논리적 관련성을 찾기 어렵다.
나아가 주거침입죄에 관하여 스위스 형법(제186조), 일본 형법(제130조), 중국 형법(제245조)도 법정 최고형을 3년의 자유형 내지 징역형으로 정하여 우리 형법이 정한 법정 최고형과 동일할 뿐만 아니라 일부 다른 나라의 형법에서 정한 주거침입죄의 법정형과 우리 형법에서 정한 주거침입죄의 법정형을 형식적ㆍ산술적으로 비교하여 주거침입죄의 성립 범위를 제한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외부인의 공동주거 침입행위가 공동거주자의 승낙에 따른 것이라는 사정은 필요한 경우 그 구체적 사정을 개별적으로 고려하여 양형에서 적절히 참작하면 충분하다).
2021. 10. 21. 시행을 앞두고 있는「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주거 등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를 한 경우, 즉 주거 등 ‘침입’에 이르지 않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 법정 최고형을 3년의 징역형으로 정하고 있다[제18조 제1항, 제2조 제1호 (나)목].
다) 어떤 범죄를 친고죄로 규정할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나 감정 등을 고려한 입법정책상의 문제일뿐더러 이 사건을 비롯하여 피해자의 고소나 신고에 의하여 수사가 개시되는 대부분의 주거침입 처벌 사례를 참작한다면 우리 형법이 주거침입죄를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지 않음을 이유로 외부인의 공동주거 침입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
라) 공동거주자 상호 간 공동주거에서 누리는 법익의 보호가치는 동등하므로 외부인의 공동주거 침입행위로 공동거주자의 주거의 평온이 침해된 경우에도 동등하게 보호되어야 한다.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의 대립은 공동거주자 사이의 법익이 충돌되는 상황에서 이익 형량의 기준을 달리하는 데서 비롯된다. 반대의견은 힘과 다수의 위세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주거의 자유와 평온이라는 법익을 보다 우위에 두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수의견은 이 경우 외부인을 처벌하면 그에 동조한 공동거주자의 법익을 무시하여 부당하다고 하나, 법익형량과 처벌의 당ㆍ부당의 판단은 구별되어야 한다.
마. 이 사건에 대한 판단
1) ‘정당한 이유’ 관련 인정 사실
다수의견은 ‘피해자 공소외 2가 피고인 1의 출입을 금지할 법률적인 근거 기타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하였다.
가) 다수의견은 공소외 1이 2018. 4. 13. 이 사건 아파트 출입문의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출입문에 체인형 걸쇠도 부착하였으며, 피고인 1에게 출입문의 비밀번호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점과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자 공소외 2가 출입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위와 같이 단정한 듯하다.
그러나 이 사건 범행 발생 약 한 달 전부터 전개된 일련의 과정 중에서 위의 단편적인 사정만을 들어 판단할 수 없고, 공소외 1이 비밀번호를 변경한 경위, 피해자 공소외 2가 범행 당시 위와 같은 언동을 하게 된 맥락까지 고려하여야 비로소 그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나) 원심까지 이 부분이 쟁점이 되지 않았으므로, 부득이 공소외 1의 제1심 법정진술 등 원심이 배척하지 않은 증거들에 의하여 기록상 인정되는 사실관계까지 살펴 다수의견의 부당함을 지적하기로 한다.
(1) 피고인 1은 공소외 1과 신축 아파트 분양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2018. 4. 9.경 ‘너 혼자 살아라. 애는 아빠 없다고 해라.’라고 말을 하고, 옷가지(겨울옷, 여름옷 포함)와 신발 등을 챙겨 이 사건 아파트에서 나갔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이 사건 아파트로 들어와 본인 명의 통장 등을 가지고 다시 나갔다(피고인 1이 위 일자에 스스로 집을 나간 점은 원심에서도 인정된 사실관계이다).
(2) 피고인 1은 2018. 4. 13. 이 사건 아파트에 찾아와 공소외 1에게 별거를 하려고 하니 이 사건 아파트의 임대차보증금 중 일부를 돌려 달라고 하면서 다투다가 들고 있던 컵을 내리쳐 깨지게 하였다. 이에 공소외 1이 112에 신고를 하였고, 경찰이 이 사건 아파트에 찾아오는 상황까지 발생하였다. 당시 피해자 공소외 2도 그 현장에 있었다. 그 후 공소외 1은 출입문의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출입문에 걸쇠를 부착하였다.
(3) 피고인 1은 2018. 4. 9. 이 사건 아파트에서 나와 피고인 2, 피고인 3의 주거지에서 머물고 있었으므로 피고인 2, 피고인 3도 피고인 1의 별거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 이 사건 범행 당일의 상황에 관한 아래의 사정은 이미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다.
(1) 피고인들은 범행 당일 아무런 연락 없이 이 사건 아파트에 찾아가 초인종을 누른 다음 출입문이 열리지 않자 욕설을 하였다. 그간의 경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공소외 2는 출입문을 열어 주지 않았고, 인터폰을 통하여 피고인들에게 공소외 1이 귀가하면 오라고 하였다. 그러자 피고인들은 출입문을 열라고 문을 두드리면서 소란을 피웠고, 피해자 공소외 2가 출입문을 조금 열고 걸쇠를 걸자 피고인 2가 출입문을 열라고 하면서 열린 문틈 사이로 발을 집어넣어 문을 닫지 못하도록 하면서 문고리를 계속 흔들었고, 피고인 1은 열린 출입문 틈 사이로 손을 넣어 체인형 걸쇠를 여러 차례 내리쳤다. 이 사건 아파트 출입문에 부착된 걸쇠는 출입문을 닫아야 해제할 수 있는데 위 피고인들이 위와 같이 출입문을 닫을 수 없게 하여 걸쇠를 해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피고인 1, 피고인 2는 공동으로 위와 같은 행위를 하여 걸쇠가 출입문에서 떨어져 나가게 하였다.
(2) 피고인들은 걸쇠가 떨어져 나가 출입문이 열리자마자 이 사건 아파트 안으로 들이닥쳤다(피고인 1은 그 과정에서 현관 출입문 앞에 있던 피해자 공소외 2를 밀쳐서 상해죄의 유죄판결을 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당시 이 사건 아파트에 머물고 있던 공소외 1의 어머니는 피고인들이 갑자기 아파트 내로 들어오는 것에 당황하여 놀라 넘어졌고 그 직후 바로 아이를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이후 양측이 안방 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 대치하기에 이르렀다.
라) 위와 같은 일련의 과정에 비추어 본다면,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자 공소외 2가 한 ‘출입금지’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고, 피고인들의 출입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삼을 수도 없다.
마) 별개의견은 피해자 공소외 2의 진정한 의사가 피고인 1이 이 사건 아파트에서의 공동생활관계에서 이탈하였다거나 그에 대한 지배ㆍ관리를 상실하지 않았다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 아파트에 들어오는 것을 금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별개의견 역시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이 사건의 분쟁 경위와 내용, 공소외 1이 이 사건 아파트의 출입문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걸쇠를 설치하게 된 경위, 피해자 공소외 2가 피고인들의 출입을 금지한 구체적인 상황과는 동떨어진 의사해석이다.
2) 피고인 1에 대한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
가) 원심은 피고인 1이 이 사건 아파트의 공동거주자라는 점을 들어 위 피고인에 대한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주거침입) 부분을 무죄라고 판단하였다.
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1은 공소외 1과 싸우고 스스로 공동주거지에서 나와 별거를 시작하였고, 공소외 1이 위 피고인의 출입을 허용하는 동안 출입하여서는 통장 등을 가져가거나 공소외 1과 싸우고 다시 공동주거지에서 나왔다. 피고인 1은 공소외 1이 출입문 비밀번호를 변경하자 몇 차례 출입을 요청하다가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다.
피고인 1은 피해자 공소외 2가 출입을 거절하였음에도 걸쇠를 손괴하는 등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피해자 공소외 2를 제압하고 이 사건 아파트에 들어갔다.
다) 이와 같이 피고인 1이 스스로 집을 나가 별거가 개시된 경위, 피해자 측도 처음에는 위 피고인의 출입을 막지 않았다가 분쟁과 충돌이 이어지자 출입문의 잠금장치를 교체하고 위 피고인의 출입을 금지하게 된 경위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1의 이러한 이 사건 아파트 출입행위는 객관적ㆍ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해자 공소외 2의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명백히 해친 경우에 해당하고 공동거주자로서의 이용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피해자 공소외 2가 위 피고인의 출입을 제지한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고, 위 피고인에게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주거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 1이 공동거주자의 지위에서 이탈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주거침입)죄의 성립을 부정할 수 없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주거침입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피고인 2, 피고인 3에 대한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
가) 피고인 2, 피고인 3이 피해자 공소외 2에 대하여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이들의 출입을 거절한 위 피해자를 제압하고 이 사건 아파트에 출입한 행위는 객관적ㆍ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해자 공소외 2의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명백히 해친 경우에 해당하므로, 위 피고인들에 대하여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 위 피고인들의 출입이 공동거주자인 피고인 1의 승낙에 따른 것이라 하더라도 위 범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
나) 피고인 2, 피고인 3에 대한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주거침입)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의 판단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주거침입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바. 소결론
위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에 대한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주거침입) 부분은 모두 유죄로 인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주거침입)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한편 위 파기 부분과 원심이 피고인 1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한 나머지 범죄는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 전부를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여야 하고, 피고인 2, 피고인 3의 상고는 각 기각하여야 한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힌다.
9.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천대엽의 보충의견
다수의견에서는 공동거주자가 상호 용인하에 공동주거를 이용하는 보편적인 형태의 관점에서 이 사건 각 쟁점을 검토하였다. 그 결과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이 법률적인 근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다른 공동거주자가 출입문을 잠그는 등 공동생활의 장소에 출입하는 행위 자체를 실력으로 저지, 금지한 경우, 다른 공동거주자가 이에 대항하여 공동생활의 장소에 들어가기 위해 그 출입 봉쇄 조치를 해제하는 취지의 물리력을 행사하였더라도 이는 공동거주자가 공동주거에 출입하고 이를 이용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고, 그와 함께 이루어진 외부인의 출입도 이를 승낙한 공동거주자의 통상적인 공동생활 장소의 출입 및 이용행위의 일환이자 이에 수반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라면 역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하 이 사건 각 쟁점에 대한 다수의견의 취지를 보다 분명히 함과 아울러 그 논거를 보완하고, 반대의견의 지적에 대한 견해를 밝히기로 한다.
가. 공동주거 내 공동생활관계의 의미와 한계
주거란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물리적이고 객관적인 환경인 동시에 주관적이고 사회 심리적인 환경을 의미한다. 주거의 의미와 역할에 관한 다양한 생각과 인식, 각 개인이 경험한 주거에 대한 문화적 차이는 각각의 주거관의 차이로 나타난다.
공동주거는 이를 이루는 공동거주자 상호 간의 협력적인 주거의 한 형태를 일컫는 것으로, 그 자체로 완전한 하나의 공동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공동주거는 각자의 사적인 주거공간을 갖추고 있을 수도, 공동거주자 전부를 위한 공동체적 주거공간만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고, 이는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합의나 관행, 상황 등을 토대로 변화 가능한 열린 공간으로서의 개념이기도 하다.
공동거주는 삶의 방식과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독립성과 공동체성이 조화를 이루는 주거문화의 한 형태로, 그 생활의 장인 공동주거를 구성하는 공동거주자 사이의 결합의 정도는 다양하고, 단독거주와 공동거주의 경계도 언제나 명확한 것은 아니다. 전통적인 공동주거형태인 가족공동체에서 갖는 공동주거 혹은 공동거주의 의미와, 도회에서의 현대적인 공동주거형태인 셰어 하우스(share house)에서 갖는 의미가 다른 것이 그 단적인 예이다. 공동거주는 개인의 존엄성이 실현되는 주거의 근본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사적 공간으로서의 권리에 대한 제약을 감내하고 같은 주거공간 내에서 함께하는 공동거주자로서 공존의 삶을 수용하는 주거문화이다. 공동주거 내에서 각자가 누리는 사적 삶의 영역이 어디까지인지는 상호 합의 및 거주의 형태와 관행, 그에 대한 사회의 보편적 인식 등에 따라 결정된다. 이러한 공동거주는 단일한 주거공간 내에서 공유와 공존의 삶을 받아들인 경우에 비로소 시작된다. 그럼에도 공동거주자 사이의 주거관의 차이, 사적인 영역과 공동의 영역 간의 경계에 대한 서로 다른 인식 등이 상시적인 긴장관계를 조성하게 된다.
가장 기본적인 주거 공동체인 가정의 경우를 보더라도, 가령 자녀가 단독으로 사용하는 방에 부모가 임의로 출입하는 행위가 공동주거 내 사적 영역의 침범인지를 두고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경우 자녀가 일방적으로 자신의 온전한 사적 영역으로 선언하고 부모의 출입을 금지하였다고 하여 그 방에 부모가 출입한 것에 대한 법적 평가를 달리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쉽게 그렇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특히 주거침입죄의 적용 문제에 있어서는 형사처벌의 보충성에 비추어 더욱 이를 긍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반면 욕실 등 특정 목적의 온전한 사적 이용에 대한 상호 용인과 합의가 전제되어 있는 공간임에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출입하여 이를 침해하는 행위의 경우에는 단순히 공동주거 내의 공간에 대한 공동거주자의 출입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침입의 불법성을 쉽게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공용화된 전체 공동주거의 공간 내에 개인적인 공간이 혼재되어 있는 주거형태의 경우라면 사적인 공간과 공동의 공간의 경계를 둘러싼 갈등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이처럼 공동주거 내에는 개인과 주거 공동체라는 다면적인 관계가 존재하는 까닭에 개인의 사적 영역과 공간을 온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공동의 공간으로 인정되는 영역은 폐쇄적 공간이 아닌 상호 간에 열린 공동의 시간과 삶을 경험하고 소통하는 공간으로서 기능한다. 그 안에서 공동거주자 각자는 자기만의 독립적인 공간으로만 사용하는 삶의 계획은 지양해야 하고, 이를 감내할 의사가 없으면 공동주거관계를 해체하거나 공동주거에서 이탈하여야 하고, 그와 같은 해체 내지 이탈의 상황에 이르면 더 이상 공동주거 내지 공동거주에 수반되는 권리와 의무를 주장할 수 없다.
공동주거 내 공동거주자의 공동체적 소통과 참여는 주거 공동체로서의 공간을 함께 사용하며 가치관을 공유하는 과정이다.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공동의 삶을 균형 있게 유지하는 공간이 되기 위하여 개인이 점유하는 공간과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공간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양해해 가는 과정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동거주자 상호 간에 주거 공동체의 의미와 그 안에서의 사적인 영역과 삶의 한계를 이해, 용인하고 그 속에서 함께 살아가겠다는 인식과 태도, 상호 존중의 자세가 필요하다.
이 사건 각 쟁점에 대한 다수의견의 견해 및 결론은 위와 같이 공동주거 내에서 공동생활관계가 가지는 의미와 한계에 대한 이해에 따른 것이다.
나. 공동거주자를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
1) 형법 제319조 제1항 문언의 해석상 주거침입죄의 객체는 행위자 이외의 사람, 즉 타인이 거주하는 주거이고,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이 행위자인 경우에는 그가 공동생활의 관계에서 이탈하거나 주거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ㆍ관리를 상실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거주하는 주거도 주거침입죄의 객체에 해당하지 않는다.
2) 공동주거는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에 대하여는 자기의 주거임과 동시에 다른 거주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타인의 주거로서의 지위를 겸한다. 공동주거의 이러한 이중적인 성격 때문에 공동거주자 개개인은 각자 공동주거에서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라는 법익을 누리는 한편, 공동거주자 상호 간의 관계에서는 각자가 누리는 주거의 법익이 일정 부분 제약될 수밖에 없고, 공동거주자는 공동주거관계를 형성하면서 이러한 사정을 용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동거주자가 공동거주 기간 중 공동생활의 장소에 자유롭게 출입하는 것은 공동거주자로서 공동주거를 이용하는 통상적인 모습이자 공동거주자 각자가 용인하고 수인해야 하는 공동주거관계의 가장 기본에 속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동거주자 사이에서는 어느 한 사람이 다른 공동거주자의 출입을 금지할 수 없고, 이를 무시하고 자유롭게 출입하였다고 하여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3) 다만 공동거주자의 공동주거 출입이 다른 공동거주자와의 관계에서 주거침입죄에 해당하는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는 예외적인 경우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수의견도 이러한 예외적인 가능성마저 부정하는 취지가 아니다.
우선, 공동거주자가 공동거주의 경위와 형태, 경과, 현황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하에서 공동주거에서 이탈한 것으로 인정되면 위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이 다른 공동거주자를 상대로 법원에 공동주거의 출입을 금지하는 가처분을 신청하여 법원으로부터 출입금지가처분 결정을 받은 경우,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이 가정폭력행위자에 해당하여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라 ‘피해자 또는 가정구성원의 주거 또는 점유하는 방실로부터의 퇴거 등 격리’, ‘피해자 또는 가정구성원이나 그 주거ㆍ직장 등에서 100m 이내의 접근 금지’의 임시조치 결정을 받은 경우(제29조 제1항 제1호, 제2호),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이 아동학대행위자에 해당하여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른 주거로부터의 퇴거 등 격리 또는 주거 등에서 100m 이내의 접근 금지의 임시조치 결정을 받은 경우(제19조 제1항 제1호, 제2호) 등과 같이 법률적인 근거에 따른 출입금지에 반하여 공동주거에 들어간 경우에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주거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ㆍ관리를 상실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4)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 내지 이에 준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공동거주자는 다른 공동거주자의 공동생활의 장소 출입을 금지할 수 없다. 이는 공동생활의 장소를 이용하기 위해 출입하는 다른 공동거주자를 정당한 이유 없이 공동주거에서 배제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당한 이유 없이 출입금지를 당한 공동거주자가 이에 대항하여 공동생활의 장소에 출입하여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다면, 그 출입에 앞서 다른 공동거주자가 출입문을 잠그는 등 실력행사를 통해 출입 자체를 봉쇄한 조치를 해제하는 취지의 물리력의 행사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 행위 자체를 처벌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공동생활의 장소로의 출입행위가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지 않음은 마찬가지이다.
물론, 위와 같은 출입금지가처분 등 적법한 절차를 취하기 전이라 하더라도 공동거주자로부터 주거의 평온에 대한 보호가 필요한 이례적인 상황, 가령 공동주거가 공동거주자 일방의 심각한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 등으로부터 다른 공동거주자와 그의 보호를 받는 미성년 자녀를 보호해 주는 피신처로서 기능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공동거주자 일방이 물리력을 행사하여 강제적으로 출입하는 등의 경우에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침입행위로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공동거주자의 공동주거 내 출입의 자유가 인간 존엄성을 실현하는 도구로서의 주거공간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공동주거 혹은 그 내부의 특정 공간이 이러한 인간 존엄성의 실현을 위한 공동주거의 기능을 상실한 채 오로지 공동거주자 일방의 폭력과 그 피해자인 다른 공동거주자의 생명, 신체의 안전에 대한 심각한 위험이 임박하거나 도래한 상황하에서 그 피신처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경우라면, 그 실질에 있어서 다른 공동거주자의 주거의 평온에 대한 보호가 필요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 있어서 반대의견의 지적과 달리 다수의견은 2020. 10. 20. 개정된 가정폭력처벌법이 주거침입죄를 가정폭력범죄에 포함시킨 개정 취지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다수의견의 취지도 가정폭력의 예방과 피해자 보호라고 하는 가정폭력처벌법의 개정 취지를 존중하고 이에 부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가정폭력처벌법은 가정폭력을 수반하는 특정 범죄의 형사처벌 절차에 관한 특례 등을 정한 것으로, 주거침입죄가 가정폭력범죄에 포함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가정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가 주거침입죄의 방법으로 이루어진 경우를 대상으로 하는 것일 뿐, 주거침입죄에 해당하지 않는 주거의 출입행위가 그 과정에서 가정구성원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야기하였다 하여 그 출입행위를 주거침입죄로 의율, 처벌한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공동주거형태인 가족공동체를 구성하는 공동거주자 내부관계에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는 앞서 본 법리를 토대로 구체적인 사실관계하에서 사안의 실체를 가려 판단할 문제일 뿐이다. 그러한 실체에 대한 고려 없이 공동거주자가 공동주거에 출입하는 과정에서 물리력의 행사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주거침입죄로 의율하여 처벌할 수는 없다.
더구나 가정폭력처벌법의 적용 요건인 가정구성원은 배우자, 직계존비속, 동거친족 등을 의미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 1의 출입을 금지한 피해자 공소외 2가 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를 반대의견의 논거로 삼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5) 가) 다수의견은 이와 같이 공동거주자 일방의 출입을 금지할 법률적인 근거 기타 정당한 이유가 없는데도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이 다른 공동거주자의 출입 그 자체를 일방적인 실력의 행사로써 금지한 경우를 전제로 하여, 그러한 허용되지 않는 출입금지에 대항하여 출입한 공동거주자에 대한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논한 것이다. 공동거주자 일방의 출입을 금지할 법률적인 근거 기타 정당한 이유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공동거주자 일방이 이를 무시하고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출입한 경우까지 전면적으로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취지는 아니다.
다수의견의 취지는, 공동거주자 사이의 분쟁과 관련하여 그중 한 사람에 대한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균형 있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동주거로부터 이탈의 인정, 법원의 출입금지가처분 결정 또는 접근 금지 등 임시조치 결정에 따른 공동주거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ㆍ관리의 박탈 등 사실관계의 인정 내지 법적 절차에 따라 공동거주자 사이의 분쟁 및 그 공동주거형태의 난맥상을 바로잡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그러한 절차 없이 공동거주자의 공동생활 장소 출입을 곧바로 범죄시하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거침입죄는 피해자가 처벌의사를 철회하더라도 처벌되는 범죄로서, 공동거주자 내 분쟁의 와중에 국가가 형벌법규를 적용하여 성급하게 개입하게 되면, 경우에 따라서는 자칫 공동주거를 형성하게 된 원인관계를 회복시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일상의 삶이 영위되는 기본적 장소인 공동주거는 공동거주자 누구를 막론하고 인간의 존엄성이 일상적으로 실현되는 장소임을 감안하면 그에 대한 권리 내지 지위를 박탈함에는 한층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기도 하다.
나) 이 사건에 관하여 다수의견은, 피고인 1이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공동생활관계에서 이탈한 바 없고, 피고인 1에 대하여 출입금지가처분 결정 또는 접근 금지 등 임시조치 결정 등 법원의 결정이 내려진 사실도 없어 공동거주자인 공소외 1이나 그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출입관리의 위탁을 받은 피해자 공소외 2가 피고인 1의 출입을 금지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을 인정할 수 없음을 전제로, 피해자 공소외 2의 피고인 1에 대한 일방적인 실력행사에 의한 출입금지는 허용될 수 없고, 피고인 1이 이에 대항하여 이 사건 아파트에 출입하기 위하여 이 사건 아파트의 출입문에 설치된 체인형 걸쇠를 손괴하는 등 물리력을 행사하여 이 사건 아파트에 출입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 1이 공동주거인 이 사건 아파트에 출입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고 보아 피고인 1에 대하여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공동거주자의 공동주거 출입행위라 하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 이례적인 상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이를 전제로 하는 예외적인 법리를 적용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 다수의견의 취지이다.
다) 반대의견은 피해자 공소외 2나 공소외 1의 진술 등을 근거로 피해자 공소외 2가 피고인 1에 대하여 출입금지 조치를 하게 된 정당한 이유와 관련하여 새로이 사실인정을 한 다음, 이 사건 당시 피해자 공소외 2가 한 ‘출입금지’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반대의견은 원심이 인정하지 않은 사실관계를 근거로 위와 같은 판단을 하였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다수의견은 원심이 인정한 사실을 전제로 출입 당시의 사정에 비추어 피해자 공소외 2가 피고인 1에 대하여 출입금지 조치를 할 법률적 근거 기타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다[한편 기록상, 피고인 1은 수사기관에서 2018. 4. 13. 집에서 쫓겨났다고 진술하였는데(증거기록 1권 50면), 그 상대방인 피해자 공소외 2나 공소외 1의 진술 등을 근거로 한 반대의견의 사실인정이 설득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라는 점을 덧붙인다].
6) 가) 반대의견은 공동거주자 일방이 그의 출입을 금지한 공동거주자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공동주거에 들어간 이상 이는 공동주거를 이용하는 보편적인 형태가 될 수 없고, 통상적인 공동주거의 이용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거주자가 주거에 출입하면서 다소간의 물리력을 행사하였다고 하여 거주자 아닌 자가 주거에 침입하는 행위로 될 수 없는 것처럼, 공동거주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 출입하면서 다른 공동거주자의 일방적인 실력행사에 의한 출입금지에 대항하여 이를 해제하는 취지의 물리력을 행사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출입행위의 성질이 침입행위로 바뀐다고 볼 수 없다. 공동주거에 출입하는 것은 공동주거관계에 따른 공동주거 이용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가 되는 데다가, 그 행사한 물리력에 대해서는 이를 처벌하는 형벌 조항이 별도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 반대의견의 견해는 이 사건에서 공동거주자 일방의 출입 자체를 법률적인 근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일방적인 실력행사를 통해 금지한 다른 공동거주자의 선행 조치의 문제점을 애써 무시하거나 간과한 것이기도 하다. 공동거주자가 다른 공동거주자의 공동주거 출입을 실력으로 저지, 금지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다른 공동거주자의 주거의 평온을 침해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고, 나아가 출입을 봉쇄당한 공동거주자가 마땅히 지낼 곳조차 없는 경우를 상정해 보면, 그러한 일방적인 출입 봉쇄 조치가 정당하다는 전제에서 이를 제압하고 출입한 행위를 도리어 주거침입으로 평가하여 처벌하는 것은 사회통념에도 맞지 않는다.
이 사건의 경우 처가 공동주거에 거주하고 남편이 집을 나왔다가 들어가고자 하는 사안이지만, 그와 반대로 처가 일시 공동주거에서 나간 틈을 이용하여 남편이 출입문 잠금장치의 열쇠나 비밀번호를 변경하여 처로 하여금 들어오지 못하게 하여 처가 친정 부모와 함께 잠금장치를 파손 내지 해제하고 집안으로 들어간 경우를 상정하면, 반대의견에 따를 경우 이때에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하는데, 이와 같은 결론은 누구도 선뜻 수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에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보아 형사처벌하게 되면 공동주거에서 쫓겨난 약자인 공동거주자에게 가혹한 결론에 이를 수도 있다.
다)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이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여 이를 침해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주거침입죄에 있어서 ‘피해자가 출입을 금지한 행위가 법적 근거를 갖추었는지 여부’를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면, ‘권리자라고 하더라도 권리실행으로써 자력구제의 수단으로 주거지나 건조물에 침입한 경우에는 주거침입죄나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는 확립된 대법원의 입장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한다.
반대의견이 언급하는 대법원판결은, 주거나 건조물에 대한 주거 혹은 점유에 관한 권리의 독점적 귀속을 둘러싸고 상호 대립하는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분쟁 중 그 점유를 이미 상실한 당사자가 이를 되찾기 위한 권리실행으로써 자력구제의 수단을 이용하여 주거나 건조물에 출입한 경우에 관한 사안으로 이해되고, 이러한 일반적인 사안의 경우에는 위와 같은 대법원의 입장이 타당하다고 함에 별다른 이론이 없다.
그러나 이 사건과 같이 공동주거관계가 일방의 이탈 등에 의한 중단 내지 단절 없이 계속 유지되고 있어 공동거주자 각자의 공동주거 출입 등 이용의 자유와 평온이 보장된 가운데 공동거주자의 한 사람이 공동주거에 출입함에 있어 다른 공동거주자의 정당한 이유 없는 출입금지 조치에 대항하여 출입하는 행위가 주거침입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앞서 본 권리자라도 자력구제가 금지된다고 보아 주거침입죄나 건조물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한 경우와는 그 분쟁의 실질을 달리하여 위와 같은 대법원판결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 공동주거관계로부터의 이탈이 인정되지 않는 사실관계하의 공동주거 내에서는 개인의 존엄성이 실현되는 주거의 자유와 평온을 공동거주자 각자가 누릴 수 있는 한편, 주거의 공동 이용에 따른 공동거주자 각자의 권리행사에 제약이 수반되고 다른 공동거주자의 존재와 그 권리행사에 대한 상호 용인도 요구되기 때문이다.
거듭하여 말하지만 다수의견은 공동거주자가 공동주거를 이용하는 보편적인 모습에 비추어, 공동거주자가 거주자로서 주거의 보편적인 이용형태로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주거에 출입하려고 하는데, 다른 공동거주자가 법률적인 근거 기타 정당한 이유 없이 그의 출입을 일방적으로 금지하는 경우 그 주거에 들어가려고 하는 공동거주자를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말하는 것이다.
다.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을 받은 외부인이 다른 공동거주자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공동주거에 들어간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 여부
1) 주거침입죄는 개인적 법익에 관한 죄이고, 거주자가 주거에 거주할 법률상의 권리 또는 권한이 없더라도 그 주거에 대한 지배ㆍ관리가 사실상 평온하게 이루어진 경우라면 형법적인 보호를 받는다. 공동주거의 경우에도 공동주거에 거주하는 공동거주자 개개인이 각자 외부로부터 주거의 평온이라는 보호법익을 누릴 수 있는 지위에 있다.
다른 한편, 공동주거의 경우 공동거주자 개개인이 가지는 주거의 평온이라는 법익이 상호 충돌될 수 있으므로 공동거주자 각자는 다른 공동거주자와의 관계로 인하여 공동주거에서 누리는 주거의 평온이라는 법익이 일정 부분 제약될 수밖에 없고, 공동거주자는 공동주거관계를 형성하면서 이러한 사정을 상호 용인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공동거주자 각자가 상호 용인한 통상적인 공동생활 장소의 출입 및 이용행위의 내용과 범위는 공동주거의 형태와 성질 및 공동주거를 형성하게 된 경위 등에 따라 개별적ㆍ구체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이 외부인을 초대하여 공동주거에 출입하도록 하는 것은 공동거주자가 공동주거를 이용하는 보편적인 모습의 하나이다. 가령 한 가정에서 부부 중 일방이 그의 부모나 동료를 집에 초대하는 경우를 상정하면 일반인의 통상적인 생활관계에 비추어 이는 공동거주자로서 공동주거를 이용하는 보편적인 모습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공동거주자 일방의 초대나 승낙에 따라 외부인이 공동주거에 출입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동거주자가 공동생활 장소에 출입하고 이를 이용하는 행위의 일환이자 이에 수반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반면, 공동거주자로서의 통상적인 공동주거 이용에 수반되거나 포섭되는 행위라고 볼 수 없음에도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다른 공동거주자의 반대를 무릅쓰고 외부인이 공동주거에 출입하는 행위의 경우에는 달리 보아야만 할 것이다.
이처럼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에 따라 외부인이 공동주거에 출입한 것이 이에 반대하는 다른 공동거주자와의 관계에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는 일률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그 평가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외부인의 출입을 승낙한 공동거주자의 관점에서는 그러한 외부인의 출입이 공동주거에 대한 그 공동거주자의 통상의 이용에 수반되는 행위로서 평가할 수 있는지 여부가 될 것이고, 다른 공동거주자의 관점에서는 이를 수인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 여부가 될 것이다. 그 구체적인 판단은 해당 공동주거관계의 특성과 공동거주자 사이의 합의 내지 규율 기타 관련 사실관계를 종합하여 사안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2) 위와 같은 법리와 평가 기준은 외부인이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에 따라 그 공동거주자의 공동주거에 출입하는 과정에서 다른 공동거주자의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즉, 그와 같은 경우에도 이를 승낙한 공동거주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 출입하고 이를 이용하는 행위의 일환이자 이에 수반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지, 다른 공동거주자가 해당 공동주거관계의 특성상 이를 수인하여야 하는 범위 내라고 평가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살펴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공동거주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 출입하는 것임에도 이에 대한 다른 공동거주자의 일방적인 실력행사에 의한 출입 봉쇄 조치에 대항하여 공동주거에 출입하는 과정에서 다소간의 물리력을 행사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출입행위의 성질이 침입행위로 바뀐다고 볼 수 없고, 그 물리력 행사에 대해서는 이를 처벌하는 별도의 형벌 조항으로 규율함이 타당하다는 논리 및 형사처벌의 보충성은, 그 공동거주자의 통상적인 공동주거 이용으로서의 출입행위에 수반하여 이루어진 외부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3) 반대의견은 이 사건과 같이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을 받은 외부인이 공동주거에 출입하기 위하여 물리력을 행사하여 다른 공동거주자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친 경우에는 주거침입죄로 처벌하여야 한다고 한다.
먼저, 공동거주자의 공동주거 출입 및 그의 승낙하에 그에 수반하여 이루어진 외부인의 공동주거 출입 과정에서 다른 공동거주자의 사실상의 평온을 해치는 행위태양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이를 주거침입죄로 처벌하는 것이 공동주거와 관련한 주거침입죄의 올바른 해석 및 적용이 될 수 없음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나아가 공동거주자가 다른 공동거주자의 공동주거 출입 자체를 실력으로 저지, 금지하는 것은 그 자체가 선제적으로 다른 공동거주자의 주거의 평온을 침해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고, 출입을 봉쇄당한 공동거주자가 마땅히 지낼 곳조차 없는 경우를 상정해 보면, 그러한 일방적인 출입 봉쇄 조치가 정당하다는 전제에서 이를 해제하고 출입하는 행위를 도리어 침입행위로 평가하는 것은 사회통념에도 맞지 않다는 점 역시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이 사건의 경우 공동거주자인 공소외 1 또는 그로부터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출입관리의 위탁을 받은 피해자 공소외 2가 당시 공동주거관계에서 이탈한 상태가 아닌 다른 공동거주자인 피고인 1의 출입을 금지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피고인 1의 출입을 실력으로 저지, 금지한 까닭에 피고인 1이 이 사건 아파트에 출입하기 위하여 이 사건 아파트 출입문에 설치된 체인형 걸쇠를 손괴하는 등 물리력을 행사하게 된 것이다. 피고인 2, 피고인 3은 공소외 1의 시부모이자 피고인 1의 부모 지위에서 피고인 1의 행위에 가담하여 그에 수반하여 함께 출입하게 된 것으로, 이는 전체적으로 피고인 1이 공동주거인 이 사건 아파트에 출입하고 이용하는 행위의 일환이자 이에 수반되는 행위로서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수의견은 이와 같은 상황을 전제로, 공동주거관계에 따르는 상호 간의 권리의 제약과 수인의무의 법리에 비추어 피고인 2, 피고인 3의 출입행위는 공동거주자인 피고인 1의 출입행위와 동일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반대의견의 취지가 외부인의 공동주거 출입 과정에서 물리력이 행사된 경우는 일률적으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여야 한다는 것이건, 이 사건의 경우 그와 같이 보아야 한다는 것이건, 모두 온당한 법리 내지 결론이라고 다수의견이 보지 않는 이유이다.
4)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이 힘과 다수의 위세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주거의 자유와 평온이라는 법익을 보호하는 데 미흡하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다수의견의 취지를 오해한 것이다. 반복하여 말하지만, 다수의견은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이 공동거주자로서 서로 용인한 범위 내에서 공동주거를 이용하는 행위로서 공동주거 중 공동생활의 장소에 출입하고, 외부인의 출입 역시 그에 수반하여 그 공동거주자의 승낙을 받고 그와 함께 이루어지는 통상적인 공동주거의 이용에 관한 상황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출입금지 조치를 한 공동거주자에 대한 관계에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하면, 이는 공동거주자가 공동주거에서 누리는 일상적인 주거의 평온이라는 법익이 다른 공동거주자의 일방적인 실력행사에 의해 부정당하게 된다. 그것이야말로 일방의 힘과 위세에 의하여 주거의 자유와 평온의 법익을 침해하는 것이자 이를 용인하는 것이다.
5) 다수의견이 형법상 주거침입죄의 법정형과 주거침입죄를 비친고죄로 규정한 다른 나라의 경우와 비교한 것은, 형법상 주거침입죄의 형벌과 규율체계에 비추어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에 따라 공동주거에 출입하는 행위가 이를 승낙한 공동거주자의 통상적인 공동생활 장소의 출입 및 이용행위의 일환이자 이에 수반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데도 그 외부인을 주거침입죄로 처벌하는 것은 과도한 국가형벌권의 행사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 것이다.
이 점과 관련하여 다수의견의 취지는, 국가형벌권을 통한 사적인 영역에의 국가의 과도한 개입은 필연적으로 그에 따르는 민간 영역의 자율성과 민사적ㆍ가사적 법리와 제도의 발전을 막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가정을 비롯한 사적 영역에서 국가에 의한 사회적 약자 보호의 필요성이 날로 증대하고 있지만 그 수단으로 형벌법규의 적용 및 형사처벌의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쉽게 주거침입죄를 적용하는 것이 주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10. 반대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유숙의 보충의견
가. 반대보충의견의 요지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이 향후 재판에 미칠 영향 및 관련 법령의 해석론을 전망하기로 한다.
나. ‘공동주거관계로부터의 이탈’ 인정 요건의 변화
다수의견은 공동거주자에 대하여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부정하므로, 공동거주자의 지위에서 이탈하였는지 여부가 주거침입죄 성립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공동거주자가 그 지위에서 이탈하였는지를 인정할 확립된 기준은 없고, 구체적인 사건마다 인정되는 사실관계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아직까지 인정기준을 판시한 대법원 판례도 찾을 수 없다.
이혼으로 혼인공동체가 해소되어 부부 중 한 사람이 공동주거에서 벗어난 경우에는 공동거주자의 지위에서 이탈하였음이 명백하다. 그러나 공동주거관계를 형성하게 된 원인관계가 해소되거나 주거지에 대한 점유 권원을 상실하여야만 공동거주자의 지위에서 이탈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가정불화로 집을 나와 5개월 정도 별거하면서 출입문 열쇠도 결혼중매인을 통하여 아내에게 교부하고 이후 열쇠의 반환을 요구하지 않았다면, 설령 피고인이 임차인으로 그 집에 피고인의 짐을 두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공동거주자의 지위에서 이탈하였다고 보아 출입문의 자물쇠를 뜯어내고 집에 출입한 행위를 주거침입죄로 인정한 원심을 수긍하였다(대법원 1995. 9. 15. 선고 94도3336 판결 참조).
다수의견은 공동거주자에 대하여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 근거를 ‘공동주거의 통상적인 이용형태’와 ‘공동거주자가 상호 용인하여야 하는 법익의 제약’에서 찾고 있으므로, 앞으로 공동주거관계에서 이탈되었는지의 판단 역시 여기에서 기준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판단은 공동거주자가 별거에 이르게 된 경위와 기간, 집에 남아 있는 공동거주자가 상대방의 출입을 금지하는 조치(비밀번호 변경 등)를 취하게 된 경위와 그 이후 쌍방의 대처 등의 사정을 심리한 결과 인정되는 사실관계에 따라 구체적ㆍ개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 가정폭력처벌법과의 관계
반대의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2021. 1. 21. 시행된 개정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르면, 공동거주자인 가정구성원 사이에서 발생하는 형법상 주거침입죄(형법 제319조 제1항)와 퇴거불응죄(형법 제319조 제2항), 특수주거침입죄(형법 제320조), 위 각 범죄의 미수범(형법 제322조)도 위 법이 정한 ‘가정폭력범죄’에 해당한다[제2조 제3호 (사)목].
또한 가정폭력범죄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사법경찰관리는 폭력행위의 제지, 가정폭력행위자ㆍ피해자의 분리 조치는 물론 형사소송법 제212조에 따른 현행범인의 체포 등 범죄수사까지 하여야 하는 내용으로 개정되었다(제5조 제1호, 제1호의2).
다수의견에 따라 공동거주자에 대하여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결론은 형법상 주거침입죄로 기소된 경우에 한정된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다수의견이 ‘법령상 다른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법령에 따라야 한다는 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인다.
공동거주자가 폭력적인 수단으로 다른 공동거주자의 거부를 제압하고 공동의 주거지에 출입한 행위는 설령 다수의견에 따라 형법상 주거침입죄로 의율할 수는 없더라도, 개정 가정폭력처벌법이 정한 가정폭력범죄에 해당하고 가정폭력처벌법에 의하면 가정폭력 신고를 받은 수사기관은 현장에 출동하여 가정폭력행위자를 현행범체포하는 등 범죄수사를 할 권한과 책무를 갖게 되었다.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하여 피해자 또는 가정구성원의 주거 등으로부터 퇴거 등 격리 또는 100m 이내의 접근금지의 임시조치 결정(제29조 제1항 제1호, 제2호), 위와 같은 내용의 피해자보호명령(제55조의2 제1항 제1호, 제2호)과 임시보호명령(제55조의4 제1항), 피해자 또는 가정구성원에게 접근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보호처분 결정(제40조 제1항 제1호)이 내려질 수 있다. 만약 공동거주자가 위 처분 등을 위반하여 주거지에 출입하면 같은 법 제63조의 보호처분 등 불이행죄에 해당하여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위와 같이 임시조치 등을 위반한 행위는 ‘공동주거에 출입을 금지한 법원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출입한 행위로서 다수의견에 따르더라도 별도로 형법상 주거침입죄도 성립할 것이다.
만약 다수의견이 ‘공동거주자가 폭력적인 수단으로 다른 공동거주자의 거부를 제압하고 공동의 주거지에 출입한 행위는 형법상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지 않으므로 가정폭력처벌법이 정한 가정폭력범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라면, 다수의견으로 인하여 가정폭력처벌법의 개정 취지가 완전히 몰각된다. 가정구성원, 즉 공동거주자라고 할지라도 폭력적인 수단에 의한 주거침입행위에 대하여 피해를 입는 가정구성원을 보호하기 위하여 가정폭력처벌법이 개정되어 형법 제2편 제36장 주거침입의 죄를 명시적으로 포함시켰음에도 해석으로 이를 가정폭력범죄에서 제외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반대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이기택 김재형 조재연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주심)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노태악 이흥구 천대엽 |
217,433 | 저작권법위반방조[저작재산권자의 이용허락 없이 전송되는 공중송신권 침해 게시물로 연결되는 링크를 이른바 ‘다시보기’ 링크 사이트 등에서 공중의 구성원에게 제공하는 행위가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가 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 | 2017도19025 | 20,210,909 | 선고 | 대법원 | 형사 | 전원합의체 판결 | [1] 공중송신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이나 그 게시물이 위치한 웹페이지 등에 연결되는 링크를 한 행위가 공중송신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2] 정범이 공중송신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을 인터넷 웹사이트 서버 등에 업로드하여 공중의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이용에 제공한 후 침해 게시물을 서버에서 삭제하는 등으로 게시를 철회하지 않는 경우, 정범의 범죄행위가 방조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 공중송신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인 영상저작물에 연결되는 링크를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영리적ㆍ계속적으로 게시한 행위가 전송의 방법으로 공중송신권을 침해한 정범의 범죄를 방조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 공중송신권 침해에 대한 방조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 | [1] 공중송신권을 침해하는 게시물이나 그 게시물이 위치한 웹페이지 등(이하 통틀어 ‘침해 게시물 등’이라 한다)에 연결되는 링크를 한 행위라도, 전송권(공중송신권) 침해행위의 구성요건인 ‘전송(공중송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전송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는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이다. 링크는 인터넷에서 링크하고자 하는 웹페이지나 웹사이트 등의 서버에 저장된 개개의 저작물 등의 웹 위치 정보 또는 경로를 나타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인터넷 이용자가 링크 부분을 클릭함으로써 침해 게시물 등에 직접 연결되더라도, 이러한 연결 대상 정보를 전송하는 주체는 이를 인터넷 웹사이트 서버에 업로드하여 공중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측이지 그 정보에 연결되는 링크를 설정한 사람이 아니다. 링크는 단지 저작물 등의 전송을 의뢰하는 지시나 의뢰의 준비행위 또는 해당 저작물로 연결되는 통로에 해당할 뿐이므로, 링크를 설정한 행위는 전송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전송권(공중송신권) 침해에 관한 위와 같은 판례는 타당하다. [2] [다수의견] (가)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에 관한 종전 판례는 인터넷 이용자가 링크 클릭을 통해 저작자의 공중송신권 등을 침해하는 웹페이지에 직접 연결되더라도 링크를 한 행위가 ‘공중송신권 침해행위의 실행 자체를 용이하게 한다고 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링크 행위만으로는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법리를 전개하고 있다. 링크는 인터넷 공간을 통한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활성화하고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는 등의 고유한 의미와 사회적 기능을 가진다. 인터넷 등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링크 행위에 대해서까지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를 쉽게 인정하는 것은 인터넷 공간에서 표현의 자유나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과도하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링크 행위가 어떠한 경우에도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종전 판례는 방조범의 성립에 관한 일반 법리 등에 비추어 볼 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링크 행위를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라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는 다른 문제이다. (나) 정범이 침해 게시물을 인터넷 웹사이트 서버 등에 업로드하여 공중의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이용에 제공하면, 공중에게 침해 게시물을 실제로 송신하지 않더라도 공중송신권 침해는 기수에 이른다. 그런데 정범이 침해 게시물을 서버에서 삭제하는 등으로 게시를 철회하지 않으면 이를 공중의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이용에 제공하는 가벌적인 위법행위가 계속 반복되고 있어 공중송신권 침해의 범죄행위가 종료되지 않았으므로, 그러한 정범의 범죄행위는 방조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다) 저작권 침해물 링크 사이트에서 침해 게시물에 연결되는 링크를 제공하는 경우 등과 같이, 링크 행위자가 정범이 공중송신권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그러한 침해 게시물 등에 연결되는 링크를 인터넷 사이트에 영리적ㆍ계속적으로 게시하는 등으로 공중의 구성원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침해 게시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정도의 링크 행위를 한 경우에는 침해 게시물을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는 정범의 범죄를 용이하게 하므로 공중송신권 침해의 방조범이 성립한다. 이러한 링크 행위는 정범의 범죄행위가 종료되기 전 단계에서 침해 게시물을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는 정범의 범죄 실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그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의 기회를 현실적으로 증대함으로써 정범의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고 공중송신권이라는 법익의 침해를 강화ㆍ증대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링크 행위자에게 방조의 고의와 정범의 고의도 인정할 수 있다. (라) 저작권 침해물 링크 사이트에서 침해 게시물로 연결되는 링크를 제공하는 경우 등과 같이, 링크 행위는 그 의도나 양태에 따라서는 공중송신권 침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서 그 행위자에게 방조 책임의 귀속을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인터넷에서 원활한 정보 교류와 유통을 위한 수단이라는 링크 고유의 사회적 의미는 명목상의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행위자가 링크 대상이 침해 게시물 등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한 경우에는 방조가 성립하지 않고, 침해 게시물 등에 연결되는 링크를 영리적ㆍ계속적으로 제공한 정도에 이르지 않은 경우 등과 같이 방조범의 고의 또는 링크 행위와 정범의 범죄 실현 사이의 인과관계가 부정될 수 있거나 법질서 전체의 관점에서 살펴볼 때 사회적 상당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공중송신권 침해에 대한 방조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노태악의 반대의견] 다음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첫째, 다수의견은 규제와 처벌의 필요성을 내세워 저작권 침해물 링크 사이트에서 침해 게시물에 연결되는 링크를 제공하는 링크 행위를 처벌하고자 형법 총칙상 개념인 방조에 대한 확장해석, 링크 행위 및 방조행위와 정범의 범죄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확장해석을 통해 형사처벌의 대상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는 형사처벌의 과잉화를 초래하고 사생활 영역의 비범죄화라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둘째, 다수의견은 방조범 성립 범위의 확대로 말미암아 초래될 부작용을 축소하고자 영리적ㆍ계속적 형태의 링크 행위만을 방조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하나, 이는 일반적인 방조범의 성립과 종속성, 죄수 등의 법리에 반하고, 법원으로 하여금 방조범의 성립이 문제 될 때마다 그 성립 요건을 일일이 정해야만 하는 부담을 지우며,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른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에 커다란 혼란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셋째, 저작권 침해물 링크 사이트에서 침해 게시물에 연결되는 링크를 제공하는 링크 행위에 대하여 종전 판례를 변경하여 유죄로 판단할 정당성은 인정되기 어렵다. 비록 저작권 침해물 링크 사이트에서의 영리적ㆍ계속적 링크 행위의 폐해가 증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해서는 입법을 통해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링크 행위의 유형화와 그에 따른 처벌의 필요성 및 근거 조항 마련을 위한 입법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대법원이 구성요건과 기본 법리를 확장하여 종전에 죄가 되지 않는다고 보았던 행위에 관한 견해를 바꾸어 형사처벌의 범위를 넓히는 것(사실상 소급처벌에 해당한다)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충분한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고, 그에 따른 입법적 결단을 기다려주는 것이 올바른 제도 도입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쟁점에 관한 종전 판례의 견해는 여전히 타당하므로 유지되어야 한다. | [1] 구 저작권법(2016. 3. 22. 법률 제140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7호, 제10호, 제32호, 제10조 제1항, 제18조, 제136조 제1항 제1호 / [2] 구 저작권법(2016. 3. 22. 법률 제140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7호, 제10호, 제32호, 제10조 제1항, 제18조, 제136조 제1항 제1호 | [1] 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8다77405 판결(공2010상, 15),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4343 판결(공2010상, 718) / [2] 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도13748 판결(공2015상, 583)(변경)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이창우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7. 11. 3. 선고 2017노230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 개요와 쟁점
가. 공소사실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성명불상자들이 해외에 서버가 있는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사이트명 1 생략)’ 등에 공중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접근하게 할 목적으로 저작권자의 영상저작물인 드라마ㆍ영화 등의 동영상(이하 ‘이 사건 영상저작물’이라 한다)을 임의로 업로드하고 계속하여 이를 게시하여 이용에 제공하고, 위 게시물에 접근한 이용자들이 이 사건 영상저작물을 클릭하면 개별적으로 송신이 이루어지게 하는 방법으로 저작권자의 전송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2015. 7. 25.부터 2015. 11. 24.까지 총 450회에 걸쳐, 자신이 개설하여 운영하면서 광고 수익을 얻는 이른바 ‘다시보기 링크 사이트’인 ‘(사이트명 2 생략)’ 사이트(이하 ‘이 사건 사이트’라 한다) 게시판에 이 사건 영상저작물과 연결되는 링크를 게시하고(이하 ‘이 사건 링크 행위’라 한다), 이 사건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제목 등으로 이 사건 영상저작물을 검색하여 게시된 링크를 찾을 수 있게 한 뒤 이들이 링크를 클릭하면 성명불상자들이 이용제공 중인 이 사건 영상저작물의 재생 준비화면으로 이동하여 개별적으로 송신이 이루어지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영리를 목적으로 또는 상습으로 성명불상자들의 전송권 침해행위를 용이하게 하여 방조하였다.
나. 원심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성명불상자들이 저작권자의 이용허락 없이 해외 동영상 공유사이트에 이 사건 영상저작물을 게시한 행위는 저작권자의 전송권 침해에 해당한다. 이 사건 영상저작물의 게시가 철회될 때까지는 유ㆍ무형의 방법으로 방조행위가 이루어질 수 있지만, 방조행위는 전송권 침해의 실행행위 자체를 용이하게 하는 방법으로만 가능하다. 그런데 공소사실 기재 링크는 인터넷에서 링크하고자 하는 저작물의 웹 위치 정보나 경로를 나타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인터넷 이용자는 링크 부분을 클릭함으로써 저작권자의 복제권이나 공중송신권을 침해하는 웹페이지 등에 방문하여야 비로소 |
226,979 | 약정금 | 2021다234924 | 20,210,909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처분문서상 문언의 객관적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 계약 내용을 해석하는 방법 [2]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 판단 기준 및 여기에서 말하는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의 의미 [3] 甲 주식회사의 직원인 乙 등이 명예퇴직을 하면서 ‘퇴직 후 3년 내 동종 경쟁업체에 취직하는 경우 명예퇴직금을 전액 반납하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작성한 사안에서, 위 각서는 명예퇴직 후 3년 내 동종 경쟁업체에 취직하면 명예퇴직의 효력이 상실되어 지급받은 명예퇴직금을 반환해야 하는 ‘명예퇴직의 해제조건’에 관하여 약정한 것인데, 위 각서에서 정한 명예퇴직에 관한 해제조건은 단순한 경쟁업체에의 재취업만으로는 부족하고, ‘재취업 직장이 甲 회사와 동종 경쟁관계에 있어 甲 회사에서 알게 된 정보를 부당하게 영업에 이용함으로써 甲 회사에 손해를 끼칠 염려가 있는 경우’로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으므로, 乙 등의 경우 그 해제조건이 성취되지 아니하였고, 甲 회사에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 null | [1] 민법 제105조 / [2] 민법 제103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 [3] 민법 제103조, 제105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 [1] 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0다72572 판결(공2002하, 1479) / [2]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공2010상, 725) | 【원고, 상고인】
한전케이피에스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담당변호사 김상연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명천 외 1인)
【원심판결】
광주고법 2021. 4. 29. 선고 2020나22048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이 사건 각서는 경업금지약정이 아니라 명예퇴직의 효력이 상실되는 해제조건을 정한 것인데, 피고들의 경우 그 해제조건이 성취되지 아니하였다. 또한 피고들의 재취업으로 인하여 원고의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 이익’이 침해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명예퇴직금 반환청구는 이유 없다.
2.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거기에 원고가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처분문서의 해석 및 경업금지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자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지만,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과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계약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특히 당사자 일방이 주장하는 계약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0다72572 판결 등 참조).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에 대한 판단은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라 함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정한 ‘영업비밀’뿐만 아니라 그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로서 근로자와 이를 제3자에게 누설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거나 고객관계나 영업상의 신용의 유지도 이에 해당한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나. 위 법리에 비추어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 각서가 명예퇴직 해제조건에 관하여 약정한 것’이라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1) 이 사건 각서는 직원들의 명예퇴직 과정에 수반하여 제출된 것으로 그 내용이 ‘직원들의 퇴직 후 3년 내 동종 경쟁업체에 취직하는 경우 명예퇴직이 아니라 일반퇴직으로 전환되는 것을 인정하고 명예퇴직금을 전액 반납하겠다.’는 것이다.
2) 근로자에게는 헌법상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으므로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퇴직 후 일정 기간 다른 회사로의 전직이 금지되는 의무가 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의무를 명시적으로 부과하는 규정이 있는지 여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3) 이 사건 각서에는 퇴직 후 일정 기간 다른 회사로의 전직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의무규정이 포함되어 있지는 아니하므로, 위와 같은 문언만으로 곧바로 피고들에게 경업금지의무가 부과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4) 오히려 그 문언의 내용과 그 작성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면, 명예퇴직 후 3년 내 동종 경쟁업체에 취직하면 명예퇴직의 효력이 상실되어 지급받은 명예퇴직금을 반환해야 하는 ‘명예퇴직의 해제조건’에 관하여 약정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 각서에서 정한 명예퇴직 해제조건의 성취는 ‘명예퇴직 후 3년 내 취직한 직장이 원고와 동종 경쟁관계에 있어 원고에서 알게 된 정보를 부당하게 영업에 이용함으로써 원고에 손해를 끼칠 염려가 있는 경우’로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원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있다.
1) 명시적 경업금지약정도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지 여부에 따라 그 유·무효가 달라지므로, 이 사건 각서가 경업금지약정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그 약정에 의해 피고들의 전직이 일부 제한되는 결과가 발생하는 이상, 각서에 담긴 의사를 해석함에 있어 피고들의 헌법상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이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2) 원고가 명예퇴직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조직 활성화 및 업무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원고는 근무 당시 직위, 담당한 업무 내용 등을 구분하지 않고 명예퇴직을 선택한 직원들에 대하여 이 사건 각서를 자동적으로 징구받는 것으로 보인다.
3) 원고의 명예퇴직제도가 회사 내의 인사적체를 해소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장기근속자들의 조기퇴직을 도모하기 위한 사례금 내지 공로금의 성격도 함께 가지고 있어, 원고가 지급한 명예퇴직금이 온전히 경쟁업체에 전직하지 않는 대가로 지급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4) 피고 1은 원고의 사업소 품질보증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과장 직급에 그쳤고(1977년 입사하여 1985년 5직급, 2009년 4직급으로 승급한 것이 전부이다), 피고 2는 원고에서 증기터빈정비 업무를 수행하는 기술자로서의 업무를 수행한 외에 기밀사항을 다룬 것으로 볼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아니한다.
5) 피고들의 재취업에 원고에서 근무하며 습득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가 도움이 되었더라도, 그것이 원고의 영업비밀이거나 또는 원고만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에 이르지 아니고 그러한 기술 내지 정보는 이미 동종의 업계 전반에 어느 정도 알려져 있거나 수년간 동종업무를 담당하면서 통상 습득하게 되는 수준 정도로 보인다.
6) 명예퇴직자는 원고에서 장기근속한 자로서 원고에서 수행한 업무를 통하여 습득한 일반적인 지식과 경험을 이용하는 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면 직장을 옮기는 것이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 사건 각서에 따라 간접적으로 전직이 제한되는 기간이 3년으로 비교적 길다.
7) 이 사건 각서의 내용, 명예퇴직제도의 취지, 피고들이 취득한 기술이나 정보의 성격, 전직이 제한되는 기간 및 피고들의 근로권과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각서에서 정한 명예퇴직에 관한 해제조건은 단순한 경쟁업체에의 재취업만으로는 부족하고, ‘재취업 직장이 원고와 동종 경쟁관계에 있어 원고에서 알게 된 정보를 부당하게 영업에 이용함으로써 원고에 손해를 끼칠 염려가 있는 경우’로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라.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들은 이 사건 각서에서 정한 명예퇴직의 해제조건이 성취되었다고 보이지 아니하고, 원고에게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원심의 판단도 정당하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226,973 | 사기 | 2020노899 | 20,210,909 | 선고 | 부산지방법원 | 형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검사
【검 사】
김원호(기소), 김민주, 문민영, 박슬기(공판)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동인 담당변호사 박세규 외 1인
【원심판결】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20. 2. 18. 선고 2018고단4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이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에 환송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무죄 부분(사실오인)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교육청이 유아학비지원금을 지급하는 일련의 과정에 비추어 보면 지원의 대상은 유아의 보호자이지만, 실제 지원금을 지급받는 자는 유치원인 점, ② 유아교육법 제24조에 따른 국가의 유아의 보호자에 대한 지원금 지급 의무는 추상적인 의무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유치원의 지원금 신청이 있을 경우 비로소 지원금 지급이 이루어지는 점, ③ 지원금은 정원 내 모집 원아 수에 따라 일률적으로 지급되므로 만일 피고인이 ○○○○○유치원의 정원 외 모집 원아들을 △△△유치원, □□□□□유치원 소속 원아인 것처럼 하지 않고 그대로 지원금 신청을 하지 않았다면 지원금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인 점, ④ 지원금은 해당 원아가 등록된 유치원에서 누리과정교육을 받는 것을 전제로 하여 지급되는 것인 점, ⑤ 유아교육법상 유치원이 정원을 초과하여 유아를 모집하고 교육을 실시한 것 자체에 대한 처벌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정은 이 사건 범행의 상당인과관계 인정 여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정원 외 유아의 소속 유치원을 다른 유치원으로 하여 교육청에 유아학비지원금을 신청한 행위와 교육청의 지원금 교부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나. 공소기각 부분(법령위반)
이 사건 기록 등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공소사실에 대상 유치원들의 상호, 위치 등이 특정되어 있는 점, ② 피고인은 공소사실에 기재된 기망행위 중 고지의무의 존부, 고지의무 불이행, 인과관계 등 일부분에 대해서만 다투고 있을 뿐이고, 구체적으로 피고인의 어떠한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있는지에 대해서 아무런 언급이 없는 점, ③ 부산시교육청의 사실조회회신 등을 통하여 이 사건과 관련된 유치원별 원아 및 학부모의 이름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점, ④ 피고인은 유치원 원생들과 학부모들의 명단과 개인정보를 작성·보유하고 있는 당사자로서 학부모들의 진술서를 제출하거나 증인 신청하는 등으로 얼마든지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점, ⑤ 피고인은 소속 직원들을 통하여 회계장부, 원아명부, 계좌내역 등을 폐기·은닉하려고 시도하였는바,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불명확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이 스스로 자초한 일인 점 등을 종합하면,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에 대하여 공소기각판결을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법령위반의 위법이 있다.
2. 직권판단
가. 관련 법령 및 법리
1) 검사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공소장에 기재한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의 추가, 철회 또는 변경을 할 수 있다. 이 경우에 법원의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허가하여야 한다. 법원은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의 추가, 철회 또는 변경이 있을 때에는 그 사유를 신속히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고지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298조 제1항, 제3항).
2) 검사가 형사소송법 제298조 제1항에 따라 공소장에 기재한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의 추가, 철회 또는 변경(이하 ‘공소장의 변경’이라 한다)을 하고자 하는 때에는 그 취지를 기재한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여야 하고, 피고인의 수에 상응한 부본을 첨부하여야 한다. 법원은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의 부본을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즉시 송달하여야 한다. 법원은 피고인이 재정하는 공판정에서는 피고인에게 이익이 되거나 피고인이 동의하는 경우 구술에 의한 공소장변경을 허가할 수 있다(형사소송규칙 제142조 제1항, 제2항, 제3항, 제5항). 한편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명료하게 하기 위하여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사실상과 법률상의 사항에 관하여 석명을 구하거나 입증을 촉구할 수 있다(형사소송규칙 제141조 제1항).
3) 공소장의 기재가 불명확한 경우 법원은 형사소송규칙 제141조의 규정에 의하여 검사에게 석명을 구한 다음, 그래도 검사가 이를 명확하게 하지 않은 때에야 공소사실의 불특정을 이유로 공소를 기각함이 상당하다(대법원 1983. 6. 14. 선고 82도293 판결, 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4도5972 판결 등 참조).
4) 검사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이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범위 안에 있는 것이면 법원은 이를 허가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 허가요건인 공소사실의 동일성은 그 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면 그대로 유지된다 할 것이고, 이러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사실의 동일성이 갖는 기능을 염두에 두고 피고인의 행위와 그 사회적인 사실관계를 기본으로 하되 규범적 요소도 아울러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2도14097 판결, 대법원 2018. 1. 25. 선고 2016도6757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1) 이 사건 기록 등에 의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교육청지원금 관련 사기의 점을 제외한 나머지 사기의 점의 당초 공소사실은 별지 1. 기재와 같이 특정된 사실, 피고인이 위 공소사실에 기재된 편취금액의 일부 내역에 관하여 다투자 검사는 2018. 12. 11. 사실조회기관을 ‘부산광역시 교육청 감사관실’, 사실조회사항을 ‘피고인의 범행기간인 2014. 1.경부터 2017. 6.경까지 6개 ◇◇유치원에서 학비지원을 받은 원아명 및 그 원아의 학부모명’, 사실조회 이유를 ‘본 건 공소사실의 피해자는 6개 ◇◇유치원의 학부모들인바, 교육청 누리과정 지원금 등 학비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유치원에서 온라인상으로 원아명과 그 학부모명을 전산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조회를 통해 본 건 공소사실의 피해자를 세부적으로 확인하기 위함’으로 하는 사실조회를 신청하였고 원심 법원이 이를 채택하여 2018. 12. 21. 부산광역시 교육청으로부터 별지 3. 기재 내역이 회신된 사실, 이에 검사는 2019. 1. 17. 위 사실조회결과를 통하여 확인된 별지 3. 기재 각 학부모들을 피해자로 변경하고자 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한 사실, 그런데 원심은 위 2019. 1. 17.자 의견서와 관련하여 공소장의 변경 등에 관한 절차를 진행하거나 그 밖에 피해자 특정에 관하여 검사에게 석명을 구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아니한 채 2020. 2. 18. 당초의 공소사실을 기준으로 하여 피고인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을 정도로 피해자 등 공소사실이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의한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2) 앞서 본 관련 법령 및 법리에 비추어 위 인정사실에 관하여 살피건대, 원심 설시대로 당초의 공소사실에 피해자가 제대로 특정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에 관하여 원심은 석명준비명령 등을 통하여 명시적으로 석명을 구하지 아니하였고, 공판조서 상으로도 피해자 특정 여부를 위하여 변론을 속행하거나(2019. 5. 14. 제8회 공판조서) 검사의 기록 검토를 위하여 변론을 속행한 것(2019. 12. 3. 제11회 공판조서) 외에는 피해자의 특정에 관하여 입증을 촉구한 내역이 확인되지 않는 반면, 검사는 2018. 12. 11.자 사실조회신청 및 2019. 1. 17.자 의견서를 통하여 피해자를 보다 구체적으로 특정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하였는바, 검사가 당초의 공소사실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의 특정에 관하여 제대로 석명을 구하지 아니한 채 바로 공소기각을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공소사실의 특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3) 또한 검사가 2019. 1. 17. 제출한 의견서는, 비록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의 형식은 아니기는 하나 당초의 공소사실에 피해자로 특정된 ‘원생 학부모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공소사실을 변경하겠다는 취지가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고 피해 학부모들을 개별적으로 특정한 별지 3. 기재 피해자일람표가 첨부되어 있으므로 형사소송규칙 제142조 제1항의 ‘공소장에 기재한 공소사실의 변경 취지를 기재한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에 해당된다고 볼만한 여지가 있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적어도 위 2019. 1. 17.자 의견서가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로서 제출된 것인지 여부를 검사에게 정확하게 확인하여,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로 확인될 경우 형사소송규칙 제142조에 따라 검사로 하여금 그 부본을 제출하게 하고 이를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송달하는 등 서면에 의한 공소장의 변경 절차를 제대로 거쳐야 하고, 이와 달리 단순히 추후 소송계획을 밝힌 서면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되더라도 향후 변론을 진행함에 있어 위 의견서에서 밝힌 대로 공소장변경허가를 신청할 것인지 여부를 검사에게 추가로 확인하고 피해자 특정을 촉구하거나 공소장변경의 기회를 명확하게 부여하는 등 형사소송법 제298조의 공소장의 변경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도록 조치하였어야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아니한 채 당초의 공소사실만을 기준으로 하여 피해자 등 공소사실이 제대로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소기각의 판결을 선고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공소장의 변경 절차에 관한 법령을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4) 따라서 원심판결 중 공소기각 부분에는 위와 같은 위법이 있으므로 그대로 유지할 수 없게 되었고, 원심판결이 어느 사실에 대하여만 위법하게 공소를 기각하고 다른 사실에 대해서는 정당하게 실체 판결을 했을 경우에는 경합범가중이 필요한 한도에서 전체가 불가분이 되므로, 원심판결은 그 전부가 파기될 수밖에 없다(대법원 1998. 5. 8. 선고 98도631 판결 등 참조).
3.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검사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 제366조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원심법원인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동기(재판장) 김승현 이상언 |
226,977 | 보험에관한소송 | 2021다234368 | 20,210,909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약관의 해석 원칙 [2] 수술이 예방적 목적을 겸하여 행하였다고 하더라도 질병의 치료목적을 위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이를 요건으로 하는 보험사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당해 시술이 어떠한 목적으로 이루어졌는지 판단하는 방법 [3] 甲과 乙 보험회사가 체결한 보험계약의 약관에 ‘피보험자인 甲이 장해지급률 50% 이상인 상태가 된 경우 이후 주계약 보험료 납입을 면제한다.’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데, 甲이 자궁적출술과 양쪽 난소절제술을 받은 후 위 규정에 따른 보험료 납입면제를 요청하였으나, 乙 회사가 ‘양쪽 난소 절제가 난소암 예방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보험계약 약관상 장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한 사안에서, 절제 시술 이후 난소 자체에서 악성 종양이 발견되지 아니하였고 수술에 예방적 목적이 일부 포함되어 있었더라도, 시술을 담당한 의사의 시술 현장에서의 전문적인 판단에 따라 질병 치유의 목적을 겸하여 양쪽 난소 절제가 이루어졌으므로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료 납입 면제사유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 null | [1]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5조 / [2]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 상법 제727조 / [3]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 상법 제727조 | [1] 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다30281 판결 |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기억)
【피고, 상고인】
삼성생명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혜성 외 3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1. 4. 1. 선고 2020나40824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약관의 해석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당해 약관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하여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석하되, 개개 계약 당사자가 기도한 목적이나 의사를 참작함이 없이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보험단체 전체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위와 같은 해석을 거친 후에도 약관 조항이 객관적으로 다의적으로 해석되고 그 각각의 해석이 합리성이 있는 등 당해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2다30281 판결 등 참조).
어떠한 수술이 예방적 목적을 겸하여 행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질병의 치료목적을 위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으면 이를 요건으로 하는 보험사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당해 시술이 그중 어떠한 목적으로 이루어졌는지에 관해서는 담당 시술의의 시술 현장에서의 전문적 판단 및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평가할 사항이지만, 그 시술 현장에서의 판단에 특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으면 이를 존중할 필요가 있으므로, 단지 사후적으로 그 치료(목적)의 필요성이 없거나 부족한 것으로 판명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관련 보험계약의 해석상 환자의 불이익으로 돌리는 데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산부인과학 교과서, 관련 사건의 의료감정 회신의 내용 및 시술의의 판단 등을 토대로 원고의 양쪽 난소 절제가 질병 치유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납입면제 규정에 따라 2016. 4. 이후 각 보험료 납입채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3. 원심판결의 이유를 관련 법리 및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과 종합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양쪽 난소절제 수술에 관한 사실을 오인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피고가 원용하는 선행 확정판결은 이 사건과 당사자가 다르고 소송상 주장 및 그 증거관계가 동일하지 아니하므로 그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더라도 상호 모순된다고 할 수 없다.
가. 이 사건 각 보험계약상 ‘장해’는 ‘질병 등에 대하여 치유된 후 신체에 남아 있는 영구적인 정신 또는 육체의 훼손상태’로서, 질병의 발생 부위와 훼손된 신체의 부위가 반드시 동일한 것을 요구한다고 볼 수는 없다. 난소는 자궁에 연결된 부속기관으로서 자궁과 함께 여성의 생식기관을 구성하며 악성 세포가 난관을 통해 쉽게 전이되거나 호르몬의 영향을 주고받는 등 질병의 확대에 있어 자궁과 밀접하고 유기적인 관계에 있으므로, 자궁의 질병에 대한 의료조치의 결과로 난소가 훼손되었더라도 그것이 자궁의 치료에 필요한 것이었다면 전체적으로 보아 질병의 치유행위로 볼 수 있다.
나. 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 발간한 ‘산부인과학 지침과 개요’에 의하면, 원고가 진단받은 비정형 복합 자궁내막증식증은 자궁내막암으로 진행될 확률이 29%에 이를 정도로 높아서 그 수술적 치료로 자궁적출술을 시행하고, 한편 자궁내막에 생기는 악성 종양인 자궁내막암은 난소에서 분비되는 난포호르몬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경우 발생위험이 높아지므로 그 수술적 치료로 자궁적출술과 양쪽 난소절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다. 관련 사건에서 원고의 진료기록을 감정한 결과도 다음과 같다. 비정형 복합 자궁내막증식증은 자궁내막암으로 진행하는 전 단계(현재 상피내암으로 중증 등록 가능)로 판단하고 있다. 수술 전 조직검사를 통해 비정형 자궁내막증식증으로 진단되었더라도 실제 수술 후 조직검사에서 자궁내막암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30~50%에 이르기 때문에 비정형 자궁내막증식증의 경우라 해도 출산이 끝난 폐경 상태라면 자궁적출수술을 바로 시행하는 것이 표준적인 치료방법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난소나팔관 역시 환자의 폐경상태, 수술 당시 관찰되는 난소 소견, 자궁내막암으로 진행했을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집도의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그 제거를 고려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수술 당시 원고가 폐경기에 있고 향후 자궁내막암 등이 발생할 수 있음을 고려하여 그 예방을 위하여 난소까지 절제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라. 이 사건 수술을 집도한 의사도, “자궁내막증식증 중 비정형세포가 포함된 경우 자궁내막암일 경우가 많고, 자궁내막암이라면 난포호르몬의 분비를 막을 필요가 있고 난소에 암이 전이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자궁과 난소를 같이 제거하는데, 원고도 자궁내막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으므로 자궁내막암의 수술 기준에 맞추어 자궁과 양쪽 난소절제술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수술을 시행하였으며, 실제로 수술 후 조직검사를 한 결과 자궁내막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30~50%로 확인되었다.”라고 밝히고 있다.
마. 어떠한 시술이 특정 질병의 치료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아니면 순수한 예방 목적에만 머무르는지 등에 대하여는 의료전문가 사이에서도 견해가 다른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이러한 경우 그 시술의 목적 및 필요성 등에 관하여는 그 평가의 전문성이나 진정성 등에 의심을 품을 만한 사정이 없는 이상 직접 환자를 관찰하고 시술을 행한 의료전문가의 판단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바. 이 사건의 경우, 원고는 자궁내막암의 전 단계인 비정형 복합 자궁내막증식증으로 진단되었다. 직접 시술을 담당한 의사의 진술에 따르면, 그 시술 당시 관찰되는 자궁과 난소의 상태, 자궁내막암으로의 진행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자궁내막암의 표준적 치료법에 따라 난소절제술을 시행한 것이고, 실제 수술 후 조직검사를 한 결과 자궁내막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30~50%로 확인되었다고 하는바, 원고가 받은 위 시술의 목적 및 필요성과 관련하여 그 전문성이나 진정성 등에 의심을 품을 특별한 사정을 찾을 수 없고, 수술기록지의 일부 기재 등의 사정만으로는 달리 보기 어렵다.
사. 위와 같은 사정에 더하여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되어야 하는 점을 더하여 살펴보면, 비록 절제 시술 이후 확인한 결과 난소 자체에서 악성 종양이 발견되지 아니하였고 그 수술에 예방적 목적이 일부 포함되어 있었더라도, 시술을 담당한 의사의 시술 현장에서의 전문적인 판단에 따라 질병 치유의 목적을 겸하여 원고의 양쪽 난소 절제가 이루어진 것이어서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료 납입 면제사유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있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
217,435 | 시정명령및과징금납부명령취소 | 2016두36345 | 20,210,909 | 선고 | 대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1]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의 성립 요건 및 어떤 공동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에서 정한 ‘경쟁제한성’ 및 부당성을 갖는지 판단하는 방법 [2] 사업자단체의 결의가 구성사업자의 사업 활동에 있어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는 경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1항 제3호에 규정된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3] 대한민국의 의사를 구성사업자로 하는 甲 사업자단체가 원격의료 및 영리병원 허용정책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휴업 참여 여부는 소속 회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여 하루 휴업을 실행하기로 결의하고 회원들에게 이를 통지한 행위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구성사업자인 의사들의 의료서비스 거래를 제한함으로써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한다는 등의 이유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한 사안에서, 위 행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1항 제1호, 제3호에서 금지하는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 및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 [1]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9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26조 제1항 제1호가 정한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는 사업자단체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같은 법 제19조 제1항 각호에 규정된 행위를 할 것을 결정하고 사업자단체의 구성원 간에 사업자단체의 의사결정을 준수하여야 한다는 공동인식이 형성됨으로써 성립한다. 어떤 공동행위가 ‘경쟁제한성’을 가지는지는 당해 상품이나 용역의 특성, 소비자의 제품선택 기준, 시장 및 사업자들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당해 공동행위로 인하여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이 감소하여 가격ㆍ수량ㆍ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지를 살펴서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공동행위의 부당성은 소비자를 보호함과 아울러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한다는 공정거래법의 궁극적인 목적(제1조) 등에 비추어 당해 공동행위에 의하여 발생될 수 있는 경쟁제한적인 결과와 아울러 당해 공동행위가 경제 전반의 효율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비롯한 구체적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인정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2] 원래 사업자단체는 구성사업자의 공동의 이익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로서, 그 목적 달성을 위하여 단체의 의사결정에 의하여 구성사업자의 사업 활동에 대하여 일정한 범위의 제한을 하는 것은 예정되어 있으나, 그 결의가 구성사업자의 사업 활동에 있어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는 경우에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9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6조 제1항 제3호에 규정된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3] 대한민국의 의사면허를 취득한 자를 회원으로 의료법에 따라 설립된 甲 사업자단체가 원격의료제 등을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과 영리병원 허용정책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휴업 참여 여부에 관하여는 소속 회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여 하루 휴업을 실행하기로 결의하고 회원들에게 이를 통지한 행위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구성사업자인 의사들의 의료서비스 거래를 제한함으로써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고 휴업하도록 강제하는 방법으로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9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26조 제1항 제1호, 제3호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한 사안에서, 위 행위가 경쟁제한성을 가지려면 휴업 실행 결의에 따라 상호 경쟁관계에 있는 구성사업자들 사이에서 경쟁이 제한되어 의료서비스의 가격ㆍ수량ㆍ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어야 하는데, 단 하루 동안 휴업이 진행되었고 실제 참여율이 높지 않으며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 진료기관은 휴업에서 제외되는 등 휴업 기간, 참여율, 구체적인 범위와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휴업으로 의료소비자의 의료서비스 이용에서의 대체가능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정도에 이르지 않았고 달리 의료서비스의 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에 영향을 미쳐 의료서비스 시장에서 경쟁제한성이 인정될 정도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위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1호 등에서 금지하는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甲 사업자단체가 구성사업자들의 투표를 거쳐 휴업을 결의하기는 하였지만 구체적인 실행은 구성사업자인 의사들의 자율적 판단에 맡긴 것이어서 사업자단체인 甲이 구성사업자들인 의사들의 휴업 여부 판단에 간섭하였다고 볼 수 없는 등 위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3호에서 정한 ‘부당한 제한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 [1]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9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 제19조 제1항, 제26조 제1항 제1호 / [2]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9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6조 제1항 제3호 / [3]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9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제1항, 제26조 제1항 제1호, 제3호 | [1] 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4두10319 판결,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8두21058 판결,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두17773 판결(공2014상, 77),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2두28827 판결(공2015하, 1791) / [2] 대법원 1997. 5. 16. 선고 96누150 판결(공1997상, 1759), 대법원 2003. 2. 20. 선고 2001두5347 전원합의체 판결(공2003상, 818) | 【원고, 피상고인】
사단법인 대한의사협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케이씨엘 담당변호사 최종길 외 2인)
【피고, 상고인】
공정거래위원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이제 담당변호사 권국현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6. 3. 17. 선고 2014누58824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 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아래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대한민국의 의사면허를 취득한 자를 회원으로 의료법에 따라 설립된 단체로서, 위 회원들을 구성사업자로 하는「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9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공정거래법’이라고 한다) 제2조 제4호의 사업자단체에 해당한다. 2014. 4. 18. 현재 면허를 신고한 회원 수는 96,958명이다.
나. 보건복지부는 2013. 10. 29. 원격의료제 등을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고, 기획재정부는 2013. 12. 3. 의료법인이 영리 자회사를 세워 각종 의료부대사업을 통해 영리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영리병원 허용정책’을 발표하였다.
다. 원고는 2014. 2. 21.부터 2. 28.까지 전체 회원을 상대로 원격의료 및 영리병원 허용정책에 관한 원고와 보건복지부 사이의 제1차 의ㆍ정 협의 결과에 대한 수용 여부를 묻는 방식으로 휴업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전체 회원 중 48,861명이 투표에 참여하여 그중 약 76.69%의 회원들이 찬성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원고는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일부 필수 진료기관은 휴업 대상에서 제외하고, 휴업 참여 여부에 관하여는 소속 회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여 2014. 3. 10. 휴업을 실행하기로 결의하고 문서 송부, 인터넷 홈페이지 게재 등의 방법으로 회원들에게 이를 통지하였다(이하 원고의 위 휴업 결의, 통지, 권고 등의 행위를 ‘이 사건 행위’라고 한다).
라. 원고의 구성사업자들 중 일부 의사들은 2014. 3. 10. 휴업(이하 ‘이 사건 휴업’이라고 한다)을 실행하였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의하면 휴업 참여율은 개원의의 경우 20.9%, 전공의의 경우 30%이었고, 각 지역별 휴업 참여율은 서울 14.2%, 부산 47.4%, 대구 22.8%, 인천 26.2%, 광주 2.7%, 대전 15.9%, 울산 5% 등으로 집계되었다.
마. 피고는, 2014. 7. 7. 전원회의 의결 제2014-146호로 원고에게, 원고의 이 사건 행위가 구성사업자인 의사들의 의료서비스 거래를 제한함으로써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여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1호에 위반되고, 구성사업자들로 하여금 휴업을 하도록 강요하는 방법으로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여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3호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원심판결 별지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기재와 같이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였다.
2.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1호가 정한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는 사업자단체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법 제19조 제1항 각호에 규정된 행위를 할 것을 결정하고 사업자단체의 구성원 간에 그 사업자단체의 의사결정을 준수하여야 한다는 공동인식이 형성됨으로써 성립한다(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4두10319 판결 참조).
어떤 공동행위가 ‘경쟁제한성’을 가지는지 여부는 당해 상품이나 용역의 특성, 소비자의 제품선택 기준, 시장 및 사업자들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당해 공동행위로 인하여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이 감소하여 가격ㆍ수량ㆍ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지를 살펴서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8두21058 판결,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2두28827 판결 등 참조). 공동행위의 부당성은 소비자를 보호함과 아울러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한다는 공정거래법의 궁극적인 목적(제1조) 등에 비추어 당해 공동행위에 의하여 발생될 수 있는 경쟁제한적인 결과와 아울러 당해 공동행위가 경제 전반의 효율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비롯한 구체적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인정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두17773 판결 참조).
나.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 및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기초로, ① 이 사건 휴업의 목적 또는 이유는 정부의 원격의료제 및 영리병원 허용정책을 반대하기 위한 것으로 의료서비스의 가격ㆍ수량ㆍ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의사나 목적이 없었고, ② 이 사건 휴업 당일 일부 의료기관이 휴업함으로써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는 의료기관의 수가 줄어들었다고 하더라도 의료소비자로서는 종전과 동일한 비용으로 휴업을 하지 않은 의료기관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었고, 이 사건 휴업으로 이 사건 휴업일과 그 다음 날 의료소비자 1인당 진료시간이 단축되는 등 이 사건 휴업이 실제로 의료서비스의 가격ㆍ수량ㆍ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려우며, ③ 원고가 이 사건 휴업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여 2015년에 적용될 의료수가가 3.1% 인상되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의 이 사건 행위는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1호, 제19조 제1항 제3호에서 금지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이 사건 행위는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1호, 제19조 제1항 제3호에서 금지하는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원고가 결의한 이 사건 휴업은 의료수가의 인상 등 구성사업자들의 경제적인 이익을 직접적으로 추구하거나 상호 경쟁관계에 있는 구성사업자들 사이의 경쟁을 제한하여 의료서비스의 가격ㆍ수량ㆍ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이 사건 휴업은 원고와 보건복지부가 2014. 1. 17. 의료발전협의회를 구성하여 총 5차례에 걸쳐 원격의료 및 영리병원 허용정책에 관한 협상을 진행한 후 2014. 2. 18. 발표한 제1차 의ㆍ정 협의 결과에 대한 수용 여부에 관한 것인 점 등 앞서 본 사실관계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이 사건 휴업의 경위나 태양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휴업은 헌법상 결사의 자유를 향유하는 원고가 구성사업자들을 대표하여 정부의 의료정책인 원격의료제나 영리병원제 도입과 관련하여 정부에 의견을 전달하고 교섭하는 과정에서 원고의 구성사업자들이 집단적으로 진료의 제공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정부 정책에 반대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
2) 가)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 시장에는 의료 업무의 공익적 성격으로 인하여 여러 가지 공법상 제한이 존재하지만, 그 제한이 없는 영역에서 개업, 휴업, 폐업, 의료기관의 운영방법 등은 의료인의 자율에 맡겨져 있고, 국민건강보험법령에 따라 시장경제체제의 가장 기본적인 경쟁 수단이자 본질적 요소인 가격에 관한 경쟁이 대부분 제도적으로 제한되어 있으므로 의료서비스 자체의 전문성, 소비자의 의료기관 선택에 있어서의 기회나 대체가능성, 품질 및 공급량 등 다른 요소들이 상대적으로 중요한 경쟁의 요소가 될 수 있다.
나) 원고의 이 사건 행위가 경쟁제한성을 가지려면 이 사건 결의에 따라 상호 경쟁관계에 있는 구성사업자들 사이에서 경쟁이 제한되어 의료서비스의 가격ㆍ수량ㆍ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휴업은 단 하루 동안만 진행되었고, 실제 휴업 참여율이 그다지 높지 않으며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 진료기관은 휴업에서 제외되었다. 이러한 휴업의 기간, 참여율, 구체적인 범위와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비록 이 사건 휴업 당일 의료서비스의 공급량이 전체적으로 일부 감소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휴업으로 의료소비자의 의료서비스 이용에 있어서의 대체가능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였고, 달리 의료서비스의 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에 영향을 미쳐 의료서비스 시장에서 경쟁제한성이 인정될 정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 나아가 앞서 본 이 사건 행위의 목적이나 경위, 경쟁제한성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원고의 이 사건 행위가 소비자를 보호함과 아울러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한다는 공정거래법의 궁극적인 목적에 실질적으로 반하는 행위라고 볼 수 없으므로, 부당성이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라. 원심판결 이유 중 이 사건 휴업으로 인하여 의료서비스의 가격이 상승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이 사건 휴업의 경쟁제한성을 부인하는 주된 근거로 들면서 이 사건 휴업으로 인하여 소비자의 불편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부분은 부적절하다. 그러나 원심이 이 사건 휴업으로 인하여 의료소비자의 진료시간이 단축되는 품질저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그로 인하여 원고나 구성사업자의 경제적 이익이나 이윤이 더 늘어난 것이 아니라는 등 그 판시 사정을 들어 이 사건 휴업의 경쟁제한성이 인정된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어 이 사건 행위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결론에 있어서 정당하다.
마. 한편 피고가 상고이유로 들고 있는 대법원 2003. 2. 20. 선고 2001두5347 전원합의체 판결은 원고의 휴업 결의의 목적이나 태양, 휴업 참여율 등에서 이 사건과는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다르고, 처분의 근거 법령이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3호인 사안으로 이 부분과 처분사유가 다르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이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배치된다고 볼 수 없다.
바.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1호, 제19조 제1항 제3호에서 금지하는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1호, 제19조 제1항 제3호의 경쟁제한성이나 부당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가. 원래 사업자단체는 구성사업자의 공동의 이익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로서, 그 목적 달성을 위하여 단체의 의사결정에 의하여 구성사업자의 사업 활동에 대하여 일정한 범위의 제한을 하는 것은 예정되어 있다고 할 것이나, 그 결의가 구성사업자의 사업 활동에 있어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는 경우에는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3호에 규정된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7. 5. 16. 선고 96누150 판결, 위 대법원 2001두534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원심은, 원고의 구성사업자들인 의사들이 이 사건 휴업에 참여할지 여부에 관하여는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였고, 원고가 구성사업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휴업 참여를 강요하거나 그 휴업 불참에 따른 불이익이나 징계를 사전에 고지한 바 없고, 사후에도 휴업 불참에 따른 불이익이나 징계를 가하였다고 보이지 않으며 휴업 찬성률보다 더 낮은 휴업 참여율을 기록한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구성사업자들의 투표를 거쳐 이 사건 휴업을 결의하기는 하였지만 그 구체적인 실행은 구성사업자인 의사들의 자율적 판단에 맡긴 것이라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휴업의 실행에 있어 사업자단체인 원고가 구성사업자들인 의사들의 휴업 여부 판단에 간섭하였다고 볼 수 없는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이유로 원고의 이 사건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3호에서 정한 ‘부당한 제한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3호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피고가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위 대법원 2001두5347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하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이 부분에 관한 그 밖의 상고이유는 위와 같은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이므로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재연(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 천대엽 |
217,449 | 미성년자유인(인정된 죄명: 미성년자약취) | 2019도16421 | 20,210,909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1] 미성년자약취죄의 구성요건요소로서 ‘약취’의 의미 및 약취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2] 부모가 이혼하였거나 별거하는 상황에서 미성년의 자녀를 부모의 일방이 평온하게 보호ㆍ양육하고 있는데, 상대방 부모가 폭행, 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행사하여 그 보호ㆍ양육 상태를 깨뜨리고 자녀를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긴 행위가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를 구성하는지 여부(적극) [3] 피고인과 甲은 각각 한국과 프랑스에서 따로 살며 이혼소송 중인 부부로서 자녀인 피해아동 乙(만 5세)은 프랑스에서 甲과 함께 생활하였는데, 피고인이 乙을 면접교섭하기 위하여 그를 보호ㆍ양육하던 甲으로부터 乙을 인계받아 국내로 데려온 후 면접교섭 기간이 종료하였음에도 乙을 데려다주지 아니한 채 甲과 연락을 두절한 후 법원의 유아인도명령 등에도 불응한 사안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미성년자약취죄의 약취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 [1] 형법 제287조의 미성년자약취죄의 구성요건요소로서 약취란 폭행, 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수단으로 사용하여 피해자를 그 의사에 반하여 자유로운 생활관계 또는 보호관계로부터 이탈시켜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기는 행위를 의미하고, 구체적 사건에서 어떤 행위가 약취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의 목적과 의도,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의 태양과 종류, 수단과 방법, 피해자의 상태 등 관련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미성년자를 보호ㆍ감독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보호감독자의 보호ㆍ양육권을 침해하거나 자신의 보호ㆍ양육권을 남용하여 미성년자 본인의 이익을 침해하는 때에는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의 주체가 될 수 있으므로, 부모가 이혼하였거나 별거하는 상황에서 미성년의 자녀를 부모의 일방이 평온하게 보호ㆍ양육하고 있는데, 상대방 부모가 폭행, 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행사하여 그 보호ㆍ양육 상태를 깨뜨리고 자녀를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긴 경우 그와 같은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를 구성한다. [3] 피고인과 甲은 각각 한국과 프랑스에서 따로 살며 이혼소송 중인 부부로서 자녀인 피해아동 乙(만 5세)은 프랑스에서 甲과 함께 생활하였는데, 피고인이 乙을 면접교섭하기 위하여 그를 보호ㆍ양육하던 甲으로부터 乙을 인계받아 국내로 데려온 후 면접교섭 기간이 종료하였음에도 乙을 데려다주지 아니한 채 甲과 연락을 두절한 후 법원의 유아인도명령 등에도 불응한 사안에서, 피고인은 乙을 향후 계속하여 보호ㆍ양육함으로써 기존의 자유로운 생활 및 보호관계로부터 이탈시켜 자신의 사실상 지배하에 두기 위한 목적으로 乙의 반환을 거부한 것으로 보이는 점, 乙은 당시 만 5세에 불과한 유아였고 乙이 돌아가야 하는 곳은 외국인 프랑스였으므로, 피고인이 작위의무를 이행하여 乙을 데려다주지 않으면 乙 스스로는 자유로운 생활 및 보호관계로부터의 이탈이라는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상태였던 점, 피고인은 장기간 프랑스 법원의 양육자 지정 결정뿐 아니라 국내 법원의 양육자 지정 및 유아인도 심판, 그 이행명령, 면접교섭 사전처분 등 각종 결정을 지속적으로 위반한 점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수단으로 乙을 그 의사와 복리에 반하여 자유로운 생활 및 보호관계로부터 이탈시켜 자기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긴 적극적 행위와 형법적으로 같은 정도의 행위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형법 제287조 미성년자약취죄의 약취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 [1] 형법 제287조 / [2] 형법 제287조 / [3] 형법 제18조, 제287조 | [1][2] 대법원 2013. 6. 20. 선고 2010도14328 전원합의체 판결(공2013하, 1399), 대법원 2017. 12. 13. 선고 2015도10032 판결 / [1]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9도3816 판결 / [2] 대법원 2008. 1. 31. 선고 2007도8011 판결(공2008상, 341)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수원지법 2019. 10. 25. 선고 2019노2984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경위 및 원심의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관계
1) 피고인은 2007. 3. 24. 일본에서 프랑스인 공소외인과 혼인하였고, (생년월일 생략) 딸인 피해아동이 태어났다. 공소외인과 피해아동은 2009. 4.경부터 프랑스에서 생활하였고, 피고인은 일본에 남아 학업을 마친 후 2010. 4.경부터 프랑스에서 함께 거주하다가 2012. 3.경 혼자 대한민국으로 귀국하였다.
2) 공소외인은 2012. 7.경 프랑스 법원에 피고인을 상대로 이혼청구를 하였고, 법원은 2013. 11. 15.경 피해아동의 상시 거주지를 공소외인의 거주지로 정하고 피고인은 면접교섭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임시조치 결정을 하였다.
3) 피고인은 1개월 동안의 면접교섭을 위하여 2014. 7. 5. 피해아동(당시 만 5세)을 데리고 대한민국으로 오면서 2014. 8. 6. 프랑스에 있는 공소외인에게 데려다주기로 약속을 하였음에도, 피해아동을 데려다주지 않은 채 공소외인과 연락을 두절하였다.
4) 공소외인은 2015. 4. 17. 수원지방법원에 피고인을 상대로 피해아동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자신을 지정하고 피해아동을 인도할 것을 청구하였고, 수원지방법원은 2016. 7. 20. 피해아동의 양육자로 공소외인을 지정하고 피해아동의 인도를 명하되, 친권자 지정은 프랑스 법원의 이혼판결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각하는 심판을 하였다. 피고인이 항고하였으나, 수원지방법원은 2016. 11. 3. 항고를 기각하였고, 2016. 11. 29. 확정되었다.
5) 공소외인은 수원지방법원에 위 심판이 확정될 때까지 4차례에 걸쳐 피해아동에 대한 화상통화, 프랑스어 지도, 면접교섭 등을 위한 사전처분 신청을 하여 인용 결정을 받았으나, 피고인이 제대로 이행하거나 협조하지 않아 피해아동과 매우 제한적으로만 연락을 주고받았을 뿐, 위 사전처분 인용 결정에 따른 실행을 하지 못하였다.
6) 프랑스 법원은 2016. 4. 13. 피고인의 일방적 귀책사유로 인한 이혼을 선언하고 친권자 및 양육자를 공소외인으로 지정하며 피고인의 면접교섭권은 유보하는 내용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그 판결은 2016. 9. 29. 확정되었다.
7) 공소외인의 적극적인 신청 등으로 ① 2016. 8. 23. 가집행부 유아인도 심판에 따른 민사집행법상의 강제집행, ② 2017. 10. 24. 가사소송법 제64조에 따른 유아인도 이행명령에 기한 강제집행 등 피해아동을 데려가기 위한 적법한 집행시도가 이루어졌으나, 이미 프랑스어를 상당 부분 잊어버리고 한국 생활에 익숙해진 피해아동의 거부로 인하여 실패하였다.
8) 피고인은 사전처분 위반에 따른 감치 사건 및 이 사건 원심이 계속 중이던 2019. 10. 15. 피해아동을 공소외인에게 인도하였다.
나. 쟁점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피해아동을 면접교섭하기 위하여 피해아동을 보호ㆍ양육하던 공소외인으로부터 피해아동을 인계받아 국내로 입국한 후 공소외인과 피해아동의 의사에 반하여 돌려보내지 아니한 채 피고인의 주거지에 계속 거주하게 하여 피해아동을 약취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아래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아동에 대한 추가적인 장소적 이전이 없었더라도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수단으로 사용하여 피해아동을 자신의 사실상의 지배하에 옮긴 것과 같다고 보아,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1) 피고인과 공소외인은 한국과 프랑스에서 따로 살며 이혼소송 중이었고, 프랑스 법원이 임시조치로 피해아동의 상시 거주지를 공소외인의 거주지로 정하였으며, 그에 따라 공소외인이 피해아동의 보호ㆍ양육에 관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하고 있었다.
2) 피고인은 프랑스 법원이 부여한 면접교섭권을 행사하여 피해아동을 한국에 데려온 후 그 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공소외인에게 인도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장기간 공소외인과 피해아동의 연락을 방해하고 서로 만나지 못하게 하였다.
3) 피고인의 이러한 행위는 공소외인의 피해아동에 대한 보호ㆍ양육권을 현저히 침해하고, 피해아동의 의사에 반하여 자유로운 생활관계 또는 공소외인의 보호관계로부터 이탈시켜 자신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기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관련 법리
1) 형법 제287조의 미성년자약취죄의 구성요건요소로서 약취란 폭행, 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수단으로 사용하여 피해자를 그 의사에 반하여 자유로운 생활관계 또는 보호관계로부터 이탈시켜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기는 행위를 의미하고, 구체적 사건에서 어떤 행위가 약취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의 목적과 의도,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의 태양과 종류, 수단과 방법, 피해자의 상태 등 관련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7. 9. 선고 2009도3816 판결 등 참조).
2) 미성년자를 보호ㆍ감독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보호감독자의 보호ㆍ양육권을 침해하거나 자신의 보호ㆍ양육권을 남용하여 미성년자 본인의 이익을 침해하는 때에는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의 주체가 될 수 있으므로(대법원 2008. 1. 31. 선고 2007도8011 판결 등 참조), 부모가 이혼하였거나 별거하는 상황에서 미성년의 자녀를 부모의 일방이 평온하게 보호ㆍ양육하고 있는데, 상대방 부모가 폭행, 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행사하여 그 보호ㆍ양육 상태를 깨뜨리고 자녀를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긴 경우 그와 같은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17. 12. 13. 선고 2015도10032 판결 참조).
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부모의 별거 상황에서 일방 배우자인 피고인이 면접교섭권을 행사하기 위하여 프랑스에서 타방 배우자와 함께 생활하고 있던 만 5세인 피해아동을 대한민국으로 데려온 후 면접교섭 기간이 종료하였음에도 프랑스로 데려다주지 않은 채 피해아동이 친모를 제대로 만나지도 못하게 한 경우 이러한 행위를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행사하여 피해아동을 약취’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다. 판단
부모의 별거 또는 이혼 상황에서 일방 배우자가 면접교섭권을 행사하기 위하여 자녀를 적법하게 데리고 갔다가 면접교섭 기간이 종료하였음에도 양육친에게 데려다주지 않은 경우 그 사정만으로 항상 미성년자약취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위 법리를 토대로 앞서 본 사실관계를 통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행위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수단으로 피해아동을 그 의사와 복리에 반하여 자유로운 생활 및 보호관계로부터 이탈시켜 자기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긴 적극적 행위와 형법적으로 같은 정도의 행위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형법 제287조 미성년자약취죄의 약취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1) 행위의 목적과 의도 측면에서, 피고인이 2014. 8.경 이후에 했던 일련의 행동을 보면, 피고인은 피해아동을 향후 계속하여 보호ㆍ양육함으로써 기존의 자유로운 생활 및 보호관계로부터 이탈시켜 자신의 사실상 지배하에 두기 위한 목적으로 피해아동의 반환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2) 행위 당시의 정황과 피해자의 상태 측면에서, 피해아동은 당시 만 5세에 불과한 유아였고 피해아동이 돌아가야 하는 곳은 외국인 프랑스였으므로, 피고인이 작위의무를 이행하여 피해아동을 데려다주지 않으면 피해자 스스로는 자유로운 생활 및 보호관계로부터의 이탈이라는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상태였다.
3) 자녀의 최대한의 복리 우선의 원칙과 관련하여, 가정법원은 미성년 자녀의 양육자 지정 등에 관한 결정을 할 때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므로, 이러한 가정법원의 결정을 위반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피고인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장기간 프랑스 법원의 양육자 지정 결정뿐 아니라, 대한민국 법원의 양육자 지정 및 유아인도 심판, 그 이행명령, 면접교섭 사전처분 등 각종 결정을 지속적으로 위반하였고, 피해아동은 5살의 나이에 말이 잘 통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친밀감을 형성하지 못했던 피고인과 살면서 기존에 유대관계를 갖고 있던 보호자와 연락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이후 계속된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결국 프랑스에서의 생활관계 및 보호자인 공소외인의 보호관계에서 완전히 이탈되어 프랑스어를 잊어버리고 친모인 공소외인과의 유대관계까지 잃어버리게 되었는바, 이는 실질적으로 피해아동의 복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4) 가사소송법 등 관계 법령은 유아인도 심판 및 그 집행에 관한 규정들을 두고 있으나, 피고인은 유아인도 심판에 따르지 않은 채 피해아동을 데리고 있으면서 그 양육환경을 고착화시킴으로써 적법한 절차에 따른 강제집행을 불가능하게 만들었고,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법원의 확정된 심판 등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그렇다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미성년자약취죄의 약취, 부작위범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고, 그 밖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정당행위, 책임조각사유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도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221,903 | 배당이의 | 2020나53071 | 20,210,910 | 선고 | 부산지방법원 | 민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원고, 항소인】
원고
【피고, 피항소인】
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길 담당변호사 정세진)
【제1심판결】
부산지방법원 2020. 6. 25. 선고 2019가단9763 판결
【변론종결】
2021. 8. 13.
【주 문】
1. 제1심판결 중 피고 2에 대한 부분을 취소한다.
2. 이 법원 2008타경20255 부동산임의경매 사건에 관하여 이 법원이 2019. 6. 4. 작성한 추가배당표 중 피고 2에 대한 배당액 7,378,269원을 삭제하고, 원고에 대한 배당액 12,810,472원을 20,188,741원으로 경정한다.
3. 원고의 피고 1에 대한 항소를 기각한다.
4. 원고와 피고 1 사이에 생긴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하고, 원고와 피고 2 사이에 생긴 소송 총비용은 피고 2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부산지방법원 2008타경20255 부동산임의경매 사건(이하 ‘이 사건 임의경매’라 한다)에 관하여 같은 법원이 2019. 6. 4. 작성한 추가배당표 중 피고 1에 대한 배당액 2,248,643원과 피고 2에 대한 배당액 7,378,269원을 각 삭제하고, 원고에 대한 배당액 12,810,472원을 22,437,384원으로 경정한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원고 소유의 부산 사상구 (주소 1 생략)와 (주소 2 생략)(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를 비롯한 같은 빌라 4세대에 관하여 2008. 5. 15. 근저당권자인 농업협동조합중앙회가 부산지방법원 2008타경20255호로 임의경매신청을 하여 같은 날 경매절차가 개시되었다.
나. 소외인은 2007. 11. 27.경 원고와 위 (주소 2 생략)에 관하여 임대차보증금 20,000,000원, 월차임 500,000원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그 무렵 위 보증금을 지급하고 거주하고 있었는데, 피고 1은 2009. 3. 23. 이 사건 임의경매에서 소외인이 소액임차인으로서 제3채무자 대한민국으로부터 배당받을 임차보증금에 대하여 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았다.
다. 피고 2는 2005년경 위 (주소 1 생략)에 관하여 원고와 보증금을 30,000,000원으로 정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그 무렵 위 보증금을 지급한 뒤 거주하고 있었다.
라. 위 경매절차에서 피고 1은 소외인의 배당금지급채권의 전부채권자로서 소액임차인인 소외인의 권리신고 및 배당요구신청을 승계하고, 피고 2는 임차보증금반환청구채권자로서 권리신고 및 배당요구신청을 하였다.
마. 이 법원은 2011. 5. 12. 소액임차인 소외인의 전부채권자인 피고 1에게 17,751,357원을, 소액임차인인 피고 2에게 22,621,731원을 각 배당하는 내용의 배당표(이하 ‘1차 배당표’라 한다)를 작성하였고, 피고들은 그 무렵 각 해당 배당금을 지급받았다.
바. 그런데 이 법원은 2019. 6. 4. 같은 법원 2011가단51454 배당이의사건의 화해권고결정 확정에 따라 경매 목적 부동산의 가압류채권자인 주식회사 한화산업에 대한 배당액에 대하여 전액 배당 받지 못한 이해관계인들에게 추가배당할 사유가 생겼다는 등의 이유로 전부채권자인 피고 1에게 2,248,643원을, 피고 2에게 7,378,269원을, 원고에게 12,810,472원을 배당하는 추가배당표(이하 ‘이 사건 배당표’라 한다)를 작성하였는데, 원고는 배당기일에 출석하여 이 사건 배당표 중 피고들에 대한 배당액 전액에 대하여 이의를 한 후 2019. 6. 11.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2, 갑 제4호증, 갑 제15호증의 1, 2, 갑 제18호증의 1, 2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가. 피고 1에 대한 주장
1) 피고 1은 원고와 사실혼 관계에 있던 자로, 원고는 2008. 7.경 소외인에 대하여 20,000,000원의 연체차임채권을 가지고 있었고, 이 사건 임의경매가 진행되자 위 연체차임채권 상당액을 그 절차에서 배당받기 위하여, 피고 1이 소외인에게 20,000,000원을 대여하였다는 허위의 공정증서를 작성하여, 피고 1이 이 사건 임의경매에서 소외인의 원고에 대한 임대차보증금을 배당받아 원고에게 지급하도록 하였다. 피고 1은 소외인의 가장채권자이므로 이 사건 임의경매에서 추가배당을 받을 수 없다.
2) 피고 1이 가장채권자가 아니더라도, 원고는 2008. 5. 19. 소외인의 아들 소외 2에게 25,000,000원의 채권이 있었고, 소외인은 소외 2의 원고에 대한 위 채무에 대하여 연대보증하였다. 그런데 원고의 소외인에 대한 위 25,000,000원의 연대보증채권은 2008. 6. 1. 소외인의 원고에 대한 임차보증금반환채권과 상계적상에 있었고, 원고의 같은 일자 상계의 의사표시로써 상계되어 소외인의 원고에 대한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은 소멸되었다. 혹은 소외인의 원고에 대한 임차보증금반환채권는 소외인의 연체차임으로 공제되어 모두 소멸하였다. 따라서 피고 1의 압류 및 전부명령은 이미 소멸한 채권에 대하여 한 것으로 효력이 없으므로, 피고 1에 대한 위 배당은 위법하다.
나. 피고 2에 대한 주장
1) 원고는 건물 신축 및 판매업을 하는 자로서, 빌라를 신축하여 그 중 미분양 세대를 피고 2에게 임대하였으므로, 위 임대는 영업을 위한 보조적 상행위로서 피고 2의 원고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하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라 한다)에는 5년의 상사시효가 적용되어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2) 원고는 피고 2에게 위 빌라를 임대차보증금 30,000,000원, 차임 월 500,000원으로 정하여 임대하였는데, 피고 2가 위 빌라에 거주하는 동안 차임을 전혀 지급하지 아니하여 1차 배당표가 작성된 2011. 5. 12.까지 연체한 차임의 합계가 38,500,000원에 이르러 반환받을 임대차보증금이 전혀 없다. 따라서 피고 2에 대한 이 사건 추가배당은 위법하다.
3. 판단
가. 피고 1에 대한 주장
1) 우선 피고 1이 가장채권자라는 주장에 관하여 살핀다. 집행력 있는 집행권원에 기하여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이 적법하게 이루어진 이상 피압류채권은 집행채권의 범위 내에서 당연히 집행채권자에게 이전한다 할 것이어서 그 집행채권이 이미 소멸하였거나 실제 채무액을 초과하더라도 그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대법원 2004. 5. 28. 선고 2004다6542 판결 참조). 원고는 피고 1의 소외인에 대한 대여금채권이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으므로, 이는 결국 집행채권의 부존재를 주장하고 있는 것인데, 집행채권 부존재는 전부명령의 효력에 영향이 없을 뿐만 아니라 통정허위표시임을 인정할 증거도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다음으로 상계 또는 공제 주장에 관하여 살핀다. 먼저 갑 제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2008. 5. 19.경 소외인의 아들 소외 2에게 25,000,000원의 채권을 가지고 있었고, 소외인은 위 채무에 대하여 연대보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갑 제3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가 2018. 5. 21.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18차1155호로 소외 2, 소외인을 상대로 금원의 지급을 구하는 지급명령신청을 하였고, 위 지급명령은 위 서부지원 2018가소22314호 소송으로 이행되어 2018. 9. 12. 원고 승소판결이 선고된 사실이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위 사건 변론종결시인 2018. 9. 12.까지도 소외인에 대한 채권이 존재한다고 주장하였고, 이는 2008. 6. 1. 이미 상계하였다는 이 사건에서의 주장과 배치될 뿐만 아니라 실제 상계의 의사표시를 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원고가 제출하지 않고 있으므로, 결국 원고의 상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또한 소외인의 원고에 대한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이 소외인의 연체차임으로 공제되어 모두 소멸하였다는 주장 역시 갑 제18호증의 1, 2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원고가 주장하는 상계시점(2008. 6. 1.)이나 차임 연체로 보증금 반환채권이 소멸한 시점(2008. 5. 31.)
은 모두 1차 배당표가 작성(2011. 5. 12.)되기 이전인바, 결국 상계나 공제는 모두 1차 배당시 이의할 수 있었던 사유라고 할 것인데, 원고가 1차 배당시 이의를 하지는 않아 추가배당에서도 위 사유로 이의를 할 수 없으므로(민사집행법 제161조), 결국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나. 피고 2에 대한 주장
1) 인정사실
가) 원고는 2004. 1. 10. 부산 사하구 (주소 3 생략)에 상호 ○○빌라로 건설, 주택신축판매로 사업자등록을 마쳤다.
나) 원고는 2006. 2월경 부산 사상구 (주소 4 생략)에 △△빌라 가동 및 나동[이하 ‘△△빌라 가(나)동’이라 한다] 합계 16호실을 신축하여 같은 해 3월경 세대 당 평균 96,200,000원에 분양하고, 피고 2에게 미분양세대 중 △△빌라 나동 202호를 임대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4 내지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단
가) 상사소멸시효 적용여부
위 인정사실을 종합하면 원고는 주택건물을 신축하고 이를 판매하는 업을 하는 상인으로, △△빌라 가동 및 나동을 신축하여 분양하고, 피고 2에 미분양세대인 나동 202호를 임대하였으므로, 위 임대는 상인이 영업을 위하여 하는 행위로서 보조적 상행위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상법 제47조, 제3조에 의하여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은 상사채권으로서, 상법 제64조에 의하여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나) 소멸시효 완성여부
(1) 피고 2는 ① 이 사건 임의경매에서 배당 요구하여 소멸시효가 중단되었고, ② 이 사건 소에 응소함으로써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고 주장한다.
(2) 채권자가 배당요구 또는 채권신고 등의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여 강제경매절차에 참가하고, 그 권리행사로 인하여 소멸시효가 중단된 채권에 대하여 배당표가 작성되고 확정되었다면 그와 같이 배당표가 확정된 부분에 관한 권리행사는 종료되고 그 부분에 대하여 중단된 소멸시효는 위 종료 시점부터 다시 진행된다(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8다89880 판결 참조).
(3) 위 법리를 토대로 피고 2의 주장을 판단하건대, 피고 2가 이 사건 임의경매에서 배당요구를 하였고, 1차 배당표가 2011. 5. 12. 확정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위 소멸시효는 위 배당요구로 중단되었다가 2011. 5. 13.부터 다시 진행된다고 할 것인데, 피고 2가 이 사건 답변서를 제출한 것은 2019. 9. 3.로 2011. 5. 12.으로부터 5년이 지났음이 역수상 명백하므로 피고 2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소결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은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소멸하였으므로 피고 2에 대한 추가배당은 위법하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임의경매에서 이 법원이 2019. 6. 4. 작성한 추가배당표 중 피고 2에 대한 배당액 7,378,269원을 삭제하고, 원고에 대한 배당액 12,810,472원을 22,437,384원(=12,810,472원 + 7,378,269원)으로 경정해야 하므로, 원고의 피고 1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고, 원고의 피고 2에 대한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해야 한다. 제1심판결 중 피고 1에 대한 부분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고, 피고 2에 대한 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피고 2에 대한 항소를 받아들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홍준서(재판장) 권현영 조윤정 |
218,203 |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조세)ㆍ조세범처벌법위반ㆍ지방세기본법위반 | 2020노105 | 20,210,910 | 선고 | 서울고법 | 형사 | 판결 : 상고 | 피고인 甲 주식회사의 임원들인 피고인 乙, 丙이 대표이사 丁과 공모하여, 위 회사에서 생산하여 물류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담배를 제조장 밖으로 반출한 사실이 없음에도 담배 관련 세금 인상 하루 전에 丁이 대표자인 戊 회사에 반출한 것처럼 피고인 甲 회사와 戊 회사의 ERP 전산시스템에 전산 반출이 가능한 담배의 종류와 수량을 입력하는 방법으로 전산을 조작하고 조작된 자료를 근거로 허위의 반출신고를 함으로써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써 세금을 포탈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들이 전사적 기업자원 관리설비를 조작하여 세금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등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 담배의 제조ㆍ유통ㆍ판매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피고인 甲 주식회사의 임원들인 피고인 乙, 丙이 대표이사 丁과 공모하여, 위 회사에서 생산하여 물류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담배를 제조장 밖으로 반출한 사실이 없음에도 담배 관련 세금(개별소비세,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이 2015. 1. 1. 인상되기 하루 전에 丁이 대표자인 戊 회사에 반출한 것처럼 피고인 甲 회사와 戊 회사의 ERP 전산시스템에 전산 반출이 가능한 담배의 종류와 수량을 입력하는 방법으로 전산을 조작하고 조작된 자료를 근거로 허위의 반출신고를 함으로써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써 세금을 포탈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들은 2014. 12. 31. 피고인 甲 회사 직원을 통하여 위 전산시스템에 피고인 甲 회사가 戊 회사와 담배 매매거래를 하여 그 소유권을 이전한다는 내용과 거래대상인 담배를 하나의 물류창고 내에서 인도한다는 내용을 입력하였을 뿐이고, 이는 피고인 甲 회사와 그룹 내 계열회사인 戊 회사 간의 재고 확보를 위한 합의내용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서 담배를 제조장 밖으로 이동하는 사실행위, 즉 지방세법 제49조 제1항, 구 개별소비세법(2015. 12. 15. 법률 제1354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2호에서 규정한 ‘반출’을 인정할 만한 외관을 수반하고 있지 않으므로, 전산입력 행위 및 이를 기초로 한 반출신고 행위는 담배소비세 등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 행위라고 할 수 없는 점, 과세당국은 戊 회사 보유 재고의 배송 현황이 기재된 자료 등을 통하여 담배의 반출 시기를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므로 담배 관련 세금의 부과와 징수가 전산입력으로 인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되었다고 볼 수도 없는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전사적 기업자원 관리설비를 조작하여 세금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등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제1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 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6. 12. 27. 법률 제144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제1항 제1호, 구 조세범 처벌법(2015. 12. 29. 법률 제136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6항 제6호, 제18조, 조세범 처벌법 제3조 제1항, 조세특례제한법 제5조의2 제1호, 구 개별소비세법(2015. 12. 15. 법률 제1354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2호, 구 지방세기본법(2016. 12. 27. 법률 제14474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9조 제1항(현행 제102조 제1항 참조), 제131조의3(현행 제109조 참조), 지방세법 제49조 제1항, 형법 제13조, 제30조, 형사소송법 제325조 | null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2인
【항 소 인】
검사
【검 사】
박순배 외 3인
【변 호 인】
법무법인(유) 화우 외 1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9. 12. 20. 선고 2019고합287(분리) 판결
【주 문】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지방세법 제49조 제1항, 구 개별소비세법(2015. 12. 15. 법률 제1354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위 지방세법과 구 개별소비세법을 합쳐 이하 ‘지방세법 등’이라 한다) 제3조 제2호에 규정된 ‘반출’이란 ‘제조장으로부터 현실적으로 제조장 이외의 장소로 이동하는 사실행위’를 의미한다. 그런데 피고인 1, 피고인 2는 피고인 3 주식회사(이하 ‘피고인 3 회사’라 한다)와 공소외 1 회사 한국영업소(이하 ‘공소외 1 회사’라 한다)의 ERP 전산시스템(이하 ‘이 사건 전산시스템’이라 한다)을 이용하여 피고인 3 회사와 공소외 1 회사 사이에 새로운 거래유형을 신설한 다음, 2014. 12. 31. 공소외 2 차장을 통하여 피고인 3 회사가 생산하여 사천물류센터(이하 ‘이 사건 창고’라 한다)에서 보관하고 있던 담배 24,919,900갑(이하 ‘이 사건 담배’라 한다)을 반출한 사실이 없음에도 마치 공소외 1 회사에 반출한 것처럼 전산입력(이하 공소외 2의 이 날짜 전산입력을 ‘이 사건 전산입력’이라 한다)을 하고 이를 근거로 허위의 반출신고를 함으로써 이 사건 담배에 관하여 과세당국에 2015. 1. 1. 자로 인상되기 이전의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를 납부하고 2015. 1. 1. 자로 신설된 개별소비세를 납부하지 아니하였다.
과세당국으로서는 이 사건 담배가 실제로 반출되었는지 여부를 전산시스템 접근 권한이 없이 쉽게 확인하기 어려우며, 설령 전산시스템 접근 권한이 있다 하더라도 암호화된 문자를 파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행위는 전산상 매출장부에서 매출액을 과소기입하는 것과 동일한 행위로 평가할 수 있고, 결국 조세범 처벌법 제3조 제6항 제6호 소정의 ‘전사적 기업자원 관리설비’를 조작하여 조세를 포탈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
나아가 피고인 3 회사는 이 사건 담배를 이 사건 창고 외부로 이동시킬 수 있을 만한 인적ㆍ물적 자원이 마련되지 않았던 점, 피고인 2가 지시한 새로운 거래유형에 따른 전산입력은 그 자체가 비정상적 행위로서 조세포탈 목적 외에는 이를 달리 설명할 수 없는 점, 피고인 3 회사는 이 사건 담배를 2015. 1. 1. 자로 인상된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판매하여 약 262억 원의 차익을 남길 수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에게 조세포탈의 범의도 충분히 인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에 대하여 모두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조세범 처벌법 제3조 제1항이 정한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2. 공소사실의 요지
가. 피고인들의 지위
공소외 3은 2012. 6. 20.경부터 2015. 12. 31.경까지 공소외 4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4 회사’라 하고, 공소외 4 회사, 피고인 3 회사, 공소외 1 회사를 합쳐 이하 ‘○○○ 그룹’이라 한다), 피고인 3 회사의 각 대표이사, 공소외 1 회사의 대표자로서 위 각 회사와 영업소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였다.
피고인 1은 2014. 7.경부터 2017. 9.경까지 피고인 3 회사의 생산물류총괄 전무로서 대표이사인 공소외 3을 보좌하여 담배 제조, 반출 등의 업무를 총괄하였다.
피고인 2는 2014. 6.경부터 2014. 10. 말경까지는 피고인 3 회사의 인사 및 물류담당 이사를 겸직하였고, 2014. 11. 1.경부터 2015. 10. 4.경까지는 물류담당 이사로서 공소외 3과 피고인 1의 지시에 따라 담배 반출, 배송 등 업무를 담당하였다.
공소외 4 회사는 1990. 9. 3.경 담배 수입, 판매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고, 피고인 3 회사는 2001. 9. 8.경 담배 제조, 유통, 판매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사천시에 담배 제조공장 및 물류창고를 두고 △△ 등의 담배를 제조하고 있으며, 공소외 1 회사는 네덜란드에 본점을 둔 한국영업소로□□□□□□□□□□□ □□□ 그룹이 보유하는 특정 담배의 상표특허권을 보유하면서 피고인 3 회사에 담배 제조권을, 공소외 4 회사에 담배 판매권을 위탁하였다.
나. 공소외 3, 피고인 1, 피고인 2의 공동범행
공소외 3은 2014. 11. 12. 및 2014. 12. 10. 피고인 1 등이 참석한 회의를 개최하여 피고인 3 회사 사천공장에서 제조한 담배를 2015. 1. 1. 담배 관련 세금 인상 전에 제조장 밖으로 반출한 것처럼 조작하여 허위의 반출신고를 함으로써 인상 전 세금을 납부한 후 위와 같이 확보한 담배들을 2015. 1. 1. 이후 판매하여 그 차익을 얻기로 계획하였다.
이후 공소외 3은 마케팅 부서 공소외 5 이사로 하여금 내부 이메일을 통해 피고인 1, 피고인 2에게 전산 반출이 가능한 담배의 종류와 수량을 전달하게 하였고, 그 무렵 피고인 2는 위 이메일 내용을 물류담당 차장인 공소외 2에게 전달하면서 담뱃값 인상일 하루 전인 2014. 12. 31. 직접 이 사건 창고로 가서 전산상으로 반출이 된 것처럼 조작할 것을 지시하였다.
위와 같은 지시를 받은 공소외 2는 2014. 12. 31. 이 사건 창고로 가서 이 사건 담배를 반출한 사실이 없음에도 이 사건 전산시스템에 접속하여 직접 담배의 종류와 수량을 입력하는 방법으로 마치 공소외 1 회사에 반출한 것처럼 전산을 조작하였고, 이로 인해 공소외 1 회사는 2014. 12. 31. 기준으로 반출이 완료되어 신설된 개별소비세와 인상된 지방세를 납부할 의무가 없는 재고 담배 24,630,000갑을 보유하게 되었다.
피고인 3 회사는 2015. 1. 2.경 사천시청에 사실은 담배 관련 세금 인상 전에 위 24,630,000갑을 반출한 사실이 없음에도 반출이 이루어진 것처럼 허위 신고를 하고 그 무렵 인상 전 담배 관련 세금을 납부하였고, 위 담배 24,630,000갑을 담배 관련 세금 인상 이후에 반출하여 모두 판매하였다.
이로써 피고인 1, 피고인 2는 공소외 3과 공모하여 반출하지 않은 담배를 반출한 것처럼 전산조작을 하는 등 ‘행위 내지 거래를 조작’한 후 위 조작된 반출자료를 근거로 허위의 반출신고를 작성하여 제출함으로써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개별소비세 14,630,220,000원, 담배소비세 24,802,410,000원, 지방교육세 10,911,090,000원 합계 50,343,720,000원을 포탈하였다.
다. 피고인 3 회사
피고인 3 회사는 그 대표이사인 공소외 3, 생산물류총괄 전무인 피고인 1, 물류 이사인 피고인 2가 그 업무에 관하여 위 나.항과 같이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세금을 포탈하였다.
3. 판단
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ㆍ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에 비춰볼 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전산입력이 전사적 기업자원 관리설비를 조작한 전산조작에 해당한다거나, 피고인들이 전산조작 이외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하였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가) 이 사건 전산입력이 전산조작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① 이 사건 전산입력의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은바, 이는 피고인 3 회사와 공소외 1 회사 사이의 이 사건 담배에 관한 매매거래 및 이에 따른 이 사건 창고 내에서 인도에 관한 것이고, 이러한 내용은 2014. 12. 10.경 ○○○ 그룹 임원회의에서 정한 연말 유통재고 확보를 위한 피고인 3 회사와 공소외 1 회사 사이의 매매 합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일 뿐 담배 관련 세금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급조하여 그 외양을 가장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피고인 3 회사 직원 공소외 2는 2014. 12. 31. 피고인 2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전산시스템에서 공소외 1 회사가 이 사건 담배를 주문한다는 내용의 재고거래를 위한 주문(Stock Transfer Order)을 생성하여, 공급자(판매자)란에 ‘(기재 내용 생략)’, Plnt(PLANT)란에 ‘(기재 내용 생략)’, 담배재고의 종류와 수량을 입력한 후 ‘Goods Issue(재고 처분)’ 버튼을 눌렀다. 이어 공소외 2는 이 사건 전산시스템에서 이 사건 담배에 대한 배송지시서(Outbound Delivery)를 생성하여 ‘재고를 보내야할 장소(Ship-to party)’란에 ‘(기재 내용 생략)’, 담배재고의 종류와 수량을 입력하였다. 공소외 2는 이 사건 전산시스템에서 공소외 1 회사가 이 사건 담배를 피고인 3 회사로부터 수령하였다는 내용의 ‘Goods Receipt(재고 수령)’ 버튼을 눌렀다.
② 검사가 제출한 전산시스템 화면 출력물은 모두 이 사건 전산입력과 무관한 것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이 사건 전산입력을 통해 이 사건 담배를 이 사건 창고 밖으로 물리적으로 이동한 것처럼 조작하였음을 인정하기 어렵다.
③ 공소외 2가 수사기관 및 과세관청에서 한 “2014. 12. 31. 이 사건 담배를 전산시스템에 ‘반출 처리’ 내지 ‘반출 입력’하였다.”라는 취지의 진술은, 지방세법 등이 정한 ‘반출’의 법률적 의미를 정확히 알고 한 것으로는 볼 수 없고, 이 사건 전산시스템에 ‘반출’의 개념을 직접적으로 표상하는 명령어나 메뉴가 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그대로 믿기 어렵다.
④ 피고인 3 회사는 이 사건 전산입력 전에도 세 차례에 걸쳐 이 사건 전산입력과 동일한 방식으로 전산입력을 한 뒤 담배 관련 세금을 신고ㆍ납부하였으며, 이 사건 전산입력 후인 2015. 1. 30.경에도 이 사건 전산입력과 동일한 방식으로 전산입력을 하였다.
나) 전산조작 이외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① 피고인들이 2014. 12. 31. 무렵 이 사건 담배를 잠깐 제조장 밖으로 실어 나른 후 다시 제조장에 반입하는 것과 같은 행위를 하거나, 이 사건 창고 내에 존재하지 않던 담배를 존재하는 것처럼 담배재고 보유량을 조작하거나, 피고인 3 회사와 공소외 1 회사 사이에 매매거래가 없었음에도 있었던 것처럼 외양을 조작한 사실은 없다.
② 이 사건 전산시스템을 담배 관련 세금과 관련된 장부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고인 3 회사는 담배 관련 반출신고를 함에 있어 이 사건 전산시스템의 자료를 첨부하지 않고 관련 법령에서 정한 제조담배 수불상황표만을 첨부하여 제출하였을 뿐이다.
③ 피고인 3 회사는 이 사건 고시에 따라 2014. 12. 31.까지 이 사건 담배를 포함하여 12월분 담배 43,555,054갑을 반출할 수 있었고, 반출한 담배에 대하여 2015. 1. 1. 자 담배 관련 세금의 인상 등에 따른 재고차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④ 이 사건 창고는 모두 피고인 3 회사 직원이 관리하는 하나의 제조장이므로 피고인 3 회사와 공소외 1 회사 사이에 이 사건 담배를 매매거래한 후 이 사건 창고 내의 피고인 3 회사 랙에서 공소외 1 회사 랙으로 이 사건 담배를 이동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담배를 반출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 3 회사와 공소외 1 회사 사이의 이 사건 창고 임대차계약이 진실한 것인지, 피고인 3 회사가 이 사건 담배를 이 사건 창고의 피고인 3 회사 랙에서 공소외 1 회사 랙으로 실제 이동하였는지 여부는 담배 관련 조세채무의 성립과 무관하다.
2)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들고 있는 위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① 피고인들은 2014. 12. 31. 공소외 2를 통하여 이 사건 전산시스템에 피고인 3 회사가 공소외 1 회사와 사이에 담배 매매거래를 하여 그 소유권을 이전한다는 내용과 거래대상인 담배를 이 사건 창고 내에서 인도한다는 내용을 입력하였을 뿐이고, 이는 피고인 3 회사와 공소외 1 회사 사이의 합의내용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서 이 사건 담배를 제조장 밖으로 이동하는 사실행위, 즉 지방세법 등에서 규정한 ‘반출’을 인정할 만한 외관을 수반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 사건 전산입력 행위 및 이를 기초로 한 반출신고 행위는 담배소비세 등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 행위라 할 수 없다.
② 또한 과세당국으로서는 공소외 1 회사 보유 재고의 배송 현황이 기재된 자료 등을 통하여 이 사건 담배의 반출 시기를 확인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므로, 담배 관련 세금의 부과와 징수가 이 사건 전산입력으로 인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나. 조세포탈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에게 이 사건 전산입력 등을 통하여 담배 관련 세금의 부과ㆍ징수를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부정한 행위를 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거나 조세포탈의 결과 발생을 인식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① 피고인 3 회사는 이 사건 고시에 따라 2014. 12. 31.까지 이 사건 담배를 포함하여 12월분 담배 43,555,054갑을 반출할 수 있었다. 당시 피고인들이 이 사건 창고 밖의 다른 장소로 담배를 이동시켰다면 조세포탈의 형사책임을 지지 않고 수백억 원의 재고차익을 얻을 수 있었던 상황임에도, 피고인들이 그러한 비용을 아끼기 위해 전산조작을 통하여 조세포탈을 공모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② 피고인들은 2014. 9. 26.부터 2014. 12. 31.까지 4차례에 걸쳐 이 사건 전산입력과 동일한 방식의 전산입력을 반복하였고, 그 전산입력에 따라 피고인 3 회사와 공소외 1 회사 사이의 매매거래가 성립되면 반출신고를 하고 피고인 3 회사는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를 신고ㆍ납부하였다. 이처럼 피고인들은 피고인 3 회사와 공소외 1 회사 사이에 매매거래가 있으면 담배를 반출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일 뿐, 이 사건 전산입력이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라고 인식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③ 공소외 3 및 피고인 1을 포함한 ○○○ 그룹 임원들은 2014. 12. 10. 담배 관련 세금 인상에 대비한 회의를 개최하였고, 공소외 5는 위 회의결과에 따라 연말 유통재고 확보를 위해 피고인 1, 피고인 2와 공소외 2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 후 피고인 2는 공소외 2에게 이 사건 창고 물류담당 공소외 6이 공소외 1 회사로 전산입력하는 것을 도와 요청된 연말 반출 재고를 확보하라고 지시하였다.
이처럼 피고인들은 공소외 2에게 이 사건 담배의 재고 이전을 통해 연말 유통재고를 확보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보일 뿐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공소외 2에게 2014. 12. 31.경 이 사건 담배를 이 사건 창고 밖으로 이동시킨 것처럼 전산시스템을 조작할 것을 지시하였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2)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들고 있는 위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공소외 3 및 피고인 1을 포함한 ○○○ 그룹 임원들이 2014. 11. 12. 및 2014. 12. 10. 피고인 3 회사 사무실에서 회의를 개최하여 이 사건 고시가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반출 담배의 종류 및 수량 등을 논의하고, 한국 임원단에게 세금 인상 관련 업데이트를 공유하게 하거나 주 단위로 점유율 및 재무적 영향을 분석하여 보고하게 하면서, 회의록 등 관련 자료를 문서로 남겨 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들에게 조세포탈의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4.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승련(재판장) 엄상필 심담 |
226,987 | 국민체육진흥법위반 | 2021고단2713 | 20,210,914 | 선고 | 대구지방법원 | 형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피 고 인】
피고인
【검 사】
김정화(기소), 공도운(공판)
【변 호 인】
변호사 권순탁
【주 문】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
피고인으로부터 203,500,000원을 추징한다.
【이 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2004.경부터 2020. 11. 16.경까지 KBO(Korea Baseball Organization) 가입 구단인 (팀명칭 생략) 소속 투수였던 사람이다.
피고인은 2020. 9. 초순경 지인인 공소외 1로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팀명칭 생략)의 야구경기에서 승부를 조작하고,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에서 조작경기에 베팅을 하여 돈을 벌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하여 돈을 받자.’는 취지의 제안을 받고, 그 무렵 위 공소외 1을 통해 알게 된 공소외 2를 상대로 위와 같은 내용으로 야구경기의 승부를 조작하고, 조작경기에 대신 베팅을 해주겠다고 제안하여 이에 필요한 돈을 받아내기로 모의하였다.
피고인은 2020. 9. 21. 14:00경 대구 달서구 (주소 생략)에 있는 ‘○○○○’ 커피숍에서, 공소외 1과 함께 위 공소외 2에게 ‘주말 야구경기에서 (팀명칭 생략)이 상대팀에게 1회에 볼넷을 허용하고, 4회 이전에 일정 점수 이상을 실점하는 내용으로 승부를 조작해주고, 무제한으로 베팅이 가능한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에서 베팅을 하여 수익이 나게 해 줄 테니 5억 원을 달라.’고 요구하여, 그로부터 위와 같은 내용으로 승부를 조작한 후 해당 경기에 베팅을 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같은 날 현금으로 5,000만 원을 교부받고, 피고인이 사용하던 공소외 4 명의의 국민은행 계좌(계좌번호 생략)로 5,000만 원을 송금 받은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20. 9. 23.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합계 5억 원을 교부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 공소외 1과 공모하여, 전문체육에 해당하는 운동경기의 선수로서 운동경기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을 받았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법정진술
1. 공소외 4, 공소외 3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1. 공소외 2, 공소외 1, 공소외 6, 공소외 5, 공소외 9에 대한 각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1. 거래내역(증거목록 순번 15), 선수 등록현황 등 자료, 지불각서 등 4장, 공정증서 사본 1부 등
1. 수사보고(추징금 산정)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국민체육진흥법 제48조 제2호, 제14조의3 제1항, 형법 제30조(징역형 선택)
1. 추징
국민체육진흥법 제51조 제3항, 제2항
【양형의 이유】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공소외 1과 공모하여 먼저 공소외 2에게 승부조작을 통해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거액의 수익을 얻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하고, 그 제안에 응한 공소외 2로부터 승부조작 관련 부정한 청탁을 받아 5억 원을 교부받은 사안이다. 피고인의 이러한 범행은 정정당당한 승부를 존립근거로 하는 프로스포츠의 근간을 훼손하고, 뛰어난 기량으로 멋진 승부를 펼치기를 기대하는 국민들에게 실망감과 배신감을 안겨주며, 건전한 여가 증진과 스포츠정신 함양에 이바지해야 할 프로경기를 불법 도박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것으로 그 죄질이 매우 나쁘고 비난가능성 또한 상당히 높다. 프로스포츠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큰 이유는 그 결과를 누구도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과 공정성에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누군가가 결과를 사전에 알고 이를 통해 불법적인 이득을 취하려 하거나 승부조작을 하는 행위는 프로스포츠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프로스포츠의 근간을 무너뜨리게 된다.
피고인은 한국프로야구 (팀명칭 생략) 소속 선수로 15시즌 통산 135승을 달성하고, (팀명칭 생략) 역대 투수 중 최다승 보유자로 (팀명칭 생략)의 우승에 수차례 기여하면서 만 40세까지 꾸준히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한 사람으로 프로야구에서 성공가도를 달려왔다. 한국프로야구와 (팀명칭 생략)의 역사에 큰 업적을 남기며 (팀명칭 생략) 구단 투수 최초의 영구결번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었던 피고인이 승부조작 관련 부정한 청탁을 받고 거액을 교부받았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주는 충격과 영향력은 다른 프로야구선수의 승부조작 사건보다 더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공소외 1과 공모하여 먼저 승부조작을 해주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하였고, 부정한 청탁의 내용 등도 불량하며,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교부받은 대가도 5억 원에 이르는 거액이므로 피고인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한편,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승부조작을 하려고 했던 경기에 출전하지 못함으로써 다행히 실제 승부조작까지는 이루어지지 않은 점, 피고인은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이 사건 범행으로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던 피고인은 개인의 모든 명예, 경력을 잃어버리게 되었고, 이 사건 범행 이전까지 프로야구선수로 성실한 삶을 살아왔던 점 등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고,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수단,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이성욱 |
219,379 | 추심금 | 2020다297843 | 20,210,915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추심채권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추심소송 계속 중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 취소된 경우, 추심소송을 제기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하는지 여부(적극) 및 이는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인지 여부(적극) / 사실심 변론종결 이후에 당사자적격 등 소송요건이 흠결되거나 흠결이 치유된 경우, 상고심에서 이를 참작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2] 원고의 1개의 청구 중 일부를 기각하는 제1심판결에 대하여 피고만 항소한 경우, 항소심의 심판범위 및 이때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되지 아니한 부분은 원심판결 선고와 동시에 확정되어 소송이 종료되는지 여부(적극) | null | [1] 민사소송법 제51조, 제134조, 제434조, 민사집행법 제229조 제2항, 제249조 / [2] 민사소송법 제415조 | [1] 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1다15583 판결, 대법원 2018. 9. 28. 선고 2016다231198 판결 / [2] 대법원 2001. 4. 27. 선고 99다30312 판결(공2001상, 1229), 대법원 2004. 6. 10. 선고 2004다2151, 2168 판결 |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세진전자통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새서울 담당변호사 장현선)
【피고, 상고인】
엑스오컴퍼니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윈 담당변호사 이종오 외 1인)
【원심판결】
대전지법 2020. 12. 3. 선고 2018나11628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이 부분 소를 각하한다. 소 각하 부분에 대한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직권으로 이 사건 소의 적법 여부를 판단한다.
1. 추심채권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추심소송 계속 중에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 취소되어 추심채권자가 추심권능을 상실하게 되면 추심소송을 제기할 당사자적격도 상실한다(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1다15583 판결 참조). 이러한 사정은 직권조사사항으로서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더라도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사실심 변론종결 이후에 당사자적격 등 소송요건이 흠결되거나 그 흠결이 치유된 경우 상고심에서도 이를 참작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9. 28. 선고 2016다231198 판결 등 참조).
원고의 1개의 청구 중 일부를 기각하는 제1심판결에 대하여 피고만 항소를 하였더라도 제1심판결의 심판대상이었던 청구 전부가 불가분적으로 항소심에 이심되나, 항소심의 심판범위는 이심된 부분 가운데 피고가 불복 신청한 한도로 제한되고, 나머지 부분은 원고가 불복한 바가 없어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되지 아니하므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원심판결의 선고와 동시에 확정되어 소송이 종료된다(대법원 2001. 4. 27. 선고 99다30312 판결, 대법원 2004. 6. 10. 선고 2004다2151, 2168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주식회사 마루테크(이하 ‘마루테크’라 한다)에 대한 대전지방법원 2015가단219839호 물품대금 사건의 집행력 있는 판결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2017. 1. 2. 대전지방법원 2016타채15784호로 마루테크의 피고에 대한 납품대금채권에 관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하 ‘이 사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라 한다)을 받았고, 위 결정은 2017. 1. 4. 피고에게 송달되었다.
나. 원고는 이 사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에 터 잡아 피고를 상대로 마루테크의 납품대금 70,689,672원 및 그 지연손해금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제1심은 그중 31,415,047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청구 부분은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를 기각하였는데, 제1심판결에 대하여 피고만 패소 부분에 관하여 항소하였고, 원심은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하였다.
다. 한편 마루테크는 원고에 대하여 대전지방법원 2017가합103416호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는데, 위 사건의 항소심(대전고등법원 2019나15579호)에서 2020. 7. 7. ‘원고는 대전지방법원 2015가단219839 물품대금 사건의 확정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을 하지 아니한다.’라는 내용이 포함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이 내려져 그 무렵 확정되었다.
라. 마루테크가 대전지방법원에 위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 정본을 제출하자, 대전지방법원 사법보좌관은 2021. 1. 22. 이 사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취소하는 결정을 하였고, 위 결정은 2021. 1. 26. 원고에게 송달되었다.
3.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이 사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이 취소됨에 따라 원고는 제3채무자인 피고를 상대로 하여 직접 이 사건 추심금 청구의 소를 제기할 권능을 상실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소는 당사자적격이 없는 사람에 의하여 제기된 것으로서 부적법하고, 이와 같은 점에서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 다만 제1심판결 중 항소심의 심판대상이 되지 않는 원고의 청구가 일부 기각된 부분은 원심판결 선고와 동시에 확정되어 소송이 종료되었다고 할 것이다.
4. 그러므로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직권으로 원심판결을 파기하되, 이 사건은 대법원이 직접 재판하기에 충분하므로 자판하기로 한다.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이 부분 소를 각하하며, 소 각하 부분에 대한 소송총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김선수 노태악(주심) |
223,403 | 소송비용액확정 | 2021카확10584 | 20,210,915 | 자 | 부산지방법원 | 민사 | 결정 | null | null | null | null | 【신 청 인】
신청인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소외인)
【피신청인】
피신청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하만영)
【주 문】
1. 이 사건에 관하여 이 법원이 2021. 8. 26. 한 결정을 취소한다.
2. 위 당사자들 사이의 이 법원 2016가단353131, 2018나42450 주주권확인 등 사건의 판결에 의하여 피신청인이 신청인 1에게 상환하여야 할 소송비용액은 2,487,015원, 피신청인이 신청인 주식회사 위너텍코리아에 상환하여야 할 소송비용액은 3,518,633원임을 각 확정한다.
【이 유】
이 법원의 2021. 8. 26.자 소송비용액확정결정에 대하여 신청인들이 2021. 9. 8. 이의신청(즉시항고장을 제출하였으나, 사법보좌관규칙 제4조 제1항의 ‘이의신청’으로 본다)을 하였는바, 위 이의신청이 일부 이유 있다고 인정되므로 사법보좌관규칙 제4조 제6항 제3호에 의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판사 김경수 |
217,795 | 배당이의 | 2021다224446 | 20,210,915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상속채권자가 상속 승인, 포기 등으로 상속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동안 상속인을 상대로 상속재산에 관한 가압류결정을 받아 이를 집행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그 후 상속인이 상속포기로 인하여 상속인의 지위를 소급하여 상실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발생한 가압류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소극) / 이때 상속채권자가 종국적으로 상속인이 된 사람 또는 상속재산관리인을 채무자로 한 상속재산에 대한 경매절차에서 적법하게 배당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적극) | 상속인은 상속개시된 때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한다(민법 제1005조 본문). 다만 상속인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 내에 단순승인이나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할 수 있고(민법 제1019조 제1항 본문), 상속의 포기는 상속개시된 때에 소급하여 그 효력이 있다(민법 제1042조). 상속인은 상속포기를 할 때까지는 그 고유재산에 대하는 것과 동일한 주의로 상속재산을 관리하여야 한다(민법 제1022조).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할 때에는 민법 제1019조 제1항의 기간 내에 가정법원에 포기의 신고를 하여야 하고(민법 제1041조), 상속포기는 가정법원이 상속인의 포기신고를 수리하는 심판을 하여 이를 당사자에게 고지한 때에 효력이 발생하므로, 상속인은 가정법원의 상속포기신고 수리 심판을 고지받을 때까지 민법 제1022조에 따른 상속재산 관리의무를 부담한다. 이와 같이 상속인은 아직 상속 승인, 포기 등으로 상속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동안에도 잠정적으로나마 피상속인의 재산을 당연 취득하고 상속재산을 관리할 의무가 있으므로, 상속채권자는 그 기간 동안 상속인을 상대로 상속재산에 관한 가압류결정을 받아 이를 집행할 수 있다. 그 후 상속인이 상속포기로 인하여 상속인의 지위를 소급하여 상실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발생한 가압류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위 상속채권자는 종국적으로 상속인이 된 사람 또는 민법 제1053조에 따라 선임된 상속재산관리인을 채무자로 한 상속재산에 대한 경매절차에서 가압류채권자로서 적법하게 배당을 받을 수 있다. | 민법 제1005조, 제1019조 제1항, 제1022조, 제1041조, 제1042조, 제1053조, 민사소송법 제221조 |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다20401 판결, 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3다73520 판결(공2017상, 209) |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뉴성일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에이치로 담당변호사 이호진)
【피고, 상고인】
신용보증기금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진명 담당변호사 성승용)
【원심판결】
수원고법 2021. 3. 4. 선고 2020나13881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속인은 상속개시된 때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한다(민법 제1005조 본문). 다만 상속인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 내에 단순승인이나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할 수 있고(민법 제1019조 제1항 본문), 상속의 포기는 상속개시된 때에 소급하여 그 효력이 있다(민법 제1042조).
상속인은 상속포기를 할 때까지는 그 고유재산에 대하는 것과 동일한 주의로 상속재산을 관리하여야 한다(민법 제1022조).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할 때에는 민법 제1019조 제1항의 기간 내에 가정법원에 포기의 신고를 하여야 하고(민법 제1041조), 상속포기는 가정법원이 상속인의 포기신고를 수리하는 심판을 하여 이를 당사자에게 고지한 때에 효력이 발생하므로(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다20401 판결, 대법원 2016. 12. 29. 선고 2013다73520 판결 참조), 상속인은 가정법원의 상속포기신고 수리 심판을 고지받을 때까지 민법 제1022조에 따른 상속재산 관리의무를 부담한다.
이와 같이 상속인은 아직 상속 승인, 포기 등으로 상속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동안에도 잠정적으로나마 피상속인의 재산을 당연 취득하고 상속재산을 관리할 의무가 있으므로, 상속채권자는 그 기간 동안 상속인을 상대로 상속재산에 관한 가압류결정을 받아 이를 집행할 수 있다. 그 후 상속인이 상속포기로 인하여 상속인의 지위를 소급하여 상실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발생한 가압류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위 상속채권자는 종국적으로 상속인이 된 사람 또는 민법 제1053조에 따라 선임된 상속재산관리인을 채무자로 한 상속재산에 대한 경매절차에서 가압류채권자로서 적법하게 배당을 받을 수 있다.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망인은 2013. 7. 16. 사망하였고, 망인의 1순위 상속인인 소외 1 등은 2013. 10. 15.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에 망인의 재산에 관한 상속포기를 신고하여 2014. 2. 4. 위 신고를 수리하는 심판을 받았다.
나. 피고는 망인 사망 후인 2013. 12. 26.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에 소외 1 등을 상대로 망인에 대한 293,639,978원의 채권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망인의 상속재산인 이 사건 제2 내지 7 부동산에 관한 부동산가압류 신청을 하여 2014. 1. 28. 이 사건 가압류결정을 받았고, 그 무렵 가압류 등기가 마쳐졌다.
다. 그 후 망인의 다른 상속인들도 모두 상속을 포기함에 따라 피고는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에 망인의 상속재산관리인 선임을 청구하였고, 위 법원은 2015. 3. 27. 망인의 상속재산관리인으로 변호사 소외 2를 선임하였다.
라. 한편 망인의 다른 채권자의 임의경매 신청에 따라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이 사건 경매절차가 개시되었고, 이 사건 경매법원은 2016. 8. 5. 1차 배당표를 작성하였다.
마. 원고는 망인의 채권자로부터 망인에 대한 채권을 양수한 다음, 망인의 상속재산관리인을 상대로 받은 집행력 있는 지급명령 정본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망인의 상속재산관리인이 이 사건 경매의 배당절차에서 대한민국으로부터 수령하게 될 잉여금수령채권 중 896,561,129원에 이르기까지의 금액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신청하여 2016. 8. 8.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을 받았다.
바. 이 사건 경매법원은 1차 배당표 기재 채권자 중 일부 가압류권자의 가압류결정이 취소됨에 따라 추가배당절차를 진행하여 2019. 5. 16. 추가배당표를 작성하였고, 원고는 추가배당기일에 출석하여 피고가 이 사건 가압류권자로서 추가배당받은 151,379,651원 전부에 대하여 이의하였다.
3.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본다.
이 사건 가압류결정은 당시 상속인으로서 상속재산 관리의무를 지고 있던 소외 1 등을 채무자로 하여 상속재산에 관해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유효하다. 그 후 소외 1 등의 상속포기신고 수리 심판이 고지되어 소외 1 등이 상속인 지위를 소급하여 상실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미 발생한 이 사건 가압류결정의 효력에 영향이 없고, 경매법원이 이 사건 가압류결정의 채권자인 피고에게 배당을 한 것은 적법하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가압류결정 후 소외 1 등이 상속포기로 집행채무자 적격을 소급하여 상실하였으므로 이 사건 가압류결정은 무효이고, 가압류채권자인 피고에 대한 배당은 법률상 원인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상속포기 효력 발생 전의 상속인을 상대로 한 상속재산에 대한 가압류결정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김선수 노태악(주심) |
219,377 | 시정명령및과징금납부명령취소 | 2018두41822 | 20,210,915 | 선고 | 대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1] 사업자단체의 결의나 행위가 구성사업자의 사업 활동에 있어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는 경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1항 제3호에 규정된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2]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회원으로 설립된 甲 사업자단체가 야간·휴일 진료 소아청소년과 지정 및 지원에 관한 사업을 반대하는 과정에서 위 사업 참여구성사업자에게 신청을 취소하도록 요구하거나 징계방침 결정·통지행위, 구성사업자들의 인터넷 사이트 이용을 제한한 행위 등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1항 제3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한 사안에서, 위 행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1항 제3호의 ‘사업자단체가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3]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른 시정명령이 금지하는 행위의 범위를 판단하는 기준 및 시정명령 내용을 가까운 장래에 반복될 우려가 있는 동일한 유형의 행위 반복금지까지 명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 null | [1]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9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6조 제1항 제3호 / [2]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9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6조 제1항 제1호, 제27조, 제28조 / [3]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20. 12. 29. 법률 제1779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조 | [1][3] 대법원 2003. 2. 20. 선고 2001두5347 전원합의체 판결(공2003상, 818) / [1]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두16906 판결 / [3] 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2두19298 판결(공2013하, 2256) | 【원고, 피상고인】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변경 전: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광장 담당변호사 강을환 외 3인)
【피고, 상고인】
공정거래위원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봄 담당변호사 강지희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8. 4. 5. 선고 2017누58580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원심판결 별지 1 기재 제1의 가., 나.항 시정명령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 2점에 대하여
가. 원래 사업자단체는 구성사업자의 공동의 이익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로서, 그 목적 달성을 위하여 단체의 의사결정에 의하여 구성사업자의 사업 활동에 대하여 일정한 범위의 제한을 하는 것은 예정되어 있다고 할 것이나, 그 결의나 행위가 구성사업자의 사업 활동에 있어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는 경우에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1항 제3호에 규정된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2003. 2. 20. 선고 2001두534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두16906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아래의 사정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회원으로 하여 설립된 결합체로 공정거래법 제2조 제4호의 사업자단체이다. 원고의 회원으로 2017. 1. 31. 기준 전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6,561명 중 약 55.2%에 해당하는 3,623명이 가입되어 있다.
2) 보건복지부는 2014. 9.경 평일 기준 23시부터 24시까지, 주말·공휴일 기준 최소 18시까지 운영하는 소아청소년과 병원을 공모하여 ‘○○어린이병원’(이하 ‘○○병원’이라고 한다)으로 지정하고 그 운영비를 지원하는 ○○병원사업을 시행하였다.
3) 원고는 ○○병원사업을 반대하는 과정에서 아래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이하 아래 각 행위를 ‘이 사건 제한행위’라고 한다).
가) 원고의 ○○병원사업 비상대책위원회는 2015. 3. 5.부터 2015. 5. 11.까지 4개 병원을 방문하여 ○○병원사업 지정취소신청을 요구하였다(이하 ‘이 사건 직접 취소신청 요구행위’라고 한다). 이에 △△△△소아청소년과의원 등 2개 병원은 원고의 반발과 그로 인한 전문의 확보나 수급의 어려움을 이유로 지정취소신청을 하였고, 나머지 2개 병원은 거절하였다.
나) 원고는 2015. 5. 28. 상임이사회에서 참여시기에 따라 징계규정 적용 여부를 구분하고 자격정지(선거권, 피선거권, 연수강좌, 원고 모임 참여 및 회지배포 정지), 고발 및 행정처분 의뢰, 경고 및 시정지시 등을 징계 내용으로 삼은 ‘○○병원사업 참여구성사업자에 대한 징계규정(안)’을 결의하였다. 원고는 2015. 6. 2. ‘○○병원사업 참여구성사업자에 대한 징계방침안내’ 문서를 작성하고, 2015. 6. 5. 이를 ○○병원사업에 참여하는 구성사업자(8개 병원 28명)에게 등기우편으로 발송하였다(이하 ‘이 사건 징계방침 결정·통지행위’라고 한다).
다) 원고는 구성사업자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인 페드넷과 관련하여, 2015. 2. 9. 그 게시판을 관리하는 통신망위원회에 참여구성사업자의 페드넷 이용제한을 요청하였다. 통신망위원회는 2015. 2. 9.부터 2015. 3. 4.까지 39명의 참여구성사업자에 대한 이용을 제한하였다. 원고는 2015. 5. 12. ○○병원사업 대책회의에서 참여구성사업자 명단 파악과 제출 여부에 관하여 논의하고, 원고의 임원 소외 1은 2016. 10. 22.부터 2016. 12. 29.까지 페드넷에 참여구성사업자의 명단을 4차례에 걸쳐 공개하였다. 원고는 2015. 2. 9. ○○병원사업 참여병원장에 대하여 원고가 개최하는 연수강좌 등 각종 행사 참여를 제한할 것을 결정하였다. 소외 2(그 후 원고의 회장으로 선출되었다)는 2015. 6. 4. 페드넷 게시판에 ‘페드넷 영구퇴출과 원고 주최 연수강좌 전면금지’라는 내용으로 참여구성사업자에 대한 불이익을 고지하였다(이하 위 행위를 통틀어 ‘이 사건 페드넷 이용제한 등 행위’라고 한다).
4) 원고는 2015. 2.경부터 이 사건 제한행위 등을 시행할 것을 결의하고, 그 내용을 원고의 회보와 페드넷 게시판을 통하여 구성사업자들에게 표시하였다.
5) 피고는 2017. 5. 30. 원고에게 전원회의 의결 제2017-189호로 원고의 이 사건 제한행위가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3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심판결 별지 1 기재 시정명령과 과징금납부명령을 하였다(이하 각 ‘이 사건 시정명령’, ‘이 사건 과징금 납부명령’이라고 하고, 통틀어서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
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위와 같은 사정들을 살펴보면, 원고의 이 사건 제한행위는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3호의 ‘사업자단체가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1) 원고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과반수를 회원으로 확보하고, 구성사업자에 대한 자체 징계 권한을 보유하면서 구성사업자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의 이용제한이나 명단공개 등의 불이익조치를 취할 수 있으므로 구성사업자에 대하여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
이 사건 제한행위는 사업자단체인 원고가 단순히 ○○병원사업에 반대하는 단체의 방침이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서 구성사업자들에게 권유하거나 권고하는 것을 벗어나 이 사건 직접 취소신청 요구행위를 통하여 구성사업자들로 하여금 ○○병원사업 참여 신청을 직접 철회하도록 요구하거나, 이 사건 징계방침 결정·통지행위나 이 사건 페드넷 이용제한 등 행위 등을 통하여 구성사업자들의 자유의 영역에 속하는 ○○병원사업 참여 여부에 관한 의사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쳐 위 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을 사실상 강요함으로써 그 사업 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행위로 볼 수 있으므로, 구성사업자들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
2) 나아가 원고의 이 사건 제한행위는 구성사업자들 사이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로서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3호의 ‘부당한 제한행위’에 해당한다.
가)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 시장에는 의료 업무의 공익적 성격으로 인하여 여러 가지 공법상 제한이 존재하지만, 그 제한이 없는 영역에서 개업, 휴업, 폐업, 의료기관의 운영방법 등은 의료인의 자유에 맡겨져 있다. 의료인의 영업의 자유나 직업수행의 자유를 바탕으로 하는 의료인들의 경쟁을 통하여 창의적인 의료 활동이 조장되고 소비자인 일반 국민의 이익도 보호될 수 있다(대법원 2003. 2. 20. 선고 2001두534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의료서비스 시장에는 국민건강보험법령에 따라 시장경제체제의 가장 기본적인 경쟁 수단이자 본질적 요소인 가격에 관한 경쟁이 대부분 제도적으로 제한되어 있으므로 의료서비스 자체의 전문성, 소비자의 의료기관 선택에 있어서의 기회나 대체가능성, 품질 및 공급량 등 다른 요소들이 상대적으로 중요한 경쟁의 요소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16두36345 판결 참조).
나) ○○병원사업은 기본적으로 소아청소년과 야간·휴일 진료서비스의 공급기회나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서 도입된 것이다. 원고의 이 사건 제한행위로 인하여 ○○병원사업에 참여할 의사가 있었던 구성사업자들의 신규 신청이 위축되고 그로 인하여 ○○병원사업의 참여구성사업자나 참여하고자 하는 병원들이 전문의 수급에 어려움을 겪어 사업 활동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이로써 소아청소년과 야간·휴일 진료서비스의 공급에 관한 경쟁이 저해되고 소비자인 일반 국민들의 소아청소년과 야간·휴일 진료서비스에 대한 선택의 기회가 제한될 우려가 있다. 실제로 이 사건 직접 취소신청 요구행위로 2개 병원이 ○○병원사업을 종료하여 소아청소년과 야간·휴일 진료서비스의 공급량이 일부 감소되기도 하였다.
이 사건 제한행위는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반대를 목적으로 하는 활동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앞서 본 이 사건 제한행위의 내용이나 태양, 방법 등에 비추어 볼 때 그 주된 목적이나 의도는 오히려 사업자단체인 원고가 상호 경쟁 관계에 있는 원고의 구성사업자로 하여금 위 사업에 참여하지 않도록 직접적으로 방해함으로써 야간·휴일 진료서비스의 공급에 관한 경쟁의 확대를 제한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 한편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이 사건 제한행위에도 불구하고 ○○병원의 수가 2014. 9.부터 2017. 5.까지 전국적으로 9개에서 19개로 증가한 사정을 알 수 있으나, 이 사건 제한행위의 내용에 비추어 ○○병원사업으로 인한 야간·휴일 진료 확대가 제한될 우려가 크고 구성사업자들 상호 간의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음이 분명한 이상,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제한행위가 구성사업자들 사이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없어 ‘부당한 제한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가 이 사건 제한행위를 통하여 구성사업자들의 자유의 영역에 속하는 의료기관 운영방법 등을 강제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제한행위는 구성사업자들 사이의 경쟁을 제한하거나 의료서비스의 가격, 수량, 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이윤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인 ○○병원사업에 대한 반대가 주된 목적으로, 이 사건 제한행위가 구성사업자들 사이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할 정도에 이르러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3호에 해당하지 않아 이 사건 처분의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3호의 ‘부당한 제한행위’의 성립요건으로서 제한행위의 의미와 경쟁저해성이나 부당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나아가 환송 후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처분의 처분사유가 인정됨을 전제로 이 사건 과징금 납부명령의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에 관한 원고의 주장에 대해서도 판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2.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가. 공정거래법에 의한 시정명령은 그 본질적인 속성상 다소간의 포괄성·추상성을 띨 수밖에 없으므로 시정명령이 금지하는 행위의 범위는 시정명령의 문언, 관련 법령, 의결서에 기재된 시정명령의 이유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2두19298 판결 등 참조). 한편 시정명령제도를 둔 취지에 비추어 시정명령의 내용은 과거 위반행위에 대한 중지는 물론 가까운 장래에 반복될 우려가 있는 동일한 유형의 행위의 반복금지까지 명할 수는 있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대법원 2003. 2. 20. 선고 2001두534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시정명령 제1항은 “원고는 아래 각호와 같이 구성사업자인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로 하여금 ○○어린이병원사업에 참여하지 않도록 강제함으로써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즉시 중지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고, 제2항의 문언은 “원고는 제1의 가., 나., 다.항과 동일 또는 ‘유사한 행위’를 다시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되어 있다(위 제2항 중 ‘유사한 행위’의 반복금지를 명하는 부분을 ‘이 사건 유사행위 반복금지명령’이라고 한다).
앞서 든 법리에 비추어 이와 같은 유사행위 반복금지명령 부분의 문언과 의결서에 기재된 시정명령의 이유, 처분 근거 법령의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이 사건 유사행위 반복금지명령 부분이 금지하고자 하는 행위의 범위는 이 사건 시정명령 중 제1의 가., 나., 다.항의 행위와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더라도 이와 동일한 행위 유형으로서 그에 준하는 행위일 것으로 구체화하여 특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제한행위의 주체인 원고로서는 이 사건 유사행위 반복금지명령 부분의 행위 유형, 상대방, 내용 등을 예측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유사행위 반복금지 명령 부분은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이 사건 유사행위 반복금지 명령 부분이 구체성과 명확성을 결여하였다는 이유로 이 부분 시정명령을 취소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공정거래법에 따른 시정명령의 명확성의 정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상고이유 제4점에 대하여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 사건 시정명령 중 제1의 가., 나.항 부분의 대상인 위반행위의 효과가 처분일 당시까지 지속되고 있었는지 여부에 관한 사실심법원의 전권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에 불과하므로, 적법한 상고이유로 볼 수 없다.
나아가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더라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이 사건 시정명령 제1의 가., 나.항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선수(재판장) 박정화(주심) 노태악 |
230,737 | 해고무효확인 | 2021나21372 | 20,210,915 | 선고 | 대구고법 | 민사 | 판결 : 상고 | 甲이 乙 국립대학병원의 신규직원 공개채용 공고에 따라 청원경찰에 응시하여 합격하였는데, 그 후 甲이 채용 당시 시각장애 6급으로 ‘좌안 시력 0.025 이하’인데도 ‘시력(교정) 좌 1.0, 우 1.0’으로 기재된 신체검사서를 제출한 사실이 발견되어 乙 병원이 甲에게 직권면직 통보를 한 사안에서, 위 직권면직 통보에는 임용발령취소의 의사표시도 포함되어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乙 병원이 甲을 임용한 것은 인사규정에서 임용취소사유로 정한 ‘사무의 착오 또는 허위서류 제출로 임용된 때’에 해당하여 甲에 대한 임용취소는 효력이 있다고 한 사례 | 甲이 乙 국립대학병원의 신규직원 공개채용 공고에 따라 청원경찰에 응시하여 합격하였는데, 그 후 甲이 채용 당시 시각장애 6급으로 ‘좌안 시력 0.025 이하’인데도 ‘시력(교정) 좌 1.0, 우 1.0’으로 기재된 신체검사서를 제출한 사실이 발견되어 乙 병원이 甲에게 직권면직 통보를 한 사안이다. 위 직권면직 통보에는 임용발령취소의 의사표시도 포함되어 있다고 봄이 타당한데, 乙 병원의 정관에 따르면 인사규정에 의한 당연퇴직 또는 인사위원회의 징계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직원의 의사에 반하여 면직할 수 없고, 甲의 직권면직사유인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된 경우’ 또는 ‘신체상의 이상으로 직무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는 인사규정 또는 청원경찰법이 정한 당연퇴직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乙 병원이 인사위원회의 징계에 의하지 아니한 채 甲을 직권면직한 것은 효력이 없으나, 乙 병원은 甲이 제출한 허위의 신체검사서를 믿고 甲이 청원경찰법 시행규칙 제4조 제2호의 ‘시력(교정시력을 포함한다)은 양쪽 눈이 각각 0.8 이상일 것’에 해당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甲을 청원경찰로 임용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乙 병원이 甲을 임용한 것은 인사규정에서 임용취소사유로 정한 ‘사무의 착오 또는 허위서류 제출로 임용된 때’에 해당하여 甲에 대한 임용취소는 효력이 있다고 한 사례이다. |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4호, 제23조 제1항, 국립대학병원 설치법 제15조, 청원경찰법 제5조, 제10조의4 제1항, 제10조의6, 청원경찰법 시행령 제3조 제2호, 청원경찰법 시행규칙 제4조, 국가공무원법 제33조, 민법 제109조, 제146조, 제147조, 제543조, 제655조, 장애인복지법 제2조 제2항,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2조 제2항, 구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2019. 6. 4. 보건복지부령 제62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항 [별표 1] | null | 【원고, 피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앤정 담당변호사 정순도 외 2인)
【피고, 항소인】
○○대학교병원 (소송대리인 변호사 전상훈)
【제1심판결】
대구지법 2021. 1. 28. 선고 2020가합203309 판결
【변론종결】
2021. 8. 18.
【주 문】
1. 제1심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피고가 2019. 5. 14. 원고에게 한 인사발령 통보 중 직권면직 부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나. 피고가 2019. 5. 14. 원고에게 한 인사발령 통보 중 임용취소 부분에 대한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총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가 2019. 5. 14. 원고에게 한 인사발령(직권면직) 통보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2.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기초 사실
가. 피고는 국립대학병원 설치법에 따라 설립된 국립대학병원이다. 원고는 2012. 6. 27.부터 피고의 임시직 청원경찰로 근무하던 중 2013. 7.경 피고의 청원경찰로 채용되었다가 2019. 5. 14. 직권면직되었다.
나. 피고는 2013. 6. 5. 아래와 같이 제3차 신규직원 공개채용(이하 ‘이 사건 채용’이라 한다) 공고를 하였다.
2013년 제3차 신규직원 공개채용 공고1. 모집직종 및 응시자격직종인원지원자격기능직○명무술유단자로서 청원경찰법상의 결격사유가 없을 것 ※ 참고사항 ○ 국립대학병원 설치법에 의해 설립된 특수법인으로 공공기관에 해당됨 ○ 응시결격자: 국가공무원법 제33조 및 본원 인사규정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자 ○ 최종합격자는 본원「채용신체검사판정기준」에 합격하여야 함 ○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의거 장애인을 우대하며, 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상에 의거한 장애인을 말함2. 전형방법 ○ 1차: 서류전형 ○ 2차: 면접전형(실무면접, 관리자면접 및 체력검사) ○ 3차: 신체검사3. 일정 및 제출서류 (생략)4. 가산특전 (생략)5. 응시자 유의사항 ○ 기재사항 중 허위, 착오, 연락 불능으로 인한 불이익은 응시자 책임으로 함 ○ 제출서류는 일절 반환하지 않으며, 서류미비 또는 허위사실이 발견된 경우 추후에라도 합격 또는 임용을 취소함
다. 이 사건 채용의 절차는 공고 및 접수, 서류전형 합격자 발표, 면접전형 및 체력검사, 합격자 발표, 신체검사 및 합격자 등록이다.
원고는 이 사건 채용 공고에 따라 2013. 6.경 피고에게 입사지원서를 제출하였는데, 신체사항 중 시력을 기재하지 아니하였고, 병역항목의 미필사유란에 ‘제2국민역(시각장애)’, 기타사항 항목의 장애번호란에 ‘시각장애 6급’이라고 기재하였다(을 제2호증).
원고는 피고 소속 의사 소외인이 원고에 대하여 작성한 2013. 6. 27. 자 신체검사서(갑 제3호증)를 피고에게 제출하였는데, 위 신체검사서에는 ‘시력(교정) 좌 1.0, 우 1.0, 공무원 채용 신체검사서 규정에 의하여 위와 같이 판정하였음’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당시 원고는 좌안 시력이 1.0이 아니라 0.025 이하였으므로 위 신체검사서는 허위였다.
라. 교육부장관은 2019. 1. 29. 피고에게 채용비리 전수조사 결과에 따른 처분사항을 통보하였는데, 피고가 원고를 청원경찰로 채용하는 과정에서 아래와 같은 부당함이 있었음을 지적하며 원고에 대해 합격취소 등 적정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이하 ‘교육부장관 조치요구’라 한다)하였다.
지적사항처분임용자격 결격자 청원경찰 채용 부당 등?○ (전략)「피고 복무규정」제4조 및 「피고 인사규정」제4조, 제37조에 따르면 (중략),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된 직원은 원장이 직권면직시킬 수 있고,「피고 2013년 제3차 신규직원 공개채용 공고(’13. 6. 5.)」에 따르면 청원경찰(기능직) 지원자격은 청원경찰법상의 결격사유[청원경찰법 시행규칙 제4조: 양안 시력 각 0.8 이상(교정시력 포함)]가 없어야 하고 제출서류와 관련하여 허위사실이 발견된 경우는 추후에라도 합격 또는 임용을 취소한다고 되어 있으며, 「피고 임직원 행동지침」 제7조에 따르면 임직원은 자신이 수행하는 직무가 4촌 이내의 친족에 해당하는 자, 기타 임직원과 직연 등의 지속적인 친분관계가 있어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자 등의 이해와 관련되는 경우에는 당해 업무에 대한 참여 및 의사결정을 회피하여야 하고, 그 직무를 회피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이를 직근상급자나 행동지침책임자에게 통보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도,○ 통보 - 피고 원무 7급 원고(시각장애 6급)는 2012. 6. 19. 피고 임시직(경비)에 지원하면서 ‘시각장애 6급’으로 좌안 시력 0.025 이하임에도 양안 시력을 각 1.2로 기재하여 이력서를 제출하는 한편 2012. 6. 29. △△△△병원(대구 중구 소재)에서 양안 시력이 각 1.2로 기재된 합격자 채용신체검사서를 발급받아 위 병원에 제출한 사실이 있고,- 허위 내용의 채용신체검사서를 발급받아 임용된 총무팀 원무 7급 원고에 대하여 정관, ○○대학교병원 인사규정 제8조, 제37조 등 제 규정에 따라 ‘합격취소’ 등 적정한 조치를 취하기 바람. - 나아가 이 사건 채용절차 공고에 따라 청원경찰(기능직)에 응시하면서 장애가산점(각 전형별 만점의 5%)을 받는 한편 2013. 6. 27. 피고 가정의학과에서 양안 시력이 각 1.0으로 기재된 채용신체검사서를 발급받아 위 병원에 제출함으로써 최종 합격한 사실이 있음.?
마. 피고는 2019. 5. 12. 원고에게 ‘인사발령(직권면직) 통보’라는 제목의 문서로 인사발령사항을 통보(갑 제1호증, 이하 ‘이 사건 통보’라 한다)하였는데, 이 사건 통보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인사발령(직권면직) 통보1. 관련 - 피고 채용비리 전수조사 결과 처분 요구, 피고 채용비리 전수조사 처분 재심의 신청 결과 통보2. 다음과 같이 발령되었기에 통지합니다. (부서 및 직책명 생략) 원고 인사규정 제8조, 제37조에 의거 그 직을 면함 2019. 5. 15. 피고 병원장3. 아울러 귀하의 직권면직과 관련하여 그 사유를 아래와 같이 통지합니다.○ 면직사유 -「2013년 제3차 신규직원 채용 공고(2013. 6. 5.)」에 따른 청원경찰 지원자격은 청원경찰법상의 결격사유[청원경찰법 시행규칙 제4조: 양안 시력 각 0.8 이상(교정시력 포함)]가 없어야 하고 제출서류와 관련하여 허위사실이 발견된 경우는 추후 합격 또는 임용을 취소한다고 되어 있음 - 상기의 공개채용에 지원하여 합격한 원고는 당시 허위사실이 기재된 채용신체검사서를 발급받아 본원에 제출하여 임용이 된바, 인사규정 제8조 및 제37조에 의거 그 직을 면함4. (생략)
바. 검사는 2019. 9. 3. 원고의 업무방해 피의사실에 관하여 증거불충분(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였는데(갑 제14호증), 원고의 피의사실 요지는, ‘원고가 피고 청원경찰로 임용될 수 있도록 교정시력이 각 1.0으로 기재된 허위 신체검사서를 제출하여 피고 병원장의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것이고, 불기소이유 요지는, ‘원고가 피고 병원에서 신체검사서를 발급받아 그대로 제출한 것이라 변소하고 있고, 신체검사서 원본이 기간 경과로 파쇄되었으며, 이를 작성한 의사 및 신체검사를 담당한 간호사의 진술에 비추어 위 신체검사서가 임의로 작성되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 이 사건과 관련된 청원경찰법, 국가공무원법 등 법령의 규정과 피고의 정관, 인사규정은 별지 ‘관계 법령 등’ 기재와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12, 14호증, 을 제1, 2,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통보의 의미
가. 당사자의 주장
원고의 주장은, 이 사건 통보는 직권면직을 통보한 것일 뿐 임용취소를 통보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피고의 주장은, 이 사건 통보는 직권면직 및 임용취소를 통보한 것이라는 것이다.
나. 판단
위 인용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 ①, ②, ③ 기재 사실을 종합하면, 이 사건 통보에는 피고의 인사규정 제37조 소정의 직권면직 외에 인사규정 제8조 소정의 임용발령취소의 의사표시가 포함되어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고, 피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① 피고의 인사규정에 의하면, 직원은 인사규정에 의한 당연퇴직 또는 인사위원회의 징계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면직되지 아니하고(제37조), 피고는 사무의 착오 또는 허위서류 제출로 임용된 때에는 인사발령을 취소할 수 있다(제8조 제2항 단서).
② 교육부장관이 피고에게 요구한 것은, 허위 내용의 채용신체검사서를 발급받아 임용된 원고에 대하여 피고 정관 및 피고 인사규정 제8조, 제37조 등에 따라 ‘합격취소’ 등 적정한 조치를 취하라는 것이다.
피고는 위 교육부장관 조치요구에 따라 이 사건 통보를 하였는데, 이 사건 통보에는 ‘인사규정 제8조, 제37조에 의거 그 직을 면함’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③ 피고의 인사규정 제8조는 인사발령 또는 인사발령의 취소에 관한 것이고 면직에 관한 내용은 전혀 없다. 반면에 인사규정 제37조는 면직에 관한 것이고, 인사발령의 취소에 관한 내용은 전혀 없다.
3. 이 사건 통보 중 직권면직 부분의 효력(무효)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원고를 직권면직한 것은 효력이 없다.
① 피고의 정관 제38조에 의하면 직원은 인사규정에 의한 당연퇴직 또는 인사위원회의 징계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면직되지 아니하는데, 청원경찰법, 피고의 정관 및 피고의 인사규정이 정한 당연퇴직사유에는 ‘신체상의 이상으로 직무를 감당하지 못할 때’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된 경우’가 포함되지 않으므로, 피고는 당연퇴직사유가 아닌 ‘신체상의 이상으로 직무를 감당하지 못할 때’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된 경우’를 사유로 하여, 피고 인사규정 제37조에 의하여 원고를 직권면직할 수 없다.
② 원고는 피고가 주장하는 ‘신체상의 이상으로 직무를 감당하지 못할 때’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③ 원고는 시각장애가 있기는 하나 청원경찰로 임용된 이래 장기간 정상적으로 그 직무를 수행하고 있고, 원고를 면직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중하여 비례의 원칙에 반하며, 금반언원칙 및 신의칙에도 위반된다.
2) 피고의 주장
피고 인사규정 제37조 제1항 제1호에 의하면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된 경우’에는 직원을 직권면직할 수 있고, 청원경찰법 제10조의4 제1항에 의하면 ‘신체상의 이상으로 직무를 감당하지 못할 때’ 청원경찰을 직권면직할 수 있다. 원고는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된 경우’ 또는 ‘시력미달로 직무를 감당하지 못할 때’에 해당하므로, 원고를 직권면직한 것은 효력이 있다.
원고는 청원경찰법이 정한 시력조건을 충족하지 못하였으므로, 원고에 대한 임용행위는 당연무효이고, 따라서 원고는 당연퇴직되었으므로, 원고를 직권면직한 것은 효력이 있다.
나. 법리
청원경찰의 임면관계는 기본적으로 사법관계이지만, 청원경찰법은 청원경찰이 일정한 장소적 한계 내에서는 공무원인 경찰관과 동일하게 국가기관 등의 경비 및 공안업무를 부여받은 수임자라는 사실을 고려하여, 일반 근로자와 달리 청원경찰을 공무원과 유사하게 처우하여 신분보장이나 사회보장 등에 있어 일반 사기업체에 근무하는 근로자보다 두터운 보호를 하고 있으므로, 이와 같이 그 신분에 있어 특별한 법적 보호를 받고 있는 청원경찰에게는 이에 부합하는 특별한 책임이 요구된다(헌법재판소 2011. 10. 25. 선고 2011헌마85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사용자가 어떠한 사유의 발생을 당연퇴직 또는 면직사유로 규정하고 그 절차를 통상의 해고나 징계해고와는 달리한 경우에 그 사유가 근로자의 사망이나 정년, 근로계약기간의 만료 등 근로관계의 자동소멸로 보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에 따른 당연퇴직 또는 면직처분은 근로기준법 제23조 소정의 제한을 받는 해고라고 할 것이고, 취업규칙 등에 당연퇴직사유로서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사유를 규정한 경우 그 의미는 그 규정 취지나 다른 당연퇴직사유의 내용 등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대법원 1999. 9. 3. 선고 98두18848 판결), 이러한 당연퇴직 또는 면직조처가 유효하기 위하여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이 규정하는 바의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3. 10. 26. 선고 92다54210 판결 등 참조).
사립학교의 교원으로 임용된 사람이 그 인사규정상 교원임용자격을 전부 또는 일부 갖추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법령 또는 인사규정이나 정관 등에서 이를 당연퇴직사유로 정하지 아니한 이상,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당연퇴직사유가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다214943 판결 등 참조).
다. 판단(무효)
피고가 인사위원회의 징계에 의하지 않고 원고를 직권면직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살피건대, 관계 법령 등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 ① 내지 ④의 사정을 종합하면, ㉮ 피고는 정관 제38조에 의하여 인사규정에 의한 당연퇴직 또는 인사위원회의 징계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직원의 의사에 반하여 면직할 수 없고, ㉯ 피고가 주장하는 원고의 직권면직사유인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된 경우’ 또는 ‘신체상의 이상으로 직무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는 피고의 인사규정 또는 청원경찰법이 정한 당연퇴직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 피고가 인사위원회의 징계에 의하지 아니한 채 원고를 직권면직한 것은 정관 제37조를 위반한 것이어서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니,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고,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① 피고의 정관 제38조에 의하면, 직원은 인사규정에 의한 당연퇴직 또는 인사위원회의 징계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면직되지 아니한다.
피고의 인사규정 제36조에 의하면, 직원이 당연히 퇴직하는 사유는 정년에 도달한 경우(제1호), 사망한 경우(제2호), 인사규정 제12조 제1호 내지 제11호에 해당될 경우(제3호)인데, 인사규정 제12조 제1호 내지 제11호에는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된 경우’가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인사규정 제37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된 경우’는 인사규정에 의한 ‘당연퇴직’사유가 아니다.
② 청원경찰법에 의하면, 청원경찰은 청원주가 임용하되, 임용을 할 때에는 미리 관할 경찰청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제5조 제1항), 청원경찰이 당연퇴직하는 사유는, 국가공무원법 제33조 각호의 어느 하나의 결격사유에 해당할 때(제10조의6 제1호, 제5조 제2항), 청원경찰의 배치가 폐지되었을 때(제10조의6 제2호) 및 나이가 60세가 되었을 때(제10조의6 제3호)이고, 청원경찰은 형의 선고, 징계처분 또는 신체적·정신적 이상으로 직무를 감당하지 못할 때를 제외하고는 그 의사에 반하여 면직되지 아니한다(제10조의4 제1항).
청원경찰의 임용자격·임용방법·교육 및 보수에 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고(청원경찰법 제5조 제3항), 청원경찰법 시행령 제3조 제2호는 그 임용자격으로서의 신체조건에 관한 사항을 시행규칙에 재위임하여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청원경찰법 시행규칙 제4조에 의하면, 법정 신체조건은 신체가 건강하고 팔다리가 완전할 것(제1호), 시력(교정시력을 포함한다)은 양쪽 눈이 각각 0.8 이상일 것(제2호)이다.
그런데 청원경찰법 제10조의6이 정한 당연퇴직사유는 국가공무원법 제33조 각호의 어느 하나의 결격사유뿐이고, 구 국가공무원법(2013. 8. 6. 법률 제11992호로 개정되어 2014. 2. 7. 시행되기 전의 것) 제33조는 공무원의 결격사유로 ‘신체상의 이상’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된 경우’를 규정하지 않고 있으므로, 청원경찰이 ‘신체상의 이상’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된 경우’에 해당하더라도 청원경찰법이 정한 당연퇴직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③ 피고의 주장은, 원고가 청원경찰법 제10조의4 제1항 소정의 ‘신체상의 이상으로 직무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에 해당하고, 원고는 청원경찰법이 정한 시력조건을 충족하지 못하였으므로, 원고에 대한 임용행위는 당연무효이므로, 피고가 청원경찰법 제10조의4 제1항에 따라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면직한 것은 정당하다는 것이다.
청원경찰법 제10조의4 제1항은 “청원경찰은 형의 선고, 징계처분 또는 신체상·정신상의 이상으로 직무를 감당하지 못할 때를 제외하고는 그 의사에 반하여 면직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피고의 정관 제38조는 “직원은 인사규정에 의한 당연퇴직 또는 인사위원회의 징계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면직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살피건대, ㉮ 위 ①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정관 제38조에 의하면, 직원은 인사규정에 의한 당연퇴직 또는 인사위원회의 징계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면직되지 아니하고, ㉯ 위 ②에서 본 바와 같이 신체상의 이상은 청원경찰법이 정한 당연퇴직사유 또는 피고 인사규정 제36조가 정한 당연퇴직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며, ㉰ 청원경찰법 시행규칙 제4조 소정의 시력조건이 사법상의 근로계약의 효력을 좌우하는 강행법규라고 할 수 없으므로, 위 제4조를 위반하여 청원경찰을 임용한 행위가 당연무효라고 할 수 없으므로, 채용된 청원경찰이 시력조건에 미달하더라도 당연퇴직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피고는, 청원경찰이 당연퇴직사유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정관 제38조에 따라 인사위원회의 징계에 의하여 직원의 의사에 반하여 면직할 수 있을 뿐이고 인사위원회의 징계에 의하지 아니한 채 직원의 의사에 반하여 면직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④ 위 ① 내지 ③을 종합하면, 피고의 청원경찰이 ‘신체상의 이상으로 직무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된 경우’에 해당하더라도 당연퇴직사유가 될 수 없으므로, 피고가 ‘신체상의 이상으로 직무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된 경우’에 해당함을 이유로 청원경찰을 직권면직하려면 정관 제38조에 따라 인사위원회의 징계에 의하여서 하여야 하고, 인사위원회의 징계에 의하지 않고 직권면직할 수는 없다.
4. 이 사건 통보 중 임용취소 부분의 효력(유효)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에 대한 임용취소는 효력이 없다.
원고는 피고에게 입사지원서를 제출할 당시 시각장애인임을 명시하였으므로 피고 인사규정 제8조 제2항의 ‘사무의 착오 또는 허위서류 제출로 임용된 때’에도 해당하지 아니한다.
2) 피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에게 허위의 신체검사서를 제출하여 채용되었으므로 피고 인사규정 제8조 제2항의 ‘사무의 착오 또는 허위서류 제출로 임용된 때’에도 해당하므로, 임용취소는 효력이 있다.
나. 법리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민법 제109조).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로부터 3년 내에 법률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내에 행사하여야 한다(민법 제146조). 계약 또는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당사자의 일방이나 쌍방이 해지 또는 해제의 권리가 있는 때에는 그 해지 또는 해제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한다(민법 제543조).
사법상의 고용계약에도 조건을 붙일 수 있고, 그 계약이 조건부일 때에는 당연히 그 조건의 성취 여부에 따라 그 계약의 효력이 좌우된다(대법원 1994. 8. 26. 선고 94다15479 판결 등 참조).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으로서 기본적으로 그 법적 성질이 사법상 계약이므로 계약 체결에 관한 당사자들의 의사표시에 무효 또는 취소의 사유가 있으면 상대방은 이를 이유로 근로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여 그에 따른 법률효과의 발생을 부정하거나 소멸시킬 수 있고(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3다25194, 25200 판결), 이는 징계처분 또는 징계처분적 성질을 가지는 것이 아니므로 소정의 징계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 아니다(대법원 1996. 7. 30. 선고 95다11689 판결 등 참조).
근로자의 채용 시의 허위경력기재행위 내지 경력은폐행위를 징계해고사유로 규정하는 취업규칙 등은 허위사항의 기재가 작성자의 착오로 인한 것이거나 그 내용이 극히 사소하여 그것을 징계해고사유로 삼는 것이 사회통념상 타당하지 않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까지에도 적용되지 않는 한, 정당한 해고사유를 규정한 것으로 유효하고 이에 따른 징계해고는 정당하다(대법원 2000. 6. 23. 선고 98다54960 판결 참조).
다. 판단(유효)
위 인정 사실, 위 인용 증거, 갑 제5, 6, 15, 16, 17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 ① 내지 ④ 기재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는, 원고가 제출한 허위의 신체검사서를 믿고 원고가 청원경찰법 시행규칙 제4조 제2호 소정의 ‘시력(교정시력을 포함한다)은 양쪽 눈이 각각 0.8 이상일 것’에 해당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원고를 청원경찰로 임용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가 원고를 임용한 것은 인사규정 제8조 소정의 ‘사무의 착오 또는 허위서류 제출로 임용된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니, 피고의 주장은 이유 있고,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이 사건 채용 공고(갑 제2호증)에는, ‘기재사항 중 허위, 착오, 연락 불능으로 인한 불이익은 응시자의 책임으로 한다, 서류미비 또는 허위사실이 발견된 경우 추후에라도 합격 또는 임용을 취소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피고 인사규정 제8조는 “인사발령은 취소할 수 없다. 다만 사무의 착오 또는 허위서류 제출로 임용된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채용 당시 원고에게 제출한 서류에 ‘허위’의 기재가 있고, 피고가 위 허위서류 제출로 인하여 원고를 임용하였을 경우, 피고는 원고에 대한 임용을 취소할 수 있다.
② 청원경찰법 제5조 제3항, 청원경찰법 시행령 제3조 제2호, 청원경찰법 시행규칙 제4조 제2호의 규정에 의하면, 청원경찰을 임용하려면 ‘시력(교정시력을 포함한다)은 양쪽 눈이 각각 0.8 이상일 것’(제2호)이어야 한다.
③ 원고가 이 사건 채용 당시 피고에게 제출한 피고 소속 의사 소외인 작성 2013. 6. 27. 자 신체검사서(갑 제3호증)에는 ‘시력(교정) 좌 1.0, 우 1.0, 공무원 채용 신체검사서 규정에 의하여 위와 같이 판정하였음’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당시 원고는 분지망막동맥폐쇄 등의 질환으로 인하여 좌안 중심부 시야결손의 장애를 갖고 있어 좌안 시력이 1.0이 아니라 0.025 이하였으므로, 위 신체검사서 중 ‘시력(교정) 좌 1.0’ 부분은 허위였다.
④ 원고의 주장은, 원고가 제출한 신체검사서는 피고 소속 의사가 작성한 것인 점, 원고는 입사지원서에 ‘시각장애 6급’인 사실을 명시한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신체검사서가 허위인 사정과 원고의 임용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래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허위의 신체검사서와 원고의 임용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의 자립생활·보호 및 수당의 지급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장애인의 생활안정에 기여하는 것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청원경찰법과 그 입법 취지 및 목적을 달리한다. 장애인복지법 제2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제2항, 구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2019. 6. 4. 보건복지부령 제62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항 [별표 1]에 의하면, 시각장애인 제6급은 ‘나쁜 눈의 시력이 0.02 이하인 사람’을 뜻한다.
㉡ 원고는 이 사건 채용 전인 2012. 6. 19. 임시직에 지원할 당시 피고에게 제출한 이력서에 양안 시력을 각 1.2인 것처럼 허위사실을 기재하였고, 당시 피고에게 제출한 △△△△병원이 작성한 2012. 6. 29. 자 신체검사서에도 양안 시력이 각 1.2인 것처럼 허위사실이 기재되어 있다.
이 사건 채용 당시 원고가 피고에게 제출한 입사지원서(을 제2호증)에는 ‘시각장애 6급, 병역미필사유 제2국민역(시각장애)’이라고 기재되어 있었으나, 시력란에는 아무런 기재도 없었고, 원고가 제출한 피고 소속 의사 소외인 작성 2013. 6. 27. 자 신체검사서(갑 제3호증)에는 ‘시력(교정) 좌 1.0, 우 1.0, 공무원 채용 신체검사서 규정에 의하여 위와 같이 판정하였음’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라. 신의칙 위반 등 여부(배척)
원고의 주장은, 시각장애 상태에서 임용되었으나 임용 이래 장기간 정상적으로 청원경찰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임용취소는 비례의 원칙, 금반언 원칙 및 신의칙에 반하므로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살피건대, 관계 법령 등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임용취소가 신의칙 등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청원경찰이란, 국가기관 또는 공공단체와 그 관리하에 있는 중요 시설 또는 사업장, 국내 주재 외국기관 등의 경비를 담당하는 경찰을 말한다(청원경찰법 제2조 제1항). 청원경찰은 청원경찰의 배치 결정을 받은 청원주와 배치된 기관·시설 또는 사업장 등의 구역을 관할하는 경찰서장의 감독을 받아 경비를 목적으로 필요한 범위에서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른 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한다(청원경찰법 제3조).
청원주는 관할 경찰청장의 승인을 받아 청원경찰을 임용하고(청원경찰법 제5조 제1항), 청원경찰은 그 복무에 관하여 국가공무원법상 복종의무, 직장이탈금지의무, 비밀엄수의무, 경찰공무원법상 거짓보고금지의무를 부담한다(제5조 제4항).
② 청원경찰법은, 임용결격사유, 임용자격, 당연퇴직사유를 규정하고, 의사에 반한 면직사유를 제한함으로써, 청원경찰의 신분을 보장하고 그 업무의 공공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신분보장은, 청원경찰이 임용 당시 임용자격을 갖추었을 것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청원경찰이 임용자격인 시력조건에 미달하였을 경우에는 신분이 보장될 수 없다.
③ 청원경찰의 임용조건, 직무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비록 원고가 시력조건에 미달한 상태에서 임용된 이후 현재까지 청원경찰의 임무를 이상 없이 수행하였다고 하더라도 장래에도 계속하여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볼 수 없다.
5. 결론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용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그 나머지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판결을 변경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관계 법령 등: 생략]
판사 진성철(재판장) 권형관 김규화 |
217,793 | 이행확약금청구의소 | 2017다282698 | 20,210,915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이익보장약속에 의한 부당권유행위를 금지하는 구 간접투자자산 운용업법 제144조의11 제2항 제2호와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272조 제6항 제2호가 강행규정인지 여부(적극) 및 이에 위배되는 이익보장약속의 효력(무효) / 사모투자전문회사의 업무집행사원이 관여하여 체결된 약정이 실질적으로는 이익보장약속에서 정한 이익을 투자자에게 제공하기 위한 것인 경우, 위 약정의 효력(무효) [2] 구 간접투자자산 운용업법 제144조의11 제2항 제2호와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272조 제6항 제2호에서 금지하는 이익보장약속에 의한 부당권유행위나 그 일부를 이루는 이익보장약속의 주체(=사모투자전문회사의 업무집행사원) / 사모투자전문회사의 유한책임사원 등 제3자가 업무집행사원과의 협의하에 투자자에게 이익보장약속을 하고 업무집행사원이 이를 이용하여 투자를 권유한 경우, 위 금지규정에 위배되는지 여부(적극) / 통상적으로 이익보장약속의 상대방이 되는 투자자(=사모투자전문회사의 유한책임사원) 및 사실상 특정 사모투자전문회사의 유한책임사원과 유사한 지위에 있는 자도 이익보장약속의 상대방이 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 [1] 구 간접투자자산 운용업법(2009. 2. 4. 시행된 법률 제8635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 이하 ‘구 간접투자법’이라고 한다) 제144조의11 제2항 제2호와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5. 7. 24. 법률 제134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자본시장법’이라고 한다) 제272조 제6항 제2호는 사모투자전문회사의 업무집행사원(법인이 업무집행사원인 경우에는 법인의 임직원을 포함한다)이 ‘원금 또는 일정한 이익의 보장을 약속하는 등의 방법’(이하 ‘이익보장약속’이라고 한다)으로 사원이 될 것을 부당하게 권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이하 ‘금지규정’이라고 한다), 구 간접투자법 제184조 제27호와 구 자본시장법 제446조 제47호는 위 금지규정을 위반한 자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 간접투자법과 구 자본시장법이 위 금지규정을 두어 이익보장약속에 의한 부당권유행위를 금지한 것은, 사모투자전문회사가 투자를 권유하면서 투자자에게 원금 또는 일정한 이익의 보장을 약속하게 되면, 실질적으로 대여 목적의 자금을 모집하게 되어 간접투자와 집합투자의 활성화라는 사모투자전문회사 제도의 본질을 훼손하고, 또한 사모투자전문회사나 그 업무집행사원이 그 약속을 이행하기 위하여 부득이 불건전한 거래 또는 변칙적인 거래를 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간접투자와 집합투자에 따른 수익의 배분과 괴리된 고정적인 이익 배분을 기대한 투자자의 안이한 투자판단을 초래하고 그 결과 투자 대상 기업의 수익 가치에 대한 일반 투자자 및 시장의 평가나 투자에 대한 위험 부담 없이 자금 모집이 이루어지게 되어 간접투자와 집합투자에 관한 공정한 거래질서의 왜곡을 가져올 위험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위 금지규정의 내용과 취지, 체계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금지규정은 강행규정에 해당하므로 위 금지규정에 위배되는 이익보장약속은 무효이다. 나아가 사모투자전문회사의 업무집행사원이 관여하여 체결된 약정이 실질적으로는 무효인 이익보장약속에서 정한 이익을 투자자에게 제공하기 위한 것인 경우 이러한 약정은 위 금지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이다. [2] 구 간접투자자산 운용업법(2009. 2. 4. 시행된 법률 제8635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 제144조의11 제2항 제2호와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5. 7. 24. 법률 제134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2조 제6항 제2호(이하 ‘금지규정’이라고 한다)의 문언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익보장약속에 의한 부당권유행위나 그 일부를 이루는 이익보장약속의 주체는 업무집행사원이고, 사모투자전문회사의 유한책임사원 등의 제3자가 업무집행사원과 별도로 투자자에게 이익보장약속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 사정만을 가지고 위 금지규정을 위반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제3자가 업무집행사원과의 협의하에 투자자에게 이익보장약속을 하고, 업무집행사원이 이를 이용하여 투자를 권유하였다면 이 또한 위 금지규정에 위배된다. 그리고 이익보장약속의 상대방이 되는 투자자는 그 자신이 사모투자전문회사의 유한책임사원인 경우가 통상적이지만, 그 외에도 특정 사모투자전문회사의 유한책임사원이 되고자 하는 자가 투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구성한 익명조합에 출자한 익명조합원과 같이 사실상 특정 사모투자전문회사의 유한책임사원과 유사한 지위에 있는 자도 이익보장약속의 상대방이 될 수 있다. | [1] 구 간접투자자산 운용업법(2007. 8. 3. 법률 제8635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 제3호로 폐지) 제144조의11 제2항 제2호(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249조의14 제6항 제2호 참조), 제184조 제27호(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446조 제47호 참조),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5. 7. 24. 법률 제134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2조 제6항 제2호(현행 제249조의14 제6항 제2호 참조), 제446조 제47호 / [2] 구 간접투자자산 운용업법(2007. 8. 3. 법률 제8635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 제3호로 폐지) 제144조의11 제2항 제2호(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249조의14 제6항 제2호 참조),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5. 7. 24. 법률 제134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2조 제6항 제2호(현행 제249조의14 제6항 제2호 참조) | [1][2] 대법원 2017. 12. 13. 선고 2017두31767 판결(공2018상, 208) |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세인트미카엘어드바이저리서비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밝음 담당변호사 채승준)
【피고, 피상고인】
에스엠신용정보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안심 담당변호사 박경호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7. 10. 20. 선고 2016나2082370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주식회사 솔로몬저축은행(이하 ‘솔로몬저축은행’이라고 한다)은 2007. 5.경 KGI증권 주식회사를 인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을 무한책임사원 겸 업무집행사원으로 하는 솔로몬사모투자전문회사(이하 ‘솔로몬PEF’라고 한다)를 설립하였다.
나. 사단법인 과학기술인공제회와 주식회사 대우건설(이하 이들을 합쳐서 ‘과학기술인공제회 등’이라고 한다)은 솔로몬PEF에 투자하여 유한책임사원이 되었는데, 이때 솔로몬저축은행은 과학기술인공제회 등과 사이에 과학기술인공제회 등이 출자원금과 이에 대한 연 복리 9.1%의 비율로 산정한 이익금에 관하여 환급을 청구할 수 있는 내용의 풋 옵션이 포함된 약정을 체결하였다(이하 ‘최초 이행확약’이라고 한다).
다. 1) 이후 과학기술인공제회 등이 최초 이행확약을 근거로 풋 옵션을 행사하였으나, 이에 응할 자금이 부족했던 솔로몬저축은행은 익명조합을 통해 과학기술인공제회 등이 보유한 솔로몬PEF 출자지분을 인수한 다음 이를 관리ㆍ처분하여 이익금을 배당하는 방법으로 출자금 환급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였다.
2) 이에 이네스 유한회사는 2011. 6.경 사단법인 과학기술인공제회로부터 솔로몬PEF 출자지분을 양도받은 후 사단법인 과학기술인공제회, 주식회사 삼우이엠씨(이하 ‘삼우이엠씨’라고 한다)와 사이에 자신은 영업자가 되고, 사단법인 과학기술인공제회, 삼우이엠씨는 익명조합원이 되는 내용의 익명조합계약을 체결하였다. 또 디인스 유한회사는 2011. 9.경 주식회사 대우건설로부터 솔로몬PEF 출자지분을 양도받은 후 주식회사 대우건설, 삼우이엠씨와 사이에 자신은 영업자가 되고 주식회사 대우건설, 삼우이엠씨는 익명조합원이 되는 내용의 익명조합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위 2개의 익명조합을 통틀어 ‘이 사건 각 익명조합’이라고 한다).
3) 이 과정에서 솔로몬저축은행은 삼우이엠씨가 이 사건 각 익명조합에 출자할 자금을 대출하였고, 솔로몬저축은행과 함께 솔로몬저축은행 그룹에 속한 피고(당시 상호: 솔로몬신용정보 주식회사)는, 삼우이엠씨와 사이에, 삼우이엠씨가 이 사건 각 익명조합에 대한 출자원금과 이에 대한 연 복리 9.1%의 비율로 산정한 이익금에 관하여 피고에게 환급을 청구할 수 있는 내용의 풋 옵션이 포함된 약정을 각각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각 이행확약’이라고 한다).
라. 삼우이엠씨는 2015. 8.경 원고에게 이 사건 각 이행확약에 따른 풋 옵션 행사권을 포함하여 이 사건 각 익명조합에 대한 출자지분과 익명조합원의 지위를 양도하고, 그 무렵 이를 이 사건 각 익명조합에 통지하였다.
2. 이 사건 각 이행확약을 이용한 투자권유 행위의 효력에 대한 판단
가. 1) 구 간접투자자산 운용업법(2009. 2. 4. 시행된 법률 제8635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 이하 ‘구 간접투자법’이라고 한다) 제144조의11 제2항 제2호와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5. 7. 24. 법률 제134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자본시장법’이라고 한다) 제272조 제6항 제2호는 사모투자전문회사의 업무집행사원(법인이 업무집행사원인 경우에는 법인의 임직원을 포함한다)이 ‘원금 또는 일정한 이익의 보장을 약속하는 등의 방법’(이하 ‘이익보장약속’이라고 한다)으로 사원이 될 것을 부당하게 권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이하 ‘이 사건 금지규정’이라고 한다), 구 간접투자법 제184조 제27호와 구 자본시장법 제446조 제47호는 이 사건 금지규정을 위반한 자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 간접투자법과 구 자본시장법이 이 사건 금지규정을 두어 이익보장약속에 의한 부당권유행위를 금지한 것은, 사모투자전문회사가 투자를 권유하면서 투자자에게 원금 또는 일정한 이익의 보장을 약속하게 되면, 실질적으로 대여 목적의 자금을 모집하게 되어 간접투자와 집합투자의 활성화라는 사모투자전문회사 제도의 본질을 훼손하고, 또한 사모투자전문회사나 그 업무집행사원이 그 약속을 이행하기 위하여 부득이 불건전한 거래 또는 변칙적인 거래를 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간접투자와 집합투자에 따른 수익의 배분과 괴리된 고정적인 이익 배분을 기대한 투자자의 안이한 투자판단을 초래하고 그 결과 투자 대상 기업의 수익 가치에 대한 일반 투자자 및 시장의 평가나 투자에 대한 위험 부담 없이 자금 모집이 이루어지게 되어 간접투자와 집합투자에 관한 공정한 거래질서의 왜곡을 가져올 위험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대법원 2017. 12. 13. 선고 2017두31767 판결 참조). 이와 같은 이 사건 금지규정의 내용과 취지, 체계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금지규정은 강행규정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금지규정에 위배되는 이익보장약속은 무효이다. 나아가 사모투자전문회사의 업무집행사원이 관여하여 체결된 약정이 실질적으로는 무효인 이익보장약속에서 정한 이익을 투자자에게 제공하기 위한 것인 경우 이러한 약정은 이 사건 금지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이다.
2) 이 사건 금지규정의 문언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익보장약속에 의한 부당 권유 행위나 그 일부를 이루는 이익보장약속의 주체는 업무집행사원이고, 사모투자전문회사의 유한책임사원 등의 제3자가 업무집행사원과 별도로 투자자에게 이익보장약속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 사정만을 가지고 이 사건 금지규정을 위반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제3자가 업무집행사원과의 협의하에 투자자에게 이익보장약속을 하고, 업무집행사원이 이를 이용하여 투자를 권유하였다면 이 또한 이 사건 금지규정에 위배된다(대법원 2017. 12. 13. 선고 2017두3176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익보장약속의 상대방이 되는 투자자는 그 자신이 사모투자전문회사의 유한책임사원인 경우가 통상적이지만, 그 외에도 특정 사모투자전문회사의 유한책임사원이 되고자 하는 자가 투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구성한 익명조합에 출자한 익명조합원과 같이 사실상 특정 사모투자전문회사의 유한책임사원과 유사한 지위에 있는 자도 이익보장약속의 상대방이 될 수 있다.
나. 원심은, 이 사건 금지규정에 위배되는 이익보장약속이 무효임을 전제로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각 이행확약은 솔로몬PEF의 업무집행사원인 솔로몬저축은행이 이 사건 금지규정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하여 피고를 이용하여 삼우이엠씨와 체결한 이익보장약속으로서 이 사건 금지규정을 위반하거나 이 사건 금지규정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위에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이 사건 금지규정의 적용 범위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삼우이엠씨가 솔로몬PEF의 업무집행사원인 솔로몬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자금으로 이 사건 각 익명조합에 출자를 하고 피고와 이 사건 각 이행확약을 체결하게 되기까지의 경위, 삼우이엠씨의 대표이사 소외 1과 솔로몬저축은행 및 그 대표이사인 소외 2의 관계 등을 근거로 솔로몬저축은행이나 피고가 이 사건 금지규정에서 금지한 이익보장약속 등을 이용하여 투자를 권유함으로써 삼우이엠씨의 정상적인 투자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여 피고의 불법행위책임을 부정하였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사실관계와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피고의 불법행위책임을 부정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선수(재판장) 박정화(주심) 노태악 |
217,791 | 손해배상(기) | 2018다38607 | 20,210,916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집합건물의 관리단 등 관리주체가 단전조치를 하기 위한 요건 / 단전조치에 관하여 법령이나 규약 등에 근거가 없거나 규약이 무효로 밝혀졌다고 하더라도 단전조치가 위법하지 않은 경우 | 집합건물의 관리단 등 관리주체가 단전조치를 하기 위해서는 법령이나 규약 등에 근거가 있어야 하고, 단전조치의 경위, 동기와 목적, 수단과 방법, 입주자가 입게 된 피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어야 한다. 단전조치에 관하여 법령이나 규약 등에 근거가 없거나 규약이 무효로 밝혀진 경우 단전조치는 원칙적으로 위법하다. 다만 관리주체나 구분소유자 등이 규약을 유효한 것으로 믿고 규약에 따라 집합건물을 관리하였는지, 단전조치를 하지 않으면 집합건물의 존립과 운영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지, 구분소유자 등을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 등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을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단전조치가 위법하지 않다. |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25조 제1항, 제28조, 제42조 | 대법원 2006. 6. 29. 선고 2004다3598, 3604 판결(공2006하, 1397),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2다76713, 76720 판결 | 【반소원고, 상고인】
반소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정일)
【반소피고, 피상고인】
메트로빌딩운영위원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명경 담당변호사 신상훈 외 3인)
【원심판결】
대전고법 2018. 6. 21. 선고 2015나2407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반소원고들이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 개요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반소피고는 지하 2층, 지상 10층 규모의 집합건물인 ‘○○○○○○’(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의 구분소유자들로 구성된 관리단이다.
반소원고들은 이 사건 건물 중 지하 1층 B101호인 이 사건 점포를 1/2 지분씩 공유하며 2008년경부터 2013. 1.경까지 사우나와 헬스장을 운영하였다.
나. 반소피고는 2006. 8. 20. 관리규약을 제정하고 2012. 4. 16. 관리규약을 개정하였다. 제정된 관리규약 제17조 제1항은 상가 건물의 소유자 등이 관리비를 납부하지 않거나 관리비를 2회 계속 연체한 때 관리주체의 단전ㆍ단수조치와 법적 소송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개정된 관리규약 제17조 제5항은 관리주체가 독촉장을 발부한 후 관리비에 포함된 사용료 등을 체납한 소유자 등에 대하여 전기 공급을 중단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다. 반소피고는 2012. 3. 28. 반소원고들을 상대로 2008. 8. 29.부터 2012. 3. 21.까지 관리비 합계 73,400,116원과 그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지급명령을 신청하였다. 지급명령 사건은 반소원고들이 이의신청을 하여 대전지방법원 2012가단28681호 체납관리비 사건으로 이행되었고, 2012. 9. 13. 다음과 같이 조정이 성립하였다. 반소원고들은 연대하여 반소피고에게 2012년 8월 사용분까지 관리비 68,653,307원을 지급하되, 2012. 9. 28.까지 10,000,000원, 2012. 10. 31.까지 58,653,307원을 각 지급한다. 만일 반소원고들이 이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기한과 분할의 이익을 상실하고 미지급액 전액과 지급기한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지연손해금을 가산하여 지급한다.
반소피고는 2012. 11. 28.부터 2013. 1. 24.까지 반소원고들에게 9차례에 걸쳐 내용증명을 보냈다. 조정조서에 따라 반소원고들이 2012. 10. 31.까지 지급해야 하는 관리비 58,653,307원과 그 지연손해금, 2012년 10월부터 12월까지 관리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이 사건 점포에 단전조치를 하겠다는 내용이다.
반소원고들이 관리비를 지급하지 않자 반소피고는 2013. 1. 30. 이 사건 점포에 단전조치를 하였다. 반소피고가 2012. 10.경부터 2014. 12.경까지 반소원고들에게 부과한 관리비는 합계 96,331,562원이다.
라. 반소피고는 관리비의 지급을 청구하는 본소를 제기하였다가 원심에서 본소를 취하하였다. 반소원고들은 단전조치가 위법하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였다.
2. 단전조치의 적법 여부
가. 집합건물의 관리단 등 관리주체가 단전조치를 하기 위해서는 법령이나 규약 등에 근거가 있어야 하고, 단전조치의 경위, 동기와 목적, 수단과 방법, 입주자가 입게 된 피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6. 6. 29. 선고 2004다3598, 3604 판결,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2다76713, 76720 판결 참조).
단전조치에 관하여 법령이나 규약 등에 근거가 없거나 규약이 무효로 밝혀진 경우 단전조치는 원칙적으로 위법하다. 다만 관리주체나 구분소유자 등이 규약을 유효한 것으로 믿고 규약에 따라 집합건물을 관리하였는지, 단전조치를 하지 않으면 집합건물의 존립과 운영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지, 구분소유자 등을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 등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을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단전조치가 위법하지 않다.
나. 원심은 관리규약이「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관리단집회의 결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제정ㆍ개정되어 무효이나, 단전조치가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을 벗어난 위법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반소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 반소원고들은 2008. 8.경부터 단전조치가 있을 때까지 장기간 수천만 원의 관리비를 체납하였다. 반소피고는 반소원고들을 상대로 관리비를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는 등 관리비를 지급받기 위해 오랜 기간 여러 방안을 강구하였다. 그러나 반소원고들은 조정이 성립한 다음에도 관리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반소원고 1은 2012. 12. 28. 반소피고와 2013. 1. 28.까지 관리비를 납부하기로 합의하였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2) 2010년과 2011년 이 사건 점포의 관리비 중 전기요금이 61.3~83.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이는 건물 전체 전기요금의 약 9~20%에 해당한다. 반소피고는 반소원고들로부터 관리비를 지급받지 못해 한국전력공사에 2012년 11월과 12월 전기요금 합계 72,779,600원을 납부하지 못하였다. 한국전력공사는 2012. 12. 3. 전기요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지급명령을 신청하였고, 2013. 1. 9. 전기요금을 2013. 1. 25.까지 납부하지 않을 경우 전기사용계약을 해지한다는 예고서를 보냈다. 반소피고는 반소원고들로부터 관리비를 지급받고 구분소유자들과 입주민들의 공동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단전조치를 하였다.
(3) 반소피고 운영위원회는 2012. 4. 30. 반소원고들의 관리비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였고, 2012. 5. 7. 관리용역을 맡은 주식회사 유일종합관리에 이 사건 점포에 대한 단전조치를 요구하기로 결의하였으며, 2012. 7. 27. 이 사건 점포에 단전조치를 하고 구분소유자들에게 협조를 요청하기로 결의하였다. 반소피고는 2012. 12.경 단전조치에 관하여 구분소유자 또는 입주민 중 76% 정도의 동의를 받았다.
(4) 반소피고는 2012. 11. 28.부터 2013. 1. 24.까지 9회에 걸쳐 반소원고들에게 단전조치와 그 일시를 예고하였다. 반소피고의 대표자는 층별 대표들과 함께 이 사건 점포의 출입문이 잠기고 불이 꺼져 영업이 종료되었음을 확인한 다음 2013. 1. 30. 00:30 옥상 변전실에서 단전조치를 하였다.
(5) 관리규약이 관리단집회의 결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무효이나, 반소원고들을 포함한 구분소유자들이 관리규약이 제정된 때부터 이 사건 소송에 이르기까지 그 효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유효한 관리규약으로 인식하였다. 반소피고는 관리규약에 기초하여 이 사건 건물을 관리하였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관리규약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단전조치가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위에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불법행위에 관한 법리오해, 이유불비, 이유모순 등의 잘못이 없다.
3. 단전조치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원심의 이 부분 판단은 가정적ㆍ부가적 판단으로서,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단전조치가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원심판결이 정당한 이상 위와 같은 가정적ㆍ부가적 판단의 당부는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이 부분 상고이유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4. 결론
반소원고들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도록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33,369 |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허위세금계산서교부등)·조세범처벌법위반 | 2018고합119, 2019고합26(병합) | 20,210,916 | 선고 |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 | 형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검 사】
안화연, 문지연(기소), 최지윤, 이아람, 함덕훈, 공소정, 심기하, 안동찬, 이성호(공판)
【변 호 인】
변호사 송기오 외 2인
【주 문】
피고인들을 각 징역 2년 및 벌금 1,450,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들이 위 각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각 2,5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들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들에 대하여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피고인 2에 대한 공소사실 중 각 조세범처벌법위반의 점은 각 무죄.
【이 유】
【범죄사실】
[범죄전력]
피고인 1은 2013. 2. 14.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에서 사기죄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홍성교도소 서산지소에서 그 형의 집행 중 2013. 9. 30. 가석방되어 2013. 10. 12. 가석방기간이 경과한 사람이다.
[범죄사실]
피고인 1(개명 전: ♧△△)은 경남 고성군 (주소 1 생략)에 있는 ‘○○○○’과 (주소 2 생략)에 있는 ‘△△△△’의 대표이고, 피고인 2와 공소외 1(개명 전: ♧□□, ♧☆☆)은 수산물 유통업자들의 무자료 수산물 거래를 위해 허위 계산서 발행을 중개하는 자이다.
누구든지 영리를 목적으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지 아니하고 소득세법 및 법인세법에 따른 계산서를 발급하거나, 매출처별계산서합계표를 거짓으로 기재하여 정부에 제출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공소외 1과 공모하여 사실은 ‘○○○○’이나 ‘△△△△’이 서울이나 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 식당 등에 재화나 용역을 공급한 사실이 없음에도, 위 식당 등에 ‘○○○○’이나 ‘△△△△’ 명의의 계산서를 거짓으로 발급하여 주기로 공모하였다.
1. 피고인들의 공동 범행
가. 피고인들의 위 공모에 따라 피고인 2는 피고인 1로부터 ‘○○○○’ 명의의 계산서를 발급할 권한을 위임받아, 2016. 3. 31.경 불상의 장소에서 사실은 ‘○○○○’에서 ‘♧▽▽▽’에 수산물을 공급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에 공급가액 24,395,000원 상당의 수산물을 공급한 것처럼 ‘○○○○’ 명의의 계산서를 발급하여 준 것을 비롯하여, 이때부터 2016. 12. 31.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1) 기재와 같이 모두 120회에 걸쳐 합계 3,506,965,900원 상당의 계산서를 발급하였다.
나. 피고인들의 위 공모에 따라 피고인 2는 피고인 1로부터 ‘△△△△’ 명의의 계산서를 발급할 권한을 위임받아, 2016. 5. 30.경 불상의 장소에서 사실은 ‘△△△△’에서 ‘◇◇◇◇’에 수산물을 공급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에 공급가액 100,000,000원 상당의 수산물을 공급한 것처럼 ‘△△△△’ 명의의 계산서를 발급하여 준 것을 비롯하여, 이때부터 2016. 12. 31.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2) 기재와 같이 모두 130회에 걸쳐 합계 3,701,916,000원 상당의 계산서를 발급하였다.
다. 피고인들의 위 공모에 따라 피고인 2는 2017. 2. 10.경 통영시 무전5길 20-9 통영세무서에서 세무대리인 공소외 6으로 하여금 ‘○○○○’의 2016년 사업장현황신고를 하면서 별지 범죄일람표 (3) 기재와 같이 공급가액 합계 3,364,965,900원의 매출처별계산서 합계표를 거짓으로 기재하여 정부에 제출하게 하였다.
라. 피고인들의 위 공모에 따라 피고인 2는 2017. 2. 10.경 통영시 무전5길 20-9 통영세무서에서 세무대리인 공소외 6으로 하여금 ‘△△△△’의 2016년 사업장현황신고를 하면서 별지 범죄일람표 (4) 기재와 같이 공급가액 합계 3,703,616,000원의 매출처별계산서 합계표를 거짓으로 기재하여 정부에 제출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소외 1과 공모하여 영리를 목적으로 재화나 용역을 공급받지 않고 공급가액 합계 7,208,881,900원 상당의 계산서를 발급하고, 공급가액 합계 7,068,581,900원 상당의 매출처별계산서 합계표를 거짓으로 기재하여 정부에 제출하였다.
2. 피고인 1의 단독 범행
가. ○○○○ 명의 허위 계산서 발급
피고인은 2015. 12. 31.경 불상의 장소에서 사실은 ‘○○○○’에서 ‘◇◇◇◇’에 수산물을 공급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에 공급가액 20,000,000원 상당의 수산물을 공급한 것처럼 ‘○○○○’ 명의의 계산서를 발급하여 준 것을 비롯하여 같은 날 별지 범죄일람표 (5) 기재와 같이 모두 4회에 걸쳐 합계 265,300,000원 상당의 계산서를 발급하였다.
나. ○○○○ 명의 허위 매출처별계산서합계표 제출
피고인은 2016. 1. 27.경 통영시 무전5길 20-9 통영세무서에서 ‘○○○○’의 2015년 사업장현황신고를 하면서 별지 범죄일람표 (6) 기재와 같이 공급가액 합계 265,300,000원의 매출처별계산서 합계표를 거짓으로 기재하여 정부에 제출하였다.
【증거의 요지】
[판시 범죄사실]
1. 증인 공소외 4, 공소외 3의 각 법정진술
1. 제6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 2의 일부 진술기재
1. 제3회 공판조서 중 증인 피고인 2의, 제4회 공판조서 중 증인 공소외 7의, 제7회 공판조서 중 증인 공소외 2, 공소외 1의 각 진술기재(다만, 제3회 공판조서 중 증인 피고인 2의 진술기재 부분은 피고인 1에 한하여)
1. 피고인 2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1. 공소외 1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사본
1. 피고인 1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피고인 2에 한하여)
1. 피고인들에 대한 각 범칙혐의자 심문조서
[피고인들은 피고인 2에 대한 각 범칙혐의자 심문조서(2018고합119 사건의 증거목록 순번 37, 38)의 증거능력을 다투고 있고, 그중 피고인 2는 위 각 심문조서가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로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에 의하여 그 증거능력이 평가되어야 한다는 점을 그 법률적 근거로 든다. 위 주장에 대하여 보건대, 형사소송법상 수사기관은 ‘검사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행하는 사법경찰관리’를 말하는데{구 형사소송법(2020. 12. 4. 법률 제169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95조, 제196조}, 사법경찰관리에는 일반사법경찰관리(검찰 내 사법경찰관리, 경찰 중에서 수사업무에 종사하는 일정한 계급 이하의 경찰관)와 특별사법경찰관리(특별법에 따라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격을 부여받은 공무원)가 있다. 한편, 구 형사소송법 제197조는 특별사법경찰관리의 종류와 직무범위에 대하여 법률의 근거를 요구하는데,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은 관세청 소속 세관공무원에게만 특별사법경찰관리의 신분을 부여할 뿐(제5조 제17호) 국세청 소속 세무공무원에 대하여는 특별사법경찰관리의 신분을 부여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있고, 조세범 처벌법이나 조세범 처벌절차법에도 이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결국, 국세청 소속 세무공무원이 작성한 피고인 2에 대한 각 심문조서는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에 따라 증거능력 유무가 판단되어야 하는데, 위 각 심문조서를 작성한 조사자 공소외 3, 공소외 4가 이 법정에 출석하여 위 각 심문조서가 진정하게 성립하였음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하였고, 위 각 심문조서에 기재된 진술의 내용, 조사자의 각 증언 내용 등을 고려할 때 위 각 심문조서에 적힌 진술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이루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 2에 대한 각 심문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 단서에 의하여 그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1. 피고인 1의 각 진술서(단, 2018고합119 사건의 증거목록 순번 12의 진술서는 피고인 2에 한하여)
1. 피고인 2의 진술서(피고인 2에 한하여)
1. 수사보고(범죄일람표 및 피고인 2 농협계좌 거래내역 첨부)
1. 거래질서조사 종결예정보고 사본(○○○○, 공소외 8), 계산서 자료상 조사종결 보고서 사본(△△△△, 피고인 1)(단, 피고인 2에 대해서는 피고인들의 진술기재 부분을 각 제외)
1. 부산지방국세청장의 고발장
1. 사업장현황신고서(○○○○), 사업장현황신고서(△△△△), 매출처별계산서 합계표(2015년 2기), 각 매출처별계산서 합계표(2016년 2기), 각 계산서 사본, 각 거래내용 확인서, 각 확인서, 각 문답서, 피고인 1 제출 메모, 계좌거래내역
1. 거래내역 CD
[판시 전과]
1. 범죄 및 수사경력자료 조회
1. 개인별 수용현황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가. 피고인 1: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의2 제1항 제1호, 제2항, 구 조세범 처벌법(2018. 12. 31. 법률 제16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조세범 처벌법’이라 한다) 제10조 제3항 제2호, 제4호, 형법 제30조(판시 범죄사실 제1항의 허위 계산서 발급의 점 및 매출처별계산서 합계표 제출의 점을 포괄하여, 벌금형을 필요적으로 병과), 구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 제2호, 제4호(판시 범죄사실 제2항의 허위 계산서 발급의 점 및 매출처별계산서 합계표 제출의 점을 포괄하여, 징역형 선택)
나. 피고인 2: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의2 제1항 제1호, 제2항, 구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 제2호, 제4호, 형법 제30조(포괄하여, 벌금형을 필요적으로 병과)
1. 누범가중
피고인 1: 각 형법 제35조{다만,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허위세금계산서교부등)죄에 대하여는 형법 제42조 단서의 범위 내에서}
1. 경합범가중
피고인 1: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형이 더 무거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허위세금계산서교부등)죄에 정한 징역형에 경합범가중(형법 제42조 단서의 범위 내에서)}
1. 작량감경
피고인 1, 피고인 2: 각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3호, 제6호(아래 양형의 이유 중 각 유리한 사정 참작)
1. 노역장유치
피고인 1, 피고인 2: 각 형법 제70조, 제69조 제2항
1. 가납명령
피고인 1, 피고인 2: 각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의 주장에 관한 판단(2018고합119 사건 관련)
1. 피고인 1, 피고인 2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허위세금계산서교부등)의 점: 판시 범죄사실 제1항 관련
가. 피고인 1 및 그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피고인 1과 그 변호인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피고인 1은 ◇◇◇◇, ♧▽▽▽, ♧◎◎, ♧◁◁, ♧▷▷, ♧♤♤, ☆☆☆☆, ♧♡♡, ♧●●에게는 실제로 수산물을 공급하였다. 따라서 위 매출처들에게 발급된 계산서는 허위로 발급된 것으로 볼 수 없고, 그에 해당하는 매출처별계산서 합계표 부분도 거짓으로 기재된 것으로 볼 수 없다. ② 위 매출처를 제외한 나머지 매출처들에 대한 계산서는 피고인 2가 ○○○○과 △△△△의 실제 운영자인 피고인 1의 위임을 받지 않고 임의로 발급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피고인 1이 피고인 2와 허위 계산서 발급을 공모한 사실이 없고, 이에 대한 인식도 없었다.』
2) 판 단
가) 계산서에 대응하는 실제 거래가 있었는지 여부(피고인 1의 주장 ① 관련)
먼저, ◇◇◇◇, ♧▽▽▽, ♧◎◎, ♧◁◁, ♧▷▷, ♧♤♤, ☆☆☆☆, ♧♡♡, ♧●●에 대한 계산서나 위 매출처들에 대한 매출처별계산서 합계표 기재 부분이 실거래에 기초하여 작성된 것이라는 피고인 1의 주장에 대하여 본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판시 각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1이 위 매출처들에 대하여 재화나 용역의 공급 없이 거짓으로 계산서를 발급하고 매출처별계산서 합계표를 거짓으로 기재하여 정부에 제출한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 1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① 피고인 1은 ○○○○과 △△△△이 어민들로부터 수산물을 매입하여 이를 다른 사업체에 유통·판매하는 영업을 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 △△△△은 활어차만 각각 1대씩 보유하고 있었을 뿐 수산물을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을 전혀 갖추지 못하였고, 2016년도에 어민들이나 다른 도매사업자로부터 수산물을 매입하고 계산서를 수취한 내역이 전혀 없으며(2018고합119 사건의 수사기록 1책 160, 161, 225, 226면 참조), 매입·판매 대상 수산물의 품목·수량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왔음을 뒷받침하는 충분한 자료 역시 제출하지 못하였다. 이를 고려하면, 피고인 1이 수산물의 운송을 위탁받아 배송하는 것을 넘어 수산물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도매업자로서의 실질을 가지고 영업을 하였다는 피고인 1의 주장 자체를 납득하기 어렵다. 피고인 1의 부탁에 따라 계산서를 보완하여 작성하고 매출처별계산서 합계표를 세무서에 제출하는 역할을 담당한 피고인 2도 검찰에서, 매입계산서 없이 매출계산서만 내는 행동은 사업하는 사람이라면 이상한 행동이어서 피고인 1 측에 이에 대한 보완을 요청한 바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2018고합119 사건의 수사기록 2책 94, 95면 참조).
② 피고인 1은 부산지방국세청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매출처들과 일정 기간 동안 수산물 거래를 한 후 매년 12월에 월별 납품금액과 합계금액을 적는 방식으로 계산서를 발급하였다고 진술하였다(2018고합119 사건의 수사기록 1책 163면 참조). 위와 같이 실제 공급시점과 계산서 발급 시점 사이에 차이가 있는 경우에는, 거래당사자 쌍방, 적어도 일방이 공급한 수산물의 종류·수량을 회계장부에 기입하여 두거나, 납품 시마다 거래명세표·영수증 등을 작성한 후 모아놓는 방식으로 근거자료를 정리하여 두는 것이 일반적인데, 피고인 1은 대다수의 거래와 관련하여 공급가액 산출의 근거가 되는 회계장부나 거래명세표·영수증 등을 끝내 제출하지 못하였다. 또한, 피고인 1이 실거래를 주장하는 매출처들도 부산지방국세청 조사 시점으로부터 공판 단계에 이르기까지 거래사실을 뒷받침하는 의미 있는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못하였다(○○○○과 △△△△ 명의로 발급된 계산서 역시 수량·단가가 기재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품목도 ‘수산물’로만 기재되어 있어 거래를 구체적으로 증빙하는 자료로는 보기 힘들다).
③ 피고인 1의 예금계좌에 관한 거래내역을 살펴보면, 피고인 1은 ◇◇◇◇, ♧▽▽▽, ♧◎◎, ♧◁◁, ♧▷▷, ♧♤♤, ☆☆☆☆, ♧♡♡, ♧●●과의 거래와 관련하여 계좌이체의 방식으로는 아예 돈을 지급받지 않았거나, 계산서상의 공급가액의 10% 미만의 금액만을 계좌이체 방식으로 지급받았음이 확인된다. 피고인 1은 계좌이체 된 금액과 계산서상의 공급가액의 차이가 큰 이유는 당초에 실거래금액보다 다소 부풀린 금액으로 계산서를 작성하였고, 대금의 상당 부분을 현금으로 주고받았기 때문이라고 진술하였으나(제2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 1의 진술기재, 2018고합119 사건의 수사기록 1책 172, 173면 참조),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사실(예: 대량의 현금이 예금계좌에 입금된 내역, 현금 지급에 관한 영수증을 수수한 내역 등)을 찾아볼 수 없어 그 진술을 믿기 어렵다.
④ ♧◁◁의 대표자 공소외 9는 계산서상의 공급가액에 대응하는 실거래의 일자·품목·수량을 밝혀달라는 세무공무원의 요청에 대하여, "신고내용 없음"이라는 내용이 적힌 거래사실확인서를 회신하여 피고인 1과의 실거래가 없었음을 인정하기도 하였다(2018고합119 사건의 수사기록 1책 328면 참조).
나) 허위 계산서 발급 등에 관한 공모 및 고의의 존부(피고인 1의 주장 ② 관련)
다음으로, 위 가) 항 기재 매출처들 이외의 다른 매출처들에 대한 계산서 발급에 대해서는 피고인 2에게 계산서 발급을 위임한 사실도 없고, 피고인 2가 위와 같이 계산서를 발급하였다는 점에 대한 인식도 없었다는 피고인 1의 주장에 관하여 본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판시 각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2가 허위의 계산서를 발급하리라는 점을 피고인 1이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계산서 발급에 관한 포괄적인 위임을 하였음을 넉넉하게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 1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① 피고인 1은 부산지방국세청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피고인 2가 ○○○○이나 △△△△의 백지 계산서를 가지고 다니면서 거래처에 발급을 해주는 행위를 하기도 하였고, 때때로 자신에게 계산서 발급사실을 알리기도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2018고합119 사건의 수사기록 1책 168면 참조). 또한 피고인 1은 부산지방국세청 조사 당시 자신이 발행한 계산서와 관련 자료를 피고인 2에게 전부 교부하여 사업장현황신고를 하는 데 활용하도록 하였다고 진술하였고(2018고합119 사건의 수사기록 1책 162, 163면 참조), 피고인 1이 사업장현황신고에 필요한 자료 일체를 피고인 2에게 넘겨주었다는 사실은 피고인 2의 검찰 및 이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해서도 확인된다(제6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 2의 일부 진술기재, 2018고합119 사건의 수사기록 2책 87~91면 등 참조). 위 사실을 종합하면, 피고인 1은 피고인 2가 자신의 구체적인 승인 없이도 ○○○○, △△△△ 명의로 2016년도 계산서 발급 및 매출처별계산서 합계표 제출을 할 수 있도록 용인하였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②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1은 스스로도 수산물을 공급한 사실 없이 여러 매출처에 계산서를 발급해 주었고, 이를 피고인 2에게 교부하여 매출처별계산서 합계표 제출에 활용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피고인들의 일치된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 2는 일부 매출처에 대해서는 피고인 1의 구체적인 지시 없이 독자적으로 영업활동을 한 후에 ○○○○ 또는 △△△△의 사업자명의를 이용하여 계산서를 발급한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 거래를 하지 않은 사업자명의인이 제3자에게 자신의 사업자등록을 이용하여 계산서를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경우 설령 제3자가 거래상대방과 사이에 실제 거래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허위 계산서 발급으로 인한 조세범처벌법위반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13433 판결 등 참조).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1은 자신이 직접 발급에 관여한 계산서 이외에 피고인 2가 ○○○○, △△△△ 명의로 발급한 계산서에 대해서도 허위성에 대한 미필적 인식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③ 피고인 2의 숙부인 공소외 1은 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자신의 소개로 알게 된 피고인들이 서로 물건도 주고받고 서로의 사업자등록을 사용할 수 있는 정도의 사이가 되었다고 진술하였다(제7회 공판조서 중 증인 공소외 1의 일부 진술기재). 피고인들은 공소외 1의 위 진술 내용을 부인하는 것으로 보이나, ㉮ 피고인 1이 피고인 2가 ○○○○, △△△△의 백지 계산서를 가지고 다니면서 계산서를 발급해 주는 행위를 하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않은 점, ㉯ 피고인들의 일치된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 1은 피고인 2에게 계산서 작성의 토대가 되는 자료를 제공하고 매출처별계산서 합계표 기재·제출을 일임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둘 사이에 상당한 정도의 신뢰가 구축되어 있었음을 방증하는 정황사실로 평가되는 점, ㉰ 피고인 1은 □□□□의 대표자 공소외 2로부터 □□□□의 사업자등록증 사본을 받아본 후 공소외 2에게 이를 매출 분산용으로 사용해도 되는지 문의를 한 바 있고, 전달 경위는 뚜렷하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피고인 2가 □□□□의 사업자 명의를 활용하여 계산서 수십 장을 발급한 점(제7회 공판조서 중 증인 공소외 2의 일부 진술기재)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 사이에 사업자명의 활용에 관한 신뢰·협조관계가 구축되어 있었다는 공소외 1의 진술에는 신빙성이 있다.
다) 소결론
위에서 검토한 내용을 종합하면, 피고인 1은 판시 범죄사실 제1항과 같이 재화나 용역의 공급 없이 직접 또는 피고인 2에게 위임하는 방식으로 계산서를 발급한 사실이 인정되고, 그와 같은 내용의 매출처별계산서 합계표가 정부에 제출되도록 한 사실 역시 넉넉히 인정된다. 따라서 판시 범죄사실 제1항 범행에 관한 객관적·주관적 구성요건의 성립을 부인하는 피고인 1 및 그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피고인 2 및 그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피고인 2와 그 변호인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허위 계산서 발급으로 인한 조세범처벌법위반죄는 사업자등록의 명의인 또는 그 명의인의 위임을 받은 사람이 계산서를 발급한 경우에 성립한다. 피고인 2는 ○○○○과 △△△△ 명의의 2016년도 계산서 중 일부를 직접 발급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사업자등록 명의인의 위임 없이 임의로 발급한 것이므로, 위 행위에 대해서는 법리상 허위 계산서 발급으로 인한 조세범처벌법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② 피고인 2가 발급한 ○○○○과 △△△△의 계산서 중 상당수는 피고인 2가 실제로 매출처에 수산물을 공급하고 나서 발급한 것으로, 허위 계산서에 해당하지 않는다. ③ ○○○○과 △△△△ 명의로 발급된 2016년도 계산서 중에는 피고인 2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알지 못한 채 피고인 1로부터 받은 수기자료를 그대로 전산으로 옮기거나, 이미 피고인 1이 수기로 발급한 것을 세무사사무실에 전달만 한 것도 다수 존재한다. 위 계산서에 대해서는, 피고인 2에게 조세범처벌법위반 범행에 대한 공모나 범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2) 판 단
가) 사업자명의인의 위임이 있었는지 여부(피고인 2의 주장 ① 관련)
(1) 관련 법리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 제2호, 제4호는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지 아니한 자가 자신을 공급하는 자로 기재한 계산서를 교부하고, 계산서 합계표를 기재·제출하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한 것이므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지 않은 사람이 타인 명의를 위조하여 그를 공급하는 자로 기재하여 계산서를 교부하고 계산서 합계표를 기재·제출한 경우에는 계산서에 자신을 공급하는 자로 기재하지 않은 이상 사문서위조죄로 처벌할 수 있을지언정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 제2호, 제4호가 정한 처벌 대상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13433 판결,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4도1700 판결 등 참조).
(2) 이 사안의 경우
피고인 2는 ○○○○과 △△△△의 2016년도 계산서 중 일부를 자신이 직접 발급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계산서 발급이 ○○○○과 △△△△을 실제 운영한 피고인 1의 위임 없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와 관련하여 조세범처벌법위반죄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제1의 가. 2) 나) 항에서 인정한 여러 사정들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들, 즉 ① 피고인 2는 부산지방국세청 조사 당시 피고인 1로부터 계산서 발급에 관한 위임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하기도 한 점(2018고합119 사건의 수사기록 1책 472, 473면 참조), ② 피고인 1 역시 부산지방국세청 조사 당시에는 피고인 2가 매출·매입신고 관리를 담당하고 있고, 피고인 2와 거래를 한 매출처에 직접 계산서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는 점(2018고합119 사건의 수사기록 1책 163, 445, 452, 453면 등 참조)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2가 피고인 1로부터 포괄적인 업무 위임을 받아 ○○○○과 △△△△의 2016년도 계산서를 발급하고 2016년도 매출처별계산서 합계표를 기재·제출하였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 2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계산서에 대응하는 실제 거래가 있었는지 여부(피고인 2의 주장 ② 관련)
(1) 관련 법리
재화 등을 공급하거나 공급받은 자가 제3자의 위임을 받아 제3자의 사업자등록을 이용하여 제3자를 공급하는 자로 기재한 계산서를 교부하거나 제3자가 공급받는 자로 기재된 계산서를 교부받은 경우, 그리고 제3자 명의로 재화 등의 공급에 관한 계산서 합계표를 작성하여 정부에 제출한 경우에는, 제3자가 위 계산서 수수 및 계산서 합계표 기재·제출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그가 재화 등을 공급하거나 공급받지 아니한 이상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 제2호 및 제4호 범행의 정범이 되고, 재화 등을 공급하거나 공급받은 자는 가담 정도에 따라 그 범행의 공동정범이나 방조범이 될 수 있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13433 판결 등 참조).
(2) 이 사안의 경우
피고인 2는 ○○○○과 △△△△의 2016년도 계산서 중 자신이 직접 발급한 계산서는 실거래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에 허위 계산서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과 △△△△의 2016년도 계산서 발급 및 계산서 합계표 기재·제출이 가공 거래에 기초하여 이루어졌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 2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① 피고인 2는 ‘◎◎◎◎’이라는 상호로 독립적인 사업체를 운영한 사람으로, 자신의 영업활동의 일환으로 수산물을 공급한 후 ‘○○○○’ 또는 ‘△△△△’ 명의로 계산서를 발급하기도 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제6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 2의 일부 진술기재). 피고인 2가 주장하는 사실관계를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피고인 2가 수산물을 공급한 부분에 대해서는 ○○○○·△△△△과 매출처 사이의 관계에서 재화·용역의 공급이 없었던 셈이고, 대법원 판례의 취지상 위와 같이 재화·용역을 실제로 공급하지 않은 제3자 명의로 계산서를 발행하는 행위는 조세범처벌법위반죄를 구성하므로(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13433 판결 등 참조), 위 사실관계는 피고인 2의 객관적 구성요건해당성을 인정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과 △△△△의 사업자등록 명의인 혹은 실제 운영자가 아닌 피고인 2는 단독으로 계산서 수수 및 계산서 합계표 기재·제출행위의 정범이 될 수는 없지만, 판시 범죄사실 제1항과 같이 공동정범은 될 수 있는 법적 지위에 있다).
② 피고인 2와 그 변호인은 ◁◁◁◁, ▷▷▷▷, ♤♤♤♤, ♡♡♡♡, ●●●●, ▲▲▲▲, ■■■■, ◆◆◆◆, ★★★★ 등의 다수의 매출처에 실제로 수산물을 공급한 사실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위 매출처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작성한 거래사실확인서와 위 매출처에서 송금한 내역이 적힌 예금계좌 거래내역을 탄핵증거로 제출하였다. 그러나 아래에서 보는 사정들을 고려하면, 피고인 2와 그 변호인이 제출한 탄핵증거는 대부분 피고인 2의 구성요건해당성을 인정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없다. 또한, 설령 위 매출처들에 대하여 피고인 2의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그 수산물 공급이 ◎◎◎◎을 운영하는 피고인 2 자신을 위하여 한 거래로 인정되는 이상, 위 매출처들에 대한 수산물 공급이 실제로 존재하였다는 사정은 양형에만 고려될 수 있을 뿐 피고인 2에 대하여 조세범처벌법위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하는 데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 피고인 2의 예금계좌 거래내역에 의하면, 아예 돈을 송금한 내역이 드러나지 않는 매출처가 다수 존재할 뿐 아니라, 계좌이체를 한 매출처라 할지라도 송금한 돈이 계산서상의 공급가액의 10%에 미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계산서상의 거래일자와 매출처들이 입금한 날짜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고, 그 입금액도 계산서상의 공급가액과 일치하는 수치를 찾아보기 어렵다.
㉰ 피고인 2와 그 변호인이 제출한 거래사실확인서는 거래에 관한 구체적인 정황사실의 제시 없이 계산서에 적힌 내용을 그대로 반복하는 취지에 불과하고, 매출처를 운영하는 사람들도 계산서가 허위임이 밝혀질 경우 법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지위에 있음을 고려하면, 이를 그대로 신빙하기도 어렵다.
③ 피고인 2가 실거래가 있었다고 주장한 매출처 중 ▼▼▼▼, ◀◀◀◀(이상은 ○○○○, △△△△ 모두와 관련), ▶▶▶▶, ♠♠♠♠, ♥♥♥♥(이상은 ○○○○과 관련), ♣♣♣♣, 주식회사 ♧♧♧♧(이상은 △△△△과 관련)는 수사 단계에서 ○○○○, △△△△과 실제로 거래한 적 없이 계산서를 수취하였음을 인정하기도 하였다. 또한, ♧○ 교대점과 같이 피고인 2 명의 계좌로 돈을 입금한 매출처 중에서 피고인 2에게 지급한 돈이 허위 계산서 발급의 대가였음을 수사 단계에서 명시적으로 인정한 곳도 있다.
④ 피고인 2는 부산지방국세청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에는 2016년에 ○○○○ 명의로 발행한 계산서 중에는 공급가액에 일정 요율(통상적으로 공급가액의 3.5%)을 곱하여 산출한 수수료를 지급받는 대가로 허위로 발행한 것들도 있었다는 취지로, 자신의 범행을 일부 인정하는 진술을 한 바도 있다(2018고합119 사건의 수사기록 3책 187, 188면 참조).
다) 허위 계산서 발급 등에 관한 공모나 범의의 존부(피고인 2의 주장 ③ 관련)
피고인 2는 자신이 발급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계산서가 다수 있고, 이러한 계산서에 대해서는 허위 계산서 발급에 관한 공모나 범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그러나 앞서 제1의 가. 2) 나) 항에서 인정한 여러 사정들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2는 자신이 직접 관여하지 않는 허위 계산서 발급에 대해서도 공모나 미필적 범의가 있었음이 넉넉히 인정되므로, 피고인 2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① 피고인 2는 자신이 발급 여부를 직접 결정하지 않은 계산서에 대해서도 피고인 1 등으로부터 자료를 전달받아 그 내용을 전산으로 입력하거나, 계산서를 세무사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였음은 인정하고 있다. 또한, 피고인 2는 검찰에서 ○○○○과 △△△△의 2016년도 계산서 중 특히 전산으로 내용이 입력된 것은 모두 자신이 직접 내용을 옮긴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2018고합119 사건의 수사기록 2책 102면 참조), 이 사안에서 문제된 계산서 중에서 전산으로 내용이 입력된 것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② ○○○○과 △△△△은 활어차 외에는 수산물 도매업을 하는 데 필요한 설비를 전혀 갖추고 있지 못했을 뿐 아니라 2016년도에 매입계산서를 수취한 내역이 전혀 없었으므로, 피고인 2로서는 전달받은 ○○○○, △△△△ 명의의 계산서들이 가공거래에 기초한 것일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 피고인 2도 검찰에서 매입계산서 없이 매출계산서만 내는 행동은 사업하는 사람이라면 이상한 행동이어서, 피고인 1 측에 이에 대한 보완을 요청하였다고 진술한 바 있다.
③ 피고인 2는 앞서 나) 항에서 본 바와 같이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서 ○○○○, △△△△이 관여하지 않은 수산물 공급 거래에 관한 허위의 계산서를 발급하고, 그 내역을 매출처별계산서 합계표에 기재하기도 하였다.
라) 소결론
위에서 검토한 내용을 종합하면, 피고인 2는 판시 범죄사실 제1항과 같이 재화나 용역의 공급 없이 계산서를 발급하고, 그와 같은 내용의 매출처별계산서 합계표를 정부에 제출하는 범행을 공모하고 실행행위를 분담하였음이 넉넉히 인정된다. 따라서 판시 범죄사실 제1항 범행에 관한 객관적·주관적 구성요건의 성립을 부인하는 피고인 2 및 그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피고인 1의 조세범처벌법위반의 점: 판시 범죄사실 제2항 관련
가. 피고인 1 및 변호인의 주장 요지
피고인 1과 그 변호인의 주장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 1이 발급한 ○○○○ 명의의 2015년도 계산서 중 주식회사 ▽▽▽▽이 공급받는 자로 적힌 계산서는 실제 거래의 내용을 그대로 반영하여 발급된 계산서이다. 그리고 ◇◇◇◇, ☆☆☆☆에게 발급해 준 2015년도 계산서 역시 금액만 부풀렸을 뿐 실제 거래에 기초하여 작성된 것이므로, 허위 계산서로 볼 수 없다.』
나. 판 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들, 즉 ① ○○○○은 수산물 도매업을 운영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지 못했을 뿐 아니라 2015년도에 수취한 매입계산서도 1매(매입금액 480만 원)에 불과한 점(사업장현황신고서 등 기준, 2018고합119 사건의 수사기록 1책 223, 228면 참조), ② 피고인 1은 2015년도 수산물 공급과 관련하여 공급가액 산정의 기초정보가 담긴 회계장부, 거래명세표, 영수증 등의 증빙자료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점, ③ 부산지방국세청의 조사 당시 피고인 1이 2016년 1월경 ◇◇◇◇과 ☆☆☆☆으로부터 각각 500만 원과 300만 원을 지급받은 사실이 확인되었으나, 돈을 지급받은 시점이나 금액이 계산서에 적힌 거래내역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이를 계산서에 적힌 바와 같은 수산물 공급의 대가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점, ④ 주식회사 ▽▽▽▽와는 예금계좌 거래내역상 돈을 주고받은 사실이 나타나 있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1이 판시 범죄사실 제2항 기재와 같이 허위로 2015년도 계산서를 발급하고, 2015년도 매출처별계산서 합계표에 거짓 내용을 기재하여 정부에 제출한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 1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가. 피고인 1: 징역 1년 6개월 이상 25년 이하 및 벌금 1,427,746,380원 이상 3,569,365,950원 이하
나. 피고인 2: 징역 1년 6개월 이상 15년 이하 및 벌금 1,427,746,380원 이상 3,569,365,950원 이하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징역형)의 범위
가. 피고인 1: 판시 범죄사실 제1항, 제2항 관련
1) 기본범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허위세금계산서교부등)
[유형의 결정] 조세범죄, 특정범죄가중법상 허위 세금계산서 수수 등, 제2유형(50억 원 이상, 300억 원 미만)
[권고영역] 기본영역
[권고형의 범위] 징역 2년 이상 4년 이하
2) 경합범죄: 조세범처벌법위반
[유형의 결정] 조세범죄, 일반 허위 세금계산서 수수 등, 제1유형(30억 원 미만)
[권고영역] 기본영역
[권고형의 범위] 징역 6개월 이상 1년 이하
3)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징역 2년 이상 4년 6개월 이하(= 제1범죄 상한 + 제2범죄 상한의 1/2)
나. 피고인 2: 판시 범죄사실 제1항 관련
[유형의 결정] 조세범죄, 특정범죄가중법상 허위 세금계산서 수수 등, 제2유형(50억 원 이상, 300억 원 미만)
[권고영역] 기본영역
[권고형의 범위] 징역 2년 이상 4년 이하
3. 선고형의 결정
가. 피고인 1: 징역 2년 및 벌금 1,450,000,000원
피고인 1은 공급가액 합계 7,474,181,900원에 달하는 허위 계산서를 발급하였고, 정부에 제출한 매출처별계산서 합계표 중에서도 7,333,881,900원 부분을 거짓으로 기재하였다. 이러한 허위 계산서 발급 및 계산서 합계표 거짓 기재·제출 범행은 국가의 조세징수 질서를 어지럽히고 조세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할 뿐 아니라, 건전한 상거래질서를 어지럽히는 중대한 범죄이다. 더구나 피고인 1은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면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 누범기간 중에 범행을 저질렀으므로, 피고인 1에 대해서는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
다만 피고인 1에게 동종 범죄전력이 없는 점, 가공 거래의 규모에 비하여 개인적인 이익을 취한 금액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점, 그 밖에 피고인 1의 나이, 환경,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나. 피고인 2: 징역 2년 및 벌금 1,450,000,000원
피고인 2는 ○○○○과 △△△△을 운영하는 피고인 1과 공모하여 공급가액 합계 7,208,881,900원에 달하는 허위 계산서를 발급하였고, 정부에 제출한 매출처별계산서 합계표 중에서도 7,068,581,900원 부분을 거짓으로 기재하였다. 이러한 허위 계산서 발급 및 계산서 합계표 거짓 기재·제출 범행은 국가의 조세징수 질서를 어지럽히고 조세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할 뿐 아니라, 건전한 상거래질서를 어지럽히는 중대한 범죄이다. 피고인 2는 사업자등록 명의인인 피고인 1보다도 적극적으로 범죄를 실행하였고, 여전히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을 하며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면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피고인 2에 대해서는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
다만 피고인 2에게 동종 범죄전력이 없는 점, 가공 거래의 규모에 비하여 개인적인 이익을 취한 금액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점, 그 밖에 피고인 2의 나이, 환경,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 부분(2019고합26 사건 관련)】
1. 피고인 2의 허위 계산서 발급 및 매출처별계산서 합계표 거짓 기재·제출로 인한 조세범처벌법위반의 점(2019고합26 사건의 주위적 공소사실)
가. 주위적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2에 대한 주위적 공소사실인 조세범처벌법위반의 공소사실의 요지는, 『① 피고인 2가 2017. 3. 31.경부터 2017. 9. 30.경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이 재화를 공급한 업체에 대하여 ‘□□□□’ 명의의 계산서를 발급해 주거나, 재화나 용역을 공급한 사실 없이 계산서를 발급해 주는 방식으로 별지 범죄일람표 (7) 기재와 같이 공급가액 합계 804,222,500원 상당의 총 63매의 ‘□□□□’ 명의로 된 허위 계산서를 발급하고, ② 2018. 2. 12.경 ‘♧■■회계법인’의 직원을 통해 ‘□□□□’의 2017년 사업장현황신고를 하면서 별지 범죄일람표 (7) 순번 1 내지 37, 45 내지 62 기재와 같이 47곳의 매출처에 대한 55매의 계산서 합계 매출금액 635,056,500원의 매출처별계산서 합계표를 거짓으로 기재하여 남인천세무서에 제출하였다.』라는 것이다.
나. 피고인 2와 그 변호인의 주장 요지
허위 계산서 발급으로 인한 조세범처벌법위반죄는 사업자등록의 명의인 또는 그 명의인의 위임을 받은 사람이 계산서를 발급한 경우에 성립한다. 피고인 2는 □□□□의 사업자등록을 마친 공소외 2의 위임 없이 임의로 2017년도 계산서를 발급하였으므로, 위 행위에 대해서는 법리상 허위 계산서 발급 또는 매출처별계산서 합계표 거짓 기재·제출로 인한 조세범처벌법위반죄가 성립할 수 없다.
다. 판 단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지 않은 사람이 타인 명의를 위조하여 그를 공급하는 자로 기재하여 계산서를 교부하고 계산서 합계표를 기재·제출한 경우에는 계산서에 자신을 공급하는 자로 기재하지 않은 이상 사문서위조죄로 처벌할 수 있을지언정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 제2호, 제4호가 정한 처벌 대상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13433 판결,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4도170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의 대표인 공소외 2가 □□□□에 관한 사업자등록을 마친 후 사업자등록증을 사진으로 찍어 피고인 1에게 전송한 사실, 피고인 1이 2017년 여름경 공소외 2에게 □□□□으로 매출 좀 잡아줄 수 있냐는 문의를 한 적이 있었던 사실, 피고인 1의 지인인 피고인 2가 최종적으로 위 사진 파일을 입수하여 그 사진 파일에 기재된 □□□□의 정보를 활용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7) 기재와 같이 □□□□ 명의로 된 총 63매의 계산서를 발급하고, 남인천세무서에 □□□□ 명의의 매출처별계산서 합계표를 작성하여 남인천세무서에 제출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 사실만으로 □□□□의 대표인 공소외 2가 피고인 2에게 계산서 작성 및 계산서 합계표 기재·제출에 관한 권한을 위임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그 객관적 구성요건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① 공소외 2가 피고인 1에게 사업자등록증 사진을 찍어 보내 준 사실은 인정된다. 공소외 2는 이 법정에서 피고인 1의 권유로 사업 준비를 하면서 사업자등록을 마친 후 그 증빙으로 사업자등록증 사진을 찍어서 보내 준 것이지, 사업자명의를 마음껏 이용해도 된다는 취지로 사진을 보내 준 것은 아니라고 진술하였는데, 공소외 2의 위 진술 내용을 배척할 만한 객관적이고 직접적인 증거(예를 들어, 당시에 공소외 2와 피고인 1이 주고받은 메시지 사본)가 제출된 바 없다. 또한 사업자등록증 사진을 찍어서 피고인 1에게 전송하였다는 사실관계에서 곧바로 계산서 발급에 관한 권한을 위임하였다는 법적인 평가를 도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② 피고인 2도 검찰과 이 법정에서 공소외 2로부터 명시적인 위임을 받고 □□□□ 명의의 계산서를 발급한 것은 아니었다고 진술하였고, 피고인 1도 피고인 2에게 □□□□ 명의로 계산서를 발급해도 좋다는 이야기를 한 적은 없으며, 오히려 공소외 2에게 계산서 발급에 관한 문의를 하였다가 거절당한 적이 있다고 검찰에서 진술하였다. 이는 공소외 2가 이 법정에서 밝힌 사실관계와도 대체로 일치한다.
③ 공소외 2는 □□□□ 명의로 계산서를 발급한 것과 관련하여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18년 7월경 피고인 2로부터 300만 원을 자신의 계좌로 입금 받고, "네 확인했습니다. 좀 전에 통화한 내용으로 진술합니다."와 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있다. 그러나 ㉮ 전체 카카오톡 대화 내용, 돈을 수수한 시기나 당시의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위 300만 원은 피고인 2의 행위로 인해 공소외 2에게 벌금 등이 부과될 경우에 대비하여 주고받은 것으로 볼 여지가 크고, 사업자명의를 빌려준 대가로 받은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 ㉯ 공소외 2가 보낸 메시지 중 "좀 전에 통화한 내용"이 허위 진술을 가리킨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점, ㉰ 공소외 2는 같은 날 피고인 2에게 "원래 책임은 ♧△△(개명전 피고인 1) 형님이시죠.", "사전에 알았으면 이렇게까지 되겠습니까"라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였는데, 이는 피고인 1과 피고인 2가 자신에게 알리지 않고 일을 진행한 데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사실만 가지고 공소외 2가 당초에 피고인 1이나 피고인 2에게 계산서 발급 권한 혹은 계산서합계표 기재·제출 권한을 위임하였다는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④ 공소외 2는 피고인 2가 남인천세무서에 □□□□의 사업장현황신고를 하면서 매출처별계산서 합계표를 제출한 것과 같은 날인 2018. 2. 12.에 서산세무서에 무실적으로 사업장현황신고를 하였고, 2018. 4. 12.에는 "남인천세무서에서 제출된 사업장현황신고는 본인과 전혀 무관한 것으로 본인은 2017년도 사업실적이 전혀 없음을 확인합니다."라고 적힌 확인서를 서산세무서에 제출하기도 하였다.
라. 결 론
따라서 피고인 2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되,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이 부분 무죄판결의 요지는 공시하지 아니하기로 한다.
2. 피고인 2의 거짓기재 계산서 발급으로 인한 조세법처벌법위반의 점(2019고합26 사건의 예비적 공소사실)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2에 대한 예비적 공소사실인 조세범처벌법위반의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 2가 2017. 3. 31.경부터 2017. 9. 30.경까지 사실은 ‘◎◎◎◎’이 재화나 용역을 공급하였음에도 마치 ‘□□□□’이 재화나 용역을 공급한 것처럼 공급자를 ‘□□□□’으로 거짓 기재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7) 기재와 같이 공급가액 합계 804,222,500원 상당의 총 63매의 계산서를 발급하였다. 이로써 피고인 2는 소득세법에 따라 계산서상 공급자를 ‘◎◎◎◎’으로 기재하여 발급하여야 함에도 ‘□□□□’으로 거짓으로 기재하여 발급하였다.』라는 것이다.
나. 판 단
이 부분 공소사실은 "소득세법 또는 법인세법에 따라 계산서(전자계산서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를 발급하여야 할 자가 계산서를 발급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기재하여 발급한 행위"를 처벌대상으로 삼는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1항 제2호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위 조항은 2018. 12. 31. 조세범 처벌법이 개정되면서 새로 만들어진 규정이고, 피고인 2가 □□□□ 명의의 계산서를 발급한 시점에 시행 중이던 구 조세범 처벌법(2018. 12. 31. 법률 제16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는 위와 같은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을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행위시법에 의할 때 죄가 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한다.
다. 결 론
따라서 피고인 2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되,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이 부분 무죄판결의 요지는 공시하지 아니하기로 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성기권(재판장) 김재현 박광선 |
233,371 | 등록무효(디) | 2021허2236 | 20,210,916 | 선고 | 특허법원 | 특허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원 고】
주식회사 고려인삼해가림 (소송대리인 변리사 김종화)
【피 고】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로이즈 담당변호사 문현철)
【변론종결】
2021. 7. 13.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특허심판원이 2021. 2. 23. 2020당2626 사건에 관하여 한 심결(이하 ‘이 사건 심결’이라 한다)을 취소한다.
【이 유】
1. 인정사실
가. 이 사건 심결의 경위
1) 피고는 2020. 8. 31. 원고를 상대로 특허심판원 2020당2626호로 ‘아래 나.항 기재 등록디자인(이하 ‘이 사건 등록디자인’이라 한다)은 ① 비교대상디자인 1과 동일·유사하므로 구 디자인보호법(2013. 5. 28. 법률 제11848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5조 제1항 제3호를 위반하였고, ② 그 디자인이 속하는 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 비교대상디자인 1에 따라 또는 비교대상디자인 1 내지 4의 결합에 따라 쉽게 창작할 수 있으므로 구 디자인보호법 제5조 제2항을 위반하였으며, ③ 아래 다.항 기재 선행디자인 3과 유사한 디자인임에도 기본디자인으로 등록을 받았으므로 구 디자인보호법 제7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등록디자인에 관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다.
2) 특허심판원은 2021. 2. 23. "이 사건 등록디자인은 피고가 같은 날 출원한 선행디자인 3과만 유사한 디자인임에도 유사디자인으로 디자인등록을 받지 않았으므로 구 디자인보호법 제68조 제1항 제1호, 제7조 제1항에 따라 그 등록이 무효로 되어야 한다."라는 이유로 피고의 위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이 사건 심결을 하였다.
나. 이 사건 등록디자인
1) 물품의 명칭: 파이프 연결구
2) 출원일/ 등록일/ 등록번호: 2010. 8. 10./ 2010. 11. 11./ (등록번호 4 생략)
3) 디자인권자: 원고(소외 1은 2010. 11. 11. 이 사건 등록디자인에 관하여 디자인등록을 하였다가 2020. 6. 19. 원고에게 권리의 전부이전등록을 마쳤다)
4) 도면: [별지 1]과 같다.
다. 선행디자인 3(갑 제4호증)
가) 물품의 명칭: 차광막 파이프 연결구
2) 출원일/ 등록일/ 등록번호: 2010. 8. 10./ 2012. 5. 7./ (등록번호 5 생략)
다) 도면: [별지 2]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등록디자인이 선행디자인 3과 같은 날 출원되었다고 하더라도 ① 유사디자인으로 출원하는 것은 기본디자인의 출원을 전제로 하는데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출원번호가 선행디자인 3보다 앞서는 점, ② 선행디자인 3이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그 등록이 무효로 된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등록디자인은 기본디자인에 해당한다. 또한 출원인에게 디자인의 유사 여부 판단의 위험을 감수하도록 하는 것은 디자인보호법의 목적에도 반한다. 따라서 이 사건 등록디자인은 구 디자인보호법 제7조 제1항을 위반하지 않았다.
나. 피고의 주장
원고는 유사한 다자인인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선행디자인 3을 같은 날 출원하였음에도 모두 기본디자인으로 출원하였고, ①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출원번호가 선행디자인 3보다 앞선다고 하더라도, 심사 과정에서 유사디자인으로 보정하지 않아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선행디자인 3 중 하나가 유사디자인으로 등록되지 않고 모두 기본디자인으로 등록된 이상 이 사건 등록디자인은 구 디자인보호법 제7조 제1항을 위반한 것인 점, ② 이 사건 등록디자인이 기본디자인으로 등록된 이상 선행디자인 3의 등록이 무효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후의 사정에 불과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등록디자인은 구 디자인보호법 제7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 또한 출원인은 심사 과정에서 유사디자인으로 변경하는 보정을 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등록디자인을 무효로 보는 것이 디자인보호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3. 판단
가.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선행디자인 3의 유사 여부
1) 대상 물품의 동일·유사 여부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대상 물품은 파이프 연결구이고, 선행디자인 3의 대상 물품은 차광막 파이프 연결구이다. 따라서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선행디자인 3의 대상 물품은 인삼밭 등에서 지주 파이프와 연결 파이프를 연결·고정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것으로 용도와 기능은 동일하다.
2)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선행디자인 3의 대비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선행디자인 3의 형상과 모양을 대비하면 아래 표와 같다.
3)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선행디자인 3의 디자인의 유사 여부
가) 공통점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선행디자인 3을 대비하여 보면, ① 앞쪽의 덮개부, 양쪽의 좌·우측판부로 구성되면서 덮개부와 좌·우측판부 사이에 알파벳 ‘U’자 모양의 파이프 삽입홈부가 형성되어 있는데, 덮개부, 좌·우측판부 및 파이프 삽입홈부의 높이는 같으나 평행하지는 않고 사선 형태로 비스듬하게 형성되어 있으며, 우측판부의 안쪽에 반원형홈이 형성되어 있는 점, ② 덮개부 및 좌측판부는 일자 모양의 띠 형태로 가장자리 부분에, 우측판부는 알파벳 ‘U’자 모양의 띠 형태로 가장자리 부분에, 덮개부의 위쪽에는 그리스어 ‘Ω’자를 뒤집어 놓은 모양의 띠 형태로 일정한 간격의 보강 리브가 형성되어 있고, 그 간격이 유사한 점, ③ 파이프 삽입홈부의 삽입홈은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갈수록 둥글게 형성되어 있고, 삽입홈 중 덮개부의 뒤쪽에 돌출턱이 형성되어 있는 점, ④ 덮개부를 우측에서 보면 ‘Ω’자를 뒤집어 놓은 모양의 보강 리브가 좌측 아래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그 가운데에는 원형의 조임볼트홈이 형성되어 있는 점 등에서 공통된다.
나) 차이점
그러나 ㉠ 이 사건 등록디자인은 ‘’와 같이 좌·우측판부의 상부가 1/4 원형()에 역‘ㄱ’자 모양임에 반하여 선행디자인 3은 ‘’와 같이 좌·우측판부의 상부가 반원형()에 ‘一’자 모양인 점, ㉡ 이 사건 등록디자인은 ‘’와 같이 우측판부의 안쪽에만 반원형홈이 형성되어 있는 반면 선행디자인 3은 ‘’와 같이 좌·우측판부의 안쪽에 반원형홈이 형성되어 있는 점 등에서 차이가 있다.
다) 검토 결과 정리
양 디자인의 공통점 중 ①, ④는 전체적인 미적 느낌과 인상을 좌우하는 지배적인 특징이고, 양 디자인은 위 ① 내지 ④와 같은 공통점으로 인하여 전체적으로 관찰하였을 때 그 지배적인 특징이 유사하다. 양 디자인은 좌·우측판부의 상부의 모양 및 좌측판부 안쪽의 반원형홈 형성 유무 등 일부 차이점이 있기는 하나, 이러한 차이점은 물품을 자세히 볼 때에만 비로소 인식할 수 있는 세부적인 구성의 미세한 차이에 불과하여 양 디자인의 지배적 특징의 유사성을 상쇄하여 서로 상이한 심미감을 가지게 할 정도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선행디자인 3은 위와 같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그 심미감이 유사하여 서로 유사한 디자인에 해당한다.
나. 이 사건 등록디자인이 구 디자인보호법 제68조 제1항 제1호, 제7조 제1항에 따라 무효로 되는지 여부
1) 구 디자인보호법 제7조 제1항은 ‘디자인권자 또는 디자인등록출원인은 자기의 등록디자인 또는 디자인등록출원한 디자인에만 유사한 디자인에 대하여는 유사디자인만으로 디자인등록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구 디자인보호법 제68조 제1항 제1호는 ‘디자인등록이 구 디자인보호법 제7조 제1항에 위반된 경우에는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디자인등록출원인이 자기의 기본디자인에만 유사한 디자인에 대하여 기본디자인으로 디자인등록을 받은 경우에는 그 디자인등록이 무효로 되어야 한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면,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 선행디자인 3이 유사한 디자인임은 앞에서 본 바와 같고,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출원인이 선행디자인 3에만 유사한 디자인인 이 사건 등록디자인에 대하여는 유사디자인만으로 디자인등록을 받을 수 있음에도 기본디자인으로 등록을 받았으므로 이 사건 등록디자인은 구 디자인보호법 제7조 제1항에 위반된 경우에 해당하여 그 등록이 무효로 되어야 한다.
2)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등록디자인의 출원번호가 선행디자인 3보다 앞서고, 선행디자인 3의 등록이 무효로 된 이상 이 사건 등록디자인이 기본디자인에 해당하여 구 디자인보호법 제68조 제1항 제1호, 제7조 제1항에 따라 무효로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갑 제5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는 소외 1을 상대로 특허심판원 2019당581호로 선행디자인 3에 관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고, 특허심판원은 2020. 5. 18. "선행디자인 3은 소외 1이 같은 날 출원한 이 사건 등록디자인과만 유사한 디자인임에도 유사디자인으로 디자인등록을 받지 않았으므로 구 디자인보호법 제68조 제1항 제1호, 제7조 제1항에 따라 그 등록이 무효로 되어야 한다."라는 이유로 피고의 위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심결을 한 사실, 위 심결은 그 무렵 확정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등록디자인은 구 디자인보호법 제7조 제1항에 위반하였고, 구 디자인보호법 제68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무효사유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기본디자인과 유사디자인은 권리범위, 존속기간 등이 달라 출원인이 기본디자인과 유사디자인의 관계에 있는 2개의 디자인을 각 기본디자인으로 출원하였을 경우, 출원인이 그 의사에 따라 심사과정에서 양 디자인 중 어느 하나를 취하 또는 포기하거나 혹은 구 디자인보호법 제18조 제2항에 따라 어느 하나를 유사디자인으로 변경할 수 있을 뿐 심사관 또는 이해관계인이 위와 같이 복수로 출원된 디자인들 중 어느 하나를 임의로 기본디자인으로 삼을 수 없다(나아가 구 디자인보호법에도 위 디자인들 중 출원번호가 가장 빠른 디자인을 기본디자인으로 간주하는 규정이 존재하지 아니한다).
② 복수의 디자인 출원이 있는 경우 각각 독립된 출원으로서 디자인보호법이 정한 형식적 요건을 갖추어야 하므로, 경우에 따라 출원번호가 앞선 출원에만 적법요건이 결여되어 있거나 등록무효 사유가 존재할 수도 있으므로(이 경우 심사과정에서 선출원이 거절결정되거나 출원취하 또는 출원포기될 수도 있다), 원고 주장과 같이 출원번호가 앞선 디자인을 기본디자인으로, 출원번호가 늦은 디자인을 유사디자인으로 일의적으로 간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거나 출원인에게 반드시 유리하다고 볼 수도 없다.
③ 원고 주장과 같이 선출원 또는 후출원된 자신의 기본디자인에만 유사하고 출원일에 선행하는 타인의 디자인과는 유사하지 않은 디자인이 선출원 또는 후출원된 기본디자인과 함께 기본디자인으로 등록된 경우 구 디자인보호법 제7조 제1항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여 이를 모두 무효로 하는 것은 디자인권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주장에 일부 공감되는 면이 없지 않으나, 이는 유사디자인제도의 취지와 관련 법익(원래 유사디자인으로 등록되어야 할 것이 기본디자인으로 등록됨으로써 대외적으로 존속기간과 효력에 있어 혼동이 발생함에 따라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업자인 제3자의 신뢰이익) 등을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입법정책의 문제이지 구 디자인보호법의 해석론으로서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
④ 기본디자인으로 등록된 2개의 디자인 중 어느 하나가 사후적으로 등록이 무효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앞서 본 구 디자인보호법 제7조 제1항의 규정내용과 유사디자인 제도의 성격 등에 비추어 그 하자가 치유된다거나 구 디자인보호법 제68조 제1항 제1호의 무효사유에 해당하지 않게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소결론
이 사건 등록디자인은 선행디자인 3에만 유사한 디자인임에도 기본디자인으로 등록을 받았으므로 구 디자인보호법 제7조 제1항에 위반하여 그 디자인등록이 무효로 되어야 하는바, 이 사건 심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적법하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결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서승렬(재판장) 구성진 임경옥 |
219,375 | 혼인의무효및위자료청구 | 2021므13217 | 20,210,916 | 선고 | 대법원 | 가사 | 판결 | [1] 항소장 부본 등의 공시송달로 인하여 항소심의 소송 계속을 몰랐던 경우, 추완상고가 허용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2] 소장 부본 등의 공시송달로 소나 항소의 제기 사실을 모르고 있는 상태에서 피고의 출석 없이 제1심과 원심의 변론기일이 진행되어 피고가 자신의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를 제출할 기회를 상실한 경우, 민사소송법 제424조 제1항 제4호를 유추적용하여 절대적 상고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하는지 여부(적극) | null | [1] 민사소송법 제173조 제1항, 제396조, 제425조 / [2] 민사소송법 제424조 제1항 제4호 | [1] 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6다6621 판결 / [2] 대법원 1997. 5. 30. 선고 95다21365 판결(공1997하, 1995), 대법원 2021. 7. 21. 선고 2021다225241 판결 |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김앤김 담당변호사 김수익)
【원심판결】
대구가법 2020. 6. 18. 선고 2020르530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가정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항소인인 피고에게 항소장 부본과 변론기일 소환장이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되었고 판결 정본도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되었다면, 피고로서는 원고가 항소하여 항소심의 절차가 진행되었던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과실 없이 판결의 송달을 알지 못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우 피고는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불변기간을 지킬 수 없었던 경우에 해당하여 그 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2주일 내에 추완상고를 할 수 있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6다6621 판결 참조).
한편 피고에 대한 송달이 소장 부본부터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이루어져 피고가 귀책사유 없이 소나 항소가 제기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고, 이러한 상태에서 피고의 출석 없이 제1심과 원심의 변론기일이 진행되어 피고가 자신의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를 제출할 기회를 상실함으로써 당사자로서 절차상 부여된 권리를 침해당한 경우, 당사자가 대리인에 의하여 적법하게 대리되지 않았던 경우와 마찬가지로 보아 민사소송법 제424조 제1항 제4호의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절대적 상고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7. 5. 30. 선고 95다21365 판결, 대법원 2021. 7. 21. 선고 2021다225241 판결 참조).
2.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제1심은 피고에게 소장 부본과 변론기일 통지서 등의 서류를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하고 피고가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변론을 진행한 다음 2020. 1. 7.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선고하고, 판결 정본도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하였다.
원고가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하자 원심도 피고에게 항소장 부본과 변론기일 통지서 등의 서류를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하고 피고가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변론을 진행한 다음 2020. 6. 18.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판결 정본도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하였다.
피고는 2021. 4. 19. 판결문을 발급받으면서 비로소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이 사건 소송이 진행된 사실과 송달된 판결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2021. 5. 3. 원심법원에 추완상고장을 제출하였다.
3. 이러한 사실관계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는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불변기간인 상고기간을 지킬 수 없었고, 위에서 보았듯이 원심판결이 선고된 사실을 알게 된 때부터 2주일 이내에 상고를 추완하여 제기하였으므로 피고의 이 사건 상고는 적법하다. 나아가 피고는 자신의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를 제출할 기회를 상실함으로써 당사자로서 절차상 부여된 권리를 침해당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민사소송법 제424조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절대적 상고이유가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피고의 상고는 이유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19,365 | 손해배상(기) | 2020다213364 | 20,210,916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매도인이 민법 제565조 제1항에 따라 계약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받은 계약금의 배액을 적어도 이행제공 상태에 두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 null | 민법 제565조 | 대법원 1973. 1. 30. 선고 72다2243 판결(집21-1, 민56), 대법원 1992. 7. 28. 선고 91다33612 판결(공1992, 2544) | 【원고, 상고인】
원고
【피고, 피상고인】
피고
【원심판결】
부산지법 2020. 1. 22. 선고 2019나43818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매수인이 계약의 이행에 착수하기 전에는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565조 제1항). 그러나 매도인이 받은 계약금의 배액을 매수인에게 상환하거나 적어도 그 이행제공을 하지 않으면 이 조항에 따라 해제할 수 없다(대법원 1973. 1. 30. 선고 72다2243 판결, 대법원 1992. 7. 28. 선고 91다33612 판결 참조).
원심은, 매도인인 피고가 매수인인 원고에게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다거나 계약금의 배액에 관한 이행제공을 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가 민법 제565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은 위에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민법 제565조 제1항에 따른 해제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원고는 피고의 분양권 이중매매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피고에게 그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상고심에 이르러 비로소 내세우는 주장으로 원심판결에 대한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다.
3. 원고의 상고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17,771 | 건물등철거ㆍ소유권이전등기 | 2021다200914, 200921 | 20,210,916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당사자가 예상하지 못한 법률적 관점에 대한 법원의 석명 또는 지적의무 [2] 甲이 자신이 소유하는 토지상에 있는 건물의 소유자인 乙을 상대로 건물의 철거와 부지 부분의 인도를 구하였는데, 원심법원이 甲과 乙의 조부인 丙이 당시 甲의 아버지인 丁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져 있던 위 토지 등을 아들들에게 유증하는 내용의 인증서에 따라 乙의 아버지인 戊가 건물 부지 부분을 유증받았고, 戊로부터 건물과 부지 부분을 증여받은 乙은 戊를 대위하여 丁의 상속인인 甲에게 부지 부분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할 수 있으므로 甲의 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사안에서, 乙이 戊를 대위하여 甲에게 유증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할 수 있음을 전제로 신의칙 위반 주장을 한 적이 없는데도, 이와 관련하여 당사자들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거나 석명권을 행사하지 아니한 채 甲의 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본 원심판단에 석명의무 위반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항은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같은 조 제4항은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당사자가 부주의 또는 오해로 인하여 증명하지 아니한 것이 분명하거나 쟁점으로 될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명시적인 다툼이 없는 경우에는 법원은 석명을 구하고 증명을 촉구하여야 하고, 만일 당사자가 전혀 의식하지 못하거나 예상하지 못하였던 법률적 관점을 이유로 법원이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려는 경우에는 그 법률적 관점에 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와 같이 하지 않고 예상외의 재판으로 당사자 일방에게 불의의 타격을 가하는 것은 석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위법을 범한 것이 된다. [2] 甲이 자신이 소유하는 토지상에 있는 건물의 소유자인 乙을 상대로 건물의 철거와 부지 부분의 인도를 구하였는데, 원심법원이 甲과 乙의 조부인 丙이 당시 甲의 아버지인 丁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져 있던 위 토지 등을 아들들에게 유증하는 내용의 인증서에 따라 乙의 아버지인 戊가 건물 부지 부분을 유증받았고, 戊로부터 건물과 부지 부분을 증여받은 乙은 戊를 대위하여 丁의 상속인인 甲에게 부지 부분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할 수 있으므로 甲의 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사안에서, 토지 소유권에 근거한 甲의 건물 철거 및 부지 부분 인도 청구에 대하여 乙이 戊를 대위하여 甲에게 유증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할 수 있음을 전제로 신의칙 위반 주장을 한 적이 없으므로, 甲도 유증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청구권의 존재에 대해서는 제대로 다툴 수가 없었는데도, 인증서 기재에 유증의 효력이 인정되는지 여부, 유증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청구권의 존부 등에 관하여 당사자들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거나 석명권을 행사하지 아니한 채 丙이 인증서에 의하여 戊에게 건물 부지 부분을 유증하였다고 인정하고, 그에 따라 丁이 戊에게 부담하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상속인인 甲이 부담하게 되었으므로 甲의 청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본 원심판단에 석명의무 위반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항, 제4항 / [2]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항, 제4항 | [1] 대법원 1994. 10. 21. 선고 94다17109 판결(공1994하, 3070),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다30687 판결 | 【원고(반소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원고(반소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박재우 외 3인)
【피고(반소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피고(반소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로고스 담당변호사 강완구 외 1인)
【원심판결】
수원고법 2020. 12. 3. 선고 2019나16310, 16327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본소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반소원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정들을 알 수 있다.
가. 소외 1의 아들인 소외 2는 처 소외 3과 사이에 아들 소외 4, 소외 5, 소외 6을 두었다.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와 소외 7은 소외 4의 자녀이고,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는 소외 6의 자녀이다. 소외 1은 1970. 12. 5., 소외 2는 1981. 2. 24., 소외 4는 2014년경 각 사망하였다.
나. 소외 1은 1970. 4. 4. 손자 소외 4에게 ○○군 ○○읍 △리(이하 ‘△리’라고만 한다) 217-1 대 1,114㎡, △리 217-3 대 79㎡에 관하여 1970. 4. 2. 매매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소외 4는 2012. 7. 26. 아들인 원고에게 △리 217-3 대 79㎡, △리 217-5 대 578㎡(△리 217-1 대 1,114㎡에서 분할ㆍ합병된 토지로, 2013. 3. 7. △리 217-3 대 79㎡와 합병되어 △리 217-3 대 657㎡가 되었다. 이하에서 위와 같이 합병된 △리 217-3 대 657㎡ 토지를 ‘이 사건 217-3 토지’라 한다)에 관하여 2012. 7. 24. 증여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다. 소외 2는 1972. 2. 2. 소외 1 소유였던 △리 212-1 대 294㎡ 중 18/36 지분에 관하여 1970. 12. 5. 상속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후, 1977. 3. 30. 다른 상속인으로부터 3/36 지분을 매수하여 최종적으로 21/36 지분 소유자가 되었다. 소외 2는 1979. 1. 20. 소외 4에게 △리 212-1 대 294㎡에서 분할된 △리 212-1 대 116㎡(이하 ‘이 사건 212-1 토지’라 하고, 위 토지를 ‘이 사건 217-3 토지’와 함께 이를 때에는 ‘이 사건 각 토지’라 한다) 중 그 소유인 21/36 지분에 관하여 1979. 1. 15. 매매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소외 4는 2012. 7. 26. 원고에게 이 사건 212-1 토지 중 21/36 지분에 관하여 2012. 7. 24. 증여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라. 한편 이 사건 각 토지상에는 1947년경 소외 2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가 마쳐진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이 있었는데, 소외 2는 1979. 1. 20. 소외 6에게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1978. 12. 28.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소외 6은 2007. 4. 18. 딸인 피고에게 이 사건 건물과 그 부지 부분을 증여하고 2007. 4. 23.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위 증여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다음, 그 무렵 피고에게 이 사건 건물과 그 부지 부분에 대한 점유를 이전하였다.
마. 소외 2는 1980. 7. 14. 공증인가 삼성합동법률사무소에서 당시 소외 4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져 있던 이 사건 217-3 토지 등을 아들들에게 유증하는 내용이 기재되고 서명날인한 유언장에 관하여 인증을 받았다. 위 인증서(이하 ‘이 사건 인증서’라 한다)에는 ‘나의 유산 중 ○○읍 △리 217번지 대 300평 중 75평은 소외 5, 75평은 소외 4, 150평은 소외 6의 소유로 한다(경계는 중문으로 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2. 원고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소외 1이 1970. 4. 4. 소외 4에게 이 사건 217-3 토지가 포함된 토지들에 관하여 매매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면서 소외 2와 소외 4 사이에서는 이를 소외 2의 소유로 하는 명의신탁 약정이 체결되었고, 소외 2가 1979. 1. 20. 소외 4에게 이 사건 212-1 토지 중 21/36 지분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것도 위 명의신탁 약정에 따른 것이라고 인정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등기의 추정력, 증여, 명의신탁 등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나.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1) 원심의 판단
이 사건 건물 소유자인 피고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각 토지의 소유자인 원고에게 이 사건 건물을 철거하고, 이 사건 각 토지 중 이 사건 건물 부지 부분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
한편 소외 2는 이 사건 인증서에 따라 소외 6에게 이 사건 건물 부지 부분을 유증하여, 소외 4는 소외 6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줄 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다. 그런데 소외 4가 위와 같은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을 미루어 오다가 2012. 7. 26. 원고에게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증여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다음 2014년경 사망하였고, 원고가 소외 4의 상속재산 중 부동산을 포함한 적극재산에 관하여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통하여 이를 단독으로 소유하게 되었다. 이로써 소외 4가 소외 6에게 부담하던 유증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원고가 부담하게 되었다.
그런데 피고는 소외 6으로부터 이 사건 건물과 그 부지 부분을 증여받았으므로, 채권자대위의 법리에 의하여 소외 6, 원고에 대하여 차례로 위 부지 부분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의무를 부담하는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건물의 철거와 그 부지 부분의 인도를 청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어 허용될 수 없다.
2)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의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가)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항은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같은 조 제4항은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당사자가 부주의 또는 오해로 인하여 증명하지 아니한 것이 분명하거나 쟁점으로 될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명시적인 다툼이 없는 경우에는 법원은 석명을 구하고 증명을 촉구하여야 하고, 만일 당사자가 전혀 의식하지 못하거나 예상하지 못하였던 법률적 관점을 이유로 법원이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려는 경우에는 그 법률적 관점에 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와 같이 하지 않고 예상외의 재판으로 당사자 일방에게 불의의 타격을 가하는 것은 석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위법을 범한 것이 된다(대법원 1994. 10. 21. 선고 94다17109 판결,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다30687 판결 등).
나)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각 토지의 소유권에 근거한 원고의 이 사건 건물 철거 및 그 부지 부분 인도 청구에 대하여 피고는 원심에서 취득시효 완성을 이유로 원고의 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하고 반소로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청구하였을 뿐, 피고가 소외 6을 대위하여 원고에게 유증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할 수 있음을 전제로 신의칙 위반 주장을 한 적이 없다. 따라서 원고도 유증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청구권의 존재에 대해서는 제대로 다툴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인증서 기재에 유증의 효력이 인정되는지 여부, 유증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청구권의 존부 등에 관하여 당사자들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거나 석명권을 행사하지 아니한 채 소외 2가 이 사건 인증서에 의하여 소외 6에게 이 사건 건물 부지 부분을 유증하였다고 인정하고, 그에 따라 소외 4가 소외 6에게 부담하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상속인인 원고가 부담하게 되었다고 보아 피고의 신의칙 위반 항변을 받아들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석명의무를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피고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건물 부지 부분이 포함된 이 사건 각 토지에 대하여 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는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고, 취득시효 완성을 원인으로 위 각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피고의 반소 청구를 기각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충분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피고의 취득시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의 판단은 결론에 있어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시효취득에 관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본소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김재형 노정희 이흥구(주심) |
219,367 | 교육세경정청구거부처분취소 | 2017두67186 | 20,210,916 | 선고 | 대법원 | 세무 | 판결 | 통화선도·스왑 평가손익이 2010. 2. 18. 개정된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 ‘외환매매익’이나 2011. 7. 14. 개정된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 (나)목의 ‘파생상품 등 거래의 손익’에 해당하여 위 각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에 포함된 다른 손익 항목과 통산되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 null | 교육세법 제5조 제1항 제1호, 제3항, 구 교육세법 시행령(2010. 2. 18. 대통령령 제220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항 제5호, 구 교육세법 시행령(2011. 7. 14. 대통령령 제2302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항 제5호, 구 교육세법 시행령(2015. 2. 3. 대통령령 제2607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항 제5호,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 제8호, 법인세법 제42조, 법인세법 시행령 제76조 제1항, 제2항 | null | 【원고, 상고인】
소시에테제네랄은행(영업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담당변호사 강석훈 외 5인)
【피고, 피상고인】
종로세무서장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7. 9. 28. 선고 2017누4168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가. 원고는 은행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외국은행의 국내 영업소로 통화선도계약, 통화스왑계약 등과 관련된 파생상품을 거래하고 있다.
나. 원고는 교육세를 신고·납부하면서 2010년 제1기부터 2013년 제4기까지는 통화선도·스왑 평가손익(이하 ‘이 사건 평가손익’이라 한다)을 과세표준에 포함시키지 않았고, 2014년 제1기부터는 이 사건 평가손익이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8호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를 과세표준에 포함시켰다. 이후 원고는 이 사건 평가손익이 교육세의 과세표준이 되는 금융·보험업자의 수익금액의 하나인 구 교육세법 시행령(2010. 2. 18. 대통령령 제22046호로 개정되어 2011. 7. 14. 대통령령 제2302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2010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4조 제1항 제5호가 정한 ‘외환매매익’이나 구 교육세법 시행령(2011. 7. 14. 대통령령 제23022호로 개정되어 2015. 2. 3. 대통령령 제2607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2011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4조 제1항 제5호 (나)목이 정한 ‘파생상품 등 거래의 손익을 통산한 순손익’에 해당하여 위 각 시행령 제5호에 포함된 다른 손익 항목과 통산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통화선도·스왑 평가손실이 발생한 2010년 제1, 3기, 2011년 제2, 4기, 2012년 제1기, 2013년 제2, 3기, 2014년 제4기 교육세의 감액을 구하는 경정청구를 하였다.
다. 피고는 이 사건 평가손익이 위 각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8호가 정한 ‘기타영업수익’에 해당하여 이를 제5호에 포함된 다른 손익 항목과 통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위 각 경정청구를 거부하였다.
2.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관련 규정의 내용 및 연혁
1) 교육세법 제5조는 제1항 제1호에서 금융·보험업자의 교육세 과세표준을 그 수익금액으로 정하면서, 제3항에서 “제1항 제1호의 과세표준이 되는 수익금액이란 금융·보험업자가 수입한 이자, 배당금, 수수료, 보증료, 유가증권의 매각익·상환익(유가증권의 매각 또는 상환에 따라 지급받은 금액에서 법인세법 제41조에 따라 계산한 취득가액을 차감한 금액을 말한다), 보험료(책임준비금 및 비상위험준비금으로 적립되는 금액과 재보험료를 공제한다),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을 말하며, 그 계산에 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2) 그 위임에 따라 규정된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는 여러 차례 개정되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구 교육세법 시행령(2010. 2. 18. 대통령령 제220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2010년 개정 전 교육세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4조 제1항 제5호는 교육세 과세표준인 금융·보험업자의 수익금액의 하나로 ‘외환매매익(외환평가익을 제외한다)’을 규정하고 있었다. 2010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는 종전의 ‘외환매매익(외환평가익을 제외한다)’에서 ‘외환평가익을 제외한다.’는 괄호 부분을 삭제하여 ‘외환매매익’이라고만 규정하였다. 2011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는 종전의 ‘외환매매익’ 대신 ‘외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4조 제7항에 따른 파생결합증권 및 같은 법 제5조 제1항에 따른 파생상품(이하 이 호에서 파생상품 등이라 한다)은 제외한다] 매매손익[(가)목]과 파생상품 등 거래의 손익을 통산한 순손익[(나)목]을 합산한 후의 순이익’으로 규정하였다.
2015. 2. 3. 대통령령 제26076호로 개정된 교육세법 시행령(이하 ‘2015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4조 제1항 제5호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4조 제7항에 따른 파생결합증권, 같은 항 제1호에 따른 증권 및 같은 법 제5조 제1항에 따른 파생상품(이하 이 호에서 파생상품 등이라 한다) 거래의 손익을 통산한 순손익(법인세법 시행령 제76조 제1항에 따른 통화선도 등의 평가손익 및 같은 조 제2항에 따른 환위험회피용통화선도 등의 평가손익을 포함한다)[(가)목]과 외환(파생상품 등은 제외한다) 매매손익[(나)목]을 합산한 후의 순이익’으로 규정하였다. 이로써 ‘법인세법 시행령 제76조 제1항에 따른 통화선도 등의 평가손익 및 같은 조 제2항에 따른 환위험회피용통화선도 등의 평가손익’이 명시적으로 ‘파생상품 등 거래의 손익을 통산한 순손익’에 포함되었다.
3) 한편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8호는 ‘기타영업수익 및 영업외수익’을 교육세 과세표준인 금융·보험업자의 수익금액의 하나로 들고 있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 등을 들어, 2015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가 명시적으로 이 사건 평가손익이 ‘파생상품 등 거래의 손익을 통산한 순손익’에 포함되는 것으로 규정하기 전까지는 이를 2010년 및 2011년 개정 각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이에 포함된 다른 손익 항목과 통산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1) 이 사건 평가손익은 법인세법 제42조에 따라 익금으로 보는 자산 및 부채의 평가손익에 해당하고, 이는 교육세법 시행령이 2010. 2. 18. 대통령령 제22046호로 개정된 이후에는 그 이전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2항 제2호가 금융·보험업자의 수익금액에 산입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던 내부이익에 해당하지 않게 되었으므로, 원칙적으로 교육세 과세표준에 산입되어야 한다.
2) 문언해석상 이 사건 평가손익은 2010년 개정 전후의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 ‘외환매매익’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제외한 제1호부터 제7호까지의 수익금액에도 해당하지 않으므로, 평가이익 부분에 한하여 포괄적인 항목인 제8호의 ‘기타영업수익’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3) 2010년 개정 전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 제5호의2, 제5호의3과 2010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2항 제2호 (가)목에서 각각 ‘매매익’, ‘평가익’, ‘거래의 손익’이라는 개념을 명확히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는 이상, 이 사건 평가손익이 2010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2의 ‘파생상품거래의 손익’ 또는 2011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 (나)목의 ‘파생상품 등 거래의 손익’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
4) 2015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는 과세대상을 합리화하기 위하여 법인세법 시행령에 따른 통화선도 등의 평가손익을 통산의 대상으로 추가한 창설적 규정이다.
다.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
1)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 개정 경위, 교육세 과세표준인 금융·보험업자의 수익금액에 관한 규정들의 문언과 체계, 거래손익과 평가손익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평가손익은 2010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 ‘외환매매익’이나 2011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 (나)목의 ‘파생상품 등 거래의 손익’에 해당하여 위 각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에 포함된 다른 손익 항목과 통산되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2010년 개정 전후의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 ‘외환매매익’에 관하여, 과세실무는 ‘과세기간 중 현물환, 선물환, 스왑금융 등 외환거래에서 발생하는 총매출금액(또는 이익)에서 총매입금액(또는 손실)을 차감한 금액’이라고 보아 위 제5호의 ‘외환’에는 ‘외화현물’뿐만 아니라 통화선도·스왑을 비롯한 ‘외화파생상품’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2010년 개정 전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는 ‘외환평가익’이 ‘외환매매익’에 포함된다는 전제에서 금융·보험업자의 수익금액의 하나인 ‘외환매매익’에서 ‘외환평가익’을 제외하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하였는데, 2010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는 외환평가익을 제외하도록 한 괄호 부분을 삭제하는 것으로 개정되었다. 2010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2항 제2호 (가)목이 금융·보험업자의 수익금액에 산입하지 않는 수익의 하나로 ‘법인세법 제42조에 따라 익금으로 보지 아니하는 자산 및 부채의 평가익’을 규정하게 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는 ‘법인세법 제42조에 따라 익금으로 보는 자산 및 부채의 평가익’에 해당하는 ‘외환평가익’이 2010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 ‘외환매매익’으로서 교육세 과세표준에 포함된다고 본 것이다.
이와 같은 2010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 개정 취지와 2010년 개정 전후의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 ‘외환’에는 ‘외화현물’뿐만 아니라 통화선도·스왑을 비롯한 ‘외화파생상품’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한 과세실무 등을 종합하면, 2010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 ‘외환매매익’에는 ‘외환평가익’과 이 사건 평가손익인 ‘통화선도·스왑 평가손익’이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나) 2011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는 종전의 ‘외환매매익’ 대신 ‘외환(파생상품 등은 제외한다) 매매손익[(가)목]과 파생상품 등 거래의 손익을 통산한 순손익[(나)목]을 합산한 후의 순이익’을 규정하였다. 이는 금융·보험업자의 파생상품 등 거래의 손익과 외환매매손익 등은 서로 통산할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하려는 취지이다. 따라서 2011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 (가)목의 ‘외환매매손익’에는 2010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에 포함되어 있던 ‘외환평가손익’이 포함되고, 2011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 (나)목의 ‘파생상품 등 거래의 손익’에는 2010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에 포함되어 있던 이 사건 평가손익인 ‘통화선도·스왑 평가손익’이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다) 2015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 (가)목은 명시적으로 ‘파생상품 등 거래의 손익을 통산한 순손익’에 ‘법인세법 시행령 제76조 제1항에 따른 통화선도 등의 평가손익 및 같은 조 제2항에 따른 환위험회피용통화선도 등의 평가손익’이 포함된다고 정하였다. 이는 통화선도 등의 평가손익에 대한 과세를 명확히 하려는 확인적 규정으로 볼 수 있다.
라) 이 사건 평가손익을 2010년 및 2011년 개정 각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8호의 ‘기타영업수익’으로 보아 위 각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에 포함된 다른 손익 항목과 통산하지 않고 그 이익에 대해서만 과세하면 통화선도·스왑 평가손실이 교육세 과세표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납세자에게 과중한 교육세 부담을 지우게 된다.
평가손익은 손익의 최종 실현 전 단계에서 장부상으로만 인식되는 미실현손익으로서 최종적으로는 거래손익으로 실현되고, 파생상품거래손익과 파생상품평가손익은 파생상품거래로 발생하는 손익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없으므로, 파생상품거래손익과 파생상품평가손익은 통산하는 것이 타당하다.
파생상품거래는 일반적으로 기초상품의 거래와 연계되어 서로 다른 방향의 손익을 발생시킴으로써 기초상품 가격 등의 변동위험을 회피하려는 목적에서 이루어지므로 기초상품인 외화현물 관련 손익과 외화파생상품 관련 손익은 통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평가손익이 2010년 및 2011년 개정 각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에 해당하지 않아 이에 포함된 다른 손익 항목과 통산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2010년 및 2011년 개정 각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 의미와 계산방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안철상 노정희(주심) 이흥구 |
217,783 |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 | 2019도11826 | 20,210,916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자동차 운전면허 취소처분을 받은 사람이 자동차를 운전하였으나 운전면허 취소처분의 원인이 된 교통사고 또는 법규 위반에 대하여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취소처분이 취소되지 않았더라도 도로교통법에 규정된 무면허운전의 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 구 도로교통법(2020. 6. 9. 법률 제173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3조 제1항 제1호에 의하면, 지방경찰청장은 운전면허를 받은 사람이 같은 법 제44조 제1항을 위반하여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한 경우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운전면허를 취소하거나 1년 이내의 범위에서 운전면허의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 운전면허가 취소된 사람이 그 처분의 원인이 된 교통사고 또는 법규 위반에 대하여 혐의없음 등으로 불기소처분을 받거나 무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 지방경찰청장은 구 도로교통법 시행규칙(2020. 12. 10. 행정안전부령 제21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1조 제1항 [별표 28] 1. 마.항 본문에 따라 즉시 그 취소처분을 취소하고, 같은 규칙 제93조 제6항에 따라 도로교통공단에 그 내용을 통보하여야 하며, 도로교통공단도 즉시 취소당시의 정기적성검사기간, 운전면허증 갱신기간을 유효기간으로 하는 운전면허증을 새로이 발급하여야 한다. 그리고 행정청의 자동차 운전면허 취소처분이 직권으로 또는 행정쟁송절차에 의하여 취소되면, 운전면허 취소처분은 그 처분 시에 소급하여 효력을 잃고 운전면허 취소처분에 복종할 의무가 원래부터 없었음이 확정되므로, 운전면허 취소처분을 받은 사람이 운전면허 취소처분이 취소되기 전에 자동차를 운전한 행위는 도로교통법에 규정된 무면허운전의 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위와 같은 관련 규정 및 법리, 헌법 제12조가 정한 적법절차의 원리, 형벌의 보충성 원칙을 고려하면, 자동차 운전면허 취소처분을 받은 사람이 자동차를 운전하였으나 운전면허 취소처분의 원인이 된 교통사고 또는 법규 위반에 대하여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그 취소처분이 취소되지 않았더라도 도로교통법에 규정된 무면허운전의 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 헌법 제12조, 구 도로교통법(2020. 6. 9. 법률 제173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3조, 제44조 제1항, 제93조 제1항 제1호, 제152조 제1호, 구 도로교통법 시행규칙(2020. 12. 10. 행정안전부령 제21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1조 제1항 [별표 28], 제93조 제6항 | 대법원 1999. 2. 5. 선고 98도4239 판결(공1999상, 506), 대법원 2008. 1. 31. 선고 2007도9220 판결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원심판결】
수원지법 2019. 7. 24. 선고 2019노1256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관련 규정 및 법리
구 도로교통법(2020. 6. 9. 법률 제173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로교통법’이라 한다) 제93조 제1항 제1호에 의하면, 지방경찰청장은 운전면허를 받은 사람이 같은 법 제44조 제1항을 위반하여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한 경우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운전면허를 취소하거나 1년 이내의 범위에서 운전면허의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 운전면허가 취소된 사람이 그 처분의 원인이 된 교통사고 또는 법규 위반에 대하여 혐의없음 등으로 불기소처분을 받거나 무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 지방경찰청장은 구 도로교통법 시행규칙(2020. 12. 10. 행정안전부령 제21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1조 제1항 [별표 28] 1. 마.항 본문에 따라 즉시 그 취소처분을 취소하고, 같은 규칙 제93조 제6항에 따라 도로교통공단에 그 내용을 통보하여야 하며, 도로교통공단도 즉시 취소당시의 정기적성검사기간, 운전면허증 갱신기간을 유효기간으로 하는 운전면허증을 새로이 발급하여야 한다.
그리고 행정청의 자동차 운전면허 취소처분이 직권으로 또는 행정쟁송절차에 의하여 취소되면, 운전면허 취소처분은 그 처분 시에 소급하여 효력을 잃고 운전면허 취소처분에 복종할 의무가 원래부터 없었음이 확정되므로, 운전면허 취소처분을 받은 사람이 운전면허 취소처분이 취소되기 전에 자동차를 운전한 행위는 도로교통법에 규정된 무면허운전의 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9. 2. 5. 선고 98도4239 판결, 대법원 2008. 1. 31. 선고 2007도9220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관련 규정 및 법리, 헌법 제12조가 정한 적법절차의 원리, 형벌의 보충성 원칙을 고려하면, 자동차 운전면허 취소처분을 받은 사람이 자동차를 운전하였으나 운전면허 취소처분의 원인이 된 교통사고 또는 법규 위반에 대하여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그 취소처분이 취소되지 않았더라도 도로교통법에 규정된 무면허운전의 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2. 이 사건에 대한 판단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2018. 6. 4. ‘피고인이 2017. 10. 24. 01:49경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였다.’(이하 ‘이 사건 음주운전’이라 한다)는 이유로 구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피고인에 대한 자동차 운전면허를 취소하였다(이하 ‘이 사건 취소처분’이라 한다).
2) 피고인은 이 사건 취소처분을 받았음에도 2018. 11. 1. 20:20경 도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경찰관에게 적발되었다(이하 ‘이 사건 무면허운전’이라 한다).
3) 검사는 2018. 9. 18. 피고인을 이 사건 음주운전을 이유로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으로 기소하고, 2018. 11. 21. 재차 피고인을 이 사건 무면허운전을 이유로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운전)으로 기소하였다. 제1심은 위 두 사건을 병합하여 심리한 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부분에 대하여는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하고, 나머지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운전) 부분에 대하여는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과 검사가 각각 항소하였으나, 원심은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4) 피고인은 원심판결 중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운전) 부분에 대하여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검사는 상고를 제기하지 않아 원심판결 중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부분은 무죄가 확정되었다.
나.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이 사건 취소처분의 원인이 된 이 사건 음주운전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부분에 관하여 무죄판결이 확정되었으므로, 앞서 살펴본 법리에 따라 운전면허 취소처분이 취소되지 않았더라도 피고인을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운전)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운전) 부분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안철상 노정희(주심) 이흥구 |
217,779 | 등록무효(특)ㆍ등록무효(특) | 2017후2369, 2376 | 20,210,916 | 선고 | 대법원 | 특허 | 판결 | [1] 특허출원한 발명이 그보다 먼저 출원되었으나 나중에 공개된 다른 발명의 특허출원서에 최초로 첨부된 명세서에 기재된 청구범위나 발명의 설명 또는 도면의 내용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경우, 특허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구 특허법 제29조 제3항에서 말하는 ‘발명의 동일성’을 판단하는 기준 [3] 명칭이 ‘환기용 급기 장치’인 특허발명이 선출원된 선행발명의 명세서나 도면에 기재된 발명과 동일한지 문제 된 사안에서, 특허발명이 선행발명과 기술적 구성에 차이가 있고, 이로 인해 새로운 효과를 가지는 점 등을 들어 두 발명이 동일하지 않다고 한 사례 | [1] 특허출원한 발명이 그보다 먼저 출원된 다른 발명의 특허출원서에 최초로 첨부된 명세서에 기재된 청구범위나 발명의 설명 또는 도면의 내용과 동일성이 인정될 경우에는 먼저 출원된 발명이 나중에 공개된 경우에도 특허를 받을 수 없다. [2] 구 특허법(2006. 3. 3. 법률 제78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9조 제3항에서 말하는 발명의 동일성은 발명의 진보성과는 구별되는 것으로서 두 발명의 기술적 구성이 동일한지 여부에 따르되 발명의 효과도 참작해서 판단해야 한다. 두 발명의 기술적 구성에 차이가 있더라도 그 차이가 과제해결을 위한 구체적 수단에서 주지관용기술의 부가ㆍ삭제ㆍ변경 등에 지나지 않아 새로운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 정도의 미세한 차이가 있을 뿐이라면 두 발명은 서로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두 발명의 기술적 구성의 차이가 위와 같은 정도를 벗어난다면 설령 그 차이가 그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 용이하게 도출할 수 있는 범위 내라고 하더라도 두 발명이 동일하다고 할 수 없다. [3] 명칭이 ‘환기용 급기 장치’인 특허발명이 선출원된 선행발명의 명세서나 도면에 기재된 발명과 동일한지 문제 된 사안에서, 특허발명은 건축물 바닥면에 설치되는 난방배관의 폐열을 열교환으로 회수ㆍ이용할 수 있도록 급기배관을 난방배관의 하면에 배치하는 것이 특징인데, 선행발명은 그 명세서나 도면에 공기배관과 난방호스의 위치 관계에 관한 설명이나 한정사항이 없어 특허발명의 기술적 구성과 차이가 있는 점, 급기배관과 난방배관을 함께 건축물 바닥에 매설할 때 난방배관의 폐열을 활용하도록 급기배관을 난방배관의 하면에 배치하는 구성이 특허발명 출원 당시 기술상식이거나 주지관용기술에 해당한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 특허발명은 급기배관을 난방배관의 하면에 배치함으로써 난방배관 하부로 방출되어 손실되는 열을 급기배관을 통해 실내에 공급되는 공기를 데우는 데 활용할 수 있으므로 그만큼 열 손실을 줄일 수 있는데 이는 선행발명과의 기술적 구성의 차이로 인한 새로운 효과인 점 등을 들어, 두 발명이 동일하지 않다고 한 사례. | [1] 구 특허법(2006. 3. 3. 법률 제78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9조 제3항 / [2] 구 특허법(2006. 3. 3. 법률 제78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9조 제3항 / [3] 구 특허법(2006. 3. 3. 법률 제78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9조 제3항 | [1] 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2후726 판결 / [2]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후2179 판결(공2011상, 1074) |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정민 외 1인 (소송대리인 변리사 박종만 외 1인)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그렉스전자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담당변호사 정상태 외 2인)
【원심판결】
특허법원 2017. 9. 22. 선고 2017허1786, 189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특허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들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특허출원한 발명이 그보다 먼저 출원된 다른 발명의 특허출원서에 최초로 첨부된 명세서에 기재된 청구범위나 발명의 설명 또는 도면의 내용과 동일성이 인정될 경우에는 먼저 출원된 발명이 나중에 공개된 경우에도 특허를 받을 수 없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2후726 판결 등 참조).
구 특허법(2006. 3. 3. 법률 제78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9조 제3항에서 말하는 발명의 동일성은 발명의 진보성과는 구별되는 것으로서 두 발명의 기술적 구성이 동일한지 여부에 따르되 발명의 효과도 참작해서 판단해야 한다. 두 발명의 기술적 구성에 차이가 있더라도 그 차이가 과제해결을 위한 구체적 수단에서 주지관용기술의 부가ㆍ삭제ㆍ변경 등에 지나지 않아 새로운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 정도의 미세한 차이가 있을 뿐이라면 두 발명은 서로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두 발명의 기술적 구성의 차이가 위와 같은 정도를 벗어난다면 설령 그 차이가 그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하 ‘통상의 기술자’라 한다)이 용이하게 도출할 수 있는 범위 내라고 하더라도 두 발명이 동일하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후2179 판결 등 참조).
2.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이 사건 특허발명(특허번호 생략)은 ‘환기용 급기 장치’라는 명칭의 발명으로서, 외부 급기부와 연설되는 내부 급기배관이 건축물 바닥면에 설치되는 난방배관의 폐열을 열교환으로 회수ㆍ이용할 수 있도록 난방배관의 하면에 배치되어 있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나. 선출원발명인 원심판결 선행발명 1의 명세서에는 공기배관이 실내 바닥과 벽체를 통해 매설된다는 내용과 동절기에 외부의 찬 공기가 에어히터를 통해 1차적으로 예열되고 그에 이어 난방호스의 난방열이 콘크리트를 통해 공기배관에 전달되므로 충분히 가열된 공기가 실내에 공급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그 도면에는 공기배관이 난방호스가 있는 실내 바닥에 매설되어 있는 구성이 나타나 있다. 다만 선행발명 1의 명세서나 도면에는 공기배관과 난방호스의 위치 관계에 관한 설명이나 한정사항이 없으므로, 급기배관을 난방배관의 하면에 배치한다고 한정한 이 사건 특허발명의 기술적 구성과는 차이가 있다.
다. 급기배관과 난방배관을 함께 건축물 바닥에 매설할 때 난방배관의 폐열을 활용하도록 급기배관을 난방배관 하면에 배치하는 구성이 이 사건 특허발명 출원 당시 기술상식이거나 주지관용기술에 해당한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
난방배관으로 바닥 난방을 할 때에는 대체로 난방배관의 하부로 열 손실이 일어나는데, 이 사건 특허발명은 급기배관을 난방배관의 하면에 배치함으로써 난방배관 하부로 방출되어 손실되는 열을 급기배관을 통해 실내에 공급되는 공기를 데우는 데 활용할 수 있으므로 그만큼 열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이처럼 이 사건 특허발명은 선행발명 1과의 기술적 구성의 차이로 인해 새로운 효과를 가진다.
라. 이 사건 특허발명과 선행발명 1의 기술적 구성의 차이가 과제해결을 위한 구체적 수단에서 주지관용기술의 부가ㆍ삭제ㆍ변경 등에 지나지 않는다거나 새로운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 정도의 미세한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두 발명은 동일하다고 할 수 없다.
3.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특허발명과 선행발명 1의 기술적 구성의 차이가 통상의 기술자가 통상 채용할 수 있는 미세한 변경에 불과하고 그로 인한 효과의 차이도 없다는 등의 이유로 두 발명이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구 특허법 제29조 제3항에서 발명의 동일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19,635 |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아동학대치사)·아동복지법위반(상습아동학대) | 2021도5000 | 20,210,916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피해아동 甲의 친모인 피고인 乙이 자신과 연인관계인 피고인 丙과 공모하여 甲을 지속적으로 학대함으로써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구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2조 제4호 (가)목, 형법 제257조 제1항, 제30조를 적용법조로 공소가 제기된 사안에서, 구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2조 제4호 (가)목 내지 (다)목은 보호자가 같은 법 제2조 제4호 (가)목 내지 (다)목에서 정한 아동학대범죄를 범하여 그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를 처벌하는 규정으로 형법 제33조 본문의 ‘신분관계로 인하여 성립될 범죄’에 해당하므로, 피고인 丙에 대해 형법 제33조 본문에 따라 구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하고 같은 법 제4조에서 정한 형에 따라 과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피고인 丙 대하여 형법 제33조 단서를 적용하여 형법 제259조 제1항의 상해치사죄에서 정한 형으로 처단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 null | 구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21. 3. 16. 법률 제179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2호, 제4호 (가)목, 제4조(현행 제4조 제2항 참조), 아동복지법 제3조 제3호, 형법 제30조, 제33조, 제257조 제1항, 제259조 제1항 | null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및 검사(피고인 2에 대하여)
【변 호 인】
변호사 장우승 외 4인
【원심판결】
대전고법 2021. 4. 6. 선고 2020노371 및 2021. 4. 20. 선고 2020노371-1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인 1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2에 대한 공소사실(이유무죄 부분 제외)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소사실 특정, 공동정범, 예견가능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그리고 기록을 살펴보아도 제1심의 소송절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피고인 2의 방어권을 침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2에 대한 공소사실 중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이라 한다) 위반(아동학대치사) 부분에 대하여 피고인 2가 아동복지법 제3조 제3호에서 정한 ‘보호자’에 해당하지 않으나, 신분관계 있는 피고인 1과 공모하여 범행을 저질렀으므로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아동학대치사)죄가 성립하되, 형법 제33조 단서에 의하여 형법 제259조 제1항 상해치사죄에서 정한 형으로 처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 2를 보호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아동복지법 제3조 제3호에서 정한 ‘보호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은 없다.
한편 구 아동학대처벌법(2021. 3. 16. 법률 제179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4조, 제2조 제4호 (가)목 내지 (다)목은 ‘보호자에 의한 아동학대로서 형법 제257조 제1항(상해), 제260조 제1항(폭행), 제271조 제1항(유기), 제276조 제1항(체포, 감금) 등의 죄를 범한 사람이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보호자가 구 아동학대처벌법 제2조 제4호 (가)목 내지 (다)목에서 정한 아동학대범죄를 범하여 그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를 처벌하는 규정으로 형법 제33조 본문의 ‘신분관계로 인하여 성립될 범죄’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인들에 대하여 구 아동학대처벌법 제4조, 제2조 제4호 (가)목, 형법 제257조 제1항, 제30조로 공소가 제기된 이 사건에서 피고인 2에 대해 형법 제33조 본문에 따라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아동학대치사)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하고 구 아동학대처벌법 제4조에서 정한 형에 따라 과형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 2에 대하여 형법 제33조 단서를 적용하여 형법 제259조 제1항의 상해치사죄에서 정한 형으로 처단한 원심의 판단에는 구 아동학대처벌법 제4조 및 형법 제33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피고인 1의 연령·성행·환경, 피해자들과의 관계, 이 사건 각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살펴보면,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원심이 피고인 1에 대하여 징역 15년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4. 파기의 범위
앞서 본 이유로 피고인 2에 대한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아동학대치사) 중 유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위 파기 부분은 원심이 유죄 및 이유무죄로 판단한 나머지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또는 일죄의 관계에 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5. 결론
그러므로 피고인 2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며, 피고인 1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김재형 노정희 이흥구(주심) |
219,369 | 명예훼손 | 2020도12861 | 20,210,916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1]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사실의 적시’의 의미 / 주체와 행위를 지적하여 일견 의견 또는 논평을 표명함과 동시에 그의 전제가 되는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보이는 표현이라도 사실의 적시라고 볼 수 없는 경우 / 사람이나 단체가 가진 정치적 이념의 특성 및 정치적 이념에 관한 논쟁이나 토론에 대한 법원의 사법적 심사 [2] 공적 인물과 관련된 공적 관심사에 관하여 의혹을 제기하는 형태의 표현행위를 암시에 의한 사실의 적시로 평가할 때 유의할 사항 / 공개적인 발언으로 인하여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는지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 [3] 피고인이 ‘야당 대통령후보였던 甲은 일명 부림사건의 변호인으로서 체제전복을 위한 활동을 한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들을 변호하면서 그들과 동조하여 그들과 동일하게 체제전복과 헌법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활동인 공산주의 활동 내지 공산주의 운동을 해 왔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여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을 종합할 때 피고인의 위 ‘공산주의자 발언’은 자신의 경험을 통한 甲의 사상 또는 이념에 대한 피고인의 의견 내지 입장표명에 해당하여 이를 甲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라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한 위법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null | [1] 형법 제307조 / [2] 헌법 제21조, 형법 제307조 / [3] 헌법 제21조, 형법 제307조 제2항 | [1] 대법원 1998. 3. 24. 선고 97도2956 판결(공1998상, 1248), 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다37524, 37531 판결(공2002상, 522), 대법원 2002. 12. 24. 선고 2000다14613 판결(공2003상, 425), 대법원 2004. 2. 26. 선고 99도5190 판결, 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61654 전원합의체 판결(공2018하, 2347) / [2] 대법원 2021. 3. 25. 선고 2016도14995 판결(공2021상, 935)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우인식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0. 8. 27. 선고 2018노267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가. 공소사실의 요지
사실 피해자 공소외 1은, 국가보안법 위반죄 등으로 관련 피고인들이 1982. 10. 26.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되었다가 그중 일부 피고인들이 2012. 8. 23. 재심을 청구하여 2014. 9. 25.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된 일명 ‘부림사건’과 관련하여, 그 원사건의 변호인으로 관여한 바 없고, 불법 체포·감금에 의한 허위 자백 등을 이유로 한 일부 재심사건을 변호하였을 뿐이며, 2003년경 청와대 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피고인이 위 ‘부림사건’의 담당 검사였다는 이유로 당시 검사장이던 피고인의 인사에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거나 불이익을 준 사실이 없고, 사유재산제도 부정, 생산수단의 사회 구성원 공유 등 공산주의 체제의 핵심적인 내용들을 주장하거나 북한의 체제 또는 주의·주장을 지지·추종하는 등 소위 ‘공산주의자’로 볼 만한 발언이나 활동을 한 사실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3. 1. 4. 서울 중구 (주소 생략)에서 개최된 ‘(행사명 생략)’에 ‘(직위 생략)’ 자격으로 참석하여 약 400여 명의 청중을 대상으로 신년 인사말을 하면서, ‘피해자는 부림사건의 변호인으로서 체제전복을 위한 활동을 한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들을 변호하면서 그들과 동조하여 그들과 동일하게 체제전복과 헌법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활동인 공산주의 활동 내지 공산주의 운동을 해 왔고, 청와대 민정수석 및 비서실장으로 재직할 당시 공안검사로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피해자와 반대되는 활동을 하여 온 피고인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피고인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방법으로 공정치 못한 인사를 하였다.’는 취지의 발언을 함으로써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는 부림사건의 변호인으로서 체제전복을 위한 활동을 한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들을 변호하면서 그들과 동조하여 그들과 동일하게 체제전복과 헌법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활동인 공산주의 활동 내지 공산주의 운동을 해 왔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발언(이하 ‘공산주의자 발언’이라 한다) 부분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의 이 부분 발언이 그릇된 사실을 근거로 한 비약적 논리전개를 통해 전체적으로 허위성이 인정되는 사실 적시에 해당하고 그에 대한 피고인의 고의도 인정되며 피해자를 과격한 공산주의자로 표현한 것은 피해자의 정치적·도덕적 이미지에 중대한 타격을 입히는 행위로서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한 위법한 행위로 보아, 유죄로 판단하였다.
한편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해자가 청와대 민정수석 및 비서실장으로 재직할 당시 공안검사로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피해자와 반대되는 활동을 하여 온 피고인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피고인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방법으로 공정치 못한 인사를 하였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발언(이하 ‘인사불이익 발언’이라 한다) 부분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의 이 부분 발언이 인사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고 볼 수는 있을지언정 명예훼손죄를 구성할 만큼의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라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였다.
2.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관련 법리
1) 표현의 자유는 개인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유지하고 행복을 추구하며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헌법상 기본권이다(헌법재판소 1992. 2. 25. 선고 89헌가104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서로 다른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는 것은 민주주의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다. 다양한 의견은 창의성의 발현이며, 잘 차려진 풍요로운 밥상과 같다. 다양성은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요체이고, 비판이나 불이익을 무릅쓰고 자기의 의견을 고집하는 것도 허용되어야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2)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인 ‘사실의 적시’는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사실의 적시행위는 시간,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의 표현내용이 증거에 의해 증명 가능한 것을 가리킨다(대법원 1998. 3. 24. 선고 97도2956 판결 참조). 어느 표현이 주체와 행위를 지적하여 일견 의견 또는 논평을 표명함과 동시에 그의 전제가 되는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보이는 경우라도 그 표현의 전후 문맥과 그 표현이 이루어진 당시의 상황을 종합하여 볼 때, 그 표현이 비유적, 상상적이어서 다의적이고 구체적 내용, 일시, 장소, 목적, 방법 등이 불특정되어 일반적으로 수용될 핵심적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우며 독자에 따라 달리 볼 여지가 있는 등으로 입장표명이라는 요소가 결정적이라면 그 표현은 사실의 적시라고 볼 수는 없고 의견 또는 평가의 표명이라 할 것이다(대법원 2004. 2. 26. 선고 99도5190 판결 참조).
사람이나 단체가 가진 정치적 이념은 외부적으로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정치적 이념의 성질상 그들이 어떠한 이념을 가지고 있는지를 정확히 증명해 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다37524, 37531 판결 참조). 공방의 대상으로 된 좌와 우의 이념문제 등은 국가의 운명과 이에 따른 국민 개개인의 존재양식을 결정하는 중차대한 쟁점이고 이 논쟁에는 필연적으로 평가적인 요소가 수반되는 특성이 있으므로(대법원 2002. 12. 24. 선고 2000다14613 판결 등 참조), 정치적 이념에 관한 논쟁이나 토론에 법원이 직접 개입하여 사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이념은 사실문제이기는 하지만, 많은 경우 의견과 섞여 있어 논쟁과 평가 없이는 이에 대해 판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6165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3) 공론의 장에 나선 전면적 공적 인물의 경우에는 비판과 의혹의 제기를 감수해야 하고, 그러한 비판과 의혹에 대해서는 해명과 재반박을 통해서 이를 극복해야 하며,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상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따라서 공적 인물과 관련된 공적 관심사에 관하여 의혹을 제기하는 형태의 표현행위에 대해서는 일반인에 대한 경우와 달리 암시에 의한 사실의 적시로 평가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 공개적인 발언으로 인한 명예훼손죄 성립 여부가 문제 되는 경우 발언으로 인한 피해자가 공적 인물인지 사적 인물인지, 발언이 공적인 관심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지, 발언이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이나 사회성을 갖춘 사안에 관한 것으로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아닌지 등을 따져 보아 공적 인물에 대한 공적 관심사안과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 사이에 심사기준의 차이를 두어야 한다. 문제 된 표현이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보다 명예의 보호라는 인격권이 우선할 수 있으나, 공공적·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경우에는 이와 달리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한다(대법원 2021. 3. 25. 선고 2016도14995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과 기록에 의하면 알 수 있는 사실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공산주의자 발언은 피고인의 경험을 통한 피해자의 사상 또는 이념에 대한 피고인의 의견 내지 입장표명으로 봄이 타당하고, 이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라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한 위법한 행위라고 볼 수도 없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피해자는 부림사건의 재심 변호인이었음에도 공산주의자 발언에는 사실과 달리 피해자가 부림사건의 재심이 아닌 원사건의 변호인이었다는 발언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피해자가 부림사건의 변호인이었다는 사실이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는 내용으로 볼 수 없으므로, 공산주의자 발언에 사실과 달리 피해자가 부림사건 원사건의 변호인이라는 취지의 발언이 포함되었더라도 이러한 발언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 사실의 적시라고 볼 수 없다.
2) 피고인의 공산주의자 발언은 ‘피해자는 부림사건 변호인이자 공소외 2 정권 때 청와대에서 근무한 사람으로서 공산주의자이다. 피해자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는 공산주의가 된다고 확신하였다.’는 취지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가) 먼저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의 의미에 관하여 본다. ‘공산주의자’의 사전적 의미는 ‘사유재산제도의 부정과 공유재산제도의 실현으로 빈부의 차를 없애려는 사상을 가진 사람’이고, 여기서 ‘사상’이란 ‘판단, 추리를 거쳐서 생긴 생각의 내용’을 의미한다. 그런데 어느 한 개인이 공산주의자인지 여부는 그 개념의 속성상 그가 가지고 있는 생각에 대한 평가일 수밖에 없고, 공산주의자로서의 객관적·구체적 징표가 존재하는 것도 아닌 이상, 그에 대한 평가는 필연적으로 판단하는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상대적이어서 일반적으로 증거에 의하여 증명이 가능하다거나 시간적·공간적으로 특정되는 과거 또는 현재의 구체적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공산주의자’는 북한과 연관 지어 사용되기도 한다. 북한의 정치인, 북한 정권과 내통하는 사람 등 북한과 긴밀하게 연관된 사람을 지칭하기도 하고 북한 정권에 우호적인 사람, 북한 정권에 유화적인 정책을 주장하는 사람을 지칭하기도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개개인마다 정치적 이념에 따른 견해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한민국헌법의 기본원리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지 않는 한 북한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는 사람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이 북한과 연관 지어 사용되더라도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인 사정에 대한 언급이 없는 이상 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 사실의 적시라고 쉽사리 단정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전체적인 발언의 형식과 내용, 시기와 장소, 대상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한 것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사유재산제도 부정, 생산수단의 사회 구성원 공유 등 공산주의 체제의 핵심적인 내용들을 주장하거나 북한의 체제 또는 주의·주장을 지지·추종하는 자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공산주의자로 지칭하였더라도 이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 사실의 적시라고 보기 어렵다.
나) 다음 ‘피해자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공산주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였다.’는 취지의 발언에 관하여 본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전체적인 발언 내용, 발언 장소, 시기, 발언 대상, 형식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발언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피해자가 대통령이 될 경우 예상되는 정치적 상황에 대해 개인적인 견해를 축약적으로 밝힌 것에 불과하다. 이 역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3) 어떤 표현이 공적인 존재의 정치적 이념에 관한 것인 경우, 그 공적인 존재가 가진 국가·사회적 영향력이 크면 클수록 그 존재가 가진 정치적 이념은 국가의 운명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그 존재가 가진 정치적 이념은 더욱 철저히 공개되고 검증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은 그 개연성이 있는 한 광범위하게 문제제기가 허용되어야 하고 공개토론을 받아야 한다. 정확한 논증이나 공적인 판단이 내려지기 전이라 하여 그에 대한 의혹의 제기가 공적 존재의 명예보호라는 이름으로 봉쇄되어서는 안 되고, 찬반토론을 통한 경쟁과정에서 도태되도록 하는 것이 민주적이다(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다37524, 37531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2012. 12. 대통령선거에서 공소외 3 후보가 승리하였음을 자축하는 정치적인 모임에서 대부분 피고인과 입장을 같이하는 청중들을 상대로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 과거 오랜 기간 공안검사로 일해 왔던 경험을 토대로 야당 대통령후보였던 피해자의 정치적 이념이나 행보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앞서 본 공산주의자 발언을 하게 되었다. 위와 같은 피고인의 공산주의자 발언으로 인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나 정치적 입지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은 공적인 존재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비판적인 문제제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이러한 문제제기와 그에 대한 당부의 판단은 사회적 공론의 장에서 국민들이 서로 자유로운 의사교환을 통해 상호 검증과 논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다.
결국 이 사건 피고인의 행위는 공적 인물인 피해자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견교환과 논쟁을 통한 검증과정의 일환으로 보아야 한다. 이를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만을 부각하여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공산주의자 발언 부분에 대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명예훼손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인사불이익 발언 부분에 대한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명예훼손죄에서의 사실의 적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파기의 범위
위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위 파기 부분은 원심이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한 부분과 일죄의 관계에 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흥구(재판장) 김재형 안철상(주심) 노정희 |
226,993 | 부당이득금·부당이득금반환등 | 2020나14126(본소), 2021나10787(반소) | 20,210,916 | 선고 | 부산고등법원(창원) | 민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원고, 항소인 겸 피항소인】
원고 1 외 7인
【원고(반소피고), 항소인 겸 피항소인】
원고(반소피고) 1 외 4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의 담당변호사 노영실 외 2인)
【원고(반소피고), 항소인】
원고(반소피고) 6 (소송대리인 변호사 송진호)
【피고(반소원고), 피항소인 겸 항소인】
○○○○○지역주택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박정수 외 2인)
【피고, 피항소인】
유한회사 온누리산업개발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창해 담당변호사 조정현)
【제1심판결】
창원지방법원 2020. 10. 15. 선고 2019가합52860 판결
【변론종결】
2021. 6. 10.
【주 문】
1. 원고(반소피고) 6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반소피고)들 및 원고들과 피고(반소원고) ○○○○○지역주택조합 사이의 예비적 청구에 대한 제1심판결 중 금원지급청구 부분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피고(반소원고) ○○○○○지역주택조합은 원고(반소피고) 6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반소피고)들 및 원고들에게 별지1 ‘인용금액 계산 내역’의 ‘인용금액’란 기재 각 돈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별지2 ‘분양대금 납입 내역’의 ‘분양대금 납입 완료일’란 기재 각 날짜 다음날부터 2021. 9. 16.까지 연 5%,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나. 원고(반소피고) 6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반소피고)들 및 원고들의 피고(반소원고)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각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2. 피고(반소원고) ○○○○○지역주택조합이 이 법원에서 제기한 반소 청구에 따라, 원고(반소피고) 6은 피고(반소원고) ○○○○○지역주택조합에게 2,246,997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2. 8.부터 2021. 9. 16.까지 연 5%,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피고(반소원고) ○○○○○지역주택조합의 원고(반소피고) 6에 대한 나머지 반소 청구 및 원고(반소피고) 1, 원고(반소피고) 2, 원고(반소피고) 3, 원고(반소피고) 4, 원고(반소피고) 5에 대한 반소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4. 원고(반소피고) 6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반소피고)들 및 원고들의 피고(반소원고)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주위적 청구 부분 및 예비적 청구 중 조합원 지위 부존재 확인청구 부분에 대한 항소, 피고 유한회사 온누리산업개발에 대한 항소, 원고(반소피고) 6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5. 원고(반소피고) 6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반소피고)들 및 원고들과 피고(반소원고) ○○○○○지역주택조합 사이의 소송 총비용은 본소, 반소를 합하여 그 중 9/10는 위 원고(반소피고)들 및 원고들이, 1/10은 피고(반소원고) ○○○○○지역주택조합이 각 부담하고, 원고(반소피고) 6과 피고(반소원고) ○○○○○지역주택조합 사이의 소송 총비용은 본소, 반소를 합하여 원고(반소피고) 6이 부담하며, 원고(반소피고)들 및 원고들과 피고 유한회사 온누리산업개발 사이의 항소비용은 원고(반소피고)들 및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가. 원고들의 본소 청구취지
[주위적으로] 원고들 및 원고(반소피고)들[이하 원고들 및 원고(반소피고)들을 합하여 ’원고들‘이라 하고, 원고(반소피고)들에 대하여 ’반소피고‘ 표시를 생략한다]에게, 피고(반소원고) ○○○○○지역주택조합(이하 ‘피고 조합’이라 한다)은 별지3 ‘변경 전 청구금액 내역’의 ‘납입금액 합계’란 기재 각 돈 및 그 중 같은 별지의 ‘납입금액’란 기재 각 돈에 대하여 같은 별지의 각 ‘납입일’란에 해당하는 날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 연 5%,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고, 피고 유한회사 온누리산업개발(이하 ‘피고 온누리산업개발’이라 한다)은 피고 조합과 연대하여 위 돈 중 별지4 ‘변경 후 청구금액 내역’의 ‘납입금액 합계’란 기재 각 돈 및 그 중 같은 별지의 ‘납입금액’란 기재 각 돈에 대하여 같은 별지의 ‘납입일’란에 해당하는 날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 연 5%,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예비적으로] 원고들은 피고 조합의 조합원이 아님을 확인한다. 피고 조합은 원고들에게 별지4 ‘변경 후 청구금액 내역’의 ‘납입금액 합계’란 기재 각 돈 및 그 중 같은 별지의 ‘납입금액’란 기재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나. 피고 조합의 반소 청구취지
피고 조합에게, 원고(반소피고) 1은 1,169,614원, 원고(반소피고) 2는 101,574원, 원고(반소피고) 3은 175,233원, 원고(반소피고) 6은 3,435,057원, 원고(반소피고) 4는 245,803원, 원고(반소피고) 5는 101,574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19. 11. 18.부터 이 사건 반소장부본 송달일까지 연 5%,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가. 원고들
제1심판결 중 원고들에 대한 부분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주위적으로,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들에게 별지4 ‘변경 후 청구금액 내역’의 ‘납입금액 합계’란 기재 각 돈 및 그 중 같은 별지의 ‘납입금액’란 기재 각 돈에 대하여 같은 별지의 ‘납입일’란에 해당하는 날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 연 5%,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예비적으로, 원고들은 피고 조합의 조합원이 아님을 확인한다. 피고 조합은 원고들에게 별지4 ‘변경 후 청구금액 내역’의 ‘납입금액 합계’란 기재 각 돈 및 그 중 같은 별지의 ‘납입금액’란 기재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나. 피고 조합
제1심판결 중 원고(반소피고) 6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피고 조합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위 원고들의 피고 조합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제1심판결의 인용
이 법원이 이 사건에 관하여 적을 이유는, 아래 제2항과 같이 고쳐 쓰고 제3항과 같이 피고 조합의 반소 청구에 대하여 추가로 판단하는 외에는 제1심판결의 이유 중 원고들 해당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고쳐 쓰는 부분
○ 제1심판결문 제17면 제1행의 ‘2. 주위적 청구에 관하여’를 ‘3. 본소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으로 고쳐 쓴다.
○ 제1심판결문 제18면 밑에서 제4행부터 제21면 밑에서 제4행까지를 아래와 같이 고쳐 쓴다.
『나) 원고 4(대법원 판결의 원고 4), 원고(반소피고) 4(대법원 판결의 원고(반소피고) 4)의 주장에 관하여
(1) 원고 4, 원고(반소피고) 4가 피고 조합과 사이에 이 사건 각 가입계약을 체결한 2015. 4. 27. 및 2014. 9. 19 당시 시행되던 구 주택법 제32조 제5항 및 동 시행령 제38조 제1항 제1호에서는 지역주택조합의 주택조합설립인가신청일부터 해당 주택조합의 입주가능일까지 세대주 전원이 주택을 소유하지 아니하거나 세대원 중 1인에 한하여 주거전용면적 60㎡ 이하의 주택 1채를 소유한 세대의 세대주에 한하여 조합원이 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였고, 한편 주택소유 여부를 판단할 때 분양권 등을 갖고 있거나 주택 또는 분양권 등의 공유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주택법 시행규칙 제8조 제2항 제2호,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53조).
(2) 먼저 이 사건 각 가입계약 및 피고 조합의 규약에서 위와 같은 법령상 조합원 자격 요건을 피고 조합의 조합원 자격 요건으로 정하면서 위 자격 요건에 해당하지 않게 된 조합원의 조합원 자격이 자동 상실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갑 제12호증의 3, 4, 제19호증의 2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 4는 이 사건 가입계약 체결 당시 김해시 (주소 1 생략), 김해시 (주소 2 생략) 등 2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었던 사실, 원고(반소피고) 4는 이 사건 가입계약 체결 당시 세대주로서 주택 1채(주소 3 생략)의 수분양자 지위에 있었고 그 배우자로서 세대원인 소외인 역시 다른 주택 1채(주소 4 생략)의 수분양자 지위에 있었던 사실이 각 인정되므로, 원고 4, 원고(반소피고) 4가 이 사건 각 가입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각 가입계약 및 피고 조합의 규약에 규정된 조합원 자격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고 볼 수는 있다.
(3) 그러나 주택조합의 조합원 자격에 관한 주택법이나 그 시행령 등의 규정은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없는 규정이지만(대법원 2020. 9. 7. 선고 2020다237100 판결 등 참조), 이는 단순한 단속규정에 불과할 뿐 효력규정은 아니므로 당사자 사이의 약정이 이에 위배된다고 하더라도 그 약정이 당연 무효라고 할 수는 없고(대법원 2011. 12. 8. 선고 2011다5547 판결 등 참조), 다만 당사자가 통정하여 위와 같은 단속규정을 위반하는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비로소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하게 된다(대법원 1993. 7. 27. 선고 93다2926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2다44839 판결 등 참조).
그렇다면 설령 원고 4, 원고(반소피고) 4가 이 사건 각 가입계약을 체결할 당시 2채의 주택을 소유하여 주택법령, 이 사건 각 가입계약 및 피고 조합의 규약에 따른 조합원 자격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원고 4, 원고(반소피고) 4와 피고 조합이 통정하여 이 사건 각 가입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상, 이로써 이 사건 각 가입계약이 당연 무효라고 할 수 없다.
(4) 따라서 이 사건 각 가입계약이 당연 무효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 4, 원고(반소피고) 4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 제1심판결문 제25면 제13행의 ‘3. 예비적 청구에 관하여’를 ‘4. 본소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으로 고쳐 쓴다.
○ 제1심판결 이유 부분 제3의 나.1)항을 아래와 같이 고쳐 쓴다.
『1) 공제 범위에 관한 판단
가) 원고들 주장의 요지
피고 조합이 원고들에 대한 납입금 환불 시 행정용역비, 공동분담금, 중도금 대출이자 등 각종 비용(이하 ‘공제 대상 비용’이라 한다)을 공제함에 있어 원고들이 조합원 지위를 상실한 시점까지 발생한 공제 대상 비용에 한하여 공제할 수 있을 뿐 그 이후 발생한 공제 대상 비용은 공제 범위에서 제외되어야 하며, 특히 애당초 조합원 자격이 없이 조합 가입계약을 체결한 원고 4, 원고(반소피고) 4에 대하여서는 공제 대상 비용이 전혀 발생하지 아니하였다. 그렇다면 원고 4, 원고(반소피고) 4의 경우에는 공제 대상 비용이 존재하지 아니하고, 나머지 원고들의 경우에는 각 조합원 지위 상실일 이전에 발생한 공제 대상 비용의 범위에서 공제가 허용될 뿐 이를 초과하는 부분은 공제 범위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나) 판단
(1) 설령 원고들 주장과 같이 원고들이 조합 가입계약 체결 당시부터 조합원 자격이 없었다거나 납입금 환불 시점 이전에 조합원 지위를 상실하였다 하더라도, 환불되는 납입금에서 공제되어야 할 공제 대상 비용은 납입금 환불 시점을 기준으로 그때까지 발생한 공제 대상 비용 전액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이 이 사건 각 가입계약 체결 당시부터 조합원 자격이 없었는지 또는 계약 체결 후 사후적으로 조합원 자격을 상실하였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이 사건 각 가입계약이 당연 무효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조합원 자격 상실에 따른 법률관계를 이 사건 각 가입계약 및 피고 조합의 규약에 규정하여 규율하는 것은 계약자유의 원칙 및 사적자치의 원칙상 당연히 허용된다.
(나) 주택법상 지역주택조합사업은 통상 지역주택조합 설립 전에 미리 다수의 조합원을 모집하면서 그 분담금 등으로 사업부지를 확보하고 사업승인을 얻어 아파트 등 주택을 건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므로, 조합과 다수의 조합원들 사이에서 획일적이고 예측 가능한 법률관계를 형성하고 사업 진행을 위한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 자격 부존재 또는 상실에 따른 법률관계 역시 조합 가입계약이나 조합 규약에 미리 규정하여 조합 가입계약을 체결한 사람들 전부에 대하여 이를 통일적으로 적용하고 종국적으로 조합원 자격을 보유하지 못한 사람에 대하여서도 합리적인 범위에서 사업 진행을 위한 비용을 부담시킬 필요가 있다.
(다) 한편 피고 조합과 같은 지역주택조합이 조합원으로 가입하려는 사람의 세대주 여부나 주택 소유 여부 등 조합원 자격을 확인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고 볼 법령상 근거가 없으며, 반면 조합원으로 가입하려고 하는 사람은 계약 체결 전에 관계 법령의 규정과 조합규약을 통해 자신이 조합원 자격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 및 애당초 조합원 자격이 없던 사람과 계약 체결 후 사후적으로 조합원 자격을 상실한 사람을 지역주택조합사업 비용 부담에 있어 달리 취급할 합리적 이유가 없는 점, 애당초 조합원 자격이 없던 사람들에 대하여 비용을 전혀 부담시킬 수 없다면 이들은 사업 진행 상황의 유, 불리에 따라 언제든지 조합원 자격 부존재를 주장하여 납입금 전액을 회수하게 되어 피고 조합에게 불측의 손해가 생기고 정당한 자격을 갖춘 다른 조합원들의 비용 부담이 증가하게 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애당초 조합원 자격이 없이 조합 가입계약을 체결한 사람들에 대하여도 사후적으로 조합원 자격을 상실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 각 가입계약 및 피고 조합의 규약에 규정된 바에 따라 사업 진행을 위한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이 타당하다.
(라)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가입계약 및 피고 조합의 규약에서는 조합원의 자격 상실에 따른 납입금 환불 시 공제 대상 비용을 공제한다고 규정하면서 공제 대상까지 열거하고 있으므로 결국 원고들의 조합원 자격 상실에 따른 납입금 환불액 및 공제 대상 비용의 액수는 이 사건 각 가입계약 및 피고 조합의 규약의 위 규정에 따라 산정해야 한다.
(마) 그런데 이 사건 각 가입계약 및 피고 조합의 규약에서는 조합원의 자격 상실에 따른 납입금 환불에 있어 공제액을 산정하는 시점에 관하여는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이러한 사정에다가 조합원 자격 상실 시점을 기준으로 공제액을 산정할 경우 조합원마다 공제액이 달라져 법률관계가 복잡하게 되고 공제 대상 비용의 발생 시점과 조합원 자격 상실 시점의 선후 관계를 명확히 밝히기도 어려운 점, 조합원 자격 상실 시점을 기준으로 공제액을 산정하면 애당초 조합원 자격이 없었거나 이른 시기에 조합원 자격을 상실한 사람은 사업 진행을 위한 비용을 부담하지 않거나 극히 일부만 부담하게 되어 조합원 자격을 상실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형평에 반하게 되며, 주택조합이 과거에 이미 소모한 비용을 소급하여 반환함으로써 주택조합의 재정 상태가 악화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조합 가입계약상의 납입금 환불 시점을 기준으로 그때까지 발생한 공제 대상 비용의 액수를 산정하여 피고 조합으로 하여금 이를 공제하고 남은 돈을 원고들에게 환불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2) 따라서 이 부분 원고들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고, 아래에서는 조합계약상의 납입금 환불 시점을 기준으로 그때까지 발생한 공제 대상 비용 전액을 공제 범위에 포함시키도록 한다.』
○ 제1심판결 이유 부분 제3의 나.3)항을 아래와 같이 고쳐 쓴다.
『3) 이행기 도래 여부
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가입계약서 제10조 제1항은 ‘최종 잔여액의 환불시기는 조합원 총회를 통해 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해약(탈퇴)분 동·호수가 제3의 조합원이나 일반 분양자로 대체되어 입금이 완료된 상황에 따라서는 조합의 이사회 의결을 통해 환불 시기를 별도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피고 조합의 규약 제12조 제4항은 ‘환불시기에 대해서는 조합총회 또는 조합이사회를 통해 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해약분에 대한 동·호수에 조합원이나 일반분양자가 대체되어 입금이 완료된 상황에 따라서는 이사회를 통해 환불시기를 별도로 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에다가 피고 조합 총회 또는 이사회에서 환불 의무의 이행기를 정하는 결의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조합 가입계약과 규약의 내용을 기초로 이를 특정할 필요가 있는 점을 종합하여 보면, 결국 ① 피고 조합 총회 또는 이사회 결의에서 환불 의무의 이행기를 정하면 이에 따르고, ② 만약 이러한 결의가 없는 경우에는 조합원 지위를 상실한 당해 조합원이 분양받았던 주택에 대하여 다른 조합원이나 일반분양자와 새롭게 분양계약이 체결되어 그 분양대금의 입금이 완료된 시점이 환불 의무의 이행기가 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나) 그런데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 조합이 총회 또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환불 의무의 이행기를 정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을가 제20호증의 1 내지 14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들이 분양받았던 각 주택에 대하여 제3자와 새롭게 분양계약이 체결되어 별지2 ‘분양대금 납입 내역’의 ‘분양대금 납입 완료일’란 기재 일시에 그 분양대금의 납입이 완료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결국 피고 조합의 원고들에 대한 납입금 환불 의무의 이행기는 위 별지의 ‘분양대금 납입 완료일’란 기재 각 일시에 도래한다 할 것이다.
다) 한편 원고들은 이 사건 각 가입계약서 제10조 제1항 및 조합규약 제12조 제4항에서 분담금의 반환시기를 ‘해당 동·호수가 제3의 조합원이나 일반분양자로 대체되어 입금이 완료된’ 때로 정한 것은 조합원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공정성을 잃은 조항으로서 약관규제법 제6조 제1항, 제2항 제1호 등에 따라 무효로 된다고 주장하나, ㉠ 자격을 상실한 조합원에 대하여 즉시 분담금을 반환해야 하면 조합 재원의 유출로 재정적 부담이 발생하고 이로 인하여 다른 조합원의 이익이 침해될 위험이 있으므로, 이러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분담금의 반환 시기에 관하여 일정한 제한을 가할 필요가 있는 점, ㉡ 분담금 반환 시기 제한규정은 피고 조합의 분담금 반환의무 자체를 면제하거나 부당하게 경감하는 내용이 아니라 그 반환 시기만을 제한하고 있는 점, ㉢ 위 규정은 조합원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제 또는 해지되거나 조합원이 임의로 탈퇴하는 경우 등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분담금 반환 시기 제한규정이 약관규제법 제6조 제1항, 제2항 제1호 등에 반하여 무효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들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 제1심판결 이유 부분 제3의 나.4)가)(3)항을 아래와 같이 고쳐 쓴다.
『(3) 따라서 조합규약 제12조 제4항, 이 사건 가입계약 제16조 제4항, 제10조 제1항에 따라 피고 조합이 원고들에게 환불할 조합원 분담금 중 행정용역비, 위약금, 토지 등 취득세, 신탁등기(변경) 해지비용, 연체료 중도금 대출이자 등을 공제하기 전의 금액은 별지1 ’인용금액 계산 내역‘의 ’납입금‘란 기재와 같다.』
○ 제1심판결 이유 부분 제3의 나.4)의 사)항 내지 자)항을 아래와 같이 고쳐 쓴다.
『사) 토지 등 취득세 및 신탁등기(변경) 해지비
(1) 피고 조합이 이 사건 사업부지 등을 취득하기 위하여 지출한 취득세
(가) 이 사건 각 가입계약 제10조 제1항은 반환할 분담금에서 공제할 금원으로 ‘토지 등 취득세’를 포함하고 있는데, 지방교육세 및 농어촌특별세는 취득세의 납세의무자에게 함께 부과되는 것이므로, 이 사건 각 가입계약 제10조 제1항에 정한 ‘토지 등 취득세’에는 지방교육세 및 농어촌특별세도 포함된다고 봄이 상당하다(따라서 이하 취득세, 지방교육세 및 농어촌특별세를 통틀어 ‘취득세 등’이라 한다). 나아가 을가 제17호증의 1, 2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 조합은 이 사건 주택건설사업을 위하여 취득세 등으로 총 2,423,914,090원을 지출한 사실이 인정된다.
(나) 피고 조합은, 취득세 등의 합계액 이외에 가등기설정비용, 토지채권비용, 상속등기비용, 명도소송비용, 매도청구소송비용, 근저당권말소등기비용, 법무사비용 등 피고 조합이 법무사에게 지급한 금액 전부가 공제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가입계약 제10조 제1항에는 환불할 조합원 분담금에서 공제할 금액을 ‘토지 등 취득세’라고 규정하고 있고 피고 조합이 조합원 지위를 상실한 조합원들에게 환불할 조합원 분담금에서 공제할 ‘공동분담금’의 범위는 이를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 조합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반소피고) 4와 피고 조합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공급계약 제14조 제3항은 계약 해제 시 반환할 조합원 분담금에서 공제할 공동분담금에 관하여 ‘사업부지의 소유권이전비용, 제세금, 기타 부담금 등’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위 규정의 ‘사업부지의 소유권이전비용, 제세금, 기타 부담금 등’의 의미가 명확하지 아니하여 공제될 항목의 범위를 예측하기 어려운 점, 이 사건 공급계약은 이 사건 가입계약의 내용을 일부 보충하기 위하여 체결된 것으로 이 사건 공급계약 체결에 불구하고 이와 모순되지 않는 범위에서 이 사건 가입계약이 적용되며 공제의 범위는 이 사건 가입계약 제10조 제1항에 보다 명확히 규정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반소피고) 4의 경우에도 위와 같이 이 사건 가입계약 제10조 제1항에 따라 공제의 범위를 정해야 한다).
(2) 신탁등기(변경) 해지 비용
을가 제14호증의 26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 조합이 신탁등기비용으로 합계 30,000,000원을 지출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 돈은 이 사건 각 가입계약 제10조 제1항에 따라 환불할 조합원 분담금에서 공제되어야 한다.
(3) 취득세 등 및 신탁등기(변경) 해지 비용의 원고별 배분
(가)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주택건설사업에 따른 주택형 별 모집세대 수 및 전용면적은 아래 표 ‘모집세대’ 및 ‘전용면적’란 기재와 같은 사실이 인정되므로, 취득세 등 및 신탁등기(변경) 해지 비용의 원고 별 분담액은 취득세 등과 신탁등기(변경) 해지 비용의 합계액 2,453,914,090원(= 2,423,914,090원 + 30,000,000원)을 각 주택형 별로 그 전용면적 합계에 비례하여 안분하고 이를 다시 각 주택형의 세대수에 비례하여 안분하는 방법으로 산정한 아래 표 ‘세대별 배분금액’란 기재와 같다[계산식: 2,453,914,090원 × (주택형 별 전용면적 합계 ÷ 총 면적 합계) ÷ 주택형 별 세대수, 원 미만 버림].
주택형모집세대전용면적주택형 별 전용면적 합계세대별 배분금액59A9859.9793㎡5,877.9714㎡1,853,525원59B14359.9738㎡8,576.2534㎡1,853,355원59C27759.9633㎡16,609.8341㎡1,853,030원74A22474.9527㎡16,789.4048㎡2,316,244원74B7874.415㎡5,804.37㎡2,299,628원8430384.9828㎡25,749.7884㎡2,626,202원합계1,123?79,407.6221㎡?
(나) 따라서 피고 조합이 원고들에게 환불할 조합원 분담금에서 공제되어야 할 취득세 등 합계액 및 신탁등기(변경) 해지비용은 별지1 ‘인용금액 계산 내역’의 ‘취득세 등’란 기재 금액과 같다.
아) 피고 조합이 원고들에게 환불할 납입금의 액수
(1) 원고(반소피고) 6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
위 원고들이 피고 조합에 납입한 제 납입금에서 위약금, 행정용역비, 중도금 대출이자, 연체료, 토지 등 취득세, 신탁등기(변경) 해지비용 등을 각 공제한 금액은 별지1 ‘인용금액 계산 내역’의 ‘인용금액’란 기재 금액과 같으므로, 피고 조합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원고들에게 위 ‘인용금액’란 기재 각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 조합은 제1심판결 선고 이후 제1심판결의 판결금을 모두 변제하는 취지의 변제공탁을 하였으므로, 피고 조합의 원고들에 대한 조합원 분담금 반환 채무가 모두 소멸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가집행선고부 제1심판결이 선고된 후 패소한 당사자가 판결인용금액을 변제공탁하고 승소한 당사자가 이를 수령하였으나 패소한 당사자가 항소심에서 항소를 제기하면서 제1심에서 인용된 금액에 대하여 다투는 경우 그 금원은 비록 변제공탁이라는 형식을 취하였으나 패소한 당사자가 제1심판결에 붙은 가집행에 기한 강제집행을 면하기 위하여 공탁한 것이라고 할 것이지 그 금액 상당의 채무가 있음을 인정하고 임의로 변제제공을 하였으나 승소한 당사자가 수령을 하지 아니하여 변제공탁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대법원 1994. 11. 11. 선고 94다22446 판결 참조). 그런데 피고 조합이 이 사건에서 원고들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하여 제1심 인용 금액에 대하여 다투고 있음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위 공탁에 의하여 원고들에 대한 채무 소멸의 효과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 조합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원고(반소피고) 6
원고(반소피고) 6이 피고 조합에 납입한 제 납입금에서 별지1 ‘인용금액 계산 내역’과 같이 위약금, 행정용역비, 중도금 대출이자, 연체료, 토지 등 취득세, 신탁등기(변경) 해지비용 등을 각 공제하면 피고 조합이 환불할 납입금은 남지 않게 되므로, 피고 조합의 원고(반소피고) 6에 대한 조합원 분담금 반환 의무는 소멸하였다.
자) 소결론
따라서 피고 조합은 원고 1(대법원 판결의 원고 1), 원고(반소피고) 1(대법원 판결의 원고(반소피고) 1), 원고 2(대법원 판결의 원고 2), 원고(반소피고) 2(대법원 판결의 원고(반소피고) 2), 원고(반소피고) 3(대법원 판결의 원고(반소피고) 3), 원고 3(대법원 판결의 원고 3), 원고 4, 원고 5(대법원 판결의 원고 5), 원고 6(대법원 판결의 원고 6), 원고 7(대법원 판결의 원고 7), 원고(반소피고) 4, 원고(반소피고) 5(대법원 판결의 원고(반소피고) 5), 원고 8(대법원 판결의 원고 8)에게 별지1 ‘인용금액 계산 내역’의 ‘인용금액’란 기재 각 돈 및 이에 대하여 위 원고들에 대한 조합원 분담금 환불의무 이행기인 별지2 ‘분양대금 납입 내역’의 ‘분양대금 납입 완료일’란 기재 각 날짜 다음날부터 피고 조합이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1. 9. 16.까지 민법이 정한 연 5%,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피고 조합의 반소 청구에 관한 판단
가. 피고 조합 주장의 요지
피고 조합은 원고(반소피고) 1, 원고(반소피고) 2, 원고(반소피고) 3, 원고(반소피고) 6, 원고(반소피고) 4, 원고(반소피고) 5와 사이의 이 사건 각 가입계약의 해지로 인하여 위 원고들이 납부한 조합원 분담금을 반환함에 있어 총 분담금 10% 상당의 위약금, 업무대행비, 연체료, 중도금 대출이자, 보증료·인지세, 브릿지론 대출이자, 토지 등 취·등록비용 등(이하 ‘공제 대상 비용’이라 한다)을 공제한 후 이를 반환할 의무가 있는데, 위 원고들이 부담할 공제 대상 비용이 피고 조합이 기존에 납부받은 조합원 분담금을 초과하므로, 그 차액에 해당하는 돈으로, 원고(반소피고) 1은 1,169,614원, 원고(반소피고) 2는 101,574원, 원고(반소피고) 3은 175,233원, 원고(반소피고) 6은 3,435,057원, 원고(반소피고) 4는 245,803원, 원고(반소피고) 5는 101,574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피고 조합에게 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위 원고들은 이 사건 반소가 위 원고들의 동의 없이 항소심에서 제기된 것으로 부적법한 반소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항소심에서의 반소는 민사소송법 제412조 제1항에 의하여 상대방의 심급의 이익을 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 또는 상대방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 제기할 수 있으며, 여기서 ‘상대방의 심급의 이익을 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라 함은 반소청구의 기초를 이루는 실질적인 쟁점이 제1심에서 본소의 청구원인 또는 방어방법과 관련하여 충분히 심리되어 상대방에게 제1심에서의 심급의 이익을 잃게 할 염려가 없는 경우를 말하는데[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2다106850(본소), 2012다106867(반소) 판결 등 참조], 피고 조합이 반소로서 주장하고 있는 청구원인은 위 원고들이 본소로 주장하는 청구원인에 대한 방어방법으로 제1심에서 충분히 심리되었음이 기록상 명백하므로, 이 사건 반소 제기가 위 원고들의 심급의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 조합의 이 사건 반소 제기는 위 원고들의 동의 여부를 불문하고 적법하다 하겠으며, 이에 반하는 위 원고들의 본안 전 항변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 본안에 관한 판단
1) 원고(반소피고) 1, 원고(반소피고) 2, 원고(반소피고) 3, 원고(반소피고) 4, 원고(반소피고) 5의 경우 위 원고들이 부담할 공제 대상 비용이 피고 조합이 기존에 납부받은 조합원 분담금에 미치지 못하며, 원고(반소피고) 6의 경우에만 원고(반소피고) 6이 부담할 공제 대상 비용이 41,176,997원으로 피고 조합이 기존에 납부받은 조합원 분담금 38,930,000원을 초과함은 앞서 본소 부분에서 본 바와 같다.
2) 그렇다면 피고 조합의 원고(반소피고) 1, 원고(반소피고) 2, 원고(반소피고) 3, 원고(반소피고) 4, 원고(반소피고) 5에 대한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고, 다만 원고(반소피고) 6은 피고 조합에게 위 공제 대상 비용과 조합원 분담금의 차액인 2,246,997원(= 41,176,997원 - 38,93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반소피고) 6에 대한 조합원 분담금 환불의무 이행기의 다음날인 앞서 본 2020. 2. 8.부터 원고(반소피고) 6이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1. 9. 16.까지 민법이 정한 연 5%,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피고 조합은 중도금 대출이자 계산 기준일인 2019. 11. 17.의 다음날인 2019. 11. 18.부터 2020. 2. 7.까지 사이의 기간에 대하여서도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고 있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조합은 조합원 분담금 환불의무의 이행기를 기준으로 그때까지 발생한 공제 대상 비용을 공제하여 잔액이 있으면 이를 조합원에게 반환하고 오히려 공제 대상 비용이 다액이면 조합원을 상대로 그 차액의 지급을 구할 수 있으므로, 위 차액의 지급 의무 역시 조합원 분담금 환불의무와 이행기가 동일하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부분 피고 조합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 조합에 대한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고, 예비적 청구 중 조합원 지위 부존재 확인청구 부분은 부적법하므로 각하하여야 한다. 원고 1, 원고(반소피고) 1, 원고 2, 원고(반소피고) 2, 원고(반소피고) 3, 원고 3, 원고 4, 원고 5, 원고 6, 원고 7, 원고(반소피고) 4, 원고(반소피고) 5, 원고 8의 피고 조합에 대한 예비적 청구 중 금원지급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며, 원고(반소피고) 6의 피고 조합에 대한 예비적 청구 중 금원지급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여야 한다. 원고들의 피고 온누리산업개발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피고 조합의 원고(반소피고) 6에 대한 반소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반소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며, 원고(반소피고) 1, 원고(반소피고) 2, 원고(반소피고) 3, 원고(반소피고) 4, 원고(반소피고) 5에 대한 반소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따라서 원고(반소피고) 6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과 피고 조합 사이의 예비적 청구에 대한 제1심판결 중 금원지급청구 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 조합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위 제1심판결 부분을 주문과 같이 변경한다. 피고 조합이 이 법원에서 제기한 원고(반소피고) 6에 대한 반소 청구에 따라 원고(반소피고) 6에게 주문 기재 돈의 지급을 명하며, 피고 조합의 원고(반소피고) 6에 대한 나머지 반소 청구 및 원고(반소피고) 1, 원고(반소피고) 2, 원고(반소피고) 3, 원고(반소피고) 4, 원고(반소피고) 5에 대한 각 반소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한다. 원고(반소피고) 6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의 피고 조합에 대한 주위적 청구 부분 및 예비적 청구 중 조합원 지위 부존재 확인청구 부분에 대한 항소, 피고 온누리산업개발에 대한 항소, 원고(반소피고) 6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모두 기각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김관용(재판장) 최승원 이상완 |
217,775 | 조례안재의결무효확인 | 2020추5138 | 20,210,916 | 선고 | 대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1] 시ㆍ도교육청의 직속기관을 포함한 행정기구의 설치가 조례로 결정할 사항인지 여부(적극) 및 지방교육행정기관의 행정기구 설치와 관련하여 교육감과 지방의회가 가지는 권한 / 지방의회가 집행기관의 고유 권한에 속하는 사항의 행사에 관하여 사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개입이 허용되는 범위 [2] 전라북도의회가 의결한 ‘전라북도교육청 행정기구 설치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에 대하여 전라북도 교육감이 재의를 요구하였으나 전라북도의회가 위 조례 개정안을 원안대로 재의결함으로써 확정한 사안에서, 위 조례 개정안이 교육감의 지방교육행정기관 조직편성권을 부당하게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 [1] 지방자치법 제22조 본문, 제113조, 지방자치법 시행령 제75조,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1항, 제32조, 지방교육행정기관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3조 제1항 제2호, 제3호, 제25조 제1항, 제2항의 규정 내용을 종합하면, 시ㆍ도교육청의 직속기관을 포함한 지방교육행정기관의 행정기구(이하 ‘기구’라 한다)의 설치는 기본적으로 법령의 범위 안에서 조례로써 결정할 사항이다. 교육감은 시ㆍ도의 교육ㆍ학예에 관한 사무를 집행하는 데 필요한 때에는 법령 또는 조례가 정하는 바에 따라 기구를 직접 설치할 권한과 이를 위한 조례안의 제안권을 가지며, 설치된 기구 전반에 대하여 조직편성권을 가질 뿐이다. 지방의회는 교육감의 지방교육행정기구 설치권한과 조직편성권을 견제하기 위하여 조례로써 직접 교육행정기관을 설치ㆍ폐지하거나 교육감이 조례안으로써 제안한 기구의 축소, 통폐합, 정원 감축의 권한을 가진다. 지방자치법상 지방자치단체의 집행기관과 지방의회는 서로 분립되어 각기 그 고유 권한을 행사하되 상호 견제의 범위 내에서 상대방의 권한 행사에 대한 관여가 허용된다. 지방의회는 집행기관의 고유 권한에 속하는 사항의 행사에 관하여 사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나, 견제의 범위 내에서 소극적ㆍ사후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허용된다. [2] 전라북도의회가 의결한 ‘전라북도교육청 행정기구 설치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에 대하여 전라북도 교육감이 재의를 요구하였으나 전라북도의회가 위 조례 개정안을 원안대로 재의결함으로써 확정한 사안에서, 위 조례 개정안은 직속기관들이 전라북도교육청 소속임을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해당 직속기관의 명칭에 ‘교육청’을 추가하거나 지역 명칭을 일부 변경하는 것에 불과한데,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에 따르면, 직속기관의 명칭을 결정하는 것이 교육감의 고유 권한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는 반면, 지방의회가 ‘이미 설치된 교육청의 직속기관’의 명칭을 변경하는 것은 사후적ㆍ소극적 개입에 해당하므로, 위 조례 개정안이 자치사무에 관하여 법령의 범위 안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는 ‘지방의회의 포괄적인 조례 제정 권한’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위 조례 개정안이 교육감의 지방교육행정기관 조직편성권을 부당하게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 [1] 지방자치법 제22조, 제113조, 지방자치법 시행령 제75조,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1항, 제32조, 지방교육행정기관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3조 제1항 제2호, 제3호, 제25조 제1항, 제2항 / [2] 지방자치법 제22조, 제113조, 지방자치법 시행령 제75조,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1항, 제32조, 지방교육행정기관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3조 제1항 제2호, 제3호, 제25조 제1항, 제2항 | [1] 대법원 2005. 8. 19. 선고 2005추48 판결(공2005하, 1517),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9추53 판결(공2009하, 1783) | 【원 고】
전라북도교육감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덕수 담당변호사 윤천우)
【피 고】
전라북도의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온고을 담당변호사 남준희 외 7인)
【변론종결】
2021. 7. 15.
【주 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20. 6. 24. ‘전라북도교육청 행정기구 설치 조례 일부 개정안’에 관하여 한 재의결은 효력이 없다.
【이 유】
1. 이 사건 조례 개정안의 재의결 경위와 내용
갑 제1 내지 제7호증의 3, 갑 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는 2020. 5. 8. ‘전라북도교육청 행정기구 설치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이하 ‘이 사건 조례 개정안’이라고 한다)을 의결하여 2020. 5. 11. 원고에게 이송하였다. 원고는 2020. 5. 29. 피고에게 “이 사건 조례 개정안이 법령위반, 월권(越權), 현저한 공익침해에 해당한다.”라는 이유로 재의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2020. 6. 24. 이 사건 조례 개정안을 원안대로 재의결함으로써 확정하였다.
나. 이 사건 조례 개정안은 전라북도교육청 직속기관들의 명칭을, ① 전라북도교육연수원은 전라북도교육청교육연수원으로, 전라북도과학교육원은 전라북도교육청과학교육원으로, 전라북도교육연구정보원은 전라북도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으로, 전라북도학생수련원은 전라북도교육청학생수련원으로, 전라북도학생해양수련원은 전라북도교육청학생해양수련원으로, 전라북도유아교육진흥원은 전라북도교육청유아교육진흥원으로, ② 전라북도교육문화회관, 마한교육문화회관, 마한교육문화회관 함열분관은 각 전주교육문화회관, 익산교육문화회관, 익산교육문화회관 함열분관으로 각 변경하는 내용이다(이와 같이 이 사건 조례 개정안을 통해 명칭이 변경된 기관을 이하 ‘이 사건 직속기관들’이라고 통칭한다).
2. 이 사건 조례 개정안이 원고의 권한을 침해하는지 여부
가.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하 ‘교육자치법’이라고 한다) 제3조에 따라 준용되는 지방자치법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고(제22조 본문), 그 소관 사무의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이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교육훈련기관을 직속기관으로 설치할 수 있다(제113조). 그 위임에 따른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는 소관 사무의 성격상 별도의 전문기관에서 수행하는 것이 효율적인 경우에는 지방자치법 제113조에 따라 조례로 직속기관을 설치할 수 있다(제75조).
교육자치법에 의하면, 시ㆍ도의 교육ㆍ학예에 관한 사무의 집행기관으로 시ㆍ도에 교육감을 두며(제18조 제1항), 교육감은 그 소관 사무의 범위 안에서 필요한 때에는 대통령령 또는 조례가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기관을 설치할 수 있다(제32조). 그 위임에 따른 대통령령인「지방교육행정기관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하면, 교육감은 ‘지방교육행정기관의 행정기구’(이하 ‘기구’라고 한다)와 정원에 관한 조례안을 해당 지방의회에 제안할 때에는 교육부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기구와 정원의 조정으로 인하여 추가로 드는 경비를 나타내야 하고(제25조 제1항), 지방의회는 교육감이 제안한 기구와 정원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할 때 지방교육행정조직의 합리적 운영과 건전한 재정 운영을 위하여 기구를 축소하거나 통폐합하는 것, 정원을 감축하는 것을 의결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미리 교육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제25조 제2항). 교육감은 기구를 관리할 때 지방교육행정기관의 조직이 서로 기능상 중복되지 않도록 하며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편성하여야 하고, 지방교육행정기관의 기능과 업무량이 변경되는 경우에는 그에 따라 지방교육행정기관의 조직과 정원도 조정하여야 한다(제3조 제1항 제2호, 제3호).
이와 같은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을 종합하면, 시ㆍ도교육청의 직속기관을 포함한 기구의 설치는 기본적으로 법령의 범위 안에서 조례로써 결정할 사항이다. 교육감은 시ㆍ도의 교육ㆍ학예에 관한 사무를 집행하는 데 필요한 때에는 법령 또는 조례가 정하는 바에 따라 기구를 직접 설치할 권한과 이를 위한 조례안의 제안권을 가지며, 설치된 기구 전반에 대하여 조직편성권을 가질 뿐이다. 지방의회는 교육감의 지방교육행정기구 설치권한과 조직편성권을 견제하기 위하여 조례로써 직접 교육행정기관을 설치ㆍ폐지하거나 교육감이 조례안으로써 제안한 기구의 축소, 통폐합, 정원 감축의 권한을 가진다.
지방자치법상 지방자치단체의 집행기관과 지방의회는 서로 분립되어 각기 그 고유 권한을 행사하되 상호 견제의 범위 내에서 상대방의 권한 행사에 대한 관여가 허용된다. 지방의회는 집행기관의 고유 권한에 속하는 사항의 행사에 관하여 사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나, 견제의 범위 내에서 소극적ㆍ사후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허용된다(대법원 2005. 8. 19. 선고 2005추48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 조례 개정안은 이 사건 직속기관들이 전라북도교육청 소속임을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해당 직속기관의 명칭에 ‘교육청’을 추가하거나 지역 명칭을 일부 변경하는 것에 불과하다. 앞서 살펴본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에 의하면, 직속기관의 명칭을 결정하는 것이 교육감의 고유 권한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다. 반면, 지방의회가 ‘이미 설치된 교육청의 직속기관’의 명칭을 변경하는 것은 사후적ㆍ소극적 개입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조례 개정안이 자치사무에 관하여 법령의 범위 안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는 ‘지방의회의 포괄적인 조례 제정 권한’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조례 개정안이 교육감의 지방교육행정기관 조직편성권을 부당하게 침해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3. 이 사건 조례 개정안에 대한 재의결이 관계 법령에서 정한 표결 절차에 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 여부
가. 지방자치법 제71조에 의하면, 지방의회는 회의의 운영에 관하여 이 법에서 정한 것 외에 필요한 사항은 회의 규칙으로 정한다. 그 위임에 따른「전라북도 의회 회의 규칙」제43조 제3항에 의하면, 의장은 안건에 대한 이의 유무를 물어서 이의가 없다고 인정한 경우 가결되었음을 선포할 수 있다.
나. 2020. 6. 24. 개최된 피고의 제372회 정례회 제4차 본회의에서 의장 소외 1이 이 사건 조례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 의견이 없음을 확인한 후 가결되었음을 선포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 조례 개정안을 원안대로 재의결한 것은「전라북도 의회 회의 규칙」제43조 제3항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재의결 방식이 위법하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4. 이 사건 조례 개정안에 비용추계를 하지 않은 절차상 하자가 있는지 여부
가. 「전라북도 자치법규 입법에 관한 조례」에 의하면, 전라북도의회 의원은 예산 또는 기금상의 조치를 수반하는 의안을 발의할 경우에는 그 의안의 시행에 수반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에 대한 추계서를 작성하여 첨부하여야 한다(제12조 제1항 본문). 다만 예상되는 비용이 연평균 1억 원 미만이거나 한시적인 경비로서 총 3억 원 미만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제12조 제1항 제1호). 이와 같은 단서규정에 따라 비용추계서를 첨부하지 않는 경우에는 사유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그러나 의안의 시행에 수반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의 산정기준이나 한시적 경비의 의미에 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정한 조례나 규정은 없다.
나. 이 사건 조례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소외 2 의원은 이 사건 조례 개정안으로 인해 관련 현판 등의 교체 비용이 발생하지만 한시적인 경비로서 총 3억 원 미만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의 비용추계서 미첨부 사유서를 제출하였다(갑 제11호증). 그러나 원고는 이 사건 조례 개정안으로 약 8억 원의 비용이 예상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조례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비용추계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이 위법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다. 이 사건 직속기관들의 명칭 변경에 따라 그 사실을 대외적으로 홍보하거나 현판 등을 교체하는 데 일정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갑 제12호증, 갑 제12호증의 2, 갑 제25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원고가 주장하는 것처럼 약 8억 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또한 이 사건 직속기관들의 명칭 변경에 수반되는 비용은 집행 과정에서 합리적으로 제한하여 절약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따라서 이 사건 조례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단지 비용추계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사정이 이 사건 조례 개정안에 대한 재의결을 위법하게 만드는 사유라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는 이 사건 조례 개정안이 예산 낭비를 초래할 뿐이므로 조례 제정에 관한 입법재량을 벗어났다고도 주장하나, 마찬가지의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등 5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이 사건 조례 개정안과 마찬가지로 직속 교육행정기관의 명칭에 ‘교육청’을 추가하는 내용으로 조례 개정이 이루어진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갑 8호증의 각호).
5. 그 밖의 주장에 관한 판단
원고는 이 사건 조례 개정안이 피고의 편향적 여론조사에 근거한 것이므로 위법하다고 주장하나, 갑 16호증, 갑 25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것도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6. 결론
그러므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흥구(재판장) 김재형 안철상(주심) 노정희 |
217,781 |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ㆍ업무방해ㆍ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재물손괴등)ㆍ건조물침입 | 2015도12632 | 20,210,916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1] 공무집행방해죄에서 ‘적법한 공무집행’의 의미와 판단 기준 / 공무원이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그 인적ㆍ물적 능력의 범위 내에서 적절한 조치라는 판단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 경우, 그 위법 여부(한정 소극) [2] 쟁의행위가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는 정을 알면서 제3자가 쟁의행위의 실행을 용이하게 한 경우, 업무방해방조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 위법한 쟁의행위에 대한 조력행위가 업무방해방조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 유의하여야 할 사항 [3] 방조범이 성립하기 위한 요건 / 정범의 범죄 실현과 밀접한 관련이 없는 행위를 도와준 데 지나지 않는 경우, 방조범이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 [1]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성립한다. 여기서 적법한 공무집행이란 그 행위가 공무원의 추상적 권한에 속할 뿐 아니라 구체적으로도 그 권한 내에 있어야 하고 직무행위로서의 중요한 방식을 갖추어야 한다. 추상적인 권한에 속하는 공무원의 어떠한 공무집행이 적법한지 여부는 행위 당시의 구체적 상황에 기하여 객관적ㆍ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공무원이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그 인적ㆍ물적 능력의 범위 내에서 적절한 조치라는 판단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 경우에는, 그러한 직무수행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여 현저하게 불합리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 한 이를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2] 쟁의행위가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경우 제3자가 그러한 정을 알면서 쟁의행위의 실행을 용이하게 한 경우에는 업무방해방조죄가 성립할 수 있다. 다만 헌법 제33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근로자나 노동조합이 노동3권을 행사할 때 제3자의 조력을 폭넓게 받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고, 나아가 근로자나 노동조합에 조력하는 제3자도 헌법 제21조에 따른 표현의 자유나 헌법 제10조에 내재된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가지고 있으므로, 위법한 쟁의행위에 대한 조력행위가 업무방해방조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는 헌법이 보장하는 위와 같은 기본권이 위축되지 않도록 업무방해방조죄의 성립 범위를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3] 방조범은 정범에 종속하여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방조행위와 정범의 범죄 실현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필요하다. 방조범이 성립하려면 방조행위가 정범의 범죄 실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정범으로 하여금 구체적 위험을 실현시키거나 범죄결과를 발생시킬 기회를 높이는 등으로 정범의 범죄 실현에 현실적인 기여를 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정범의 범죄 실현과 밀접한 관련이 없는 행위를 도와준 데 지나지 않는 경우에는 방조범이 성립하지 않는다. | [1] 형법 제136조 / [2] 헌법 제10조, 제21조, 제33조 제1항, 형법 제32조, 제314조 제1항 / [3] 형법 제32조 | [1] 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도7621 판결, 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1도4763 판결(공2013하, 1734), 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3도2285 판결 / [3] 대법원 2021. 9. 9. 선고 2017도19025 전원합의체 판결(공2021하, 1881)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법무법인 여는 담당변호사 정기호 외 2인
【원심판결】
부산고법 2015. 7. 22. 선고 2014노781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인 1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부분에 관하여
1)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성립한다. 여기서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함은 그 행위가 공무원의 추상적 권한에 속할 뿐 아니라 구체적으로도 그 권한 내에 있어야 하고 직무행위로서의 중요한 방식을 갖추어야 한다. 추상적인 권한에 속하는 공무원의 어떠한 공무집행이 적법한지 여부는 행위 당시의 구체적 상황에 기하여 객관적ㆍ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1도4763 판결 등 참조). 한편 공무원이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그 인적ㆍ물적 능력의 범위 내에서 적절한 조치라는 판단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 경우에는, 그러한 직무수행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여 현저하게 불합리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 한 이를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도7621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에서 문제 된 집행관들의 강제집행에 관한 직무집행이 전체적으로 적법성을 결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 1 등의 이 부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범죄의 위법성 역시 조각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가) 재판의 집행은 집행관의 직무에 해당하고(집행관법 제2조), 집행관은 그 직무에 관한 명령 또는 위임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집행관법 제14조). 그 직무 행위의 구체적 내용이나 방법 등은 집행관의 전문적 판단에 기한 합리적인 재량에 위임되어 있다.
나) 집행권원인 울산지방법원 2012카합841호 불법집회금지 및 업무방해등가처분결정 정본에는 ‘전국금속노동조합 공소외 회사 비정규직지회 등 피신청인들은 신청인의 주차장 내에 설치된 천막 기타 불법시설물들을 철거하고, 향후 신청인의 허가 없이 어떠한 시설물도 설치하여서는 아니 된다. 위 명령 위반 시, 신청인은 울산지방법원 소속 집행관으로 하여금 불법시설물의 철거 등 원상회복에 필요한 상당한 조치를 하게 할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다. 위 불법시설물은 주로 피신청인 비정규직지회를 지원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다. 이러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집행관들의 강제집행에 관한 직무집행이 전체적으로 적법성을 결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다) 집행관들이 2013. 1. 8. 집행을 시도하다가 저지당하자 기한을 정하여 자진철거의 기회를 주었고, 이후 집행관들이 다시 집행을 시도하면서 집행대상의 특정을 요구하였으나 피고인 1 등이 이를 거부하고 집행관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1 등이 공무집행의 적법성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할 수도 없다.
3)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에서 직무집행의 적법성 및 위법성조각사유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나. 업무방해 부분에 관하여
원심은, 공소외 회사의 출입통제 조치에 따라 피고인 1 등의 출입을 제지하려는 경비원들의 업무는 보호할 가치가 있고, 따라서 이를 위력으로 저지한 피고인 1 등의 행위는 업무방해에 해당하며, 정당행위라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피고인 2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관련 법리
1) 직장 또는 사업장시설의 점거가 적극적인 쟁의행위의 한 형태로서 이루어지는 경우 그 점거의 범위가 직장 또는 사업장시설의 일부분이고 사용자 측의 출입이나 관리지배를 배제하지 않는 병존적인 점거에 지나지 않을 때에는 정당한 쟁의행위로 볼 수 있으나, 이와 달리 직장 또는 사업장시설을 전면적, 배타적으로 점거하여 조합원 이외의 자의 출입을 저지하거나 사용자 측의 관리지배를 배제하여 업무의 중단 또는 혼란을 야기케 하는 것과 같은 행위는 이미 정당성의 한계를 벗어나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대법원 1991. 6. 11. 선고 91도383 판결, 대법원 2001. 11. 27. 선고 99도4779 판결 등 참조).
2) 쟁의행위가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경우 제3자가 그러한 정을 알면서 쟁의행위의 실행을 용이하게 한 경우에는 업무방해방조죄가 성립할 수 있다. 다만 헌법 제33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근로자나 노동조합이 노동3권을 행사할 때 제3자의 조력을 폭넓게 받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고, 나아가 근로자나 노동조합에 조력하는 제3자도 헌법 제21조에 따른 표현의 자유나 헌법 제10조에 내재된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가지고 있으므로, 위법한 쟁의행위에 대한 조력행위가 업무방해방조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는 헌법이 보장하는 위와 같은 기본권이 위축되지 않도록 업무방해방조죄의 성립 범위를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3) 또한, 방조범은 정범에 종속하여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방조행위와 정범의 범죄 실현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필요하다. 방조범이 성립하려면 방조행위가 정범의 범죄 실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정범으로 하여금 구체적 위험을 실현시키거나 범죄결과를 발생시킬 기회를 높이는 등으로 정범의 범죄 실현에 현실적인 기여를 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정범의 범죄 실현과 밀접한 관련이 없는 행위를 도와준 데 지나지 않는 경우에는 방조범이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17도19025 전원합의체 판결).
나. 공소사실 중 업무방해방조 부분의 요지
전국금속노동조합(이하 ‘금속노조’라 한다) 공소외 회사 비정규직지회(이하 ‘비정규직지회’라 한다) 조합원 50여 명은 2010. 11. 15. 14:00경 사내하청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하며 공소외 회사(공장명 생략) 자동차 문짝 탈부착 생산라인(CTS 라인)을 점거하였고, 비정규직지회는 조합원들에게 공소외 회사(공장명 생략)으로 집결하도록 투쟁 지침을 시달하여 900여 명의 조합원들이 위 생산라인을 점거하였다(이하 ‘이 사건 생산라인 점거’라 한다). 비정규직지회는 2010. 11. 16. 07:00경 쟁의대책위원회를 개최하여 ‘공소외 회사(공장명 생략) 점거를 계속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하였고, 이에 따라 2010. 12. 9.경까지 25일간 공소외 회사(공장명 생략)을 점거하여 (공장명 생략)의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시키고, 자동차를 조립할 수 없게 하여 공소외 회사에 약 2,544억 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게 하였다.
이 사건 생산라인 점거 과정에서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국장인 피고인 2는 ① 2010. 11. 15.경, 같은 달 17일경, 같은 달 20일경, 같은 달 21일경, 같은 달 30일경, 2010. 12. 3.경, 같은 달 5일경 공소외 회사 정문 앞 집회(이하 ‘이 사건 집회’라 한다)에 참가하여 이 사건 생산라인 점거 농성을 지원하였으며(이하 ‘이 사건 집회 참가’라 한다), ② 2010. 11. 17. 이 사건 생산라인 점거 농성장에 들어가 농성 중인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을 독려하였고(이하 ‘이 사건 농성현장 독려’라 한다), ③ 2010. 11.경 금속노조 공문을 비정규직지회에 전달하는 등(이하 ‘이 사건 공문 전달’이라 한다)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로써 피고인 2는 비정규직지회 및 그 조합원 900여 명이 2010. 11. 15.경부터 2010. 12. 9.경까지 25일간 공소외 회사(공장명 생략) 등을 점거함으로써 위력으로써 공소외 회사의 자동차 생산 업무 등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위와 같은 방법으로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의 범행을 용이하게 하여 방조하였다.
다.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농성현장 독려 행위에 관하여
앞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 2의 이 사건 농성현장 독려 행위는 위법한 업무방해행위가 계속되고 있던 이 사건 생산라인 점거 현장에서 직접 이루어진 것으로 그 당시 피고인 2의 노동조합 내 지위와 영향력이나 현장에서의 구체적인 발언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정범의 범죄 실현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현실적으로 범행을 실행하고 있던 정범으로 하여금 그 범행을 더욱 유지ㆍ강화시킨 행위에 해당하므로, 이를 쟁의행위에 대한 조력행위라거나 산업별 노동조합의 통상적인 조합활동으로서 정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인 2의 위 행위를 업무방해방조로 인정한 원심판단에는 관련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2) 이 사건 집회 참가 및 이 사건 공문 전달 행위에 관하여
그러나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 2의 이 사건 집회 참가 및 이 사건 공문 전달 행위가 업무방해방조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가) 이 사건 집회는 비정규직지회의 쟁의행위 목적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과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직접 고용을 지지하기 위해 공소외 회사 정문 앞에서 개최된 것이다. 비록 이 사건 집회에서 피고인 2가 사회를 보거나 기자회견을 함으로써 공소외 회사(공장명 생략) 내에서 생산라인을 점거하고 있던 조합원들에게 일정 정도의 영향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이는 쟁의행위의 목적 자체를 지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간접적이고 부수적인 결과에 불과하다.
나) 그리고 이 사건 공문 전달 행위 역시 산업별 노동조합인 금속노조 내에서 미조직비정규국장으로서의 통상적인 활동에 해당하는 것인데, 공문 작성 경위 및 그 내용에 비추어 피고인 2가 공문 전달을 통해 비정규직지회에 이 사건 생산라인 점거 자체를 직접 독려하거나 지지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위와 같은 사정에다가 비정규직지회의 이 사건 생산라인 점거 경위와 그 행위 태양, 진행 경과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2의 이 사건 집회 참가 및 이 사건 공문 전달 행위가 비정규직지회의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를 포함한 쟁의행위를 전체적으로 보아 거기에 일부 도움을 준 측면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업무방해 정범의 실행행위에 해당하는 이 사건 생산라인 점거로 인한 범죄 실현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고는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 2의 위와 같은 조력행위는 방조범의 성립을 인정할 정도로 업무방해행위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
3)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 2에 대한 업무방해방조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업무방해방조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부분에 관한 상고이유 주장은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라. 파기의 범위
위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이 사건 집회 참가 및 이 사건 공문 전달 행위로 인한 업무방해방조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이 부분이 파기되는 이상 업무방해의 주위적 공소사실 및 이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이 선고된 나머지 유죄 부분도 파기되어야 하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은 모두 파기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피고인 1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김재형 노정희 이흥구(주심) |
218,165 | 손해배상(기)[직장 내 성희롱에 대하여 사용자책임 등을 묻는 사건] | 2021다219529 | 20,210,916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등에서 정한 ‘직장 내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한 요건 및 이를 판단하는 기준 / 다른 사람이나 매체 등을 통해 전파하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경우가 위 규정에서 정한 ‘성적 언동 등’에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2] 피용자가 다른 사람에게 가해행위를 한 경우, 사용자책임의 성립 요건인 ‘사무집행에 관하여’에 해당한다고 보기 위한 요건 [3] 甲 주식회사의 근로자인 乙 등이 동료 여성 근로자인 丙을 성적 대상으로 한 발언을 옮겨 전하는 한편 丙에게 위와 같이 전해 들은 말이 사실인지 묻기도 하였고, 이러한 乙 등의 발언으로 甲 회사의 근로자들 사이에 丙에 대한 허위 소문이 유포되었는데, 이에 丙이 甲 회사를 상대로 사용자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甲 회사는 丙에 대하여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는 乙 등의 발언으로 인한 사용자책임을 부담한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 [1]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2조는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 내 성희롱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여 직장 내 성희롱을 금지하고 있고, 같은 법 제2조 제2호는 ‘직장 내 성희롱’을 "사업주ㆍ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조 [별표 1]은 직장 내 성희롱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을 예시하면서 성적인 언동 중 언어적 행위의 하나로 "성적인 사실관계를 묻거나 성적인 내용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행위"를 들고 있고, "성희롱 여부를 판단하는 때에는 피해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하되,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사람이 피해자의 입장이라면 문제가 되는 행동에 대하여 어떻게 판단하고 대응하였을 것인가를 함께 고려하여야 하며, 결과적으로 위협적ㆍ적대적인 고용환경을 형성하여 업무능률을 떨어뜨리게 되는지를 검토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 또는 남성이나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뜻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와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과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등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성적 언동 등으로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한 성적 언동 등에는 피해자에게 직접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준 경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나 매체 등을 통해 전파하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라는 요건은 포괄적인 업무관련성을 나타낸 것이다. 업무수행 기회나 업무수행에 편승하여 성적 언동이 이루어진 경우뿐만 아니라 권한을 남용하거나 업무수행을 빙자하여 성적 언동을 한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 어떠한 성적 언동이 업무관련성이 인정되는지는 쌍방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이루어진 장소와 상황, 행위 내용과 정도 등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해서 판단해야 한다. [2] 민법 제756조 본문은 사용자책임의 성립 요건에 관하여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사무집행에 관하여’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일 때에는 행위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로 본다는 것이다. 피용자가 다른 사람에게 가해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가 피용자의 사무집행 그 자체는 아니더라도 사용자의 사업과 시간적ㆍ장소적으로 근접하고 피용자의 사무 전부 또는 일부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거나 가해행위의 동기가 업무처리와 관련된 것이라면 사용자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아 사용자책임이 성립한다. 이때 사용자가 위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였는지 여부도 손해의 공평한 부담을 위하여 부가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3] 甲 주식회사의 근로자인 乙 등이 동료 여성 근로자인 丙을 성적 대상으로 한 발언을 옮겨 전하는 한편 丙에게 위와 같이 전해 들은 말이 사실인지 묻기도 하였고, 이러한 乙 등의 발언으로 甲 회사의 근로자들 사이에 丙에 대한 허위 소문이 유포되었는데, 이에 丙이 甲 회사를 상대로 사용자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乙 등의 발언은 ‘성적인 사실관계를 묻거나 성적인 정보를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행위’로서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조 [별표 1]에서 말하는 성적인 언동에 해당하고, 丙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적대적이고 위협적인 근로환경을 조성하는 행위로서, 위 발언이 대부분 丙 앞에서 직접 행해진 것이 아니라 근로자 사이에 丙을 대상으로 한 성적인 내용의 정보를 유포하는 간접적인 형태로 이루어졌지만, 유포된 성적인 정보의 구체적 내용, 유포 대상과 범위, 그 효과 등에 비추어 업무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2조에서 금지되는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고, 나아가 乙 등의 발언은 사용자의 사업과 시간적ㆍ장소적으로 근접하고 업무와 관련하여 이루어진 불법행위이고, 甲 회사에 직장 내 성희롱 등 가해행위가 발생할 위험을 방지할 책임이 있다는 사정을 아울러 고려하면, 乙 등의 발언으로 丙이 입은 손해는 乙 등이 甲 회사의 사무집행에 관하여 丙에게 가한 손해에 해당하므로, 甲 회사는 丙에 대하여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는 乙 등의 발언으로 인한 사용자책임을 부담한다고 본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 [1]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제12조,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조 [별표 1] / [2] 민법 제756조 / [3]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제12조, 제13조, 제14조,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조 [별표 1], 민법 제756조 | [1] 대법원 2006. 12. 21. 선고 2005두13414 판결(공2007상, 217),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7두22498 판결(공2008하, 1161),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공2018상, 909) / [2]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다89712 판결(공2009상, 421),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6다202947 판결(공2018상, 294), 대법원 2021. 3. 11. 선고 2018다285106 판결(공2021상, 747) |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신효 담당변호사 김상윤 외 1인)
【피고, 상고인】
○○운수 주식회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재양)
【원심판결】
인천지법 2021. 2. 10. 선고 2019나51126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직장 내 성희롱과 이에 대한 사용자책임의 성립에 관한 법리 오해 주장 등(상고이유 제3점 일부, 제1점)
가.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 제12조는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 내 성희롱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여 직장 내 성희롱을 금지하고 있고, 같은 법 제2조 제2호는 ‘직장 내 성희롱’을 "사업주ㆍ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하 ‘남녀고용평등법 시행규칙’이라 한다) 제2조 [별표 1]은 직장 내 성희롱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을 예시하면서 성적인 언동 중 언어적 행위의 하나로 "성적인 사실관계를 묻거나 성적인 내용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행위"를 들고 있고, "성희롱 여부를 판단하는 때에는 피해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하되,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사람이 피해자의 입장이라면 문제가 되는 행동에 대하여 어떻게 판단하고 대응하였을 것인가를 함께 고려하여야 하며, 결과적으로 위협적ㆍ적대적인 고용환경을 형성하여 업무능률을 떨어뜨리게 되는지를 검토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 또는 남성이나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뜻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와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과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등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성적 언동 등으로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7두22498 판결,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그러한 성적 언동 등에는 피해자에게 직접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준 경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나 매체 등을 통해 전파하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라는 요건은 포괄적인 업무관련성을 나타낸 것이다. 업무수행 기회나 업무수행에 편승하여 성적 언동이 이루어진 경우뿐만 아니라 권한을 남용하거나 업무수행을 빙자하여 성적 언동을 한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 어떠한 성적 언동이 업무관련성이 인정되는지는 쌍방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이루어진 장소와 상황, 행위 내용과 정도 등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해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6. 12. 21. 선고 2005두13414 판결 참조).
나. 민법 제756조 본문은 사용자책임의 성립 요건에 관하여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사무집행에 관하여’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일 때에는 행위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로 본다는 것이다. 피용자가 다른 사람에게 가해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가 피용자의 사무집행 그 자체는 아니더라도 사용자의 사업과 시간적ㆍ장소적으로 근접하고 피용자의 사무 전부 또는 일부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거나 가해행위의 동기가 업무처리와 관련된 것이라면 사용자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아 사용자책임이 성립한다. 이때 사용자가 위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였는지 여부도 손해의 공평한 부담을 위하여 부가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다89712 판결,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6다202947 판결 참조).
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 ○○운수 주식회사(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는 시내버스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으로, 57대의 버스를 보유하면서 140명의 버스기사를 고용하고 있었는데, 그중 여성은 7명이었다. 원고 1은 2009. 8.경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버스기사로 근무하고 있는 여성이었다.
(2) 피고 회사의 버스기사인 소외 1은 2015. 7. 또는 8월경 같은 버스기사인 소외 2에게 사실은 원고 1이 동료 버스기사인 소외 3과 성관계를 한 사실이 없는데도 "소외 3이 원고 1과 섹스를 했고, 섹스를 하면서 소외 3이 하는 게 마음에 안 드니까 올라가서도 하고 막 그런다."라고 말하였다. 소외 2는 위와 같이 소외 1에게서 들은 말을 같은 버스기사인 소외 4에게 말하였고, 2016. 7. 또는 8월경 같은 버스기사인 소외 5에게 "원고 1이 누구랑 사귀는지 아냐, 여러 남자가 있다. 원고 1 때문에 몇 놈이 민주버스노조로 넘어갔다."라고 말하였다.
(3) 소외 3은 2015. 8.경 다른 동료들이 동석한 자리에서 "원고 1은 싸가지가 없어. 내가 따먹을라고 하다가 싸가지가 없어서 그만두었어."라고 말하였다.
(4) 소외 1, 소외 2, 소외 4, 소외 3(이하 ‘소외 1 등’이라 한다)은 버스 운행 종료 후 근로자들 사이의 술자리에서뿐만 아니라 피고 회사 내 배차실 등에서도 원고 1을 성적 대상으로 한 발언을 하였고, 소외 1 등의 발언으로 피고 회사의 근로자들 사이에 원고 1에 대한 위와 같은 내용의 소문이 유포되었다. 소외 4는 2016. 7. 27. 원고 1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원고 1에게 소외 2로부터 전해 들은 말을 그대로 옮겨 전하면서 사실인지를 물었다.
(5)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피고 회사에 소외 2, 소외 4의 위와 같은 행위에 관해서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에 따라 징계 조치를 이행하고 결과를 제출하라는 시정지시를 하였다. 피고 회사는 2016. 12. 23. 소외 2, 소외 4에 대하여 직장 내 성희롱으로 무급정지 7일의 징계의결을 하였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2017. 12. 1. 피고 회사에 소외 3에 대하여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에 따라 징계 조치를 이행하고 그 결과를 제출하라는 시정지시를 하였고, 피고 회사는 2017. 12. 6. 소외 3에 대하여 직장 내 성희롱으로 무급정지 7일의 징계의결을 하였다. 피고 회사는 중부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소외 1에 대하여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에 따른 징계 조치 이행 등 시정지시를 받았으나, 징계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6) 소외 1, 소외 2는 2017. 12. 21. 인천지방법원 2017고정2327호 사건에서 위 (2)항 기재 행위에 관해서 명예훼손죄(허위사실 적시)로 각각 벌금 200만 원과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라. 이러한 사실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도출된다.
소외 1 등의 발언은 ‘성적인 사실관계를 묻거나 성적인 정보를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행위’로서 남녀고용평등법 시행규칙 제2조 [별표 1]에서 말하는 성적인 언동에 해당하고, 원고 1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ㆍ평균적인 사람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소외 1 등의 발언은 피고 회사의 근로자 사이에서 동료 근로자인 원고 1을 대상으로 한 성적인 내용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유포하거나 성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함으로써 원고 1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적대적이고 위협적인 근로환경을 조성하는 행위로서 업무관련성도 인정된다. 소외 1 등의 발언은 대부분 원고 1 앞에서 직접 행해진 것이 아니라 근로자 사이에 원고 1을 대상으로 한 성적인 내용의 정보를 유포하는 간접적인 형태로 이루어졌지만, 위와 같이 유포된 성적인 정보의 구체적 내용, 유포 대상과 범위, 그 효과 등에 비추어 업무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남녀고용평등법 제12조에서 금지되는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
나아가 소외 1 등의 발언은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정되는 행위로서 사용자의 사업과 시간적ㆍ장소적으로 근접하고 업무와 관련하여 이루어진 불법행위이고,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피고 회사에 이러한 가해행위(직장 내 성희롱)가 발생할 위험을 방지할 책임이 있다는 사정을 아울러 고려하면, 소외 1 등의 발언으로 원고 1이 입은 손해는 소외 1 등이 피고 회사의 사무집행에 관하여 원고 1에게 가한 손해에 해당한다.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피고 회사가 원고 1에 대하여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는 소외 1 등의 발언으로 인한 사용자책임을 부담한다고 본 것은 정당하다. 원심판결에 직장 내 성희롱과 사용자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피고 회사가 내세우는 대법원 1994. 11. 18. 선고 94다34272 판결은 사실관계를 달리하는 이 사건에 원용될 수 없다.
2. 피용자가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경우 사용자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의무의 소멸에 관한 법리 오해 주장 등(상고이유 제2점)
원심은 소외 1 등의 발언으로 원고 1이 입은 손해를 합계 18,224,800원(= 치료비 등 적극적 손해 224,800원 + 정신적 손해 18,000,000원)으로 인정하고, 위 금액에서 원고 1이 소외 1, 소외 2, 소외 3에 대하여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한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묻는 손해배상청구사건에서 확정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따라 소외 1이 지급한 5,000,000원, 소외 2가 지급한 6,000,000원, 소외 3이 지급한 4,000,000원, 합계 15,000,000원을 공제한 3,224,800원(= 18,224,800원 - 15,000,000원)이 피고 회사가 사용자책임에 의해 원고 1에게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금이라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피용자가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에 따라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경우 사용자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의무의 소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 미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 오해 주장 등(상고이유 제3점 일부)
원심은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 2가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 등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불완전하게 이행하여 남녀고용평등법 제13조를 위반한 것과 소외 1 등에 의한 직장 내 성희롱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피고 2의 의무 위반과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인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사후 조치의무 위반, 2차 가해 발언,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에 관한 법리 오해 주장 등(상고이유 제4점)
원심은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 2에 대하여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사후 조치의무 위반 등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피고 2는 원고 1의 직장 내 성희롱 신고에도 사실조사와 근무장소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음으로써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에서 정하고 있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였다. 위 피고는 2017. 8.경 소외 1 등의 성희롱에 대한 사후 조치 요청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앞으로 과부는 버스 기사로 안 뽑겠다.", "영원히 여기는 이제는, 여자들은 절대 안 써!"라는 등으로 말하여 성희롱 피해자 등을 다시 성적인 차별의 대상으로 삼은 언동을 하였고, 원고 2에 대하여 민주버스노조에 가입하여 활동한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노선변경을 하는 등으로 불이익한 처분을 함으로써「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제81조 제1호를 위반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피고 2의 2017. 8.경 발언에 대하여 2017. 11. 28. 개정으로 비로소 신설된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2항 후문, 같은 조 제6항 제6호를 적용하는 등 그 이유에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위 발언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결론은 정당하다.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5.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적용에 관한 법리 오해 주장 등(상고이유 제5점)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6. 결론
피고들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도록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22,865 | 이혼등 | 2020르1504 | 20,210,916 | 선고 | 수원가정법원 | 가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원고, 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등정 담당변호사 길명철)
【피고, 피항소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해람 담당변호사 최미진)
【사건본인】
사건본인 1 외 1인
【제1심판결】
수원가정법원 2020. 5. 27. 선고 2018드단507148 판결
【변론종결】
2021. 7. 8.
【주 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와 피고는 이혼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로 50,000,000원을 지급하고, 재산분할로 제1심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한다. 사건본인들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원고를 지정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사건본인들의 양육비로 이 사건 판결 선고일부터 2025. 9. 11.까지는 월 300만 원씩을, 2025. 9. 12.부터 2033. 7. 17.까지는 월 150만 원씩을 매월 말일에 지급하라.
【이 유】
1. 제1심 판결의 인용
원고의 항소이유는 제1심에서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고, 제1심에서 제출된 증거에다가 이 법원에서 제출된 증거를 더하여 다시 살펴보더라도 제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다(원고가 제1심 판결 선고 후인 2020. 8. 27.경 사건본인들을 데리고 집을 나가 그 무렵부터 피고와 별거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되나, 별거의 경위, 기간 등에 비추어 보면, 그러한 사정을 더하여 보더라도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이 법원이 설시할 판결 이유는 제1심판결 이유 기재와 같으므로, 가사소송법 제12조,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결론
그렇다면 제1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문홍주(재판장) 김경윤 박혜민 |
217,785 | 뇌물수수ㆍ허위공문서작성ㆍ허위작성공문서행사 | 2019도18394 | 20,210,916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1] 공문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법령 등을 잘못 적용하거나 적용하여야 할 법령 등을 적용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으나 그 적용의 전제가 된 사실관계에 관하여 거짓된 기재가 없는 경우, 허위공문서작성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및 그와 같은 잘못이 공무원의 고의에 기한 것이라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2]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주ㆍ시행한 교량 공사의 현장감독관인 피고인이,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에 따르면 자재의 제작이 완료되었더라도 현장에 반입되어 시공되지 않은 이상 기성부분으로 인정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제작 공장에서 기성검사를 실시ㆍ합격한 경우에 한하여 50% 한도 내에서만 기성고 비율을 인정하여야 함에도, 현장에 반입되지 않아 그 시공이 이루어지지 않은 교량 구조물인 ‘주탑’이 100% 제작되었음을 전제로 공사 전체의 기성고 비율과 기성부분 준공액을 산정ㆍ기재함으로써 허위의 기성검사조서를 작성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위 조서에는 위 기준 적용의 전제가 되는 사실관계, 즉 주탑 등 자재의 제작 및 현장 반입 여부 등에 관하여 아무런 기재가 없으므로 피고인이 위 기준 적용의 전제가 되는 사실관계에 관하여 허위로 기재할 여지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위 조서가 허위의 공문서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허위공문서작성죄는 공문서에 진실에 반하는 기재를 하는 때에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공문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법령 등을 잘못 적용하거나 적용하여야 할 법령 등을 적용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더라도 그 적용의 전제가 된 사실관계에 관하여 거짓된 기재가 없다면 허위공문서작성죄가 성립할 수 없고, 이는 그와 같은 잘못이 공무원의 고의에 기한 것이라도 달리 볼 수 없다. 공문서 작성 과정에서 법령 등을 잘못 적용하였다고 하여 반드시 진실에 반하는 기재를 하여 공문서를 작성하게 되는 것은 아니므로, 공문서 작성 과정에서 법령 등의 적용에 잘못이 있다는 것과 기재된 공문서 내용이 허위인지 여부는 구별되어야 한다. [2]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주ㆍ시행한 교량 공사의 현장감독관인 피고인이,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에 따르면 자재의 제작이 완료되었더라도 현장에 반입되어 시공되지 않은 이상 기성부분으로 인정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제작 공장에서 기성검사를 실시ㆍ합격한 경우에 한하여 50% 한도 내에서만 기성고 비율을 인정하여야 함에도, 현장에 반입되지 않아 그 시공이 이루어지지 않은 교량 구조물인 ‘주탑’이 100% 제작되었음을 전제로 공사 전체의 기성고 비율과 기성부분 준공액을 산정ㆍ기재함으로써 허위의 기성검사조서를 작성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위 조서에는 위 기준 적용의 전제가 되는 사실관계, 즉 주탑 등 자재의 제작 및 현장 반입 여부, 제작 공장에서의 기성공사 실시 및 합격 여부 등에 관하여 아무런 기재가 없으므로 피고인이 위 기준 적용의 전제가 되는 사실관계에 관하여 허위로 기재할 여지가 없고, 기록상 주탑 등 자재의 제작과 운반, 조립ㆍ설치를 서로 다른 공종으로 구분하여 도급액을 정하였을 가능성이 다분한 이상 위 조서에 기재된 기성고 비율과 기성부분 준공액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여 허위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위 조서가 허위의 공문서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판단에 허위공문서작성죄에서 ‘허위 작성’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1] 형법 제227조 / [2] 형법 제227조 | [1] 대법원 1996. 5. 14. 선고 96도554 판결(공1996하, 1963), 대법원 2000. 6. 27. 선고 2000도1858 판결(공2000하, 1809), 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도4293 판결(공2003상, 847)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백제 담당변호사 김학수 외 2인
【원심판결】
전주지법 2019. 11. 21. 선고 2019노813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전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각 뇌물수수에 관한 상고이유 주장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제1심의 판단을 유지한 것은 정당하다. 거기에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뇌물수수에서 직무의 대가성 또는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2. 허위공문서작성ㆍ허위작성공문서행사에 관한 상고이유 주장에 대하여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피고인은 (부서명 1 생략) 소속 공무원으로 (지방자치단체명 생략)에서 발주하여 시행하는 (공사명 생략)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의 현장감독자이고, 공소외 1은 피고인의 직근 상급자인 (부서명 1 생략) 팀장으로, 피고인과 공소외 1은 이 사건 공사의 기성검사자 및 감독자로 근무하며 이 사건 공사 중 교량(출렁다리) 제작ㆍ설치 부분 하도급업체인 주식회사 공소외 2(이하 ‘공소외 2 회사’라고만 한다)에서 기성금을 신청하면 공사 설계도서, 품질관리기준 등을 근거로 기성부분에 대한 검사를 실시한 후 공사기성부분 검사조서를 작성하고 실기성률에 따른 기성고의 사정업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피고인과 공소외 1은 2018. 5. 23. (주소 1 생략)에 있는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1차 기성검사를 실시하면서 공소외 2 회사가 공소외 3 회사에 제작 의뢰한 교량 구조물 중 ‘거더’(girder) 부분만 현장에 반입되고, 주탑은 제작 장소인 공소외 3 회사 공장에 보관된 채 현장에 반입되지 않은 사실과 이 경우 기성률을 최대 50/100 범위 안에서 기성부분을 인정하고 공소외 2 회사가 신청한 기성부분 준공금액을 규정에 맞게 감액하여 산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 제13장 제9절 1-나에 따르면 기성검사에서 검사에 합격된 자재라도 단순히 공사 현장에 반입된 것만으로는 기성부분을 인정할 수 없고, 다만 계약상대자가 직접 또는 제3자에게 위탁하여 가공ㆍ조립 또는 제작된 자재인 때에는 해당 자재의 특성, 용도 및 시장거래상황 등을 고려하여 반입된 자재(해당 자재를 계약목적물에 투입하는 과정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가공ㆍ조립 또는 제작하는 공장에서 기성검사를 실시하여 검사에 합격한 경우를 포함)의 50/100 범위 안에서 기성부분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공소외 1과 공모하여 기성금 지급 용도에 행사할 목적으로 2018. 5. 23. (주소 2 생략)(부서명 1 생략) 사무실에서, 피고인이 사용하는 업무용 컴퓨터로 온나라 전자결재문서시스템에 접속하여 이 사건 공사의 기성검사조서를 작성하면서 사실은 위와 같이 주탑이 현장에 반입되지 않은 상태라서 50/100 범위 안에서 이를 반드시 고려하여 기성부분을 인정하고 기성률을 산정하여야 함에도, 원수급업체인 유한회사 공소외 4(이하 ‘공소외 4 회사’라고만 한다)가 주탑을 반입하였다는 취지로 작성ㆍ제출한 기성부분 검사원의 현재공정률 42%, 금회기성금액 1,088,380,000원을 전액 인정하여 기성검사조서 양식의 기성부분 준공금액란에 “1,088,380,000원”, 기성률란에 “(42%)”, 현장감독 공무원 확인란에 피고인의 성명인 “피고인”, 기성검사자 확인란에 “공소외 1”, 입회자란에 “공소외 5”를 각각 기입하고, 공소외 1 등에게 이에 결재하도록 한 다음, 기성부분 검사조서(이하 ‘이 사건 기성검사조서’라고 한다) 1통을 출력하여 완성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소외 1과 공모하여 행사할 목적으로 공문서인 피고인 및 공소외 1 명의로 된 기성검사조서 1통을 허위로 작성하였다(허위공문서작성의 점).
(2) 피고인은 2018. 5. 23. 위 (주소 2 생략)(부서명 2 생략) 사무실에서, 이 사건 기성검사조서가 허위로 작성된 사실을 모르는 (부서명 2 생략) 담당 공무원인 공소외 6에게 위 (1)항 기재와 같이 허위로 작성한 이 사건 기성검사조서를 마치 진정하게 작성된 것처럼 제출하여 이를 행사하였다(허위작성공문서행사의 점).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기성검사조서가 허위의 공문서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 대한 허위공문서작성과 허위작성공문서행사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1) 피고인이 이 사건 기성검사조서를 작성하였을 당시에는 주탑을 제외한 거더만 현장에 반입되었을 뿐 구조물 상부공에 관한 어떠한 시공도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자재의 제작이 완료되었더라도 공사 현장에 반입되어 시공되지 않은 이상 기성부분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 제13장 제9절 1-나의 규정에 따라 위 구조물 제작의 진척상황을 기성부분으로 인정할 수 없다.
(2) 기성금 청구 및 기성대가 지급과정에 관한 관계 법령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기성검사에 있어 검사자로 임명된 공사감독자가 작성하는 감독조서는 계약상대자에게 지급할 기성대가를 정하기 위하여 기성부분을 확인하여 작성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이 사건 기성검사조서 중 문제가 되는 각 해당란의 기재 내용이 표상하는 사실은 그 기재 내용 자체로 제작물의 반입 사실 또는 감독관의 직접적인 확인을 거쳐 인정된 해당 제작물의 100% 제작 사실 등 기성금 지급요건의 충족을 전제로 지급 가능한 기성금액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3) 이 사건 기성검사조서의 기성부분 준공금액란의 기재는 최소한 주탑 부분이 100% 제작되어 현장에 반입되었다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데, 피고인은 주탑 부분이 100% 제작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도 현장에서 세밀히 직접 확인하지 않은 채 전화 등을 통해 공정률을 추정하여 인정한 점에서도 이 사건 기성검사조서의 기성금액 인정 부분은 진실에 반하는 허위의 내용으로 볼 수 있다.
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과 조치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이 부분 공소는 이 사건 기성검사조서 중 이 사건 공사 전체의 기성고 비율로 “42%”를, 기성부분 준공금액으로 “1,088,380,000원”을 기재한 부분이 허위라는 것이다. 그 부분이 허위라는 구체적인 이유로 이 사건 공사 중 공소외 2 회사가 그 제작ㆍ설치를 하도급 받은 구조물 상부공의 자재인 주탑 부분이 현장에 반입되지 않아 거더와의 결합 등 구조물 상부공의 시공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 제13장 제9절 1-나의 규정에 따라 기성부분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고 자재 제작 공장에서의 검사 합격 등의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라도 같은 규정 단서에 따라 50% 한도 내에서만 기성고 비율을 인정할 수 있는데도, 주탑 등 교량 구조물이 100% 제작되었음을 전제로 이 사건 공사 전체의 기성고 비율 및 기성부분 준공금액을 산출하여 이 사건 기성검사조서에 기재하였다는 점을 들고 있다. 즉, 이 부분 공소는 피고인이 이 사건 기성검사조서를 작성하면서 위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 규정상 미시공 자재의 예외적 기성 인정 한도인 50%를 넘어서 100%의 기성고 비율을 적용한 기성부분 검사원의 기재를 그대로 받아들인 잘못이 있다고 하면서 그와 같은 잘못이 반영되어 산출된 이 사건 공사 전체의 기성고 비율과 기성부분 준공금액을 기재한 부분이 허위라는 것이다.
그러나 허위공문서작성죄는 공문서에 진실에 반하는 기재를 하는 때에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공문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법령 등을 잘못 적용하거나 적용하여야 할 법령 등을 적용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더라도 그 적용의 전제가 된 사실관계에 관하여 거짓된 기재가 없다면 허위공문서작성죄가 성립할 수 없고, 이는 그와 같은 잘못이 공무원의 고의에 기한 것이라도 달리 볼 수 없다(대법원 1996. 5. 14. 선고 96도554 판결, 대법원 2000. 6. 27. 선고 2000도1858 판결 등 참조). 공문서 작성 과정에서 법령 등을 잘못 적용하였다고 하여 반드시 진실에 반하는 기재를 하여 공문서를 작성하게 되는 것은 아니므로, 공문서 작성 과정에서 법령 등의 적용에 잘못이 있다는 것과 기재된 공문서 내용이 허위인지 여부는 구별되어야 한다.
(2) 이 사건 기성검사조서에는 위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 규정 적용에 전제가 되는 사실관계, 즉 주탑 등 자재의 제작 및 현장 반입 여부, 제작 공장에서의 기성검사 실시 및 합격 여부, 자재의 특성이나 용도 및 시장거래상황 등에 관하여 아무런 기재가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에서 위 규정 적용에 전제가 되는 사실관계에 관하여 허위로 기재할 여지도 없다.
(3) 이 사건 기성검사조서에 기재된 전체 기성고 비율 42%와 기성부분 준공금액 1,088,380,000원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여 허위라고 보기도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4 회사는 (지방자치단체명 생략)에 기성대가 지급을 청구하면서 기성부분 검사원에 기성내역서를 첨부하여 제출하였는데 위 기성내역서에 이 사건 공사를 탐방로, ○○○교량, 부대공 등 공종별로 나누어 기재하였고, 그중 ○○○교량 부분이 토공, 구조물공, 부대공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구조물공은 다시 기초공과 상부공으로 나뉘어 그중 상부공이 강교 제작, 제작 공장에서 시공 현장으로의 강재 운반, 강교 가설, 경량형 강철 골조 조립ㆍ설치 등으로 세분되어 있는 사실, 위 기성내역서에 각 세부 공종별로 도급 단가와 도급 단위가 기재되어 있고, 그중 강교 제작 부분 도급액이 418,869,963원, 강재 운반 부분 도급액이 13,577,102원, 강교 가설 부분 도급액이 43,353,023원, 경량형 강철 골조 조립ㆍ설치 부분 도급액이 48,823,413원으로 각각 기재되어 있는 사실, 위 기성내역서에 강교 설치 부분 기성 비율이 100%로, 강재 운반, 강교 가설, 경량형 강철 골조 조립ㆍ설치 부분 기성 비율은 각각 0%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주탑을 반입하였다는 취지로 기성검사원이 신청되었다는 공소사실의 기재는 이 점에서도 사실과 다르다), 피고인과 공소외 1 그리고 공소외 7 등 공소외 2 회사의 임직원과 공소외 2 회사로부터 주탑 부분 제작을 하도급 받은 공소외 3 회사의 대표이사인 공소외 8 등은 모두 이 사건 기성검사 당시 주탑 제작이 완료되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달리 주탑 등 교량 자재의 제작이 완료되지 않았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를 찾을 수 없는 사실, 위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은 이른바 ‘공사계약일반조건’으로서 (지방자치단체명 생략)와 공소외 4 회사 사이의 이 사건 공사계약의 내용에도 편입되어 있는 사실, 이 사건 기성검사조서의 기재 내용 중 이 사건 공사 전체의 기성고 비율 42%는 위 ‘강교 제작’ 부분 기성 비율을 100%로 인정하여 산출된 것이고, 기성부분 준공금액 1,088,380,000원은 위 ‘강교 제작’ 부분 기성금액을 위 기성내역서상 그 부분 도급액 전액인 418,869,963원으로 인정한 다음 나머지 공종의 준공금액과 합산하여 산출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종합하면, (지방자치단체명 생략)와 공소외 4 회사는 교량 설치에 필요한 주탑 등 자재의 제작과 운반, 조립ㆍ설치를 서로 다른 공종으로 나눈 다음 그중 자재의 운반 및 조립ㆍ설치를 제외한 교량 자재의 제작 부분만을 ‘강교 제작’ 공종으로 구분하여 그 부분의 도급액을 따로 정하였을 가능성이 다분하고, 이 사건 기성검사 당시 위 ‘강교 제작’ 부분이 이미 완료되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여기에 이른바 ‘기성검사’는 전체 공사가 완료되기 전에 기성부분, 즉 이미 공사가 완료된 부분의 대가를 지급하기 위하여 공사의 진척 정도를 금전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서, 그 평가액은 계약에서 세부 공종별 물량과 단가에 관하여 정한 바가 있으면 이를 기준으로 하여 산정하여야 하는 점과 이 사건 기성검사조서에 ‘이 기성검사조사의 기성고 비율이나 기성부분 준공금액은 미시공 자재의 기성 인정 한도에 관한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 또는 공사계약일반조건의 규정을 적용하여 산출된 것’이라는 취지의 기재가 없는 점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기성검사조서에 기재된 기성고 비율이나 기성부분 준공금액은 공종의 분류, 공종별 도급액 등 공사계약의 내용과 실제 공종별 진척 정도에 따라 산정된 수치와 일치할 가능성이 있고, 따라서 객관적 진실에 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4) 이 사건 기성검사조서는 ‘현장감독관인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에 대한 기성부분 검사를 마쳐 기성부분 준공금액이 1,088,380,000원, 기성고 비율이 42%임을 확인하였다.’는 내용일 뿐, 제작 공장이나 공사 현장에서 주탑 등 교량 자재의 제작 완료 여부 등을 직접 세밀하게 확인하였음을 확인하거나 증명하는 내용이 아니므로, 설령 피고인이 교량용 자재의 제작 또는 보관 현장에서 직접 그 제작 완료 여부를 세밀하게 확인하지 않은 채 자재의 운반 및 조립ㆍ설치를 제외한 ‘강교 제작’ 부분의 기성고 비율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산출된 이 사건 공사 전체의 기성고 비율이나 기성부분 준공금액을 이 사건 기성검사조서에 기재하였다고 하여 거기에 어떤 허위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또 피고인이 기성부분을 확인한 방법이나 장소는 공소사실에 허위의 내용으로 적시되어 있지도 않다.
라. 그럼에도 이 사건 기성검사조서가 허위의 공문서에 해당한다고 보아 허위공문서작성과 허위작성공문서행사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과 조치에는 허위공문서작성죄ㆍ허위작성공문서행사죄에서 ‘허위 작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파기의 범위
이상과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의 피고인에 대한 부분 중 허위공문서작성ㆍ허위작성공문서행사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는데, 원심은 이 부분과 피고인에 대한 나머지 공소사실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보아 피고인에 대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한 제1심을 유지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 전부를 파기하여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흥구(재판장) 김재형 안철상(주심) 노정희 |
219,373 | 관리비 | 2017다234262 | 20,210,916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소액사건에 관하여 상고이유로 할 수 있는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때’의 요건을 갖추지 않았더라도 대법원이 실체법 해석적용의 잘못에 관하여 판단할 수 있는 경우 [2] 규약에서 집합건물 관리비에 대하여 구분소유자의 의무를 정하고 있는 경우, 관리단은 구분소유자나 임차인 등 점유자를 상대로 관리비를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이러한 법리는 관리단이 관리비에 해당하는 비용을 실제 지출하지 않았거나 관리인으로 선임된 자가 관리단을 위해 관리행위를 하였으나 나중에 관리단집회의 관리인 선임 결의가 적법하지 않다고 밝혀진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 null | [1]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제2호 / [2]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5조 제4항, 제17조, 제28조 제1항, 제42조 제2항 | [1] 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3다1878 판결(공2004하, 1571), 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다48824 판결 | 【원고, 상고인】
○○○○프라자관리단
【피고, 피상고인】
피고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7. 5. 18. 선고 2016나5800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소액사건에 대한 상고이유
소액사건에서 구체적 사건에 적용할 법령 해석에 관한 대법원판례가 아직 없는 상황에서 같은 법령의 해석이 쟁점으로 되어 있는 다수의 소액사건이 하급심에 계속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재판부에 따라 엇갈리는 판단을 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경우, 대법원이 소액사건이라는 이유로 법령 해석에 관해서 판단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한다면 국민생활의 법적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 이러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액사건에 관하여 상고이유로 할 수 있는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때’라는 요건을 갖추지 않았더라도 법령 해석의 통일이라는 대법원의 본질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실체법 해석·적용의 잘못에 관하여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3다1878 판결, 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다48824 판결 참조).
2. 집합건물 관리단이 규약에 따라 관리비를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라 한다)은 규약으로 정할 수 있는 사항과 그 효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건물과 대지 또는 부속시설의 관리 또는 사용에 관한 구분소유자들 사이의 사항 중 집합건물법에서 규정하지 않은 사항은 규약으로 정할 수 있다(제28조 제1항). 구분소유자인 공유자는 규약이 있는 때에는 그에 따라, 규약이 없는 때에는 지분 비율에 따라 공용부분 관리비용을 부담하고(제17조), 전유부분 관리비에 대해서는 집합건물법이 별도로 정하고 있지 않다. 점유자는 구분소유자가 건물이나 대지 또는 부속시설의 사용과 관련하여 규약에 따라 부담하는 의무와 동일한 의무를 진다(제42조 제2항). 여기에서 ‘점유자’란 전유부분을 점유하는 자로서 구분소유자가 아닌 자를 말한다(제5조 제4항).
위와 같은 규정 내용과 체계 등에 비추어 보면, 규약에서 집합건물 관리비에 대하여 구분소유자의 의무를 정하고 있는 경우 전유부분의 임차인 등 점유자는 다른 법령이나 약정이 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분소유자와 같은 의무를 부담하고, 관리단은 구분소유자나 임차인 등 점유자를 상대로 관리비를 청구할 수 있다. 이러한 법리는 관리단이 관리비에 해당하는 비용을 실제 지출하지 않았거나 관리인으로 선임된 자가 관리단을 위해 관리행위를 하였으나 나중에 관리단집회의 관리인 선임 결의가 적법하지 않다고 밝혀진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나.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집합건물인 이 사건 상가의 관리단이고, 피고는 이 사건 상가 중 지하 104호의 임차인이다. 주식회사 △△△△△프라자(이하 ‘△△△△△프라자’라 한다)는 관리인으로 선임되어 이 사건 상가에 대한 관리업무를 수행하고 구분소유자 등에게 관리비를 청구·수령하였다.
이 사건 상가의 구분소유자들은 2010. 5. 4. 관리규약을 제정하여 시행하였다. 관리규약에 따르면 입주자는 관리주체가 부과한 관리비를 납기에 납부하여야 하고(제38조 제1항), 구분소유자는 자기 소유 건물을 타인에게 임대한 경우 사용자 또는 점유자가 관리비와 사용료 등 공과금 체납분의 납부를 거부할 때에는 이를 부담할 책임이 있다(제9조 제1항).
이 사건 상가의 구분소유자인 대한예수교장로회 □□□□교회는 2013. 1. 9. △△△△△프라자를 상대로 관리인 자격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제1심법원은 2013. 11. 7. 관리단집회의 의결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프라자가 관리인 지위에 있지 않음을 확인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항소와 상고가 기각되어 2014. 12. 15. 그대로 확정되었다.
△△△△△프라자는 위 판결이 확정된 후 원고에게 이 사건 상가의 관리와 관련한 일체의 권리와 의무를 인계하였다.
(2)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2012. 11.부터 2014. 11.까지 관리비 등 합계 6,547,960원의 지급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이 사건 상가의 관리규약에서 구분소유자와 임차인 등 사용자에게 관리비 납부의무가 있다고 하면서 임차인 등 사용자가 관리비를 납부하지 않을 경우 구분소유자가 관리비를 납부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정하고 있다. 관리규약이 유효하게 성립하였다면 임차인인 피고는 구분소유자와 같이 관리비 납부의무를 부담하고 관리단인 원고는 피고에게 관리비를 청구할 수 있다. 이는 원고가 관리비에 해당하는 비용을 실제 지출하지 않았거나 원고를 위하여 관리행위를 한 △△△△△프라자가 적법한 관리단집회의 결의 없이 선임되었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
원심으로서는 관리규약이 유효한지를 심리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관리규약에 따라 관리비 납부의무를 부담하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심리하지 않고 원고가 직접 관리행위를 하거나 그 과정에서 어떤 비용을 지출하였음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관리규약에 근거한 원고의 관리비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판결에는 집합건물의 관리비 채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3. 결론
원고의 상고는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17,789 | 분묘기지권확인등ㆍ토지임료(지료) | 2017다271834, 271841 | 20,210,916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분묘의 기지인 토지가 분묘의 수호ㆍ관리권자가 아닌 다른 사람의 소유인 경우, 토지 소유자가 분묘의 설치를 승낙한 때 분묘기지권을 설정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 여부(적극) 및 위 분묘기지권 성립 당시 토지 소유자와 분묘의 수호ㆍ관리자가 지료 지급의무의 존부나 범위 등에 관하여 약정한 경우, 그 약정의 효력이 분묘 기지의 승계인에 미치는지 여부(적극) [2] 자기 소유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사람이 토지를 양도하면서 분묘를 이장하겠다는 특약을 하지 않음으로써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경우, 분묘기지권이 성립한 때부터 분묘 기지에 대한 지료 지급의무를 지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 [1] 분묘의 기지인 토지가 분묘의 수호ㆍ관리권자 아닌 다른 사람의 소유인 경우에 그 토지 소유자가 분묘 수호ㆍ관리권자에 대하여 분묘의 설치를 승낙한 때에는 그 분묘의 기지에 관하여 분묘기지권을 설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이 승낙에 의하여 성립하는 분묘기지권의 경우 성립 당시 토지 소유자와 분묘의 수호ㆍ관리자가 지료 지급의무의 존부나 범위 등에 관하여 약정을 하였다면 그 약정의 효력은 분묘 기지의 승계인에 대하여도 미친다. [2] 자기 소유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사람이 그 토지를 양도하면서 분묘를 이장하겠다는 특약을 하지 않음으로써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묘기지권자는 분묘기지권이 성립한 때부터 토지 소유자에게 그 분묘의 기지에 대한 토지사용의 대가로서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 [1] 민법 제185조, 제279조, 제287조 / [2] 민법 제185조, 제279조, 제287조 | [1] 대법원 2000. 9. 26. 선고 99다14006 판결(공2000하, 2181) / [2] 대법원 2021. 5. 27. 선고 2020다295892 판결(공2021하, 1228) | 【원고(반소피고), 상고인】
원고(반소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로 담당변호사 홍임석 외 2인)
【피고(반소원고), 피상고인】
피고(반소원고)
【원심판결】
의정부지법 2017. 9. 21. 선고 2017나201898, 201904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원고(반소피고)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원고(반소피고) 2의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원고(반소피고) 2와 피고(반소원고) 사이에서 생긴 부분은 원고(반소피고) 2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고(반소피고) 1의 상고이유 주장에 관하여
가. 분묘의 기지인 토지가 분묘의 수호ㆍ관리권자 아닌 다른 사람의 소유인 경우에 그 토지 소유자가 분묘 수호ㆍ관리권자에 대하여 분묘의 설치를 승낙한 때에는 그 분묘의 기지에 관하여 분묘기지권을 설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0. 9. 26. 선고 99다14006 판결 참조). 이와 같이 승낙에 의하여 성립하는 분묘기지권의 경우 성립 당시 토지 소유자와 분묘의 수호ㆍ관리자가 지료 지급의무의 존부나 범위 등에 관하여 약정을 하였다면 그 약정의 효력은 분묘 기지의 승계인에 대하여도 미친다.
나. 원심은 원고(반소피고) 1이 1970. 4. 12. 그 부친인 소외 1이 사망하자 소외 2의 승낙을 얻어 소외 2 소유의 토지 위에 소외 1의 분묘인 이 사건 (가)분묘를 설치한 사실, 그 후 이 사건 (가)분묘의 수호와 봉제사 목적 달성에 필요한 부분을 포함하는 이 사건 대지를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가 임의경매절차에서 매수하여 피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사실 및 원고(반소피고) 1과 소외 2 사이에 이 사건 (가)분묘 이전에 관한 특약이 없었던 사실을 인정하여, 원고(반소피고) 1이 이 사건 대지 중 이 사건 (가)분묘의 수호와 봉제사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에 관하여 분묘기지권을 취득하였고, 또한 이 사건 (가)분묘가 설치된 이후 20년이 지났으므로 이 사건 대지 중 같은 범위에 관하여 취득시효 완성으로 인한 분묘기지권도 취득하였다고 판단한 다음, 토지 소유자와 분묘 수호ㆍ관리권자 사이의 이익 균형 등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반소피고) 1은 피고에게 피고가 이 사건 대지 소유권을 취득한 날부터 이 사건 (가)분묘의 기지 부분에 대한 차임 상당의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이 부분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고(반소피고) 1이 토지 소유자인 소외 2의 승낙을 얻어 이 사건 (가)분묘를 설치함으로써 앞서 본 법리에 따라 그 기지에 관하여 분묘기지권을 취득하였음은 원심이 판단한 바와 같다. 이와 같이 원고(반소피고) 1이 토지 소유자의 승낙에 의하여 취득한 분묘기지권을 보유하는 이상 그 후에 같은 분묘의 기지에 관하여 취득시효를 원인으로 하는 분묘기지권을 취득할 여지는 없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이처럼 소외 2의 승낙에 의하여 설정된 분묘기지권을 보유하는 원고(반소피고) 1이 소외 2와 사이에 지료에 관하여 약정한 것이 있다면, 앞서 본 법리에 따라 그 약정의 효력이 그 후 이 사건 (가)분묘의 기지를 승계취득한 피고에 대하여도 미치게 되므로, 원심으로서는 원고(반소피고) 1의 피고에 대한 지료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를 판단하면서 먼저 원고(반소피고) 1과 소외 2 사이의 지료에 관한 약정 여부와 그 내용에 관하여 심리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원고(반소피고) 1이 소외 2의 승낙 아래 이 사건 (가)분묘를 설치하여 그 기지에 관하여 분묘기지권을 취득할 당시 이 사건 대지 소유자인 소외 2와 사이에 이 사건 (가)분묘 기지의 지료에 관하여 어떠한 약정을 하였는지 여부를 심리하지 아니한 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가)분묘의 기지에 관하여 차임에 상당하는 지료 지급의무를 인정하였다. 이와 같은 원심판결에는 취득시효 완성에 의한 분묘기지권의 성립과 토지 소유자의 승낙으로 취득하는 분묘기지권에서 지료 지급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원고(반소피고) 2의 상고이유 주장에 관하여
자기 소유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사람이 그 토지를 양도하면서 분묘를 이장하겠다는 특약을 하지 않음으로써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묘기지권자는 분묘기지권이 성립한 때부터 토지 소유자에게 그 분묘의 기지에 대한 토지사용의 대가로서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2021. 5. 27. 선고 2020다295892 판결 참조).
원심은, 2001. 12. 22. 소외 2가 사망하자 원고(반소피고) 2를 비롯한 소외 2의 상속인들이 소외 2가 소유하던 토지에 이 사건 (나)분묘를 설치한 사실, 피고가 2011. 10. 24. 임의경매로 인한 매각을 원인으로 이 사건 대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사실을 인정하여 이 사건 (나)분묘의 수호ㆍ관리권자인 원고(반소피고) 2가 이 사건 대지 중 이 사건 (나)분묘의 수호와 봉제사 목적 달성에 필요한 부분에 관하여 분묘기지권을 취득하였다고 판단한 다음,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대지 중 위와 같이 분묘기지권이 미치는 부분에 대한 차임 상당액을 지료로 정하여 원고(반소피고) 2가 이 사건 대지의 소유자인 피고에 대하여 피고의 이 사건 대지 소유권취득일부터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분묘기지권자의 지료 지급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할 뿐 아니라 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7다228007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그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되었으므로, 이 사건에 원용할 수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반소피고)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반소피고) 2의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 중 원고(반소피고) 2와 피고 사이에서 생긴 부분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흥구(재판장) 김재형 안철상(주심) 노정희 |
228,441 | 조합원부담금청구·조합원지위부존재확인등·조합원지위부존재확인등·조합원지위부존재확인등·기타(금전)·조합원지위부존재확인등 | (창원)2020나14690(본소), (창원)2020나14713(반소), (창원)2020나14720(반소), (창원)2020나14737(반소), (창원)2020나14744(반소), (창원)2021나11216(반소) | 20,210,916 | 선고 | 부산고등법원(창원) | 민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원고(반소피고), 피항소인】
○○지역주택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윤강 담당변호사 허제량)
【피고(반소원고), 항소인】
피고 1 외 5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황준호 외 2인)
【제1심판결】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2020. 10. 29. 선고 2019가합10268(본소), 2019가합11971(반소), 2020가합1055(반소), 2020가합1086(반소), 2020가합2188(반소) 판결
【변론종결】
2021. 5. 27.
【주 문】
1. 피고(반소원고)들의 항소와 이 법원에서 제기된 피고(반소원고) 5의 반소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반소원고)들이 부담하고, 피고(반소원고) 5의 반소로 인한 소송비용은 피고(반소원고) 5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가. 본소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들은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에게 별지 〈표〉 ‘청구금액’란 기재 각 돈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17. 4. 21.부터 갚는 날까지 연 18%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나. 반소
1) 2020나14713, 14720, 14737, 2021나11216
피고 1, 피고 3, 피고 4, 피고 5는 각 원고의 조합원 지위에 있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원고는 피고 1에게 39,400,000원, 피고 3에게 35,000,000원, 피고 4에게 44,860,600원, 피고 5에게 65,510,119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반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2020나14744
원고는 피고 2에게 35,000,000원, 피고 6에게 28,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반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가. 본소
제1심판결 중 피고들에 대한 본소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본소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나. 반소
1) 2020나14713, 14720, 14737
제1심판결 중 피고 1, 피고 3, 피고 4에 대한 각 반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 1, 피고 3, 피고 4는 각 원고의 조합원 지위에 있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원고는 피고 1에게 39,400,000원, 피고 3에게 35,000,000원, 피고 4에게 44,860,6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반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2020나14744
제1심판결 중 피고 2, 피고 6에 대한 각 반소 부분을 취소한다. 원고는 피고 2에게 35,000,000원, 피고 6에게 28,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반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기재할 이유는, 아래와 같이 고쳐 쓰는 외에는 제1심판결 이유 부분 제1항 중 피고들에 대한 부분의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 제1심 판결문 제8면 [표1] 및 제9면 [표2]의 각 “원고” 부분을 “피고”로, 제12면 [표] ‘제8조 제1항’ 부분의 “60제곱미터”를 “85제곱미터”로 각 고쳐 쓴다.
○ 제1심판결 이유 부분 제1의 다.2)항을 다음과 같이 고쳐 쓴다.
『2) 원고는 2018. 11. 16. 제10차 임시총회에서 이 사건 3차 부담금 등 조합원들의 미납 부담금에 관하여 납부시기를 2018. 12. 31.로 정하되, 이를 경과하는 경우 위 제5차 임시총회에서 결의된 내용대로 이 사건 3차 부담금에 대하여 이 사건 사업계획승인 다음날부터 연 18%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소급하여 청구하는 내용의 결의를 하였다.』
2. 본소청구에 대한 판단
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1) 원고의 주장 요지
피고들은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 제7조 제5항, 제10조 제4항, 원고 조합 규약 제12조 제4항에 따라 이 사건 사업계획승인 시에 납부하기로 정한 이 사건 3차 부담금을 원고 조합에 납부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피고들은 이 사건 3차 부담금 중 일부 또는 전부를 납부하지 않았으므로, 원고에게 그 미지급액인 별지 〈표〉 ‘청구금액’란 기재 각 돈 및 각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사업계획승인일 다음날인 2017. 4. 21.부터 갚는 날까지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에서 정한 연 18%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판단
가) 피고들이 2014년경 원고와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여 원고의 조합원이 된 사실,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 제7조 제5항, 제10조 제4항, 원고 조합 규약 제12조 제4항에서는 피고들이 이 사건 사업계획승인 시 조합원 총 부담금의 10%에 해당하는 이 사건 3차 부담금을 원고에게 납부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사실, 원고는 2017. 4. 20. 이 사건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나)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들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3차 부담금 납부의무의 이행기가 이 사건 사업계획승인일인 2017. 4. 20. 도래하였음이 명백하므로, 피고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이 사건 3차 부담금 중 미지급한 부분인 별지 〈표〉 ‘인용금액’란 기재 각 돈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위 이행기(2017. 4. 20.) 다음날인 2017. 4. 21.부터 갚는 날까지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에서 정한 약정 지연손해금률인 연 18%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는 피고 1, 피고 4(대법원 판결의 피고), 피고 6에 대하여 위 각 인용금액을 초과하는 돈의 지급을 구하고 있으나, 위 피고들이 미지급한 이 사건 3차 부담금의 액수가 위 각 인용금액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나. 피고들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의 무효 주장
가) 피고들 주장 요지
피고 1, 피고 4, 피고 3, 피고 5, 피고 6은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 체결 당시 세대주 자격을 상실하였거나 본인 또는 세대원이 2채 이상의 주택 또는 주거전용면적 60㎡를 초과하는 주택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피고 2는 이 사건 가입계약 체결 이후 주거전용면적 60㎡를 초과하는 주택을 소유하게 되었으므로 주택법령 및 원고의 조합 규약에 따를 때 피고들은 모두 원고의 조합원이 될 자격이 없었다. 그렇다면 원고와 피고들 사이의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은 무효이므로 피고들은 이 사건 3차 부담금 납부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
나) 판단
(1)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 체결 당시 시행되던 구 주택법 제32조 제5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8조 제1항 제1호에서는 지역주택조합의 주택조합설립인가신청일부터 해당 주택조합의 입주가능일까지 세대주 전원이 주택을 소유하지 아니하거나 세대원 중 1인에 한하여 주거전용면적 60㎡ 이하의 주택 1채를 소유한 세대의 세대주에 한하여 조합원이 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였고(이후 2014. 12. 23. 주택법 시행령 제38조 제1항이 개정됨에 따라 주거전용면적 기준이 60㎡에서 85㎡로 변경되었다),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 및 원고 조합 규약에서 위와 같은 법령상 조합원 자격 요건을 원고 조합의 조합원 자격 요건으로 정하면서 위 자격 요건에 해당하지 않게 된 조합원의 조합원 자격이 자동 상실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2) 그러나 주택조합의 조합원 자격에 관한 주택법이나 그 시행령 등의 규정은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없는 규정이지만(대법원 2020. 9. 7. 선고 2020다237100 판결 등 참조), 이는 단순한 단속규정에 불과할 뿐 효력규정은 아니므로 당사자 사이의 약정이 이에 위배된다고 하더라도 그 약정이 당연 무효라고 할 수는 없고(대법원 2011. 12. 8. 선고 2011다5547 판결 등 참조), 다만 당사자가 통정하여 위와 같은 단속규정을 위반하는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비로소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하게 된다(대법원 1993. 7. 27. 선고 93다2926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2다44839 판결 등 참조).
그렇다면 피고들이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할 당시부터 주택법령,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 및 원고 조합 규약에 따른 조합원 자격이 없었는지 또는 그 이후 조합원 자격을 상실하였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피고들이 원고와 통정하여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상, 이로써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이 당연 무효로 된다고 볼 수는 없다.
(3) 나아가 피고들이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 체결 당시부터 조합원 자격이 없었는지 또는 그 이후 조합원 지위를 상실하였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피고들은 원고에게 이 사건 3차 부담금 전액의 지급의무를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위 (2)항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들이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 체결 당시부터 조합원 자격이 없었는지 또는 계약 체결 후 사후적으로 조합원 자격을 상실하였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이 당연 무효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피고들의 조합원 자격 상실에 따른 법률관계를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 및 원고의 조합 규약에 규정하여 규율하는 것은 계약자유의 원칙 및 사적자치의 원칙상 당연히 허용된다.
(나) 주택법상 지역주택조합사업은 통상 지역주택조합 설립 전에 미리 다수의 조합원을 모집하면서 그 분담금 등으로 사업부지를 확보하고 사업승인을 얻어 아파트 등 주택을 건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므로, 조합과 다수의 조합원들 사이에서 획일적이고 예측 가능한 법률관계를 형성하고 사업 진행을 위한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 자격 부존재 또는 상실에 따른 법률관계 역시 조합 가입계약이나 조합 규약에 미리 규정하여 조합 가입계약을 체결한 사람들 전부에 대하여 이를 통일적으로 적용하고 종국적으로 조합원 자격을 보유하지 못한 사람에 대하여서도 합리적인 범위에서 사업 진행을 위한 비용을 부담시킬 필요가 있다.
(다) 한편 원고와 같은 지역주택조합이 조합원으로 가입하려는 사람의 세대주 여부나 주택 소유 여부 등 조합원 자격을 확인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고 볼 법령상 근거가 없으며, 반면 조합원으로 가입하려고 하는 사람은 계약 체결 전에 관계 법령의 규정과 조합규약을 통해 자신이 조합원 자격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 및 애당초 조합원 자격이 없던 사람과 계약 체결 후 사후적으로 조합원 자격을 상실한 사람을 지역주택조합사업 비용 부담에 있어 달리 취급할 합리적 이유가 없는 점, 애당초 조합원 자격이 없던 사람들에 대하여 비용을 전혀 부담시킬 수 없다면 이들은 사업 진행 상황의 유, 불리에 따라 언제든지 조합원 자격 부존재를 주장하여 납입금 전액을 회수하게 되어 조합에게 불측의 손해가 생기고 정당한 자격을 갖춘 다른 조합원들의 비용 부담이 증가하게 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애당초 조합원 자격이 없이 조합 가입계약을 체결한 사람들에 대하여도 사후적으로 조합원 자격을 상실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 및 원고 조합 규약에 규정된 바에 따라 사업 진행을 위한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이 타당하다.
(라) 나아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은 모두 지역주택조합설립인가신청일 이전에 체결된 것으로 피고들은 계약 체결 이후 지역주택조합설립인가신청일 이전에 얼마든지 조합원 자격을 갖출 수 있었으므로 피고들은 계약 체결 이후 지역주택조합설립인가신청일에 비로소 후발적으로 조합원 자격을 상실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원고와 피고들 사이의 법률관계는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 및 원고 조합 규약에 규정된 바에 따라 규율하는 것이 타당하다.
(마)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 및 원고의 조합 규약에서는 조합원의 자격 상실에 따른 납입금 환불 시 조합원이 기존에 납부한 제1차 내지 제4차 부담금을 공제하는 것으로 명백히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들의 조합원 자격 상실에 따른 납입금 환불에 대하여는 위 조합가입계약 및 조합 규약의 규정이 적용된다 할 것이며, 이처럼 기존에 제1차 내지 제4차 부담금을 납부한 조합원이 그 전액을 공제당하고 납입금을 반환받게 되는 이상, 조합원 지위 상실 시점까지 위와 같은 범위의 부담금을 납부하지 아니한 조합원에 대하여서도 미지급한 부담금을 추가로 납부하도록 하는 것이 형평에 부합한다. 따라서 제1차 내지 제4차 부담금에 포함되는 이 사건 3차 부담금 중 전부 또는 일부를 미납한 조합원은 조합원 지위를 상실하였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미지급한 부담금 전액을 원고에게 납부해야 한다.
(4) 그렇다면 피고들의 조합원 자격 상실을 이유로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이 당연 무효로 된다는 피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피고들은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미지급한 이 사건 3차 부담금 전액을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이행불능으로 인한 해제 주장
가) 피고들 주장 요지
원고의 조합원 모집 부진, 대출 실행 불가 및 원고의 조합 해산, 사업자지위 양도 등 원고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에 따른 아파트 공급의무가 이행불능되었으므로, 이에 따라 피고들은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였고, 이로써 피고들의 이 사건 3차 부담금 납부의무는 소멸하였다.
나) 판단
(1)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 제10조 제9항에서 ‘원고의 귀책사유로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이 해지되는 경우 조합원이 납부한 부담금을 전액 반환하기로 한다’는 취지로 정하고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2) 그러나 앞서 든 증거, 갑 제10, 12, 15호증, 을나 제12, 1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는 2018. 9. 16.자 제9차 조합총회에서 제6호 의안으로 ‘토지사용 동의 및 사업부지 매각(사업권 포함) 승인의 건’을 상정하면서 그 제안사유로 “본 조합은 신안저축은행 토지대출금 및 용역회사 미지급금에 대한 상환능력과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대한 추진이 더 이상 불가하여 조합 사업부지 매각을 통하여 해결하고자 합니다.”라고 기재한 점, ② 2018. 11. 16.자 제10차 조합총회에서는 제3호 의안으로 ‘민간임대주택사업 시행을 위한 개별 약정서 작성의 건’을 상정하면서 그 제안사유로 “사업진행에 있어 주택가격의 급격한 저하 및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조합 업무가 원활히 추진되지 않아 조합원들의 이자 부담 등 사업비용의 계속 증가 및 아파트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하여 기존 조합주택사업으로 진행할 경우 조합원들의 경제적 손실이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되어 원고를 해산하고, 지역주택조합사업을 민간임대주택 사업으로 전환을 위한 약정서를 작성하고자 합니다.”라고 기재한 점, ③ 원고 조합원들은 위 각 총회 의안에 기재된 위와 같은 사정을 인지하고 다수가 동의하여 위 의안들을 가결 처리한 점, ④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 당시 첨부된 ‘(가칭)○○지역주택조합 사업계획(안)동의서’에는 “향후 사업계획이 사업추진과정과 사업계획승인시 변경, 조정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변경, 조정된 내용에도 동의한다. 이에 대해 향후 일체 어떠한 이의 제기도 하지 아니하기로 하며, 향후 인·허가 및 토지매입 여부에 따라 면적, 평형, 세대수, 동·호수가 변경되더라도 일체의 이의를 제기치 않음에 동의합니다.”라고 부동문자로 기재되어 있고, 그 아래에 피고들이 서명·날인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지역주택조합사업 진행과정에서 주택 가격의 급락과 경기 침체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하여 조합원 모집, 재정 확보 등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조합원들의 결의에 따라 조합을 해산한 것으로 보일 뿐 그 과정에서 원고에게 어떠한 귀책사유가 있었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원고의 귀책사유에 기한 이행불능이 있었다는 피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조합잔여재산 분배와 관련된 주장(피고 2, 피고 6)
가) 위 피고들 주장 요지
원고가 해산함에 따라 위 피고들은 원고에 대하여 조합잔여재산 분배청구권을 가지는데 위 피고들의 이 사건 3차 부담금 납부와 원고의 조합잔여재산 분배는 일체로 이루어져야 하므로 위 피고들은 원고로부터 조합잔여재산을 분배받을 때까지 이 사건 3차 부담금 납부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
나) 판단
조합이 해산된 때에 처리하여야 할 잔무가 없고 잔여재산의 분배만이 남아 있을 경우에는 따로 청산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조합원들에게 분배할 잔여재산과 그 가액이 청산절차가 종료된 때에 확정되는 것이므로 조합원들 사이에 특별한 다른 약정이 없는 이상 청산절차가 종료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잔여재산의 분배를 청구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3. 3. 23. 선고 92다42620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원고의 조합 해산에 따라 처리해야할 잔무가 없고 잔여재산의 분배 업무만이 남아있는 사실 또는 청산절차가 종료되었다거나 조합원들이 청산절차를 배제하는 특별한 약정을 한 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위 피고들의 조합잔여재산 분배청구권이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조합잔여재산 분배청구권 성립을 전제로 하는 위 피고들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반소청구에 대한 판단
가. 피고 1, 피고 3, 피고 4, 피고 5의 조합원 지위 부존재 확인 청구에 관한 판단
피고 1, 피고 3, 피고 4, 피고 5는 원고에 대하여 원고의 조합원 지위가 부존재한다는 점에 대한 확인을 구한다. 그러므로 이 부분 소의 적법 여부에 관하여 직권으로 보건대, 위 피고들이 원고의 조합원 지위에 있지 아니하다는 점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위 피고들의 이 부분 반소 청구는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나. 피고들의 금원 지급 청구에 관한 판단
1) 피고들 주장 요지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은 조합원 자격이 없는 피고들과 체결된 것으로 무효이므로, 원고는 피고들로부터 납부받은 조합원 부담금 상당의 부당이득을 피고들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 또한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은 원고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이행불능 상태에 이르러 해제되었으므로 원고는 피고들에게 이에 따른 원상회복의무 및 손해배상의무를 이행하여야 한다. 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의 무효에 따른 부당이득반환 또는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 및 손해배상으로 피고 1에게 39,400,000원, 피고 2에게 35,000,000원, 피고 3에게 35,000,000원, 피고 4에게 44,860,600원, 피고 5에게 65,510,119원, 피고 6에게 28,000,000원 및 위 각 돈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판단
앞서 본소에 관한 부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조합가입계약이 당연 무효이거나 이행불능을 이유로 해제되었음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이를 전제로 하는 피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 1, 피고 3, 피고 4, 피고 5의 각 반소 청구 중 조합원 지위 부존재 확인 청구 부분은 부적법하여 이를 모두 각하하고, 원고의 피고 2, 피고 3, 피고 5에 대한 각 본소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모두 인용하고, 피고 1, 피고 4, 피고 6에 대한 각 본소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각 나머지 본소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며, 피고 1, 피고 3, 피고 4, 피고 5의 각 나머지 반소청구 및 피고 2, 피고 6의 각 반소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들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하고, 피고 5가 이 법원에서 제기한 반소 청구 역시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김관용(재판장) 최승원 이상완 |
217,777 | 교육세및법인세부과처분취소청구 | 2017두68813 | 20,210,916 | 선고 | 대법원 | 세무 | 판결 | [1] 통화선도ㆍ스왑 평가손익이 2010. 2. 18. 개정된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 ‘외환매매익’이나 2011. 7. 14. 개정된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 (나)목의 ‘파생상품 등 거래의 손익’에 해당하여 위 각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에 포함된 다른 손익 항목과 통산되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2] 구 법인세법 제19조 제2항에서 정한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비용’의 의미 및 그러한 비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 /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납세자가 손금으로 신고한 금액이 손비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사정에 대한 증명책임이 과세관청에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 [1]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 개정 경위, 교육세 과세표준인 금융ㆍ보험업자의 수익금액에 관한 규정들의 문언과 체계, 거래손익과 평가손익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보면, 통화선도ㆍ스왑 평가손익은 구 교육세법 시행령(2010. 2. 18. 대통령령 제22046호로 개정되어 2011. 7. 14. 대통령령 제2302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항 제5호의 ‘외환매매익’이나 구 교육세법 시행령(2011. 7. 14. 대통령령 제23022호로 개정되어 2015. 2. 3. 대통령령 제2607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항 제5호 (나)목의 ‘파생상품 등 거래의 손익’에 해당하여 위 각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에 포함된 다른 손익 항목과 통산되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2] 구 법인세법(2010. 12. 30. 법률 제1042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제1항은 “손금은 자본 또는 출자의 환급, 잉여금의 처분 및 이 법에서 규정하는 것을 제외하고 당해 법인의 순자산을 감소시키는 거래로 인하여 발생하는 손비의 금액으로 한다.”라고 정하고, 제2항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손비는 이 법 및 다른 법률에 달리 정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 법인의 사업과 관련하여 발생하거나 지출된 손실 또는 비용으로서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것이거나 수익과 직접 관련된 것으로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비용’이란 납세의무자와 같은 종류의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법인도 동일한 상황 아래에서는 지출하였을 것으로 인정되는 비용을 뜻하고, 그러한 비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지출의 경위와 목적, 형태, 액수,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과세처분의 적법성과 과세요건사실의 존재에 대한 증명책임은 과세관청에 있으므로 과세표준의 기초가 되는 각 사업연도의 익금과 손금에 대한 증명책임도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에 있다. 따라서 납세의무자가 손금으로 신고한 금액이 손비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사정도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이 증명해야 한다. | [1] 교육세법 제5조 제1항 제1호, 제3항, 구 교육세법 시행령(2010. 2. 18. 대통령령 제220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항 제5호, 구 교육세법 시행령(2011. 7. 14. 대통령령 제2302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항 제5호, 구 교육세법 시행령(2015. 2. 3. 대통령령 제2607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항 제5호,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 제8호, 법인세법 제42조, 법인세법 시행령 제76조 제1항, 제2항 / [2] 구 법인세법(2010. 12. 30. 법률 제1042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제1항, 제2항 | [2] 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7두12422 판결(공2009하, 2109), 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2두23341 판결(공2014하, 1894) | 【원고, 상고인】
골드만삭스인터내셔날은행(영업소)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병문 외 3인)
【피고, 피상고인】
종로세무서장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7. 9. 28. 선고 2017누30674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2010년 제2, 3, 4기, 2011년 제1, 2, 3, 4기, 2012년 제1, 2, 3, 4기, 2013년 제1, 2기 각 교육세 부과처분(가산세 포함)과 2010 사업연도 법인세 부과처분(가산세 포함)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등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 개요
가. 원고의 관련 영업
원고는 은행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되어 국내에 영업소를 두고 있는 외국은행으로 통화선도계약, 통화스왑계약 등과 관련된 파생상품을 거래하고 있다.
나. 교육세 부과처분
(1) 원고는 교육세를 신고ㆍ납부하면서 2010년 제1기 이전까지는 통화선도ㆍ스왑 평가손익(이하 ‘이 사건 평가손익’이라 한다)을 과세표준에 포함시키지 않았으나, 2010년 제1기부터는 이 사건 평가손익을 통화선도ㆍ스왑 거래손익 등과 합산하는 방법으로 과세표준에 반영하였다.
(2) 피고는 ‘이 사건 평가손익 중 평가손실을 제외한 평가이익만을 교육세 과세표준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2013. 11. 26. 원고에게 2009년 제1, 3기, 2010년 제2, 3, 4기, 2011년 제1, 2, 3, 4기, 2012년 제1, 2, 3, 4기, 2013년 제1, 2기 각 교육세(가산세 포함, 이하 같다)를 경정ㆍ고지하였다.
다. 법인세 부과처분 등
(1) 원고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은행 퇴직자 3명과 순차적으로 컨설팅계약(이하 ‘이 사건 컨설팅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매월 13,200,000원(부가가치세 별도)의 용역비(이하 ‘이 사건 용역비’라 한다)를 지급한 다음 이를 손금에 산입하여 위 각 사업연도 법인세를 신고ㆍ납부하였다.
(2) 피고는 이 사건 용역비가 구 법인세법(2010. 12. 30. 법률 제1042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9조 제1항과 제2항이 정한 손금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그 손금 산입을 부인하고 2013. 11. 26. 원고에게 2010 사업연도 법인세(가산세 포함, 이하 같다)를 경정ㆍ고지하였다. 이후 피고는 원고에 대한 2008 사업연도 법인세 환급금을 위 법인세에 충당한 다음, 2013. 12. 7. 원고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였다.
2. 교육세 부과처분 관련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관련 규정
(1) 교육세법 제5조는 제1항 제1호에서 금융ㆍ보험업자의 교육세 과세표준을 그 수익금액으로 정하면서, 제3항에서 “제1항 제1호의 과세표준이 되는 수익금액이란 금융ㆍ보험업자가 수입한 이자, 배당금, 수수료, 보증료, 유가증권의 매각익ㆍ상환익(유가증권의 매각 또는 상환에 따라 지급받은 금액에서 법인세법 제41조에 따라 계산한 취득가액을 차감한 금액을 말한다), 보험료(책임준비금 및 비상위험준비금으로 적립되는 금액과 재보험료를 공제한다),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을 말하며, 그 계산에 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2) 그 위임에 따라 규정된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는 여러 차례 개정되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구 교육세법 시행령(2010. 2. 18. 대통령령 제220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2010년 개정 전 교육세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4조 제1항 제5호는 교육세 과세표준인 금융ㆍ보험업자의 수익금액의 하나로 ‘외환매매익(외환평가익을 제외한다)’을 정하고 있었다. 구 교육세법 시행령(2010. 2. 18. 대통령령 제22046호로 개정되어 2011. 7. 14. 대통령령 제2302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2010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4조 제1항 제5호는 종전의 ‘외환매매익(외환평가익을 제외한다)’에서 ‘외환평가익을 제외한다’는 괄호 부분을 삭제하여 ‘외환매매익’이라고만 정하였다. 구 교육세법 시행령(2011. 7. 14. 대통령령 제23022호로 개정되어 2015. 2. 3. 대통령령 제2607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2011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4조 제1항 제5호는 종전의 ‘외환매매익’ 대신 ‘외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제4조 제7항에 따른 파생결합증권 및 같은 법 제5조 제1항에 따른 파생상품(이하 이 호에서 ‘파생상품 등’이라 한다)은 제외한다] 매매손익[(가)목]과 파생상품 등 거래의 손익을 통산한 순손익[(나)목]을 합산한 후의 순이익’으로 정하였다.
2015. 2. 3. 대통령령 제26076호로 개정된 교육세법 시행령(이하 ‘2015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4조 제1항 제5호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제4조 제7항에 따른 파생결합증권, 같은 항 제1호에 따른 증권 및 같은 법 제5조 제1항에 따른 파생상품(이하 이 호에서 ‘파생상품 등’이라 한다) 거래의 손익을 통산한 순손익(법인세법 시행령 제76조 제1항에 따른 통화선도 등의 평가손익 및 같은 조 제2항에 따른 환위험회피용통화선도 등의 평가손익을 포함한다)[(가)목]과 외환(파생상품 등은 제외한다) 매매손익[(나)목]을 합산한 후의 순이익’으로 정하였다. 이로써 ‘법인세법 시행령 제76조 제1항에 따른 통화선도 등의 평가손익 및 같은 조 제2항에 따른 환위험회피용통화선도 등의 평가손익’이 명시적으로 ‘파생상품 등 거래의 손익을 통산한 순손익’에 포함되었다.
(3) 한편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8호는 ‘기타영업수익 및 영업외수익’을 교육세 과세표준인 금융ㆍ보험업자의 수익금액의 하나로 들고 있다.
나. 2010년 제2, 3, 4기, 2011년 제1, 2, 3, 4기, 2012년 제1, 2, 3, 4기, 2013년 제1, 2기 각 교육세 부과처분 관련 주장(상고이유 제1점)
(1) 원심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 등을 들어, 이 사건 평가손익을 2010년과 2011년 개정 각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이에 포함된 다른 손익 항목과 통산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가) 이 사건 평가손익은 법인세법 제42조에 따라 익금으로 보는 자산 및 부채의 평가손익에 해당하고, 이는 교육세법 시행령이 2010. 2. 18. 대통령령 제22046호로 개정된 이후에는 그 이전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2항 제2호가 금융ㆍ보험업자의 수익금액에 산입하지 않는 것으로 정하고 있던 내부이익에 해당하지 않게 되었으므로, 원칙적으로 교육세 과세표준에 산입되어야 한다.
(나) 2010년 개정 전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는 ‘외환매매익(외환평가익을 제외한다)’을, 2010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2항 제2호 (가)목은 ‘법인세법 제42조에 따라 익금으로 보지 아니하는 자산 및 부채의 평가익’을 각 정하여 평가익을 별개의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평가손익이 2010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2의 ‘파생상품거래의 손익’ 또는 2011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 (나)목의 ‘파생상품 등 거래의 손익’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
(다) 이 사건 평가손익이 2010년과 2011년 개정 각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1호부터 제7호까지의 수익금액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평가이익 부분에 한하여 포괄적인 항목인 제8호의 ‘기타영업수익’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라) 2015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는 과세대상을 합리화하기 위해 법인세법 시행령에 따른 통화선도 등의 평가손익을 통산의 대상으로 추가한 창설적 규정이다.
(2) 대법원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
(가)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 개정 경위, 교육세 과세표준인 금융ㆍ보험업자의 수익금액에 관한 규정들의 문언과 체계, 거래손익과 평가손익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평가손익은 2010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 ‘외환매매익’이나 2011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 (나)목의 ‘파생상품 등 거래의 손익’에 해당하여 위 각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에 포함된 다른 손익 항목과 통산되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2010년 개정 전후의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 ‘외환매매익’에 관하여 과세실무는 ‘과세기간 중 현물환, 선물환, 스왑금융 등 외환거래에서 발생하는 총매출금액(또는 이익)에서 총매입금액(또는 손실)을 차감한 금액’이라고 보아 위 제5호의 ‘외환’에는 ‘외화현물’뿐만 아니라 통화선도ㆍ스왑을 비롯한 ‘외화파생상품’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2010년 개정 전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는 ‘외환평가익’이 ‘외환매매익’에 포함된다는 전제에서 금융ㆍ보험업자의 수익금액의 하나인 ‘외환매매익’에서 ‘외환평가익’을 제외하도록 명시적으로 정하였는데, 2010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는 외환평가익을 제외하도록 한 괄호 부분을 삭제하는 것으로 개정되었다. 2010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2항 제2호 (가)목이 금융ㆍ보험업자의 수익금액에 산입하지 않는 수익의 하나로 ‘법인세법 제42조에 따라 익금으로 보지 아니하는 자산 및 부채의 평가익’을 규정하게 된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이는 ‘법인세법 제42조에 따라 익금으로 보는 자산 및 부채의 평가익’에 해당하는 ‘외환평가익’이 2010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 ‘외환매매익’으로서 교육세 과세표준에 포함된다고 본 것이다.
이와 같은 2010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 개정 취지와 2010년 개정 전후의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 ‘외환’에는 ‘외화현물’뿐만 아니라 통화선도ㆍ스왑을 비롯한 ‘외화파생상품’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한 과세실무 등을 종합하면, 2010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 ‘외환매매익’에는 ‘외환평가익’과 이 사건 평가손익인 ‘통화선도ㆍ스왑 평가손익’이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② 2011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는 종전의 ‘외환매매익’ 대신 ‘외환(파생상품 등은 제외한다) 매매손익[(가)목]과 파생상품 등 거래의 손익을 통산한 순손익[(나)목]을 합산한 후의 순이익’을 정하였다. 이는 금융ㆍ보험업자의 파생상품 등 거래의 손익과 외환매매손익 등은 서로 통산할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하려는 취지이다. 따라서 2011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 (가)목의 ‘외환매매손익’에는 2010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에 포함되어 있던 ‘외환평가손익’이 포함되고, 2011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 (나)목의 ‘파생상품 등 거래의 손익’에는 2010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에 포함되어 있던 이 사건 평가손익인 ‘통화선도ㆍ스왑 평가손익’이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③ 2015년 개정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 (가)목은 명시적으로 ‘파생상품 등 거래의 손익을 통산한 순손익’에 ‘법인세법 시행령 제76조 제1항에 따른 통화선도 등의 평가손익 및 같은 조 제2항에 따른 환위험회피용통화선도 등의 평가손익’이 포함된다고 정하였다. 이는 통화선도 등의 평가손익에 대한 과세를 명확히 하려는 확인적 규정으로 볼 수 있다.
④ 이 사건 평가손익을 2010년과 2011년 개정 각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8호의 ‘기타영업수익’으로 보아 위 각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에 포함된 다른 손익 항목과 통산하지 않고 그 이익에 대해서만 과세하면 통화선도ㆍ스왑 평가손실이 교육세 과세표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납세자에게 과중한 교육세 부담을 지우게 된다.
평가손익은 손익의 최종 실현 전 단계에서 장부상으로만 인식되는 미실현손익으로서 최종적으로는 거래손익으로 실현되고, 파생상품거래손익과 파생상품평가손익은 파생상품거래로 발생하는 손익이라는 것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없으므로, 파생상품거래손익과 파생상품평가손익은 통산하는 것이 타당하다.
파생상품거래는 일반적으로 기초상품의 거래와 연계되어 서로 다른 방향의 손익을 발생시킴으로써 기초상품 가격 등의 변동위험을 회피하려는 목적에서 이루어지므로 기초상품인 외화현물 관련 손익과 외화파생상품 관련 손익은 통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평가손익이 2010년과 2011년 개정 각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에 해당하지 않아 이에 포함된 다른 손익 항목과 통산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2010년과 2011년 개정 각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다. 2009년 제1, 3기 각 교육세 부과처분 관련 주장
(1) 상고이유 제1점
이 부분 상고이유는 이 사건 평가손익이 2010년 개정 전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에 해당하여 2009년 제1, 3기에도 2010년 제1기 이후와 마찬가지로 이에 포함된 다른 손익 항목과 통산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보았듯이 과세실무가 2010년 개정 전후의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 ‘외환’에는 ‘외화현물’뿐만 아니라 통화선도ㆍ스왑을 비롯한 ‘외화파생상품’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였고, 2010년 개정 전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가 명시적으로 ‘외환매매익’에서 ‘외환평가익’을 제외하도록 정하고 있는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2010년 개정 전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 ‘외환매매익(외환평가익을 제외한다)’에는 이 사건 평가손익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2009년 제1, 3기에 통화선도ㆍ스왑 평가손실이 발생하였더라도 이를 2010년 개정 전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에 포함된 다른 손익 항목과 통산할 수 없다.
원심판결 이유에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원고의 위와 같은 주장을 배척하고 2009년 제1, 3기 각 교육세 부과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2010년 개정 전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
이 부분 상고이유는 설령 이 사건 평가손익이 2010년 개정 전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제8호의 ‘기타영업수익’에 해당되어 그 금액이 부수(-)로 산출되는 경우에는 부수(-) 금액 그대로 과세표준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에서 보았듯이 이 사건 평가손익은 2010년 개정 전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5호의 ‘외환매매익(외환평가익을 제외한다)’에 해당하지 않는다. 외환평가익이 위 시행령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이를 제8호의 ‘기타영업수익’에 해당한다고 보게 되면 외환평가익을 교육세 과세표준에서 제외하려는 규정 취지가 몰각된다는 점에서 이 사건 평가손익이 제8호의 ‘기타영업수익’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평가손익이 2010년 개정 전 교육세법 시행령 제4조 제1항 제8호의 ‘기타영업수익’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2010 사업연도 법인세 부과처분 관련 주장에 대한 판단(상고이유 제3점)
가. 구 법인세법 제19조 제1항은 “손금은 자본 또는 출자의 환급, 잉여금의 처분 및 이 법에서 규정하는 것을 제외하고 당해 법인의 순자산을 감소시키는 거래로 인하여 발생하는 손비의 금액으로 한다.”라고 정하고, 제2항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손비는 이 법 및 다른 법률에 달리 정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 법인의 사업과 관련하여 발생하거나 지출된 손실 또는 비용으로서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것이거나 수익과 직접 관련된 것으로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비용’이란 납세의무자와 같은 종류의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법인도 동일한 상황 아래에서는 지출하였을 것으로 인정되는 비용을 뜻하고, 그러한 비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지출의 경위와 목적, 형태, 액수,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7두12422 판결 등 참조).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과세처분의 적법성과 과세요건사실의 존재에 대한 증명책임은 과세관청에 있으므로 과세표준의 기초가 되는 각 사업연도의 익금과 손금에 대한 증명책임도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에 있다. 따라서 납세의무자가 손금으로 신고한 금액이 손비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사정도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이 증명해야 한다(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2두23341 판결 등 참조).
나. 위에서 본 사실관계와 더불어 기록을 통해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용역비는 원고의 사업과 관련하여 지출된 비용으로서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것으로서 손금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2010 사업연도 법인세 부과처분은 위법하다.
원고는 은행업 등을 영위하는 외국은행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동향을 파악하고 국내 금융시장에서 효율적으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 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었다. 원고는 국내 금융정책 등에 관여하였던 ○○은행 퇴직자로부터 컨설팅 용역을 제공받기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컨설팅계약을 체결하였고, ○○은행 퇴직자는 컨설팅계약에 따른 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컨설팅계약에 따라 ○○은행 퇴직자에게 월 13,200,000원의 용역비를 지급하였는데, 위 계약에 따른 ○○은행 퇴직자의 업무 내용과 위 용역비는 특수관계에 있지 않은 원고와 ○○은행 퇴직자가 자유로운 협상을 거쳐 결정한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용역비가 통상적인 정도를 넘는 과도한 금액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용역비가 원고의 사업과 관련하여 지출된 비용으로서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2010 사업연도 법인세 부과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는 구 법인세법 제19조에서 정한 손금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2008 사업연도 법인세 환급금 충당통지에 관한 상고
이 사건 상고장에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상고하였으나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적법한 상고이유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
5. 결론
2010년 제2, 3, 4기, 2011년 제1, 2, 3, 4기, 2012년 제1, 2, 3, 4기, 2013년 제1, 2기 각 교육세 부과처분에 관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위 각 교육세 부과처분과 2010 사업연도 법인세 부과처분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17,787 | 관리비 | 2016다260882 | 20,210,916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규약에서 집합건물의 관리단이 전유부분 관리비를 구분소유자로부터 징수할 수 있도록 정한 경우, 관리단이 구분소유자에게 전유부분의 관리비를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관리비징수에 관한 유효한 규약이 없더라도 집합건물의 관리단이 공용부분에 대한 관리비를 그 부담의무자인 구분소유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 이러한 법리는 무효인 관리인 선임 결의에 의하여 관리인으로 선임된 자가 집합건물에 관하여 사실상의 관리행위를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 [1] 집합건물의 공용부분과 달리 전유부분은 구분소유자가 직접 관리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관리단에게 전유부분 관리비의 징수권한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규약에서 관리단이 전유부분 관리비를 구분소유자로부터 징수할 수 있도록 정하였다면 관리단은 규약에 따라 구분소유자에게 전유부분의 관리비를 청구할 수 있다. [2]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라고 한다) 제17조는 “각 공유자는 규약에 달리 정한 바가 없으면 그 지분의 비율에 따라 공용부분의 관리비용과 그 밖의 의무를 부담한다.”라고 정하고, 구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20. 2. 4. 법률 제169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집합건물법’이라고 한다) 제25조 제1항은 “관리인은 공용부분의 보존ㆍ관리 및 변경을 위한 행위와 관리단의 사무의 집행을 위한 분담금액 및 비용을 각 구분소유자에게 청구ㆍ수령하는 행위 및 그 금원을 관리하는 행위를 할 권한과 의무를 가진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집합건물법상 관리단은 관리비징수에 관한 유효한 규약이 있으면 그에 따라, 유효한 규약이 없더라도 구 집합건물법 제25조 제1항 등에 따라 적어도 공용부분에 대한 관리비에 대하여는 이를 그 부담의무자인 구분소유자에 대하여 청구할 수 있다. 이러한 법리는 무효인 관리인 선임 결의에 의하여 관리인으로 선임된 자가 집합건물에 관하여 사실상의 관리행위를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 [1]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 제17조, 제23조, 제28조, 제42조 / [2] 구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20. 2. 4. 법률 제169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5조 제1항,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7조 | [2] 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다94076, 94083 판결 | 【원고, 상고인】
중앙서초프라자관리단 (소송대리인 변호사 성기만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대한예수교장로회 예수사랑교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한결 담당변호사 이오영 외 4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6. 9. 29. 선고 2015나206311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는 집합건물인 이 사건 건물 지하 301호의 소유자이자 지상 202호, 602호의 임차인이다(이하, 위 각 점포를 통칭하여 ‘이 사건 점포’라고 한다).
나. 주식회사 중앙남서초프라자(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는 이 사건 건물의 관리단인 원고의 1995. 6. 1. 자 총회결의, 1996. 5. 4. 자 총회결의(이하 통칭하여 ‘이 사건 총회결의’라고 한다)를 통하여 원고의 관리인으로 선임된 후 이 사건 건물에 대한 관리업무를 사실상 수행하면서 이 사건 건물의 관리비를 부과ㆍ징수하여 왔다.
다. 원고의 2010. 5. 4. 자 관리규약(이하 ‘이 사건 관리규약’이라고 한다) 제38조는 “구분소유자는 관리주체가 부과한 관리비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 관리비에는 전유부분의 관리비도 포함되어 있다.
라. 소외 회사는 피고에게 2012년 8월분부터 2014년 11월분까지 위 각 호실에 대한 관리비 및 연체료를 부과하였으나, 피고는 이를 납부하지 않고 있다.
마. 피고는 2013. 1. 9. 소외 회사를 상대로 소외 회사가 이 사건 건물의 관리인 지위에 있지 아니한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제1심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2013가합2035)은 소외 회사를 관리인으로 선임한 이 사건 총회결의는 관리인 선임에 관한 의결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무효라는 이유로 피고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소외 회사의 항소 및 상고를 거쳐 그대로 확정되었다(서울고등법원 2013나2028177, 대법원 2014다224400).
바. 소외 회사는 2015. 1. 26. 원고에게 이 사건 건물의 관리와 관련한 일체의 권리와 의무를 인계하였다.
2. 상고이유 제1점 중 전유부분 관리비에 대하여
가. 집합건물의 공용부분과 달리 전유부분은 구분소유자가 직접 관리하는 것이 원칙이므로「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라고 한다)은 관리단에게 전유부분 관리비의 징수권한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규약에서 관리단이 전유부분 관리비를 구분소유자로부터 징수할 수 있도록 정하였다면 관리단은 그 규약에 따라 구분소유자에게 전유부분의 관리비를 청구할 수 있다.
나. 앞서 본 사실관계를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이 사건 관리규약 제38조에서는 공용부분 관리비뿐만 아니라 전유부분 관리비까지 관리단이 징수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의 전유부분인 이 사건 점포에 관한 관리비가 발생하고 이 사건 관리규약이 유효하게 성립하였다면 피고에게 전유부분 관리비를 청구할 수 있다. 이는 원고가 피고를 대신하여 이 사건 점포의 전유부분 관리비를 실제 납부하지 않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관리규약이 유효하게 성립하였는지를 심리하여 그에 따라 원고가 이 사건 점포의 전유부분 관리비를 청구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관리규약이 유효하게 성립하였는지와 관계없이 원고가 전유부분과 관련하여 어떠한 비용을 지출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를 배척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규약에 기한 집합건물 전유부분 관리비 청구권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상고이유 제1점 중 공용부분 관리비에 대하여
가. 집합건물법 제17조는 “각 공유자는 규약에 달리 정한 바가 없으면 그 지분의 비율에 따라 공용부분의 관리비용과 그 밖의 의무를 부담한다.”라고 정하고, 구 집합건물법(2020. 2. 4. 법률 제169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5조 제1항은 “관리인은 공용부분의 보존ㆍ관리 및 변경을 위한 행위와 관리단의 사무의 집행을 위한 분담금액 및 비용을 각 구분소유자에게 청구ㆍ수령하는 행위 및 그 금원을 관리하는 행위를 할 권한과 의무를 가진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집합건물법상 관리단은 관리비징수에 관한 유효한 규약이 있으면 그에 따라, 유효한 규약이 없더라도 구 집합건물법 제25조 제1항 등에 따라 적어도 공용부분에 대한 관리비에 대하여는 이를 그 부담의무자인 구분소유자에 대하여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다94076, 94083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무효인 관리인 선임 결의에 의하여 관리인으로 선임된 자가 집합건물에 관하여 사실상의 관리행위를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나. 앞서 본 사실관계를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이 사건 관리규약 제38조에서는 공용부분 관리비를 관리단이 징수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건물의 공용부분에 관한 관리비가 발생하고 이 사건 관리규약이 유효하게 성립하였다면 그 관리규약에 따라, 설령 이 사건 관리규약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구 집합건물법 제25조 제1항 등에 따라 피고에게 공용부분 관리비를 청구할 수 있다. 이는 원고가 피고를 대신하여 이 사건 건물의 공용부분 관리비를 실제 납부하지 않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집합건물법상 공용부분에 대한 관리의무는 관리단인 원고가 부담하지만 그 사실상의 관리행위를 반드시 원고가 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타인으로 하여금 이를 대행하게 할 수 있는 점, 소외 회사가 이 사건 총회결의에서 관리인으로 선임된 이후 관리인 지위에서 이 사건 기간 동안 이 사건 건물의 공용부분에 대한 관리업무를 수행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무효인 관리인 선임 결의에 의하여 관리인으로 선임된 소외 회사가 이 사건 건물의 공용부분 관리업무를 수행하더라도 피고는 원고에게 공용부분 관리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원고가 공용부분에 대한 관리행위를 하였다거나 그 과정에서 어떠한 비용을 지출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를 배척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규약 또는 법령에 기한 집합건물 공용부분 관리비 청구권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흥구(재판장) 김재형 안철상(주심) 노정희 |
218,201 | 공사대금 | 2021나2015992 | 20,210,917 | 선고 | 서울고법 | 민사 | 판결 : 상고 | 甲 주식회사 등 5개 회사로 구성된 공동수급체의 구성원인 乙 주식회사가 丙 주식회사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후 乙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되자 丙 회사가 공사대금채권을 회생채권으로 신고하였으나, 乙 회사의 관리인이 그중 일부는 丁 은행이 丙 회사로부터 양수하여 회생채권으로 신고하였다는 이유 등으로 부인하였고, 나머지는 시인하였는데, 丙 회사가 甲 회사를 상대로 미지급 공사대금채무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甲 회사는 상법 제57조 제1항에 따라 하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대금의 지급에 관하여 연대책임을 지고, 丙 회사와 丁 은행이 乙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에 참가하여 회생채권을 신고함에 따른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은 연대채무자인 甲 회사에도 미친다고 한 사례 | 甲 주식회사 등 5개 회사로 구성된 공동수급체의 구성원인 乙 주식회사가 丙 주식회사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후 乙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되자 丙 회사가 공사대금채권을 회생채권으로 신고하였으나, 乙 회사의 관리인이 그중 일부는 丁 은행이 丙 회사로부터 양수하여 회생채권으로 신고하였다는 이유 등으로 부인하였고, 나머지는 시인하였는데, 丙 회사가 甲 회사를 상대로 미지급 공사대금채무의 지급을 구한 사안이다. 乙 회사는 민법상 조합인 위 공동수급체의 업무집행조합원으로서 甲 회사 등 구성원들 또는 공동수급체를 대리하여 丙 회사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는 상인인 乙 회사와 甲 회사 등을 조합원으로 한 공동수급체가 영업을 위하여 한 행위로서 상행위에 해당하여 계약의 효력이 상법 제48조에 따라 공동수급체 구성원 전원에 미치므로, 甲 회사는 공동수급체의 구성원으로서 상법 제57조 제1항에 따라 하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대금의 지급에 관하여 연대책임을 지는데, 丙 회사가 공사대금채권 일부를 丁 은행에 양도하였다고 하더라도 연대채무에서 채권자는 연대채무자 중 1인에 대한 채권만 분리하여 양도할 수도 있고, 그에 불구하고 연대채무자들 간의 연대채무관계는 그대로 존속하므로, 공사대금채권이 甲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양도채권액만큼 소멸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한편 연대채무자 1인에 대한 회생절차 참가는 다른 연대채무자에 대한 이행청구로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이 있는바, 丙 회사가 乙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에서 공사대금채권 전액을 회생채권으로 신고함으로써 회생절차에 참가하였으므로 이는 민법 제416조 소정의 이행청구로서 연대채무자인 甲 회사에도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고, 채권양수인인 丁 은행이 연대채무자 중 1인인 乙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에 참가하여 회생채권을 신고함에 따른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은 다른 연대채무자인 甲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丙 회사의 공사대금채권 중 상응하는 금액 부분에까지 미친다고 한 사례이다. | 상법 제47조, 제48조, 제57조 제1항, 민법 제163조 제3호, 제168조 제1호, 제171조, 제416조, 제665조 제1항, 제703조, 제706조, 제709조,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2조, 제250조 제2항, 제252조 제1항 | null | 【원고, 항소인】
성원종합설비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엄정범)
【피고, 피항소인】
계룡건설산업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정률 담당변호사 송종호)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1. 4. 21. 선고 2020가합535885 판결
【변론종결】
2021. 8. 27.
【주 문】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추가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4,931,098원 및 이에 대하여 2017. 4. 20.부터 2017. 10. 14.까지는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5%의 비율로 셈한 돈을 지급하라.
2.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 제1항 중 금전 지급을 명한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43,203,590원 및 이에 대하여 주위적으로는 2015. 4. 30.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셈한 돈을, 예비적으로는 2015. 3. 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비율로 셈한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
2.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공동수급체의 구성과 공사도급ㆍ하도급계약의 체결, 회생절차의 경위 등
가. 피고, 경남기업 주식회사, 코오롱글로벌 주식회사, 한동건설 주식회사, 주식회사 플러스종합건설(이하 모두 ‘주식회사’는 생략하고 호칭한다)은 2013. 10.경 평택시 소재 청북고등학교와 의정부시 소재 민락고등학교를 신축하는 ‘청북고 외 1교 임대형 민자사업(BTL)’(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의 시공에 공동 참여하기 위하여 공동수급체(이하 ‘이 사건 공동수급체’라 한다)를 구성하면서 공동사업추진협약(이하 ‘이 사건 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5조(회원사의 시공지분)① 각 회원사의 시공지분은 다음과 같다. […]구성원의 역할회사명시공지분PQ지분시공지역비고주간시공사코오롱글로벌37.60%27.30%민락고대표사회원사한동건설16.00%26.30% 소계53.60%53.60% 주간시공사경남기업21.00%11.85%청북고 회원사피고21.00%11.85% 회원사플러스종합건설4.40%22.70% 소계46.40%46.40% 합계100%100%2개교 ④ 민락고 및 청북고의 시공과 관련된 사항은 해당 학교의 시공을 담당하는 회원사들끼리 협의하여 결정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후 운영회의 시 확정하기로 한다.
나. 이 사건 공동수급체는 2014. 5. 8. 창의지성배움터 주식회사와, 이 사건 공사 중 청북고등학교 신축 공사(이하 ‘청북고 공사’라 한다)를 계약금액 15,307,072,000원에 피고, 경남기업, 플러스종합건설이 시공하는 공사도급계약과 민락고등학교 신축 공사(이하 ‘민락고 공사’라 한다)를 계약금액 17,710,132,000원에 코오롱글로벌, 한동건설이 시공하는 공사도급계약(이하 통틀어 ‘이 사건 도급계약’이라 한다)을 각 체결하면서,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른 의무를 연대하여 이행하고, 이 사건 공동수급체 구성원의 하수급인 및 납품업자의 이행에도 연대책임을 지기로 약정하였다.
다. 원고는 2014. 8. 29. 이 사건 공동수급체의 구성원인 경남기업과 청북고 공사 중 일부에 관하여 아래 표 기재와 같이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공사명계약금액공사기간기계설비공사728,948,000원각 2014. 8. 29.~2015. 1. 31.소화설비공사167,618,000원가설용수배관공사8,789,000원소화전설치공사649,000원
라. 원고와 경남기업은 2015. 1. 31. 가설용수배관공사의 공사금액을 8,740,454원으로 변경하여 정산하기로 합의하였고, 2015. 2. 28. 기계설비공사의 공사금액을 723,649,843원, 소화설비공사의 공사금액을 166,395,907원으로, 각 공사기간의 종기를 2015. 2. 28.까지로 각 변경하여 정산하기로 합의하였다(이하 위 다.항 및 라.항 기재 각 하도급계약과 각 정산합의를 통틀어 ‘이 사건 하도급계약’이라 한다).
마. 경남기업은 2015. 4. 7. 서울회생법원에서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받았고(2015회합100070, 그에 따른 회생절차를 ‘이 사건 회생절차’라 한다), 원고는 2015. 5. 13. 이 사건 회생절차에서 이 사건 하도급계약의 기성공사대금 원금 479,308,166원을 회생채권으로 신고하였는바, 경남기업의 관리인은 원고가 신고한 회생채권 중 189,479,791원은 회생채권으로 시인하면서, 276,559,360원은 우리은행이 이를 원고로부터 양수하여 회생채권으로 신고함에 따라 이미 시인하였다는 이유로, 13,269,015원은 증빙자료 미비를 이유로, 각 부인하였으나, 원고는 그에 대하여 불복하는 회생절차상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한편 서울회생법원은 2016. 2. 3. 경남기업의 회생계획을 인가하였는데(이하 ‘원회생계획’이라 한다), 그에 따르면 이 사건 하도급계약의 공사대금채권을 비롯한 일반 상거래채권은 채권액의 87.5%를 출자전환하여 경남기업 발행의 신주를 배정하고, 12.5%는 현금으로 변제하되, 출자전환에 의한 신주 발행은 인가일로부터 7일이 지난 날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으나, 이후 서울회생법원이 2017. 10. 24. 변경회생계획을 인가하여(이하 ‘변경회생계획’이라 한다), 원회생계획상 현금 변제 대상이던 채권 중 73.5787%를 다시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26.4213%만 현금으로 변제하되, 위 출자전환 주식은 50주를 1주로 병합하여 자본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바꾸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부터 10, 47부터 5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
피고는 경남기업 등과 민법상 조합에 해당하는 이 사건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여 이 사건 공사를 수급하였고, 원고는 이 사건 공동수급체의 업무집행조합원 지위에 있는 경남기업과 이 사건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는바, 그에 따른 하도급 공사대금채무는 이 사건 공동수급체의 조합채무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상법 제57조 제1항에 따라 위 공사대금채무에 관한 연대책임을 부담한다.
이 사건 하도급계약에 따른 미지급 공사대금은 합계 479,308,166원인데, 원회생계획은 그중 87.5%를 경남기업의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고, 12.5%에 해당하는 나머지 59,913,520원을 현금 변제하기로 정하였으며, 변경회생계획은 다시 위 현금 변제 대상 채권 중 73.5787%에 해당하는 44,083,589원을 경남기업 주식으로 출자전환한 후 50주를 1주로 병합하여 최종적으로 주당 액면가 5천 원인 경남기업의 주식 176주를 원고에게 인도하고, 나머지 15,829,930원은 현금 변제하기로 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원회생계획에 따른 현금 변제 대상 채권액 59,913,520원에서 변경회생계획에 따라 원고가 인수한 주식의 시가 상당액 88만 원(= 176주 × 5천 원)과 현금 변제액 15,829,930원을 뺀 43,203,590원을 지급하여야 한다.
아울러 피고는 그에 덧붙여, 주위적으로「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공정화법’이라 한다) 제13조 제8항에 따라 이 사건 하도급계약에서 정한 하도급 공사대금의 최종 변제기(2015. 2. 28.) 이후 60일이 지난 2015. 4. 30.부터 다 갚을 때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예비적으로 상법에 따라 최종 변제기 다음 날인 2015. 3. 1.부터 다 갚을 때까지 연 6%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다만 원고는 지연손해금에 관해서는 이 사건 항소로써 추가 인용을 구하는 금액에 대하여 2017. 4. 20.부터 2017. 10. 14.까지는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5%의 비율로 셈한 금액 범위에서만 불복하고 있으므로, 당심의 심판 범위도 그 부분에 한정한다).
나. 피고
1) 이 사건 공동수급체의 대표사는 코오롱글로벌이고, 경남기업은 업무집행조합원 지위에서 이 사건 공동수급체 구성원들을 대표하여 이 사건 하도급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없다. 이 사건 하도급계약은 당사자가 원고와 경남기업이고, 따라서 이 사건 공동수급체 전체 구성원에게 그 효력이 미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하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대금채무에 대하여 연대책임을 지지 않는다.
2) 피고가 이 사건 하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대금 지급채무에 대하여 연대책임을 지더라도, 위 하도급 공사대금채무에 대해서는 이 사건 하도급계약의 최종 정산합의일 다음 날인 2015. 3. 1.부터 3년의 단기 소멸시효 기간이 진행하는데, 원고는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20. 4. 20.에야 비로소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위 하도급 공사대금채무는 결국 시효 완성으로 모두 소멸하였다.
3) 지연손해금도 원고가 이를 회생채권으로 신고한 사실이 없는 이상, 이 사건 청구취지 및 변경신청서 제출일인 2020. 10. 15.부터 역산하여 3년 전인 2017. 10. 14.까지 발생한 지연손해금 부분은 시효 완성으로 이미 소멸하였다.
3. 판단
가. 피고가 연대채무자인지
1) 관련 법리
공동수급체는 기본적으로 민법상 조합이므로, 그 구성원이 공동수급체의 대표자로서 업무집행자의 지위에 있다면 조합원인 그 구성원들에 대하여 민법상 조합의 업무집행자가 된다(대법원 2000. 12. 12. 선고 99다49620 판결 등 참조).
민법 제709조에 따르면 조합계약으로 업무집행자를 정하거나 선임하면, 그 업무집행조합원은 조합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범위에서 조합을 위하여 모든 행위를 할 대리권이 있다고 추정한다(대법원 2002. 1. 25. 선고 99다62838 판결 등 참조).
상법 제48조는 상행위의 대리인이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하지 아니하여도 그 행위는 본인에 대하여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조합 대리의 경우에도, 그 법률행위가 조합에 상행위가 되면, 따로 조합을 위한 것임을 표시하지 않아도, 그 효력이 본인인 조합원 전원에 미친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79340 판결 등 참조).
2) 판단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2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해 보면, ① 피고와 경남기업 등이 공동이행방식의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여 이 사건 공사를 수급한 사실, ② 이 사건 협약 제5조 제1항에 따르면 코오롱글로벌이 이 사건 공동수급체의 대표사이기는 하지만 코오롱글로벌은 민락고 공사의 주간시공사로서 한동건설과 함께 이를 시공하고, 청북고 공사는 경남기업이 주간시공사로서 피고, 플러스종합건설과 함께 시공하기로 정한 사실, ③ 이 사건 협약 제5조 제4항은 학교별 시공에 관한 사항은 해당 학교의 시공을 담당하는 회원사들끼리 협의하여 결정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청북고 공사에 관하여는 경남기업이 대표로 하도급계약을 체결하고 하도급 업체에 공사대금을 지급한 후 공동수급체 구성원인 피고와 플러스종합건설에 공동원가 분담금액을 청구하여 정산한 사실, ④ 피고는 경남기업이 청북고 공사에 관하여 하도급 업체를 선정하거나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 관여한 바 없고, 피고 또는 플러스종합건설 명의로 청북고 공사에 관한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바도 없는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들에 비추어 보면, 경남기업은 민법상 조합인 이 사건 공동수급체의 업무집행조합원으로서 피고 등 그 구성원들 또는 이 사건 공동수급체를 대리하여 원고와 이 사건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 사건 하도급계약의 체결은 상인인 경남기업과 피고 등을 조합원으로 한 이 사건 공동수급체가 그 영업을 위하여 한 행위로서 상행위에 해당하므로, 경남기업이 원고와 이 사건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사건 공동수급체를 위한 것임을 표시하지 않았더라도 그 계약의 효력은 상법 제48조에 따라 이 사건 공동수급체 구성원 전원에 미친다.
따라서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이 사건 공동수급체의 구성원으로서, 상법 제57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하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대금의 지급에 관하여 연대책임을 진다.
나. 피고가 지급할 공사대금의 구체적 범위
1) 미지급 공사대금의 범위
앞서 인정한 사실들 및 이 사건 변론 전체에 드러난 여러 사정, 특히 ① 경남기업의 관리인이 이 사건 회생절차에서 원고가 회생채권으로 신고한 공사대금채권 중 189,479,791원을 회생채권으로 시인하였고, 공사대금채권 중 276,559,360원은 우리은행에 양도하였다는 이유로 부인하고는 있으나, 위 금액 상당의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 자체는 다투지 아니한 점, ② 회생채권으로 신고한 공사대금채권 중 나머지 13,269,015원은, 이 사건 하도급계약 중 기계설비공사와 소화설비공사의 2015. 2. 28. 자 기성청구금액으로, 같은 일자 정산합의로 변경한 공사금액의 일부인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일단 피고가 경남기업과 연대하여 원고에게 책임을 지는 미지급 공사대금은 원고가 주장하는 것처럼 479,308,166원으로 봄이 옳다(이하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이라 한다).
2) 피고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의 동반 양도 여부
원고가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 중 276,559,360원을 우리은행에 양도한 사실은 원고도 인정하고 있으나(이하 ‘양도채권액’이라 한다), 연대채무에서 채권자는 연대채무자 중 1인에 대한 채권만 분리하여 양도할 수도 있는바(다만 그에 불구하고,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연대채무자들 간의 연대채무관계는 그대로 존속한다), 앞서 인정한 사실들이나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피고에 대한 채권까지 우리은행에 양도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이 피고에 대한 관계에서도 양도채권액만큼 소멸하였다는 피고의 항변은 이유 없다.
3)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의 소멸시효 완성 여부
가) 소멸시효의 완성
공사도급계약에 따른 보수는 민법 제665조 제1항에 따라 목적물의 완성과 동시에 지급하여야 하므로 이 사건 하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대금의 변제기는 이 사건 하도급계약에서 공사기간의 종기로 정한 2015. 1. 31.(가설용수배관공사, 소화전설치공사) 또는 2015. 2. 28.(기계설비공사, 소화설비공사)이고,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은 민법 제163조 제3호에 따라 3년의 단기시효가 적용된다 할 것인데, 원고가 이 사건 소를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20. 4. 20. 제기하였음은 기록상 분명하다.
나) 소멸시효의 중단
민법 제416조는 어느 연대채무자에 대한 이행청구는 다른 연대채무자에게도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민법 제168조, 제171조는 소멸시효의 중단사유인 청구의 유형으로서 파산절차 참가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32조는 파산절차 참가뿐 아니라 회생절차 참가의 경우도 동일하게 시효중단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고, 채권자의 입장에서 양자 모두 소멸시효의 중단을 위한 권리행사라는 측면에서 무슨 질적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으며, 회생절차 참가는 법원을 통한 채권 만족 절차라는 측면에서 재판상 청구의 실질을 가진다고 보아야 하므로, 민법 제416조가 정한 이행청구에 파산절차 참가가 들어가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회생절차 참가도 마찬가지로 같은 조 소정의 이행청구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연대채무자 1인에 대한 회생절차 참가는 다른 연대채무자에 대한 이행청구로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이 있다.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가 2015. 5. 13. 경남기업에 대한 이 사건 회생절차에서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 전액을 회생채권으로 신고함으로써 회생절차에 참가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는 민법 제416조 소정의 이행청구로서 연대채무자인 피고에게도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재항변은 이유 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 중 이 사건 회생절차에서 관리인이 부인한 289,828,375원(= 276,559,360원 + 13,269,015원)은 회생채권으로 확정하지 않은 권리로 원회생계획 인가결정에 따라 실권하였으므로, 원고의 회생절차 참가는 위 금액 범위에서는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민법 제171조가 파산절차 참가는 채권자가 이를 취소하거나 그 청구가 각하당한 때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채권조사기일에서 파산관재인이 신고채권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거나 채권자가 법정기간에 파산채권 확정의 소를 제기하지 아니하여 배당을 받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위 규정에서 말하는 ‘그 청구가 각하된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파산절차 참가로 인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파산절차가 종결할 때까지 지속하는바(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다28273 판결 참조), 회생절차의 경우도 이와 달리 볼 이유가 없으므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어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소멸시효가 중단 이후 새로 진행하여 완성하였는지
(1) 피고의 주장 요지
원고가 이 사건 회생절차에 참가하여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 전액을 신고함으로써 피고에 대한 소멸시효를 중단시켰어도,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 중 경남기업의 관리인이 이 사건 회생절차에서 부인한 289,828,375원은 원회생계획 인가결정일로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이 소멸한 2016. 2. 3.부터 다시 3년의 소멸시효가 진행하고, 관리인이 회생채권으로 시인한 채권 가운데 원회생계획에 따라 출자전환으로 소멸한 87.5% 부분에 대응하는 공사대금채권 165,794,817원(= 189,479,791원 × 0.875, 원 미만 버림, 이하 같다)은 출자전환에 의한 신주 발행의 효력발생일인 2016. 2. 11.부터 다시 3년의 소멸시효가 진행하므로, 각 2020. 3. 5. 이 사건 소제기 당시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관련 법리
구 회사정리법(2005. 3. 31. 법률 제7428호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 이하 ‘구 회사정리법’이라 한다) 제5조에서 정한 회사정리절차 참가의 시효중단 효력은 정리회사의 채무를 주채무로 하는 보증채무에도 미치고, 그 효력은 정리절차 참가라는 권리행사가 지속하는 한 그대로 남게 되므로, 그 후 정리계획에 따라 주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하거나 이율을 경감한 경우, 그 면제 또는 경감한 부분의 주채무는 정리계획의 인가결정 확정 시에 소멸하며, 그 시점에 정리절차에서 채권자의 권리행사가 종료하므로, 그 부분에 대응하는 보증채무의 소멸시효는 위 인가결정의 확정 시부터 다시 진행한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7다11231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회생법 제32조 제1호의 회생절차 참가에 따른 시효중단에도 그대로 타당하다.
한편 채무자회생법 제252조 제1항은 “회생계획인가의 결정이 있은 때에는 회생채권자ㆍ회생담보권자ㆍ주주ㆍ지분권자의 권리는 회생계획에 따라 변경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권리의 변경이란 회생계획을 인가하는 결정에 따라 회생채권자 등의 실체적 권리를 그 회생계획 내용대로 변경하는 것을 뜻하며, 이는 단지 채무와 별도로 책임만 변경한다는 뜻이 아니므로, 회생계획 등에서 인정하지 아니한 회생채권과 회생담보권에 대한 채무자회생법 제251조의 면책과는 성질이 다르다. 따라서 회생계획은 이를 인가하는 결정에 따라 회생채권자 등의 권리를 변경함으로써 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의 면제, 기한 연장 등의 효과를 낳으며, 회생채권이나 회생담보권을 출자전환하는 경우, 그 권리는 인가결정 시점 또는 회생계획에서 정하는 시점에 소멸하게 되는 것이다(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5다224469 판결 참조).
(3) 회생절차에서 부인한 채권에 관하여
앞서 인정한 사실들에 따르면, 원고의 경남기업에 대한 하도급 공사대금채권 가운데, 경남기업의 관리인이 이 사건 회생절차에서 부인한 289,828,375원은 채무자회생법 제251조에 따라 원회생계획 인가결정일인 2016. 2. 3. 경남기업에 대한 관계에서 소멸하고, 그 시점에 원고의 회생절차상 권리행사는 일단 종료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대채무자인 피고에 대한 채권의 소멸시효는 같은 금액 범위에서 그때부터 다시 진행한다. 그에 따르면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 중 위 금액 상당의 채권은 원고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한 2020. 4. 20. 이전에 소멸시효가 완성하였음이 역수상 명백하다(다만 아래에서 살펴볼 바와 같이 위 289,828,375원 중 24,931,098원 부분은 우리은행이 이 사건 회생절차에 참가함으로써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이 미쳐 결과적으로 소멸시효가 완성하지 아니한다).
(4) 회생절차에서 출자전환한 채권에 관하여
앞서 인정한 사실들에 따르면, 원고의 경남기업에 대한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의 일부로서 관리인이 이 사건 회생절차에서 시인한 회생채권 189,479,791원 중 원회생계획에 따라 출자전환의 대상이 된 165,794,817원 상당은 원회생계획에서 정한 신주 발행의 효력발생일(원회생계획 인가일로부터 7일이 지난 날)인 2016. 2. 11. 경남기업에 대한 관계에서 소멸하고, 그 시점에 회생절차상의 권리행사는 종료하므로, 연대채무자인 피고에 대한 채권의 소멸시효는 같은 금액 범위에서 그때부터 다시 진행한다. 그에 따르면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 중 위 165,794,817원 상당의 채권은 이 사건 소제기 이전에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하였음이 역수상 명백하다.
라) 우리은행의 회생절차 참가에 의한 소멸시효의 중단
(1) 원고의 주장 요지
우리은행의 이 사건 회생절차 참가로 인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 중 이 사건 회생절차에서 관리인이 우리은행에 대한 양도를 이유로 부인한 276,559,360원에 상응하는 부분에도 미치므로, 위 부인 금액 중 원회생계획에서 출자전환한 241,989,440원(= 276,559,360원 × 출자전환율 87.5%), 변경회생계획에서 출자전환하여 우리은행이 인수한 주식 가액 505,000원(= 101주 × 5,000원) 및 변경회생계획에서도 현금 변제 대상인 9,133,822원(= 276,559,360원 × 12.5% × 26.4213%, 소수점 이하 반올림)을 제외한 나머지 24,931,098원(= 276,559,360원 - 241,989,440원 - 505,000원 - 9,133,822원)은 시효 완성으로 소멸하지 않았다(즉, 원고가 불복하는 범위는 양도채권액 중에서도 원회생계획에서는 현금 변제 대상이었다가 변경회생계획에서 출자전환한 일부에 한한다).
(2) 원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우선 이 사건 회생절차에서 경남기업의 관리인이 양수인인 우리은행이 이를 회생채권으로 신고함에 따라 이미 시인하였다는 이유로 양도채권액 부분을 부인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우리은행이 원고로부터 양수한 276,559,360원의 공사대금채권을 회생채권으로 하여 이 사건 회생절차에 참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민법 제168조, 제171조, 제416조 및 채무자회생법 제32조의 해석상 연대채무자 중 1인에 대한 회생절차 참가가 다른 연대채무자에 대하여도 이행청구로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이 있음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고, 여기에 채권자가 연대채무자 중 1인에 대한 채권을 분리하여 타에 양도하였더라도, 그와 같은 채권자의 일방적 행위로 인하여 채무자들 상호 간의 관계가 연대채무관계가 아닌 다른 형태로 변화한다고 볼 수는 없는 점, 민법 제416조는 연대채무에서 이행청구의 절대적 효력에 관하여 “어느 연대채무자에 대한 이행청구는 다른 연대채무자에게도 효력이 있다.”라고만 정하고 있을 뿐, 이행청구를 한 채권자와 이로써 이행청구의 효력을 받는 그 다른 연대채무자의 채권자가 반드시 같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채권양수인인 우리은행이 연대채무자 중 1인인 경남기업에 대한 이 사건 회생절차에 참가하여 회생채권을 신고함에 따른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은 다른 연대채무자인 피고에 대한 관계에서 원고의 이 사건 공사대금채권 중 상응하는 금액 부분에까지 미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피고의 소멸시효 재완성 주장 및 그에 대한 판단
피고는, 설령 우리은행의 이 사건 회생절차 참가로 인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경남기업의 회생계획 인가결정일인 2016. 2. 3. 또는 그 확정일인 같은 달 18일부터 소멸시효가 다시 진행하여, 이 사건 소제기 이전에 이미 완성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회사정리절차 참가에 따른 구 회사정리법 제5조의 소멸시효 중단효는 정리회사의 채무를 주채무로 하는 보증채무에도 미치고, 그 효력은 정리절차 참가라는 권리행사가 지속하는 한 그대로 남으므로, 정리계획에 따라서도 주채무가 잔존하는 경우에는 정리절차 참가에 의한 시효중단이 그대로 유효하여, 그 정리절차의 폐지결정 또는 종결결정 확정으로 정리절차상 권리행사가 종료하면, 그 시점부터 보증채무의 소멸시효가 다시 진행하는바(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7다11231 판결 참조), 이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회생법 제32조 제1호의 회생절차 참가에 따른 시효중단에도 그대로 타당하다.
원회생계획이 이 사건 하도급계약의 공사대금채권을 비롯한 일반 상거래채권에 관하여 그 채권액의 87.5%를 출자전환하여 경남기업의 주식을 배정하고, 12.5%는 현금 변제하되, 출자전환에 의한 신주 발행은 인가일로부터 7일이 지난 날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정한 사실, 변경회생계획이 원회생계획에 따라 현금 변제 대상이 된 채권 중 73.5787%를 출자전환하여 경남기업의 주식을 배정하고, 나머지 26.4213%만을 현금 변제하기로 하며, 위와 같이 출자전환한 주식은 50주를 1주로 병합하여 자본을 감축하기로 정한 사실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으므로, 우리은행이 양수한 경남기업에 대한 채권 276,559,360원 중 241,989,440원(= 276,559,360원 × 87.5%)은 원회생계획을 통하여 출자전환하였고, 나머지 34,569,920원(= 276,559,360원 × 12.5%) 중 25,436,098원(= 34,569,920원 × 73.5787%, 소수점 이하 반올림)은 변경회생계획을 통하여 추가로 출자전환하였으며, 9,133,822원(= 34,569,920원 × 26.4213%)만 변경회생계획에서도 현금 변제 대상으로 남았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들만으로는 원회생계획에서는 현금 변제 대상이었다가 변경회생계획에서 비로소 출자전환한 25,436,098원에 대해서도 피고가 주장하는 원회생계획 인가결정일 또는 그 결정 확정일에 우리은행의 권리행사가 종료하여 소멸시효가 다시 진행한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그와 같이 볼 증거가 없다(오히려 우리은행은 위 25,436,098원에 관하여 변경회생계획이 있기 전까지는 이 사건 회생절차 참가를 통한 권리행사를 지속하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피고의 주장에 변경회생계획에 따른 신주 발행의 효력발생일을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하려는 취지가 들어 있다고 보더라도, 회생법원이 2017. 10. 24.에서야 변경회생계획을 인가한 사실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한 2020. 4. 20.에 이미 3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완성하였다고 볼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4) 변경회생계획에 따른 채무 소멸
가) 관련 법리
채무자회생법 제250조 제2항 제1호는 “회생계획은 회생채권자가 회생절차가 개시된 채무자와 함께 채무를 부담하는 자에게 가지는 권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회생계획에서 회생채권의 변제에 갈음하여 출자전환을 실시하기로 한 경우, 회생채무자 보증인의 보증채무는, 출자전환에 의한 신주 발행의 효력발생일 당시를 기준으로 회생채권자가 인수한 신주의 시가를 평가한 다음, 그 평가액에 상당하는 채무액이 출자전환으로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정리채권의 금액 한도에서 변제로 소멸하였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4다27143 판결, 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다28383 판결 등 참조).
나) 출자전환으로 소멸한 채무액
앞서 인정한 사실들에 따르면, 변경회생계획은 원회생계획에 따라 출자전환하고 남은 현금 변제 대상 채권 23,684,974원(= 회생채권 189,479,791원 - 출자전환으로 소멸한 채권 165,794,817원) 중 73.5787%인 17,427,095원(= 23,684,974원 × 0.735787)을 출자전환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위 금액 상당을 2017. 10. 25. 액면가 5천 원의 경남기업 주식 3,485주(= 17,427,095원 ÷ 5천 원, 1주 미만의 단주는 회생계획에 따라 소각, 이하 같다)로 출자전환하였으며, 2017. 10. 26. 50주를 1주로 병합함에 따라 원고가 최종적으로 69주(= 3,485주 ÷ 50주)를 인수한 셈이 된다. 경남기업 주식 1주의 시가가 5천 원인 사실은 당사자들이 다투지 않으므로, 변경회생계획에 따라 원고가 인수한 주식의 시가에 해당하는 345,000원(= 5천 원 × 69주)은 피고의 채무에서 공제하여야 한다.
다) 현금 변제로 소멸한 채무액
원고가 변경회생계획에 따라 지급받을 현금 변제 대상 채권액을 피고가 부담하는 채무에서 공제하는 데는 당사자들이 다투지 아니하는바, 앞서 인정한 사실들에 따르면 변경회생계획에 따른 현금 변제 대상 채권액은 원회생계획에 따라 경남기업의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고 남은 23,684,974원의 26.4213%인 6,257,878원이 되므로, 이 금액은 피고의 채무에서 공제하여야 한다.
5)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공사대금채무 479,308,166원에서 시효로 소멸한 채무액 430,692,094원[= 원회생계획에 따라 출자전환하여 소멸한 부분에 대응하는 165,794,817원 + (이 사건 회생절차에서 부인한 부분에 대응하는 289,828,375원 - 우리은행의 회생절차 참가로써 소멸시효가 중단된 24,931,098원)]과 변경회생계획에 따라 소멸한 채무 6,602,878원(= 345,000원 + 6,257,878원)을 뺀 42,013,194원(= 479,308,166원 - 430,692,094원 - 6,602,878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제기일로부터 역산하여 3년째 되는 날인 2017. 4. 20.부터 2020. 10. 15. 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제출일로부터 역산하여 3년이 경과한 2017. 10. 14.까지는 상법에서 정한 연 6%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하도급공정화법에서 정한 연 15.5%(하도급공정화법 제13조 제8항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선급금 등 지연지급 시의 지연이율 고시”로 정한 2015. 7. 1. 이후의 이율)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이는 결국 원고가 이 사건 항소로써 불복하는 범위와 정확히 일치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주위적 및 예비적 청구는 위 인정 범위에서 이유 있어 이를 각 인용하고, 나머지는 각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의 원고 패소 부분은 이와 결론이 달라 부당하고,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받아들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심준보(재판장) 김재령 심영진 |
221,827 |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운전자폭행등)·재물손괴·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위험운전치상)·배상명령신청 | 2021고합123, 136(병합), 168(병합), 217(병합), 2021초기682 | 20,210,924 | 선고 | 부산지방법원 | 형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피 고 인】
피고인
【검 사】
박보경, 윤동환, 하재무, 이자영(기소), 김태겸, 김은정(공판)
【변 호 인】
변호사 김세윤(국선)
【배상신청인】
배상신청인
【주 문】
피고인을 징역 4년에 처한다.
배상신청인의 배상신청을 각하한다.
【이 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2006. 10. 10.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에서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죄로 벌금 4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고, 2019. 8. 14. 부산지방법원에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상해)죄 등으로 징역 4월을 선고받고 2019. 12. 12. 부산교도소에서 그 형의 집행을 종료하였다.
『2021고합123』
1.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운전자폭행등)
피고인은 2021. 1. 20. 21:10경 부산 부산진구 (주소 생략)에 있는 '○○○' 앞길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술에 취하여, 오토바이를 운행하여 그곳을 지나가던 피해자 공소외인(남, 30세)을 밀친 다음 피해자의 멱살을 잡아 피해자로 하여금 위 오토바이에서 내리게 하고, 이에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왜, 씨발놈아, 반말하지 마라."며 욕설을 하면서 피해자의 멱살을 잡고 주먹으로 피해자의 복부를 1회, 얼굴 부위를 수 회 때렸다.
이로써 피고인은 운행 중인 오토바이 운전자를 폭행하여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좌측 손목의 염좌 및 턱의 염좌 등의 상해를 가하였다.
2. 재물손괴
피고인은 제1항 기재 일시·장소에서, 위와 같이 피해자를 폭행하던 중 피해자가 착용하고 있던 오토바이 헬멧을 빼앗아 그 헬멧으로 피해자가 운행하던 (차량번호 생략) 오토바이에 부착된 윈드스크린을 가격하여 깨트리고, 그 헬멧을 발로 차서 헬멧에 부착된 스크린을 떨어지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의 재물을 비용을 알 수 없는 수리비가 들도록 손괴하였다.
『2021고합136』
3.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피고인은 2020. 12. 28. 20:50경 혈중알코올농도 0.101%의 술에 취한 상태로, 부산 부산진구 (주소 2 생략) 앞 도로에서부터 같은 구 (주소 3 생략) 앞 도로에 이르기까지 약 5km 구간에서, (차량번호 2 생략) 스타렉스 승합차를 운전하였다.
4.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피고인은 (차량번호 2 생략) 스타렉스 승합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20. 12. 28. 20:50경 혈중알코올농도 0.101%의 술에 취한 상태로, 위 승합차를 운전하여 부산 부산진구 (주소 4 생략)에 있는 △△초등학교 버스정류장 앞 도로를 □□교차로 방면에서 ◇◇◇아파트 방향으로 편도 4차로 중 1차로를 따라 불상의 속도로 진행하다가 2차로로 진로를 변경하였다.
이러한 경우 자동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그 변경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다른 차량의 정상적인 통행에 장애를 줄 우려가 있는 때에는 진로를 변경하여서는 아니 되며, 미리 방향지시등을 작동하여 그 진로 변경을 예고하고 교통상황을 잘 살피면서 안전하게 차로를 변경하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술에 취하여 이를 게을리 한 채 차로를 변경하다가 같은 방향 2차로를 진행하던 피해자 공소외 3(남, 38세) 운전의 (차량번호 3 생략) 그랜저 승용차의 좌측 앞 펜더 부분을 피고인의 승합차의 우측 뒤 문짝 부분으로 들이받았다.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 공소외 3에게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요추의 염좌 및 긴장 등의 상해를, 위 그랜저 승용의 뒷좌석에 타고 있던 피해자 공소외 4(여, 36세)에게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요추의 염좌 및 긴장 등의 상해를, 같은 차량 뒷좌석에 타고 있던 피해자 공소외 2(남, 8세)에게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흉추의염좌 및 긴장 등의 상해를 각각 입게 함과 동시에 피해자 공소외 3 소유의 위 그랜저 승용차의 좌측 앞 펜더 등을 수리비 약 1,156,602원 상당이 들도록 손괴하고도 곧바로 정차하여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도주하였다.
『2021고합168』
5.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도로교통법(무면허운전)
피고인은 2021. 3. 3. 01:20경 자동차운전면허 없이 혈중알코올농도 0.093%의 술에 취한 상태로 부산 부산진구 (주소 5 생략) 부근 도로에서 (차량번호 2 생략) 스타렉스 승합차를 운전하였다.
『2021고합217』
6.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피고인은 2021. 2. 24. 22:20경 부산 부산진구 (주소 6 생략) 앞 도로에서부터 부산 부산진구 (주소 7 생략) 앞 도로까지 약 5km 구간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09%의 술에 취한 상태로 (차량번호 2 생략) 스타렉스 승합차를 운전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음주운전 금지 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하였다.
7.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위험운전치상),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피고인은 (차량번호 2 생략) 스타렉스 승합차의 운전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21. 2. 24. 22:20경 혈중알콜농도 0.109%의 술에 취한 상태로 위 승합차를 운전하여 부산 부산진구 (주소 8 생략) 앞 편도 4차로의 도로를 ☆☆☆☆☆ 방면에서 ▽▽▽▽▽▽▽▽로 방면으로 2차로를 따라 진행하게 되었다.
당시는 야간이고 그 곳 전방에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 자동차의 운전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전방 및 좌우를 잘 살피고 조향 및 제동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하며 앞 차와의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 안전하게 운행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를 게을리 한 채 술에 취하여 만연히 운전하다가 제동장치를 제대로 조작하지 못한 과실로 같은 차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피해자 공소외 5(남, 57세)가 운전하는 (차량번호 4 생략) 택시의 뒷범퍼 부분을 피고인의 승합차 앞 범퍼 부분으로 들이받았다.
결국 피고인은 음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위 승합차를 운전하여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경추의 염좌 등을 입게 함과 동시에 피해자 소유인 위 택시를 수리비 582,966원이 들도록 손괴하고도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도주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판시 전과 : 범죄경력등조회회보서, 수사보고(누범 여부 확인), 개인별수용현황
『2021고합123』
1. 피고인의 법정진술
1. 배상신청인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1. 손괴된 헬멧 및 윈드스크린 사진
1. 상해진단서
1. 각 수사보고서
『2021고합136』
1. 피고인의 법정진술
1. 공소외 3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1. 교통사고보고
1. 각 진단서
1. 견적서, 감정서
1. 각 수사보고 및 내사보고
『2021고합168』
1. 피고인의 법정진술
1. 내사보고서 및 음주운전 단속결과 통보
1. 주취운전자 전황진술 보고서
1. 운전면허 상세내역
『2021고합217』
1. 피고인의 법정진술
1. 교통사고보고
1. 음주운전 단속결과 통보
1. 주취운전자 정황진술 보고서
1. 공소외 5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1. 진단서, 견적서
1. 피해차량 블랙박스 영상 캡쳐 사진
1. 각 수사보고서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0 제2항 전단, 제1항(운전자 폭행의 점), 각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제2호, 형법 제268조(도주치상의 점),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1 제1항(위험운전치상의 점), 각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제44조 제1항(음주운전의 점), 각 도로교통법 제148조, 제54조 제1항(사고 후 미조치의 점), 형법 제366조(재물손괴의 점), 도로교통법 제152조 제1호, 제43조(무면허운전의 점)
1. 상상적 경합
형법 제40조, 제50조[판시 제4항 및 제7항 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죄와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죄 상호간, 형이 더 무거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판시 제5항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죄와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죄 상호간, 형이 더 무거운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1. 형의 선택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운전자폭행등)죄를 제외하고 각 징역형 선택
1. 누범가중
형법 제35조[단,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운전자폭행등)죄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죄에 대하여는 제42조 단서의 제한 내에서]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 제42조 단서[형이 가장 무거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운전자폭행등)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 가중]
1. 배상신청의 각하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제1항 제3호, 제25조 제3항 제3호(배상책임의 범위가 명백하지 아니함)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 징역 3년~50년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가. 제1범죄[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유형의 결정] 교통범죄 〉 03. 교통사고 후 도주 〉 [제1유형] 치상 후 도주
[특별양형인자] 감경요소: 경미한 상해가 발생한 경우
가중요소: 음주운전 등의 경우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기본영역, 징역 8월∼2년 6월
나. 제2범죄[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유형의 결정] 교통범죄 〉 03. 교통사고 후 도주 〉 [제1유형] 치상 후 도주
[특별양형인자] 감경요소: 경미한 상해가 발생한 경우
가중요소: 음주운전 등의 경우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기본영역, 징역 8월∼2년 6월
다. 제3범죄[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운전자폭행등)]
[유형의 결정] 폭력범죄 〉 03. 폭행범죄 〉 [제4유형] 운전자 폭행치상
[특별양형인자] 감경요소: 경미한 상해(2, 4유형)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감경영역, 징역 10월∼2년
라.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징역 10월∼4년 5월(제1범죄 상한 + 제2범죄 상한의 1/2 + 제3범죄 상한의 1/3)
마. 처단형에 따라 수정된 권고형의 범위: 징역 3년∼4년 5월(양형기준에서 권고하는 형량범위의 하한이 법률상 처단형의 하한과 불일치하는 경우이므로 법률상 처단형의 하한에 따름)
3. 선고형의 결정
아래와 같은 주요 정상들과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이 사건 범행의 경위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 유리한 정상
- 판시 제1, 4, 7항 각 피해자들의 상해가 비교적 중하지 않다.
-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
○ 불리한 정상
- 피고인은 2019. 12. 12. 형의 집행을 종료하여 누범기간에 있음에도 이 사건 범행들을 반복하여 저질렀으며, 범행 횟수와 그 내용을 고려할 때 그 죄질도 매우 좋지 않아 엄벌이 필요하다.
-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회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 피고인은 운행하던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하였고, 교통사고 이후 피해차량 등이 추격함에도 불구하고 음주 상태에서 무리하게 도주하였는바,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들로 인해 더 큰 사고가 유발되어 중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
판사 박무영(재판장) 위은숙 여한울 |
221,901 | 구상금 | 2021라10664 | 20,210,927 | 자 | 대전지방법원 | 민사 | 결정 | null | null | null | null | 【원고, 항고인】
메리츠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
【피고, 피항고인】
피고
【제1심결정】
대전지방법원 2021. 7. 26.자 2021가소143371 이송결정
【주 문】
이 사건 항고를 기각한다.
【이 유】
1. 제1심 결정 이유의 인용
항고심인 이 법원이 이 사건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 결정의 이유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43조 제1항,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결론
따라서 제1심 결정은 정당하고, 이 사건 항고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나경선(재판장) 박세진 강지엽 |
233,367 | 배당이의 | 2020나10819 | 20,210,929 | 선고 | 광주고등법원(제주) | 민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원고, 피항소인】
서울보증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고석상)
【피고, 항소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현우)
【제1심판결】
제주지방법원 2020. 10. 15. 선고 2019가합13298 판결
【변론종결】
2021. 7. 21.
【주 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제주지방법원 2018타경3658, 4460(중복) 부동산강제경매 사건에 관하여 위 법원이 2019. 8. 30. 작성한 배당표 중 피고에 대한 배당액 800,000,000원을 234,453,874원으로, 원고에 대한 배당액 5,784,476원을 571,330,602원으로 각 경정한다.
2.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기초사실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적을 이유는, 다음과 같이 고치는 것 이외에는 제1심판결 이유 제2의 가항(제4쪽 제2행부터 제6쪽 제7행까지)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 제4쪽 제10행 및 제13행 "2016."을 각 "2006."으로 고쳐 쓴다.
○ 위 부분에 기재된 "피고 ○○○"는 "피고"로, "피고 회사"는 "메이슨에프앤아이대부 주식회사"로 고쳐 쓴다.
2. 본안 전 항변에 대한 판단
피고는, 제1심판결 중 원고가 메이슨에프앤아이대부 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배당이의 부분에서 원고가 승소하여 그대로 확정된 이상 원고가 배당요구한 금액 전부를 배당받을 수 있게 되었으므로,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유지할 이익이 소멸하여 부적법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제1심판결 중 확정된 부분은 메이슨에프앤아이대부 주식회사의 배당액을 감액하는 것으로 경정하고 그와 관련한 배당액에 관한 배당표의 재조제와 새로운 배당절차의 실시를 명하는 것일 뿐 그에 따라 배당표에 원고의 배당액이 증액되어 그대로 확정된다고 볼 수 없고, 원고는 피고에 대한 배당이의 결과에 따라 여전히 자신의 배당액이 증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소의 이익이 존재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없다.
3. 본안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근저당권 피담보채권의 존재 여부에 대하여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적을 이유는, 다음과 같이 고치는 것 이외에는 제1심판결 이유 제2의 나항(제6쪽 제10행부터 제7쪽 밑에서 제5행까지)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 위 부분에 기재된 "피고 ○○○"는 "피고"로 고쳐 쓴다.
○ 제7쪽 제4~5행 "변제기 및 이자를 특정하지 아니한 채" 부분을 "변제기 1년 후, 이자 월 2%(연 24%)로 정하여"로 고쳐 쓴다.
○ 제7쪽 제11~13행 "을가 제1호증의 … 영상만으로는" 부분을 "을가 제1 내지 7, 9 내지 11, 12 내지 2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또는 영상, 이 법원 증인 소외 1의 증언만으로는"으로 고쳐 쓴다.
나. 소멸시효 완성 여부에 대하여
설령 소외 1이 소외 2로부터 8억 원을 차용하면서 이를 담보하기 위해 이 사건 근저당권을 설정해주었다고 하더라도, 소외 1은 회사 운영자금으로 위 돈을 차용한 것이어서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인 대여금채권은 상사채권에 해당하고,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가 이를 양수한 2006. 11. 30.로부터 5년의 소멸시효기간이 경과할 무렵에는 시효가 완성되어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소외 1이 매년 1회 이상 피고에게 위 대여금을 변제하겠다고 양해를 구하여 왔고, 2010. 11.경 및 2018. 3.경 이 사건 부동산의 매각 및 변제를 최고하는 피고에게 대여금채권을 인정하는 취지로 말하였으며, 2014. 5. 14.경 소외 1이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면서 피고의 동의를 얻기도 하였다면서 소외 1이 채무 승인하여 시효가 중단되었다거나 시효이익을 포기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을가 제3호증의 1, 제7호증의 각 기재 및 이 법원 증인 소외 1의 증언만으로는 위와 같은 피고 주장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소외 1이 2014. 5. 14.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면서 피고의 동의를 얻었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채무승인이나 시효이익의 포기로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배당표의 재조제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적을 이유는, 다음과 같이 고치는 것 이외에는 제1심판결 이유 제2의 라항(제8쪽 제4행부터 제11행까지)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 위 부분에 기재된 "피고 ○○○"는 "피고"로, "피고 회사"는 "메이슨에프앤아이대부 주식회사"로 고쳐 쓴다.
○ 제8쪽 제8행 "피고들의"를 "피고 및 메이슨에프앤아이대부 주식회사의"로 고쳐 쓴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일부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왕정옥(재판장) 김기춘 박형렬 |
220,383 | 공제금 | 2020나68751 | 20,210,929 | 선고 | 광주지방법원 | 민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원고, 항소인】
원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에스앤파트너스 담당변호사 송길용 외 6인)
【피고, 피항소인】
농협손해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주섭 외 3인)
【제1심판결】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2020. 11. 11. 선고 2020가단51762 판결
【변론종결】
2021. 8. 25.
【주 문】
1.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 1에게 33,428,571원, 원고 2에게 22,285,714원, 원고 3에게 22,285,714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19. 1. 22.부터 제1심판결 선고일까지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제1심판결의 인용
원고들의 항소이유는 제1심에서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고, 제1심에서 제출된 증거에다가 이 법원에서 제출된 증거를 보태어 보더라도 제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인정된다. 이에 이 법원의 판결이유는 제1심판결 이유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인용한다.
2. 결론
그렇다면,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정영하(재판장) 황진희 박정운 |
221,899 |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 2021노608 | 20,210,930 | 선고 | 전주지방법원 | 형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 사】
황준성(기소), 김민정(공판)
【원심판결】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 2021. 4. 22. 선고 2021고단65 판결
【주 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2021. 1. 1. 15:37경 1차 음주운전과 관련하여(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
원심은 피고인이 1차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위드마크 공식에 따라 계산하여 0.041%로 판단하였는바, 위드마크 공식 자체가 신빙성이 떨어지는 계산법임에도 원심판결은 이를 근거로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한 것이므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및 채증법칙 위배의 위법이 있다.
설령, 위드마크 공식에 따르더라도 피고인의 1차 최종 음주시점은 13:10경이 아니라 12:47경이고, 실제 몸무게 역시 72㎏이 아니라 74㎏이며, 실제로 소주 2병을 마시지도 않았는바, 이를 전제로 위드마크 공식에 따라 계산해보면 1차 운전 당시 피고인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0.029%로, 0.03%에 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나. 2021. 1. 1. 17:00경 2차 음주운전과 관련하여(사실오인)
피고인은 원심 공동피고인 공소외 1이 운전하는 차량에 탑승한 것일 뿐 음주 상태에서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한 사실이 없음에도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유죄를 선고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1차 음주운전과 관련하여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음주하고 운전한 직후에 운전자의 혈액이나 호흡 등 표본을 검사하여 혈중알콜올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른바 위드마크(Widmark) 공식을 사용하여 수학적 방법에 따른 계산결과로 운전 당시의 혈중알콜올농도를 추정할 수 있는데, 운전시부터 일정한 시간이 경과한 후에 음주측정기 또는 혈액채취 등에 의하여 측정한 혈중알콜올농도는 운전시가 아닌 측정시의 수치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운전시의 혈중알콜올농도를 구하기 위하여는 여기에 운전시부터 측정시까지의 알콜올분해량을 더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범죄구성요건 사실의 존부를 알아내기 위하여 위와 같은 과학공식 등의 경험칙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법칙 적용의 전제가 되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에 관하여 엄격한 증명을 요한다고 할 것인바, 시간의 경과에 의한 알콜올의 분해소멸에 있어서는 평소의 음주정도, 체질, 음주속도, 음주 후 신체활동의 정도 등이 시간당 알콜올분해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운전자의 시간당 알콜올분해량이 평균인과 같다고 쉽게 단정할 것이 아니라 증거에 의하여 명확히 밝혀야 하고, 그 증명을 위하여 필요하다면 전문적인 학식이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도움 등을 받아야 하며, 만일 그 공식의 적용에 있어 불확실한 점이 남아 있고 그것이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작용한다면 그 계산결과는 합리적인 의심을 품게 하지 않을 정도의 증명력이 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나(대법원 2000. 10. 24. 선고 2000도3307 판결, 대법원 2000. 10. 24. 선고 2000도3145 판결, 대법원 2000. 12. 26. 선고 2000도2185 판결 등 참조), 시간당 알콜올분해량에 관하여 알려져 있는 신빙성 있는 통계자료 중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한 것을 대입하여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하여 운전시의 혈중알콜올농도를 계산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줄 우려가 없으므로 그 계산결과는 유죄의 인정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1. 6. 26. 선고 99도5393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자백하였다가 당심에 이르러 1차 음주운전과 관련하여 피고인이 1차 음주를 종결한 시점은 2021. 1. 1. 13:10경이 아니라 2021. 1. 1. 12:47경이고, 자신의 실제 몸무게는 74㎏이며, 소주 2병을 마시지도 않았으므로 이를 전제로 위드마크 공식에 따라 1차 음주운전 당시 피고인의 혈중 알코올농도를 계산하면 0.03%를 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위드마크 공식에 의한 혈중알코올농도의 계산이 부정확하다는 취지의 막연한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고,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경찰 조사 당시부터 원심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이 혈중 알코올농도를 계산하기 위한 전제사실에 관하여 한 자백의 임의성이나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은 없으며, 피고인 자백의 진실성을 담보하는 보강증거도 충분하다. 따라서 이 사건 1차 음주운전 당시 피고인의 혈중 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이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피고인은 경찰 조사단계에서부터 원심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최종 음주시점이 2021. 1. 1. 13:10이고, 피고인의 체중이 72㎏이며, 피고인이 마신 술의 양이 소주 2병임을 전제로 계산된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혈중 알코올농도를 인정하면서, 1차 음주운전과 관련된 최종 음주시점, 피고인의 체중, 마신 술의 양 및 이를 전제로 계산된 혈중 알코올농도를 다툰 바 없다.
② 피고인은 제1회 경찰 조사 당시 1차 음주운전과 관련된 최종 음주시점을 2021. 1. 1. 13:10으로 비교적 구체적으로 진술하였으며(당심에서 피고인은 경찰 조사 당시 경찰서에서 본 블랙박스 영상을 근거로 2021. 1. 1. 13:10이 1차 음주의 최종시점이라고 하였을 뿐이며, 사실 위 시간은 1차 음주장소였던 피고인의 친구 공소외 2의 집에서 피고인 아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출발한 시점이라고 주장하나, 피고인이 제출한 블랙박스 영상에는 2021. 1. 1. 13:24경부터의 영상만이 있을 뿐이고, 위 시간에 피고인의 차량이 1차 음주장소인 공소외 2의 집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2회 경찰 조사 당시 6병의 술을 셋이서 나누어 마셨으며, 누가 더 마시거나 덜 마시거나 하지 않고 비슷하게 마신 것으로 기억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③ 수사보고서(피의자들의 친구 공소외 2와 전화통화 확인내용)에 따르면, 피고인과 1차 음주를 함께 한 공소외 2는 1차 음주 당시 소주 6병을 피고인, 원심 공동피고인 공소외 1, 공소외 2 셋이서 비슷하게 나누어 마셨으며, 12시경부터 2시간여 동안 자신의 집에서 술자리를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④ 피고인은 이전에 받았던 건강검진결과(2020. 10. 28.경 : 73.2㎏. 2019. 6. 4.경 : 72.3㎏, 2018. 5. 25.경 : 72.9㎏)를 근거로 1차 음주 당시 피고인의 실제 몸무게는 74㎏이라고 주장하나, 피고인의 이 사건 1차 음주운전 시점과 더 인접한 시기인 2021. 1. 17.경 경찰에서 측정한 결과에 의하면 옷을 입은 상태에서 피고인의 몸무게는 72㎏이었다.
⑤ 피고인과 함께 술을 마시고 피고인과 번갈아서 피고인의 차량을 운전한 원심 공동피고인 공소외 1 역시 경찰 조사 당시 1차 음주운전과 관련한 최종 음주시점은 2021. 1. 1. 13:00경이고, 1차 음주 당시 자신은 구입한 전체 소주 6병 중 2병 정도를 마셨으며, 피고인과 공소외 2가 말한 것처럼 소주 6병을 누가 더 마시고, 덜 마시고 없이 비슷하게 마셨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⑥ 수사보고(피의자의 선배 공소외 3 전화통화)에 따르면, 피고인이 1차 음주 및 1차 음주운전을 한 직후인, 같은 날 16시경부터 피고인과 원심 공동피고인 공소외 1과 함께 2차 음주를 하였던 공소외 3은, 처음 만났을 당시 피고인과 원심 공동피고인 공소외 1은 발음도 부정확하고 눈도 풀려 있는 등 이미 많이 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였다고 진술하였다.
⑦ 한편, 피고인은 1회 경찰 조사 당시, ‘피고인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최초 2021. 1. 1. 13:24경 정읍시 ○○○읍○○○시장 내에서 피고인의 차량이 운행되는 모습이 확인되어, 사건 당일 13:24경부터 1차 음주운전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하여, 1차 음주 장소에서부터 자신의 집까지는 그 당시 술을 마시지 않았던 자신의 부인이 운전을 한 것이고, 자신은 사건 당일 14:30경 자신의 집에서부터 운전을 시작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즉, 이 사건 1차 음주운전의 개시 시점이 14:30경임을 인정하였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정들을 모두 고려하여 몸무게나 최종 음주시점을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하게 계산해보더라도, 피고인이 1차 음주운전을 개시한 시점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515%[= 0.103%{= 668.57㎖ × 0.7894g/㎖(알코올의 비중) × 0.17800000000000002(소주의 알코올도수) × 0.7(체내흡수율)}/{74㎏ × 0.86 × 10} - 0.0515%{= 0.03% × 103/60시간(= 2021. 1. 1. 12:47부터 같은 날 14:30까지의 1시간 43분)}]이므로 적어도 피고인의 1차 음주운전을 개시할 당시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0.03% 이상임이 충분히 인정된다[피고인은 그때부터 같은 날 15:37경까지 일부 구간에서 원심 공동피고인 공소외 1이 10m 정도 운전을 한 이외에는 1시간여 동안 음주상태에서 정읍시 △△△△로 소재 □□□□ 음식점 앞(2차 음주장소는 인근 ◇◇◇식당이나 주차하기 위하여 □□□□ 음식점 앞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까지 운전하였는데, 최단거리가 아니라 ☆☆☆ 유적지 등을 거쳐 돌아가는 방향{정읍시 (주소 1 생략)(14:41경 ▽▽길 건너편에 정차하였다가 14:49경 다시 출발), 정읍시 (주소 2 생략)☆☆☆ 유적지(14:51경 정차하였다가 15:00경 다시 출발), 정읍시 ◎◎동 소재 ◁◁사거리(15:13경), 정읍시 (주소 3 생략)(15:35경), □□□□ 음식점 앞(15:37경)}으로 운행하면서 중간에 일부 정차한 시간도 있었기 때문에 실제 이동거리에 비하여 시간이 다소 많이 소요된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정들을 모두 고려하여 몸무게나 최종 음주시점을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하게 계산하고, 피고인이 이 사건 차량을 운행하였음이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분명하게 확인되는 15:00경을 기준으로 하더라도(이 사건 차량 뒷면 블랙박스 영상에 의하면 피고인은 14:59:48경 조수석 방향에서 나와 이 사건 차량의 뒷면을 지나 운전석 쪽으로 이동하였고, 잠시 후 14:59:57경 원심 공동피고인 공소외 1이 운전석 방향에서 나와 이 사건 차량의 뒷면을 지나 조수석 쪽으로 이동하였으며, 15:00:07경 이 사건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는바, 이 때 피고인이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피고인의 그 당시 혈중 알코올농도는 0.0365%[= 0.103%{= 668.57㎖ × 0.7894g/㎖(알코올의 비중) × 0.17800000000000002(소주의 알코올도수) × 0.7(체내흡수율)}/{74㎏ × 0.86 × 10} - 0.0665%{= 0.03% × 133/60시간(= 2021. 1. 1. 12:47부터 같은 날 15:00까지의 20.03시간 13분)}]로, 0.03%를 초과한다.
나. 2차 음주운전과 관련하여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자백하였다가 당심에 이르러 2차 음주운전과 관련하여 원심 공동피고인 공소외 1이 음주상태에서 운전하는 차량에 동승한 것일 뿐 자신은 차량을 운전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차량의 전·후면 블랙박스 영상 등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음주운전을 한 점에 관하여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입증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이 사건 차량의 전면 블랙박스 영상에 의하면, 피고인은 사건 당일 16:37:29경 정읍시 ▷▷동에 있는 ♤♤♤♤ 사거리에서 우회전하기 위하여 정차 중이던 피고인 차량의 조수석에서 내려서 차량의 앞쪽을 지나 운전석 방향으로 걸어갔고(피고인이 이 사건 차량의 전면 블랙박스의 촬영범위에 들어온 것은 16:37:34경이나 차량의 흔들림으로 보아 16:37:29경 조수석에서 내린 것으로 보이며, 피고인 역시 같은 취지로 주장한다), 16:37:38경 전면 블랙박스의 촬영범위 밖으로 사라졌으며, 그 후 이 사건 차량은 16:37:46경 우회전하여 출발하였다.
② 이 사건 차량의 후면 블랙박스 영상에 의하면, 이 사건 차량이 사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출발하고 약 2초 후인 16:37:48경 차량의 뒤쪽으로 사람이 지나간 사실(이 사건 차량이 정차하였다가 우회전을 하였으므로 정차하였을 때를 기준으로 하면 이 사건 차량의 운전석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 이 사건 차량은 앞서 본 바와 같이 16:37:46경 우회전하면서 출발하였다가 16:38:00경 우측 길 가장자리에 정차한 사실, 16:38:14경 이 사건 차량의 뒤에서 운전석 방향으로 사람이 걸어오는 사실, 피고인이 이 사건 차량의 조수석에서 하차한 16:37:29경부터 16:37:46경까지 차량의 문이 열렸다 닫히는 것으로 판단할 만한 차량의 흔들림은 보이지 않는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는바, 원심 공동피고인 공소외 1은 피고인이 조수석에서 내린 상태에서 피고인을 다시 태우지 않은 채 우회전하여 출발하였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차량에 다시 탑승하지 못한 피고인이 16:38:14경 우회전하였다가 정차한 이 사건 차량에 다시 탑승하기 위하여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피고인은 16:38:14경 이 사건 차량의 뒤에서 운전석 방향으로 걸어오는 사람이 제3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나, 그 당시 이 사건 차량의 앞면 블랙박스에 제3자가 지나간 사실을 확인할 수 없으며, 사거리 교차로에서 다른 사람이 운행하는 차량에 차도로 접근하는 사람이 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③ 16:39:05경 원심 공동피고인 공소외 1은 운전석 방향에서 나와서 이 사건 차량의 앞쪽을 지나 조수석 방향으로 걸어갔고, 16:39:10경 전면 블랙박스의 촬영범위 밖으로 사라졌으며, 16:39:20경 차량 문이 열렸다 닫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차량의 흔들림이 있었고, 이 사건 차량은 16:39:22경 움직이기 시작하였는바(약간 후진하였다가 정차한 후 16:39:29경부터 전진하여 운행이 계속된다), 원심 공동피고인 공소외 1이 운전석 방향에서 나왔다가 이 사건 차량의 앞쪽을 지나 조수석 방향으로 사라진 16:39:10경 이후부터 차량이 출발한 16:39:22경까지 원심 공동피고인 공소외 1이 이 사건 차량의 전·후면 블랙박스 영상에서 확인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원심 공동피고인 공소외 1은 16:39:20경 조수석 또는 조수석의 뒷좌석에 탑승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이 사건 차량의 후면 블랙박스 영상의 화질이 좋지 않기 때문에 원심 공동피고인 공소외 1이 운전석에서 하차하였다가 다시 운전석 문으로 탑승하였음에도 후면 블랙박스에 제대로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촬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차량의 후면 블랙박스의 화질이나 차량 뒷면유리의 혼탁 상태를 고려하더라도 상당히 먼 거리를 돌아서 오지 않는 이상 사람이 지나갔다면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상태로 보이는 점, 그 당시 비틀거리며 보행하던 원심 공동피고인 공소외 1의 주취 정도나 눈길이어서 빠른 보행이 어려웠던 당시 도로 상태를 고려하면, 이 사건 차량 앞면 블랙박스의 촬영범위에서 16:39:10경 사라진 원심 공동피고인 공소외 1이 이 사건 차량에 탑승한 것으로 보이는 16:39:20경까지 불과 10초 사이에 이 사건 차량 후면 블랙박스에 촬영되지 않을 정도로 멀리 돌아서 운전석에 탑승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아가 피고인은 원심 공동피고인이 상체를 숙여 이 사건 차량의 뒤를 지나 운전석 쪽으로 다시 탑승하였다거나, 조수석 쪽으로 탑승하였다가 차량의 실내에서 운전석 쪽으로 이동하였기 때문에 이 사건 차량의 후면 블랙박스에 촬영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차량의 앞면을 지날 당시 상체를 세우고도 비틀거리면서 힘겹게 걸어갔던 원심 공동피고인 공소외 1이 조수석 쪽을 지나 이 사건 차량의 후면에 이르러서는 갑자기 후면 블랙박스에 촬영되지 않을 정도로 상체를 낮게 숙이고 이동하였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원심 공동피고인이 이 사건 차량에 탑승하고 나서 약 2초 후 이 사건 차량이 후진 방향으로 움직였는바, 원심 공동피고인의 주취 정도를 고려하면, 조수석을 통하여 차량에 탑승하자마자 실내에서 운전석으로 이동하여 2초 만에 이 사건 차량을 운행하였을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④ 결국 원심 공동피고인 공소외 1이 16:39:20경 이 사건 차량의 조수석 또는 조수석의 뒷좌석에 탑승하고 약 2초 후인 16:39:22경 이 사건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하였고, 피고인이나 원심 공동피고인 공소외 1이 아닌 제3자가 이 사건 차량을 운행하였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므로, 그 당시 운전석에는 16:38:14경 이 사건 차량의 운전석 방향으로 다가왔던 피고인이 이미 탑승한 상태였고, 원심 공동피고인이 탑승하자 이 사건 차량의 운행을 시작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고상교(재판장) 김범준 김현지 |
220,379 | 부당이득금 | 2020나14218 | 20,210,930 | 선고 | 부산고등법원(창원) | 민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원고, 항소인】
주촌선천지구 도시개발사업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청률, 담당변호사 장희석)
【피고, 피항소인】
주식회사 케이티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삼덕, 담당변호사 남일)
【제1심판결】
창원지방법원 2020. 10. 22. 선고 2019가합53252 판결
【변론종결】
2021. 8. 12.
【주 문】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돈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329,560,2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9. 7. 1.부터 2021. 9. 30.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4. 제1항의 돈 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329,560,2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9. 7. 1.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경상남도는 지방도 1042호선(외동~주촌 구간)의 도로관리청이다. 경상남도는 1999. 3. 4. 경상남도 고시 제1999-39호 및 2001. 6. 29. 경상남도 고시 제189호로 위 지방도에 관한 주촌도시계획시설 등의 결정을 하였다.
나. 경상남도는 2003년경 김해시에 위 주촌도시계획시설 사업(이하 ‘이 사건 주촌도시계획시설 사업’이라 한다)을 위탁하였고, 김해시장은 2004. 4. 13. 이 사건 주촌도시계획시설 사업에 관하여 사업시행자를 자신으로 하여 김해시 고시 제2004-33호로 주촌도시계획시설 실시계획 인가고시(갑 제3호증)를 하였다. 위 고시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아래와 같다.
3. 사업의 면적 및 규모 2) 주촌도시계획시설(도로: 대1-2호선) - 사업의 규모: L=1,805m, B=35.0m4. 사업의 착수 및 준공예정일 가. 사업의 착수: 실시계획인가일 나. 준공 예정일: 실시계획인가일로부터 60개월 이내7. 실시계획인가 신청 사유 - 본 도로는 지방도 1042호선 외동 ~ 주촌 천곡리 구간으로 지역에서 발생하는 교통량의 증가로 인하여 교통흐름에 지장이 초래되고 지역간 연결하는 간선도로 기능이 저하되고 있는 실정으로서 본 도로를 확·포장하여 지역 주민 불편사항을 해소코자 계획함
다. 경상남도는 2005. 12. 1. 경상남도 고시 제2005-342호로 김해시 풍유동 및 주촌면 선지리·천곡리 일대 1,329,500㎡를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하고, 그 도시개발사업(이하 ‘이 사건 도시개발사업’이라 한다)의 시행자로 가칭 주촌선천지구 도시개발사업조합을 지정하는 내용의 ‘주촌선천지구 도시개발구역지정 및 개발계획’을 수립·고시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도시개발사업 시행을 위하여 2005. 12. 14.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라. 구 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2007. 1. 19. 법률 제825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광역교통법’이라 한다) 제7조에 따르면, 대도시권에서 사업면적 100만㎡ 이상인 도시개발사업이 시행되는 경우 시·도지사는 광역교통개선대책을 수립하여 국토교통부장관에게 제출하도록 되어 있고, 국토교통부장관은 그 광역교통개선대책을 광역교통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하고 이를 시·도지사에게 통보하여야 하며, 지방자치단체의 장 및 개발사업의 시행자 등은 확정된 광역교통개선대책을 충실히 이행하여야 한다. 그런데 김해시는 대도시권에 해당하고 이 사건 도시개발사업의 사업면적이 100만㎡ 이상이어서 경상남도지사는 2006. 4.경 ‘김해 주촌선천지구 도시개발사업 광역교통개선대책’을 수립하여 제출하였고, 국토교통부장관은 2006. 4. 25. 광역교통위원회에서 원안대로 가결되었음을 통보하였다. 위 광역교통개선대책에 따르면, 지방도 1042호선 중 외동고개~망덕교 4.1km를 2010년까지 2차로에서 6차로로 확·포장하고 사업주체는 원고 및 김해시장이 된다.
마. 원고와 김해시는 2006. 6. 8. 광역교통개선대책의 실행을 위하여 협약(이하 ‘이 사건 최초 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최초 협약에 따르면, 지방도 1042호선 중 이 사건 도시개발사업 지구에 접한 도로구간(길이 1,508m, 폭 35m로 이 사건 주촌도시계획시설 사업에 포함된 지방도 1042호선의 일부이다. 이하 ‘이 사건 도로구간’이라 한다) 개설공사(이하 ‘이 사건 도로공사’라고 한다)의 사업시행 주체를 원고로 정하고, 사업기간은 착공일부터 36개월로 하며, 토지 등 취득에 따른 보상비는 김해시가 선 지급하고, 이 사건 도로구간 중 497m(폭 35m)는 원고가, 나머지 1,011m는 폭 17.5m(전체 폭의 1/2)씩 나누어 원고와 김해시가 나누어 부담하기로 하였다. 이에 원고는 2008. 6.경 이 사건 도로공사에 착수하였다.
바. 이 사건 최초 협약 이후 몇 차례 사업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협의를 거쳐 김해시는 2016. 3. 18. 원고와 사이에 최종 협약(이하 ‘이 사건 협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이 사건 협약서(을 제3호증)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이 사건 협약은 사업기간을 변경하고 임시개통을 위한 공사비 규정을 두었으며 어구 수정을 한 것 외에는 이 사건 최초 협약과 내용이 동일하다).
제4조(사업의 개요)○ 본 사업의 명칭은 지방도 1042호선 도로개설사업으로 하고, 사업규모는 도로개설 L=1,508m, B=35m로 한다.제5조(사업비 부담)○ 지방도 1042호선 도로개설 사업비는 제4조 중 아래와 같이 사업량을 구분 분담한다. - 원고 ⇒ L=497m , B=35m, L=1,011m, B=17.5m - 김해시 ⇒ L=1,011m, B=17.5m제6조(사업시행)○ 본 사업을 시행함에 있어 원고가 사업시행 주체가 된다.제10조(사업비 정산)○ 원고는 공사가 완료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정산서를 작성 김해시에 통보하여야 한다.
사. 원고는 광역교통법 제11조 제2호에 따라 원래 광역교통시설부담금을 납부하여야 한다. 하지만 광역교통개선대책에 따라 건설 또는 개량되는 도로를 설치하거나 그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는 경우 그 금액을 공제액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원고는 이 사건 도로공사에 관하여 비용을 부담하였으므로, 광역교통시설부담금을 면제받았다.
아. 이 사건 도로구간에 피고가 도로점용허가를 받아 설치한 통신시설이 있어 해당 지점의 공사를 위하여 통신시설을 이설하는 공사(이하 ‘이 사건 이설공사’라 한다)가 필요하였다. 이에 피고는 2017. 4. 5. 원고에게 이 사건 이설공사 비용 329,560,200원을 요청하였고, 원고가 2017. 4. 11. 피고에게 위 돈을 지급하자 피고는 이 사건 이설공사를 하였다. 그리고 원고는 2017. 12.경 이 사건 도로공사를 완료하였다.
자. 원고와 김해시 사이에 이 사건 도로공사 비용의 정산에 관하여 분쟁이 발생하였고, 원고와 김해시는 분쟁을 대한상사중재원 중재판정부의 중재판정에 따라 해결하기로 합의하였다. 위 중재판정부는 "이 사건 도로공사에 관한 부산대 산학협력단의 공사비 감정결과(갑 제21호증)에 따라 산출된 적정 공사비 34,059,523,000원 중 김해시의 부담 부분은 14,052,877,000원이고(원고는 임시개통공사비를 제외한 이 사건 도로공사비를 먼저 부담하였다. 임시개통공사비는 원고가 부담하기로 하였으나 김해시가 먼저 이를 지출하였고, 위 김해시의 부담 부분에 이러한 점이 반영되었다), 김해시가 지출한 토지보상비에 물가상승률을 적용한 18,151,922,144원 중 원고가 부담하여야 할 부분은 11,433,920,317원이므로, 김해시는 원고에게 김해시의 공사비 부담 부분에서 원고가 부담할 토지보상비를 공제한 나머지 2,618,956,683(14,052,877,000원-11,433,920,317원)원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판정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0, 17, 23호증, 을 제1 내지 4호증, 제1심법원 및 당심의 김해시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1과 같다.
3. 주장 및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경상남도가 수립하여 김해시에 위탁한 이 사건 주촌도시계획시설 사업을 위하여 이 사건 도로공사가 시행되었고, 김해시장이 이 사건 도로공사의 사업시행자이며 원고는 단지 광역교통개선부담금의 납부 대신 이 사건 도로공사를 수행하였을 뿐이다.
따라서 도로관리청인 김해시가 시행하는 이 사건 도로공사로 인하여 필요하게 된 이 사건 이설공사 비용은 도로법 제90조 제2항, 제68조 제3호에 따라 도로점용료를 감면받은 피고가 부담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원고가 이 사건 이설공사 비용을 부담하여 법률상 원인 없이 피고는 위 비용 상당의 이익을 얻었고 이로 인하여 원고는 같은 액수 당상의 손해를 입게 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부당이득반환으로 이 사건 이설공사 비용 329,560,2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의 주장
원고가 이 사건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도로공사의 현실적·구체적 필요성이 생겼고, 이 사건 도로공사로 인한 편익은 주로 원고에게 귀속된다. 그래서 원고는 이 사건 협약에 따라 이 사건 도로공사의 사업시행자가 되었고 자신의 비용으로 이 사건 도로공사를 실시한 후 내부적으로 김해시로부터 일부 비용을 정산받았을 뿐이다.
그리고 도로법 제90조 제2항은 도로관리청이 도로공사를 시행하는 경우 적용되는데, 지방도 1042호선의 도로관리청은 경상남도이고, 원고가 이 사건 도로공사를 시행하였으므로, 도로법 제90조 제2항을 적용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도로공사의 원인자인 원고가 도로법 제90조 제3항, 제91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도로공사로 인한 부대공사인 이 사건 이설공사 비용을 부담하여야 한다.
나. 판단
1) 도로관리청은 도로공사 외의 행위(이하 ‘타행위’라 한다)로 인하여 도로공사가 필요하게 되면 그 타행위를 한 자에게 그 도로공사를 하게 할 수 있고(도로법 제35조), 도로관리청은 타행위로 인하여 도로공사를 시행하게 된 경우 타행위의 비용을 부담하여야 할 자에게 그 도로공사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시킬 수 있다(도로법 제91조 제1항).
그리고 도로공사로 인하여 또는 도로공사를 시행하기 위하여 필요하게 된 부대공사의 비용에 대하여, 도로점용허가에 특별한 조건이 있는 경우 외에는 그 부대공사를 필요로 하게 한 범위에서 도로법에 따라 도로에 관한 비용을 부담하여야 할 자가 부대공사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한다(도로법 제90조 제1항). 다만 도로법 제68조 제3호에 따라 점용료를 감면받은 자는 도로관리청이 도로공사를 시행하는 경우 점용으로 인하여 필요하게 된 부대공사의 비용 전부를 부담하여야 한다(도로법 제90조 제2항). 그리고 부대공사가 타행위로 인하여 필요하게 된 경우 그 비용에 관하여는 도로법 제91조 제1항에 따라 타행위의 비용을 부담할 자가 부담한다(도로법 제90조 제3항, 제91조 제1항).
2)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증거, 갑 제11 내지 16, 18 내지 22, 24 내지 27호증, 을 제5 내지 9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도로공사는 도로관리청인 경상남도 및 원고의 필요로 인하여 경상남도의 위탁을 받은 김해시장 및 원고 모두 시행자로서 이 사건 도로공사를 시행하였고, 이 사건 도로구간 중 부대공사인 이 사건 이설공사가 이루어진 부분은 김해시장이 시행하는 부분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도로점용료를 감면받은 피고는 점용으로 인하여 필요하게 된 이 사건 이설공사의 비용 전부를 부담하여야 함에도 원고가 이를 대신 부담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부당이득반환으로 이 사건 이설공사 비용 329,560,2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가) 우선 이 사건 도로공사의 사업시행자에 관하여 살펴본다. 이 사건 도로구간이 포함된 지방도 1042호선은 교통량 증가로 인하여 교통흐름에 지장이 초래되어 간선도로로서의 기능이 저하됨에 따라 지역 주민에게 불편이 있었다. 이에 경상남도는 이를 해소하고자 이 사건 도시개발사업이 있기 전부터 도로를 확·포장하는 내용의 이 사건 주촌도시계획시설 사업을 계획하였고 그 시행을 김해시에 위탁하였다. 이에 김해시장은 2004. 4. 13. 자신을 사업시행자로 지정하고 지방도 1042호선 도로 확·포장공사를 실시계획인가일(사업의 착수일)로부터 60개월 이내인 2009. 4. 21.[2011. 2. 1.자 고시(갑 제15호증의 2)에 의하면, 사업의 착수일은 2004. 4. 22.이고 그로부터 60개월 내인 2009. 4. 21.이 준공예정일이다]까지 준공하기로 하는 내용의 실시계획을 인가·고시(갑 제3호증)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주촌도시계획시설 사업 시행 도중 이 사건 도시개발사업이 시행되었고, 지방도 1042호선 일부가 이 사건 도시개발사업 지구에 접해 있어 경상남도지사는 광역교통법에 따라 광역교통개선대책을 수립하면서 원고와 김해시장을 모두 사업시행자로 지정하여 지방도 1042호선 중 일부 구간의 확·포장공사를 하기로 하였다.
여기에 ① 이 사건 도시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 사건 도로구간이 포함된 이 사건 주촌도시계획시설 사업에 관한 2011. 2. 1.자, 2014. 2. 6.자 및 2016. 12. 26.자 김해시장의 고시(갑 제15호증의 2, 3, 4)에 사업시행자가 김해시장으로 기재되어 있고, 지방도 1042호선 확·포장공사에 관한 2020. 5. 29.자 및 2020. 12. 24.자 김해시장의 고시에 사업시행자가 원고로 기재되어 있는 점[피고는 ① 사업시행자가 김해시장으로 기재되어 있는 위 김해시장의 고시에 사업시행지의 위치로 천곡리와 내삼리만 기재되어 있는데, 이 사건 도로구간은 선지리인 점, ② 지방도 1042호선 확·포장공사의 사업시행자가 2006. 12. 14. 김해시장에서 원고로 변경된 고시(갑 제15호증의 1) 이후 다시 원고에서 김해시장으로 변경된 고시가 없는 점 등을 이유로 사업시행자가 김해시장으로 기재된 김해시장의 고시는 이 사건 도로구간과 관련이 없고, 이 사건 도로구간의 사업시행자는 원고로 변경된 이후 계속 원고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사업시행자를 김해시장에서 원고로 변경한 위 2006. 12. 14.자 고시에 사업의 규모가 L=1,805m, B=35.0m로 나오는데, 김해시장이 사업시행자로 나오는 2011. 2. 1.자, 2014. 2. 6.자 및 2016. 12. 26.자 고시에도 같은 내용으로 사업의 규모가 기재되어 있는 점과 광역교통개선대책에 원고와 김해시장 모두 사업시행자로 지정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사업시행자가 김해시장으로 되어 있는 김해시장의 고시도 이 사건 도로구간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② 김해시장은 2004. 4. 13.자 고시(갑 제3호증)에서 정한 준공예정일을 준수하지 못하자 2011. 2. 1.자 고시(갑 제15호증의 2)를 통해 준공예정일만 2014. 1. 7.로 연장하였고[사업시행 면적 또는 규모, 사업시행자(김해시장) 등 나머지 사항은 모두 2004. 4. 13.자 고시(갑 제3호증)와 동일하다], 2014. 1. 7.인 준공예정일도 준수하지 못하여 2014. 2. 6.자 고시(갑 제15호증의 3)를 통해 나머지 사항은 변경하지 않고 준공예정일만 2017. 1. 7.로 연장하였다가 2017. 1. 7.인 준공예정일도 준수하지 못하자 2016. 12. 26.자 고시(갑 제15호증의 4)를 통해 사업 시행면적 또는 규모를 통합하고(당초 대1-4호선 385m와 대1-2호선 1,805m를 통합하여 노선명을 대1-1-6호선으로 변경하였을 뿐 실질적인 사업시행 면적이나 규모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준공예정일을 2019. 1. 7.로 연장하였으므로, 김해시장은 2004. 4. 13.자 고시가 있은 때부터 이 사건 도로공사가 완료된 2017. 12. 이후로도 이 사건 주촌도시계획시설 사업의 사업시행자로서 이 사건 도로구간이 포함된 지방도 1042호선의 확·포장 공사를 시행하려는 의지를 계속 유지하였다고 볼 수 있는 점, ③ 원고와 김해시는 이 사건 협약에 따라 이 사건 도로구간 중 1,011m 부분에 관하여 비용 등을 나누어 부담하기로 하였고, 공사비 정산과정에서 위 1,011m 부분에 관하여 별지2 정산설계도면과 같이 각자의 사업구간을 구분하였던 점, ④ 이 사건 도로공사를 포함한 지방도 1042호선 확·포장 공사에 관하여 원고와 김해시의 사업비 정산을 위해 작성된 부산대 산학협력단의 정산 설계서 검토용역 보고서(갑 제21호증)에는 위 1,011m 부분의 공사비 중 129억 1,000만 원을 원고의 공사비로, 99억 5,000만 원을 김해시의 공사비로 구분하였고, 총 4개 구간 중 1구간은 원고와 김해시의 공사비로, 4구간은 김해시의 공사비로 각각 구분하였으며, 김해시는 지방도 1042호선의 일부 공사구간인 9m(시점부, 외동고개), 243m(종점부, 조만강 횡단교량), 60m의 구간의 사업비를 전적으로 부담하기로 한 점[중재판정문(갑 제23호증) 14쪽 참조], ⑤ 도로법 제82조 제1항에 따르면, 도로관리청은 도로공사의 시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도로구역에 있는 토지 등을 수용할 수 있는데, 김해시는 2003년부터 2017년까지 이 사건 도로공사를 포함한 지방도 1042호선 확·포장공사 등과 관련하여 토지 등 보상비로 140억 2,400만 원을 지출한 점[중재판정문(갑 제23호증) 7쪽 참조], ⑥ 김해시는 2016. 5. 20. 한국전력공사 김해지사, 피고의 김해지점 등에게 "지방도 1042호선(외동~주촌) 확포장공사 구간 내 귀 지사(점)의 지장물(한전주 또는 통신주)이 있어 이설 요청을 하오니 사업의 시급성을 감안하여 조속히 이설될 수 있도록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공문(갑 제27호증)을 보낸 점 등을 보태어 보면, 비록 이 사건 협약에서 이 사건 도로공사의 사업시행자를 원고로 지정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원고와 김해시 사이에서 내부적으로만 원고가 이 사건 도로공사를 주도적으로 실행한다는 의미에 불과하고, 대외적으로는 원고와 김해시 모두 이 사건 도로공사의 사업시행자라고 볼 수 있다.
나) 원고는 이 사건 도로공사를 완공한 후 2018. 2. 2. 김해시에 별지2와 같은 정산 설계도면을 첨부하여 공사비 정산을 요청하였다. 이에 원고와 김해시는 위 정산 설계도면을 바탕으로 부산대 산학협력단에 이 사건 도로공사 등과 관련하여 원고와 김해시가 분담하여야 할 공사비 등을 산정하는 용역을 의뢰하였고, 부산대 산학협력단은 이 사건 도로구간 중 1,011m 부분에 관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와 김해시가 부담할 공사비를 구분하여 산정하였다. 그리고 원고와 김해시는 부산대 산학협력단의 용역결과를 기초로 한 중재판정에 따라 이 사건 도로구간의 공사비를 정산하였다.
그런데 정산 설계도면을 보면, 원고와 김해시는 이 사건 도로구간 중 1,011m 부분(2구간)에 관하여 도로의 중앙을 기준으로 이 사건 도시개발사업 구역에 접한 부분(별지2 정산 설계도면 중 위에 있는 도면의 좌측 부분 및 아래에 있는 도면의 상단 부분)에 대하여 원고가 공사비를 부담하고, 나머지 부분인 접속도로#2 방향에 있는 부분(별지2 정산 설계도면 중 위에 있는 도면의 우측 부분 및 아래에 있는 도면의 하단 부분, 이하 ‘이 사건 김해시 부담 부분’이라 한다)에 대하여 김해시가 공사비를 부담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이 사건 이설공사가 이루어진 곳은 접속도로#2라고 표시되어 있는 부분(이 사건 김해시 부담 부분)이다.
따라서 김해시는 원고를 통해 자신의 비용으로 이 사건 김해시 부담 부분의 도로공사를 수행하였다고 볼 수 있고, 그 도로공사를 위해 이 사건 이설공사가 이루어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 피고는 "2004. 4. 13.자 고시가 있은 때로부터 약 10년이 경과한 2014. 3. 원고와 김해시가 협약을 체결하고 그 이후 이 사건 도로공사가 시행되었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도시개발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 이 사건 도로공사의 필요성이 현실적·구체적으로 대두되었고, 이 사건 도로구간은 이 사건 도시개발사업 지구에 접한 도로이므로 이 사건 도로공사로 인한 편익이 주로 이 사건 도시개발사업에 귀속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① 김해시장은 경상남도로부터 이 사건 주촌도시계획시설 사업을 위탁받아 2004. 4. 13.자 고시를 통해 자신을 사업시행자로 지정한 이후 준공예정일을 계속 연장하면서 이 사건 도로공사 완공 이후에도 사업시행자의 지위를 유지하였던 점, ② 이 사건 주촌도시계획시설 사업의 목적은 지방도 1042호선의 교통량 증가로 인한 지역 주민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도로를 확·포장하는 것이고 이러한 목적이 광역교통개선대책에서도 유지되어 지방도 1042호선 중 4.1km 구간을 2차로에서 6차로로 확·포장하기로 하였으며, 이를 위해 원고와 김해시는 이 사건 최초 협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도로공사를 시작하게 되었고, 이후에도 이 사건 최초 협약과 같은 약정이 유지되었으므로, 앞서 본 지역 주민의 불편 해소의 필요성이 이 사건 도로공사를 할 때까지 계속 유지되었다고 볼 수 있는 점, ③ 이 사건 도로구간 주변의 현황(별지3의 도면)을 보면, 이 사건 도로구간의 우측에 김해시의 중심지가 있고 좌측에 산업단지와 농공단지가 있으며, 이 사건 도로구간 주변에는 이 사건 도시개발사업 구역 외에도 다수의 아파트단지 등이 있어 이 사건 도로구간이 확장되어 교통이 편리해질 경우 그 편익은 이 사건 도시개발사업 뿐만 아니라 그 인근에 거주하는 김해시 주민들에게도 귀속된다고 볼 수 있는 점, ④ 김해시장은 2004. 4. 13.자 고시를 통해 그 무렵 사업을 착수하고도 실제 이 사건 도로공사는 그로부터 약 4년이 지난 2008. 6. 무렵 개시되었지만, 원고도 이 사건 최초 협약을 통해 2008. 6.경부터 이 사건 도로공사를 시작하고도 사업기간을 연장하여 2017. 12.경 이 사건 도로공사를 완료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도시개발사업을 계기로 이 사건 도로공사의 필요성이 비로소 대두되었고 이 사건 도로공사의 편익이 주로 이 사건 도시개발사업에 귀속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라) 피고는 "지방도 1042호선의 도로관리청이 경상남도인데, 원고나 김해시는 도로관리청이 아니어서 도로관리청이 도로공사를 시행하는 것을 전제로 적용되는 도로법 제90조 제2항을 이 사건에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상남도는 이 사건 도로공사가 포함된 이 사건 주촌도시계획시설 사업을 김해시에 위탁하였고, 김해시장은 원고와 함께 이 사건 도로공사의 사업시행자이므로, 김해시는 경상남도를 위하여 이 사건 도로공사를 시행하는 것이 되어 결국 도로관리청이 이 사건 도로공사를 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마) 피고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0조 제3항에 따라 통신설비 이전의 원인을 제공한 원고가 이 사건 이설공사 비용을 부담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도로의 점용료를 감면받은 자가 점용으로 인하여 필요하게 된 타공사비용을 부담하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도로법 제90조 제2항이 전기통신사업법 제80조에 우선하여 적용되므로(대법원 2001. 7. 24. 선고 99다29183 판결),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이 사건 이설공사 비용 부담 주체에 관하여 도로법 제90조 제2항에 따라 판단한다.
바) 결국 이 사건 도로구간의 도로관리청인 경상남도의 위탁을 받은 김해시가 원고를 통해 이 사건 김해시 부담 부분의 도로공사를 시행하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이설공사가 필요하였으므로, 도로법 제90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이설공사 장소에 통신시설을 설치하면서 점용료를 감면받은 피고는 점용으로 인하여 발생하게 된 이 사건 이설공사 비용 전부를 부담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이 사건 이설공사 비용을 원고가 부담하였다.
3)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이설공사 비용 329,560,200원 및 이에 대하여 악의의 수익자로 의제되는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19. 7. 1.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당심 판결선고일인 2021. 9. 30.까지 민법에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그런데 제1심판결은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위 돈의 지급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여 위 돈의 지급을 명하고,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남양우(재판장) 박규도 김윤석 |
220,355 | 지적재조사사업조장금이의신청기각처분취소청구의소 | 2021누10048 | 20,210,930 | 선고 | 대전고등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원고, 항소인】
원고
【피고, 피항소인】
당진시장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둔산 담당변호사 나경수)
【제1심판결】
대전지방법원 2020. 12. 17. 선고 2019구합101143 판결
【변론종결】
2021. 8. 19.
【주 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3.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선택적으로, 가. 피고가 2018. 1. 9. 원고에 대하여 한 지적재조사사업 조정금 수령통지 처분을 취소한다. 또는 나. 피고가 2018. 6. 11. 원고에 대하여 한 지적재조사사업 조정금 이의신청 처리 결정 처분을 취소한다. 또는 다. 피고가 2018. 6. 12. 원고에 대하여 한 지적재조사사업 조정금 이의신청 결과 통지 처분을 취소한다. 또는 라. 피고가 2018. 6. 12. 원고에 대하여 한 지적재조사사업 조정금 수령통지 처분을 취소한다. 또는 마. 피고가 당진시 (주소 생략) 답 555㎡에 대하여 한 가. 내지 라.항의 처분을 포함하는 지적재조사사업 조정금 산정결정 처분을 취소한다.
2.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선택적으로, 가. 피고가 2018. 1. 9. 원고에 대하여 한 지적재조사사업 조정금 수령통지 처분을 취소한다. 또는 나. 피고가 2018. 6. 12. 원고에 대하여 한 지적재조사사업 조정금 이의신청 결과 통지 처분을 취소한다. 또는 다. 피고가 2018. 6. 12. 원고에 대하여 한 지적재조사사업 조정금 수령통지 처분을 취소한다.
【이 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제1심은 원고의 청구취지를 "피고가 2018. 6. 12. 원고에게 한 지적재조사사업 조정금 수령통지 처분을 취소한다."로 선해한 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 경우 원고가 제1심판결에 대하여 항소하면, 제1심이 판단하지 않은 청구를 포함하여 원고의 선택적 청구 전부가 항소심으로 이심은 되지만, 원고가 항소를 하면서 그 항소취지로 청구취지의 가. 다. 라.항만을 기재하였으므로 원칙적으로 청구취지의 가. 다. 라.항만이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8. 7. 2.4 선고 96다99 판결 참조). 그러나 위와 같이 원고의 나머지 청구도 항소심으로 이심은 되었고, 제1심판결의 변경은 불복의 한도에서 할 수 있다는 민사소송법 제415조의 규정은 직권조사사항에는 그 적용이 없으며(대법원 1995. 7. 25. 선고 95다14817 판결 참조), 아래 제3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소 전부에 대하여 직권조사사항이 존재하므로, 이 사건 소 전부를 이 법원의 심판대상으로 한다.
2. 처분의 경위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아래와 같이 고치는 것 외에는 제1심판결문 중 해당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인용한다.
○ 제1심판결문 제3면 제1, 2행 "피고는 2018. 6. 11. 종전가격이 적정하다는 이유로 이의신청을 기각하고,"를 "당진시 지적재조사위원회는 2018. 6. 11. 조정금을 종전가격으로 심의·의결하였고, 피고는"으로 바꾼다.
○ 제1심판결문 제3면 제3행 "지적재조사에 관한 특별법"을 "구 지적재조사에 관한 특별법(2020. 4. 7. 법률 제172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지적재조사법’이라고 한다)"으로 바꾼다.
○ 제1심판결문 제3면 제5, 6행 "조정금수령통지서를"을 "조정금수령통지서 및 납부고지서와"로 바꾼다.
○ 제1심판결문 제3면 마.항 중 제1행 "이 사건 2차 통지에 관한"을 "이의신청 토지 처리결과 통지 처분을 대상으로"로 바꾼다.
3. 이 사건 소의 적법 여부
가. 이 사건 1차 통지 부분
이 사건 1차 통지는 구 지적재조사법 제21조 제3항에 근거한 처분이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이 사건 1차 통지에 대하여 2018. 2. 9. 이의신청을 하였으므로, 원고는 적어도 2018. 2. 9.에는 이 사건 1차 통지가 있음을 알았다고 봄이 타당하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2018. 2. 9.로부터 180일이 경과한 2018. 9. 4.에서야 이의신청 토지 처리결과 통지 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을 청구하였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1차 통지에 대한 적법한 행정심판절차를 거친 것으로 볼 수도 없다.
원고는 2018. 2. 9.로부터 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이 정한 90일의 제소기간을 경과한 2020. 2. 10.에서야 비로소 이 사건 1차 통지의 취소도 구하는 것으로 청구취지를 변경하였으므로(소 제기일인 2019. 2. 17.을 기준으로 보아도 90일이 경과하였다), 이 사건 소 중 이 사건 1차 통지의 취소청구 부분은 부적법하다.
나. 나머지 부분
1) 당진시 지적재조사위원회가 2018. 6. 11. 원고의 이의신청에 대하여 심의·의결한 것은 구 지적재조사법 제21조의2 제2항에 따라 이의신청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행정청의 내부절차에 불과한 것이고, 그로 인하여 국민의 구체적인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변동을 초래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할 것이므로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
2) 이 사건 2차 통지는 이의신청에 대한 처리결과(이 사건 1차 통지에 따른 조정금 유지)와 조정금 수령통지를 포함하고 있다.
먼저 이의신청에 대한 처리결과는, ① 구 지적재조사법 제21조의2에 따른 이의신청은 조정금을 수령통지 또는 납부고지한 처분청인 지적소관청으로 하여금 조정금을 다시 산정하여 잘못이 있는 경우 스스로 시정하도록 한 절차로 보이는 점, ② 이의신청에 대한 처리결과의 내용은 원고에 대한 종전 조정금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인 점, ③ 구 지적재조사법상 최초 조정금을 산정할 때와 이의신청에 대한 결정을 할 때 모두 시·군·구 지적재조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규정되어 있는 점(제20조 제4항, 제21조의2 제2항), ④ 이의신청이 조정금 수령통지 또는 납부고지에 대한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의 제기에 영향을 준다는 규정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의 구체적인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변동을 초래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할 것이므로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조정금 수령통지는 이 사건 1차 통지의 조정금 수령통지를 재차 확인하는 것에 불과하여(갑 제3, 24호증에 의하면 이 사건 1차 통지에는 2018. 7. 9.까지 조정금 청구를 요청하고 있고, 이 사건 2차 통지에 포함된 조정금 수령통지에는 2018. 12. 12.까지 조정금 청구를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조정금 청구기간의 종기가 연장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원고에게 어떠한 불이익이 초래된다고 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원고의 구체적인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변동을 초래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할 것이므로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
3) 청구취지 마.항은 청구취지 가. 내지 라.항의 처분을 포함하는 지적재조사사업 조정금 산정결정 처분의 취소를 구한다는 것이나,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청구취지 가. 내지 라.항의 취소청구 부분이 모두 부적법하고, 이와 별도의 지적재조사사업 조정금 산정결정 처분은 존재하지 아니한다.
4) 따라서 이 사건 소 중 나머지 부분은 부적법하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각하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신동헌(재판장) 곽상호 김경희 |
218,191 | 가등기말소 | 2019다266409 | 20,210,930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가등기에 기하여 본등기가 마쳐진 경우, 사해행위 요건의 구비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시기 [2] 채무자가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에 관하여 가등기의 효력이 소멸한 상태에서 새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말소되어야 할 가등기를 기초로 하여 본등기를 한 행위가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인 사해행위인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이때 사해행위 여부나 제척기간의 준수 여부는 새로운 매매계약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여부(적극) | [1] 가등기에 기하여 본등기가 마쳐진 경우 가등기의 원인인 법률행위와 본등기의 원인인 법률행위가 다르지 않다면 사해행위 요건의 구비 여부는 가등기의 원인인 법률행위를 기준으로 하여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가등기와 본등기의 원인인 법률행위가 다르다면 사해행위 요건의 구비 여부는 본등기의 원인인 법률행위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제척기간의 기산일도 본등기의 원인인 법률행위가 사해행위임을 안 때라고 보아야 한다. [2] 채무자가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에 관하여 가등기의 효력이 소멸한 상태에서 새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말소되어야 할 가등기를 기초로 하여 본등기를 한 행위는 가등기의 원인인 법률행위와 별개로 일반채권자의 공동담보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인 사해행위이고, 이때 본등기의 원인인 새로운 매매계약을 기준으로 사해행위 여부나 제척기간의 준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 [1] 민법 제406조 / [2] 민법 제406조 | [1] 대법원 1998. 3. 10. 선고 97다51919 판결(공1998상, 988), 대법원 2006. 12. 21. 선고 2004다24960 판결(공2007상, 183) |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케이알앤씨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현창 담당변호사 류일청)
【피고, 상고인】
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참솔 외 1인)
【원심판결】
제주지법 2019. 8. 14. 선고 2018나14281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파산채무자 나라종합금융 주식회사의 파산관재인은 소외 1을 상대로 10억 원과 그 지연손해금을 청구하는 지급명령을 신청하였고 지급명령이 2007. 11. 11. 확정되었다. 원고는 위 채권을 양수하고 파산관재인이 소외 1에게 채권양도통지를 하였다.
나. 소외 1은 그 소유인 제1, 2 부동산에 관하여 2004. 3. 15. 소외 2와 각 매매예약을 체결하고 2004. 3. 16.과 2004. 3. 15.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한 가등기를 해주었다.
다. 소외 1은 제1 부동산에 관하여 2016. 1. 14. 피고 1과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2016. 2. 5. 가등기 이전의 부기등기와 매매를 원인으로 한 지분이전의 본등기를 해주었다. 소외 1은 제2 부동산에 관하여 2015. 9. 11. 피고 2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2015. 9. 16. 가등기 이전의 부기등기와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의 본등기를 해주었다.
소외 1은 피고들과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채무초과 상태였다.
2. 본등기의 원인인 법률행위를 기준으로 사해행위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지 여부
가. 가등기에 기하여 본등기가 마쳐진 경우 가등기의 원인인 법률행위와 본등기의 원인인 법률행위가 다르지 않다면 사해행위 요건의 구비 여부는 가등기의 원인인 법률행위를 기준으로 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1998. 3. 10. 선고 97다51919 판결, 대법원 2006. 12. 21. 선고 2004다24960 판결 참조). 그러나 가등기와 본등기의 원인인 법률행위가 다르다면 사해행위 요건의 구비 여부는 본등기의 원인인 법률행위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제척기간의 기산일도 본등기의 원인인 법률행위가 사해행위임을 안 때라고 보아야 한다.
채무자가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에 관하여 가등기의 효력이 소멸한 상태에서 새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말소되어야 할 가등기를 기초로 하여 본등기를 한 행위는 가등기의 원인인 법률행위와 별개로 일반채권자의 공동담보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인 사해행위이고, 이때 본등기의 원인인 새로운 매매계약을 기준으로 사해행위 여부나 제척기간의 준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소외 1과 소외 2의 종전 매매예약이 아니라 소외 1과 피고들의 새로운 매매계약을 기준으로 사해행위 요건과 제척기간을 판단하였다.
소외 1과 소외 2의 매매예약에서 매매예약 완결일자를 2004. 8. 30.로 하고 별도 의사표시 없이 매매가 완결된 것으로 정하였다. 소외 2 명의의 가등기는 그 원인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매매예약 완결일인 2004. 8. 30.부터 10년이 지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으므로 말소되어야 한다.
소외 1은 피고들과 새로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말소되어야 할 가등기를 유용하기로 합의하고 가등기를 기초로 하여 본등기를 해주었다.
이와 같이 본등기의 원인인 소외 1과 피고들의 매매계약은 가등기의 원인인 소외 1과 소외 2의 매매예약과 다르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해행위의 판단 기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선의 여부
원심은 제1, 2 부동산에 관한 가압류와 압류의 피보전채권액이 피고들이 지급한 매매대금보다 많고, 일반적인 매매 방식이 아니라 가등기를 유용한 사실 등에 비추어 선의의 수익자라는 피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수익자의 선의와 증명책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가등기 말소의 적법 여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가 소외 1을 대위하여 가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소외 1과 피고들이 말소되어야 할 가등기를 유용하기로 한 합의는 매매계약의 이행방법을 합의한 것에 불과하여 사해행위로 취소되는 매매계약에 포함되고, 매매계약이 취소됨에 따라 그 합의도 취소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들은 가등기를 유용하기로 한 합의를 이유로 가등기 말소 청구에 대항할 수 없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률행위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5. 결론
피고들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도록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18,173 |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 2021도1143 | 20,210,930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443조 제1항 단서 및 제2항의 적용을 위하여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의 가액을 산정할 때 유의하여야 할 사항 /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에 ‘실현이익’과 ‘미실현이익’이 모두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미실현이익’을 산정하는 방법 / 여기서 ‘정보 공개로 인한 효과가 주가에 전부 반영된 시점의 주가’를 결정하는 방법 |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8. 3. 27. 법률 제155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자본시장법’이라 한다)은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를 금지하고(제174조),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하고 있다(제443조). 구 자본시장법은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을 범죄구성요건의 일부로 삼아 그 가액에 따라 형을 가중하고 있으므로(제443조 제1항 단서와 제2항), 이를 적용할 때에는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의 가액을 엄격하고 신중하게 산정함으로써 범죄와 형벌 사이에 적정한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죄형 균형의 원칙이나 형벌은 책임에 기초하고 그 책임에 비례해야 한다는 책임주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은 행위자가 얻은 이익으로서 위반행위와 인과관계 있는 것 전부를 뜻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호재성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이후 정보의 공개로 인한 효과가 주가에 전부 반영된 시점까지 이루어진 실제 거래로 이미 발생한 이익(이하 ‘실현이익’이라 한다)과 그 시점 당시 보유 중인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대상 주식의 평가이익(이하 ‘미실현이익’이라 한다)이 모두 포함된다. 이때 ‘미실현이익’은 정보의 공개로 인한 효과가 주가에 전부 반영된 시점의 주가와 실제 매수단가의 차액에 그 당시 보유 중인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대상 주식의 수를 곱하여 계산한 금액으로 산정한다. 이는 정보의 공개로 인한 효과가 주가에 모두 반영된 시점 당시 보유 중인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대상 주식이 그 시점 이후에 실제 매도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여기서 ‘정보 공개로 인한 효과가 주가에 전부 반영된 시점의 주가’는 그 정보 공개 이후 주가와 거래량의 변동 추세, 그러한 변동 추세가 지속된 기간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엄격하고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한다. 통상적으로는 호재성 정보가 공개된 이후 상승세에 있던 주가 흐름이 멈추거나 하락세로 돌아서는 시점의 주가를 ‘정보의 공개로 인한 효과가 주가에 전부 반영된 시점의 주가’로 볼 수 있다. | 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8. 3. 27. 법률 제155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4조, 제443조 제1항, 제2항 | 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8도8438 판결(공2018하, 2149)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황혁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1. 1. 15. 선고 2020노1175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해당 여부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유상증자결정 정보를 알게 된 후 공소외 주식회사 주식(이하 ‘이 사건 주식’이라 한다) 59,000주를 매수한 행위를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2.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에 관한 판단
가. 구「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18. 3. 27. 법률 제155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자본시장법’이라 한다)은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를 금지하고(제174조),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하고 있다(제443조). 구 자본시장법은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을 범죄구성요건의 일부로 삼아 그 가액에 따라 형을 가중하고 있으므로(제443조 제1항 단서와 제2항), 이를 적용할 때에는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의 가액을 엄격하고 신중하게 산정함으로써 범죄와 형벌 사이에 적정한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죄형 균형의 원칙이나 형벌은 책임에 기초하고 그 책임에 비례해야 한다는 책임주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8도8438 판결 등 참조).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은 행위자가 얻은 이익으로서 위반행위와 인과관계 있는 것 전부를 뜻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호재성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이후 정보의 공개로 인한 효과가 주가에 전부 반영된 시점까지 이루어진 실제 거래로 이미 발생한 이익(이하 ‘실현이익’이라 한다)과 그 시점 당시 보유 중인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대상 주식의 평가이익(이하 ‘미실현이익’이라 한다)이 모두 포함된다(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8도8438 판결 등 참조). 이때 ‘미실현이익’은 정보의 공개로 인한 효과가 주가에 전부 반영된 시점의 주가와 실제 매수단가의 차액에 그 당시 보유 중인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대상 주식의 수를 곱하여 계산한 금액으로 산정한다. 이는 정보의 공개로 인한 효과가 주가에 모두 반영된 시점 당시 보유 중인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대상 주식이 그 시점 이후에 실제 매도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여기서 ‘정보 공개로 인한 효과가 주가에 전부 반영된 시점의 주가’는 그 정보 공개 이후 주가와 거래량의 변동 추세, 그러한 변동 추세가 지속된 기간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엄격하고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한다. 통상적으로는 호재성 정보가 공개된 이후 상승세에 있던 주가 흐름이 멈추거나 하락세로 돌아서는 시점의 주가를 ‘정보의 공개로 인한 효과가 주가에 전부 반영된 시점의 주가’로 볼 수 있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피고인은 2018. 2. 12.경 미공개중요정보인 이 사건 유상증자결정 정보를 이용해 이 사건 주식을 총 59,000주 매수하였고, 그 직후 이 사건 유상증자결정 정보가 공개되었다. 그 이후 이 사건 주식의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급격하게 계속 상승하여 2018. 2. 21. 최고가인 12,000원에 이르고 2018. 3. 7. 무렵까지 전반적으로 위 가격 근처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위 정보 공개 이후 이 사건 주식의 주가가 최고가인 12,000원에 이를 때까지 위 정보 이외에 다른 주가 상승 요인이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
피고인은 2018. 3. 7. 이후 이 사건 주식 59,000주를 여러 차례 나누어 매도하였다.
다.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유상증자결정 정보가 공개되기 전에 위 정보를 이용하여 이 사건 주식 59,000주를 매수한 다음 2018. 2. 21.까지 그대로 보유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정보 공개 이후 이 사건 주식의 주가가 상승세를 멈춘 2018. 2. 21.이 위 정보의 공개로 인한 효과가 주가에 모두 반영된 시점이라고 보아 이날의 종가인 12,000원을 기준으로 피고인의 미실현이익을 216,176,000원이라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은 위에서 본 법리에 기초한 것으로서 정당하다.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구 자본시장법 제443조의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따르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에 대하여 벌금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다.
4. 결론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18,707 |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ㆍ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ㆍ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위반[‘농업기계’가 무면허운전 처벌규정의 적용대상인 ‘자동차’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 사건] | 2017도13182 | 20,210,930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무면허운전 처벌규정의 적용대상인 구 도로교통법 제2조 제18호에서 정한 ‘자동차’가 구 자동차관리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자동차로서 같은 법 제3조에서 정한 각종 자동차에 해당하는 것에 한정되는지 여부(적극) 및 농업기계화 촉진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농업기계인 ‘농업용 동력운반차’가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해야 하고 명문규정의 의미를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법해석의 원리는 형벌법규의 적용대상이 행정법규가 규정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경우에 그 행정법규를 해석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구 도로교통법(2020. 6. 9. 법률 제173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52조 제1호, 제43조는 운전면허를 받지 않고 자동차 등을 운전한 사람을 처벌하고 있고, 구 도로교통법 제2조 제18호는 ‘자동차’에 대해 ‘철길이나 가설된 선을 이용하지 아니하고 원동기를 사용하여 운전되는 차로서, 자동차관리법 제3조에 따른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를 제외한다)인 승용자동차ㆍ승합자동차ㆍ화물자동차ㆍ특수자동차ㆍ이륜자동차와 건설기계관리법 제26조 제1항 단서에 따른 건설기계’로 정의하고 있다. 구 자동차관리법(2019. 8. 27. 법률 제1656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조 제1항은 ‘자동차는 다음 각호와 같이 구분한다.’고 하면서 제1호부터 제5호까지 승용자동차, 승합자동차, 화물자동차, 특수자동차, 이륜자동차로 구분하고 있고, 같은 조 제3항은 국토교통부령으로 자동차의 종류를 세분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한편 구 자동차관리법 제2조 제1호는 ‘자동차란 원동기에 의하여 육상에서 이동할 목적으로 제작한 용구 또는 이에 견인되어 육상을 이동할 목적으로 제작한 용구를 말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은 제외한다.’고 정하고 있고, 자동차관리법 시행령 제2조 제2호는 구 자동차관리법 제2조 제1호 단서의 위임에 따라 자동차에서 제외되는 것 중 하나로 ‘농업기계화 촉진법에 따른 농업기계’를 정하고 있다. 위에서 본 규정을 체계적ㆍ종합적으로 살펴보면, 구 도로교통법 제152조 제1호, 제43조의 무면허운전 처벌규정의 적용대상인 구 도로교통법 제2조 제18호에서 정한 자동차는 구 자동차관리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자동차로서 같은 법 제3조에서 정한 각종 자동차에 해당하는 것에 한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농업용 동력운반차는 농업기계화 촉진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농업기계로서 구 자동차관리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자동차나 이를 전제로 하는 구 자동차관리법 제3조에서 정한 각종 자동차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무면허운전 처벌규정의 적용대상인 구 도로교통법 제2조 제18호에 정한 자동차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 헌법 제12조 제1항, 구 도로교통법(2020. 6. 9. 법률 제173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8호, 제43조, 제152조 제1호, 구 자동차관리법(2019. 8. 27. 법률 제1656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호, 제3조 제1항, 제3항, 자동차관리법 시행령 제2조 제2호, 구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2018. 6. 12. 국토교통부령 제52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별표 1], 농업기계화 촉진법 제2조 제1호 | 대법원 1990. 11. 27. 선고 90도1516 전원합의체 판결(공1991, 285), 대법원 1993. 2. 23. 선고 92도3126 판결(공1993상, 1115)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엄도흥
【원심판결】
창원지법 2017. 8. 10. 선고 2017노593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창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 요지와 원심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운전) 부분(이하 ‘이 부분 공소사실’이라 한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피고인은 2015. 9. 11. 09:20경 사천시 (주소 1 생략) 앞 도로에서 자동차운전면허 없이 1,007㏄ 무등록 이륜자동차(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 한다)를 운전하였다.
(2) 피고인은 2016. 3. 24. 13:50경 같은 리에 있는 자가에서 (주소 2 생략) 앞 도로까지 자동차운전면허 없이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였다.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서 무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 사건 차량은「농업기계화 촉진법」(이하 ‘농업기계화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농업기계로서 ‘농업용 동력운반차’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사건 차량이 구 자동차관리법(2019. 8. 27. 법률 제1656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자동차관리법’이라 한다) 제3조, 구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2018. 6. 12. 국토교통부령 제52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이라 한다) [별표 1]에서 정한 ‘중소형ㆍ다목적형 승용자동차’로 볼 수 있는 이상, 구 도로교통법(2020. 6. 9. 법률 제173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로교통법’이라 한다) 제152조 제1호, 제43조의 무면허운전 처벌규정의 적용대상인 구 도로교통법 제2조 제18호에서 정한 자동차에 해당한다.
2. 대법원 판단
그러나 원심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가.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해야 하고 명문규정의 의미를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법해석의 원리는 형벌법규의 적용대상이 행정법규가 규정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경우에 그 행정법규를 해석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대법원 1990. 11. 27. 선고 90도151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구 도로교통법 제152조 제1호, 제43조는 운전면허를 받지 않고 자동차 등을 운전한 사람을 처벌하고 있고, 구 도로교통법 제2조 제18호는 ‘자동차’에 대해 ‘철길이나 가설된 선을 이용하지 아니하고 원동기를 사용하여 운전되는 차로서, 자동차관리법 제3조에 따른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를 제외한다)인 승용자동차ㆍ승합자동차ㆍ화물자동차ㆍ특수자동차ㆍ이륜자동차와 건설기계관리법 제26조 제1항 단서에 따른 건설기계’로 정의하고 있다.
구 자동차관리법 제3조 제1항은 ‘자동차는 다음 각호와 같이 구분한다.’고 하면서 제1호부터 제5호까지 승용자동차, 승합자동차, 화물자동차, 특수자동차, 이륜자동차로 구분하고 있고, 같은 조 제3항은 국토교통부령으로 자동차의 종류를 세분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한편 구 자동차관리법 제2조 제1호는 ‘자동차란 원동기에 의하여 육상에서 이동할 목적으로 제작한 용구 또는 이에 견인되어 육상을 이동할 목적으로 제작한 용구를 말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은 제외한다.’고 정하고 있고, 자동차관리법 시행령 제2조 제2호는 구 자동차관리법 제2조 제1호 단서의 위임에 따라 자동차에서 제외되는 것 중 하나로 ‘농업기계화법에 따른 농업기계’를 정하고 있다.
나. 위에서 본 규정을 체계적ㆍ종합적으로 살펴보면, 구 도로교통법 제152조 제1호, 제43조의 무면허운전 처벌규정의 적용대상인 구 도로교통법 제2조 제18호에서 정한 자동차는 구 자동차관리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자동차로서 같은 법 제3조에서 정한 각종 자동차에 해당하는 것에 한정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3. 2. 23. 선고 92도3126 판결 참조). 농업용 동력운반차인 이 사건 차량은 농업기계화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농업기계로서 구 자동차관리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자동차나 이를 전제로 하는 구 자동차관리법 제3조에서 정한 각종 자동차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무면허운전 처벌규정의 적용대상인 구 도로교통법 제2조 제18호에 정한 자동차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다. 그런데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구 도로교통법 제2조 제18호에서 정한 자동차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원심이 원용한 대법원 1995. 12. 22. 선고 94도1519 판결은 이 사건과는 사안이 다르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3. 결론
피고인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19,359 | 손해배상(자) | 2020다280715 | 20,210,930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에서 자동차 사고의 손해배상책임자로 정한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의 의미 [2] 자동차대여약정에서 자동차대여사업자가 임차인에 대한 인적 관리와 대여자동차에 대한 물적 관리를 하도록 정한 경우, 자동차대여사업자와 임차인 사이에 운행지배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 null | [1]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 / [2]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 | [1]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0다4608 판결 / [2] 대법원 1991. 4. 12. 선고 91다3932 판결(공1991, 1380),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2다73424 판결 |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2인(원고 3은 미성년자이므로 법정대리인 친권자 모 원고 1)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경일)
【피고, 상고인】
에스케이네트웍스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전병하 외 4인)
【원심판결】
춘천지법 강릉지원 2020. 10. 13. 선고 2020나30627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이하 ‘자동차손배법’이라 한다) 제3조에서 자동차 사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자로 규정하고 있는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란 사회통념상 자동차에 대한 운행을 지배하여 그 이익을 향수하는 책임주체의 지위에 있는 자를 말한다. 여기서 운행지배는 현실적인 지배에 한하지 않고 사회통념상 간접지배 또는 지배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포함한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0다4608 판결 등 참조).
자동차대여약정에 자동차대여사업자로 하여금 임차인에 대한 인적 관리와 대여자동차에 대한 물적 관리를 하도록 되어 있다면, 대여자동차에 대한 자동차대여사업자의 관리가능성 또는 지배가능성이 완전히 상실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동차대여사업자와 임차인 사이에는 대여자동차에 대한 운행지배관계가 직접적이고 현재적으로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1. 4. 12. 선고 91다3932 판결,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2다73424 판결 참조).
2. 가.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이 사건 계약은 대여자동차의 운전자 자격을 제한하고 임차인의 유상운송 또는 재대여 등을 금지하는 등 임차인에 대한 인적 관리를 하도록 정하고 있다. 또한 피고 명의로 책임보험과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하고, 피고의 비용으로 대여차량의 정기검사와 현상점검을 할 뿐만 아니라, 임차인의 사용관리의무 위반 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등 임대차량에 대한 물적 관리를 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는 대여자동차에 대한 운행지배가 인정되어 자동차손배법 제3조에서 정한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에 해당한다. 피고가 적용을 주장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제35조는 시설대여업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으로 그와 법적 성질을 달리하는 자동차대여사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 사건 계약상 대여기간이 48개월로서 비교적 장기간이고, 대여자동차의 주된 유지·관리 주체가 임차인이며, 만기 시 임차인이 차량을 인수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의 운행지배가 단절된다고 볼 수 없다.
나. 원심판결은 위에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자동차손배법 제3조의 해석, 여신전문금융업법 제35조 적용 범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피고는 기존 대법원판결이 단기대여에 한정하여 자동차대여사업자의 운행지배를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피고가 상고이유에서 든 판례는 자동차대여사업자의 운행지배를 판단하는 자료의 하나로 대여기간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일 뿐 장기대여의 경우에 운행지배가 부정되어야 한다는 취지가 아니다(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2다55854 판결 참조). 원심판결은 대여기간뿐만 아니라 자동차대여약정상 인적·물적 관리에 관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운행지배를 인정한 것이므로 기존 대법원판결에 배치되지 않는다.
3. 피고의 상고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이흥구 |
219,591 | 위험직무순직유족급여청구부지급결정처분취소청구의소 | 2021두30600 | 20,210,930 | 선고 | 대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위험직무순직공무원의 요건을 판단할 때 고려할 사항 | null | 공무원 재해보상법 제3조 제1항 제4호, 부칙(2018. 3. 20.) 제16조, 구 공무원연금법(2013. 7. 16. 법률 제1189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2호 (라)목 | 헌법재판소 2012. 8. 23. 선고 2011헌바169 전원재판부 결정(헌공191, 1609) |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늘품 담당변호사 임영택)
【피고, 상고인】
인사혁신처장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0. 12. 9. 선고 2020누51589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가. 2018. 3. 20. 법률 제15522호로 제정된 「공무원 재해보상법」은 위험직무순직공무원 요건의 확대와 공무수행 중 발생한 재해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공무원 재해보상제도의 발전을 위하여 공무원 재해보상제도를 공무원연금법에서 분리한 것으로, 제3조 제1항 제4호에서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가 재해를 입고 그 재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사망한 공무원’을 ‘위험직무순직공무원’으로 규정하면서, 부칙 제16조에서 그 시행일 전의 위험직무순직공무원의 요건에 관하여는 종전의 공무원연금법 제3조 제1항 제2호에 따르도록 정하고 있다. 구 공무원연금법(2013. 7. 16. 법률 제1189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2호는 ‘순직공무원이란 제1호에 해당하는 공무원으로서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해(危害)를 입고 이 위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사망한 공무원을 말한다. 다만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아닌 공무상 질병으로 인하여 사망한 공무원은 제외한다.’라고 규정하고 (라)목에서 ‘소방공무원이 재난·재해 현장에서 화재진압이나 인명구조작업(그 업무수행을 위한 긴급한 출동·복귀 및 부수활동을 포함한다) 중 입은 위해’를 들고 있다.
나. 소방공무원이 수행하는 화재진압 및 인명구조작업은 재난·재해 현장에서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루어진다. 그런데 위와 같은 직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연령과 직급에 비추어 그 공무원이 사망할 경우 유족이 받는 보상으로는 유족의 생활안정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이에 따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직무를 수행하다가 사망한 공무원의 유족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여 순직공무원의 유족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하는 한편, 위험한 직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 안심하고 직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2006. 3. 24. 법률 제7907호로 「위험직무 관련 순직공무원의 보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이후 「위험직무 관련 순직공무원의 보상에 관한 법률」은 2009. 12. 31. 법률 제9905호로 개정된 공무원연금법에 의하여 폐지되고, 개정 공무원연금법에 의하여 위험직무종사 순직공무원의 보상범위를 확대하고 순직유족보상금의 인상을 통해 위험직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사기를 제고하며, 유족의 처우개선을 도모하는 내용으로 위험직무 관련 순직공무원에 대한 보상 제도를 규정하게 되었다(헌법재판소 2012. 8. 23. 선고 2011헌바169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다. 위험직무순직공무원의 요건을 판단함에 있어 위와 같은 입법 목적과 개정 경위를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2. 가. 원심은, 소방공무원인 망인이 1984년경 화재를 진압하던 중 전기에 감전되어 쓰러지면서 유리파편이 우측대퇴부에 관통되는 부상을 입었고 그 수술과정에서 동료 소방관 소외인의 혈액을 수혈 받은 사실(망인은 부상 부위의 상당한 출혈로 인한 급박한 상황에서 위와 같이 수혈을 받았다), 이후 소외인은 B형 간염바이러스 보균자임이 밝혀져 2000년경 간암진단을 받은 후 2003년경 사망하였고, 망인 역시 2011. 5.경 간암 등을 진단받고 치료를 받던 중 증상이 악화되어 2013. 6. 3. 퇴직 후 2013. 6. 26. 자살에 이르게 된 사실, 한편 망인의 처인 원고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서울행정법원 2015구합11790 유족보상금부지급결정처분취소 소송에서 망인의 사망과 공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 공무상 재해로 판단된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된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나.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위 인정 사실을 종합하면, 망인이 화재진압 업무를 수행하던 중 발생한 사고로 부상을 입은 후 수술 과정, 감염, 간암 등의 발병, 사망의 일련의 경과에 비추어, 망인은 결국 화재진압 중 입은 이 사건 부상이 직접적인 주된 원인이 되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볼 수 있고「공무원 재해보상법」상의 위험직무순직공무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이 사건 부상으로 인한 수술과정이 구 공무원연금법 제3조 제1항 제2호 (라)목의 ‘부수활동’에 해당한다고 언급한 부분은 적절하다고 보기 어려우나, 위험직무 수행 중 입은 위해가 직접적인 주된 원인이 되어 사망에 이르렀다고 본 결론은 정당하다. 따라서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구 공무원연금법 제3조 제1항 제2호 (라)목의 해석, 직접적인 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218,167 | 민간특례사업제안수용결정취소처분등취소 | 2021두34732 | 20,210,930 | 선고 | 대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1] 수익적 행정행위를 취소ㆍ철회하거나 중지시키는 것이 허용되는 경우 [2] 도시계획시설인 공원시설 부지에 도시공원을 설치하여 기부채납하되 공원부지 일부에 아파트를 건축ㆍ분양하여 설치비용을 회수하고 일정 이윤을 얻겠다는 甲 주식회사의 민간특례사업 제안을 관할 시장이 받아들였다가, 공원조성계획변경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도시계획위원회가 공원조성계획변경안을 부결함에 따라 甲 회사의 공원조성계획변경신청을 거부하고 甲 회사에 대한 민간특례사업 제안수용 결정을 취소한 사안에서, 위 제안수용 취소처분에는 甲 회사가 입을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한 충분한 공익상 필요가 있음에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 [1] 수익적 행정행위를 취소ㆍ철회하거나 중지시키는 경우에는 이미 부여된 국민의 기득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비록 취소 등의 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취소권 등의 행사는 기득권의 침해를 정당화할 만한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고, 이를 상대방이 받는 불이익과 비교ㆍ교량하여 볼 때 공익상의 필요 등이 상대방이 입을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강한 경우에 한하여 허용될 수 있다. [2] 도시계획시설인 공원시설 부지에 도시공원을 설치하여 기부채납하되 공원부지 일부에 아파트를 건축ㆍ분양하여 설치비용을 회수하고 일정 이윤을 얻겠다는 甲 주식회사의 민간특례사업 제안을 관할 시장이 받아들였다가, 공원조성계획변경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도시계획위원회가 공원조성계획변경안을 부결함에 따라 甲 회사의 공원조성계획변경신청을 거부하고 甲 회사에 대한 민간특례사업 제안수용 결정을 취소한 사안에서, 민간공원추진자의 제안을 받아들인 다음에도 행정청은 후속 심사절차에서 드러나는 여러 공익과 사익의 요소를 형량하여 공원조성계획의 내용을 형성해야 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甲 회사의 사업계획이 좌절되었더라도 이는 제안을 받아들일 당시부터 예정되어 있던 결과의 하나로 볼 수 있어 甲 회사로서는 이러한 결과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으므로 민간특례사업 시행에 관한 甲 회사의 신뢰가 확고하다고 할 수 없는 점, 위 제안수용 취소처분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정한 도시계획시설결정 실효시한 안에 공원사업을 시행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서 공익상 필요성이 크다고 볼 수 있는 점을 종합하여 甲 회사의 신뢰와 비교ㆍ형량하여 볼 때, 위 제안수용 취소처분에는 甲 회사가 입을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한 충분한 공익상의 필요가 있음에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 [1] 행정소송법 제1조[행정처분일반], 행정기본법 제18조 제2항, 제19조 / [2]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3항, 제4항, 제16조의2, 제21조, 제21조의2,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48조 제1항 | [1]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4두41190 판결(공2017상, 771) |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매봉파크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해광 담당변호사 최창영 외 1인)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대전광역시장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담당변호사 박일환 외 2인)
【원심판결】
대전고법 2021. 1. 21. 선고 2020누10775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피고의 상고이유보충서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건 개요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대전 유성구 (주소 생략) 일원은 1985. 5. 8. 도시계획시설인 공원시설 부지(이하 위 부지를 ‘이 사건 공원부지’라 하고, 그 사업을 ‘이 사건 공원사업’이라 한다)로 결정되었다. 피고는 2015. 9. 4.「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이하 ‘공원녹지법’이라 한다)에 따라 이 사건 공원부지 354,906㎡에 관한 공원조성계획을 결정ㆍ고시하였다.
나. 2002. 2. 4. 제정된「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이라 한다) 제48조, 부칙 제16조 제1항 제1호는 2000. 7. 1. 이전에 도시계획법에 따라 결정ㆍ고시된 도시계획시설에 관해서 2000. 7. 1.부터 20년이 지날 때까지 도시계획시설사업이 시행되지 않는 경우, 그 도시계획시설결정이 실효되는 것으로 정하였다. 이에 따라 이 사건 공원사업이 2020. 7. 2.까지 시행되지 않으면 도시계획시설결정이 실효될 예정이었다.
다. 공원녹지법은 특별시장ㆍ광역시장ㆍ특별자치시장ㆍ특별자치도지사ㆍ시장 또는 군수가 아닌 자(이하 ‘민간공원추진자’라 한다)가 일정한 경우 국토계획법상의 도시ㆍ군계획시설사업 시행자 지정과 실시계획 인가를 받아 도시공원이나 공원시설을 설치ㆍ관리할 수 있되, 도시공원 부지에 주거시설이나 상업시설 등 비공원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는 특례를 두었다(제16조, 제21조, 제21조의2, 이하 이에 따라 민간공원추진자가 시행하는 도시공원 또는 공원시설 설치ㆍ운영사업을 ‘민간특례사업’이라 한다).
라. 주식회사 연성은 2015. 12. 29. 피고에게 이 사건 공원사업을 민간특례사업으로 수행하겠다고 제안하면서 스스로의 비용으로 도시공원을 설치하여 이를 기부채납하되, 공원부지 일부에 아파트를 건축ㆍ분양하여 도시공원 설치비용을 회수하고 일정 이윤을 얻겠다는 사업계획을 제출하였다.
피고는 공원녹지법상 심사절차를 거쳐 2016. 2. 29. 주식회사 연성의 민간특례사업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후속절차로 피고는 도시공원 부지 일부에 아파트 등 비공원시설을 설치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공원조성계획변경안을 입안ㆍ결정하기 위한 심사절차를 개시하였다.
마. 주식회사 연성은 2016. 5. 4. 이 사건 공원사업을 수행할 별도의 법인으로 원고를 설립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공원사업과 관련한 주식회사 연성의 지위를 승계하였다(이하 원고와 주식회사 연성을 구별하지 않고 모두 ‘원고’라 한다).
원고는 공원조성계획변경 여부에 관한 심사과정에서 수차례 민간특례사업계획을 수정하다가 2018. 3. 16. 피고에게 공원조성계획변경을 신청하였으나, 피고는 2019. 6. 10. 원고의 공원조성계획변경신청을 거부하고(이하 ‘이 사건 거부처분’이라 한다), 나아가 원고에 대하여 한 민간특례사업 제안수용 결정을 취소하였다(이하 ‘이 사건 제안수용 취소처분’이라 한다).
2.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제안수용 취소처분에 이익형량을 잘못한 하자가 있는지 여부(상고이유 제3점)
(1) 관련 법리
수익적 행정행위를 취소ㆍ철회하거나 중지시키는 경우에는 이미 부여된 국민의 기득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비록 취소 등의 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취소권 등의 행사는 기득권의 침해를 정당화할 만한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고, 이를 상대방이 받는 불이익과 비교ㆍ교량하여 볼 때 공익상의 필요 등이 상대방이 입을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강한 경우에 한하여 허용될 수 있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4두41190 판결 참조).
(2) 이 사건 제안수용 취소처분의 경위 등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는 2016. 2. 29. 원고의 공원조성계획변경안 입안 제안을 받아들인 다음, 공원조성계획변경 입안ㆍ결정에 관하여 도시공원위원회 심의, 주민 의견청취, 관계 행정기관장과 협의,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거쳤다. 위 절차에서 이 사건 공원사업을 민간특례사업으로 진행함으로써 도시공원의 공익성이 저해되는 문제, 당초의 도시ㆍ군관리계획상 예정되지 않은 아파트가 들어섬으로써 생기는 교통 문제, 인근에 위치한 국책연구기관들의 연구환경이 저해되는 문제 등이 제기되었다.
(나) 원고는 심사과정에서 제기된 의견 등을 반영하여 수차례 사업계획을 수정하였다. 원고는 2019. 3. 8. 이 사건 공원 부지 354,906㎡의 서쪽에 있는 64,864㎡에 아파트 452세대를 건축하고, 나머지 부지에는 공원시설을 설치하거나 녹지로 유지하겠다는 공원조성계획변경안을 제출하였다.
(다) 이 사건 공원부지는 기존 도시ㆍ군관리계획상 자연녹지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피고는 비공원시설의 종류와 규모가 적정한지 여부, 이 사건 공원부지 일부에 사업계획에 따른 아파트 건축에 적합하도록 용도지역을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할 것인지 여부 등에 관하여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 회부하였다.
도시계획위원회는 2019. 4. 12. 원고의 비공원시설 설치 예정부지가 생태환경 등이 양호하므로 보존 가치가 있고 인근에 위치한 국책연구기관 등의 연구환경이 저해되어 비공원시설이 들어서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위 공원조성계획변경안을 부결하였다.
(라) 피고는 원고로 하여금 다른 사업계획 제출 등 향후 조치계획에 관한 의견을 진술하도록 하였다. 원고는 기존에 제출한 사업계획대로 공원조성계획이 변경되어야 하고 이를 거부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의견을 제출하였다.
피고는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의 공원조성계획변경신청을 거부하면서 이 사건 공원부지에 관한 도시계획시설사업이 장기간 시행되지 않아 국토계획법이 정한 도시계획시설결정 실효시한인 2020. 7. 2.이 다가오고 있는데, 그 시한 안에 다른 민간특례사업계획으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받는 것이 불가능하고, 따라서 원고에 대한 제안수용을 철회하지 않으면 도시계획시설결정의 실효를 막기 위한 조치가 늦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제안수용 취소처분을 하였다.
(마) 이 사건 제안수용 취소처분 무렵 피고는 이 사건 공원사업을 민간특례사업 방식이 아니라 스스로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하고 필요한 절차를 거쳐 2020. 4. 10. 실시계획을 고시하였다.
(2) 원심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제안수용 취소처분이 원고의 기득권과 신뢰에 대한 침해를 정당화할 만한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원고는 민간특례사업을 제안한 이래 3년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여러 단계의 심사절차에서 제기된 지적사항을 받아들여 사업계획을 수정하느라 적지 않은 비용을 지출하였을 뿐만 아니라 어떠한 부정을 저지르는 등 귀책사유도 없다. 피고는 원고의 제안을 수용함으로써 원고에게 일정한 기대를 부여하였으므로 원고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원고가 마지막으로 제출한 공원조성계획안에 관하여 피고가 이 사건 거부처분으로 공원조성계획안의 입안ㆍ결정을 거부했더라도, 원고는 보완책을 강구하여 다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었다. 피고는 이 사건 공원사업에 관한 도시계획시설결정의 실효시한 내에 이 사건 공원사업을 스스로 시행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이 사건 제안수용 취소처분을 하였으나, 이 사건 제안수용 취소처분은 실효시한으로부터 1년 정도 남은 때에 이루어졌으므로 원고에게 대안 제시 기회를 부여한 뒤 제안수용을 취소해도 늦지 않다. 따라서 이 사건 제안수용 취소처분을 하여야 할 급박한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3) 대법원 판단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제안수용 취소처분에는 원고의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충분한 공익상의 필요를 긍정할 여지가 있다.
(가) 먼저, 민간특례사업 시행에 관한 원고의 신뢰가 확고하다고 할 수 없다.
공원녹지법에 따르면, 민간공원추진자의 제안을 수용한 행정청의 의무는 그 제안을 공원조성계획의 입안에 반영해야 함에 그치고(제16조 제4항), 공원조성계획 수립ㆍ변경은 도시ㆍ군관리계획으로 결정해야 한다(제16조의2 제1항). 공원조성계획 수립ㆍ변경과정에는 원칙적으로 국토계획법상 도시ㆍ군관리계획 입안ㆍ결정절차인 주민 의견청취 절차, 지방의회 의견청취 절차, 관계 행정기관장과 협의 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공원녹지법 제16조의2 제1항 후문, 제3항, 제2항). 즉, 민간공원추진자의 제안을 받아들인 다음에도 행정청은 후속 심사절차에서 드러나는 여러 공익과 사익의 요소를 형량하여 공원조성계획의 내용을 형성해야 한다.
피고는 원고의 민간특례사업 제안을 받아들였으나, 위에서 본 처분 경위를 종합하면, 그 이후의 심사과정에서 도시공원의 공익성을 반감시키면서까지 민간자본을 유치해야 할 필요성의 정도, 기존 도시ㆍ군관리계획과 조화 여부, 설치예정인 비공원시설의 적합한 입지, 비공원시설 설치로 생기는 도시환경상의 악영향을 감쇄할 방안, 도시공원에 관한 지역주민들의 요구 등을 종합적으로 형량했는데도 적합한 민간투자사업 방안을 확정하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 도시공원사업을 시행하기로 결정하였다고 볼 수 있다.
최종적으로 원고의 사업계획이 좌절되었더라도, 이는 제안을 받아들일 당시부터 예정되어 있던 결과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원고로서는 이러한 결과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다음으로, 이 사건 제안수용 취소처분의 필요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피고는 원고의 공원조성계획변경안을 거부한 이후 원고의 대안 제시를 기다리지 않고 원고에 대한 기존 제안수용마저 취소함으로써 민간특례사업 실시 여부에 대한 심사를 종료하였다. 그 주된 이유는 이 사건 공원사업에 대한 도시계획시설결정 실효시한이 다가오는데도 민간특례사업 사업 방안을 확정할 수 없어 민간특례사업 시행이 불확실했으므로 피고가 스스로 이 사건 공원사업을 실시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피고가 도시계획시설결정 실효를 막기 위해서는 실효시한 내에 공원조성계획변경안을 확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민간특례사업 내용을 모두 확정하여 실시계획 인가까지 마쳐야 한다(국토계획법 제48조 제1항, 제47조 제1항). 이를 위해서는 비공원시설의 적절한 입지를 재선정하고 이에 대한 심사절차를 다시 진행하여 공원조성계획변경안 내용을 형성ㆍ결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원고와 교섭을 하여 민간특례사업의 내용을 완전히 확정한 뒤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공원녹지법 제21조의2 제12항). 또한 원고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하고 원고로 하여금 실시계획안을 작성하게 한 다음(국토계획법 제88조), 실시계획안에 대한 공람ㆍ공고 절차를 거침으로써 이해관계인 등에게 의견제출 기회를 부여한 뒤(같은 법 제90조) 실시계획안의 적정성을 심사하여 이를 인가해야 한다.
이 사건 제안수용 취소처분일인 2019. 6. 10. 당시는 도시계획시설결정 실효시한인 2020. 7. 2.까지 불과 1년 정도 남아있었던 때로서 원고에게 새로운 공원조성계획변경안 제출의 기회를 부여하더라도, 기존 심사 경과에 비추어 볼 때, 실효시한 내에 실시계획 인가에 필요한 심사까지 모두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피고로서는 원고에게 대안 제시 기회를 부여하여 민간특례사업 허용 여부에 대한 심사를 다시 하더라도, 제때에 대안을 확정할 수 없거나 심사과정에서 원고의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원고가 사업을 포기하는 등의 경우를 상정한 대비를 할 필요가 있었다.
국토교통부 ‘도시ㆍ군계획시설 장기미집행 해소 및 관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도시계획시설 실효시한이 임박한 도시공원 등 설치 사업에 대하여 행정청이 직접 그 사업을 시행하는 경우, 제한된 예산 여건에서 수용절차를 거쳐서라도 반드시 도시공원으로 보전해야 할 범위를 확정하고, 그 밖의 지역에는 용도지역이나 용도지구 등의 공법상 제한으로 충분한지 여부 등을 검토하여 관련 도시ㆍ군관리계획 등을 변경해야 한다. 피고가 이 사건 공원사업을 스스로 시행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확보 가능한 예산 범위, 도시공원 설치ㆍ운영 사업의 필요성 정도 등에 관해서 이해관계인과 관련 기관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다양한 공익과 사익 요소를 형량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실제 피고는 이 사건 제안수용 취소처분 이후 위와 같은 절차를 수행하느라 2020. 4. 10.에야 실시계획 고시를 마칠 수 있었다. 이러한 사정까지 고려하면, 피고가 이 사건 공원사업을 직접 수행하더라도 사업계획의 확정ㆍ시행에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임을 이 사건 제안수용 취소처분 당시에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제안수용 취소처분 당시 사업 방식에 관한 방침 확정을 더 이상 지체하게 되면 도시계획시설결정 실효를 방지하지 못할 위험성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두 가지 방안을 비교형량하여 볼 때, 원고에게 대안 제시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그 시점에서 기존의 제안수용을 취소한 피고의 조치는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제안수용 취소처분은 국토계획법이 정한 도시계획시설결정 실효시한 안에 이 사건 공원사업을 시행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서 그 공익상 필요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다) 결국 원고의 신뢰와 비교형량하여 볼 때, 이 사건 제안수용 취소처분은 원고가 입을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한 충분한 공익상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위와 같은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이 사건 제안수용 취소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은 수익적 행정행위 취소ㆍ철회의 한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3.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이유제시 하자 유무(상고이유 제1점)
(1)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거부처분에 이유제시 하자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거부처분에 앞서 원고에게 원고가 제출한 공원조성계획변경안이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서 부결되었다는 취지와 그 이유를 통지하였다. 원고는 피고에게 도시계획심의위원회 심의 결과에 관한 의견을 제출하였다. 위와 같은 처분 과정에 비추어 볼 때, 원고로서는 이 사건 거부처분이 도시계획심의위원회의 심의 내용과 동일한 근거와 이유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어서 이에 불복하여 행정구제절차로 나아가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인정된다.
(2)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판단을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여기에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의 이유제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재량권 일탈ㆍ남용 여부 등(상고이유 제2~6점)
원심은, 원고의 공원조성계획변경신청을 거부한 이 사건 거부처분에 이익형량 사항을 누락하지 않았고 이익형량의 결과가 정당성과 객관성을 잃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을 배척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와 같이 처분사유 해석에 관한 법리오해, 공원조성계획변경신청의 성격에 관한 법리오해, 이익형량에 관한 법리오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범위에 관한 법리오해, 철회권 유보에 관한 법리오해 등 잘못이 없다.
4. 결론
피고의 상고는 이유 있어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18,171 | 시정명령등처분취소청구의소 | 2020두48857 | 20,210,930 | 선고 | 대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1] 가맹본부의 행위가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4조의2 제5항 전단에 따른 불이익제공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방법 및 해당 불이익제공행위를 위법한 것으로 평가하기 위한 부당성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 [2]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4조의2 제5항 전단의 ‘불이익을 주는 행위’의 내용이 가맹계약의 갱신을 부당하게 거절하는 것인 경우, 갱신거절이 가맹점사업자단체의 구성ㆍ가입ㆍ활동 등을 이유로 한 것인지 판단하는 방법 [3]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2항이나 가맹점계약에서 정한 가맹점사업자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이 경과하여 가맹점사업자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가맹본부의 갱신거절이 같은 법 제14조의2 제5항 전단의 ‘불이익을 주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4] 가맹본부가 가맹계약에 수반하여 별도로 홍보전단지 등 판촉물을 자기 또는 특정 거래상대방으로부터만 구입하도록 하는 행위가 부당한 거래상대방 구속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방법 및 특정한 거래상대방과 거래하도록 ‘강제’하는 행위에 상대방이 구입하지 않을 수 없는 객관적인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도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5]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행위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처분이 재량행위인지 여부(적극) 및 그 재량을 행사할 때의 한계 | [1]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이라 한다) 제14조의2 제5항의 내용과 가맹점사업자단체의 활동 등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행위(이하 ‘불이익제공행위’라 한다)를 금지하는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보면, 가맹본부의 행위가 가맹사업법 제14조의2 제5항 전단에 따른 불이익제공행위에 해당하는지는 먼저 해당 행위의 의도나 목적, 가맹점사업자가 한 가맹점사업자단체의 활동 등의 구체적인 내용, 불이익제공의 경위, 불이익의 내용 및 정도, 관련 업계의 일반적인 거래관행, 가맹점사업자단체 가입 여부에 따른 취급의 차이, 가맹계약의 내용, 관계 법령의 규정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불이익제공행위가 실질적으로 볼 때 가맹점사업자단체의 활동 등을 주된 이유로 하는 것인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해당 불이익제공행위를 가맹사업법에 따라 위법한 것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가맹사업법의 목적에 비추어 부당한 것이어야 하고, 여기에서 부당성 유무의 판단은 앞서 본 제반 사정에 비추어 가맹사업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할 우려(가맹사업법 제1조)가 인정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4조의2 제5항 전단의 ‘불이익을 주는 행위’의 내용이 가맹계약의 갱신을 부당하게 거절하는 것인 경우에는 가맹본부가 계약갱신의 거절 사유로 들고 있는 계약조건이나 영업방침 등의 위반 사실이 확인된 경위, 위반행위의 내용, 횟수와 정도, 다른 가맹점사업자에 대한 계약갱신의 실태, 동종 또는 유사한 위반행위에 대하여 종전에 또는 다른 가맹점사업자에게 한 조치 내용과의 비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그 갱신거절이 가맹점사업자단체의 구성ㆍ가입ㆍ활동 등을 이유로 한 것인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3]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이라 한다) 제13조 제2항이나 가맹점계약에서 정한 가맹점사업자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이 경과하여 가맹점사업자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가맹본부의 갱신거절이 당해 가맹점계약의 체결 경위ㆍ목적이나 내용, 그 계약관계의 전개 양상, 당사자의 이익 상황 및 가맹점계약 일반의 고유한 특성 등에 비추어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수 있으므로, 그러한 경우에는 가맹점사업자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가맹본부의 갱신거절이 가맹사업법 제14조의2 제5항 전단의 ‘불이익을 주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4]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이라 한다) 제12조 제1항 제2호, 제2항,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3조 제1항 [별표 2] 제2호 (나)목의 내용, 형식, 체제 및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가맹본부가 가맹계약에 수반하여 별도로 홍보전단지 등 판촉물을 자기 또는 특정 거래상대방으로부터만 구입하도록 하는 행위가 부당한 거래상대방 구속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가맹점계약의 내용, 가맹금이나 구입대금의 지급방식, 동종업계의 일반적인 거래관행, 가맹사업의 통일적 이미지 확보와 가맹본부의 상표권 보호나 상품 또는 용역의 동일성 유지의 필요성, 미리 정보공개서를 통하여 가맹점사업자에게 특정한 거래상대방과 거래해야만 한다는 점을 알리고 계약을 체결하였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특정한 거래상대방과 거래하도록 ‘강제’하는 행위에는, 상대방이 구입하지 아니할 수 없는 객관적인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도 포함된다. [5]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이라 한다) 제35조 제1항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사업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할 것인지와 만일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가맹사업법과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정하고 있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 과징금의 액수를 구체적으로 얼마로 정할 것인지를 재량으로 판단할 수 있으므로, 공정거래위원회의 법 위반행위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처분은 재량행위이다. 다만 이러한 재량을 행사하면서 과징금 부과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비례ㆍ평등원칙에 반하는 사유가 있다면 이는 재량권의 일탈ㆍ남용으로서 위법하다. | [1]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조, 제14조의2 제5항 / [2]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4조의2 제5항 / [3]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2항, 제14조의2 제5항 / [4]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1항 제2호, 제2항,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3조 제1항 [별표 2] 제2호 (나)목 / [5]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5조 제1항, 행정소송법 제27조 | [3] 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9다289495 판결(공2020하, 1670) / [4] 대법원 2018. 11. 9. 선고 2015두59686 판결(공2019상, 34) / [5] 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7두56957 판결 |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주식회사 에땅 (소송대리인 변호사 양대권 외 2인)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공정거래위원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등정 담당변호사 서범석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0. 8. 19. 선고 2018누7910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 부분 중 시정명령 및 통지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 중 불이익제공행위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상고와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가맹점사업자단체의 활동 등을 이유로 한 불이익제공행위에 대하여(원고 상고이유 제1점, 피고 상고이유 제1, 2점)
가.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이라 한다) 제14조의2 제5항은 “가맹본부는 가맹점사업자단체의 구성ㆍ가입ㆍ활동 등을 이유로 가맹점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하거나 가맹점사업자단체에 가입 또는 가입하지 아니할 것을 조건으로 가맹계약을 체결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고 있다.
가맹사업법 제14조의2 제5항 전단에서 가맹점사업자단체의 활동 등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행위(이하 ‘불이익제공행위’라 한다)를 금지하는 취지는 가맹점사업자들로 하여금 가맹사업의 구조적 특성에 기인하는 가맹본부의 우월적 지위에 대응하여 가맹점사업자단체를 구성하여 활동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거래조건에 관한 협상력을 보장하여 그 권익을 보호하고 경제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같은 관계 법령의 내용과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보면, 가맹본부의 행위가 가맹사업법 제14조의2 제5항 전단에 따른 불이익제공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먼저 해당 행위의 의도나 목적, 가맹점사업자가 한 가맹점사업자단체의 활동 등의 구체적인 내용, 불이익제공의 경위, 불이익의 내용 및 정도, 관련 업계의 일반적인 거래관행, 가맹점사업자단체 가입 여부에 따른 취급의 차이, 가맹계약의 내용, 관계 법령의 규정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불이익제공행위가 실질적으로 볼 때 가맹점사업자단체의 활동 등을 주된 이유로 하는 것인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해당 불이익제공행위를 가맹사업법에 따라 위법한 것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가맹사업법의 목적에 비추어 부당한 것이어야 하고, 여기에서 부당성 유무의 판단은 앞서 본 제반 사정에 비추어 가맹사업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할 우려(가맹사업법 제1조)가 인정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가맹점사업자로 하여금 자신의 영업표지를 사용하여 피자가맹점을 운영하도록 하고 가맹점사업자에게 가맹점운영권을 부여하는 사업자로 가맹사업법 제2조 제2호에서 규정하는 가맹본부이다.
2) 원고의 가맹점사업자 중 (가맹점명 1 생략)과 (가맹점명 2 생략)의 점주 등 약 16명은 2015. 3. 5. 가맹점사업자단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하고 2015. 4. 29. 가맹점주협회(이하 ‘점주협회’라 한다)의 창립총회를 개최한 다음, 원고에게 그 설립 사실을 통보하였다. 창립총회에서 (가맹점명 1 생략) 점주는 점주협회의 회장으로, (가맹점명 2 생략) 점주는 부회장으로 선출되었다.
3) 원고는 점주협회 설립 이전부터 그 진행 사항을 확인하여 ‘가맹점 협의회 일지’라는 내부문건을 작성하였는데, 그 말미에는 “본사 입장에서는 점주협회와의 대화, 타협을 통한 개선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되므로, 점주협회를 해산한 후 본사가 독자적인 개선 및 발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법적 조치를 포함하여 점주협회의 자진해산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강압에 의해 해산시켜야 한다.”라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다.
4) 원고는 점주협회의 자진해산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면서 2015. 3. 20.경 점주협회에 가입한 (가맹점명 1 생략) 및 (가맹점명 2 생략) 등 16개 가맹점사업자들을 ‘집중관리 대상 매장’으로 분류하고, 정보를 모아 대응방안을 마련하였다. 원고는 점주협회의 임원이 운영하는 (가맹점명 1 생략) 및 (가맹점명 2 생략)에 대하여 ‘폐점’이나 ‘양도양수’ 등의 방법으로 대응할 것임을 사전에 내부적으로 정해 둔 뒤 이 사건 매장점검을 실시하였다.
5) 원고는 점주협회 결성 이전에는 직원 1명으로 하여금 운영매뉴얼 평가를 위해 가맹점을 1년에 약 2회 방문하여 전반적인 위생 상태나 제품 상태 등을 점검하도록 하였고, 점검에는 통상 30분에서 1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또한 매장 담당 매니저가 월 2~3회 방문하여 매장 상태를 점검하였는데, 위반사항 적발보다는 해당 가맹점에 대한 지원 및 관리에 목적을 두고 있었다.
6) 그런데 원고는 점주협회가 결성된 2015. 3. 5.경부터 약 2개월간 (가맹점명 1 생략)에 대해서는 12회, (가맹점명 2 생략)에 대해서는 9회에 걸쳐, 매 방문마다 2명 내지 4명의 직원이 통상적인 점검과는 달리 주문량이 많은 시간대에 약 2~3시간 매장을 점검하면서 위반사항을 적발하였다.
그 결과 (가맹점명 1 생략)에서는 2015. 3.경부터 2016. 8.경까지 외부 식자재 사용 1회, 원고에 대한 물류 미발주 3회, 유통기한 경과 1회 등의, (가맹점명 2 생략)에서는 2015. 3.경부터 2015. 5.경까지 외부 식자재 사용 3회 등의 가맹계약 위반 사실이 확인되었다. 또한 (가맹점명 2 생략)은 2015. 3.경부터 2015. 8.경까지 2회, (가맹점명 1 생략)은 2016. 1.경부터 2016. 7.경까지 8회에 걸쳐 영업시간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7) 원고는 2008. 12. (가맹점명 2 생략)과 최초로 가맹계약을 체결하여 2015년에 계약 갱신 여부를 결정하여야 하였는데, 2015. 9. 14. (가맹점명 2 생략) 점주에게 ‘4차례 물류비 미납, 2015. 5. 7. 자 및 2015. 5. 14. 자 각 계약상 의무위반’을 이유로 가맹계약이 2015. 12. 15. 자로 종료된다는 내용을 통보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와 (가맹점명 2 생략)의 가맹계약은 같은 날짜로 종료되었다.
또한 원고는 2006. 12. (가맹점명 1 생략)과 가맹계약을 체결하여 이미 계약기간이 10년이 경과된 상태였는데, 2016. 8. 24. (가맹점명 1 생략) 점주에게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없음을 이유로 가맹계약이 2016. 12. 1. 자로 종료된다는 내용을 통보하였고, 원고와 (가맹점명 1 생략)의 가맹계약은 같은 날 종료되었다[이하 원고의 (가맹점명 1 생략) 및 (가맹점명 2 생략)에 대한 계약갱신 거절에 따른 계약종료 행위를 ‘이 사건 계약종료’라 한다].
8) 피고는 2018. 11. 26. 의결 제2018-346호로, 원고의 이 사건 매장점검 및 계약종료(이하 ‘이 사건 불이익제공행위’라 한다)는 가맹점사업자단체 활동을 이유로 가맹점사업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로서 가맹사업법 제14조의2 제5항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원심판결 별지1 제1항 기재 시정명령과 제3항 기재 통지명령 및 제4항 기재 과징금 납부명령(아래 3.항 기재 이 사건 부당구속행위를 원인으로 한 부분을 포함한다. 이하 ‘이 사건 과징금 납부명령’이라 한다)을 하였다.
다.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이 사건 매장점검은 ① 원고가 가맹점사업자에게 가맹계약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도록 교육하거나 협조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계약 위반사항을 적발하기 위한 목적으로 행해진 것으로 통상적인 수준에 비하여 과도하고, ② 그로 인하여 (가맹점명 1 생략) 및 (가맹점명 2 생략)이 영업에 상당한 지장을 받았을 것임이 분명하며, 이로써 점주협회의 활동이 상당한 정도로 위축되었다고 보인다는 등 그 판시 사정을 기초로 가맹사업법 제14조의2 제5항이 금지하는 불이익제공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한편 원심은 매장점검과는 달리 이 사건 계약종료에 대해서는, ① (가맹점명 1 생략) 및 (가맹점명 2 생략)의 계약위반 사유는 가맹계약의 내용에 비추어 중대한 계약상 의무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더 이상 가맹계약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이고, ② 특히 (가맹점명 1 생략)의 경우 가맹계약을 체결한 때로부터 10년이 지나 계약갱신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는 점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이유로, 원고의 이 사건 계약종료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 가맹사업법 제14조의2 제5항이 금지한 불이익제공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라. 그러나 원고가 이 사건 매장점검을 하고 이를 통하여 발견한 계약 위반사항을 기초로 계약종료에 나아간 일련의 행위는 전체적으로 보아 가맹사업법 제14조의2 제5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불이익제공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가맹사업법 제14조의2 제5항 전단의 ‘불이익을 주는 행위’의 내용이 가맹계약의 갱신을 부당하게 거절하는 것인 경우에는 가맹본부가 계약갱신의 거절 사유로 들고 있는 계약조건이나 영업방침 등의 위반 사실이 확인된 경위, 위반행위의 내용, 횟수와 정도, 다른 가맹점사업자에 대한 계약갱신의 실태, 동종 또는 유사한 위반행위에 대하여 종전에 또는 다른 가맹점사업자에게 한 조치 내용과의 비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그 갱신거절이 가맹점사업자단체의 구성ㆍ가입ㆍ활동 등을 이유로 한 것인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가맹사업법 제13조 제2항이나 가맹점계약에서 정한 가맹점사업자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이 경과하여 가맹점사업자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가맹본부의 갱신거절이 당해 가맹점계약의 체결 경위ㆍ목적이나 내용, 그 계약관계의 전개 양상, 당사자의 이익 상황 및 가맹점계약 일반의 고유한 특성 등에 비추어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수 있으므로(대법원 2020. 7. 23. 선고 2019다289495 판결 등 참조), 그러한 경우에는 가맹점사업자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가맹본부의 갱신거절이 가맹사업법 제14조의2 제5항 전단의 ‘불이익을 주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2) 이 사건에서 원고가 작성한 ‘가맹점 협의회 일지’ 등의 내부문건의 기재 내용, 점주협회 결성 이전과 비교하여 점주협회 결성 이후에 이루어진 매장점검의 횟수 및 시간, 매장점검에 동원된 직원의 숫자가 과도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는 (가맹점명 1 생략) 및 (가맹점명 2 생략)의 점주가 점주협회 활동을 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저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사건 매장점검을 통하여 계약 위반사항을 수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원고가 가맹계약을 체결한 가맹점 중 외부 식자재 사용, 유통기한 경과와 같은 계약상 의무위반을 이유로 계약해지조치를 취한 가맹점은 (가맹점명 3 생략), (가맹점명 4 생략), (가맹점명 5 생략), (가맹점명 6 생략)뿐이고, (가맹점명 1 생략)(1회)이나 (가맹점명 2 생략)(3회)보다 외부 식자재 사용 등으로 지적된 횟수가 같거나 더 많은 가맹점[(가맹점명 7 생략) 5회, (가맹점명 8 생략) 5회, (가맹점명 9 생략) 3회, (가맹점명 10 생략) 4회]에 대하여 별도의 계약종료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점, 원고와 체결한 계약기간이 합계 10년 이상인 가맹점 중 계약이 갱신된 매장 수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103개 내지 188개, 계약이 갱신되지 않은 매장 수는 2015년 6개(자진폐점), 2016년 6개(계약종료 1개, 자진폐점 4개, 계약해지 1개), 2017년 2개(자진폐점)인 것으로 보아 원고는 사실상 대부분의 가맹점계약을 갱신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의 일반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계약종료가 점주협회 활동에 가담하지 않은 다른 가맹점사업자들에 대한 조치와 균형을 갖춘 취급이라고 보기 어렵다.
3) 또한, (가맹점명 1 생략)의 경우 이미 상당한 자본을 들여 10년간 영업을 하여 오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맹점계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합리적 기대를 가졌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점주협회를 구성하여 활동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계약이 종료됨으로써 상당한 손해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4) 결국 이 사건 매장점검은 점주협회의 활동을 주도한 가맹점사업자들의 계약 위반사항을 적발한 다음 이를 이유로 계약갱신 거절 등의 불이익제공행위를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가맹점사업자단체의 활동을 무력화시키고자 하는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이 사건 계약종료를 위한 수단 내지 방편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가 (가맹점명 1 생략) 및 (가맹점명 2 생략)에 대해서 매장점검을 하고 이를 통하여 발견한 가맹계약 위반 사유를 들어 계약종료에 나아간 행위는 전체적으로 가맹점사업자단체의 활동 등을 이유로 하는 불이익제공행위로 평가함이 상당하다.
마. 따라서 원심의 이 사건 불이익제공행위에 관한 판단 중 매장점검에 관한 부분은 정당하므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가맹사업법 제14조의2 제5항에 관한 법리오해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고 할 것이나, 계약종료에 관한 부분에는 처분의 근거 법령인 가맹사업법 제14조의2 제5항의 해석ㆍ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부당한 구속행위’에 대하여(원고의 상고이유 제2점)
가. 가맹사업법 제12조는 가맹점사업자가 취급하는 상품 또는 용역의 가격, 거래상대방, 거래지역이나 가맹점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거나 제한하는 행위로서 가맹사업의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금지하면서(제1항 제2호), 이러한 행위의 유형 또는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제2항). 그 위임에 따라「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가맹사업법 시행령’이라 한다)은 부동산ㆍ용역ㆍ설비ㆍ상품ㆍ원재료 또는 부재료의 구입ㆍ판매 또는 임대차 등과 관련하여 부당하게 가맹점사업자에게 특정한 거래상대방(가맹본부를 포함한다)과 거래할 것을 강제하는 행위를 ‘구속조건부 거래’ 중 ‘거래상대방 구속행위’로 규정하면서, 그 예외사유로 ① 부동산ㆍ용역ㆍ설비ㆍ상품ㆍ원재료 또는 부재료가 가맹사업을 경영하는 데에 필수적이라고 객관적으로 인정될 것, ② 특정한 거래상대방과 거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가맹본부의 상표권을 보호하고 상품 또는 용역의 동일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인정될 것, ③ 가맹본부가 미리 정보공개서를 통하여 가맹점사업자에게 해당 사실을 알리고 가맹점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제13조 제1항 [별표 2] 제2호 (나)목].
이와 같은 관계 법령의 내용, 형식, 체제 및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가맹본부가 가맹계약에 수반하여 별도로 홍보전단지 등 판촉물을 자기 또는 특정 거래상대방으로부터만 구입하도록 하는 행위가 부당한 거래상대방 구속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가맹점계약의 내용, 가맹금이나 그 구입대금의 지급방식, 동종업계의 일반적인 거래관행, 가맹사업의 통일적 이미지 확보와 가맹본부의 상표권 보호나 상품 또는 용역의 동일성 유지의 필요성, 미리 정보공개서를 통하여 가맹점사업자에게 특정한 거래상대방과 거래해야만 한다는 점을 알리고 계약을 체결하였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특정한 거래상대방과 거래하도록 ‘강제’하는 행위에는, 상대방이 구입하지 아니할 수 없는 객관적인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도 포함된다(대법원 2018. 11. 9. 선고 2015두59686 판결 참조).
나. 원심은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① 홍보전단지는 ‘상품’과는 별도로 제공되므로, 상품과 함께 제공되어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통일적 인식을 구성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② 원고는 가맹점사업자들과 가맹계약을 하면서 별도의 홍보협의서를 작성하여 각 가맹점사업자가 매월 원고로부터 의무적으로 주문해야 할 홍보전단지의 목표 수량을 정하고, 가맹점사업자들로부터 수개월 치의 전단지 구매 대금에 상응하는 선수금을 받아 가맹점사업자들이 사실상 원고 이외에 다른 곳으로부터 홍보전단지를 구매할 수 있는 유인을 차단한 점, ③ 원고가 가맹계약 체결 이전에 홍보전단지의 구매에 관한 사항을 정보공개서를 통하여 가맹점사업자에게 미리 알렸다는 것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 점, ④ 원고는 선수금의 납부의무에 관한 사항을 정보공개서나 가맹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았음에도 가맹점사업자에게 가맹계약 체결 시 선수금을 반드시 납부하도록 한 점, ⑤ 원고는 실제로 외부업체를 통해 홍보전단지를 제작한 가맹점사업자들에게 재발방지 각서를 받았고, 향후 계약해지가능성을 통보하는 등으로 제재를 가한 점 등을 이유로 원고가 가맹점사업자들에게 자신을 통해서만 전단지를 구매할 수 있게 한 행위는 가맹사업법 제12조 제1항 제2호가 금지하는 ‘부당한 거래상대방 구속행위’에 해당하므로, 이 부분 처분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가맹사업법 제12조 제1항 제2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과징금 납부명령에 대하여(피고 상고이유 제3 내지 5점)
가. 과징금 납부명령의 경과와 원심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면서 원고의 가맹사업법 위반행위 중 불이익제공행위 부분에 대해서는 매장점검과 계약종료 부분을 구분하지 않고 가맹사업법 제35조 제1항 단서에 따라 5억 원의 부과과징금을, 부당구속행위 부분에 대해서는 9억 6천만 원의 부과과징금을 각 산정한 다음, 이를 합산한 14억 6천만 원을 최종 부과과징금으로 하여 외형상 하나의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원심은, ① 불이익제공행위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이 사건 계약종료는 가맹사업법 제14조의2 제5항 위반의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고 그 부분을 기초로 한 과징금액을 산정할 수 있는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전부 취소되어야 하고, ② 부당구속행위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비례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과징금 납부명령을 전부 취소하였다.
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1) 불이익제공행위 관련 부분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계약종료에 대해서도 가맹사업법 제14조의2 제5항 위반의 처분사유가 인정되므로, 피고가 매장점검과 계약종료를 포함하여 불이익제공행위 전부에 대하여 과징금을 산정한 것은 적법하다.
그런데도 불이익제공행위에 대한 과징금 납부명령을 취소한 원심의 판단에는 가맹사업법 제14조의2 제5항 및 가맹사업법상 과징금 부과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부당구속행위 관련 부분
가맹사업법 제35조 제1항에 의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사업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할 것인지와 만일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가맹사업법과 가맹사업법 시행령이 정하고 있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 과징금의 액수를 구체적으로 얼마로 정할 것인지를 재량으로 판단할 수 있으므로, 공정거래위원회의 법 위반행위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처분은 재량행위이다. 다만 이러한 재량을 행사하면서 과징금 부과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비례ㆍ평등원칙에 반하는 사유가 있다면 이는 재량권의 일탈ㆍ남용으로서 위법하다(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7두56957 판결 참조).
원심은, 이 사건 과징금 납부명령 중 부당구속행위 관련 부분은, 원고가 부당구속행위로 얻은 이익의 규모 등 그 판시 사정을 종합할 때 비례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 부분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과징금 부과처분의 재량권 일탈ㆍ남용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없다.
3) 과징금 납부명령의 취소범위
공정거래위원회가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여러 개의 위반행위에 대하여 외형상 하나의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였으나 여러 개의 위반행위 중 일부의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만이 위법하고 소송상 그 일부의 위반행위를 기초로 한 과징금액을 산정할 수 있는 자료가 있는 경우에는, 하나의 과징금 납부명령일지라도 그 일부의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액에 해당하는 부분만을 취소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3두14726 판결 참조).
이 사건 과징금 납부명령 중 불이익제공행위 관련 부분은 부당구속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부분과 분리하여 과징금을 산정할 수 있는 자료가 있음에도 이 사건 과징금 납부명령을 전부 취소한 원심판결에는 과징금 납부명령의 취소범위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피고 패소 부분 중 시정명령 및 통지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 중 불이익제공행위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상고와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재연(주심) 민유숙 천대엽 |
219,589 | 손해배상(자) | 2021다241311 | 20,210,930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인신사고의 피해자가 치료종결 후에도 개호가 필요한지 여부와 그 정도에 관한 판단 방법 [2] 교통사고의 피해자가 가해자가 가입한 자동차보험회사로부터 치료비를 지급받은 경우, 피해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을 가해자의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해야 하는지 여부(적극) [3]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2항에서 정한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때’의 의미 및 제1심이 인용한 청구액을 항소심이 그대로 유지한 경우, 피고가 항소심 절차에서 위 인용금액에 대하여 이행의무의 존부와 범위를 다툰 것이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그 손해배상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지 여부는 적극적·소극적·정신적손해 등 소송물별로 따로 판단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 null | [1] 민법 제393조, 제763조 / [2] 민법 제396조, 제763조 / [3] 민법 제750조, 제751조,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2항 | [1] 대법원 2012. 4. 13. 선고 2009다77198, 77204 판결(공2012상, 763) / [2]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8다91180 판결(공2009하, 1424) / [3] 대법원 2002. 9. 10. 선고 2002다34581 판결(공2002하, 2432),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6다61567 판결(공2008하, 1674) |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겸 부대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태원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겸 부대상고인】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성한)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주식회사 케이비손해보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범어 담당변호사 김중기 외 5인)
【원심판결】
대구지법 2021. 5. 12. 선고 2020나301863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원고의 재산상 손해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와 피고 주식회사 케이비손해보험의 나머지 상고와 피고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의 나머지 부대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고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책임 제한과 개호비 산정의 적법 여부(상고이유 제1, 2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책임감경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 인신사고의 피해자가 치료종결 후에도 개호가 필요한지 여부와 그 정도에 관한 판단은 전문가의 감정을 통하여 밝혀진 후유장해의 내용에 따라 피해자의 연령, 정신상태, 사회적·경제적 조건 등 모든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비추어 규범적으로 하는 평가이다(대법원 2012. 4. 13. 선고 2009다77198, 77204 판결 참조).
원심은 신체감정 결과 등을 종합하여 원고에게 사고일부터 8주간 개호가 필요하지만 그 후에는 개호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원고가 사고 장소를 벗어나 안전한 장소로 피하지 않은 사실 등을 고려해서 피고들의 책임을 90%로 제한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책임 제한 등에 관한 법리오해나 판단누락의 잘못이 없다.
나. 보조구 비용 산정의 적법 여부(상고이유 제3점)
(1)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양쪽 다리의 종아리 아래 부분이 절단되어 장애인보조기구인 의지(義肢)가 필요하다. 원고는 양쪽 다리에 필요한 의지 구입비와 의지 소모품 비용에 해당하는 재산상 손해를 청구하였다.
원심은 이러한 사실을 전제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원고가 2017. 6. 7. 구입한 양쪽 다리 의지 구입비 2,000만 원(= 1,000만 원 × 2개)과 소모품 구입비 1,000만 원은 재산상 손해에 해당한다. 원고는 위와 같이 구입한 의지의 내구연한이 지난 2020. 6. 7.부터 여명 종료일까지 3년마다 ‘건강보험 수가’ 기준으로 ‘일반적 실리콘형 의지 구입비 181만 원’이 필요하고 그 소모품은 필요하지 않다.
(2) 그러나 원심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원심이 의지 구입비의 기준으로 삼은 ‘건강보험 수가’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구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2021. 2. 26. 보건복지부령 제783호로 개정되어 2021. 3. 1. 시행되기 전의 것) 제26조 제1항 [별표 7]에서 정한 보조기기에 대한 보험급여기준인 것으로 보인다. 위 별표는 다리 의지 중 ‘종아리 굴곡 체중부하 의지’의 실리콘형 기준액을 181만 원, 내구연한을 3년으로 정하고 있다.
원심이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제26조 제1항 [별표 7]에서 정한 기준금액, 즉 단가를 기준으로 의지 구입비를 산정한다면, 양쪽 다리를 절단당한 원고에게 2개의 의지가 필요한지 심리하여 재산상 손해를 산정했어야 한다.
또한 원심은 원고가 여명 종료일까지 계속 의지를 사용해야 하고 이미 구입한 의지에 대해 소모품인 소켓과 실리콘라이너가 필요하다고 인정했으므로 향후 구입할 의지에 대해서도 소모품이 필요한지 심리하여 재산상 손해를 산정했어야 한다.
그런데 원심은 필요한 의지의 개수와 소모품의 필요성에 대해 심리하지 않고 의지 1개 금액을 기초로 의지 구입비를 산정하고 소모품이 필요하지 않다고 단정하였다. 원심판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2. 피고들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공제 주장에 대한 판단누락 여부
(1) 교통사고의 피해자가 가해자가 가입한 자동차보험회사로부터 치료비를 지급받은 경우 치료비 중 피해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은 가해자의 재산상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해야 한다(대법원 2009. 7. 9. 선고 2008다91180 판결 참조).
(2)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피고 주식회사 케이비손해보험(이하 ‘피고 케이비손해보험’이라 한다)은 원심에서 다음과 같이 공제를 주장하며 지급사실에 부합하는 사실확인서를 제출하였다. 피고 케이비손해보험은 원고에게 치료비와 보조구 비용 등 합계 86,838,900원을 지급했다. 그중 원고가 이 사건에서 공제를 자인하는 의지 등 비용을 제외하고 나머지 80,358,900원에 대해서는 원고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해야 한다.
피고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도 원심에서 피고 케이비손해보험이 원고에게 지급한 치료비 중에서 원고의 과실비율 부분을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원심은 위 1. 가.에서 보았듯이 원고의 과실비율을 10%로 인정하였다.
(3) 이러한 사실관계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원고의 과실을 인정한 원심으로서는 피고 케이비손해보험이 원고에게 치료비 등을 지급한 사실이 있는지 심리하고, 지급액 중 원고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피고들이 원고에게 배상할 재산상 손해액에서 공제했어야 한다.
그런데 원심은 피고 케이비손해보험이 지급한 치료비 등을 심리하지 않고 피고들의 공제 주장에 대해서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았다. 원심판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공제 주장에 대한 판단을 누락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나. 법정 이율 적용의 적법 여부
(1)「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소송촉진법’이라 한다) 제3조 제2항이 정하는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때’란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채무자의 주장에 상당한 근거가 있는 때를 가리키므로, 항쟁함이 상당한지는 해당 사건에 관한 법원의 사실인정과 그 평가에 관한 것이다. 제1심이 인용한 청구액을 항소심이 그대로 유지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가 항소심 절차에서 위 인용금액에 대해서 이행의무의 존부와 범위를 다툰 것은 상당하다고 볼 수 없다.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불법행위로 입게 된 적극적 손해, 소극적 손해와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는 그 손해배상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지를 각 손해마다 따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2. 9. 10. 선고 2002다34581 판결,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6다61567 판결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제1심은 피고들이 원고에게 적극적 손해, 소극적 손해와 위자료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하였다.
원심은 제1심에 비해 소극적 손해액과 위자료를 많이 인정하고 적극적 손해액을 적게 인정하였다. 원심은 소극적 손해액과 위자료 중 원심에서 추가로 인용한 금액과 적극적 손해액에 대해서는 원심판결 선고일 다음 날부터 소송촉진법 제3조 제2항이 정한 법정 이율의 적용을 명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소극적 손해액과 위자료 중 제1심이 인용한 금액에 대해서는 제1심 판결 선고 이후에는 피고들이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제1심 판결 선고일 다음 날부터 소송촉진법 제3조 제2항이 정한 법정 이율의 지급을 명하였다.
(3)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소송촉진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원심판결 중 원고의 재산상 손해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와 피고 케이비손해보험의 나머지 상고와 피고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의 나머지 부대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18,193 | 부당이득반환청구의소 | 2020다295304 | 20,210,930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관리규약이나 관리단, 관리인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들이 개별적인 계약을 통해 제3자에게 건물관리를 위탁한 경우,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관리단 또는 관리인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2]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7조가 구분소유자가 제3자와 개별적인 계약을 통해 관리방식을 선택하고 그에 따른 비용부담과 정산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을 제한하는 규정인지 여부(소극) | [1] 관리규약이나 관리단, 관리인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들이 개별적인 계약을 통해 제3자에게 건물관리를 위탁한 경우, 구분소유자와 제3자 사이의 법률관계는 당사자가 체결한 계약의 내용에 따라 정해지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관리단 또는 관리인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2]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7조는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에게 전유부분의 면적 비율에 따라 공용부분에 대한 관리의무가 귀속된다는 원칙을 규정한 것일 뿐, 구분소유자가 제3자와 개별적인 계약을 통해 관리방식을 선택하고 그에 따른 비용부담과 정산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을 제한하는 규정이 아니다. | [1]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24조, 제28조 / [2]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7조 | null | 【원고, 상고인】
홈플러스스토어즈 주식회사의 소송수계인 홈플러스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케이앤엘 태산 법무법인 담당변호사 김경렬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리더스개발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서림 담당변호사 정경수 외 3인)
【원심판결】
대전지법 2020. 11. 19. 선고 2019나11447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포항시 (주소 생략)에 위치한 밸류플러스 복합상가(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는 준공 이후에도 관리규약이 없고, 관리단이 제대로 조직되지 않았으며, 관리인도 선임되지 않은 상태가 유지되었다. 홈플러스스토어즈 주식회사(2019. 12. 2. 원고로 흡수합병되었으며, 이하 구분 없이 ‘원고’라 한다)는 2005. 4. 20. 이 사건 건물 중 제2, 3층 부분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하여 홈플러스 포항점을 운영하였다.
나. 원고를 비롯한 이 사건 건물의 일부 구분소유자(이하 ‘원고 등’이라 한다)는 2008. 4.경 피고와 ‘밸류플러스 공동관리비 부과기준’이라는 제목으로 이 사건 건물의 관리를 위탁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피고는 위 계약에 따라 당사자로서 한국전력공사, 맑은물사업본부와 전기ㆍ수도공급 계약을, 승강기 유지보수업체 등과 승강기ㆍ무빙워크 유지보수 계약 등을 각 체결하고, 그에 따라 전기ㆍ수도요금, 유지보수 비용 등을 지급하였다.
다. 피고가 이 사건 건물을 관리하던 중 전기ㆍ수도요금과 유지보수 비용 등을 지급하지 못하여 단전ㆍ단수와 승강기ㆍ무빙워크 운영중단 사태 등에 이르게 되자, 원고는 점포의 정상운영을 위해 체납된 전기ㆍ수도요금과 승강기ㆍ무빙워크 유지보수 비용 등을 직접 지급하였다. 원고와 피고는 2018. 5. 27.과 2018. 8. 28. 원고가 지출한 비용에 관하여 그 부담의무자와 정산방법 등을 정하는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를 하였다.
라. 원고는 이 사건 계약과 합의를 근거로 피고에 대하여 원고가 지출한 전기ㆍ수도요금과 승강기ㆍ무빙워크 유지보수 비용 등에 관하여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원심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라 한다) 제17조는 각 공유자는 규약에 달리 정한 바가 없으면 그 지분의 비율에 따라 공용부분의 관리비용과 그 밖의 의무를 부담한다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 따르면 집합건물의 각 구분소유자는 각자 전유부분의 면적 비율에 따라 공용부분에 대한 관리비용을 부담할 의무가 있다.
나. 집합건물법상 관리인은 공용부분에 대한 관리비용에 관하여 부담의무자인 구분소유자에게 청구하여 수령하고 이를 관리하는 행위를 할 뿐 관리인 자신이 관리비용에 대한 부담 주체가 되는 것은 아니다. 피고는 사실상 이 사건 건물의 관리단 또는 관리인으로부터 관리업무를 위임받은 자로서 피고의 권한과 의무의 범위가 집합건물법상 관리인의 권한과 의무의 범위를 넘어선다고 보기 어렵다.
다. 이 사건 계약과 합의만으로 피고에게 이 사건 건물의 관리비용을 부담할 의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가 관리비용의 부담 주체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
3. 대법원 판단
가. 그러나 원심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1) 관리규약이나 관리단, 관리인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들이 개별적인 계약을 통해 제3자에게 건물관리를 위탁한 경우, 구분소유자와 제3자 사이의 법률관계는 당사자가 체결한 계약의 내용에 따라 정해지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집합건물법상 관리단 또는 관리인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2) 집합건물법 제17조는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에게 전유부분의 면적 비율에 따라 공용부분에 대한 관리의무가 귀속된다는 원칙을 규정한 것일 뿐, 구분소유자가 제3자와 개별적인 계약을 통해 관리방식을 선택하고 그에 따른 비용부담과 정산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을 제한하는 규정이 아니다.
(3) 위에서 보았듯이, 이 사건 계약은 피고가 자신의 명의로 계약을 체결하여 관리용역을 수행하도록 정하고 있고, 이 사건 합의는 원고가 지출한 비용에 관하여 그 부담의무자와 정산방법 등을 정해 놓고 있다. 따라서 체납된 전기ㆍ수도요금과 승강기ㆍ무빙워크 유지보수 비용 등을 부담해야 할 당사자는 집합건물법 규정이 아니라 이 사건 계약과 합의 내용의 해석을 통해 밝혀야 할 문제이다.
나.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계약과 합의 내용에 관하여 제대로 된 심리를 하지 않은 채, 집합건물법상 관리인에 관한 규정 등을 근거로 들어 피고가 원고 등의 관리비 징수와 지출을 대행한 것뿐이라고 단정하고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원심판결에는 집합건물법의 적용 범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결론
원고의 상고는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18,291 | 부동산가격공시및감정평가에관한법률위반 | 2019도3595 | 20,210,930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1] 구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 제37조 제1항의 성실의무 등이 적용되는 감정평가업자의 업무 중 같은 법 제29조 제1항 제6호의 ‘금융기관ㆍ보험회사ㆍ신탁회사 등 타인의 의뢰에 의한 토지 등의 감정평가’에 금융기관ㆍ보험회사ㆍ신탁회사와 이에 준하는 공신력 있는 기관의 의뢰에 의한 감정평가 외에 널리 제3자의 의뢰에 의한 감정평가도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2] 구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 제43조 제4호 위반죄의 성립 범위 [3] 구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 제46조 양벌규정에 따라 사용자인 법인 또는 개인을 처벌하는 취지 및 이때 사용자인 법인 또는 개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감독 의무를 게을리하였는지 판단하는 기준 | [1] 구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2013. 8. 6. 법률 제1201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부동산공시법’이라 한다) 제37조 제1항은 "감정평가업자는 제29조 제1항 각호의 업무를 행함에 있어 품위를 유지하여야 하고, 신의와 성실로써 공정하게 감정평가를 하여야 하며,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잘못된 평가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고 있고, 제43조 제4호는 "제37조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하여 고의로 잘못된 평가를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정하고 있으며, 제46조는 법인 대표자 등의 위반행위에 대하여 법인을 처벌하는 양벌규정을 정하고 있다. 구 부동산공시법 제2조 제8호는 "감정평가업이라 함은 타인의 의뢰에 의하여 일정한 보수를 받고 토지 등의 감정평가를 업으로 행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정하고 있고, 제22조는 "감정평가사는 타인의 의뢰에 의하여 토지 등을 감정평가함을 그 직무로 한다."라고 정하고 있으며, 제29조 제1항 각호는 감정평가업자가 행하는 업무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열거하면서 그중 제6호로 ‘금융기관ㆍ보험회사ㆍ신탁회사 등 타인의 의뢰에 의한 토지 등의 감정평가’를 규정하고 있을 뿐 감정평가 의뢰인을 금융기관ㆍ보험회사ㆍ신탁회사와 이에 준하는 공신력을 가진 기관으로 한정하지 않고 있다. 구 부동산공시법은 토지 등의 적정가격 형성을 도모하고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감정평가업무가 가지는 공공적 성질을 감안하여 일정한 자격을 갖춘 감정평가업자(제27조에 따라 신고한 감정평가사와 제28조에 따라 인가를 받은 감정평가법인)만 감정평가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고, 감정평가업자가 아닌 자가 감정평가업을 영위하는 경우를 형사처벌하고 있다(제43조 제2호). 또한 이 법률은 감정평가의 공정성과 합리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감정평가업자가 준수하여야 할 원칙과 기준을 정하고(제31조), 감정평가업자에게 성실의무 등을 부과하면서 이를 위반하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잘못된 평가를 하는 경우 징계 또는 형사처벌하고 있다(제42조의2, 제43조 제4호). 위와 같은 구 부동산공시법의 규정 내용과 체계, 입법 목적을 종합하면, 구 부동산공시법 제37조 제1항의 성실의무 등이 적용되는 감정평가업자의 업무 중 제29조 제1항 제6호의 ‘금융기관ㆍ보험회사ㆍ신탁회사 등 타인의 의뢰에 의한 토지 등의 감정평가’에는 금융기관ㆍ보험회사ㆍ신탁회사와 이에 준하는 공신력 있는 기관의 의뢰에 의한 감정평가뿐만 아니라 널리 제3자의 의뢰에 의한 감정평가도 모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2] 구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2013. 8. 6. 법률 제1201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3조 제4호 위반죄는 같은 법 제31조에 따라 제정된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 등에서 정한 감정평가의 원칙과 기준에 어긋나거나 신의성실의 의무에 위배되는 방법으로 감정평가를 함으로써 그 결과가 공정성과 합리성을 갖추지 못한 모든 경우에 성립한다. [3] 구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2013. 8. 6. 법률 제1201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6조는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43조 또는 제44조의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한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양벌규정에 따라 사용자인 법인 또는 개인을 처벌하는 것은 형벌의 자기책임 원칙에 비추어 위반행위가 발생한 그 업무와 관련하여 사용자인 법인 또는 개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감독 의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기 때문이다. 이때 사용자인 법인 또는 개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감독 의무를 게을리하였는지는 해당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법률의 입법 취지, 처벌조항 위반으로 예상되는 법익 침해의 정도, 그 위반행위에 관하여 양벌조항을 마련한 취지 등은 물론 위반행위의 구체적인 모습과 그로 인하여 실제 야기된 피해 또는 결과의 정도, 법인 또는 개인의 영업 규모, 행위자에 대한 감독가능성 또는 구체적인 지휘감독 관계, 법인 또는 개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하여 실제 행한 조치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 | [1] 구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2013. 8. 6. 법률 제1201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 제2조 제8호, 제22조, 제29조 제1항 제6호, 제31조, 제37조 제1항, 제42조의2, 제43조 제2호, 제4호, 제46조 / [2] 구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2013. 8. 6. 법률 제1201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1조, 제37조 제1항, 제43조 제4호 / [3] 구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2013. 8. 6. 법률 제1201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3조 제4호, 제46조 | [2] 대법원 2001. 4. 24. 선고 2001도361 판결, 대법원 2003. 6. 24. 선고 2003도1869 판결(공2003하, 1657) / [3]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도7017 판결(공2010상, 1065) | 【피 고 인】
피고인 1 외 3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지평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9. 2. 12. 선고 2016노3226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피고인 1, 피고인 2, 주식회사 피고인 3의 상고이유보충서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인 1, 피고인 2, 주식회사 피고인 3(이하 ‘피고인 3 회사’라 한다)의 상고이유 주장
가. 구「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2013. 8. 6. 법률 제1201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부동산공시법’이라 한다) 제46조, 제43조 제4호의 적용 범위에 관한 법리오해와 죄형법정주의 위반 여부
구 부동산공시법 제37조 제1항은 "감정평가업자는 제29조 제1항 각호의 업무를 행함에 있어 품위를 유지하여야 하고, 신의와 성실로써 공정하게 감정평가를 하여야 하며,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잘못된 평가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고 있고, 제43조 제4호는 "제37조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하여 고의로 잘못된 평가를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정하고 있으며, 제46조는 법인 대표자 등의 위반행위에 대하여 법인을 처벌하는 양벌규정을 정하고 있다.
구 부동산공시법 제2조 제8호는 "감정평가업이라 함은 타인의 의뢰에 의하여 일정한 보수를 받고 토지 등의 감정평가를 업으로 행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정하고 있고, 제22조는 "감정평가사는 타인의 의뢰에 의하여 토지 등을 감정평가함을 그 직무로 한다."라고 정하고 있으며, 제29조 제1항 각호는 감정평가업자가 행하는 업무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열거하면서 그중 제6호로 ‘금융기관ㆍ보험회사ㆍ신탁회사 등 타인의 의뢰에 의한 토지 등의 감정평가’를 규정하고 있을 뿐 감정평가 의뢰인을 금융기관ㆍ보험회사ㆍ신탁회사와 이에 준하는 공신력을 가진 기관으로 한정하지 않고 있다.
구 부동산공시법은 토지 등의 적정가격 형성을 도모하고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감정평가업무가 가지는 공공적 성질을 감안하여 일정한 자격을 갖춘 감정평가업자(제27조에 따라 신고한 감정평가사와 제28조에 따라 인가를 받은 감정평가법인)만 감정평가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고, 감정평가업자가 아닌 자가 감정평가업을 영위하는 경우를 형사처벌하고 있다(제43조 제2호). 또한 이 법률은 감정평가의 공정성과 합리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감정평가업자가 준수하여야 할 원칙과 기준을 정하고(제31조), 감정평가업자에게 성실의무 등을 부과하면서 이를 위반하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잘못된 평가를 하는 경우 징계 또는 형사처벌하고 있다(제42조의2, 제43조 제4호).
위와 같은 구 부동산공시법의 규정 내용과 체계, 입법 목적을 종합하면, 구 부동산공시법 제37조 제1항의 성실의무 등이 적용되는 감정평가업자의 업무 중 제29조 제1항 제6호의 ‘금융기관ㆍ보험회사ㆍ신탁회사 등 타인의 의뢰에 의한 토지 등의 감정평가’에는 금융기관ㆍ보험회사ㆍ신탁회사와 이에 준하는 공신력 있는 기관의 의뢰에 의한 감정평가뿐만 아니라 널리 제3자의 의뢰에 의한 감정평가도 모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감정평가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라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 부동산공시법 제43조 제4호는 감정평가업자가 수행하는 업무가 지니는 고유의 공적인 성질을 감안하여 감정평가업자가 해당 감정평가업무를 담당하게 된 원인관계 등과 상관없이 ‘제37조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하여 고의로 잘못된 평가’를 한 경우 이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 감정평가업무가 민간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격을 결정하기 위한 감정평가라고 해서 달리 볼 수 없다.
원심판결의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구 부동산공시법 제46조, 제43조 제4호의 적용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
나.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
구 부동산공시법 제43조 제4호 위반죄는 같은 법 제31조에 따라 제정된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 등에서 정한 감정평가의 원칙과 기준에 어긋나거나 신의성실의 의무에 위배되는 방법으로 감정평가를 함으로써 그 결과가 공정성과 합리성을 갖추지 못한 모든 경우에 성립한다(대법원 2001. 4. 24. 선고 2001도361 판결, 대법원 2003. 6. 24. 선고 2003도1869 판결 등 참조).
구 부동산공시법 제46조는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43조 또는 제44조의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한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양벌규정에 따라 사용자인 법인 또는 개인을 처벌하는 것은 형벌의 자기책임 원칙에 비추어 위반행위가 발생한 그 업무와 관련하여 사용자인 법인 또는 개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감독 의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기 때문이다. 이때 사용자인 법인 또는 개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감독 의무를 게을리하였는지는 해당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법률의 입법 취지, 처벌조항 위반으로 예상되는 법익 침해의 정도, 그 위반행위에 관하여 양벌조항을 마련한 취지 등은 물론 위반행위의 구체적인 모습과 그로 인하여 실제 야기된 피해 또는 결과의 정도, 법인 또는 개인의 영업 규모, 행위자에 대한 감독가능성 또는 구체적인 지휘감독 관계, 법인 또는 개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하여 실제 행한 조치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도7017 판결 등 참조).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피고인 1, 피고인 2는 피고인 4와 공모하여 (아파트명 생략) 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의 공시가격, 임대보증금 가격, 거래사례 선정과 그에 따른 품등비교 등에 의하여 정상적으로 감정평가를 실시할 경우 공소외인이 요구하는 감정평가금액이 산정될 수 없음을 충분히 인식한 상태에서 공소외인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신의성실 의무에 위배되는 방법으로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잘못된 감정평가를 하였다. 피고인 3 회사는 대표이사인 피고인 1과 소속 감정평가사인 피고인 2가 위와 같이 잘못된 감정평가를 하는 것에 대하여 이를 방지하기 위한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구 부동산공시법 제43조 제4호 위반죄의 성립, 제46조 단서의 ‘상당한 주의와 감독’의 의미, 고의, 공모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피고인 4의 상고이유 주장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구 부동산공시법 제43조 제4호 위반죄의 성립, 공모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피고인들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선수(재판장) 김재형(주심) 노정희 |
218,177 | 소유권이전등기등 | 2016다252560 | 20,210,930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구 임대주택법 제21조 제7항에 따라 임대사업자가 임대주택을 제3자에게 매각하기 위하여는 임차인이 임대사업자로부터 분양전환승인에 따라 분양전환신청을 할 것을 적법하게 안내받거나 통보받아야 하는지 여부(적극) [2] 법률행위의 당사자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거나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는 법규에서 이를 위반한 법률행위의 효력에 관하여 명확하게 정하지 않은 경우, 그 법률행위의 효력을 판단하는 방법 [3] 공공건설임대주택의 임대사업자의 우선분양전환의무에 관한 구 임대주택법 제21조 제1항, 제2항이 강행규정인지 여부(적극) 및 이를 위반하여 임대사업자가 우선분양전환권이 있는 임차인이 있음에도 임대주택을 제3자에게 분양전환한 경우, 분양전환계약의 사법적 효력(무효) | [1] 구 임대주택법(2014. 5. 28. 법률 제127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 제7항은 ‘임대사업자가 분양전환승인을 받은 다음에도 임차인이 6개월 이상 분양전환에 응하지 않은 경우에는 임대사업자가 해당 임대주택을 분양전환가격으로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의 문언과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면, 분양전환승인일 이후로서 임차인이 임대사업자로부터 분양전환승인에 따라 분양전환신청을 할 것을 적법하게 안내받거나 통보받은 날부터 6개월이 지나도록 분양전환에 응하지 않은 경우에는 임차인의 우선분양전환권이 소멸하여 임대사업자가 해당 임대주택을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으나, 그러한 요건을 갖추지 않은 경우에는 임차인의 우선분양전환권이 소멸하지 않는다. [2] 계약 등 법률행위의 당사자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거나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는 법규에서 이를 위반한 법률행위의 효력을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규정에 따라 법률행위의 유ㆍ무효를 판단하면 된다. 법률에서 해당 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를 무효라고 정하고 있거나 해당 규정이 효력규정이나 강행규정이라고 명시하고 있으면 이러한 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는 무효이다. 이와 달리 이러한 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의 효력에 관하여 명확하게 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규정의 입법 배경과 취지, 보호법익과 규율대상, 위반의 중대성, 당사자에게 법규정을 위반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 규정 위반이 법률행위의 당사자나 제3자에게 미치는 영향, 위반행위에 대한 사회적ㆍ경제적ㆍ윤리적 가치평가, 이와 유사하거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에 대한 법의 태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효력을 판단해야 한다. [3] 구 임대주택법(2014. 5. 28. 법률 제127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에 따르면, 임대사업자가 임대의무기간이 지난 후 국민주택기금의 자금을 지원받아 건설하거나 공공사업으로 조성된 택지에 건설하는 공공건설임대주택을 분양전환할 때에는 분양전환 당시까지 해당 임대주택에 거주한 무주택자인 임차인 등에게 우선분양전환해야 한다(제21조 제1항). 나아가 임대사업자가 어음교환소의 거래정지처분을 받거나 국민주택기금 융자금 이자를 1년 6개월을 초과하여 연체한 경우 등 일정한 경우에는 임차인의 주택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분양전환 당시 해당 임대주택에 거주한 임차인에게 우선분양전환해야 한다(제21조 제2항). 임대사업자는 공공건설임대주택을 분양전환하고자 할 때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의 분양전환승인을 받아야 하고(제21조 제3항), 분양전환승인을 받은 이후에도 임차인이 6개월 이상 분양전환에 응하지 않은 경우에만 해당 임대주택을 분양전환가격으로 국토교통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다(제21조 제7항). 구 임대주택법 제21조를 위반하여 임대주택을 분양전환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제41조 제4항 제6호). 구 임대주택법 제21조 제1항, 제2항은 임대사업자에게 임대주택을 임차인에게 우선분양전환할 의무를 부과하면서도, 임대사업자가 이를 위반하여 임대주택을 임차인 아닌 제3자에게 분양전환한 경우에 그 법률행위의 효력에 관하여 명확하게 정하지 않고 있다. 구 임대주택법의 입법 취지와 보호법익, 위반행위의 중대성과 비난가능성, 거래안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공공건설임대주택의 임대사업자의 우선분양전환의무에 관한 구 임대주택법 제21조 제1항, 제2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하고, 이를 위반하여 임대사업자가 우선분양전환권이 있는 임차인이 있음에도 임대주택을 제3자에게 분양전환한 경우 그 분양전환계약은 사법적(私法的)으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 [1] 구 임대주택법(2014. 5. 28. 법률 제127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 제7항(현행 공공주택 특별법 제50조의3 제4항 제2호 참조) / [2] 민법 제105조 / [3] 구 임대주택법(2014. 5. 28. 법률 제127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현행 공공주택 특별법 제50조의3 참조), 제41조 제4항 제6호(현행 공공주택 특별법 제57조의3 제7호 참조) | [1]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4다4880, 4897, 4903 판결 / [2] 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다75119 판결(공2011상, 207), 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5다256794 판결(공2018하, 2078) / [3]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1다84335 판결(공2013상, 21) |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원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세 담당변호사 최진환 외 2인)
【원고, 상고인】
원고 2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세 담당변호사 최진환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1 외 6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정률 외 1인)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피고 2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정률 담당변호사 김행석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6. 8. 23. 선고 2015나2034572 판결
【주 문】
1. 원심판결 중 분양전환에 관한, 가. 원고 3, 의료법인 음성소망의료재단의 청구 부분, 나. 원고 1의 피고 2에 대한 제1 예비적 청구 중 위 피고 패소 부분과 피고 주식회사 반석주택, 안성시에 대한 제3 예비적 청구 부분, 다. 원고 4, 원고 5의 피고 5, 피고 7에 대한 각 주위적 청구 중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에 관한 위 피고들 패소 부분, 위 피고들에 대한 제1 예비적 청구 부분, 피고 주식회사 반석주택, 안성시에 대한 제3 예비적 청구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2. 가. 분양전환과 관련하여, ① 원고 2의 상고, ② 원고 1의 주위적 청구와 제1, 2 예비적 청구에 관한 상고와 ③ 원고 4, 원고 5의 주위적 청구와 제2 예비적 청구에 관한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나. 임대보증금과 임대료에 관한 원고들의 피고 주식회사 반석주택, 안성시에 대한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3. 원고 2의 상고로 인한 상고비용은 위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참고서면들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 개요와 쟁점
가.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이유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 주식회사 반석주택(이하 ‘피고 반석주택’이라 한다)은 2002년경 임대의무기간 5년의 공공건설임대주택인 이 사건 임대사업아파트를 건설하여, 그 무렵 원심판결 별지 표1 기재 아파트를 원고들에게 각각 임대하였다(이하 원고들이 각 임차한 아파트를 ‘원고 1 임차 세대’와 같이 지칭한다).
(2) 피고 반석주택은 임대의무기간이 지난 2010년 또는 2011년 이 사건 임대사업아파트에 관하여 피고 안성시로부터 분양전환승인을 받은 다음, 2011. 12.경 원고들 임차 세대에 관하여 원심판결 별지 표1과 같이 피고 2, 피고 5, 피고 7, 피고 3, 피고 4, 피고 8(이하 ‘피고 매수인들’이라 한다)에게 분양전환하는 계약을 체결한 뒤 피고 매수인들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었다.
나. 원고들은 자신들이 임차한 세대를 우선분양전환받을 권리가 있고 피고 반석주택으로부터 원고들 임차 세대를 매수한 피고 매수인들이 원고들에 대한 우선분양전환의무를 승계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원고 1, 원고 4, 원고 5에게 각 임차 세대에 관한 우선분양전환권이 있고, 이를 분양받은 피고 2, 피고 5, 피고 7(이하 ‘피고 2 등’이라 한다)은 피고 반석주택의 임대사업자 지위를 승계하였으므로 위 원고들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다.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공공건설임대주택에 관하여 우선분양전환권 있는 임차인이 있는데도 임대사업자가 이를 제3자에게 분양전환한 경우 그러한 분양전환계약이 유효한지와 그 경우 제3자가 임대사업자의 분양전환의무를 승계하는지 여부이다.
2. 원고들의 우선분양전환권 존재 여부
가. 원고 1, 원고 5(피고 2 등 상고이유 제2점)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 1, 원고 5에게 우선분양전환권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구 임대주택법(2014. 5. 28. 법률 제127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1조 제2항, 구 임대주택법 시행령(2014. 7. 16. 대통령령 제2548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조 제1항에 따르면, 임대사업자가 1년 6개월을 초과하여 국민주택기금 융자금에 대한 이자를 내지 않은 경우 분양전환 당시 해당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임차인은 유주택자라도 우선분양전환권이 있다. 임대사업자인 피고 반석주택은 이 사건 임대사업아파트를 분양전환할 당시 1년 6개월을 초과하여 국민주택기금 융자금에 대한 이자를 납부하지 않은 상태에 있었다. 따라서 유주택자인 임차인들에게도 우선분양전환권이 있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구 임대주택법 제21조 제2항에서 정하는 ‘임대사업자의 부도 등’의 의미와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나. 원고 2(원고들 상고이유 제1점)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 2에게 우선분양전환권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구 임대주택법 제21조 제2항에서 정한 ‘분양전환 당시 해당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임차인’이란 분양전환 당시까지 임차인 본인이 직접 거주하거나 당초 임차인과 동거하던 세대 구성원 일부가 그 기간 동안 계속 거주하는 경우에 그 임차인을 뜻한다. 원고 2가 분양전환 당시 다른 곳에 살면서 장인이 거주하도록 한 것은 구 임대주택법 제19조에서 금지하는 전대에 해당하므로 원고 2는 우선분양전환권이 없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구 임대주택법상 우선분양전환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다. 원고 3, 의료법인 음성소망의료재단(원고들 상고이유 제1점)
(1) 구 임대주택법 제21조 제7항은 ‘임대사업자가 분양전환승인을 받은 다음에도 임차인이 6개월 이상 분양전환에 응하지 않은 경우에는 임대사업자가 해당 임대주택을 분양전환가격으로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의 문언과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면, 분양전환승인일 이후로서 임차인이 임대사업자로부터 분양전환승인에 따라 분양전환신청을 할 것을 적법하게 안내받거나 통보받은 날부터 6개월이 지나도록 분양전환에 응하지 않은 경우에는 임차인의 우선분양전환권이 소멸하여 임대사업자가 해당 임대주택을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으나(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4다4880, 4897, 4903 판결 등 참조), 그러한 요건을 갖추지 않은 경우에는 임차인의 우선분양전환권이 소멸하지 않는다.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원고 3과 원고 의료법인 음성소망의료재단(이하 ‘원고 법인’이라 한다)이 임차한 아파트는 1, 2차 분양전환승인 세대에 포함되지 않았고 2011. 12. 2. 비로소 분양전환승인이 되었다. 피고 반석주택은 그로부터 한 달이 채 지나기 전인 2011. 12. 28.과 같은 달 30일 위 원고들 임차 세대에 관하여 피고 4, 피고 8과 각각 분양전환계약을 체결하고 2012. 1. 16. 위 피고들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였다.
원고 3과 원고 법인은 분양전환승인 후 6개월 이상 분양전환신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음이 명백하므로, 위 원고들의 우선분양전환권이 소멸하였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위 원고들이 2009. 8.경부터 같은 해 12월경까지 피고 반석주택으로부터 분양전환신청에 관한 안내를 받았고 원고 3은 2010. 4. 9.에, 원고 법인은 2011. 7. 11.에 피고 반석주택과 다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이유로 위 원고들이 분양전환을 희망하지 않아 우선분양전환권이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여 위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판결에는 구 임대주택법 제21조 제7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3. 원고 1과 피고 반석주택 사이에 분양전환합의가 존재하는지 여부(원고들 상고이유 제2점)
원심은 원고 1과 피고 반석주택 사이에 분양전환계약이 체결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구 임대주택법상 분양전환합의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원고 1, 원고 4, 원고 5의 제2 예비적 청구 각하 부분
원고 1, 원고 4, 원고 5는 원심판결 중 위 원고들의 제2 예비적 청구에 관한 소를 각하한 부분에 대해서도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상고장에 상고이유를 적지 않고 상고이유서에도 불복이유를 적지 않았다.
5. 원고 1의 피고 2에 대한 제1 예비적 청구와 원고 4, 원고 5의 피고 5, 피고 7에 대한 각 주위적 청구 중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부분(원고들 상고이유 제3~5점, 피고 2 등 상고이유 제1, 3점)
가. 피고 2 등의 분양전환계약이 유효한지에 관한 판단의 필요성
원심은 우선분양전환권자가 있는데도 그 임대주택을 제3자에게 분양전환한 경우 수분양자들이 임대사업자의 우선분양전환의무를 승계한다고 판단하여, 원고 1의 피고 2에 대한 제1 예비적 청구와 원고 4, 원고 5의 피고 5, 피고 7에 대한 각 주위적 청구 중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부분을 일부 받아들였다. 피고 2 등의 상고이유 제3점은 임대주택을 분양전환받은 수분양자들은 우선분양전환의무를 승계하지 않는다는 취지이다.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에 관하여 판단하기 위해서는, 구 임대주택법 제21조에 반하는 피고 반석주택과 피고 2 등 사이의 분양전환계약이 유효한지에 관하여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피고 2 등이 피고 반석주택의 분양전환의무를 승계하기 위해서는 그들 사이의 분양전환계약과 그에 따른 소유권 이전이 유효하다는 점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 임대사업자의 임차인에 대한 우선분양전환의무를 정한 구 임대주택법 제21조 제1항, 제2항이 강행규정인지 여부
(1) 계약 등 법률행위의 당사자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거나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는 법규에서 이를 위반한 법률행위의 효력을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규정에 따라 법률행위의 유ㆍ무효를 판단하면 된다. 법률에서 해당 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를 무효라고 정하고 있거나 해당 규정이 효력규정이나 강행규정이라고 명시하고 있으면 이러한 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는 무효이다.
이와 달리 이러한 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의 효력에 관하여 명확하게 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규정의 입법 배경과 취지, 보호법익과 규율대상, 위반의 중대성, 당사자에게 법규정을 위반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 규정 위반이 법률행위의 당사자나 제3자에게 미치는 영향, 위반행위에 대한 사회적ㆍ경제적ㆍ윤리적 가치평가, 이와 유사하거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에 대한 법의 태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효력을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08다75119 판결, 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5다256794 판결 등 참조).
(2) 구 임대주택법에 따르면, 임대사업자가 임대의무기간이 지난 후 국민주택기금의 자금을 지원받아 건설하거나 공공사업으로 조성된 택지에 건설하는 공공건설임대주택을 분양전환할 때에는 분양전환 당시까지 해당 임대주택에 거주한 무주택자인 임차인 등에게 우선분양전환해야 한다(제21조 제1항). 나아가 임대사업자가 어음교환소의 거래정지처분을 받거나 국민주택기금 융자금 이자를 1년 6개월을 초과하여 연체한 경우 등 일정한 경우에는 임차인의 주택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분양전환 당시 해당 임대주택에 거주한 임차인에게 우선분양전환해야 한다(제21조 제2항,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1다84335 판결 참조). 임대사업자는 공공건설임대주택을 분양전환하고자 할 때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이하 ‘시장 등’이라 한다)의 분양전환승인을 받아야 하고(제21조 제3항), 분양전환승인을 받은 이후에도 임차인이 6개월 이상 분양전환에 응하지 않은 경우에만 해당 임대주택을 분양전환가격으로 국토교통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다(제21조 제7항). 구 임대주택법 제21조를 위반하여 임대주택을 분양전환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제41조 제4항 제6호).
(3) 구 임대주택법 제21조 제1항, 제2항은 임대사업자에게 임대주택을 임차인에게 우선분양전환할 의무를 부과하면서도, 임대사업자가 이를 위반하여 임대주택을 임차인 아닌 제3자에게 분양전환한 경우에 그 법률행위의 효력에 관하여 명확하게 정하지 않고 있다. 구 임대주택법의 입법 취지와 보호법익, 위반행위의 중대성과 비난가능성, 거래안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공공건설임대주택의 임대사업자의 우선분양전환의무에 관한 구 임대주택법 제21조 제1항, 제2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하고, 이를 위반하여 임대사업자가 우선분양전환권이 있는 임차인이 있음에도 임대주택을 제3자에게 분양전환한 경우 그 분양전환계약은 사법적(私法的)으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구 임대주택법은 임대주택의 건설을 촉진하고 국민의 주거생활을 안정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제1조). 이러한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구 임대주택법은 임대사업자에게 국민주택기금의 장기저리 융자(제5조), 공공택지 우선 공급(제10조), 미분양 주택 우선 공급(제12조) 등 각종 지원을 하고, 그 밖에도 다른 법률에 따라 임대주택의 용적률 완화, 세금 감면 등 혜택을 부여한다. 이에 상응하여 임대사업자에게 각종 의무가 부과되는데, 임대사업자는 임대의무기간 동안 임대주택을 매각할 수 없고(제16조), 일정한 임대주택에 대해서는 분양전환 전까지 제한물권 설정이 금지되며(제18조), 임대조건에 관하여 시장 등의 감독 대상이 되고(제26조), 임대차계약의 해제ㆍ해지ㆍ갱신 거절은 법에서 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제27조). 나아가 국민주택기금ㆍ공공택지 등 공공의 재원을 지원받아 건설된 공공건설임대주택의 임대사업자는 임대보증금에 관한 보증 가입의무(제17조), 임차인의 자격과 선정 방법, 임대보증금, 임대료 등 임대조건의 제한(제20조), 임대의무기간 경과 후 분양전환 대상자ㆍ절차ㆍ가격 제한(제21조) 등 공공의 재원이 투입되지 않은 민간건설임대주택 등에 비하여 더 많은 규제가 부과된다. 구 임대주택법은 이러한 규정들을 통하여 주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경제적 취약 계층에 장기간 거주 가능한 주거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주거 마련의 기회를 제공한다.
(나) 공공건설임대주택의 임차인이 임대주택을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우선적으로 분양전환받을 수 있는 권리는 임차권 못지않게 중요한 권리로 인식되어 왔고, 구 임대주택법은 이러한 임차인의 우선분양전환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수차례 개정되었다.
구 임대주택건설촉진법(1993. 12. 27. 법률 제4629호로 임대주택법으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에는 우선분양전환에 관한 규정이 없었고, 시행규칙에만 관련 규정이 있었으며[구 임대주택건설촉진법 시행규칙(1994. 11. 2. 건설부령 제568호로 구 임대주택법 시행규칙으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 이를 위반할 경우 제재 규정도 없었다.
1993년 구 임대주택법 전부 개정 시 임대의무기간 경과 후 건설임대주택을 매각할 때 무주택세대주에게 우선 매각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법률에 두었고(제15조), 2002. 12. 26. 법률 개정 시에는 제15조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하였다(제22조 제5호). 2008. 3. 21. 구 임대주택법을 전부 개정하면서 임차인의 우선분양전환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규정을 대폭 신설하였다. 시장 등의 분양전환승인제도를 도입하여(제21조 제3항) 분양전환 관련 규정 준수 여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였다. 종전에는 임대인이 분양전환을 지연하여도 임차인에게 별다른 대응책이 없었는데, 임차인들도 직접 분양전환승인을 신청할 수 있고(제21조 제5항), 분양전환승인 후 임대인이 분양전환에 응하지 않으면 임차인이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제21조 제8항). 또한 임대사업자는 임차인들이 분양전환승인 후 6개월 이상 분양전환에 응하지 않은 경우에만 임대주택을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게 되었다(제21조 제7항).
(다) 이와 같이 구 임대주택법은 경제적 취약 계층의 주거생활 안정을 목적으로 하고, 그중에서도 특히 구 임대주택법 제21조는 공공의 재원이 투입된 임대주택을 임차인이 우선적으로 분양받아 주거를 마련할 기회를 보장한다는 면에서 보호법익의 공익적 성격이 강하다. 임대사업자가 각종 지원과 혜택을 받고도 그에 상응하는 의무를 위반하여 임차인의 우선분양전환권을 침해하는 것은 위반행위가 중대하고 비난가능성이 크며, 임차인이 임대사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더라도 임대사업자가 무자력인 경우에는 임차인이 손해를 전보받지 못하게 된다.
이와 같이 임대사업자가 임대주택을 제3자에게 분양전환한 경우 그 계약이 유효하다고 하면 임차인의 우선분양전환권을 침해하고 구 임대주택법의 입법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임대사업자에게 형사적 제재를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러한 입법 취지를 사법적 법률관계에서도 관철시켜 계약을 무효로 볼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구 임대주택법 규정을 강행규정으로 보아 위반행위가 사법적으로 무효라고 본 예가 많다. 임대사업자가 임대의무기간 경과 전에 임대주택을 매각하는 것은 구 임대주택법의 입법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하여 사법상으로 무효라고 하였고(대법원 2005. 6. 9. 선고 2005다11046 판결 참조), 공공건설임대주택의 임대보증금과 임대료의 상한을 정한 규정은 법령의 목적과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그에 반하는 약정의 사법적 효력을 제한하는 효력규정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16. 11. 18. 선고 2013다4223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특히 공공건설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격 산정기준에 관한 구 임대주택법 등 관련 법령의 규정들은 강행법규이므로 산정기준에 따른 금액을 초과한 가격으로 체결된 분양전환계약은 그 초과하는 범위 내에서 무효라고 하였다(대법원 2011. 4. 21. 선고 2009다9707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6다2619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과 같이 임대사업자가 임대주택을 임차인이 아닌 제3자에게 매각하는 것은 임대주택을 임차인에게 분양전환하면서 적정 가격을 준수하지 않은 것보다 그 위반의 정도나 비난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라) 임대주택을 매수하려는 제3자는 계약의 상대방인 임대사업자나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임차인 또는 분양전환승인권자인 관할 시장 등을 통하여 해당 주택이 공공건설임대주택인지 여부, 분양전환승인이 있었는지 여부, 거주 임차인이 무주택자인지 여부[임대사업자는 구 임대주택법 시행규칙(2015. 12. 29. 국토교통부령 제270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2조 제2항 제4호, 구「주택공급에 관한 규칙」(2015. 12. 29. 국토교통부령 제268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의2에 따라 분양전환을 하는 경우 임차인의 주택 소유 여부에 관한 전산검색을 국토교통부장관에게 의뢰할 수 있다], 임대사업자에게 부도나 파산과 같은 사실이 발생하여 주택을 소유한 임차인에게도 우선분양전환권이 있는지 여부(임대사업자의 부도 등이 발생하면 국민주택기금 수탁자는 지체 없이 관할 시장 등에게 그 사실을 신고하여야 하고, 시장 등은 임차인에게 부도 등 발생사실과 대책을 알리고, 임대차관계, 관리 현황 등 실태를 조사하여야 하며, 임차인대표회의가 구성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여야 한다. 구 임대주택법 제23조, 제24조, 제30조 참조) 등을 사전에 알아볼 수 있다. 또한 임대사업자가 우선분양전환권 있는 임차인이 6개월 이상 분양전환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 임대주택법 제21조 제7항에 따라 일반 분양을 실시하는 경우에는 임차인에게 분양전환을 희망하는지 물어보고, 임차인이 이를 희망하는 등 임대사업자와 사이에 분양전환에 관한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임차인, 임대사업자와 시장 등을 통하여 분양전환승인일, 임대사업자가 임차인에게 분양전환신청을 할 것을 안내ㆍ통보하였는지 여부 등을 조사하여 임차인의 우선분양전환권이 소멸하였는지 여부를 사전 조사할 수 있다. 따라서 구 임대주택법 제21조 제1항, 제2항에 반하는 분양전환계약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매수인이 예측 불가능한 손해를 입거나 거래안전이 심각하게 침해된다고 볼 수 없다.
(마) 종래 대법원 1997. 6. 13. 선고 97다3606 판결은 임대주택법령을 위반하여 우선매각 대상자가 아닌 제3자에게 임대주택을 매각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매매의 사법상 효력이 무효로 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위 판결은 우선분양전환의무 위반에 관한 형사처벌 규정이 신설되기 이전의 구 임대주택법(1993. 12. 27. 법률 제4629호로 구 임대주택건설촉진법이 전부 개정된 것)이 적용되었던 사안에 관한 것이다. 그 후 법률이 개정되어 형사처벌 규정뿐만 아니라 분양전환승인제도 등 임차인의 우선분양전환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여러 규정이 신설되었고 이 사건에는 위와 같이 개정된 법률이 적용되므로, 위 대법원 97다3606 판결은 이 사건에 적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다. 이 사건에 관한 판단
위 2.에서 보았듯이 피고 반석주택이 피고 2 등과 분양계약을 체결한 세대에는 우선분양전환권이 있는 임차인들이 있으므로, 피고 반석주택이 위 피고들과 체결한 각 분양전환계약은 강행규정인 구 임대주택법 제21조 제1항, 제2항에 반하여 무효이다. 피고 2 등은 임대주택의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였으므로 위 임대주택에 관한 피고 반석주택의 우선분양전환에 관한 의무를 승계할 여지도 없다.
원심이 피고 2 등이 피고 반석주택의 의무를 승계하였음을 전제로 원고 1의 피고 2에 대한 제1 예비적 청구, 원고 4, 원고 5의 피고 5, 피고 7에 대한 주위적 청구 중 소유권이전등기 청구를 일부 인용한 것에는 구 임대주택법 제21조 제1항, 제2항을 위반한 분양전환계약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원고들 상고이유 제3, 4, 5점, 피고 2 등 상고이유 제1, 3점은 모두 피고 반석주택과 위 피고들 사이의 분양전환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여, 피고 2 등이 피고 반석주택의 분양전환에 관한 의무를 승계하지 않는다거나(피고 2 등 상고이유 제1점), 원고 1, 원고 4, 원고 5가 피고 2 등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와 상환 이행할 분양전환대금 액수를 다투는 취지이다(원고들 상고이유 제3, 4점, 피고 2 등 상고이유 제3점). 원고들 상고이유 제5점은 피고 2 등의 우선분양전환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경우 피고 반석주택, 안성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제3 예비적 청구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위에서 본 것처럼 피고 반석주택과 피고 2 등 사이의 분양전환계약이 무효라고 보는 이상, 이 부분 상고이유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6. 임대차계약에 관한 청구(원고들 상고이유 제6점)
원심은, 표준임대보증금의 산정요소인 건설원가는 실제 건축비가 아니라 구「공공건설임대주택의 표준건축비」(2000. 7. 27. 건설교통부고시 제2000-196호)에 따른 표준건축비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표준임대보증금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7. 파기 범위
원심판결 중 분양전환에 관한 원고 3, 의료법인 음성소망의료재단의 청구 부분은 위 원고들에게 우선분양전환권이 없다는 전제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것으로, 위 원고들의 상고가 이유 있으므로 모두 파기해야 한다.
원고 1의 피고 2에 대한 제1 예비적 청구 중 위 피고 패소 부분은 위 5.에서 본 것처럼 직권으로 파기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원고 4, 원고 5의 피고 5, 피고 7에 대한 각 주위적 청구 중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에 관한 위 피고들 패소 부분도 파기하여야 하고, 위 청구들과 불가분적으로 결합된 위 피고들에 대한 제1 예비적 청구 부분도 함께 파기해야 한다.
원고 1, 원고 4, 원고 5의 피고 반석주택, 안성시에 대한 제3 예비적 청구는 민사소송법 제70조에서 정한 주관적ㆍ예비적 공동소송에 해당한다. 주위적 공동소송인에 대한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경우에는 합일확정의 필요에 따라 예비적 공동소송인에 대한 부분도 함께 파기해야 하므로, 원심판결 중 주위적 피고인 피고 2 등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는 이상 예비적 피고인 피고 반석주택, 안성시에 대한 제3 예비적 청구 부분도 함께 파기해야 한다.
8. 결론
원심판결 중 분양전환에 관한 ① 원고 3, 의료법인 음성소망의료재단의 청구 부분, ② 원고 1의 피고 2에 대한 제1 예비적 청구 중 위 피고 패소 부분과 피고 반석주택, 안성시에 대한 제3 예비적 청구 부분, ③ 원고 4, 원고 5의 피고 5, 피고 7에 대한 각 주위적 청구 중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에 관한 위 피고들 패소 부분, 위 피고들에 대한 제1 예비적 청구 부분, 피고 반석주택, 안성시에 대한 제3 예비적 청구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 분양전환과 관련한 ① 원고 2의 상고, ② 원고 1의 주위적 청구와 제1, 2 예비적 청구에 관한 상고와 ③ 원고 4, 원고 5의 주위적 청구와 제2 예비적 청구에 관한 상고 및 임대보증금과 임대료에 관한 원고들의 피고 반석주택, 안성시에 대한 상고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고, 원고 2의 상고로 인한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김재형(주심) 노정희 |
219,575 | 법인세등부과처분취소 | 2017두66244 | 20,210,930 | 선고 | 대법원 | 세무 | 판결 | 甲 주식회사와 乙 주식회사가 합병 과정에서 甲 회사의 주식을 시가보다 높게 평가하고 乙 회사의 주식을 시가보다 낮게 평가하여 乙 회사 주식에 대하여 합병신주를 적게 배정함으로써 乙 회사의 주주들이 특수관계에 있는 甲 회사의 주주들에게 이익을 분여하였다고 보아 과세관청이 甲 회사에 구 법인세법 제52조,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8호 (가)목, 제89조 제5항, 제6항에 따라 법인세를, 특수관계에 있는 甲 회사의 주주들에게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8조 제1항,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28조 제3항 내지 제6항에 따라 증여세를 부과한 사안에서,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28조가 정한 방법에 따라 합병에 따른 증여이익을 계산하여 한 위 처분들이 적법하다고 한 사례 | null | 구 법인세법(2010. 12. 30. 법률 제1042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2조 제1항, 제4항, 구 법인세법 시행령(2010. 6. 8. 대통령령 제2218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8조 제1항 제8호 (가)목, 제89조 제5항, 제6항,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11. 12. 31. 법률 제111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8조 제1항, 제2항(현행 제38조 제3항 참조),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2012. 2. 2. 대통령령 제235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8조 제3항, 제4항(현행 제28조 제3항 제2호 참조), 제5항 제2호, 제6항 | null |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서경 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백제흠 외 4인)
【원고 1의 소송수계신청인】
주식회사 서호 (소송대리인 변호사 백제흠 외 4인)
【피고, 피상고인】
강동세무서장 외 1인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김재방 외 3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7. 9. 29. 선고 2016누78686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수계신청인의 소송수계신청을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상고로 인한 부분은 원고들이, 소송수계신청으로 인한 부분은 소송수계신청인이 각각 부담한다.
【이 유】
1.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에 대한 판단
가. 사안의 개요
(1) 원고 주식회사 서경(이하 ‘서경’이라고 한다)은 원고 2, 원고 3이 주주인 비상장법인, 주식회사 에스텍(이하 ‘에스텍’이라고 한다)은 소외인, 원고 서경 및 에스텍이 주주인 비상장법인이고, 원고 2, 원고 3은 소외인의 아들과 배우자이다.
(2) 원고 서경은 2010. 4. 27. 에스텍을 흡수합병하였고(이하 ‘이 사건 합병’이라고 한다), 그 결과 원고 서경이 보유하던 에스텍 주식 165,932주(이하 ‘이 사건 포합주식’이라고 한다)와 에스텍이 보유하던 자기주식 40,000주(이하 ‘이 사건 자기주식’이라고 한다)에 대하여 합병신주 합계 51,050주가 배정되어 원고 서경이 이를 보유하게 되었다.
(3) 피고들은 원고 서경과 에스텍이 이 사건 합병 과정에서 원고 서경의 주식을 시가보다 높게 평가하고 에스텍의 주식을 시가보다 낮게 평가하여 에스텍 주식에 대하여 합병신주를 적게 배정함으로써 에스텍의 주주들이 특수관계에 있는 원고 서경의 주주들에게 이익을 분여하였다고 보았다.
(4) 이에 피고 청주세무서장은 이 사건 포합주식 및 이 사건 자기주식과 관련하여 2013. 7. 1. 원고 서경에게 구 법인세법(2010. 12. 30. 법률 제1042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52조, 구 법인세법 시행령(2010. 6. 8. 대통령령 제2218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88조 제1항 제8호 (가)목, 제89조 제5항, 제6항에 따라 원고 서경의 2010 사업연도 법인세와 에스텍의 2010 의제사업연도 법인세를 부과하였고(이하 ‘이 사건 법인세 부과처분’이라고 한다), 피고 강동세무서장은 2013. 7. 5. 원고 2, 원고 3에게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11. 12. 31. 법률 제111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상증세법’이라고 한다) 제38조 제1항,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2012. 2. 2. 대통령령 제235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상증세법 시행령’이라고 한다) 제28조 제3항 내지 제6항에 따라 각 증여세를 부과하였다(이하 ‘이 사건 증여세 부과처분’이라고 한다).
나. 관련 규정
(1) 구 법인세법 제52조 제1항은 ‘내국법인의 행위 또는 소득금액의 계산이 특수관계에 있는 자와의 거래로 인하여 그 법인의 소득에 대한 조세의 부담을 부당히 감소시킨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법인의 행위 또는 소득금액의 계산에 관계없이 그 법인의 각 사업연도 소득금액을 계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4항의 위임에 따른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8호 (가)목은 ‘특수관계자인 법인 간에 불공정한 비율로 합병하여 주주인 법인이 특수관계자인 다른 주주에게 이익을 분여한 경우’를 구 법인세법 제52조 제1항에서 정한 ‘조세의 부담을 부당히 감소시킨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는 제5항에서 ‘제88조의 규정에 의한 부당행위계산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시가와의 차액 등을 익금에 산입하여 해당 법인의 각 사업연도 소득금액을 계산한다.’고 규정하고, 제6항에서 ‘제5항의 규정에 의하여 익금에 산입할 금액의 계산에 관하여는 그 유형에 따라 구 상증세법 제38조, 구 상증세법 시행령 제28조 제3항 내지 제6항 등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한편 구 상증세법 제38조는 제1항에서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의 합병으로 인하여 합병당사법인의 대주주가 일정한 이익을 받은 경우에는 그 이익에 상당하는 금액을 증여재산가액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제2항에서 위 이익에 상당하는 금액은 합병당사법인의 주주가 소유하는 주식에 대하여 합병 직후와 합병 직전을 기준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평가한 가액의 차액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위임을 받은 구 상증세법 시행령 제28조는 구 상증세법 제38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평가가액의 차액은 다음의 산식, 즉 ‘합병 후 신설 또는 존속하는 법인의 1주당 평가가액 - [주가가 과대평가된 합병당사법인의 1주당 평가가액 × (주가가 과대평가된 합병당사법인의 합병 전 주식 수 ÷ 주가가 과대평가된 합병당사법인의 합병 후 주식 수)] × 주가가 과대평가된 합병당사법인의 대주주의 합병 후 주식 수’에 따라 계산하되(제3항, 제4항), 여기서 ‘합병 후 신설 또는 존속하는 법인의 1주당 평가가액’은 그 법인이 비상장법인인 경우에는 ‘주가가 과대평가된 합병당사법인의 합병 직전 주식가액과 주가가 과소평가된 합병당사법인의 합병 직전 주식가액을 합한 가액을 합병 후 신설 또는 존속하는 법인의 주식 수로 나눈 가액’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5항 제2호).
다. 이 사건 법인세 부과처분 및 이 사건 증여세 부과처분에 관하여
(1) 합병으로 얻은 이익의 과대평가 여부(상고이유 제1점)
(가) 이 부분 상고이유는, 합병법인이 합병 전 보유하던 피합병법인의 주식에 대하여 합병신주를 배정받아 자기주식으로 보유하게 되는 경우, 구 상증세법 시행령 제28조가 정한 방법에 따라 합병에 따른 증여이익을 계산하면 합병법인의 합병 전 주식가액에 이미 반영되어 있는 피합병법인의 주식가액이 다시 반영되는 결과 합병법인의 주식가액이 과대평가되므로, 합병법인이 합병 전 보유하던 피합병법인의 주식을 소각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주식가액을 합병법인의 주식가액에서 공제하여 합병에 따른 증여이익을 계산하여야 함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구 상증세법 시행령 제28조가 정한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합병에 따른 증여이익을 계산하여 한 이 사건 법인세 부과처분과 이 사건 증여세 부과처분은 위법하다는 취지이다.
(나) 원심은, 원고 서경이 이 사건 포합주식에 대하여 합병신주를 배정받아 이를 자기주식으로 상당한 기간 보유한 이상, 이에 대하여 합병신주를 배정받지 않거나 합병신주를 배정받아 합병과 동시에 이를 소각한 경우와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고, 그러한 자기주식에도 양도성과 자산성이 있어 이를 다른 주주들이 소유한 주식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는 등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구 상증세법 시행령 제28조가 정한 방법에 따라 합병에 따른 증여이익을 계산하여 한 이 사건 법인세 부과처분과 이 사건 증여세 부과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규정과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구 상증세법 시행령 제28조의 해석 및 그 위임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자기증여 또는 자기이익분여 여부(상고이유 제2점)
(가) 이 부분 상고이유는, 원고 2, 원고 3이 합병 전 원고 서경의 주식을 소유함으로써 이 사건 포합주식과 이 사건 자기주식을 간접적으로 소유하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포합주식과 이 사건 자기주식에 대하여 합병신주가 공정한 합병비율에 비하여 적게 배정됨으로써 원고 2, 원고 3이 얻게 된 이익은 자기가 자기에게 분여한 이익에 불과하고, 따라서 위 이익에 대하여 원고 2, 원고 3에게 증여세를 부과하거나 원고 서경과 에스텍에게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을 적용하여 법인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나) 원심은, 법인의 주주가 그 지분 범위 내에서 해당 법인의 자산에 대한 권리를 보유하더라도 그 자산 자체를 주주가 소유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등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포합주식과 이 사건 자기주식에 대하여 합병신주가 적게 배정됨에 따라 원고 2, 원고 3이 얻은 이익에 대하여는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고, 이익을 분여한 원고 서경과 에스텍에 대하여는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을 적용하여 법인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규정과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구 법인세법 제52조 및 구 상증세법 제38조의 이익분여의 개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원고 서경과 에스텍의 조세 부담의 부당 감소 여부(상고이유 제3점)
(가) 이 부분 상고이유는, 이 사건 포합주식이나 이 사건 자기주식에 대하여 합병신주를 적게 배정하였더라도, 원고 서경과 에스텍의 조세 부담이 부당하게 감소하지 않았으므로, 원고 서경과 에스텍에게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을 적용하여 법인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나) 원심은, 이 사건 포합주식과 이 사건 자기주식에 대하여 합병신주가 공정한 합병비율에 비하여 적게 배정됨으로써 합병 전 원고 서경과 에스텍이 원고 2, 원고 3에게 이익을 분여하였다고 볼 수 있는 이상, 이는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8호 (가)목에 해당하여 조세의 부담을 부당히 감소시킨 것으로 인정되므로, 원고 서경과 에스텍에 대하여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을 적용하여 법인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규정과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구 법인세법 제52조의 적용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라. 원고 서경에 대한 2011 사업연도 법인세 부과처분에 관하여
이 사건 상고장에는 피고 청주세무서장이 2013. 7. 1. 원고 서경에게 한 2011 사업연도 법인세 부과처분에 대한 부분도 상고대상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그에 관한 적법한 상고이유의 기재가 없다.
2. 소송수계신청에 대한 판단
소송수계신청인은 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2018. 10. 1. 원고 서경을 흡수합병하여 원고 서경의 권리·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18. 10. 17. 소송수계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상고심의 소송절차가 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단계에 이르러 변론 없이 판결을 선고할 때에는 소송수계신청인이 소송을 수계할 필요가 없으므로 위 소송수계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수계신청인의 소송수계신청을 기각하며, 상고비용 중 상고로 인한 부분은 패소자가, 소송수계신청으로 인한 부분은 소송수계신청인이 각각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흥구(재판장) 김재형 안철상(주심) 노정희 |
219,361 | 임금 | 2019다288898 | 20,210,930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어떠한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2] 甲 주식회사가 4조 3교대 근무형태의 생산기능직 근로자 중 해당 월에 심야조 근무를 한 근로자들에게 단체협약에 따라 야간교대수당을 지급하였는데, 甲 회사의 근로자인 乙 등이 야간교대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여 재산정한 추가 법정수당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야간교대수당은 심야조 근무에 대한 대가로 일률적·정기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성질을 갖추고 있다고 봄이 타당한데도, 야간교대수당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null | [1]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 / [2]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 제56조,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 | [1]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공2014상, 236) |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별지 원고 명단 기재와 같다.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신영훈)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금호타이어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주완 외 4인)
【원심판결】
광주고법 2019. 10. 16. 선고 2013나1011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의 별지1 명단 기재 원고들 패소 부분 중 야간교대수당에 기초한 추가 법정수당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별지1 명단 기재 원고들의 나머지 상고와 별지2 명단 기재 원고들 및 피고의 각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별지2 명단 기재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생긴 상고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고들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체력단련비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지급한 체력단련비는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통상임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나. 야간교대수당에 관하여
1)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의 생산기능직 근로자는 주간조와 교대조로 구분되고, 교대조 근무형태는 다시 4조 3교대와 2조 2교대로 구분된다.
나) 피고의 4조 3교대 근무형태는 오전조, 오후조, 심야조, 휴무조를 순환하여 근무하는 방식으로, 4조 3교대에 속한 피고의 근로자들은 20일을 주기로 각 교대조가 5일을 일하고 2일을 쉬고 근무조를 바꾸어 5일을 일하고 2일을 쉰 다음 다시 근무조를 바꾸어 5일을 일하고 1일을 쉬는 것을 반복하는 방식(오후조, 심야조 근무 이후의 휴일은 각 2일이고, 오전조 근무 이후의 휴일은 1일이다)으로 근무하였다. 2조 2교대는 주간조와 야간조를 순환하여 근무하는 근무형태이다.
다) 피고는 4조 3교대에 속한 근로자 중 해당 월에 심야조 근무를 한 근로자들에게 이 사건 단체협약에 따라 매월 50,000원을 야간교대수당으로 지급하였다.
라) 이 사건 단체협약 제62조 제2항 (라)목은 ‘교대조 근무형태는 4조 3교대를 원칙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2)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지급한 야간교대수당은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로 평가할 수 없으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어떠한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는지 여부는 그 임금이 소정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인지를 기준으로 그 객관적인 성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임금의 명칭이나 그 지급주기의 장단 등 형식적 기준에 의해 정할 것이 아니다.
소정근로의 대가라 함은 근로자가 사용자와 사이에 법정근로시간의 범위에서 정한 근로시간(이하 ‘소정근로시간’이라고 한다)에 통상적으로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에 관하여 사용자와 근로자가 지급하기로 약정한 금품을 말한다. 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를 제공하거나 근로계약에서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 외의 근로를 특별히 제공함으로써 사용자로부터 추가로 지급받는 임금이나 소정근로시간의 근로와는 관련 없이 지급받는 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라 할 수 없으므로 통상임금에 속하지 아니한다. 소정근로의 대가가 무엇인지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에 통상적으로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자의 근로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그에 대하여 얼마의 금품을 지급하기로 정하였는지를 기준으로 전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통상임금이 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근로를 제공할 때 가산임금 등을 산정하는 기준임금으로 기능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것은 당연히 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에 통상적으로 제공하는 근로의 가치를 금전적으로 평가한 것이어야 하고 또한 근로자가 실제로 연장근로 등을 제공하기 전에 미리 확정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요건이 구비되어 있다면 그 명칭과 관계없이 모두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본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아래와 같이 판단할 수 있다.
(1) 피고가 지급한 야간교대수당은 4조 3교대에 속한 근로자 중에서 해당 월에 심야조 근무를 한 근로자에게, 4조 3교대 근무 전체가 아닌, 그중 심야조 근무에 대한 대가로 지급된 것이다. 심야조 근무는 피고와 이 사건 노조가 단체협약에서 4조 3교대조의 근무형태를 정하고 그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의 일부 시간대에 제공되는 노무일 뿐이고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제공되는 것이 아니다. 피고는 해당 월에 심야조 근무를 1회라도 한 근로자 전원에게 야간교대수당을 지급하였고, 그 지급에 야간근로시간 수가 일정 시수에 도달할 것을 요구하거나 야간근로시간 수에 비례하여 지급금액을 달리하지 않았으며, 심야조 근무 횟수와 무관하게 매월 50,000원의 고정금액을 지급하였다. 결국 피고와 이 사건 노조는 이와 같은 심야조 근무에 따른 근로의 가치를 금전적으로 평가하여 이 사건 단체협약으로써 야간교대수당을 미리 확정하여 두었다고 보이므로, 야간교대수당은 소정근로의 대가로서의 성질을 갖추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심야조의 근로시간이 야간이라는 사정만으로 이와 달리 볼 수 없다.
(2) 이 사건 단체협약 제65조에서 “야간근로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의 정한 바에 의하여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이 위와 같은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피고가 지급한 야간교대수당은 근로기준법상의 수당이 아니라 이 사건 단체협약에 의하여 비로소 인정되는 약정수당이고, 단체협약 제65조에서 정하는 야간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은 근로기준법 제56조 소정의 법정수당과 동일한 성질의 것이므로, 양자는 서로 별개의 것이기 때문이다.
(3) 피고 사업장의 생산기능직 근로자들은 교대조 근무가 원칙이고, 교대조에 속한 근로자들은 주간조로 배치가 조정되지 않는 한 계속 교대조에서 근무한 것으로 보이므로 야간교대수당의 지급조건인 교대조 근무는 고정적 조건에 해당한다. 이와 같이 피고가 지급한 야간교대수당은 일률적·정기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성질 역시 갖추었다고 보인다.
4) 그럼에도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가 지급한 야간교대수당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통상임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피고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제1점 및 제2점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지급한 곡성 교통비 보조금과 공정지원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통상임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나. 제3점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교대조 근로자들과 30분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에 포함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보고 야간·휴일근로수당을 산정함에 있어 실제 근로시간 7시간 30분에 위 30분을 더한 8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적용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근로기준법의 보충성 원칙, 인정근로시간 및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변론주의 위반 또는 석명권 불행사,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다. 제4점에 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주휴일과 이 사건 단체협약에서 정한 약정 유급일이 같은 날인 경우 원고들이 수령한 유급휴일수당 중 약정 유급일에 대한 부분의 금액을 공제하여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근로기준법의 보충성 원칙 및 휴일제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파기범위
별지2 명단 기재 원고들은 야간교대수당을 통상임금 항목으로 청구하지 않았다. 따라서 원심판결의 위 원고들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별지1 명단 기재 원고들이다) 패소 부분 중 야간교대수당에 기초한 추가 법정수당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별지1 명단 기재 원고들 패소 부분 중 야간교대수당에 기초한 추가 법정수당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별지1 명단 기재 원고들의 나머지 상고와 별지2 명단 기재 원고들 및 피고의 각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별지2 명단 기재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생긴 상고비용은 각자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1] 원고 명단: 생략]
[[별 지 2] 원고 명단: 생략]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재연(주심) 민유숙 천대엽 |
227,001 | 용역대여금청구의소 | 2020나85384 | 20,210,930 | 선고 | 서울중앙지방법원 | 민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원고, 피항소인】
원고
【피고, 항소인】
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장수혁)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11. 13. 선고 2019가단28278 판결
【변론종결】
2021. 8. 24.
【주 문】
1. 피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청구취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600만원과 이에 대하여 2019. 11. 1.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금액을 지급하라.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피고들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제1심판결의 인용
이 법원의 판결이유는 제1심판결의 이유 기재와 같으므로(제1심 공동피고 ○○○에 대한 부분 제외),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결 론
그렇다면 제1심판결은 정당하므로, 피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정원(재판장) 김유성 최은주 |
218,187 | 공사대금 | 2021다239745 | 20,210,930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동일한 채권자에게 다수의 채무를 부담하는 채무자가 변제에 충당할 채무를 지정하지 아니한 채 모든 채무를 변제하기에 부족한 금액을 변제한 경우, 모든 채무에 대한 승인으로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이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 동일한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다수의 채권이 존재하는 경우 채무자가 변제를 충당하여야 할 채무를 지정하지 않고 모든 채무를 변제하기에 부족한 금액을 변제한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변제는 모든 채무에 대한 승인으로서 소멸시효를 중단하는 효력을 가진다. 채무자는 자신이 계약당사자로 있는 다수의 계약에 기초를 둔 채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 통상적이므로, 변제 시에 충당할 채무를 지정하지 않고 변제를 하였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수의 채무 전부에 대하여 그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을 표시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민법 제168조 제3호 | null |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동서남북 담당변호사 김종영)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동인 담당변호사 이지윤 외 2인)
【원심판결】
수원고법 2021. 5. 13. 선고 2020나10196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등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시효중단 사유로서 채무승인에 관한 주장(상고이유 제1점)
가. 동일한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다수의 채권이 존재하는 경우 채무자가 변제를 충당하여야 할 채무를 지정하지 않고 모든 채무를 변제하기에 부족한 금액을 변제한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변제는 모든 채무에 대한 승인으로서 소멸시효를 중단하는 효력을 가진다. 채무자는 자신이 계약당사자로 있는 다수의 계약에 기초를 둔 채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 통상적이므로, 변제 시에 충당할 채무를 지정하지 않고 변제를 하였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수의 채무 전부에 대하여 그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을 표시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피고가 원고에게 967,500,000원의 대여금 채무(이하 ‘이 사건 대여금 채무’라 한다)와 1,000,428,000원의 공사대금 채무(이하 ‘이 사건 공사대금 채무’라 한다)를 부담하고 있었고, 피고가 변제를 충당해야 할 채무를 지정하지 않은 채 변제금 명목으로 원고에게 합계 824,000,000원(이하 ‘이 사건 변제금’이라 한다)을 지급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변제금을 지급한 것이 이 사건 대여금 채무와 공사대금 채무 모두에 대한 승인으로서 그에 대응하는 채권 전체에 관한 소멸시효가 중단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법정충당과 채무승인은 별개의 문제임에도 이를 관련지어 판단한 것은 적절하지 않으나 이 사건 변제금의 지급으로써 이 사건 대여금 채무와 공사대금 채무 모두에 대한 승인이 이루어졌다고 판단한 결론은 정당하고,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채무승인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상고이유 제2, 3, 4점)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은 모두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사항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을 다투는 것에 지나지 않아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결론
피고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19,593 | 국가유공자자녀비해당결정취소 | 2021두38635 | 20,210,930 | 선고 | 대법원 | 일반행정 | 판결 | [1] 확정판결의 기판력의 의미와 효과 및 후소의 소송물이 전소의 소송물과 동일하지 않더라도 전소의 소송물에 대한 판단이 후소의 선결문제가 되거나 모순관계에 있는 경우, 후소에서 전소 확정판결의 판단과 다른 주장을 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구 가사심판법에 따른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심판이 확정된 경우, 그 심판 내용에 반하는 신분관계를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 null | [1]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218조 제1항 / [2] 구 가사심판법(1990. 12. 31. 법률 제4300호 가사소송법 부칙 제2조로 폐지) 제2조 제1항 제2호 (라)목[현행 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가)목 참조], 구 인사소송법(1990. 12. 31. 법률 제4300호 가사소송법 부칙 제2조로 폐지) 제32조(현행 가사소송법 제21조 제1항 참조), 제35조 | [1] 대법원 1987. 6. 9. 선고 86다카2756 판결(공1987, 1141), 대법원 1995. 3. 24. 선고 94다46114 판결(공1995상, 1728), 대법원 2002. 12. 27. 선고 2000다47361 판결(공2003상, 495),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9다261381 판결(공2020하, 1093) / [2] 대법원 1992. 7. 24. 선고 91므566 판결(공1992, 2560) |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강남 담당변호사 김재훈 외 1인)
【피고, 상고인】
서울지방보훈청장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1. 4. 15. 선고 2020누5764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가.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따르면, 확정판결의 주문에 포함된 법률적 판단과 동일한 사항이 소송상 문제가 되었을 때 당사자는 이에 저촉되는 주장을 할 수 없고 법원도 이에 저촉되는 판단을 할 수 없다(대법원 1987. 6. 9. 선고 86다카2756 판결,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9다261381 판결 등 참조). 후소의 소송물이 전소의 소송물과 동일하지 않더라도 전소의 소송물에 관한 판단이 후소의 선결문제가 되거나 모순관계에 있을 때에는 후소에서 전소 확정판결의 판단과 다른 주장을 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1995. 3. 24. 선고 94다46114 판결, 대법원 2002. 12. 27. 선고 2000다47361 판결 등 참조).
나. 구 가사심판법(1990. 12. 31. 법률 제4300호로 폐지되었다. 이하 같다)에 따른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심판이 확정되면, 그 기판력은 구 인사소송법(1990. 12. 31. 법률 제4300호로 폐지되었다) 제35조, 제32조에 따라 제3자에게도 효력이 있다. 따라서 누구도 소송상으로나 소송 밖에서 그 심판 내용에 반하는 신분관계를 주장할 수 없다(대법원 1992. 7. 24. 선고 91므566 판결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생년월일 생략) 출생하였다. 소외 1과 소외 2는 1950. 6. 7. 혼인신고를 하고, 1950. 6. 9. 원고를 그들의 자녀로 출생신고하였다.
나. 소외 1은 6·25 전쟁에 참전하였다가 1951. 2. 13. 전사하였고, 국가유공자(전몰군경)로 등록되었다.
다. 서울가정법원은 소외 1의 형제인 소외 3의 배우자 소외 4가 원고를 상대로 위 법원 86드2325호로 구 가사심판법에 따라 제기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청구 사건에서 1986. 6. 23. ‘원고와 소외 1, 소외 2 사이에 각 친생자관계가 없음을 확인한다.’라는 심판을 선고하였고(이하 ‘이 사건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심판’이라 한다), 위 심판은 1986. 7. 16. 확정되었다.
라. 피고는 2019. 9. 19. 원고에 대하여 원고가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 제2호의 적용을 받는 소외 1의 자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하였다.
마. 원고는 자신이 소외 1의 자녀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3.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다음과 같이 판단할 수 있다.
가. 이 사건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심판이 확정됨에 따라 ‘원고와 소외 1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 관하여 기판력이 발생하였고, 그 효력은 제3자에게도 미친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에게 자신이 소외 1의 자녀라고 주장할 수 없고, 피고도 원고를 소외 1의 자녀로 인정할 수 없다. 이 사건 소송에서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를 판단할 때 원고가 소외 1의 자녀인지 여부가 선결문제로 다투어지고 있으므로, 법원으로서도 이 사건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심판의 기판력과 저촉되는 판단, 즉 원고가 소외 1의 자녀라는 판단을 할 수 없다. 결국 원고가 국가유공자인 소외 1의 자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나. 그런데도 원심은 원고가 소외 1의 사실상의 자녀이고, 이 사건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심판이 확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를 소외 1의 자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하여,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말았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심판의 기판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재연(주심) 민유숙 천대엽 |
219,353 | 손해배상(기) | 2018다272988 | 20,210,930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환매권에 관하여 규정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91조 제1항에서 말하는 ‘당해 사업’과 ‘취득한 토지가 필요 없게 된 때’의 의미 및 이때 취득한 토지가 필요 없게 되었는지 판단하는 방법 / 사업시행자가 사업인정을 전제하지 않고 있는 구 공공용지의 취득 및 손실보상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토지 등을 협의취득하거나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14조에 따라 사업인정 전에 토지 등을 협의취득한 경우, ‘당해 사업’을 특정하는 방법 | null |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 제20조, 제91조 제1항, 구 토지수용법(2002. 2. 4. 법률 제6656호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 제14조, 구 공공용지의 취득 및 손실보상에 관한 특례법(2002. 2. 4. 법률 제6656호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 제2조 제4호 | 대법원 1994. 1. 25. 선고 93다11760, 11777, 11784 판결(공1994상, 795), 대법원 1997. 11. 11. 선고 97다36835 판결(공1997하, 3774),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30782 판결(공2010하, 1987),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3다60401 판결 |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종기 외 3인)
【피고, 상고인】
충청남도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광장 담당변호사 신영철 외 3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8. 8. 31. 선고 2018나2015077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원심은, ① 이 사건 학교시설사업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이라 한다) 제4조 제4호가 정하고 있는 공익사업에 해당하는 점, ② 토지보상법과 구 「공공용지의 취득 및 손실보상에 관한 특례법」(2002. 2. 4. 법률 제6656호로 제정된 토지보상법 부칙 제2조에 의하여 2003. 1. 1. 폐지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공특법’이라 한다)에 따라 이 사건 학교시설사업에 필요한 토지를 협의취득하기 위하여 반드시 학교시설사업 시행계획의 승인·고시가 필요하다고 볼 수 없는 점, ③ 피고가 이 사건 각 토지를 취득하기 위하여 감정평가를 하고, 보상가격 평정조서 및 공공용지 취득협의서를 작성하여 취득한 후 공공용지의 협의취득을 원인으로 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각 토지의 취득원인은 통상의 매매가 아니라 구 공특법에 따른 협의취득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협의취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가. 토지보상법 제91조 제1항에 따른 환매권은 당해 사업의 폐지·변경 기타의 사유로 인하여 취득한 토지 등의 전부 또는 일부가 필요 없게 된 때에 행사할 수 있다. 여기서 ‘당해 사업’이란 협의취득 또는 수용의 목적이 된 구체적인 특정의 공익사업을 말하고, ‘취득한 토지가 필요 없게 된 때’라 함은 협의취득 또는 수용의 목적이 된 구체적인 특정의 공익사업이 폐지되거나 변경되는 등의 사유로 인하여 당해 토지가 더 이상 그 공익사업에 직접 이용될 필요가 없어졌다고 볼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발생한 때를 말한다. 취득한 토지가 필요 없게 되었는지의 여부는 당해 사업의 목적과 내용, 취득의 경위와 범위, 당해 토지와 사업의 관계, 용도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객관적 사정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7. 11. 11. 선고 97다36835 판결,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3다60401 판결 등 참조).
당해 사업에 대하여 토지보상법상 사업인정이나 구 토지수용법이나 토지보상법에 의한 사업인정으로 의제되는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인가가 이루어졌다면 사업인정이나 실시계획인가의 내용에 따라 ‘당해 사업’을 특정할 수 있다(대법원 1994. 1. 25. 선고 93다11760, 11777, 11784 판결,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30782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사업인정을 전제하지 않고 있는 구 공특법에 따라 토지 등을 협의취득하거나 사업시행자가 토지보상법 제14조에 따라 사업인정 전에 토지 등을 협의취득한 경우에는 사업인정의 내용을 통해 당해 사업을 특정할 수 없으므로, 협의취득 당시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협의취득의 목적이 된 공익사업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나. 원심판결의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① 피고는 2001. 7. 20.경 천안지역에 고등학교 5개를 설립하는 계획의 일환으로 이 사건 토지를 포함한 청수지역에 중부고등학교를 신설하기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학교시설사업을 계획하였고, 당시 청수지역에 택지개발사업을 하려던 천안시에 중부고등학교 설립을 위한 학교부지 선정을 요청한 사실, ② 피고는 천안시와 이 사건 학교시설사업에 관한 협의가 무산되자, 2002. 11. 1.경 부지매입을 늦출 경우 학교부지 매입비가 불용처리될 가능성이 있고, 토지소유자들이 토지를 분할하여 타인에게 매도할 경우 매입협상이 어려워지고 매입가격이 높아져 매입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직접 이 사건 토지를 포함한 청수지역 택지개발사업지역 내 부지를 매입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내부적으로 검토한 사실, ③ 이에 따라 피고는 2002. 12. 5. 이 사건 각 토지를 협의취득한 사실, ④ 피고는 2005. 12. 28. ‘천안 청수지구 택지개발사업’을 위하여 이 사건 각 토지를 천안시 등에게 이전하여 협의취득의 목적이었던 이 사건 학교시설사업에 이 사건 각 토지가 필요 없게 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가 이 사건 학교시설사업이라는 구체적으로 특정된 공익사업을 목적으로 이 사건 각 토지를 협의취득하였으나 이 사건 각 토지는 더 이상 그 공익사업에 직접 이용될 필요가 없어졌으므로, 원고들은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다. 따라서 사업인정을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공익사업의 수행을 위하여 토지 등을 협의취득한 경우에는 구 공특법 또는 토지보상법의 환매권 규정이 적용된다는 원심의 판단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토지보상법상 환매권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가. 원심은,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는 토지보상법상 환매권 규정을 적용하여야 하고, 토지보상법 제91조 제5항에 따르면 피고가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환매권이 발생한 후 이를 제3자에게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협의취득의 등기를 마친 이상 원고들은 제3자에 대하여도 환매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각 토지가 새로운 공익사업에 필요하게 되어 2005. 12. 28. 한국토지공사와 천안시에 이전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들의 환매권이 소멸하는 것은 아니므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환매권이 발생하였음에도 토지보상법의 관련 규정에 따른 통지를 하지 아니한 통지의무 해태로 인하여 원고들이 이 사건 각 토지의 협의취득일로부터 10년인 환매권 행사기간 내에 환매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어 2012. 12. 5. 환매권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토지보상법상 환매권의 상실 시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상고이유 제4점에 대하여
가. 원심은, 이 사건 각 토지의 환매권 상실 당시의 감정평가금액이 원고들이 이 사건 각 토지의 협의매도 당시 수령한 보상금에 인근 유사토지의 지가변동률을 곱한 금액보다 적으므로, 원고들의 환매권 상실로 인한 손해배상액은 위 감정평가금액에서 원고들이 수령한 보상금을 공제한 차액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환매권 상실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 및 그 산정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안철상 노정희(주심) 이흥구 |
219,577 | 공무집행방해 | 2014도17900 | 20,210,930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1] 공무집행방해죄의 전제인 ‘공무집행의 적법성’의 요건과 판단 기준 [2] 구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6조 제1항에 따른 경찰관의 제지 조치가 범죄의 예방을 위한 경찰 행정상 즉시강제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3] 피고인을 포함한 ‘甲 주식회사 희생자 추모와 해고자 복직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약칭 ‘대책위’) 측 사람들이 덕수궁 대한문 앞 화단 주변(‘농성 장소’)을 불법적으로 점거한 뒤 천막·분향소 등을 설치하고 농성을 계속하다가 관할 구청이 행정대집행으로 농성 장소에 있던 적치물들을 철거하였음에도 이에 대한 항의의 일환으로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 명목의 집회를 개최하려고 하자, 출동한 경찰 병력이 농성 장소를 둘러싼 채 진입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피고인 등이 경찰관들을 밀치는 등으로 공무집행을 방해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경찰 병력이 농성 장소를 사전에 둘러싼 뒤 기자회견 명목의 집회 개최를 불허하면서 소극적으로 제지만 한 것은 구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6조 제1항의 범죄행위 예방을 위한 경찰 행정상 즉시강제로서 적법한 공무집행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 null | [1] 형법 제136조 제1항 / [2] 구 경찰관 직무집행법(2014. 5. 20. 법률 제1260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제1항(현행 제6조 참조) / [3] 형법 제30조, 제136조 제1항, 구 경찰관 직무집행법(2014. 5. 20. 법률 제1260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제6조 제1항(현행 제6조 참조) | [1] 대법원 1991. 5. 10. 선고 91도453 판결(공1991, 1678), 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1도4763 판결(공2013하, 1734) / [2]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7도9794 판결(공2008하, 1713), 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2도9937 판결(공2013하, 1272)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여는 담당변호사 송영섭 외 2인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14. 12. 11. 선고 2014노2622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서면은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화단 주변(이하 ‘이 사건 장소’라고 한다)에서 질서유지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던 경찰관들의 공무집행은 범죄행위 등을 예방하고 타인의 생명·신체나 재산에 끼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적법한 공무집행’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를 다투는 피고인의 항소이유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적법한 공무집행이 전제되어야 하고, 그 공무집행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그 행위가 당해 공무원의 추상적 직무 권한에 속할 뿐 아니라 구체적으로 그 권한 내에 있어야 하며, 직무행위로서의 중요한 방식을 갖추어야 한다. 추상적인 권한에 속하는 공무원의 어떠한 공무집행이 적법한지 여부는 행위 당시의 구체적 상황에 기하여 객관적·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사후적으로 순수한 객관적 기준에서 판단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1. 5. 10. 선고 91도453 판결, 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1도4763 판결 등 참조).
구 「경찰관 직무집행법」(2014. 5. 20. 법률 제1260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경찰관 직무집행법’이라고 한다) 제6조 제1항은 “경찰관은 범죄행위가 목전에 행하여지려고 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발하고, 그 행위로 인하여 인명·신체에 위해를 미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어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 중 경찰관의 제지에 관한 부분은 범죄의 예방을 위한 경찰 행정상 즉시강제, 즉 눈앞의 급박한 경찰상 장해를 제거하여야 할 필요가 있고 의무를 명할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의무를 명하는 방법으로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의무불이행을 전제로 하지 않고 경찰이 직접 실력을 행사하여 경찰상 필요한 상태를 실현하는 권력적 사실행위에 관한 근거조항이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2012. 4. 5.경부터 2013. 6. 10. 행정대집행에 이르기 전까지
가)「쌍용자동차 희생자 추모와 해고자 복직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쌍용차 대책위’라고 한다)는 2012. 4. 5.경부터 불법으로 덕수궁 대한문 앞 인도에 천막과 분향소 등을 설치하고 농성해 왔다.
나) 쌍용차 대책위는 2012. 5. 24.경 행정대집행 절차를 통해 천막 등이 철거되었음에도 같은 날 다시 천막을 설치하는 등 상당 기간 동안 대한문 앞 인도에서 점거 및 농성을 계속해 오면서 이를 철거하려는 서울 중구청 직원들과 물리적으로 충돌하였고, 이로 인해 대한문 앞 인도에서 집단적인 폭행·손괴 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하였다.
다) 2013. 3. 3. 노숙자의 방화로 천막이 소훼되고 덕수궁 돌담, 서까래 일부가 훼손되자, 문화재청은 남대문경찰서장에게 ‘집회 시위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경비인력 증원 및 경계강화의 협조’를 구하였고, 서울 중구청장에게도 ‘화재발생지역 등에 화단조성 등 불법시설물 설치 및 집회 시위 원천 차단 등의 협조’를 요청하였다.
라) 이에 서울 중구청이 2013. 4. 4.경 천막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이 사건 화단을 설치하였는데, 쌍용차 대책위는 다시 이 사건 화단 앞 인도에 비닐가림막, 깔판, 분향대, 서명대, 발전기, 기름통 등을 적치하고 농성을 이어갔다.
2) 2013. 6. 10. 행정대집행 및 피고인 등과 경찰 병력의 물리적 충돌
가) 서울 중구청은 2013. 6. 10. 09:15경 행정대집행으로 이 사건 화단 앞 인도 상의 적치물들을 철거하였다.
나) 서울 중구청의 철거 직후에도 이 사건 화단 앞 인도 부근에는 여전히 일부 쌍용차 대책위 측 사람들이 머물며 행정대집행에 대하여 항의를 계속하고 있었다.
다)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경찰 병력들(이하 ‘경찰 병력’이라고 한다)은 행정대집행 직후인 09:30경 출동하여 이 사건 장소에 대한 쌍용차 대책위 측 사람들의 인도 점거, 적치물 재설치, 화단을 비롯한 주변시설 훼손 등을 막기 위해 이 사건 장소를 둘러싸고 지켰다.
라) 쌍용차 대책위 측 사람들은 행정대집행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하여 11:00경 이 사건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예고하였다. 그러나 경찰 병력은 09:30경 이 사건 장소를 둘러싼 이후로 쌍용차 대책위 측 사람들이 이 사건 장소에 진입하는 것을 막았다.
마) 쌍용차 대책위 측 사람들은 이 사건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어렵게 되자, 그 주변에서 1인씩 경찰 병력의 기자회견 방해행위와 행정대집행을 비판하는 취지의 자유발언을 하는 항의집회를 계속하였다.
바) 경찰은 쌍용차 대책위 측 사람들의 기자회견과 항의집회에 대하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고 한다)에 따른 신고가 없었다는 이유 등을 들어 11:00경 자진해산요청, 11:07경 1차 해산명령, 11:15경 2차 해산명령, 11:24경 3차 해산명령, 11:53경 4차 해산명령을 하였다.
사) 그 후 12:10경 피고인 등 쌍용차 대책위 측 사람들과 경찰 병력 사이에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충돌 상황이 발생하였다.
3) 쌍용차 대책위의 집회 신고에 대한 경찰의 금지통고처분과 무효확인 판결
가) 쌍용차 대책위는 이 사건 장소에서 ‘쌍용차 정리해고 희생자 추모문화제’라는 명칭의 집회를 계속하여 오면서 그 집회를 사전에 신고하여 왔고, 2013. 5. 13.경에는 집회 개최 일시를 이 사건 당일인 2013. 6. 10. 00:00부터 2013. 6. 12. 23:59까지, 집회 장소를 이 사건 장소가 포함된 덕수궁 대한문 앞 일대로 한 옥외집회를 신고하였다.
나) 그러나 경찰은 2013. 5. 30.경 쌍용차 대책위가 신고한 집회를 금지한다고 통고하였다(이하 ‘이 사건 금지통고처분’이라고 한다).
다) 집회의 주최자인 공소외인(쌍용차 대책위 위원장)은 2013. 6. 4. 서울행정법원 2013구합54649호로 이 사건 금지통고처분의 무효확인 등을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함과 동시에 같은 법원 2013아10107호로 집행정지를 신청하였다.
라) 행정소송의 제1심법원은 2013. 6. 18.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뒤 2014. 3. 25. 이 사건 금지통고 처분서가 집회 주최자나 연락책임자에게 적법하게 송달되지 않아 그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금지통고처분은 무효라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 판결은 2014. 12. 19. 항소기각되고(서울고등법원 2014누47145 판결), 2015. 5. 6. 상고기각되어(대법원 2015두35857 판결) 그대로 확정되었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경찰 병력이 행정대집행 직후 쌍용차 대책위가 또다시 같은 장소를 점거하고 적치물을 재설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사건 장소를 사전에 둘러싼 뒤 쌍용차 대책위가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 명목의 집회를 개최하고자 하는 것을 불허하면서 소극적으로 제지만 한 것은 구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6조 제1항의 범죄행위 예방을 위한 경찰 행정상 즉시강제로서 적법한 공무집행에 해당하고, 피고인 등 쌍용차 대책위 측 사람들이 이와 같이 직무집행 중인 경찰 병력을 밀치는 등 공소사실 기재 유형력을 행사한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경찰이 위와 같이 제지한 행위의 적법 여부는, 단지 이 사건 당일 발생한 상황에 국한하여 단편적으로 살펴볼 것이 아니고, 2012. 4. 5. 쌍용차 대책위 측 사람들이 이 사건 장소에서 점거 및 농성을 시작한 이후로 2013. 6. 10. 행정대집행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공무집행방해, 손괴 등과 더불어 장기간 불법 적치물을 설치하였던 일련의 과정들의 흐름과 맥락 속에서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쌍용차 대책위는 2012. 4. 5.경부터 이 사건 당일인 2013. 6. 10.경까지 이 사건 장소를 불법적으로 점거한 뒤 천막과 분향소 등을 설치하여 농성하여 왔고, 그 기간 동안 화재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이 사건 장소는 덕수궁 대한문에 인접하고 있어 문화재 보호 등의 필요성이 크고 그 부근에 지하철역, 서울광장, 관공서, 상업용 건물들이 밀집하여 사람들의 통행이 빈번한 곳이다.
이에 서울 중구청 직원들이 행정대집행으로 불법 시설물을 철거하려고 하면 쌍용차 대책위 측 사람들은 이를 방해하면서 중구청 직원들과 물리적으로 충돌하기도 하였고, 불법 시설물이 철거되더라도 다시 같은 장소를 점거하고 불법 적치물을 설치하기를 반복하였다. 이와 같이 쌍용차 대책위는 이 사건 장소에서 불법적인 인도 점거와 적치물 설치, 이를 시정하려는 공무원의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반복하여 왔다.
2) 이 사건 당일인 2013. 6. 10. 09:15경 서울 중구청의 행정대집행으로 이 사건 장소에 있던 적치물들이 철거되었는데, 쌍용차 대책위 측 사람들이 행정대집행에 격렬하게 저항하여 몇 명이 공무집행방해죄로 체포되었고 이후에도 쌍용차 대책위 측 사람들이 이 사건 장소 주변에 머물면서 항의를 계속하고 있었으므로 이들에 의한 불법적인 인도 점거와 적치물 재설치가 반복될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경찰 병력이 현장에 출동하여 이 사건 장소를 둘러싸고 지킨 것은 쌍용차 대책위 측 사람들에 의한 불법적인 인도 점거와 적치물 재설치, 화단 등 주변시설 훼손 등 범죄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3) 피고인 등 쌍용차 대책위 측 사람들은 이 사건 장소에서 기자회견 명목의 집회를 개최하려고 하였으나, 경찰 병력이 이 사건 장소를 둘러싼 채 집회의 개최를 허락하지 않았다. 쌍용차 대책위는 사전에 이 사건 당일 같은 장소에서 정리해고 희생자 추모와 문제해결의 촉구를 위한 집회를 개최할 것을 신고하였고, 이에 대한 경찰의 금지통고는 그 후 확정판결을 통해 처분서가 적법하게 송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효로 확인되었으나, 이 사건 당시 경찰 병력은 위 금지통고가 무효임을 알기 어려웠다고 보인다. 또한 쌍용차 대책위 측 사람들이 행정대집행에 항의하기 위하여 개최하려던 기자회견 명목의 집회는 사전에 신고되지 않은 것이었고, 이에 경찰은 집회의 해산을 명하기도 하였다.
4) 위와 같이 쌍용차 대책위가 장기간에 걸쳐 이 사건 장소에 대한 불법적인 점거를 계속하였던 점, 서울 중구청의 행정대집행에 대해 쌍용차 대책위 측 사람들의 공무집행방해 행위와 불법 점거, 적치물 설치 행위 역시 반복되어 왔던 점, 이 사건 당일의 행정대집행 과정에서도 쌍용차 대책위 측 사람들의 공무집행방해가 있었고 행정대집행이 완료된 직후에도 쌍용차 대책위 측 사람들이 주변에 머무르면서 행정대집행에 대한 항의를 계속하는 상황이었던 점, 이에 더 나아가 쌍용차 대책위 측 사람들은 행정대집행에 대한 항의의 일환으로 기자회견 명목의 집회를 이 사건 장소에서 개최하겠다면서 집회 개최 장소로 이 사건 장소를 고집한 점, 경찰 병력은 이 사건 장소를 둘러싸고 진입을 막고 서 있었을 뿐이었음에도 쌍용차 대책위 측 사람들이 경찰 병력에 대해 유형력을 행사하여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이 사건 범행에 이른 점 등 당시의 객관적 상황을 종합하여 보면, 비록 쌍용차 대책위의 이 사건 장소에 관한 사전 집회신고에 대하여 이루어진 금지통고가 사후적으로 무효로 판단되었다고 하더라도, 경찰 병력이 이 사건 장소를 둘러싸고 서서 쌍용차 대책위 측 사람들이 기자회견을 이유로 이 사건 장소에 진입하려는 것을 소극적으로 막기만 한 것은 쌍용차 대책위가 이 사건 장소를 또다시 점거하고 그로 인한 불법적인 사태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한 필요 최소한도의 적법한 조치라고 인정된다.
라.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공무집행방해죄에서 ‘직무집행의 적법성’, 구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6조 제1항의 ‘제지 조치의 적법요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재연(주심) 민유숙 천대엽 |
220,381 | 공무집행방해(인정된죄명:폭행) | 2020노3201 | 20,210,930 | 선고 | 창원지방법원 | 형사 | 판결 | null | null | null | null |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검사
【검 사】
임명환(기소), 박혜진(공판)
【원심판결】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2020. 11. 25. 선고 2020고단113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2,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법리오해)
제출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공무원들의 직무집행의 적법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음에도, 이 사건 공무원들의 직무집행의 적법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공무집행방해의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공무집행방해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직권 판단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원심의 심판대상이었던 공무집행방해의 공소사실을 주위적으로 유지하면서, 예비적으로 죄명에 ‘폭행’을, 적용법조에 ‘형법 제260조 제1항’을, 공소사실에 아래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 기재 내용을 추가하는 취지의 공소장변경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에 따라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었다.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하는 이상 이와 일죄의 관계에 있는 주위적 공소사실에 관한 원심판결은 파기될 수밖에 없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에도 불구하고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한 검사의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므로, 아래에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3.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8. 8. 22.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에서 상해죄 등으로 징역 8월을 선고받고 2019. 4. 19. 통영구치소에서 그 형의 집행을 종료하였다.
피고인은 2020. 9. 4. 12:48경 (주소 생략)에 있는 ○○시청 1청사 내 주민생활복지과 사무실에 술에 취한 상태로 찾아가 피고인의 휴대전화 볼륨을 높여서 음악을 재생하는 등 소란을 피우던 중, 위 소속 공무원인 공소외 1로부터 볼륨을 줄여달라는 요청과 함께 민원내용에 대한 질문을 받자 위 공소외 1에게 ‘씨발 너희가 똑바로 해야지, 야이 씨발놈들아 호로새끼야 너희들이 똑바로 해야지’라는 취지로 욕설을 하면서 계속하여 소란을 피우고, 이에 같은 소속 공무원인 공소외 2가 피고인을 제지하며 사무실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고 하자 손으로 위 공소외 2의 상의를 잡아 찢고, 계속하여 위 1청사 후문 앞에서 양손으로 공소외 1과 공소외 2의 멱살을 잡고 수회 흔든 다음 피고인의 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휘둘러 공소외 1의 뺨을 1회 때렸다.
이로써 피고인은 시청공무원들의 주민생활복지에 대한 통합조사 및 민원업무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각각 방해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는 것이고, 적법한 공무집행이라 함은 그 행위가 공무원의 추상적 권한에 속할 뿐 아니라 구체적 직무집행에 관한 법률상 요건과 방식을 갖춘 경우를 가리키는 바, 피고인이 ○○시청 1청사 내 주민생활복지과 사무실에서 휴대전화 볼륨을 높여서 음악을 재생하고 볼륨을 줄여달라는 요청과 함께 민원내용에 대한 질문을 하는 공무원에게 욕설을 하며 소란을 피웠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을 제지하고 손목을 잡아끌어 퇴거시킨 시청 공무원들의 행위가 주민생활복지에 대한 통합조사 및 민원업무에 관한 직무라는 추상적 권한에 포함되거나 구체적 직무집행에 관한 법률상 요건과 방식을 갖춘 적법한 직무집행에 해당한다고 볼 증거가 없고, 나아가 피고인을 퇴거시킨 행위가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를 사인으로서 정당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있으나 민원안내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구체적 직무집행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시청 직원인 공소외 1, 공소외 2에 대항하여 폭력을 행사하였더라도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에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가 지적하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1) 검사는 공무원인 공소외 1, 공소외 2가 피고인의 소란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유형력으로 손목을 잡고 밖으로 나간 것이고, 당시 피고인의 행위가 경범죄처벌법위반죄에 해당되어 피고인에 대한 현행범 체포가 가능하였으므로, 피고인이 공소외 2의 상의를 잡아 찢는 등 폭행을 한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소외 1, 공소외 2의 진술 등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1, 공소외 2는 사무실 내에서 소란을 피우는 피고인을 사무실 밖으로 퇴거시킬 의사가 있었을 뿐, 피고인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려는 의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공소외 1, 공소외 2가 현행범 체포와 관련한 공무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2) 또한 검사는 공무원인 공소외 1, 공소외 2가 사무실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의사로 피고인을 퇴거시키려 하였으므로, 위와 같은 행위는 청사 내 소란 방지 및 사무실 관리에 관한 구체적 직무집행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증거에 의하면 공소외 1, 공소외 2는 ○○시청 주민생활복지과 통합조사팀 소속으로 사회보장 급여 신청 관련 소득재산 조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사실은 인정되나, 그 외에 ○○시청의 청사방호 및 안전 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공소외 1, 공소외 2의 행위가 추상적 권한 내에 속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설령 공소외 1, 공소외 2의 행위가 추상적 권한 내에 속한다 하더라도, 공소외 1, 공소외 2가 사무실에서 소란을 피운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손목을 잡아끄는 등의 물리력을 행사하며 피고인을 퇴거시킨 행위가 구체적 직무집행에 관한 법률상 요건과 방식을 갖추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가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2020. 9. 4. 12:48경 (주소 생략)에 있는 ○○시청 1청사 내 주민생활복지과 사무실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큰 소리로 음악을 재생하고 욕설을 하는 등 소란을 피워, 위 시청 소속 공무원인 피해자 공소외 2(남, 29세)로부터 제지를 받자 화가 나, 위 피해자 공소외 2의 멱살과 왼쪽 어깨부위를 잡고 흔드는 등 폭행을 하였다.
계속하여 피고인은 위 ○○시청 1청사 후문 앞에서 피고인을 귀가시키려는 위 시청 소속 공무원인 피해자 공소외 1(남, 36세)의 멱살을 양손으로 잡아 흔들고, 피고인의 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휘둘러 위 공소외 1의 뺨을 1회 때리는 등 폭행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들을 폭행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당심 일부 법정진술
1. 공소외 1, 공소외 2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1. 수사보고(112신고사건처리표 첨부)
【피고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주장 요지
피고인은 피해자들에 의해 끌려 나오면서 두 사람이 자신을 놓지 않아서 멱살을 잡았을 뿐, 피해자들을 폭행한 사실이 없다.
2. 판단
공소외 1, 공소외 2의 진술을 비롯한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시청 1청사에서 음악을 크게 트는 등 소란을 피웠고, 이에 공소외 1이 피고인의 손목을 잡고 ○○시청 1청사 사무실 밖으로 데리고 나오자 피고인이 공소외 2의 멱살을 잡은 사실, 공소외 1과 공소외 2가 피고인을 데리고 ○○시청 1청사 후문 쪽으로 나와 공소외 2가 정문으로 가자고 하니 피고인이 공소외 1의 멱살을 잡고, 휴대전화를 휘둘러 이를 뿌리치려는 공소외 1의 뺨을 1회 때린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폭행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나아가 앞서 든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은 피해자들이 직접적인 유형력을 행사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의 멱살을 잡거나 공소외 1의 뺨을 때린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는 부당한 공격에 대한 소극적인 방어행위라고 보기 어렵고, 목적의 정당성,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을 결여한 것으로 정당방위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각 형법 제260조 제1항, 벌금형 선택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
1.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1.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양형의 이유】
피고인은 폭력 관련 범죄로 수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특히 그와 같은 범죄로 인한 누범기간 중에 이 사건 범행을 또 다시 저질러 그 성행이 나쁘다.
다만, 피고인이 행사한 폭행의 정도가 그리 중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고인에게 부양하여야 할 노모가 있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 조건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부분】
주위적 공소사실인 공무집행방해죄 부분은 앞서 본 것처럼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예비적 공소사실인 폭행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판사 윤성열(재판장) 김기풍 장재용 |
219,355 | 대여금 | 2019다245457 | 20,210,930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1] 문서에 대한 진정성립의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 및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처분문서의 증명력 [2] 사문서의 작성명의인이 해당 사문서에 서명·날인·무인하였음이 인정되는 경우, 문서 전체에 관한 진정성립이 추정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완성문서로서 진정성립의 추정력을 번복하기 위한 요건 | null | [1] 민사소송법 제202조, 제357조, 제358조 / [2] 민사소송법 제202조, 제357조, 제358조 | [1] 대법원 2003. 4. 8. 선고 2001다29254 판결(공2003상, 1073) / [2]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1다11406 판결(공2003상, 1141) |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이보 담당변호사 조하늘)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김앤전 담당변호사 전병우 외 1인)
【원심판결】
서울북부지법 2019. 6. 12. 선고 2016나38595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지불각서의 진정성립 여부 등(상고이유 제1, 2점)
가. 사문서는 본인 또는 대리인의 서명이나 날인 또는 무인이 있는 때에는 진정한 것으로 추정한다(민사소송법 제358조).
문서에 대한 진정성립의 인정 여부는 법원이 모든 증거자료와 변론의 전체 취지에 의하여 자유심증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 처분문서는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그 기재 내용을 부정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이상 문서의 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해야 한다(대법원 2003. 4. 8. 선고 2001다29254 판결 참조).
사문서의 작성명의인이 해당 사문서에 서명·날인·무인하였음이 인정되는 경우, 즉 인영 부분 등의 성립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반증으로 그러한 추정이 번복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서 전체에 관한 진정성립이 추정되고, 인영 부분 등의 진정성립이 인정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문서는 전체가 완성되어 있는 상태에서 작성명의인이 그러한 서명·날인·무인을 하였다고 추정할 수 있다. 문서의 전부 또는 일부가 미완성된 상태에서 서명날인만을 먼저 하였다는 등의 사정은 이례에 속하므로 완성문서로서 진정성립의 추정력을 뒤집으려면 그럴 만한 합리적인 이유와 이를 뒷받침할 간접반증 등의 증거가 필요하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1다11406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원고는 2010. 1.부터 4월경까지 피고 또는 피고가 설립하여 운영하는 주식회사 에버무역(이하 ‘에버무역’이라 한다)에 합계 4,165만 원을 지급하였다.
이 사건 지불각서에는 ‘지불각서’라는 제목으로 상단에 ‘상기 금액을 2010. 5. 21.까지 지급할 것을 각서함’이라고 되어 있고, 하단에 ‘서울 도봉 (주소 생략) 각서인 피고’라고 기재된 다음 에버무역과 피고의 인영이 날인되어 있다.
원심 감정인은 지불각서 하단에 있는 ‘서울 도봉 (주소 생략) 각서인 피고’의 필적과 피고의 필적이 동일하다고 감정하였다.
피고는 원심에서 피고가 백지에 지불각서 하단에 해당하는 내용만 작성했고, 원고가 나중에 함부로 나머지 내용을 기재하고 도장을 날인했다고 주장하였다.
다. 원심은 이러한 사실관계를 전제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이 사건 지불각서 하단 부분 필적이 피고의 필적이므로 문서 전체의 진정성립이 추정된다.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백지에 하단에 해당하는 내용만 기재했고 원고가 나중에 나머지 내용을 기재하고 도장을 날인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피고는 원고로부터 돈을 빌린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나 계좌내역 등에 비추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지불각서에서 정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라. 원심판결 이유에 부적절한 부분이 있지만,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지불각서의 진정성립을 인정하고 피고의 지급의무를 인정한 결론은 정당하다.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처분문서의 진정성립 등에 관한 법리오해나 판단누락의 잘못이 없다.
2. 상사 소멸시효 적용 여부(상고이유 제3점)
가. 점포 기타 유사한 설비에 의하여 상인적 방법으로 영업을 하는 자는 상행위를 하지 않더라도 상인으로 보고(상법 제5조 제1항), 이러한 의제상인의 행위에는 상사 소멸시효가 준용된다(상법 제66조, 제64조).
나. 원심은 원고의 채권이 상사채권으로 상사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가 2010. 1.경부터 4월경까지 점포 기타 유사한 설비에 의하여 상인적 방법으로 영업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의제상인이 아니다.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돈이 에버무역의 설립과 운영을 위해 사용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 등에 비추어 에버무역이 원고로부터 돈을 차용하고 상사채무인 에버무역의 차용금채무에 대하여 피고가 이 사건 지불각서로 연대보증을 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채권에 상사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피고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
219,615 |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간등치상) | 2021도5777 | 20,210,930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1] 사실심법원이 갖는 양형에 관한 재량의 내재적 한계 [2] 사실심 변론종결 후 검사나 피해자 등에 의해 피고인에게 불리한 새로운 양형조건에 관한 자료가 법원에 제출된 경우, 사실심법원이 취할 조치 [3]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등치상)죄로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되어 징역 4년을 선고받은 피고인의 항소심에서, 변론종결 후 제출된 피해자의 사망진단서를 근거로 피해자가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한 고통 때문에 자살하였다고 단정한 뒤, 변론을 재개하여 새로운 양형조건에 관하여 추가로 심리하지 않은 채 이를 가중적 양형조건의 중대한 변경 사유로 보아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양형기준의 권고형을 넘어 징역 9년을 선고한 사안에서, 원심의 조치에 변론종결 후 피고인에게 불리한 양형자료가 제출된 경우 사실심법원이 취해야 할 양형심리절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null | [1] 형법 제51조,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 [2] 헌법 제12조 제1항, 제27조, 형사소송법 제275조, 제293조, 제294조, 제307조, 제308조, 형사소송규칙 제132조의2 제2항, 제134조의11 제2항, 제3항 / [3] 헌법 제12조 제1항, 제27조, 형사소송법 제275조, 제293조, 제294조, 제307조, 제308조, 형사소송규칙 제132조의2 제2항, 제134조의11 제2항, 제3항 | [1]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1816 판결 / [2] 대법원 2021. 6. 10. 선고 2020도15891 판결(공2021하, 1308)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이덕재
【원심판결】
서울고법 2021. 4. 21. 선고 (춘천)2020노19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 2점에 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무죄추정의 원칙 및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준강간 및 강간치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가. 관련 법리
1) 양형의 조건에 관한 형법 제51조는 형을 정하는 데 참작할 사항을 정하고 있다. 형을 정하는 것은 법원의 재량사항이므로,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따라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 양형의 당부에 관한 상고이유를 심판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사실심법원이 양형의 기초 사실에 관하여 사실을 오인하였다거나 양형의 조건이 되는 정상에 관하여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아니다. 그러나 사실심법원의 양형에 관한 재량도, 범죄와 형벌 사이에 적정한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죄형 균형 원칙이나 형벌은 책임에 기초하고 그 책임에 비례하여야 한다는 책임주의 원칙에 비추어 피고인의 공소사실에 나타난 범행의 죄책에 관한 양형판단의 범위에서 인정되는 내재적 한계를 가진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도1816 판결 등 참조).
2) 헌법은 제12조 제1항 후문에서 적법절차의 원칙을 천명하고, 제27조에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은 이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하여, 피고사건에 대한 실체심리가 공개된 법정에서 검사와 피고인 양 당사자의 공격·방어활동에 의하여 행해져야 한다는 당사자주의와 공판중심주의, 공소사실의 인정은 법관의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기초로 해야 한다는 직접심리주의와 증거재판주의를 기본원칙으로 채택하고 있다(대법원 2021. 6. 10. 선고 2020도15891 판결 참조). 형사재판에 있어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형사소송법 제307조), 증거신청의 권한은 검사, 피고인, 변호인에게 있으며(형사소송법 제294조), 증거신청 시 정상에 관한 증거는 그 취지를 명시하여 신청하여야 한다(형사소송규칙 제132조의2 제2항). 아울러 피고인이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조사결과는 이익으로 원용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조사결과에 대하여는 반박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피고인에게 증거조사의 결과에 대한 의견진술의 기회와 증거신청권을 절차적으로 보장하고 있다(형사소송법 제293조 참조). 한편 피해자의 의견진술을 갈음하는 서면은 피고인에게 취지를 통지하여야 하고 공판정에서 서면의 취지를 명확하게 하여야 한다(형사소송규칙 제134조의11 제2항, 제3항). 위와 같은 형사재판의 기본이념과 관련 규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사실심 변론종결 후 검사나 피해자 등에 의해 피고인에게 불리한 새로운 양형조건에 관한 자료가 법원에 제출되었다면, 사실심법원으로서는 변론을 재개하여 그 양형자료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의견진술 기회를 주는 등 필요한 양형심리절차를 거침으로써 피고인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이 인정된다.
1) 피고인은 항거불능 상태에 있던 피해자를 간음하여 치료일수를 알 수 없는 처녀막 열상,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입게 하였다는 이유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청소년성보호법’이라 한다) 위반(강간등치상)죄로 기소되었고,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되어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었다.
2) 이에 대하여 피고인과 검사 모두 항소하였다. 피고인은 구속된 상태에서 원심 변론종결일에 이르기까지 계속하여 무죄를 주장하며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 및 준강간행위와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다투는 데 주력하면서 범죄사실을 자백하거나 양형에 관한 적극적인 주장을 하지는 아니하였다. 한편 검사는 원심 변론종결일(2021. 3. 17.)에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7년을 구형하였다.
3) 피해자의 변호사는 원심 판결선고(2021. 4. 21.) 전인 2021. 4. 8. 피해자가 같은 달 4일 사망하였다는 사망진단서를 첨부하면서, “피고인의 2차 가해로 인하여 피해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였으므로 피고인을 엄벌에 처해 달라.”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하였다.
4) 원심은 변론을 재개하지 아니하고 예정된 판결선고기일에 1심과 마찬가지로 청소년성보호법 위반(강간등치상)죄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1심을 파기하고 징역 9년을 선고하였다. 원심은 양형기준상 위 죄의 기본 권고형[징역 5년~8년]의 범위를 이탈하여 징역 9년을 선고한다고 하면서, 판결 이유 중 ‘피고인 및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항에서 “피해자의 극단적인 선택은 결국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범행을 당함으로써 겪게 된 신체적·정신적 고통 때문으로 볼 수밖에 없다.”라고 설시하였다.
다. 앞서 본 사실관계 및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살펴본다.
기록과 제1심판결, 원심판결의 이유를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의 사망 사실 외에는 제1심판결과 원심판결 사이에 별다른 양형조건의 변경이 보이지 않는다. 원심이 원심 변론종결 후 피해자의 변호사에 의해 제출된 피해자의 사망진단서를 근거로 ‘피해자가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고통 때문에 자살하였다.’고 단정한 다음 이를 핵심적인 형벌가중적 양형조건으로 삼아 징역 4년, 이수명령 40시간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9년, 이수명령 80시간을 선고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피해자는 원심 변론종결 후에 사망하였고 그 사실은 원심판결 선고에 임박하여 피해자의 변호사가 제출한 자료에 의해 비로소 확인되었을 뿐, 공판과정에서 피해자의 사망과 이 사건 범행의 관련성에 대해 어떤 공방도 이루어진 바 없다. 이러한 경우 원심은 피해자의 사망 사실 내지 피해자의 사망과 이 사건 범행의 관련성 등에 관하여 피고인의 의견을 듣는 등 피고인에게 방어의 기회를 주기 위해 변론을 재개하여 피해자의 사망과 관련한 새로운 양형조건에 관하여 추가로 심리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변론종결 후 피해자 측이 제출한 자료에 의해 비로소 알게 된 피해자의 사망 사실이나 추가 심리를 통해 판단할 수 있는 이 사건 범행과의 관련성 등 피고인에게 불리한 새로운 양형조건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방어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였다. 나아가 피해자의 사망 사실 및 그 사망이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한 뒤 이를 가중적 양형조건의 중대한 변경 사유로 보아 징역 4년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양형기준의 권고형을 넘어 징역 9년을 선고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변론종결 후 피고인에게 불리한 양형자료가 제출된 경우 사실심법원이 취해야 할 양형심리절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고, 이러한 잘못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김재형 노정희 이흥구(주심) |
218,183 | 손해배상(기) | 2018다282183 | 20,210,930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환매권에 관하여 규정한 구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91조 제1항에서 말하는 ‘당해 사업’과 ‘취득한 토지가 필요 없게 된 때’의 의미 및 이때 취득한 토지가 필요 없게 되었는지 판단하는 방법 / 사업시행자가 사업인정을 전제하지 않고 있는 구 공공용지의 취득 및 손실보상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토지 등을 협의취득하거나 구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14조에 따라 사업인정 전에 토지 등을 협의취득한 경우, ‘당해 사업’을 특정하는 방법 | 구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2011. 8. 4. 법률 제1101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토지보상법’이라 한다) 제91조 제1항에 따른 환매권은 당해 사업의 폐지ㆍ변경 기타의 사유로 인하여 취득한 토지 등의 전부 또는 일부가 필요 없게 된 때에 행사할 수 있다. 여기서 ‘당해 사업’이란 협의취득 또는 수용의 목적이 된 구체적인 특정의 공익사업을 말하고, ‘취득한 토지가 필요 없게 된 때’라 함은 협의취득 또는 수용의 목적이 된 구체적인 특정의 공익사업이 폐지되거나 변경되는 등의 사유로 인하여 당해 토지가 더 이상 그 공익사업에 직접 이용될 필요가 없어졌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발생한 때를 말한다. 취득한 토지가 필요 없게 되었는지의 여부는 당해 사업의 목적과 내용, 취득의 경위와 범위, 당해 토지와 사업의 관계, 용도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객관적 사정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당해 사업에 대하여 토지보상법상 사업인정이나 구 토지수용법(2002. 2. 4. 법률 제6656호 토지보상법 부칙 제2조로 폐지)이나 토지보상법상 사업인정으로 의제되는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인가가 이루어졌다면 사업인정이나 실시계획인가의 내용에 따라 ‘당해 사업’을 특정할 수 있다. 그러나 사업인정을 전제하지 않고 있는 구 공공용지의 취득 및 손실보상에 관한 특례법(2002. 2. 4. 법률 제6656호 토지보상법 부칙 제2조로 폐지)에 따라 협의취득하거나 토지보상법 제14조에 따라 사업인정 전에 사업시행자가 협의취득한 경우에는 사업인정의 내용을 통해 당해 사업을 특정할 수 없으므로, 협의취득 당시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협의취득의 목적이 된 공익사업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 구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2011. 8. 4. 법률 제1101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 제1항, 제20조, 제91조 제1항, 구 토지수용법(2002. 2. 4. 법률 제6656호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 제14조, 구 공공용지의 취득 및 손실보상에 관한 특례법(2002. 2. 4. 법률 제6656호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 제2조 제4호 | 대법원 1994. 1. 25. 선고 93다11760, 11777, 11784 판결(공1994상, 795), 대법원 1997. 11. 11. 선고 97다36835 판결(공1997하, 3774),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30782 판결(공2010하, 1987),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3다60401 판결 | 【원고, 상고인】
원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종기 외 3인)
【피고, 피상고인】
충청남도 (소송대리인 한밭 법무법인 담당변호사 박주봉)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8. 9. 13. 선고 2018나2021522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구「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2011. 8. 4. 법률 제1101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토지보상법’이라 한다) 제91조 제1항에 따른 환매권은 당해 사업의 폐지ㆍ변경 기타의 사유로 인하여 취득한 토지 등의 전부 또는 일부가 필요 없게 된 때에 행사할 수 있다. 여기서 ‘당해 사업’이란 협의취득 또는 수용의 목적이 된 구체적인 특정의 공익사업을 말하고, ‘취득한 토지가 필요 없게 된 때’라 함은 협의취득 또는 수용의 목적이 된 구체적인 특정의 공익사업이 폐지되거나 변경되는 등의 사유로 인하여 당해 토지가 더 이상 그 공익사업에 직접 이용될 필요가 없어졌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발생한 때를 말한다. 취득한 토지가 필요 없게 되었는지의 여부는 당해 사업의 목적과 내용, 취득의 경위와 범위, 당해 토지와 사업의 관계, 용도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객관적 사정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7. 11. 11. 선고 97다36835 판결,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3다60401 판결 등 참조).
당해 사업에 대하여 토지보상법상 사업인정이나 구 토지수용법이나 토지보상법상 사업인정으로 의제되는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인가가 이루어졌다면 사업인정이나 실시계획인가의 내용에 따라 ‘당해 사업’을 특정할 수 있다[대법원 1994. 1. 25. 선고 93다11760, 93다11777(병합), 93다11784(병합) 판결,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30782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사업인정을 전제하지 않고 있는 구「공공용지의 취득 및 손실보상에 관한 특례법」(2002. 2. 4. 법률 제6656호로 제정된 토지보상법 부칙 제2조에 의하여 2003. 1. 1. 폐지되기 전의 것)에 따라 협의취득하거나 토지보상법 제14조에 따라 사업인정 전에 사업시행자가 협의취득한 경우에는 사업인정의 내용을 통해 당해 사업을 특정할 수 없으므로, 협의취득 당시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협의취득의 목적이 된 공익사업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2. 원심판결의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① 피고는 2001. 7. 20.경 천안지역에 고등학교 5개를 설립하는 계획의 일환으로 이 사건 토지를 포함한 청수지역에 중부고등학교를 신설하기로 계획하였고(이하 ‘이 사건 학교시설사업’이라 한다), 당시 청수지역에 택지개발사업을 하려던 천안시에 중부고등학교 설립을 위한 학교부지 선정을 요청한 사실, ② 천안시와 이 사건 학교시설사업에 관한 협의가 무산되자 피고는 2002. 11. 1.경 부지매입을 늦출 경우 학교부지 매입비가 불용처리될 가능성이 있고, 토지소유자들이 토지를 분할하여 타인에게 매도할 경우 매입협상이 어려워지고 매입가격이 높아져 매입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직접 이 사건 토지를 포함한 청수지역 택지개발사업지역 내 부지를 매입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내부적으로 검토한 사실, ③ 이에 따라 피고는 2002. 12. 5. 이 사건 토지를 협의취득한 사실, ④ 피고는 2005. 12. 28. ‘천안 청수지구 택지개발사업’을 위하여 이 사건 토지를 천안시 등에게 이전하여 협의취득의 목적이었던 이 사건 학교시설사업에 이 사건 토지가 필요 없게 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가 이 사건 학교시설사업이라는 구체적으로 특정된 공익사업을 목적으로 이 사건 토지를 협의취득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이 인정됨에도 단지 사업인정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당해 사업이 특정되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3. 그런데도 원심은, 토지보상법 제91조 제1항의 ‘당해 사업’의 의미를 해석함에 있어 토지보상법 제20조 제1항에 의한 ‘사업인정’이 있었던 경우로만 한정된다는 전제하에, 피고가 중부고등학교 설립이라는 공익사업을 염두에 두고 이 사건 토지를 취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위 고등학교 설립을 위한 사업인정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사건 토지의 취득 목적이 된 사업이 ‘사업인정을 받을 때 구체적으로 특정된 공익사업’이라는 환매권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이 사건 토지에 관한 환매권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토지보상법 제91조 제1항에서 정한 환매권 요건인 ‘당해 사업’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218,703 | 이혼ㆍ이혼및양육자지정 | 2021므12320, 12337 | 20,210,930 | 선고 | 대법원 | 가사 | 판결 | [1] 법원이 민법 제837조 제4항에 따라 미성년 자녀의 양육자를 정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 / 별거 이후 재판상 이혼에 이르기까지 상당 기간 부모의 일방이 미성년 자녀를 평온하게 양육하여 온 경우, 현재의 양육 상태를 변경하여 상대방을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하는 것이 정당화되기 위한 요건 및 이때 법원이 고려하여야 할 사항 [2] 외국인이 대한민국 국민과 혼인을 한 후 입국하여 체류자격을 취득하고 거주하다가 한국어를 습득하기 충분하지 않은 기간에 이혼에 이르게 된 경우, 한국어 소통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미성년 자녀의 양육자로 지정되기에 부적합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3] 이혼과 함께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등에 관한 심리ㆍ판단을 하는 가정법원이 유의하여야 할 사항 | [1] 법원이 민법 제837조 제4항에 따라 미성년 자녀의 양육자를 정할 때에는, 미성년 자녀의 성별과 연령, 그에 대한 부모의 애정과 양육 의사의 유무는 물론, 양육에 필요한 경제적 능력의 유무, 부와 모가 제공하려는 양육방식의 내용과 합리성ㆍ적합성 및 상호 간의 조화 가능성, 부 또는 모와 미성년 자녀 사이의 친밀도, 미성년 자녀의 의사 등의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미성년 자녀의 성장과 복지에 가장 도움이 되고 적합한 방향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별거 이후 재판상 이혼에 이르기까지 상당 기간 부모의 일방이 미성년 자녀, 특히 유아를 평온하게 양육하여 온 경우, 이러한 현재의 양육 상태에 변경을 가하여 상대방을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하는 것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양육 상태가 미성년 자녀의 건전한 성장과 복지에 도움이 되지 아니하고 오히려 방해가 되고, 상대방을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하는 것이 현재의 양육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보다 미성년 자녀의 건전한 성장과 복지에 더 도움이 된다는 점이 명백하여야 한다. 재판을 통해 비양육친이 양육자로 지정된다고 하더라도 미성년 자녀가 현실적으로 비양육친에게 인도되지 않는 한 양육자 지정만으로는, 설령 자녀 인도 청구를 하여 인용된다고 할지라도 강제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성년 자녀가 유아인 경우 ‘유아인도를 명하는 재판의 집행절차(재판예규 제917-2호)’는 유체동산인도청구권의 집행절차에 준하여 집행관이 강제집행할 수 있으나, 유아가 의사능력이 있는 경우에 그 유아 자신이 인도를 거부하는 때에는 집행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양육자 지정 이후에도 미성년 자녀를 인도받지 못한 채 현재의 양육 상태가 유지된다면 양육친은 상대방에게 양육비 청구를 할 수 없게 되어, 결국 비양육친은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지 않으면서도 양육비를 지급할 의무가 없어지므로 경제적으로는 아무런 부담을 갖지 않게 되는 반면, 양육친은 양육에 관한 경제적 부담을 전부 부담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자의 건전한 성장과 복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비양육친이 자신을 양육자로 지정하여 달라는 청구를 하는 경우, 법원은 양육자 지정 후 사건본인의 인도가 실제로 이행될 수 있는지, 그 이행 가능성이 낮음에도 비양육친을 양육자로 지정함으로써 비양육친이 경제적 이익을 누리거나 양육친에게 경제적 고통을 주는 결과가 발생할 우려가 없는지 등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2] 대한민국 국민과 혼인을 한 후 입국하여 체류자격을 취득하고 거주하다가 한국어를 습득하기 충분하지 않은 기간에 이혼에 이르게 된 외국인이 당사자인 경우, 미성년 자녀의 양육에 있어 한국어 소통능력이 부족한 외국인보다는 대한민국 국민인 상대방에게 양육되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라는 추상적이고 막연한 판단으로 해당 외국인 배우자가 미성년 자녀의 양육자로 지정되기에 부적합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대한민국은 공교육이나 기타 교육여건이 확립되어 있어 미성년 자녀가 한국어를 습득하고 연습할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으므로, 외국인 부모의 한국어 소통능력이 미성년 자녀의 건전한 성장과 복지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가정법원은 양육자 지정에 있어 한국어 소통능력에 대한 고려가 자칫 출신 국가 등을 차별하는 의도에서 비롯되거나 차별하는 결과를 낳게 될 수 있다는 점, 외국인 부모의 모국어 및 모국문화에 대한 이해 역시 자녀의 자아 존중감 형성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점 등에 대해서도 유의하여야 한다.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은 모든 사회구성원은 문화적 표현의 자유와 권리를 가지며, 다른 사회구성원의 다양한 문화적 표현을 존중하고 이해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제4조)고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외국인 배우자가 국제결혼 후 자녀의 출산 등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활용할 시간이 부족하였다는 사정 등을 외면한 채 이혼 시점에 한국어 소통능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사정에만 주목하여, 외국인 배우자의 한국어 소통능력 역시 사회생활을 해 나가면서 본인이 의식적으로 노력한다면 계속하여 향상될 수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특히 다문화가족지원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다문화가족에 대한 사회적 차별 및 편견을 예방하고 사회구성원이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다문화 이해교육을 실시하고 홍보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할 책임이 있음을 규정하고 있고(제5조 제1항), 결혼이민자 등이 대한민국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언어소통 능력 향상을 위한 한국어교육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으며(제6조 제1항), 해당 법률이 다문화가족이 이혼 등의 사유로 해체된 경우에도 그 구성원이었던 자녀에 대해 적용되는 것으로(제14조의2) 규정하고 있다. [3] 가정법원은 혼인 파탄의 주된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당사자들 사이의 다툼에만 심리를 집중한 나머지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등에 관한 심리와 판단에 있어 소홀해지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가정법원은 가사소송법 제6조, 가사소송규칙 제8조 내지 제11조에 따라 가사조사관에게 조사명령을 하고, 이에 따라 사실조사를 마친 가사조사관이 작성한 조사보고서를 보고받는 방법으로도 양육 상태나 양육자의 적격성 심사에 필요한 자료 등을 얻을 수 있다. 가정법원은 충실한 심리를 통해 실제의 양육 상태와 양육자의 적격성을 의심케 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에 관하여도 구체적으로 확인하여야 한다. | [1] 민법 제837조, 제909조 / [2] 민법 제837조,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 제4조, 다문화가족지원법 제5조 제1항, 제6조 제1항, 제14조의2 / [3] 민법 제837조, 제840조, 제843조, 제909조, 가사소송법 제6조, 가사소송규칙 제8조, 제9조, 제10조, 제11조 | [1] 대법원 2006. 4. 17. 자 2005스18, 19 결정(공2006상, 810), 대법원 2008. 5. 8. 선고 2008므380 판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므1458, 1465 판결(공2010상, 1147),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8므15534 판결(공2020하, 1102) | 【원고(병합피고), 피상고인】
원고(병합피고)
【피고(병합원고), 상고인】
피고(병합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영원)
【사건본인】
사건본인 1 외 1인
【원심판결】
전주지법 2021. 4. 8. 선고 2020르293, 309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사건본인 1에 관한 친권자ㆍ양육자 지정 및 양육비, 면접교섭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전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위자료 청구 부분
원심은 혼인관계 파탄의 원인이 원고(병합피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와 피고(병합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 모두에게 대등하게 있다고 보아,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원고에게 있음을 전제로 한 피고의 위자료 청구를 기각하였다.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혼인 파탄의 귀책사유에 관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2. 양육에 관한 처분 부분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증거 및 가사조사관의 조사보고서 내용 등을 종합하여, 베트남 국적의 피고가 2015. 9.경 원고와 혼인신고를 마치고 2015. 12.경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원고와 사이에 2016. 10.경 사건본인 1을, 2018. 5.경 사건본인 2를 낳은 사실, 피고는 원고와의 불화로 2018. 8.경 사건본인 1을 데리고 가출하여 베트남을 다녀오면서 원고와 별거를 하게 된 사실 등을 인정한 후, 피고가 별거 기간 동안 현재까지 사건본인 1을 양육하여 온 사정 및 사건본인 1이 원고보다 피고와 친밀도가 높아 보이는 사정까지 인정하면서도 피고 및 양육보조자인 피고의 어머니에게 한국어 소통능력이 부족하다는 점, 피고의 거주지 및 직장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점, 원고가 피고보다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사건본인들에 대한 친권자 및 양육자로 원고를 지정하고, 양육비 및 면접교섭에 관한 사항을 정하였다.
나. 대법원의 판단
1) 원심이 ① 사건본인 1에 대한 현재의 양육 상태를 변경하여 원고를 친권자ㆍ양육자로 지정한 부분, ② 피고의 양육적합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판단하면서 그 근거로 한국어 소통능력이 부족한 외국인이라는 사정을 든 부분, ③ 위와 같은 판단을 하면서 실질적이고 직접 심리를 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차례로 살펴본다.
2) 관련 법리
가) 양육자 지정의 기본 원칙 및 양육 상태의 변경을 가져오는 양육자 지정
(1) 법원이 민법 제837조 제4항에 따라 미성년 자녀의 양육자를 정할 때에는, 미성년 자녀의 성별과 연령, 그에 대한 부모의 애정과 양육 의사의 유무는 물론, 양육에 필요한 경제적 능력의 유무, 부와 모가 제공하려는 양육방식의 내용과 합리성ㆍ적합성 및 상호 간의 조화 가능성, 부 또는 모와 미성년 자녀 사이의 친밀도, 미성년 자녀의 의사 등의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미성년 자녀의 성장과 복지에 가장 도움이 되고 적합한 방향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8므15534 판결 등 참조).
별거 이후 재판상 이혼에 이르기까지 상당 기간 부모의 일방이 미성년 자녀, 특히 유아를 평온하게 양육하여 온 경우, 이러한 현재의 양육 상태에 변경을 가하여 상대방을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하는 것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양육 상태가 미성년 자녀의 건전한 성장과 복지에 도움이 되지 아니하고 오히려 방해가 되고, 상대방을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하는 것이 현재의 양육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보다 미성년 자녀의 건전한 성장과 복지에 더 도움이 된다는 점이 명백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5. 8. 선고 2008므380 판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므1458, 1465 판결 등 참조).
(2) 재판을 통해 비양육친이 양육자로 지정된다고 하더라도 미성년 자녀가 현실적으로 비양육친에게 인도되지 않는 한 양육자 지정만으로는, 설령 자녀 인도 청구를 하여 인용된다고 할지라도 강제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성년 자녀가 유아인 경우「유아인도를 명하는 재판의 집행절차(재판예규 제917-2호)」는 유체동산인도청구권의 집행절차에 준하여 집행관이 강제집행할 수 있으나, 유아가 의사능력이 있는 경우에 그 유아 자신이 인도를 거부하는 때에는 집행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양육자 지정 이후에도 미성년 자녀를 인도받지 못한 채 현재의 양육 상태가 유지된다면 양육친은 상대방에게 양육비 청구를 할 수 없게 되어(대법원 2006. 4. 17. 자 2005스18, 19 결정 등 참조), 결국 비양육친은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지 않으면서도 양육비를 지급할 의무가 없어지므로 경제적으로는 아무런 부담을 갖지 않게 되는 반면, 양육친은 양육에 관한 경제적 부담을 전부 부담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자의 건전한 성장과 복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비양육친이 자신을 양육자로 지정하여 달라는 청구를 하는 경우, 법원은 양육자 지정 후 사건본인의 인도가 실제로 이행될 수 있는지, 그 이행 가능성이 낮음에도 비양육친을 양육자로 지정함으로써 비양육친이 경제적 이익을 누리거나 양육친에게 경제적 고통을 주는 결과가 발생할 우려가 없는지 등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나) 외국인 배우자의 한국어 소통능력과 양육적합성
대한민국 국민과 혼인을 한 후 입국하여 체류자격을 취득하고 거주하다가 한국어를 습득하기 충분하지 않은 기간에 이혼에 이르게 된 외국인이 당사자인 경우, 미성년 자녀의 양육에 있어 한국어 소통능력이 부족한 외국인보다는 대한민국 국민인 상대방에게 양육되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라는 추상적이고 막연한 판단으로 해당 외국인 배우자가 미성년 자녀의 양육자로 지정되기에 부적합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대한민국은 공교육이나 기타 교육여건이 확립되어 있어 미성년 자녀가 한국어를 습득하고 연습할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으므로, 외국인 부모의 한국어 소통능력이 미성년 자녀의 건전한 성장과 복지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가정법원은 양육자 지정에 있어 한국어 소통능력에 대한 고려가 자칫 출신 국가 등을 차별하는 의도에서 비롯되거나 차별하는 결과를 낳게 될 수 있다는 점, 외국인 부모의 모국어 및 모국문화에 대한 이해 역시 자녀의 자아 존중감 형성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점 등에 대해서도 유의하여야 한다.「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은 모든 사회구성원은 문화적 표현의 자유와 권리를 가지며, 다른 사회구성원의 다양한 문화적 표현을 존중하고 이해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제4조)고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외국인 배우자가 국제결혼 후 자녀의 출산 등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활용할 시간이 부족하였다는 사정 등을 외면한 채 이혼 시점에 한국어 소통능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사정에만 주목하여, 외국인 배우자의 한국어 소통능력 역시 사회생활을 해 나가면서 본인이 의식적으로 노력한다면 계속하여 향상될 수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특히 다문화가족지원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다문화가족에 대한 사회적 차별 및 편견을 예방하고 사회구성원이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다문화 이해교육을 실시하고 홍보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할 책임이 있음을 규정하고 있고(제5조 제1항), 결혼이민자 등이 대한민국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언어소통 능력 향상을 위한 한국어교육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으며(제6조 제1항), 해당 법률이 다문화가족이 이혼 등의 사유로 해체된 경우에도 그 구성원이었던 자녀에 대해 적용되는 것으로(제14조의2) 규정하고 있다.
다) 양육자 지정에 있어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심리의 필요성
가정법원은 혼인 파탄의 주된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당사자들 사이의 다툼에만 심리를 집중한 나머지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등에 관한 심리와 판단에 있어 소홀해지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가정법원은 가사소송법 제6조, 가사소송규칙 제8조 내지 제11조에 따라 가사조사관에게 조사명령을 하고, 이에 따라 사실조사를 마친 가사조사관이 작성한 조사보고서를 보고받는 방법으로도 양육 상태나 양육자의 적격성 심사에 필요한 자료 등을 얻을 수 있다. 가정법원은 충실한 심리를 통해 실제의 양육 상태와 양육자의 적격성을 의심케 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에 관하여도 구체적으로 확인하여야 한다.
3) 원심판결 이유를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사건본인 1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원고를 지정한 부분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사건본인 1에 대한 현재의 양육 상태에 변경을 가하여 원고를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하는 것이 정당화될 만한 사정을 찾아보기 어렵다.
피고는 원고와 별거 당시 만 2세인 사건본인 1을 별거 이후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계속하여 평온하게 양육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피고의 양육 환경, 애정과 양육 의사, 경제적 능력, 사건본인 1과의 친밀도 등에 어떠한 문제가 있다거나 원고에 비해 적합하지 못하다고 볼 만한 구체적인 사정을 찾아보기 어렵다. 원심 역시 원고보다 피고가 사건본인 1과 친밀도가 높다는 사정을 인정하고 있다.
한편 원고는 자신을 사건본인 1의 양육자로 지정하여 줄 것을 구하고 있으나, 별다른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 데다가 추후 경제활동을 하더라도 자신의 어머니에게 사건본인들의 양육을 대부분 맡길 의사를 표시하였고, 가사조사 과정에서도 피고가 양육하게 될 경우 양육비를 지급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 등을 종합하여 보면, 자칫 사건본인 1의 인도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원고는 양육비 지급의무를 면하는 반면 실제로는 피고가 양육비를 부담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할 우려가 적지 않다.
나) 피고의 한국어 소통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원고에 비해 양육자로서 부적합하다고 볼 만한 주요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원심은 양육을 보조할 피고의 어머니가 한국어 소통능력이 부족하여 사건본인 1의 언어습득, 향후 유치원, 학교생활 적응이 우려스럽다고 하나, 막연한 추측을 넘어서 실제로 사건본인 1의 건전한 성장과 복지에 있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볼 만한 어떠한 사정들이 있는지에 대해 납득할 만한 이유를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게다가 원심이 피고의 한국어 소통능력 부족 상태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쉽게 단정한 것도 의문이다. 피고는 혼인하여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사건본인 1을 임신하였고, 출산 후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사건본인 2를 임신하여 출산하였다. 외국인인 피고가 위와 같이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면서 한국어를 제대로 습득할 기회를 가졌을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고, 원고로부터 교육기회를 제공받은 일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혼 소송이 진행된 시점에서 피고의 한국어 소통능력이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향상될 수 있다는 사정을 쉽게 배제하기 어렵다.
다) 원심이 피고의 거주지와 직장의 안정성, 경제적 능력, 한국어 소통능력 등에 관하여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심리를 하였는지 의문이다.
원심은 피고의 거주지 및 직장이 원고에 비해 안정적이지 않다고 판단하였으나, 기록상 원고는 자신의 명의로 된 집이 있기는 하나 별다른 경제적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반면(피고는 원고가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고는 원고와 별거한 이후 스스로 직장에 다니면서 매월 고정적인 수입을 얻고 있고 월세이기는 하나 주거지 역시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앞서 살펴본 원심의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에 관한 판단의 근거는 제1심에 제출된 가사조사관의 조사보고서 내용과 유사함을 알 수 있는바, 원심은 위 조사보고서의 내용에 상당 부분 의존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조사보고서의 내용 등을 살펴보면 가사조사관은 이혼에 있어 혼인 파탄의 책임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를 수행하였을 뿐 양육 상태나 양육자의 적격성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에 대한 면접 또는 방문 등을 통해 직접 조사하는 과정을 수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피고 소송대리인이 상고심에서 최근 피고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을 제출하며 피고의 한국어 소통능력이 향상되었음을 주장하고 있어서 이에 대해서도 확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4) 그럼에도 원심은 앞서 본 이유만을 들어 사건본인 1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원고를 지정하고 이를 전제로 양육비, 면접교섭에 관하여 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고 말았으니, 원심의 이 부분 판단에는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한편 원심판결 이유를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사건본인 2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원고를 지정하고 면접교섭에 관하여 정한 부분은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없다(사건본인 2는 별거 기간 중에도 원고가 계속하여 양육하여 왔고, 피고도 상고이유에서 명확하게 다투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3. 결론
원심판결 중 사건본인 1에 관한 친권자ㆍ양육자 지정 부분 및 양육비, 면접교섭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 |
219,363 | 구상금 | 2017다278743 | 20,210,930 | 선고 | 대법원 | 민사 | 판결 | 민사집행법 제91조 제5항에서 정한 ‘변제할 책임이 있다.’의 의미 및 유치권의 부담이 있는 경매목적 부동산의 매수인이 유치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하는 것이 민법 제469조에서 정한 제3자의 변제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 민법 제469조 제2항과 제481조에서 정한 ‘이해관계’ 또는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의 의미 / 유치권의 부담이 있는 경매목적 부동산의 매수인이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여 유치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이때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 null | 민사집행법 제91조 제5항, 제268조, 민법 제322조, 제469조, 제481조 | 대법원 1993. 10. 12. 선고 93다9903, 9910 판결(공1993하, 3067), 대법원 1995. 3. 24. 선고 94다44620 판결(공1995상, 1725), 대법원 1996. 8. 23. 선고 95다8713 판결(공1996하, 2809), 대법원 2009. 5. 28. 자 2008마109 결정(공2009하, 1004) |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열린 담당변호사 정충진 외 4인)
【피고, 피상고인】
응암제7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소송대리인 변호사 서성복)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7. 10. 19. 선고 2016나208078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민사집행법 제91조 제5항은 “매수인은 유치권자에게 그 유치권으로 담보하는 채권을 변제할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268조는 부동산을 목적으로 하는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에서 위 조항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변제할 책임이 있다.’는 의미는 매수인이 경매목적 부동산에 관한 유치권의 부담을 승계한다는 것이지 유치권의 피담보채무까지 인수한다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6. 8. 23. 선고 95다8713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유치권의 부담이 있는 경매목적 부동산의 매수인이 유치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하는 것은 민법 제469조에서 정하는 제3자의 변제에 해당한다.
민법 제469조 제1항은 채무의 변제는 제3자도 할 수 있으나 채무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제3자의 변제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이해관계 없는 제3자는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여 변제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민법 제481조는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는 변제로 당연히 채권자를 대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에서 말하는 ‘이해관계’와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는 변제를 하지 않으면 채권자로부터 집행을 받게 되거나 또는 채무자에 대한 자기의 권리를 잃게 되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변제함으로써 당연히 대위의 보호를 받아야 할 법률상 이익을 가지는 자를 말하고, 단지 사실상의 이해관계를 가진 자는 제외된다(대법원 2009. 5. 28. 자 2008마109 결정 등 참조). 유치권의 부담이 있는 경매목적 부동산의 매수인은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을 만족시키는 등으로 유치권을 소멸시키지 않는 한 그 인도를 받을 수 없고, 나아가 유치권자의 경매신청으로 부동산의 소유권을 잃을 위험도 있는 점(민법 제322조) 등에 비추어 보면 유치권의 피담보채무를 대신 변제할 이해관계 있는 제3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경우 매수인은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여 유치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할 수 있고, 그 피담보채무를 변제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대법원 1993. 10. 12. 선고 93다9903, 9910 판결, 대법원 1995. 3. 24. 선고 94다44620 판결 등 참조).
2. 가.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는 응암제7구역 주택재개발사업의 사업시행자로서 2008. 3. 3.경 현대건설 주식회사(이하 ‘현대건설’이라고 한다)와 이 사건 아파트를 비롯한 아파트 16개 동 총 1,106세대 및 그 부대시설에 관한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의 조합원인 소외인은 신축된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2) 주식회사 우리은행의 신청으로 2014. 10. 15.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이 사건 경매개시결정이 있었고, 현대건설은 이 사건 경매의 최초 매각기일 이전인 2015. 3. 12. 경매법원에 유치권신고서를 제출하였다. 현대건설은 피고에게 공사대금 246억 원 등의 채권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에서 그중 일부인 2억 500만 원을 피담보채권으로 하여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하여 유치권(이하 ‘이 사건 유치권’이라고 한다)을 행사하고 있다.
3) 원고는 2016. 3. 30. 최고가매수신고인으로서 매각대금을 완납하고 이 사건 아파트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다.
4) 한편 피고와 현대건설은 2014. 10.경 ‘피고가 현대건설에 분양잔금채권 등을 양도하여 미지급 공사대금과 상계한다.’는 취지로 공사대금 정산합의를 하였다. 다만 ‘잔금미납세대’에 대하여는 정산합의의 효력을 배제하였는데 이 사건 아파트는 잔금미납세대에 해당한다. 피고는 현대건설의 공사대금 채권이 위 정산합의에 따라 이미 소멸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원고가 구하는 구상금채무의 존재를 미리 다툰다.
나. 이러한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핀다.
1) 원고는 이 사건 아파트를 경매를 통하여 매수한 자로서 그 권리실현에 장애가 되는 이 사건 유치권을 소멸시키기 위하여 유치권의 피담보채무를 대신 변제할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으므로, 민법 제469조에서 정하는 이해관계 있는 제3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고가 채무자인 피고의 의사에 반하여 이 사건 유치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하더라도 효력이 있고, 변제 후에는 피고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2) 그런데도 원심은 원고가 이 사건 유치권의 피담보채무인 공사대금채무를 변제할 정당한 이익이 없으므로 이를 변제하더라도 피고에 대한 구상권을 취득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공사대금채무 변제를 조건으로 피고에게 구상금의 지급을 미리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판결에는 민사집행법 제91조 제5항 등에서 정하는 ‘매수인의 유치권으로 담보하는 채권을 변제할 책임’, 민법 제469조 제2항 등에서 정하는 ‘이해관계 있는 제3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재연(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 천대엽 |
218,175 | 명예훼손ㆍ업무방해 | 2021도6634 | 20,210,930 | 선고 | 대법원 | 형사 | 판결 | 업무방해죄에서 ‘허위사실의 유포’의 의미 / 유포한 대상이 사실인지 의견인지 판단하는 방법 및 의견표현과 사실 적시가 혼재되어 있는 경우 전체적으로 보아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업무를 방해한 것인지 등을 판단해야 하는지 여부(적극) / 내용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고 단지 세부적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경우, 업무방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 업무방해죄에서 ‘허위사실의 유포’란 객관적으로 진실과 부합하지 않는 사실을 유포하는 것으로서 단순한 의견이나 가치판단을 표시하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유포한 대상이 사실과 의견 가운데 어느 것에 속하는지 판단할 때는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증명가능성, 문제 된 말이 사용된 문맥, 당시의 사회적 상황 등 전체적 정황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 의견표현과 사실 적시가 혼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전체적으로 보아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업무를 방해한 것인지 등을 판단해야지, 의견표현과 사실 적시 부분을 분리하여 별개로 범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기본적 사실이 거짓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비록 기본적 사실은 진실이더라도 이에 거짓이 덧붙여져 타인의 업무를 방해할 위험이 있는 경우도 업무방해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고 단지 세부적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는 정도에 지나지 않아 타인의 업무를 방해할 위험이 없는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 형법 제314조 제1항 | 대법원 1998. 3. 24. 선고 97도2956 판결(공1998상, 1248), 대법원 2005. 6. 10. 선고 2005도89 판결, 대법원 2006. 9. 8. 선고 2006도1580 판결(공2006하, 1711), 대법원 2017. 4. 13. 선고 2016도19159 판결 |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임선아 외 1인
【원심판결】
대구지법 2021. 5. 7. 선고 2020노77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 요지
공소사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부서명 생략) 소속 7급 공무원으로서 2018. 3. 1.부터 공소외 1 노동조합 ○○△△지역본부장으로 선출되어 활동하였다. 피고인은 2018. 6. 초순 공소외 1 노동조합 □□지역본부 소속의 성명을 알 수 없는 사람으로부터 “지금 □□공무원노동조합이 상급 단체로 공소외 1 노동조합(이하 ‘공소외 1 노조’라 한다)과 공소외 2 노동조합총연맹(이하 ‘공소외 2 노총’이라 한다) 중에 하나를 선택하려고 하니 공소외 1 노조○○시지부와 공소외 2 노총○○지부의 활동상황을 비교하여 공소외 1 노조를 홍보할 수 있는 글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피고인은 2018. 6. 13.경 ○○ 동구 ◇◇동에 있는 공소외 1 노조○○△△본부 사무실에서 “한번 상급 단체 결정을 하면 다시 바꾸기 어렵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시청에는 공소외 2 노총과 공소외 1 노조가 있습니다. 공소외 2 노총 초대위원장이 ○○시청 노동조합 공소외 3 위원장이었지만, 공소외 2 노총○○시청노동조합이 그동안 보여준 모습에 많은 조합원들은 지금 분노와 실망을 느끼고 있습니다. 조합원을 위한 사회 변혁과 조합원의 지위 향상을 위해 투쟁해야 하는데, 권력에 아부하는 ○○시청 노동조합의 모습이 부끄럽고 실망스러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청노동조합 위원장 선거에서는 현 위원장이 출마해서 재선을 한 경우가 없습니다. 조합원을 위해 일하지 않는 공소외 2 노총 소속 노동조합 지도부를 조합원들이 더 이상 지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청공무원 여러분. 한번 상급 단체 결정을 하게 되면 다시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공소외 1 노조○○광역시지부는 □□시청 조합원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라는 글(이하 ‘이 글’이라 한다)을 작성하여 공소외 1 노조□□지역본부에 보내 2018. 6. 15. 공소외 1 노조 홈페이지 본부소식란 등에 게시하게 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선거에서 초대 ○○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인 공소외 3을 비롯하여 현직 위원장이 출마하여 재선을 한 경우가 2차례 있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인 ○○공무원노동조합의 명예를 훼손함과 동시에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피해자인 공소외 2 노총의 단위 노동조합 유치업무를 방해하였다.
2. 원심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업무방해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피고인은 □□시공무원노조 구성원들로 하여금 피해자 공소외 2 노총이 아닌 공소외 1 노조를 상급 기관으로 선택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에서 허위사실이 포함된 글을 작성하였다. 피해자 공소외 2 노총은 2002년 설립되어 (노동조합명 1 생략), (노동조합명 2 생략), (노동조합명 3 생략), (노동조합명 4 생략), (노동조합명 5 생략) 등으로 구성된 연합단체로서, 소속 노동조합과 조합원을 위해서 정부와 단체교섭을 하는 등의 활동을 하는 기관이므로, 연합단체를 구성하는 행위인 단위 노동조합 유치업무는 피해자 공소외 2 노총의 업무에 해당하고, 허위사실을 포함한 글을 작성하고 게시하여 피해자 공소외 2 노총이 아닌 다른 상급 단체를 선택하도록 설득하는 것은 피해자 공소외 2 노총의 단위 노동조합 유치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3. 대법원 판단
그러나 원심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가. 업무방해죄에서 ‘허위사실의 유포’란 객관적으로 진실과 부합하지 않는 사실을 유포하는 것으로서 단순한 의견이나 가치판단을 표시하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유포한 대상이 사실과 의견 가운데 어느 것에 속하는지 판단할 때는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증명가능성, 문제 된 말이 사용된 문맥, 당시의 사회적 상황 등 전체적 정황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1998. 3. 24. 선고 97도2956 판결, 대법원 2017. 4. 13. 선고 2016도19159 판결 등 참조). 의견표현과 사실 적시가 혼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전체적으로 보아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업무를 방해한 것인지 등을 판단해야지, 의견표현과 사실 적시 부분을 분리하여 별개로 범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5. 6. 10. 선고 2005도89 판결 등 참조). 반드시 기본적 사실이 거짓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비록 기본적 사실은 진실이더라도 이에 거짓이 덧붙여져 타인의 업무를 방해할 위험이 있는 경우도 업무방해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고 단지 세부적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는 정도에 지나지 않아 타인의 업무를 방해할 위험이 없는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06. 9. 8. 선고 2006도1580 판결 등 참조).
나.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공소외 3은 1, 2대 ○○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을 역임하였고 공소외 4는 5, 6대 ○○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공무원노동조합 선거에서 2명이 재선에 성공하였다.
(2) 피고인은 □□공무원노동조합이 상급 단체로 공소외 1 노조를 선택하도록 공소외 1 노조를 홍보하는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시청노동조합 위원장 선거에서 현 위원장이 재선을 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글을 작성하였다.
(3) 이 글은 다음과 같은 표현으로 구성되어 있다. ① 공소외 2 노총○○시청노동조합이 그동안 보여준 모습에 많은 조합원들은 지금 분노와 실망을 느끼고 있다(이하 ‘① 표현’이라 한다). ② 조합원을 위한 사회 변혁과 조합원의 지위 향상을 위해 투쟁해야 하는데 권력에 아부하는 ○○시청노동조합의 모습이 부끄럽고 실망스럽다(이하 ‘② 표현’이라 한다). ③ ○○시청노동조합 위원장 선거에서 현 위원장이 출마해서 재선을 한 경우가 없다(이하 ‘③ 표현’이라 한다). ④ 조합원을 위해 일하지 않는 공소외 2 노총 소속 노동조합 지도부를 조합원들이 더 이상 지지하지 않는다(이하 ‘④ 표현’이라 한다).
다. 이러한 사실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글은 의견표현과 사실 적시가 혼재되어 있고 내용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살펴볼 때 피해자 공소외 2 노총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세부적으로 잘못된 사실이나 과장된 표현이 사용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글로 말미암아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업무를 방해할 위험이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피고인은 □□공무원노동조합이 상급 단체로 공소외 1 노조와 공소외 2 노총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려는 상황을 앞두고 공소외 2 노총에 대한 비판적 입장에서 공소외 1 노조를 홍보할 목적으로 글을 작성하였다.
(2) ①, ②, ④ 표현은 공소외 2 노총 소속 ○○시청노동조합에 대한 피고인의 평가나 판단으로 볼 수 있을 뿐 증거로 증명할 수 있는 사실을 적은 것으로 볼 수 없다.
③ 표현은 객관적 사실에 관한 것이지만, 이 글의 주된 취지는 □□시공무원노동조합이 상급 단체로 공소외 1 노조를 선택하도록 하고자 공소외 2 노총 소속 ○○시청노동조합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제기한 것으로서, ③ 표현은 이러한 평가를 뒷받침하기 위한 부분이고 이 글에서 위 표현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다. 따라서 이 부분은 타인의 업무를 방해할 위험이 없는 다소 과장된 표현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이 허위사실이 포함된 글을 작성하고 게시한 것은 피해자 공소외 2 노총의 단위 노동조합 유치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업무방해죄의 ‘허위사실 유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파기 범위
위 3.에서 보았듯이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은 파기를 면할 수 없고 이와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어 주문에 따로 무죄가 선고되지 않은 명예훼손 부분도 파기되어야 하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5. 결론
피고인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